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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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원본과 그 이후 다시 다듬어진 소설을 비교해보며 읽는 재미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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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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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온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

 

  제 15회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눈 한 송이가 녹는 시간>은 첫 문장부터 눈길을 끈다. 자정 무렵 나를 찾아온 그는 3년 전 죽은 예전 직장 동료였던 임 선배의 혼이다. 작품의 현재축은 매우 짧다. 자정 무렵부터 새벽 어느 시점까지이며, ‘를 찾아온 임 선배의 혼과 현재 쓰다가 멈춘 광대극 노힐부득달달박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차를 대접해야 할까? 하지만 죽은 사람이 차를 마시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차를 끓이는 동안 그를 혼자 두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팔짱을 끼고 서서 잠자코 그의 얼굴을 건너다 봤다. 어쩐 일이세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뭐든 이유가 있겠지, 죽은 지 삼 년이 지난 뒤 누군가에게 올 때에는. 기다려보기로 했다.’

                                                                                                                                                            p.11

 

 

  작가는 처음부터 그가 죽은 영혼임을 밝히며 시간과 상황을 초월하여 소설을 진행시킨다. 그런데도 혼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 읽는 이도 쉽게 몰입하게 된다. 우리 또한 그럴 수도 있다는 것처럼. ‘임 선배’, ‘경주언니는 감포 바닷가의 콘도로 떠난 회사 수련회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부당하게 퇴사한 동료의 문제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경주 언니가 던진 맥주를 온 몸에 뒤집어 쓴 채 움직이지 않았던 두 사람 사이로 신입이었던 가 마치 증인처럼 끼어서 

끝까지 함께 있게 된다.

  작가는 임 선배와 경주 언니를 통해 부당해고출근투쟁’, ‘천막농성의 현실 위에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의 세계를 덧입혔다. 눈보라 치는 밤, 깊은 산속 각자의 암자에서 혼자 살아가는 두 스님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에게 찾아온 젊은 여자. 그녀는 관음보살이었으며, 두 스님은 차례로 황금 부처가 된다는 내용이었지만, ‘는 그것을 이어가지 못하고 광대극을 멈춘 채 글을 쓰지 못한다. 승려들이 황금 부처가 될 것 같지 않고, 길 잃은 여자가 관음보살일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강 작가의 이 작품은 <소년이 온다>의 연장선 위에 있다. 5·18 광주, 군인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죽은 소년의 혼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에서는 죽은 임 선배의 혼이 직접 찾아와 와 대화를 나누며 진행된다. 한국적인 정서를 잘 녹이면서도 설화의 내용을 작가만의 시점으로 바꾸고 새롭게 재창조해 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작품을 쓰면서 고민하고 애쓴 작가만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함께 있어주세요. 소녀가 말한다.

젊은 승려가 멀찍이 떨어져 서서 대답한다.

그건 안 된단다.

제발,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만.

소녀는 나무 욕조의 물속에 들어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머리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 다. 그 눈송이들을 커다랗게 확대한, 눈의 결정 모양을 한 빛무늬가 무대 뒤편 검은 벽에 하 얗게 비쳐 있다.

그 결정들을 홀린 듯 바라보며 승려가 묻는다.

왜 머리 위 눈이 녹지 않을까?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가 시간 밖에 있으니까요.

                                                                                                                                                 p. 41~42

 

 

  소설 속 는 희곡의 끝을 다르게 바꾸었다. 희곡얘기를 더 해달라는 선배의 말에 쓰다가 멈춘 장면을 말하지 못한다. 왜냐 하면 자신이 고통의 바깥에 있다는 사실을 무섭도록 생생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녀가 물 밖으로 걸어 나온다. 젖은 옷에서, 팔뚝과 종아리에서 쉬지 않고 물이 흘러내리는데, 머리 위에 쌓인 눈만은 아직도 녹지 않았다. 무대 앞 객석을 향해 한 발씩 다가오며 그녀가 말한다.

 

나는 잠을 잘 수 없어요. 당신은 잠들 수 있어요?

잠깐 잠들어도 꿈을 꿔요. 당신은 꿈을 꾸지 않아요?

 

언제나 같은 꿈이에요.

 

잃어버린 사람들.

 

영영 잃어버린 사람들.

                                                                                                                                                    p. 44~45

 

 

 바로 이 장면이 작품 속 의 고백이자 작가의 고백이다. 그 깨달음과 울림은 이 시대를 살아가며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고백이며, 우리 모두의 고백이기도 하다. 찰나의 순간 깨달음을 얻고 영원한 극락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황금 부처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럴 수가 없어 더 참담하다. ‘눈 한 송이가 녹는 시간은 시간 밖의 시간이고, 그 시간을 사는 사람들은 과거의 우리이자 현재의 우리이며, 미래의 또 우리일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과연 평화를 소망하고 그것을 누릴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헤어지려는가, 나는 생각했다. 그는 아직 점퍼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지 않은 채, 마치 검푸른 허공에 멈춰 서려는 듯 느리게 떨어져 내리는 눈송이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말없이 우리의 눈과 눈이 만났다. 평화를.

                                                                                                                                                         p. 52

 

 

  작가의 말처럼 현실의 삶과 죽음은 간결하고 냉혹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평화와 정의를 갈망하나 그것은 불가능해 보이고, 멀리 있어 보인다. 그리고 작가의 고민처럼 우리도 고통 바깥에 서서 괴로워한다. 우리들의 이 고통은 눈 한 송이가 녹는 시간동안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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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무빙 -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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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과 행동은 하나이다.
내 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보지못한 영화에 대한 설명이 많아 읽다보면 지루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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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7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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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때는 이해가 잘 안가고 뭔가 엄청난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했었다.
다시 읽을 기회가 생겨 읽다보니 파우스트는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시켜 보여 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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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베스트 컬렉션 문고판 세트 - 전5권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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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숲을 생각하다

<주말엔 숲으로>를 읽고

 

 어느 날 하야카와가 시골로 내려간 것처럼 3년 전 제 친구도 제주도로 내려갔습니다. 겁이 많아 혼자서 여행도 못 가는 친구였는데 출근길, 전철 안에서 쓰러지고나서 직장에 사표를 낸 뒤 엄마에게 독립을 선포하고는 제주도 도민이 되었습니다. 친구가 제주에 살고 있어 마유미와 세스코처럼 저와 친구들은 시간만 되면 자주 제주도에 놀러갑니다. 서울이 아니라 제주도라니 친구덕분에 우리가 계 탄 듯 참 좋습니다.

    

  일기예보에서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 비가 많이 내린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저는 대학원 수업이 종강하자마자 바로 친구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습기를 가득 머금고 몽환적인 신비한 분위기의 사려니숲을 만나려면 6월 장마가 시작되는 때가  좋습니다. 숲이 보내주는 천연 미스트를 온 몸으로빨아들이며, 보랏빛 산수국이 곱게 피어있는 숲길을 걷다보니 숲도 저도 생기가 넘치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끼께 되었습니다.

 

 '인간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만 걷는 건 아니다.'                                                     p. 16

 

 숲길을 걷다가 풀과 풀 사이로 거미집을 짓고 있는 거미가족을 보았습니다. 내가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든지 말든지 거들떠보지도 않고, 열심히 거미줄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두 마리의 거미가 당당해보였습니다. 저 거미줄에 많은 곤충들이 걸리게 되면 빠져 나오지 못하고 거미 가족의 식사거리가 되겠지요. 거미 가족은 잡힌 곤충들을 먹고 또다시 힘을 내서 새끼를 낳고, 집을 짓고 살아가고요. 숲에는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 생명들 사이를 걸으면서 작년 이맘때 쯤 그 당시 숲의 모습을 복기해 보기도 합니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숲은 우리와 많이 닮았습니다. 우리는 그때의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과 생각은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숲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보랏빛 산수국은 고운 모습으로 피어있고, 삼나무와 산딸나무,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지만, 그 길이와 두께는 조금씩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한라산 쪽에서 걷기 시작하여 붉은 오름쪽으로 나오는 길은 약 9정도 되는데 친구와 제 걸음으로 3시간이 걸립니다.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우리에게는 많은 이야기가 쌓여 갑니다. 친구는 올 봄 엄마와 이 길을 걸으면서 엄마사진을 많이 찍어두어서 좋았다고 말했고,는 제주도 방문때마다 찾아왔던 숲이 그래도 제 모습 그대로 있어주어서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숲에서 숲을 생각합니다. 숲이 있어서 지구가 숨을 쉽니다. 우리들도 숨을 쉽니다.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고, 건강하다는 증거인데 함께 걷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자신과 친구와 사려니숲과의 우정을  깊이 쌓아 갔습니다.

 

  ‘우주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이 숲속에서도 인간뿐이야. 상상력이 없다면 인간다움이 없는 게 아닐까’                                                                                                                     p. 66

 

 숲에 가면 저도 모르게 식물과 동물, 돌들과 공기와도 대화를 하게 됩니다. 산딸나무꽃은 왜 하늘을 바라보고 잎과 비슷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걸까요? 자신이 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잎이 되고 싶은 걸까요? 보랏빛 산수국은 다른 꽃 속에 또 다른 꽃들이 들어있는 것 같아 신기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모습에 자꾸 바라보게 됩니다. 그 산수국 옆으로 꽃잎을 닮은 보라색 작은 나비가 날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줄 알았습니다. 산수국 옆에 사는 나비는 모습과 빛깔도 닮아가나 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숲의 친구들 때문에 힘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꽃과 나무와 나비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내 모습에 제가 더 많이 놀랐습니다. 인간이 식물의 마음이 되어 이야기 나누고 감동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곧 사랑이 아닐까요? 내가 아닌 숲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 내 자신만 생각하고 앞으로만 달렸던 내가 나 아닌 타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기특했습니다. 5시 이후 사람들이 떠난 사려니숲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변할 것입니다숲도 인간인 저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지요.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상상해보았습니다. 꽃과 나무와 나비, 거미, 까마귀 등이 우리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모습을요.  상상력이 없다면 지루하고 뻔한 일상에 저는 금방 녹초가 될 것입니다. 숲을 나오면서 친구에게 내년 6월,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쯤 또 걷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때까지 둘 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자는 말도 나누었습니다.

 

  '내년을 약속하는 건 좋은 거 같아. 자신이 내년에도 건강하게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금.'                                                                                                     p. 106 

  

 숲의 지금은 저의 지금이고, 숲의 내년은 또 저의 내년이 될 것입니다. 사려니 숲을 나오며 내년에 할 일 한 개를 정해두어서 불끈 힘이 났습니다. 아마 서울에 올라가면 잠시 숲을 잊을지 몰라도 미리 잡아놓은 계획 때문에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숲에서 숲을 생각하니 나의 마음속으로 숲이 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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