내 이름은 쓰시마 1
오푸노쿄다이 지음,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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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다롱이때문이다. 2년 전 친구가 해외여행을 가면서 내가 23일 동안 다롱이를 돌봐주어야 했다. 고양이에 대하여 거의 무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고양이의 생태와 버릇,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점,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을 알아두고 다롱이를 찾아갔다. 앞 사람이 아침 일찍 나가고, 내가 밤늦게 도착했을 때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긴 울음소리를 내며 현관에 서 있던 다롱이가 내 다리에 털을 비비며 떠나지 않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물론 친구가 돌아오자 다시 원래의 새침한 자세로 돌아가긴 했지만 말이다.

 

  쓰시마는 여기저기 자유롭게 떠돌던 길고양이다. 떠돌다 들린 집 주인 할아범이 동물 도감에 서 쓰시마 들고양이라는 것을 찾아주었고, 그 뒤로 쓰시마가 이름이 되었다. 그가 죽자 집도 밥도 사라진 쓰시마는 다시 길을 돌아다니다 현재 할배(여자임)집에 다시 정착하게 되었다.

 

인간이 사라진다. 그러면 집도 밥도 사라진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23.p

 

 

  이 집에는 쓰시마 말고도 다른 고양이들이 함께 산다. 그들은 공주님, , 오사무, 그들의 집사를 자청하고 나온 할배까지 서로를 보호하고 챙겨주고 적당히 귀찮아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내 이름 쓰시마>>는 인간의 시각이 아닌 고양이 쓰시마의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고 유머가 느껴진다. 노랗고 검은 줄무늬 복대를 한 쓰시마가 보여주는 일상은 사람들의 삶과도 닮아있을 뿐 아니라 더 끈끈하고 아껴주는 애정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다롱이가 내 친구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듯이 고양이 가족들은 할배의 보살핌과 사랑 속에서 서로를 위로해 주고 보호해 준다. 그것만으로 아름답다. 만약 혼자 살아가는 할배에게 고양이 가족들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을 때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갖으며 살아갈 수 있다.

 

 

공주님도 우리도 단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기적이라고 했다. 168.p

 

 

  내가 친구의 고양이와 23일을 보내면서 느낀 점도 그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생명을 가진 존재가 각자의 자리를 잡고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 온기 있고 활기찬 일상을 살게 한다는 것을. 세상은 인간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으면서 말이다.

 

  나도 고양이를 기를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긴 했었다. 그러나 아직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털이 날리면 재채기를 심하게 하고, 무엇보다 바쁜 일상이 다른 생명을 책임지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팻로스 증후군을 감당할 용기가 없다. 23년간이나 함께 보낸 공주님을 떠나보낸 할배가 1년이 지난 후에도 공주님이 쓰던 고타쓰 이불을 밟지 않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별 남는 그리움은 때론 감당하기 힘들다.

 

 

사랑스러워, 사랑스러워, 생명 아름다운 생명 수많은 생명,

모두 모두 너~무 좋아. 정말 좋아!! 나는 오늘도 열심히 경비를 서고 있다. 177.p

 

 

  공주님은 떠나갔지만 오늘도 할배와 챠, 오사무는 서로를 쓰다듬으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열심히 경비를 서고 있는 쓰시마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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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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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최근에 본 바다는 포르투갈의 성난 바다였다. 누런 흙탕물같은 파도가 세상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바다였다. 이런 바다를 뚫고 세상을 향해 나아갔던 선원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럴수록 대한민국의 파랗고 풍성한 바다가 보고 싶었다.

 

  성난 바다속에서 살다 나온 문어인지 부드럽고 쫄깃하면서도 고소했다. 그 문어요리가 맛있어서 그런지 포르투갈의 바다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창훈 선생님의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읽으며 척박한 섬사람들에게 바다가 얼마나 소중한 보물창고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최근 낚시 프로가 인기를 얻고 바다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낚시를 즐기는 맛에 들뜨기도 했다. 한창훈 선생님 처럼 생계형 낚시꾼들은 바다가 아니면 어디에서 양식을 구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한창훈 선생님뿐 아니라 <<자산어보>>를 지은 정약전 선생님까지 바다가 안겨주는 풍요로움 뒤에 무한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쓸쓸함과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외로움이 바다생물에 대한 외양묘사부터 맛, 영양, 학문적인 지식까지 글로 적어냈다. 시간을 견디기 위한 방법 중 글쓰기만한 것이 있을까.

 

  귀양간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나도 가끔은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물고기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바다를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30종의 바다생물에 대해 알게 되고, 더불어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는 소박하면서도 생명과 삶의 치열함을 느끼게 해주는 겸손한 글들이 모인 책이다. 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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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빵 - 오월의 종 베이커 정웅의 빵으로 가는 여정
정웅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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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드는 빵과 기록한 글, 그것과 참 많이 닮은 저자.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책!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는 저자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매일 성실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때문에 삶이 유지되고 성숙해진다.
고소한 빵냄새가 생각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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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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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읽기가 끝났다.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사로잡고 마비시키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개인의 의지와 자유와는 상관없이 힘이 없거나 약하다는 이유로 타인이 강요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자들이 너무 많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할 수 있다면 작은 힘이라도 발버둥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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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이영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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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8, 몽골에 도착하자 공항에서부터 알 수 없는 꼬릿한 냄새가 났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건 양 냄새였다. 몽골 깊은 곳곳마다 이 냄새가 배어 있었고, 당연히 여행 중 내 몸에도 몽골의 냄새가 묻어갔다. 처음 갔던 몽골은 친근하면서도 낯설었다. 울란바토르 도로 위로 ㅇㅇ유치원, **학원, ***갈비 등 알록달록한 한글글씨로 도배된 다인승 차들이 질주하고 있었고, 살짝 검게 그을리긴 했지만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해서인지 현지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라 뜨거웠지만 습기가 없어 그늘로 피하면 쾌적하고 상쾌했다. 10시가 되어야 해가 졌기에 덤처럼 주어진 한낮의 빛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지금은 울란바트로의 공기가 서울만큼 나빠졌다고 하지만 그 당시 처음 접한 하늘은 끝도 없이 넓고 푸르러서 나와 일행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몽골의 하늘은 낮보다 밤에 보아야 한다. 특히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까만 융단 위에 눈 대신 별들이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몽골의 하늘은 내가 서 있는 거리와 매우 가까웠다. 살면서 그렇게 커다란 카시오페아와 북두칠성은 본 적이 없다. 낮에는 구름이 그늘이 되어 줄 정도였다. 차를 타고 초원을 달릴 때 비지아같은 목동들이 모는 양떼들을 만나면 잠깐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좋아했다. 비가 잘 오지 않은 나라인데 우리가 도착하고 밤새 비가 왔다며 마을 사람들은 좋아했다. 나와 일행들은 땅에 고인 깨끗한 빗물로 세수를 했지만. 테를지의 에델바이스는 아직도 널리 피어있을까. 내게 말 타기를 가르쳐 주던 토야도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7월에 엄마가 큰 수술을 받았는데 당번이 되어 간호를 했던 밤이면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를 읽었다. 몽골여행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고 내가 겪지 못했던 몽골의 다양한 모습들을 상상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엄마가 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했고, 몽골의 하늘과 대지, 비지아와 그를 닮은 유목민들은 병실에서 밤을 보내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 병실 창밖으로 네온싸인의 불빛이 빛나고 있는 한강을 바라보며, 몽골에 유학 갔던 친구가 추운 겨울엔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 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져. 뜨거운 찜질방에서 푹 지져야 하는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두운 밤, 병실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은 가로등 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초원을 떠나 도시로 간 유목민들은 참 답답했겠다. 광활한 몽골의 대지를 사랑한 사람들은 차보다 말을 타고 달리는 게 더 어울린다.

 

 

곡식이나 야채 대신 고가만을 먹고 살아야 했지만, 그렇게 유목민은 자칫 텅 비어서 공허가 됐을 유라시아의 심장부를 채움으로써 하나로 연결된 지구를 완성했다. 실크로드나 스텝 루트니 하는 중세의 교역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오늘날 지구가 손바닥 만해진 데에는 유라시아를 인간의 땅으로 만든 유목민의 공로를 외면할 수 없다. 초원에서 게르 하나를 만나도 반가운데, 그 천지가 다 비어버렸다면 인간은 그 광막한 대지를 여행하기는커녕 말조차 들여놓을 수 없었을 것이니 지구적 시각으로도 감사할 일 아닌가. - 126.p

 

 

  18년 전 내가 경험한 몽골의 모습과 사람들, 환경은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을 타고 누비며 달렸던 땅과 하늘,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뻥 뚫린 초원을 앞마당처럼 누비며 달려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 마음도 시원해지고 광대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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