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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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단편들이 많고, 보급형으로 착한 가격의 책이라 좋아하고 매년 구입하는 책이다.
올해는 김봉곤의 《그런, 생활》로 인한 문졔가 터져나왔고, 작가와 윤리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개인과의 사적인 대화를 그대로 소설속에 집어넣은 것은 재능보다 앞선 양심과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내버린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물론이고 함께 수록된 작품의 작가들에게도 큰민폐를 끼친, 오점을 남긴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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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의 작품은 처음이다.
표지를 보니 소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함께 읽으면 좋을 소설같다.


#지복의 성자#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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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 솔직하고 다정하게 내 안의 고독과 만나는 방법
에바 블로다레크 지음, 이덕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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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던 서른 살, 런던에서 에든버러를 향해 밤새 8시간을 달려가던 버스 안에서 나는 극심한 외로움을 느꼈다. 버스 안에는 나와 동생, 멕시코에서 왔다는 스무 살 먹은 두 명의 여학생 이렇게 4명뿐이었다. 나는 지구가 아닌 우주공간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그때는 동생도 다른 사람들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에서 시작된 지도 모를 외로움에 빠져 무섭고 두려웠던 밤이었다. 마치 외로움이란 단어가 내 온 몸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이란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그때가 떠오른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느꼈던 소외감이나 외로움이라기보다 알 수 없는 시·공간 속에 나 홀로 던져진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외로움이란 감정으로 자리했던 것이다. 그 순간 사람은 철저히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 감정의 두려움과 무서움은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나온 모든 존재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까지도 그것을 느끼고 경험할 것이다. 그러니 때때로 외롭고 힘들다고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고백하고 인정해야 한다.

 

 

  만약 그때 버스 안이 사람들로 꽉 차 있고, 평소에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다면 그런 감정은 아마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8시간이나 되는 긴 밤을 달려가는 동안 사람들과 나누었던 의 이야기가 쌓이고, 친구의 잠든 얼굴을 엿보며 미소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느꼈던 감정은 내 존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을 외롭게 만드는 것들이 한 시절 힘들고 괴롭게 만들기는 하나 그것을 딛고 더 성숙한 사람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했다.

 

 

  이 책의 특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책속에 나오는 이야기들과 사례들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람도 그 중 하나에는 해당될 수 있는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이 어린 시절, 부모와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고통이며, 그로인해 성인이 되어서까지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경우라든지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과 죽음, 늙고 나약해진 육체적· 정신적 고통 때문이든 상관없다. 그중 하나라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그로 인해 점점 자기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자신이 나에게 보내는 사인에 귀 기울이고 응답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의사를 찾아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제외하고 저자가 추천하는 처방전을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과 재미있게 놀 수 있을 때 진정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가 되면 폐소공포증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불러오는 것이다. 어떤 성향이든 관계없이 혼자서도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251.p

 

 

 

  나는 이 책에서 추천하는 방법 중 ‘15분 동안만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 시작하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이든 시작하고 15분까지만 계속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그만 두어도 상관없다. 나는 그 방법으로 시작한 그림 그리기로 우울해질 수 있는 시간들을 잘 보냈던 경험이 있다. 그 누구보다 자신과 대화하고 혼자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사람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살다 보면 컴컴한 어둠 속에 혼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두렵고 무서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외로움은 나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럴 때 제일 먼저 내 자신에게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품고 있을 때 끝도 없이 커지기만 하던 상상이 말하는 순간 작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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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 탄광
진 필립스 지음, 조혜연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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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유대감을 느끼며 살아가면서도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장소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길 원한다. 테스 또한 부모님과 언니, 남동생 잭을 피해 집의 뒤테라스에 편하게 앉아 나무로 된 우물을 바라보는 시간을 즐겼다. 그것은 테스에게 최고의 시간이자 행복이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어두운 밤,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테스는 낯선 여인이 우물에 아기를 빠트리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 여자가 아기를 내버리고 간 뒤, 한동안 꽤 오래도록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내 귓가에는 그 첨벙하는 물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13.p)

 

 

  그 물소리는 아기가 수면에 부딪혔다기보단 우물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 같았다. 자신 안에 끔찍한 뭔가가 떨어진 사실을 알고 놀라고 당황해 소리를 내지르듯 내게 도움이라도 요청하듯(15.p)

 

 

  그날 밤부터 테스는 악몽에 시달린다. 테스와 그 가족에게 있어 우물과 탄광은 어떤 것일까? 탄광은 아버지 앨버트의 세계이자 그의 가족들의 삶을 유지하고 지탱하게 해 주는 근원이다. 탄광이 있고 그곳에서 계속 일을 해나가는 아버지 앨버트가 있는 한 테스의 가족은 부유하지 않지만 평화롭고 소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있다면 어둠 속을 불빛으로 비춰보는 일이었다. 나는 어둠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아니, 어둠에 찌들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팔꿈치 주름과 손금 사이사이 그리고 손톱 밑마다 지워지지도 않는 새카만 자국이 들러붙어 있었다. 늘 목구멍 저 밑에서부터 어둠의 맛이 느껴졌고, 한밤중이면 기침을 해대며 그 어둠을 뱉어내곤 했다. 19.p

 

 

  또 다른 면에서 그들이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심에 우물이 있다. 우물은 갈증과 배고픔을 해결해 주고, 인간으로서 존재를 지키며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한 축이다. 그래서 어린 아기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은 가족 전체의 삶과 가치관, 그들의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끔찍한 일은 갖가지 모양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지만 그로인해 세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성숙한 한 사람으로 발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테스가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죽은 아기의 이름을 찾아 주고 싶어 하는 것이나 버지가 의심이 가는 부인들의 리스트를 작성한 뒤, 그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면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부끄러움과 잘못을 깨닫게 되는 것까지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빈부 차이와 상관없이 사람들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가족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우물사건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앨버트 역시 우물에 아기를 버리는 것이 끔찍한 일이긴 하나 그 이유가 전부 잔인하고 악의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흑인이자 성실한 동료인 조나를 통해 깨닫게 된다.

 

  …… 그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 봐온 느낌이야. 그게 껍데기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껍데기를 까거나 깨서 그 안에 든 걸 보려는 시도도 안 했던 거지. 171.p

 

 

  우리도 살다보면 자신과 무관하거나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삶 속에 불쑥 끼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로 인해 아픔의 시간을 겪거나 괴로워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조금은 예전과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란 존재가 세상에 당당히 소리치고, 무엇이든지 마음먹은 일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아왔지만, 국가적 재난과 사회관계망의 불신, 사람들과의 갈등과 경제적 어려움 등 불가항력적인 일을 겪으면서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고 나약한 자신을 인정하며 타인과 협력하며 해결방법을 찾아 애를 쓰게 된다. 우리가 어려운 일을 겪었다고 삶이 끝나거나 일단락되어진 후 다시 이어서 시작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테스와 그의 가족이 우물 속에서 아기 시신을 발견하고 나서도 힘겨운 일상을 계속해서 살아내는 것처럼. 소설은 무언가 삶을 흔들고 고통스럽게 만들 수는 있지만, 우리의 삶은 그 속에 빠져서 마냥 허우적대며 있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내내 우물과 탄광이 단편이었다면 우물사건이 소설전반에 중심이 되고, 그 순간이 주는 이미지와 묘사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묘미가 되었을 것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장편이었기에 우물 사건은 화두가 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성장과 변화해 가는 모습들이 핵심이 되었다. 그것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정해놓은 규율 안에서만 행해졌던 선의에 대한 앨버트의 자각과 테스가 우물에 아기를 버린 여자를 찾아내고 그녀에게 용서한다고 말해주는 장면은 독자로서 잊혀 지지 않는 장면이다. 그 가운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고 치열하며, 생생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또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앨버트와 리타, 그들의 보호 아래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끈끈한 우애를 보여주며 성장해 나가는 버지, 테스, 잭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등장인물의 각 시점으로 진행되는 구성도 소설의 지루함을 없애주는 데 한 몫 한다. 추리소설일줄 알았던 나의 추측이 빗나간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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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잔상들
장혜령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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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후에 남은 것들

사랑의 잔상들- 장혜령 산문집

 

 

  사람이 호감을 갖고 다가왔을 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손을 내밀고, 내민 손을 잡아 주는 것이다. 서로 손을 잡음으로써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조금씩 마음을 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함께 존재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손을 내미는 것은 최초의 용기이고, 떨림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도 우정도 그렇게 시작된다.

 

 

기꺼이 원했던 건

손을 내미는 것.”

 

이 말은 이렇게도 들린다. 우리 삶은 결코 돌이킬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원했던 건,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고. 12.p

 

 

 

  그래서인지 수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초등학교 수업시간, 선생님과 친구들 몰래 짝꿍이 내민 손을 잡고 가슴 뛰게 행복해했던 일을 잊지 못한다. 철없던 어린 소녀였지만, 그 감정의 시작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사랑도 현재 진행 중일 때보다 그 열기가 식고 끝났을 때 그 실재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사랑하던 대상이 변했거나 사라졌을 때, 그 뒤에 남는 것은 오롯이 자신이 느끼고 체험했던 기억과 그것들의 변주이다. 그래서 그 이후 남겨진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사랑이 삶을 확장시키거나 갉아먹을지라도 여전히 그것을 갈망하고 또 다른 사랑 속에 뛰어들게 만든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 사랑은 큰 에너지이자 환상이다. 아름답지만 슬픈 환상.

 

 

언젠가부터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라 타인과 맞닿은 무수한 기억의 편련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미지들은 하나의 확고한 선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미지는 돌연히 나타나는 섬광과도 같다. 그 빛은 순식간에 우리의 마음을 강타하여 잠식한 뒤 이내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그런 빛들이 없었다면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 빛들의 자취는 내가 캄캄한 삶 속에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지도와도 같았다. 14.p

 

  만약에 우리가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랑이 없다고 믿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 삶은 더 효용적이고 간결해졌겠지만, 그만큼 건조하고 재미없는 삶이 되었을 것이다. 깊은 밤, 눈을 감고 감미로웠던 순간을 되씹어 보는 시간과 나 아닌 타인의 슬픔에 가슴저려가며 눈물 흘려주던 보석 같은 사랑을 잃고 어떻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름다워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눌 줄 알기에 사람들은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우리는 그 잔상들을 붙잡으며 단단히 견디고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

 

 

  장혜령의 문장은 산문이면서 시이다. 사랑의 잔상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풀어놓았고, 소유했다. 그러나 그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또 다른 자신만의 사랑과 문장을 갖게된다. 그리고 나아가 읽는 이의 마음을 감싸준다. 사랑의 잔상들이 사랑을 잃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들의 버팀목 같다고 속삭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아프면서도 힘이 있다.

 

 

영어 단어 'deliver'에는 전달하다라는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뜻 외에 구원하다라는 뜻이 있다. 누군가에게서 누군가에게로, 손에서 손으로 무엇을 전한다는 것,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그 무엇을 옮겨놓는 일에 구원의 의미가 담긴다는 것은 무척 상징적이다. 205.p

 

 

  사랑은 작가에게 수많은 잔상을 남겨 주었다. 그 잔상들은 우리에게 사랑의 문장이 되어 다가왔다.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아주며, 손에 담긴 무언가를 소중히 받고, 다른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건넨다는 것은 참 떨리면서도 무언가 벅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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