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절판


힘을 가진 자들은 냉소적이지 않다. 자신들의 사상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압제의 희생자들도 냉소적이지 않다. 그들은 증오로 가득 차 있으며 증오란 것은 다른 강한 열정들과 마찬가지로 부수적인 일련의 믿음들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 버트런트 러셀-22쪽

위선에 아무리 많은 문제가 있다 해도 위선은 위선이 표방하는 가치들을 옹호해 주는 장점이 있다. - 마키아벨리-26쪽

크고 강한 것, 최초와 최고에 대한 집착은 언뜻 보면 우월의식인 것 같지만 기실 열등감의 현현에 지나지 않는다. - 윤평중-80쪽

반만 년의 역사/전통/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등의 말을 즐겨 쓰는 것 자체가 어떤 과거에 대한 것, 권위적인 것에 대하여 무조건 굴종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 윤태림-93쪽

한 명제의 객관적 진실과 논자 및 논쟁을 듣는 이들이 인정하는 타당성은 별개의 것이다 - 쇼펜하우어-104쪽

한국인들은 법에 의해 적발돼 공개된, 큰 부정부패에 대해서만 분노할 뿐 부정부패 그 자체에 대해 분노하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는 내 처지에 비추어 본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이다.-120쪽

백 가지 천 가지 이유에 앞서 젓가락은 모든 음식을 한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리를 만든 사람의 마음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 이어령-130쪽

민주정치와 파시즘의 경계는 그리 견고하지 않다. 둘 다 민중의 함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보장하지만 개인성을 집단화하고 익명화하는 계기가 주어지면 순간적으로 파시즘으로 변한다. 우리에게는....증오와 질투와 파괴의 죽음 충동이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후기 산업사회를 지배하는 인터넷도 잘못 쓰이면 파시즘을 낳을 수 있다. 집단성과 익명성은 개인의 의식과 선택을 마비시킨다. - 권택영-164쪽

"만일 숭례문이 '자격 미달'로 국보 1호의 자리를 가령 훈민정음(국보 70호)에 내준다면 여태껏 우리는 훈민정음을 70등짜리 문화재로 알고 있었단 말인가" - 최정호-176쪽

우리말 가운데 '엇비슷하다'는 말은 세계 어느 나라 말로도 바굴 수 없습니다. 굳이 설명하면 '엇비슷'은 어긋났는데 비슷하다거나 닮았지만 닮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이 말에 기독교와 불교를 엇비슷하게 보는 한국인의 의식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어긋나고 비슷한 것이 하나의 단어가 된 것은 바로 한국인 특유의 포용의식의 상장이죠. 우리 문화에는 21세기 다원주의를 흡수할 수 있는 여러 가치가 공존합니다. 엇비슷하다는 말은 아시아적 화이부동(和而不同)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 이어령-273쪽

어떤 역사적 상황에서의 정치경제적인 이유와 조건 때문에 생겼음직한 문화적 현상에 대해 그 배경을 무시하고 그게 바로 한국의 문화요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해버린다면 우리는 순환논리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279쪽

한국인들의 경제적 보수성은 한국 경제의 본질이다. 해외의존도가 70%가 넘고 늘 위태롭다. 사회복지는 박약하고 자녀교육은 살벌한 계급전쟁이다. 경제적 보수성은 생존권 차원의 문제다. 김대중/노무현 열성 지지자들조차 보수신문을 열심히 구독하는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노정권은 한국인 상당수가 갖고 있는 "정치적 진보성, 경제적 보수성'의 실체를 간파하지 못했다. 아니 감히 '보수성'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양극화 체제에서 '경제'를 외치는 건 생존의 문제인지라 그걸 가리켜 '보수성'이라고 부르는 건 기본적인 생계유지에 별 지장이 없는 지식계급의 편견의 소산일 수도 있다.-292쪽

우리는 언제부턴가 국민에게 무얼 요청하기보다는 늘 국민을 위해 무얼 보여주겠다는 정치 담론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살게 되었다. 즉, 국민의 기대수준을 턱 없이 높여놓는 경쟁이 정치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양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놓고선 나중에 감당을 하지 못해 비틀거리는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에 대한 염증만을 더 키우는 일을 범국민운동 비슷하게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거다. -294쪽

사실을 말하자면 '민중예찬'은 일부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수신문의 지면에서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민중 상업화'다 우파가 주로 돈벌이 용도로 '민중 상업화'를 써먹는다면, 좌파는 주로 헤게모니 투쟁의 용도로 '민중 상업화'를 동원한다.....특히 일부 개혁/진보파의 '민중 예찬'은 편의주의에 경도돼 있다. 그들은 이른바 '박정희 신드롬'이나 '이건희 신드롬'을 정직하게, 아니 총체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무지몽매이ㅡ 비극으로 보면서 그것마저도 보수언론 탓으로 돌린다. 그러다가도 그 무지몽매한 대중이 선거판에서 뭘 좀 보여주면 헷가닥 '민중예찬론'으로 돌아선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사건에 대한 상호 연관성은 규명되지 않는다. -296쪽

원론과 상식은 반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늘 승리한다. 그러나 그건 실속없는 승리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는 원론과 상식만으로 대처하기엔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상식이 잘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상식을 무기 삼아 싸우는 건 필요한 일이거니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매사에 상식을 전방위적 무기로 사용하면 비극이발생할 수도 있다.아무리 상식이 잘 통용되지 않는 사회라도 상식마능론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일들이 있는 법인데, 그것마저 해오던 습관대로 상식의 칼로 단순명쾌하게 재단하려 한다면 그건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298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조부 2010-08-2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가물가물가네요~


인용한 이야기 중에는 윤평중씨가 한 발언에 공감이 갑니다.

한참 지났지만, 윤평중과 강준만의 논쟁이 생각나네요.

윤평중선생은 그 논쟁의 결과물을 논쟁과 담론 이라는 책으로 출판했던게 기억나네요
 
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올해 초인가 진중권씨의 "호모 코레아니쿠스"를 보고 알라딘을 뒤적뒤적 하다 얼결에 이 책을 주문했다. 강준만이라는 이름은 - 이 책이 처음 접한 그의 저서인 내게는 - 그때나 지금이나 낯설어 한동안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만 있다 알라딘 서재 곳곳에서 강준만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또 그의 글을 읽다 근 6개월만에 집어들었다. 처음 접한 책이 쉽게 읽히는 글이라  참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한권만 읽어도 대충 개인의 특징이 드러나는 저술가도 있지만, 글쎄 이 책만 봐서는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 아직 머리가 덜 자라서 - 기존의 의견들을 잘 정리해 놓은 책보다는,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던져주는 책을 선호하는 편인데, 유난히 인용문이 많은 - 어떤 '사실'에 대한 인용문이 아니라 개개인의 '의견'에 대한 인용문이 많다 - 이 글은, 담고있는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솔직히 썩 맘에 들진 않았다. 하긴 집필 의도부터가 이론보다는 "생활속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소개"함으로써 한국/한국인의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었으니. 다른 책들과 달리 일간지나 주간지, 월간지 등 정기간행물에서 따온 인용문이 대부분이다. 나같이 전문적 식견이 없는 사람들에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뒤집어 보면 별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 적어도 내가 '듣고 본'바에 의해서는 - 저자가 결코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맹숭맹숭한 사람은 아니기에, 이 책이 고유의 '특징'이 없는것은 아니다. 분명 비판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접근하지만, 흔히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특징들 - 냄비근성, 가족주의 등 - 에서도 '장점'을 찾아내는 입장들을 고루 포진해 놓았다. 소위 '지식인'들이 대중들의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들에 대해 날카롭게 쏘아대는 경우가 많은데 - 얼마전 있던 '디 워'논쟁 처럼 - 이 책은 사회가 그렇게 흘러왔으니 그럴수 밖에 없지 않냐며 일단 긍정하는것도 인상적이다. 모순되는 행동을 두고 이중적이라며 비판하기 보단, 모순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 - "역설"의 경지! - 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경제적 보수성은 한국 경제의 본질이다. 해외의존도가 70%가 넘고 늘 위태롭다. 사회복지는 박약하고 자녀교육은 살벌한 계급전쟁이다. 경제적 보수성은 생존권 차원의 문제다. 김대중/노무현 열성 지지자들조차 보수신문을 열심히 구독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붓뚜껍 누르는 일에선 정치적 비주류를 지지할망정 신문 하나 보는 일이라도 경제적 주류 근처에 가까이 가고 싶은 그들의 심정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야 어차피 직업 삼을 일이 아닌 이상 큰 의미는 없는 것이다" (p.292 맺음말 중에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는 말들, 혹은 가슴에 와닿는 문구가 있으면 여지없이 밑줄을 긋곤 하는데, 특이하게도 이 책엔 저자의 말보다 인용구들에 더 밑줄이 많다. 초반부엔 극단적으로 말해서 "짜집기 책"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내는것만 "창조"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흩어져 있는 사항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꿰어내는 것 역시 "창조"다. 더욱이 요즘처럼 온갖 정보들과 각자의 관점에서 쓰인 "정당한" 논리들이 판치는 때라면 오히려 후자가 더 의미있을지도.

본문에서 여러 인용문들을 통해 "객관적"접근을 중시했다면, "맺음말"만큼은 - 리영희씨와 노무현 정권이라는 구체적 화두를 놓고 - 저자의 의견을 마음껏 피력한다. 치우친 의견이라 말 할수도 있겠지만, 저자 자신의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 같아 쫙쫙 밑줄그은 구절이 많다. (개인적으로 옳건 그르건 자신의 주장이 강한 글에 매력을 느끼는 지라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챕터를 꼽으라면 단연 맺음말이다.)   

개인의 저술이지만 동일한 현상을 두고 여러 사람의 엇갈리는 입장을 많이 실어놓은지라 '중립적 분석'이라는 느낌이 남는 책이다.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라던데, 다른 책들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7-08-3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썼네. 내가 관심갖는 사람들 다 나온다아. :)

Jade 2007-08-31 16:0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요. 어쩌다 보니 요즘 읽는 책들이 아프님과 코드가 맞나봐요 ㅎㅎ 사실 이번에 학벌사회/감염된언어/김선우산문집 등등 주문했는데..ㅎㅎ

마늘빵 2007-08-31 18:02   좋아요 0 | URL
와. 나두 멜기님 이벤트 책으로 김선우꺼 사달라했는데.
나두 이런거 읽고픈데 지금은 -_- 안되겠고, 3-4개월 뒤로 미뤄야지. 한번 빠지면 다른 책들만 계속 보기 때문에, 책을 안 볼지언정 다른 책들은 건드리지 않기로.

Jade 2007-09-03 09:05   좋아요 0 | URL
김선우 산문집 읽는데 '루시드 폴' 얘기가 나서 얼결에 음반도 주문했다는....^^;;;
 
기자로 산다는 것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 23명 지음 / 호미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사저널을 처음 보기 시작한 건 2004년이었다. 갓 대학에 입학해 어리버리하던, 그러면서도 알고싶은 욕심만 많던 내게 누군가 추천했었다. 주간지라는게, 게다가 별로 알고싶지 않은 정치 이야기가 가득한 잡지는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왠지 안보면 허전했던지라 어떤 의무감(!)으로 거의 1년을 꼬박꼬박 사보곤 했다. 그렇게 시사저널에 익숙해질때쯤 소위 "진보적"이라는 성향에 이끌려 한겨레21로 전향했는데 처음엔 편집디자인이며 약간은 과격하고 치우친듯한 기사가 낯설어 한동안 적응하느라 애먹었었다. (사실 그 낯섬이 쉽게 가시지 않아 꽤 오랫동안 홍세화, 박노자, 김정란, 그 외 몇명의 고정칼럼만 열심히 읽었다.)그 땐 논조의 차이겠거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관점의 차이"만은 아니었던것 같다. 1년이라는 짧은 시기였지만 나름대로 "시사저널식 글쓰기"에 익숙해져 "눈"이 높아졌던게다.

알라딘에 친숙해지면서 좋은점 한가지는, 여러 서재지기님들의 정성들인 페이퍼와 리뷰 덕에 내가 굳이 찾으려들지 않던, 혹은 관심없던 소재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는 거다. - 지금은 집에 TV가 없어 뉴스를 안보고, (하긴 뭐 TV가 있었을때도 한달에 한두시간 볼까말까 했으니), 신문도 잘 안읽고, 인터넷 뉴스도 안보니 내가 관심갖던 분야는 전공과 관련된 극히 협소한 영역이었다. - "시사저널 사태"가 일어났던 그 6월에 난 매주 밀려드는 시험에 지친 본과1학년이라는 핑계로 세상과 거의 담을 쌓고 살았고, 시험의 압박감에서 풀려날 때 쯤엔 개인적 고민으로 인한 폭음으로 또 혼자만의 세계에 살았다. 7월 얼떨결에 가진 알라디너들과의 모임에서 시사저널 관련 1인시위를 하신다는 승주나무님을 만났고, 그 뒤 시사in 창간식에 관한 여러 페이퍼들을 읽으며 조금씩 궁금해졌다. 시사저널이 좀 대단하긴 했었나보네! 난 왜 못느꼈지? -_-;;

기사란, 신문이든 주간지든 어떤 fact전달이 목적일 뿐 문장 자체가 고급일거란 생각은 미처 못했던 어리석은 나였다. 그쪽 방면엔 원체 아는게 없어 그저 학교에서 배웠던대로 육하원칙에 따라 건조하게 서술하는게 전부라 여겼던 탓에, 난 소위 글 잘쓴다는 기자들은 취재만 잘 하면 어떤 기사든 술술술 잘 써내려가는줄 알았다. 물론 취재의 질이 높으면 기사 쓰기가 수월한 건 사실일테지만 세상에, 당대의 문장가들에게까지 검열받은 기사였다니! 그런 "명품 기사"를 놓고도 시큰둥하던 내가 부끄럽다. - 하긴, 그 땐 잘쓴 문장과 조악한 문장을 가려내는 "눈"이 없었을 때니까. - 하여간, 이 책을 보면 그간 만들어진 시사저널을 위한 치열함이 뚝뚝 묻어난다. 영화든 책이든 기사든 혼신의 힘을 다한 명품은 보는 사람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봐야 하는데, 3000원이라는 사비를 털었단 알량한 이유로 소 닭보듯 쓱 훝었던 기사들이 떠올라 책 읽는 내내 민망했다. 꼭 시사저널에 국한된 얘긴 아니다. 선생님 한분이 말씀하시길 "펴는 즉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좋은 책'들도 물론 있지만, 그런 수준이 아니라도 돈 만원 들여서 몇 개의 insight만 얻을 수 있대도 그정도의 가치는 하는거 아니냐". 아 과연 나는 text를 통해 무얼 얻으려 했던걸까. 쓰는 사람의 노고만큼 열심히 읽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눈에 한번 "스쳤"다는데서, 혹은 책장 한켠을 채운 부피감만으로 "소유"의 만족에 빠졌던 건 아닐까.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알고있던 이름은 소설가 "김훈"뿐이었다. 이제보니 기자 한명 한명이 쟁쟁한 인물들인것 같다. 왠지 앞으로 이 사람들이 책을 낸다면, 전직 시사저널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선뜻 집어들지 않을까 싶다. 책 가득 시사저널이 얼마나 '품격있는'주간지였는지 칭찬들 일색이지만, 그만큼 자신있다는 당당함으로 비춰지기에 거부감이 없다. - 사실 불편함이 없는건 아닌데, 생생한 빨간 표지와 장 구별 속지는 눈을 괴롭힌다. 빨간색을 싫어하는것은 아닌데, 형광느낌이 나는 이런 색(그것도 단색으로!) 표지로 쓴 책은 거의 본적이 없다! 강렬한건 좋지만... - '시사저널 기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되서인지 9월 15일에 나온다는 시사in 창간호가 사뭇 기다려진다. 이번엔 꼭꼭! 혼신의 힘을 다해서 보리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8-29 0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Jade 2007-08-29 13:11   좋아요 0 | URL
ㅋㅋ 한번 맞춰보시죠
 
음향과 분노
윌리엄 포크너 지음 / 북피아(여강)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몰락해가는 한 가문이 있다. 한때 장군도 있었고 정치가도 있었으며 부유한 지주도 있었으나 지금은 울음으로밖에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33살 백치 벤지와 누이 캐디를 사랑해서 자살한 하버드생 퀜틴, 누이의 사생아를 괴롭히고 양육비를 가로채는 수전노 제이슨, 그리고 어머니 캐디와 비슷하게 방탕하게 놀아나는 사생아 퀜틴이 있을뿐이다. 주인공들의 아버지는 변호사이자 알콜중독자로 아들의 자살을 뒤따르고 어머니는 늘 곧 죽는다는 말과 눈물을 달고사는 중증 우울증환자다. 한때 번성했던 콤프슨 가는 운명이라는 올가미에 죄여 서서히 파멸의 길로 치닫는다. 그러나 독자를 압도하는 것은 음습한 줄거리가 아니라 뒤섞인 퍼즐조각같은 서술방식이다. 주변묘사와 주인공들의 독백은 시공간을 마구 뛰어넘는다. 특히 첫장부터 순전히 연상에 의존한 백치 벤지의 서술은 100여페이지를 읽는 동안 독자를 공황상태에 빠뜨린다. 대체 말하려는게 뭐야!

나는, 여간해선 곧바로 재독을 하지 않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곧 다시 읽겠다는 강렬한 욕구가 들었다.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랄까. 문맥과 상관없이 불쑥불쑥 끼어들었던 장면들은 모두 어떤 사건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구성은 1928년 4월7일 (벤지), 1910년 6월 2일 (퀜틴, 자살한 날), 1928년 4월 6일 (제이슨), 1928년 4월 8일 총 4부분으로 각각의 날들을 묘사하지만 연상으로 이어지는 회상을 통해 1900년 즈음부터 중간중간 끼어있는 줄거리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책 뒤엔 소설엔 등장하지 않는 콤프슨 가의 가계도 및 인물설명까지 있다. 마치 실존했던 가문의 연대기를 보여주듯. 한번 읽어서는 도저히 알 수 없고 두번째 읽을때도 모든 연결고리를 다 파악하기는 힘들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아도 장면의 전환이 각각 어떤 날인지가 더 궁금해 또 다시 읽어보라 유혹한다. - 1970년에 펭귄출판사에서 나온 영문판에는 "Richard hughes"가 쓴, 좌절하지 말고 적어도 두번이상 읽어보며 마치 새로운 책을 읽는듯한 발견의 즐거움을 누리라는 격려(!)문이 있다. - A4 의 삼등분쯤 되는 크기의 50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낑낑대며 두번 읽었건만, 아직 성에 안차(!) 영문판을 집어들었다. 어려울 걸 알면서 괜한 승부욕(!) 때문에.

먼저 쓰여진 알라딘 리뷰를 보니 전부 책 가득한 오타이야기 뿐이다. 내가 구입한 책은 2006년 4월에 2쇄로 발행된 책인데 다행이 얼마간 수정한 모양이다. 곳곳에 띄어쓰기나 맞춤법 오류가 간간히 보이고 더러는 해석이 어색하거나 한 단락이 반복되는 등의 오류가 있긴 있지만 이전 리뷰에서 지적했던 "창녀리 언덕(원래는 갈보리 언덕)"이나 "qkek거북(바다거북)"같은, 어처구니없는 오타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번역소설을 읽을 땐 - 더욱이 포크너처럼, 장황하게 상황을 묘사하는 작가의 작품은 - 번역이 자연스럽지 않아 짜증날 때가 많은데, "qkek거북"같은 오타까지 수두룩하다면 정말 책 읽을 맛 안나겠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시 수정본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사실 난 문학에 문외한이라 몰랐지만) 포크너는 20세기 미국 문학의 금자탑이라 일컬어질정도로 '대단한' 작가라는데. 나처럼 선뜻 영문판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정도 수고는 필요하지 않을까.

화자가 바뀌며 달라지는 인물묘사도 뛰어나지만 어쨌든 이 작품의 묘미는 '발견의 쾌감'인듯 하다. 소설에서 지적 도전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8-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쩌면 요로코롬 리뷰를 잘쓴당가!
^^/

Jade 2007-08-27 11:27   좋아요 0 | URL
앗 부끄러워요 ^^;;

2007-08-27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7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7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7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음향과 분노
윌리엄 포크너 지음 / 북피아(여강) / 2006년 2월
구판절판


...그러자 벤지가 다시 절망적으로 울음소리를 길게 늘이며 소리쳐 울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단지 소리일 뿐이었다. 마치 두 혹성이 마주쳐 말미암아 모든 시간과 부정, 슬픔이 소리를 순간적으로 내는 것처럼 들렸다.-447쪽

..그러나 벤지는 눈물도 흘리지 않고 슬슬 천하게 엉엉거렸다. 그 소리는 이 세상의 모든 소리 나지 않는 불행을 나타내는 비참하고 절망적인 음성이었다.-491쪽

..일순간 벤지는 멍하니 정신 빠진 사람같이 앉아 있었다. 그러자 곧 울음을 터뜨렸다. 울어대고 또 울어대고 그의 음성은 점점 올라갔으며, 거의 숨쉴 틈도 없었다. 그 울음 속에 놀라움 이상의 무엇이 숨어 있었다. 그것은 공포요, 충격이요, 맹목적이며, 말로는 못할 고민이며, 단지 음성에 불과한 게 아니었으며 러스터의 눈은 그 공백의 순간 흰자위를 드러내며 눈동자를 굴렸다.-49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