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야할 일이 있는데, 기한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하기가 싫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미루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렇게 꼭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더 간절하게 책을 읽고 싶어진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랐다.

김중혁의 글은 제목만으로 웃음과 힘을 준다.
읽는 내내 웃고 감동하고 즐거워했다.
주문을 외듯 무엇이든 하게 된다. 해야 한다. 이제 좀 하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경 너머의 키스 -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진 할리우드 배우의 사랑 보고서
다이앤 파 지음, 이수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인생에 사랑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진 헐리우드 배우의 사랑 보고서 <국경 너머의 키스>

  

  뜬금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유행가 가사가 생각났다. 그만큼 헐리우드 배우 다이앤 파와 한국인 남자 정승용씨의 사랑과 결혼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나 짜릿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사랑을 통해 부부가 되기 위한 과정은 길고 지루한, 때로는 고통과 괴로움의 나날이었다. 이 길을 견디고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참 위대한 것인가 보다. 피부색부터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가족들을 만나고, 서로의 문화를 익히며 하나씩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 눈물겹기까지 했다. 확실히 연애와 결혼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낀다.

 

 

사랑이 진정 인종을 극복하는 곳, 그리고 일단 그곳을 발견해내자. 나는 더 이상 이 시공간을 내 가족의 미래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그곳이 여러분 가족의 미래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p.16~17 프롤로그 중에서

 

 

  미국이라는 같은 문화권에서 성장하고 살아온 두 사람이지만, 부모세대의 국가와 문화, 가치관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겪지 않는 이상 막연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일들이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주위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적으로 다가온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더 이상 단일 민족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문화 가정이 많다. 10~2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아이들이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룰 텐데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땅에서 벌어질 사회적 문제를 미리 보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 진정 인종을 극복하는 곳이며, 더 이상 내 가족의 미래로만 볼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연애는 두 사람이 하는 것이나 결혼은 개인과 개인에서 시작하여 가정과 국가, 문화와 제도 등 총체적인 결합이란 말이 실감난다. 이처럼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문제를 기어이 맞닥뜨리고 해결해 나가려는 것의 밑바탕에는 사랑이 존재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런 수고를 누가 할 것인가.

 

 

무지에서 비롯된 이 세상의 모든 두려움을 고치고 싶어진다. …… 인종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데는 시간과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걸 리사는 보여주었다. 논리정연한 말솜씨 같은 것으로 남을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모습을. 그것이 옳음을 하루 또 하루, 그리고 한 해 또 한 해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었다. 특히나 가족에게는 걸러진 모습만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p. 56

 

 

  저자는 이제 결혼을 하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며, 여전히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넘기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수많은 갈등과 문제에 부딪치겠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것 같이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갈 것이다. 그녀는 결혼 생활이 누군가가 정해놓은 룰에 따라 진행될 수 없는 삶이기에,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것을 계속 이야기 해주고 있다. 부딪치면서 겪는 아픔은 크지만, 그렇기에 자신도 몰랐던 무의식속에 자리 잡은 독선과 편견을 하나씩 벗겨내고, 조금씩 성숙해 나가는 것도 시키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에 사랑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 모두가 일상생활에 쫓겨 무감각해지기 일쑤지만 결국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사랑인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 위에서 읽는 시
김남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가 있어서 외롭지 않은 밤

<길 위에서 읽는 시>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방을 싸면서 이 책도 함께 넣었다. 나도 저자처럼 여행 중 여유가 생기거나 마음의 위로와 힘이 필요할 때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약한 존재중 하나가 이다. 돈이 되지도 않고, 강한 목소리로 외치지도 못하며, 강한 힘을 발휘하지도 않는, 겨우 마음이나 다잡으려는 사람들이 한 편씩 읽어 내려가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 ’.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는 힘이 세다. 약하지만 시는 인간의 무감각해진 마음을 움직이고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은 약하지만 강하다.

 

  비행기 안에서 폴 엘뤼아르의 <자유>를 읽었다. 시인은,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삶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27.p

라고 노래한다. 때로 일상이라는 시간을 구속 혹은 속박이라고 여길 때가 많다. 그리고 내 안에 주어지지 않은 자유에 대하여 무던히도 그리워하고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저자는 이 시를 태국 카오산 로드에서 읽었다고 했다. 그곳은 게으름이 죄악시 되지 않고, 유일하게 지닌 재산이 시간이다. 망고 주스 한 잔을 앞에 놓고 나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는 작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가장 좋은 것을 누리고 있는 현재, 그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니 여행자로서의 자유로움과 외로움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읽는 내가 울컥했던 것도 나또한 그 시간만큼은 여행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자유가 내게도 절실했기에.

 

  다음 날, 무섭게 비가 내렸다. 제주도의 비는 강한 바람과 함께 섬 곳곳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비를 피해 본태 박물관으로 갔다. 그곳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80 >세계 속으로 들어갔을 때 황홀한 충격을 느꼈다. 내가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거울에 반사된 색색의 점들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하늘에 떠있는 별이 되었다가 세상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개개인의 소망이 되었다가 각자의 세상이 되곤 했다.

 

  天象列次分野之圖, 오래전 천체의 궤도는 이 돌의 거대한 둥근 원안에 굳어버렸다/ 해와 달과 천상의 모든 별자리들이/ 이 검은 대리석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별자리를 이은 선들은 부적처럼 어둠의 수면에 빛나는 길들을 만들어 놓았다/ 입김을 불어넣어 검은 대리석 안의 별들을 조심조심 불러내면/ 밤하늘이 서서히 움직이는 소릴 들을 수 있다/ 은하수에서 흘러나오는 천상의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하늘은 글자도 없는 경전을 펼쳐 보인다/ 그걸 읽다 보면 주문처럼,/ 별들이 몸에 와 박힐 것이다/ 누구도 이 검은 대리석 경전을 다 읽을 수는 없다 - 조용미, <천상열차분야지도>,236.p

 

  빗발이 더욱 세졌기 때문에 더 이상 여행을 계속 할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이 시를 읽었다. 그리고 예술가가 만들어낸 거울에 비친 수많은 물방울들과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생각했다. 나는 왜 따뜻한 집을 남겨두고 섬으로 와서 스스로 작은 공간에 고립되어 있는 걸까. 세차게 내리는 비바람에 베란다 창문이 무섭게 흔들렸지만 시가 있어서 외롭지 않은 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이제 품절되어 살 수 없는 책!
소설가 이승우를 좋아하기에 도서관 서고에 잠들어 있던 책을 빌려와 읽었답니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뿐 아니라
소설을 좋아 하는 사람들,
소설을 좀 더 잘 읽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소설가 이승우 선생님은 글은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릴 적 그 책 - 추억의 책장을 펼쳐 어린 나와 다시 만나다
곽아람 지음 / 앨리스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문학과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2009년 우연히 책 제목에 이끌려 한 권의 도서를 구입했다. 그 책이 바로 곽아람의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였다.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언가에 홀린 듯 책을 읽어가던 순간, 세상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인연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개인적 활동인 독서와 글쓰기가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또 다른 시·공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곳곳에 살고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순간을 지나는 동안 이번에는 나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손길을 타고 저자의 책이 찾아왔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의 나를 이루어낸 것은 무엇인가’, ‘내 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의 내가 오롯이 로 존재하여 한 사람의 몫을 해내며 살고 있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내어준 아낌없는 사랑과 삶의 지혜 때문이다. <어릴 적 그 책>을 꼼꼼히 읽어가는 동안 작가뿐만 아니라 내 안에도 수많은 세계가 존재했고, 그로 인해 내 자신이 조금씩 단단해져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 책을 받자마자 목차에 소개된 작품들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어 가며 내가 읽고 좋아했던 작품이 있는 지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 작품들- 비밀의 화원, 사자왕 형제의 모험, 작은 아씨들, 집 나간 아이, 추위를 싫어한 펭귄, 소공녀-을 찾아낼 때마다 오래전 헤어졌던 친구들을 만나는 것 같아 뭉클해졌고, 책을 읽는 동안 자꾸만 내 유년 시절 모습이 과거에서 튀어나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무심코 학급문고에 꽂혀 있던 책을 집어 들고 읽다가 자리에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교실 바닥에 주저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졌었다. 새로 부임한 담임선생님은 20대 후반의 돌이 지난 아기를 둔 여자분 이셨는데 내가 없어진 줄 알고 큰소리로 찾는 바람에 놀라서 벌떡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다. 하굣길에 근무를 끝내고 귀가하시는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서 걸어가는 중에 내가 읽었던 책 이야기를 들려주자 너무 재미있다며 다른 책 이야기도 해달라고 조르던 일도 함께 말이다. 그 시간 때문에 나는 선생님이란 단어의 선입관을 갖지 않게 되었고, 그녀도 나처럼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좋았었다. 또 정기 구독했던 <소년 중앙> 잡지가 집에 배달되어 올 때쯤, 밖에 나가 놀지도 않고 문 앞을 지키고 있다가 책을 받자마자 다락방으로 올라가면서 엄마에게 친구들이 놀자고 찾으면 나 집에 없다고 그래. 라고 말했던 모습도 보였다. 그때 나도 저자처럼 상상과 모험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무엇보다 사라가 상상력과 이야기의 힘에 기대 자신을 지탱한다는 설정에 마음이 끌렸다. 이야기를 잘했던 사라처럼, 나 역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잘 하는 아이여서 더욱 그랬다.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에겐 상상력과 이야기가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큰 버팀목이 된다는 것을 아마도 나는 사라로부터 배운 것 같다.

p.303

 

 

 상상을 통해 이루어진 환상의 세계는 허구처럼 보이나 현실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공기 같은 것이다. 환상의 세계가 무너지고 점점 빈약해질수록 현실 세계는 피폐해지고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각자가 읽은 책은 다를지라도 유년 시절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어른이 되었을 때도 힘을 주는 독서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읽은 책의 내용을 신나게 이야기해주는 아이들은 자기가 가진 꿈과 경험을 공유하고 나누어주는 법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독서의 시간이 요즘 학생들에게 의무처럼 주어지거나, 아예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래 아이를 무참하게 폭행한 청소년들의 기사를 접했을 때,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혹시 그들이 유년 시절 모험의 세계를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는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소중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 같은 독서의 세계가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어른으로서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졌던 것도 이같은 경험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