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여가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3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오세곤 옮김 / 민음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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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조리극의 특성은 인간들의 막연하고 근거 없는 집단적 믿음(조리) 앞에 그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 적나라한 현실(부조리)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여간해서는 믿지 않으려 하는 현실의 모습 내지 삶의 조건을 집요하게 제시하고 있다. 부조리극은 비록 관객들이 현실로 인정하기 싫어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의 부조리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즉 부조리극은 비사실임 직하지만 엄연한 사실의 제시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부조리극은 어디까지나 직접적인 방식으로 현실, 즉 인간의 부조리한 상황이나 모습을 제시할 뿐이지 그것에 대해 특정한 반응을 유도하지도 않고, 어떤 대책을 암시하거나 충고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집단적 믿음을 떨쳐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며, 거기서 문제점을 찾아내어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은 철저히 관객의 몫이다.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는 인간 언어의 부조리함을 이야기한다. 인간은 자신들의 언어를 지극히 합리적이라 믿으며 문화의 축적과 의사소통의 도구로 삼지만, 실제로 그것은 대단히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해서 인간의 언어생활은 원초적으로 소통이 불가능한 오해의 연속일 뿐이며, 거기서 비롯한 언어의 횡포가 인간들을 핍박하고 있다고 본다.

 

마틴 부인 풀어진 구두끈을 다시 매고 있더군요.

마틴, 스미스, 스미스 부인 세상에!

스미스 딴 사람이 한 얘기면 안 믿었을 거예요.

마틴 왜요? 다니다 보면 더 이상한 일도 많아요. 오늘만 해도 지하철에서 봤는데 어떤 사람이 조용히 앉아서 신문을 읽더군요.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들이 당연하지 않고 희귀한 일이 되는 것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똑바로 보게 해준다. 그뿐 아니라 비논리적인 소통의 부재가 가지고 오는 언어를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와 대화가 단절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게 한다. 모두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며, 어떤 상황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인지도 알 수가 없다.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말에 대한 힘과 책임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정치가들의 선거공략은 당연히 지켜지지 않고, 세대 간의 불통으로 인한 갈등, 경청하지 않는 분위기, 자신의 말만 듣기를 바라는 기성세대와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고 포기해 버리는 젊은 세대 등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우리의 확신은 깨어지고 말았다.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듣고 있는가? 언어로 이루어진 우리의 문화 속에서 부조리를 조리로 바꾸고 진짜 소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묻고 또 묻게 된다.

 

전원 그쪽 아냐. 이쪽이야. 그쪽 아냐. 이쪽이야. 그쪽 아냐. 이쪽이 야. 그쪽 아냐. 이쪽이야. 그쪽 아냐. 이쪽이야. 그쪽 아냐. 이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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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 랑데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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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읽었는데 기억이 생생하고 반갑네요.
비행기에서 떨어진 병에 맞아 죽은 애인을 위해 복수하는 남자의 이야기.
참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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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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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틀랜드의 두 장군, 맥베스와 뱅코는 반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세 마녀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예언을 듣게 된다.

 

마녀1: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 영주시다.

마녀2: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마녀3: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

 

  이 예언을 들은 맥베스는 왕이 될 야욕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 사실을 부인에게 알린다. 그리고 레이디 맥베스는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 맥베스의 영지에 머물고 있는 던컨 왕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이에 맥베스는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주저하게 되지만 부인에게 질책당하고 결국 던컨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게 된다. 마녀의 예언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맥베스는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왕위를 누군가에게 또 빼앗기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백성들에게 폭정을 휘두르고, 귀족들의 원성을 입게 된다. 그리고 죽은 뱅코의 망령을 보게 되면서 그의 불안은 극에 달하게 된다. 한편 마녀를 찾아간 맥베스는 맥더프를 조심하며, 여자가 낳은 자는 결코 맥베스를 죽일 수 없다는 예언을 듣고  맥더프의 아내와 아이들을 죽이면서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한편 던컨 왕을 살해 하도록 맥베스를 부추겼던 레이디 맥베스는 결국 신경쇠약과 몽유병에 시달리다가 숨을 거둔다. 그녀는 맥베스를 왕의 자리에 올라가게 하므로써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었던 야욕을 채우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비극은 자신의 영혼이 나약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그것이 그녀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 하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맥베스 또한 맥더프와의 싸움에서 죽고 만다.

 

맥베스: 네놈은 헛수고를 하고 있어. 예리한 네 칼로 하여금 자국을 내는 것이 내 피를 보기 보다 더 쉬울 테니까. 그 칼로는 깰 수 있는 투구나 내려쳐라. 난 불사신, 여자의 몸 에서 태어난 자에게 굴복할 순 없느니라.

 

맥더프: 불사신아 절망해라. 네가 항상 섬겨왔던 수호신이 말할 거야. 맥더프는 때 이르게 제 어미의 자궁을 찢고 나왔노라고.

 

  마녀의 예언은 맥베스가 왕이 된다는 것뿐이었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 왕이 될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맥베스와 그의 부인은 왕이 되기 위해 살인과 음모의 방법을 택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의 욕망과 야욕은 결국 허상이었으며, 삶의 허무와 절망의 극치를 보여 준다. 말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왕이 될 것이라는 말 한마디가 맥베스와 그의 부인 마음속에 숨어있던 욕망을 떠오르게 했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죽이는 비참한 최후로 몰아갔다. 용감하고 정의를 사랑했던 맥베스를 쓰러뜨린 비극은 말에서부터 시작했다. 인간이란 말 한마디로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나약한 존재이다. 결국 탐욕에 물든 인간의 삶은 무의미하게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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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델피시리즈 8
에우리피데스 지음, 송옥 옮김 / 동인(이성모)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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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데이아는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인물이다. 콜키스의 공주인 메데이아는 황금 양모피를 구하러 온 이아손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메데이아는 이사손이 황금 양모피를 훔칠 수 있게 도와주고 콜키스를 탈출한다. 그리고 자신을 추격하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죽인다. 특히 남동생의 시신을 찢어 뿌리면서 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난다. 메데이아가 이아손을 사랑하면서 조국을 버리고 첫 번째 벌어지는 가족 살인 것이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그 누구의 방해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메데이아의 사랑과 지혜는 또다시 이아손을 위해 이올코스의 왕 펠리아스를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게 되고, 그의 딸들을 이용해 살인하게 만든 다음 토막 내어 가마솥에 삶게 한다. 두 번째 살인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는 코린토스에서 새장가를 든 이아손에게 분노하여 그의 새신부와 크레온, 그리고 자신과 이아손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을 죽인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자신의 조국을 배신하고, 가족과 이아손을 헤치려는 사람들을 죽여 버린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이아손에게 버림받으면서 자신이 낳은 자식까지 제 손으로 살해 버린다. 조국과 가족을 배신하고 떠나온 메데이아에게 이아손은 그녀의 조국이자 우주였을 것이다. 메데이아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아손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룬 것처럼 그도 자신을 위해 평생 사랑하고 위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아손의 배신은 메데이아에게 자신이 살아갈 존재가 사라지게 된 일이 된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녀의 분노는 또다시 크레온과 그의 딸, 이아손의 아들 둘의 죽음으로 이어졌고, 메데이아와 이아손도 평생 불행과 고통 속에 살아가게 만들었다. 메데이아의 잘못된 사랑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까지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끝까지 죽이지 않고 고통을 겪게 만든 것은 이아손뿐이다. 자신의 울타리를 확장하고, 모두가 잘 살기 위해 새로운 결혼을 하겠다는 이아손의 궁색한 변명앞에 그녀의 집착적인 사랑은 질투와 복수로 바뀐다. 가장 잔인하고 처절한 복수로 말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 아닌 타인을 좋아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고 생각했던 자아가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고, 희생을 하고, 자기의 것을 나누어주고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불행이 아니라 타인의 불행에도 아파하고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주위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처음 시작부터 메데이아는 사랑 때문에 자신을 사랑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모든 이들을 죽였다. 자신의 세상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타인의 세상은 무시했다. 신이 준 뛰어난 지혜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타인의 세상을 무너뜨린 것이다. 사랑과 질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세상을 새롭게 생성해 내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 잘못된 사랑과 배신으로 자신의 자식까지 죽여야 했던 그녀가 불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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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
소포클레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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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양의 훌륭한 고전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고전들이 또다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환경, 문화, 정치, 사회적 모습을 바탕으로 재해석 되고 또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도 마찬가지이다. 장 아누이는 이 <안티고네>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신의 법과 법(국가)의 대립이 주요 테마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성격이 강한 안티고네와 크레온이 각각 세계의 양 극단을 대표하며 비교적 익숙한 대립 구도를 이룬다. 남성과 여성, 정치적 사고방식과 혈연적 사고방식, 이성과 감성, 올륌포스와 저승 등의 대비로 볼 수 있다. 한편 오늘날에는 크레온으로 대변되는 국가의 명령이 안티고네가 지키려는 불문법만큼 정당성을 갖지는 못한다는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에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는 순수함과 자유, 절대적 행복이 주요 테마로 나타난다.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는 어린애 같고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며, 그것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젊음의 반항을 보여 준다. 즉 현실과 타협하며 위선적인 태도로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은 안티고네의 죽음 이후 자살을 하게 되는 하이몬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소포클레스의 크레온이 신의 법을 경시하는 오만한 폭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장 아누이의 크레온은 섬세하고 고뇌하는 합리적인 통치자의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안티고네를 살리려는 노력과 개인의 가치관보다 국가의 안위를 더욱 우선시하는 책임감 있는 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크레온의 모습은 완벽한 자유와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며 그것에 위반되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는 안티고네와는 대조적이다.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안티고네가 마지막으로 만나는 인간인 경비병을 통해 장 아누이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보여준다. 이는 비극적 이야기에 무관심한 채 카드놀이를 하는 경비병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막을 내리는 것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신념과 의지에 의해 죽음을 택했지만 불안하고 고독한 마음을 타인과 나누지 못했던 안티고네나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죽었는데도 주어진 일에 전념해야 하는 크레온에게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묻어 있는 고독이 느껴져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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