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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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다르지만 누구나 지나온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어요. 무엇보다 재미있고 빨려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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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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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서 온 은유의 편지를 읽으며 시간 너머 그리운 것들이 꿈틀거리며 살아났다. 동생 책갈피 속에 끼어있던 파란색 바탕에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이 그려져 있던 500원짜리 지폐를 급하게 쓰고, 1000원짜리 지폐로 돌려주었다가 심하게 싸웠던 일,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나와 연합고사와 학력고사를 보았고, 틈틈이 농구대잔치와 프로야구에 열광했던 세대로서 과거 은유의 편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예전으로 돌아간 간 듯 했다.

 

 

  김용택 선생님의 글처럼 그리운 것들은 모두 산 뒤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리웠던 것은 두 은유가 주고받은 편지이다. 중학교 때는 요즘 우리가 카톡을 주고받는 것만큼 편지를 주고받았고, 그렇게 모아둔 편지가 운동화 상자로 몇 개나 되었는데 지금은 그것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가 없다. 내가 편지를 자주 쓰지 않게 되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쓸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720분까지 등교, 10시에 자율학습이 끝나는 시대에 살았다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여 친구들과 사촌들끼리 학보를 주고받으며 띠지에 썼던 문장들이 나름대로 멋있고, 운치 있었다. 1989년생 작가가 70년대 생들의 청소년기와 청년대를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 신기했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몰입이 잘 되고, 술술 읽힌다. 감동과 가독성 모두 청소년 도서로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의 요소 중 한 가지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마지막 반전을 노리는 아빠의 편지와 그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흔한 방식의 단점을 보완해 줄 만큼 현재 은유의 외침에 집중하게 만든다. 작가가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편지가 오고가는 중간지점부터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은유가 큰 은유에게 그 동안 하지 못한 어리광을 마음껏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를 잃고 15년 동안 외롭게 지내오느라 힘겨웠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울부짖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두 은유와 현철이이며 아빠가 각자의 골방에서 나와 서로를 만나기 위해 걸어오는 것 같다. 세 사람의 세계 속에서 교집합을 찾으려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아지는 것 같이 세 사람 모두 용기를 내어 상처받을까 외면했던 현실을 뚫고 천천히 마주할 시간을 향해 말이다.

 

 

  세상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특별한 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일 거야. 46.p

 

 

  서로에 대한 오해와 두려운 감정으로 인해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살아온 부녀는 엄마의 편지로 인해 점점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어린 은유의 상처가 깊었던 만큼 아내를 잃고 갓난아기인 딸을 키워야했던 아빠의 고통과 외로움도 컸을 것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의 노력과 책임감 있는 행동 없이 무조건 이해할 수 없는 거니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족이라고 해서 네가 원하는 모습대로 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란 뜻이야.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 137.p

 

 

 “넌 가족이 뭐 엄청 특별한 건 줄 알지? 가족이니까 사랑해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믿지? 웃기지 마. 가족이니까 더 어려운 거야. 머리로 이해가 안 돼도 이해해야 하고, 네가 지금처럼 멍청한 짓을 해도 찾으러 다녀야 하는 거야. 불만 좀 생겼다고 집부터 뛰쳐나가지 말고. 너도 엄마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는 척이라도 해봐. 최소한 너도 노력이라는 걸 하라고.” 137.p

 

 

 아빠의 결혼과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된 은유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계속 되겠지만 예전보다 좀 더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만큼 은유의 세계가 확장되고 넓어졌을 테니까. 큰 은유의 편지를 계속 받을 수 없겠지만 다른 엄마가 옆에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 테니까.

 

 

 어쩌면 우린 너무 많은 기적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어. 217.p

 

 그 먼 시간을 건너 네 편지가 나한테 도착한 이유를.

  너와 내가 사는 세계의 시간들이,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있는 힘껏 너와 나를 이어 주고 있었다는 걸.                 

  참 신기하게도. 참 고맙게도. 218.p

 

 

 돌아보면 우리들도 누군가 세계를 건너 와주었기에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현재 우리가 살아 움직이며 함께 하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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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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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선물처럼 다가온 순간은 무엇인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선물>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제목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지만 그 문장만으로 위안을 주었기에 호기심을 갖고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게다가 <<올리브 키터리지>>,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이라니……타의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선정해준 마지막 단편 <선물>부터 읽기 시작했다. 하나의 단편으로도 훌륭하지만 앞의 8편의 소설은 물론이고 작가의 다른 작품과도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어 친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최근 나에게 선물같은 순간은 무엇이었나?

 

  흘러가는 시간은 붙잡을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잠시 가슴이 먹먹했다. -   315.p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 살면서 매우 친했던 친구에게 추석 명절을 겸하여 안부전화를 했다. 멀리 떨어져 살면서 1년에 한두 번 만나게 되고, 가끔 오해도 생기면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며 지내왔다. 그러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 갈 일이 생겼고, 어렸을 때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다시 옛날 어린 아이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 전 인사를 할 때, 친구는 내게 먼저 전화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건 어색한 말투로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할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마음이 꽉 차고 먹먹했다. 우린 다시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고, 시험을 핑계로 밤을 새며 만화책을 보거나 라디오를 들을 수는 없지만, 같은 추억을 간직하고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선물이라는 것을 안다.

 

  에이블에게는 링크 매켄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와의 대화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했고, 가난하고 어려웠던 순간 속에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현재의 자신을 지켜봐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딸, 그 딸의 자녀들과 우아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지금의 모습 속에 숨겨 둔 잊고 싶었던 진짜 자신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면 에이블은 바쁜 일상 속에서 진짜 자신의 모습 중 반은 잃어버리고 살다가 죽었을 것이다.

 

 에이블에게 삶이 수수께끼인 부분은,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잊어버린 후에도 그것을 지닌 채 살아간다는 사실이었다. - 335.p

 

 

 그는 링크 매켄지에게 덕분에 멋진 시간 - 너무나도 터무니없어서 오히려 절대적인 해방감을 주는 - 을 보냈다고,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346.p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문장은 덤덤하고 일상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각자의 자리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듯 그녀의 작품도 일상적이다. 그런데 힘이 있고, 삶이 주는 끈적끈적한 불쾌감 속에 보석처럼 빛나는 한 순간을 찾아내게 된다. 현재의 내가 되기까지 수많은 상황과 부딪치고 견디고 깨지고 성장하며 지금에 이른 나와 주변의 사람들을 소환하게 만든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손을 내밀고 잡아준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삶이 무엇이든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쩌면 그 미소가 그들에게는 고통에 찬 찡그림으로 보였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는 지금 그들을 남겨둔 채 초록빛 콩밭을 지나며 아주 가볍게 훌훌 -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 날아 있었다. 그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더없이 아름다운 사실을 가슴속에 지닌 채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그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스노볼을 사랑하는 어여쁜 소피아처럼 에이블에게도 친구가 생겼다고. 하지만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선물이 그런 시간에 그를 찾아올 수 있다면 무엇이든 …… 그가 눈을 떴고, 그래, 바로 거기 있었다. 온전한 깨달음이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가능하다. - 347.p

 

  어제 태풍으로 인해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도 엄마와 언니들과 아빠의 산소에 다녀왔다. 무섭게 퍼부었던 빗줄기도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지난 날 추억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며 웃었다. 돌아가신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어릴 적 친구도 돌아가신 아버지도 현재의 내 삶이 가능했던 이유다. 선물 같은 가을이 깊어간다. 태풍 피해가 매우 적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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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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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자기만의 구덩이에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3년 전 연말에 '세실리아'를 읽고 소설이 끝나는 여백에 '작은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들이 요트동아리와  세실리아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썼다. 3년만에 책장에 꽂아두었던 소설책을 다시 꺼내 가방에 계속 넣고 다녔다. 책 속에는 많은 문장에 밑줄이 쳐져 있었는데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처음에 책의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었을 당시의 내 모습은 기억났다. 


 소설의 시작도 '송년'이다. 대학교 동창들과 송년회를 하는 자리에서 정은은 '엉겅퀸'이라 불렸던 동아리 친구 세실리아에 대해 듣는다. 남자 동창들은 끈질기게 엉겨붙는 세실리아에게 '엉겅퀸'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지만 그 별명이 진짜 뜻이 엉덩이가 아주 건강하고 풍만해서 지어진 것이란 말을 듣게 된다. 함께 요트동아리를 하며 20대 초반을 지낸 친구들이지만, 남자들의 성희롱에 가까운 말이 거슬렸다. 3년 전에도 그랬을까. 작가도 그것을 의식하였을까 정은이 누구하고나 잘 수 있는 송년이지만 그렇지 않겠다고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세실리아는 같은 동아리 친구인 치운이와 연얘를 했다. 다른 동아리 부원들은 그런 세실리아를 미워하고 따돌렸다. 그리고 세실리아는 사라졌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투명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은은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지만 무관심이나 방관도 동료를 그림자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사라진 세실리아가 친구들 사이에서 십 여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입에 오르내린다. 사람들은 연못의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고 가라 앉게 만든 다음 가라앉은 연못 속에서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동결이라는 상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내 안의 모든 것이 아주 차가워져서 살이 붙고 피가 붙고 똥도 붙고 눈물도 곁붙어서 차가운 것들이 견딜 수 없게 차가워서 붙고 붙다가 더는 붙을 수 없어 멈춰버린 상태. 가장 저점에서 엉기고 마는 상태. 그런 건 나쁠까. 좋을까. 아니면 나쁘지도 좋지도 않을까. (86.p)


 정은은 세실리아를 다시 만났다. 하나도 변하지 않는 풍만한 엉덩이와 몸매를 가진 까무잡잡한 세실리아. 송년에 친구들과 그녀에 대해 떠들었던 나는 신년에 그녀를 만나 작업중이라는 구덩이도 보고, 팔짱을 낀 채 함께 닭요리를 먹으러 갔다. 그리고 유럽에서 박지성보다 더 유명해졌다는 세실리아와 술을 마시고 눈물을 흘리고, 어딘가 둥둥 떠서 흘러가는 것 같은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그리고 다시 송년이다. 인원은 작년보다 조금 줄어있다.


 세실리아는 그렇게 파고 또 파고 들어가서 어디까지 파들어가고 싶었을까. 그곳은 어떤 고통의 바닥, 말로도 이미지로도 전할 수 없고 오직 행위로만 드러낼 수 있는 상처들이 엉겨 있는 바닥이겠지. 여기가 바닥인가 싶다가도 또다시 바닥이 열리는, 그렇게 만화경처럼 계속 열리는 바닥이겠지. (100.p)


 어쩌면 세실리아는 삶을 알았다고 말할 만큼 무덤덤해지고 무기력해진 자신들에게 그래도 한때 젊고 싱싱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줄이 아니었을까. 자신한테 끌어 당길 수는 없으나 놓고 싶지 않은 줄말이다. 세실리아는 그런 친구들을 알고 있는 듯 구덩이를 파고  또 판 다음 그안으로 들어가 버릴 것만 같다. 우리들의 세실리아가. 그리고 나와 트 동아리 친구들도. 어쩌면 우리 삶이란 어딘가로 점점 빨려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각자의 구덩이만 다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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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쓰시마 1
오푸노쿄다이 지음,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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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다롱이때문이다. 2년 전 친구가 해외여행을 가면서 내가 23일 동안 다롱이를 돌봐주어야 했다. 고양이에 대하여 거의 무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고양이의 생태와 버릇,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점,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을 알아두고 다롱이를 찾아갔다. 앞 사람이 아침 일찍 나가고, 내가 밤늦게 도착했을 때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긴 울음소리를 내며 현관에 서 있던 다롱이가 내 다리에 털을 비비며 떠나지 않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물론 친구가 돌아오자 다시 원래의 새침한 자세로 돌아가긴 했지만 말이다.

 

  쓰시마는 여기저기 자유롭게 떠돌던 길고양이다. 떠돌다 들린 집 주인 할아범이 동물 도감에 서 쓰시마 들고양이라는 것을 찾아주었고, 그 뒤로 쓰시마가 이름이 되었다. 그가 죽자 집도 밥도 사라진 쓰시마는 다시 길을 돌아다니다 현재 할배(여자임)집에 다시 정착하게 되었다.

 

인간이 사라진다. 그러면 집도 밥도 사라진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23.p

 

 

  이 집에는 쓰시마 말고도 다른 고양이들이 함께 산다. 그들은 공주님, , 오사무, 그들의 집사를 자청하고 나온 할배까지 서로를 보호하고 챙겨주고 적당히 귀찮아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내 이름 쓰시마>>는 인간의 시각이 아닌 고양이 쓰시마의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고 유머가 느껴진다. 노랗고 검은 줄무늬 복대를 한 쓰시마가 보여주는 일상은 사람들의 삶과도 닮아있을 뿐 아니라 더 끈끈하고 아껴주는 애정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다롱이가 내 친구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듯이 고양이 가족들은 할배의 보살핌과 사랑 속에서 서로를 위로해 주고 보호해 준다. 그것만으로 아름답다. 만약 혼자 살아가는 할배에게 고양이 가족들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을 때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갖으며 살아갈 수 있다.

 

 

공주님도 우리도 단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기적이라고 했다. 168.p

 

 

  내가 친구의 고양이와 23일을 보내면서 느낀 점도 그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생명을 가진 존재가 각자의 자리를 잡고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 온기 있고 활기찬 일상을 살게 한다는 것을. 세상은 인간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으면서 말이다.

 

  나도 고양이를 기를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긴 했었다. 그러나 아직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털이 날리면 재채기를 심하게 하고, 무엇보다 바쁜 일상이 다른 생명을 책임지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팻로스 증후군을 감당할 용기가 없다. 23년간이나 함께 보낸 공주님을 떠나보낸 할배가 1년이 지난 후에도 공주님이 쓰던 고타쓰 이불을 밟지 않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별 남는 그리움은 때론 감당하기 힘들다.

 

 

사랑스러워, 사랑스러워, 생명 아름다운 생명 수많은 생명,

모두 모두 너~무 좋아. 정말 좋아!! 나는 오늘도 열심히 경비를 서고 있다. 177.p

 

 

  공주님은 떠나갔지만 오늘도 할배와 챠, 오사무는 서로를 쓰다듬으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열심히 경비를 서고 있는 쓰시마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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