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스도인 되기 - 새로운 수도원 운동이 찾은 그리스도인 본연의 삶
조너선 윌슨하트그로브 지음, 손승우 옮김 / 비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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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컷 욕을 먹는 요즘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더 다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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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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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릿>은 아버지 햄릿 왕의 죽음을 애도하는 덴마크의 왕자 햄릿의 비통한 모습부터 보여 준다. 햄릿 왕은 궁궐 정원에서 잠을 자다 독사에 물려 죽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왕이 서거한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삼촌 클로디어스와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왕비가 혼례를 치르게 된다. 어머니와 함께왕의 자리도 삼촌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렸다. 이렇게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 햄릿은 삶의 의욕을 잃고 크게 상심한 채 방황한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서 어머니를 저주하게 된다.

 

햄릿 오, 너무나 더럽고 더러운 이 육신이

허물어져 녹아내려 이슬로 화하거나,

영원하신 주님께서 자살금지 법칙을

굳혀놓지 않았으며, 오 하느님! 하느님!

이 세상 만사가 내게는 얼마나 지겹고,

맥빠지고, 단조롭고, 쓸데없이 보이는가!

역겹다, 아 역겨워, 세상은 잡초투성이

퇴락하는 정원, 본성이 조잡한 것들이

꽉 채우고 있구나. 이 지경에 이르다니!

 

……

 

쓰라려 불그레한 그녀의 눈에서

가장 부정한 눈물의 소금기가 가시기도 전에

결혼했어 - 오 최악의 속도로다!

그렇게 민첩하게 상피붙을 이불 속에 뛰어들어!

이건 좋지 않고, 좋게 될 수도 없는 일.

허나 가슴아 터져라, 입은 닫아야 하니까.

                                                                                                                 p.24~25

 

 이처럼 아버지의 죽음, 삼촌과 어머니의 죽음은 젊은 햄릿 왕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햄릿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술 마시고, 괴로워하며 어머니와 삼촌을 저주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유령이 햄릿 왕자의 친구 허레이쇼 앞에 나타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유령은 곧 햄릿에게도 찾아온다. 햄릿은 아버지 유령을 만난다. 클로디어스가 자신을 살해했다고 고해바친 유령은 햄릿왕자에게 자기를 복수하라 명한다. 피 끓는 분노를 느낀 햄릿 왕자는 처음엔 순순히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이내 그 유령이 진정 아버지의 혼령인지, 아니면 자기를 악의 구렁텅이로 유혹하려고 나타난 지옥의 사자인지 의심한다. 그럴수록 햄릿의 괴로움은 커지고, 그 안에서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햄릿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가--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 ,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

 

……

 

                                                                                                                  p.94~95

 

  햄릿은 비밀을 알아버린 자였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는 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짐은 더욱 무겁고, 갈등은 배가 되었다. 고심 끝에 왕자는 클로디어스가 저지른 살인을 똑같이 재현하는 연극을 왕과 왕비 앞에서 상연하기로 결심한다. 클로디어스의 반응으로 유무죄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햄릿은 이 연극 안의 연극쥐덫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연극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진 클로디어스는 공연장을 황급히 떠나 버리고, 이를 본 햄릿 왕자는 그의 유죄를 확신한다. 곧이어 햄릿은 홀로 성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클로디어스를 발견한다. 하늘이 준 기회였지만 햄릿은 클로디어스를 죽이지 않는다. 기도하다 클로디어스가 죽으면 그 영혼이 곧바로 천국으로 갈 것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햄릿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동안 결국 모든 상황은 비극으로 내닫는다. 왕비 내실 커튼 뒤에서 인기척을 낸 클로디어스는 햄릿의 칼에 맞아 죽고, 옛 연인 오필리어는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스는 순식간에 가족을 둘이나 잃고 격분하고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 주지 않는 클로디어스에게 반기를 든다. 그러나 클로디어스는 간교한 말로 레어티스를 꾀어 그의 분노와 칼끝이 햄릿을 향하게 한다. 햄릿과 레어티스의 시합 도중 무심결에 아들 햄릿의 음료를 마신 거트루드가 숨을 거둔다. 레어티스와 햄릿은 둘 다 독을 바른 검에 찔려 치명상을 입는다. 시합 동중에 칼이 한 번 바뀌었기 때문이다. 레어티스의 온 몸에도 급속도로 독이 퍼진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햄릿은 클로디어스를 죽인다. 영국에서 온 사신이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이 처형되었다는 소식도 전해 준다. 햄릿이 바꿔 친 편지가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충직한 허레이쇼는 자결하여 햄릿 왕자의 뒤를 따르려 한다. 그러나 햄릿은 그에게 살아남아 자신의 이야기를 후대에 전해 달란 부탁을 남긴다. 노르웨이의 왕자 포르틴브라스가 왕국의 새로운 영도자가 되어 피로 물든 덴마크의 질서를 바로 세운다. 덴마크는 새로운 왕과 국가의 독립을 맞바꾸었다.

  햄릿의 마지막 결단은 결국 모든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덴마크의 젊은 왕자는 아버지의 죽음, 삼촌과 어머니의 결혼으로 인해 현실에서 살아갈 의지를 잃었다. 비열하고 저속한 삼촌을 미워하면서도 저항할 힘을 기르지 못했다. 그런 햄릿 앞에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 복수를 부탁하고 사라졌다. 이젠 햄릿이 이 모든 상황 앞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떨치고 나가야 할 것인가 고민했어야 했다. 그가 고민한 것은 복수할 것인가 그냥 넘어갈 것인가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잘못된 비리를 해결하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갚을 것인가 새로운 왕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힘을 키워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원수를 갚든 왕이 된 삼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아버지 유령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햄릿은 아버지 유령의 말과 자신의 나약함, 갈등속에 갇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 갔다. <햄릿>은 결말은 끔찍한 비극이다. 살아남은 자 없이 모두가 칼에 죽고, 독에 죽고, 물에 빠져 죽는다.

  <아버지의 유령>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햄릿, 즉 젊은 세대는 자신의 길을 갈 수 없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안락한 환경과 지식은 젊은 세대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새로운 길을 닦기 위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가 쌓아올린 것에서 다시 출발하는 만큼 시행착오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유령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아버지의 시대가 해결하지 못한 악행과 불행이 아들의 목을 잡고 늘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들과 그 세대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고민과 갈등은 이 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버지의 왕관과 복수를 선택할 것인가, 삼촌을 치고 무너진 자신의 왕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 내가 선택한 사랑에 대해 책임을 지고, 앞으로 어떠한 미래를 살아갈 것인가의 고민 말이다. 그리고 선택한 삶에 대해 행동하며 나아가야 한다.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감당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아버지 세대의 유령과 마주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삼촌과 어머니의 결혼에 낙담하지 말아야한다. 이 시대의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때 그 길에서 만난 우리의 유령과 씨름하고 갈등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햄릿만의 왕국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햄릿, 아버지의 유령에서 벗어나 너의 길을 걸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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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성석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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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푸는 입담의 귀재, 선생님의 에세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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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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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마음의 문을 열고 찾아올 지도

 

 

 점점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책을 사고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과거에는 책이 귀하고 비싼 것이었고, 문자를 알고 뜻을 독해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소수였기 때문에 책 읽는 사람들이 적었다. 시간이 흘러 현대에는 책값이 저렴해지고 문자를 너무나도 쉽게 독해할 수 있는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스마트 폰과 인터넷 등과 같은 매체의 발전과 바쁜 일상에 쫓겨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보면 책을 많이 읽고 그 속에서 재미와 깊은 철학,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행운아 중에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정민 교수의 <책벌레와 메모광>을 읽으면서 시간을 초월하여 책에 미치고, 그 책속에서 새로운 세상과 길을 발견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런 책벌레들의 책을 사랑하는 모습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메모하는 것을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옛날 엄마들은 뒤주와 항아리에 쌀과 물이 가득 차 있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고 하셨다. 마찬가지로 나를 비롯하여 주변의 책벌레들은 책장도 모자라 방안 구석구석에 책이 가득 차 있으면 신나했다. 새로 나온 좋은 신간을 구입했거나 갖고 싶었던 책을 선물 받았을 때 그 책 표지만 보고도 행복한 미소가 떠오르는 사람들은 요즘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아 더 귀하다.

  나는 책을 사서 재어 두는 편이다. 한 달 평균 4~5만원 정도 책값에 할애하는 편인데 그렇게 구입한 책들을 다 읽지는 못한다. 그러나 내 손에 들어온 책들을 정돈하고 책장에 꽂아 두거나 책상에 올려놓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지금 당장은 그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 읽고 싶을 때 바로 찾아서 읽거나 그 책들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책은 재산이면서 좋은 친구이다. 책만 있으면 혼자 있는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으며, 누군가 방해하는 것을 피해 숨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그 재미를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내심 다행이다 싶을 때도 있고, 진짜 좋은 것을 누리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20151111일 수요일에 읽기 시작해서 1129일 일요일에 다 읽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일기처럼 책 맨 위쪽에 읽은 날짜를 쓰고, 읽은 부분에는 시간을 썼다. 날씨도 쓰고, 간단한 기분과 했던 일도 썼다. 역사 속 책벌레들도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책을 읽으며 공감이 가면서도 재미있어서 혼자 많이 웃었다. 1123일 월요일에 읽었던 고서 속의 메모편 위에는 오늘이 소설인데 첫 눈은 내리지 않았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메모는 나의 힘, 12시가 다 되어 가는데 오늘 읽어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라는 말도 함께. 1127일 금요일 다산 필첩 퍼즐 맞추기부분에는 오늘 김장하는 날인데 엄마랑 이모가 다 해버리고 나는 할 게 별로 없어서 책을 읽기로 했다.’라고 써져 있다. 선조들의 책속에서도 이런 메모와 다양한 습관들이 펼쳐져 있었다. 특히 저자인 정민 교수가 2012년 겨울, 하버드 대학교 옌칭연구소에 체류하고 있을 때 만난 우규승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메모해 둔 글들을 읽었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 메모의 내용도 물론 좋았지만, 우규승 선생이 말하고 있는 동안 무언가를 정신없이 적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 줄의 메모가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한 줄의 메모를 적기까지 그것을 몸에 배도록 습관화 시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책을 읽다보면 순서가 생긴다. 처음 눈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손에 형광펜이나 볼펜, 연필을 들게 되고, 밑줄을 긋게 되며, 그 아래에 자신의 생각을 쓰기도 한다. 시간을 내어 책에 대한 독후감이나 서평을 남기게 되고, 더 전문적인 글쓰기로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단순히 정적인 읽기 행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긋고, 쓰고, 나누고,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시키는 동적인 행동으로 발전하기 쉽다. 책을 읽고 메모를 나누는 것이 작은 몸부림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사과 씨 속에 커다란 사과나무가 들어있는 것과 같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산의 위대한 학문 뒤에는 이렇듯 체질화된 메모의 습관이 있었다. 메모로 남의 오 류를 지적하고, 메모로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았다. 다산이 다산인 까닭은 메모를 통 한 생각 관리의 탁월성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생각 관리가 안 되면 학문은 물 건너 간 일이 된다. 불과 며칠 전에 자신이 쓴 메모를 보면서도 내가 쓴 것이 맞나 하는 것이 우리의 기억력이다. 메모로 남겨두지 않으면 아예 안 본 것과 같다. 밥 먹듯 메모하고 숨쉬듯 기록해야 마땅하다.

 

                                                                                        p.180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그 책에 대해 모두 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기 위해서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기록으로 남긴 것만이 내가 진짜 아는 것이다. 글로 쓸 때 내가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구체화되고 지식이 된다. 글로 쓰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진짜 알고 있는 것도 이해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TV와 영화 속에서 본 것들이기에 스스로 알고 있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자신이 자신에게 속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렇기에 책읽기와 메모는 같이 간다. 그것은 떨어질 수 없는 동작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책 읽는 사람은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다.

  누군가 물었다. 먼 훗날 80이 넘고 지나간 시간과 추억을 떠올린다면 무엇이 생각날 것 같은지. 가족과 친구들, 그들과 나눈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들도 물론 떠오르겠지만 늦은 밤까지 나 혼자 책을 읽기 시작하여 밤을 새웠던 일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나 에세이 등을 읽고 그 책의 읽은 부분이 늘어나면서 읽을 부분이 조금밖에 남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워했던 일들을 기억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책에 대하여, 나의 생각에 대하여, 때로는 읽기가 아닌 쓰기 위해 애쓰고, 힘들어 하며 뿌듯해 했던 순간들도 떠올릴 것 같다. 아름답지 않은가? 벚꽃 핀 봄밤에 설레는 가슴을 붙잡고 읽었던 많은 소설들, 무더운 여름 미친 듯이 울어대던 매미울음소리를 견디며 붙잡고 씨름했던 글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며 많은 책을 구입했지만, 그 책을 읽지는 못하고 붙잡고만 있었던 날들, 추운 겨울, 깊어가는 밤이나 눈 오는 밤에 TV를 보거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한 장씩 넘기며 읽어 나가는 사람의 모습들이 말이다.

 책 읽는 모습, 그 위에 자신만의 생각을 한 자 한 자 써내려 가는 사람의 모습은 참 아름답고 오묘하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 마음의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될 지도 모른다. 우주의 한 부분이 내게 찾아온 것일 수도 있고, 새로운 내가 나를 찾아온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지나가는 바람 소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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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깔 = 꿀색 - 개정증보판
전정식 글.그림, 박정연 옮김 / 길찾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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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색은 피부색을 가리키는 말 치고는 참 예쁜 말이다."

                                                                                                                     p.15 

 

 

  피부색깔은 꿀색이라는 제목이 좋았다. 꿀은 달콤하면서도 황홀하고 약이 되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 전정식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접하고 살아간 곳은 서울역 근처 거리였다. 그곳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배고픔과 추위를 견딜 때 그의 나이는 다섯 살이었다. 그곳에서 경찰아저씨의 손에 이끌려아동 보호소로 옮겨져 살게 되었고, 다시 낯선 땅 '벨기에'로 입양을 갔다.

 

 "우리 마을에는 십여 명의 입양아가 있었다. 거리에서 자기와 닮은 이미지를 마주치고 그냥 지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거북한 느낌이 드는 건 입양됐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버려졌었다는 사실때문이었다. 누군가로부터 거부됐다는 것이 내겐 수치심과 같았다."

                                                                                       

                                                                                                                     p.79

 

그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했던 '전정식'은 자기와 같은 또다른 이방인들을 만나지만 그들은 쉽게 가까이 지내지 못했다. 

 

  그를 포함한 수많은 해외 이방인들은  뿌리에 대한 믿음을 잃고 세상에서 부유하듯 살아간다. '자기가 누구인지'누구나 쉽게 묻게 되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어설픈 말과 감상으로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성취감도 자아 정체성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그러나 그들은 대한민국이 낳았고, 또 길렀어야했던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안타깝지만 그 무게를 견디고 다시 일어나 걷고 뛰고 날기를 바랄뿐이다.

 

 

 "입양은 우리가 입양 가정에 인도되는 그날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우리 입양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채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나아간다. 부모의 지지와 사랑은 필수적이다."

 

                                                                                                                   p.255

 

 나는 꿀색을 가진 수많은 전정식, 그런 당신들을 응원한다. 죽지 않고 살아서 훨훨 날 수 있기를, 입양의 여정에서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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