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고전예술 편 - 미학의 눈으로 보는 고전예술의 세계 진중권의 서양 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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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역사'카테고리는 나같은 문외한에게 쉽게 접근할만한 분야가 아니다. 헌데 '미술사'라면? 솔직히 진중권의 책이 아니었더라면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쉽게 집었을것 같지 않다. 진중권의 글은 어느 분야에 관한 것이든 재미있고 명쾌하다. '미학 오디세이'와 거의 유사한 주제라 '업그레이드'판이라 할 법도 한데 구성도 다르고 내용이 중복된다는 느낌도 없다.

미술작품에 관한 이야기들은 작품 사진이 필수다. (특히 나처럼 기본소양도 별로 없고 기억력도 좋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은 거의 모든 면에 사진이 실려있고 본문과 사진에 번호를 붙여놓아 눈에 쉽게 들어온다. (앞이나 뒤에 참고자료 형식으로 사진들을 몰아놓은 책들은 들춰보아야 하는 번거로움때문에 잘 읽히지 않는다) 보통 역사책들이 갖는 단점 - 장황한 사실들의 나열 - 을 극복하기 위해 구체적 소주제 중심으로 엮어가는것도 좋다. 쉽고 구체적인 설명으로 독자를 주눅들게 하지 않으면서 가볍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진중권식 글쓰기의 장점이다.

'미학 오디세이'는 특정 작가를 각 권의 테마로 잡아  "에셔(1권)/마그리트(2권)/피라네시(3권)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라는 부제를 달았었는데 이번 책의 부제는 '미학의 눈으로 읽는 고전 예술의 세계'다. (얼마전 다녀온 강연회에서 말하길 2권은 1.2차 모더니즘(추상)을, 3권은 1962년 이후 포스트 모더니즘(구상)을, 4권은 미디어 아트-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다룰 것이라고) 1권에서는 '러시아 미술'이 인상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원근법을 뒤집어놓은 그들의 원근법ㅡ 먼것을 크게, 직선을 곡선으로, 이미 굽은 것은 절단(!)내고 공간의 균열은 다른 물체로 살짝 숨기거나 지진(!)으로 표현했다나. 우리 눈엔 '기상천외'한 것들이 그들에겐 '원칙'이었다니. 아무 생각 없이 봤던 그림속에 녹아있는 그들만의 '규칙'을 발견하는것도 재미있지만ㅡ 사고의 '상대성'. 즉 우리에게 '당연한'것이 사실은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을때의 당혹스러움이란. 규정된 사고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편견/폭력들. (MB논리속에서는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이 친북단체일수밖에 없는것이 떠오르는구나. 시절이 하수상하니 연상도 거기서 거기다. ㅋㅋ)

비평가의 역할에 주목한것도 눈에 띈다. 예술의 방향을 결정짓는 데는 화가나 조각가 뿐 아니라 뛰어난 비평가도 한몫 한다는 사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로제 드 필과 요한 요아힘 빙켈만은 당시 예술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닭이나 달걀이냐'를 연상시키는 소묘냐 색채냐의 논쟁에서 로제 드 필은 색채의 손을 들어 그 전까지 고전으로 숭앙받던 푸생을 버리고 루벤스를 찬양한다. (이 부분에서 대립되는 작품들을 비교하는것도 재미있다. '선'과 '색채'에 대한 구별을 짓고 나면 익숙한 그림들이 새롭게 보인다.) 빙켈만은 고대 그리스인을 거의 '우상'처럼 여겨 그 '고귀한 윤곽'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댄다. 선이 살아있는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이 바로 이 시대의 산물이다. 그런데 그리스 예술을 향한 빙켈만의 사랑 - 그의 남다른 시각은 다비드의 신고전주의, 괴테의 바이마르 고전주의, 헤겔의 고전주의 미학을 낳았다. - 이 동성애자였던 그의 취향의 반영이라면? 큰 흐름을 이야기하면서도 소소한 뒷이야기(?)를 꺼내보이는 진중권의 배려다.

** 요즘 프랑스혁명 관련 책을 읽어서인지 그 시기에 관한(11장 혁명의 예술, 예술의 혁명)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대개 크기가 작고 흑백인지라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올컬러 삽화에 작품별 설명/뒷이야기가 덧붙여지니 더욱 생생하다. 해당 시기의 역사책과 같이 보면 더욱 재미있겠다.

한달이 넘는 촛불집회 열기는 좀체 식을줄 모르고. '덕분'인지 '때문'인지 진중권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스타가 되어버렸다.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거침없는 독설때문에 팬과 안티가 극명하게 갈리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것이 일치하는 흔치 않은 지식인이라는건 분명하다. 명색이 학술서적인지라 칼럼/인터뷰에서 느껴지는 통쾌한 맛은 없지만 '교조적 주류'를 벗어나는 신선함이 있다. 서양미술을 전공하는 '전문가'의 눈엔 어떻지 모르나 나같은 대중에겐 딱딱한 전문서적보다 훨씬 재미있고 호감가는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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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8-06-1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미있고 명쾌한 리뷰(어)네요.^^;

순오기 2008-06-21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00공원에서 우수리뷰로 뽑혔던데요~ 축하해요.
아무리 그래도 '알라딘의 Jade'라고 아이디를 쓰면 어떡해요? 내가 그거 보고 웃었잖아요.^^

웽스북스 2008-06-2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알라딘의 제이드, 제이드님 최고 ㅋㅋ

2008-06-25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
하재근 지음 / 포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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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및 표지가 꽤 인상적인 책이다. 언뜻 보면 정말 무슨 입시지침서 같기도 하고. 교육문제를 들고 있지만 사실 한국사회 전반을 '까는'책이다. 저자가 소위 '논객'인지라 소제목들과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충분이 도발적이다. 하지만 '도발'에도 급이 있는법. 자극적 제목들과 슬로건들은 심하게 말하면 '조중동'의 그것처럼 한 극단에 쏠려있다. 맞는말을 하는거 같긴 한데 뭔가 깊이가 없고 부족한. 이런 말이 허락된다면 "경박하다"

학벌, 특히 서울대 학벌에 대한 비판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그것이 비단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계급구조의 공고화수단이라는건 학생들도 다 아는 얘기다.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급기야 '퇴폐적'인 대학서열체제 타파를 논하기 전에 '경쟁'및 '자유화'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신자유주의 비판부터 시작한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는건 좋은데 이미 다른데서 실컷 들었던 말들이라 다소 식상하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읽는 사람을 슬슬 열받게 만드는 '감정적 도발'이 뛰어나다는 것. 딱딱 끊어지는 구어체 문장으로 -마치 토론에서 사람을 홀리듯- 독자들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기득권 세력들의 사탕발림 속 음모를 직설적으로 또는 유머러스하게 정리해 놓은 문장들이 압권이다. 특정 문장을 한글자 한글자 방점을 찍어 써놓은 표현방식도 인터넷 논객다운 발상이다.

"소비자(일류대)의 합리적 선택에 의해 버림받은 지방, 강북 학생은 삼류 인생을 사시오"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의해 버림받은 특목고 아닌 일반고는 망하시오"

"소비자 중심주의->시장화->뻔뻔한 재벌, 부자 양산 / 대학서열체제->입시경쟁시장->뻔뻔한 엘리트 양산"

"일류고 선택을 통한 소비자 욕망 충족 - 이익내부화 / 입시경쟁 심화, 저소득층 기회 배제, 파탄 - 피해외부화"

"한마디로 말해 내.가.잘.려.도.내.자.식.이.사.람.대.접.받.으.며.사.는.데.아.무.지.장.이.없.다는 소리입니다 (유럽 강소국들의 사회 안전망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대안이 빈약한 비판은 그 신랄함으로 어떤 '배설 욕구'는 충족시킬지 몰라도 지나고 나면 남는게 없다. 이 책은 세 장에 걸쳐 자유화-자유화 교육-대학서열체제 비판에 주력하지만 막상 "대학서열 타파"라는 구호만 가득할 뿐 구체적 청사진을 그리려는 치열함은 없다. 이 책의 역할은 한국사회 모순에 대한 분노지수 up이라는 trigger정도면 족하다. 좀 더 깊이있는 비판을 원한다면 김상봉 교수의 "학벌사회"를, 대안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면 정진상 교수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을 같이 읽는 것이 좋다. 후자가 제시하는 '대안'역시 수많은 선택지들중 하나일 뿐이고 따져들어가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ㅡ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따지기엔 아직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듯 하다. '대안'은 모두가 찾아가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니ㅡ 뭔가 부족해도 이런류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이슈화 되는것이 전제되어야겠다. "인간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제기한다"는 맑스의 명제는, 뒤집어 얘기하면 학벌에 대한 문제제기가 널리 공론화 되지 못하는 것은 이미 해결할 수 없다는 다수의 패배의식의 반증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혹은 현 사회 구조를 '어쩔수 없는 것','자명한 것'으로 인식시키는 이데올로기 주입의 승리이기도 하고.

교과서적 의미의 '교육'은 바람직한 인성 함양 수단이자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과정, 또는 진정한 자아를 찾는 방법이지만 약간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는 '자본주의 하의 (공)교육'은 체제 재생산을 위한 자본가계급의 노동자 계급 착취를 정당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예전에는 대학교에 와서 세상을 보는 눈을 깨쳤다고 하지만 모든것에 자본의 논리가 점철된 지금은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시야가 확 좁아지는듯 하다. 교육수단 및 교습방법은 나날이 진화하지만 생각하는 능력은 갈수록 퇴화하니. 모든것이 전문화된다는 것은 한편으론 모든것을 국소적/부분적으로 본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회구조적으로 '일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인데 왜 모든 국민이 헛된 희망에 매달려야 할까. 선택받지 못한 절대다수의 패배자들을 양산해 내는 이 말도 안되는 구조가 균열되기는 커녕 왜 나날히 견고해지는 것일까. 너도나도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이 좁디 좁은 신분상승통로라는, 그나마 남아있는 '역동성'에 대한 희망이라면. 차라리 빨리 계급이 고착화되서 일말의 희망도 없게 만드는것이 ㅡ 사회를 뒤집을 수 있는 빠른길이 아닐까 하는 '막장 생각'까지 든다. 아니지, 그래도 체념보단 분노가 훨씬 '건강'한건데.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신이 의식하고 있지 않아도 무언가 잘못된 체제에 대해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 체제를 고착화시키는 공범이 아닐까. 직업은 아니지만 '과외'가 생계수단인 나로서는 더욱 불편한 생각이다. 학생들 한명 한명을 두고서는 그 아이들의 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 혹은 도움이 되려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ㅡ 전체적인 구조에서 놓고 보면 결국 이 체제에 순응해서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 사교육에 종사하는 그 수많은 사람들은ㅡ 개개인으로서는 생각이 있고 '참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집단으로 보면 결국 이 체제를 공고화시키는 공범들이다. 80년대 학생운동에 헌신한 사람들 중 다수가 그 똑똑한 머리를 쓸 곳이 없어 입시학원 강사로 변신한 것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 이걸 두고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인가?

무언가 대안이라고 내놓은 의/치/한/약대 전문 대학원제도는 ㅡ 한학기 천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등록금과, 일반대학 4년 수료 후 전문대학원 진학이라는 '시간'문제때문에 속된 말로 '돈 많고 할일없는'사람들이 많이 지원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금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2년전만해도 경희대는 학부생/대학원생이 한 강의실에서 같은 수업을 각각 400만원/800원 내고 듣는 이상한 구조였는데. 머리 좋은 학생들이 의학계열에 몰리는 황당한 현상(기초연구라면 모를까, 임상에 있어서는 머리가 '천재'일 필요는 없다. 한 개원의의 말에 의하면 병원운영은 10%가 임상능력, 90%가 경영 능력이랜다. -_-)을 없애려는 취지였지만 자본의 논리와 결합하면서 결국 '배울 (경제적)능력 있는 사람'을 한번 더 걸러내는 체제가 되어 버렸다. 물론 시행착오일 수 있고 시간을 두고 조금씩 개선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ㅡ 지금 교육제도 개혁을 위해선 '자본주의논리'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는 반증이다. 하긴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그것과 결부되지 않은것이 어디 있겠냐만.

15년전으로 돌아간듯한 공권력남용에도 불구하고, 아니 "굴하지 않고" 오늘도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별다른 정치적 의식이 없던 사람마저도 현 정권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지금의 사태를 두고 좋아해야 하는건지 씁쓸하지만, 이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면ㅡ 교육제도까지 확 바꿀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프랑스 대학체제를 바꾼 68혁명의 고등학생들에 견주는 건 좀 오버일지 몰라도, 정말 요즘은 생각없다고 치부했던 어린학생들에게 새삼 배운다. 지난 대선의 스타 허경영씨가 또 한마디 하셨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최단임기로 끝날것이니 곧 다음 대선에 출마하겠다" 이번에도 실없이 웃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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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5-2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Jade 2008-05-29 09:57   좋아요 0 | URL
오 아프님의 추천이라니 황송하옵니다 ㅎㅎ

시비돌이 2008-05-2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경영씨의 예언이 맞았으면 좋겠네요. ^^ 글구 이 책을 쓴 하재근씨는 좀 잘 아는 사인데, 10% 부족하다는 서평을 보니 좀 마음이 아프네요. ㅋㅋ 학벌 없는 사회 사무처장을 지내고 있는 친구인데, 아무래도 대표인 김상봉 선생님 보다는 내공이 떨어지겠죠. 그치만 젊은 친구니까 앞으로 무궁한 발전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

Jade 2008-05-29 14:13   좋아요 0 | URL
앗 ㅋㅋ 그거야 뭐 무거운 글 좋아라하는 제 취향이니까...^^;; 원래 뭐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어려운글 더 좋아라 하잖아요 ㅋㅋ 하긴 젊은 분이 이런 책 내는것도 쉽지 않은데 제가 너무 혹평을 했나요? ^^;

시비돌이 2008-05-29 14:25   좋아요 0 | URL
앗, 그럼 제 인터뷰도 안 좋아하시겠네요. 좀 무거운 주제를 좀 가볍게, 가 제 모토라,,, ^^ 뭐 평이야 자유죠. 안그래도 제 서평에 대해서 항의(?)를 하던 시절에 욕 좀 먹었었는데, 이제 후배 책에 대한 서평까지 시비건다고 욕먹겠어요. ㅋㅋ 이따 강연 가야 되는데, 글구 광화문에도 가봐야 되는데, 잠들지도 모르겠어요. 밤을 샜거든요. ㅠ.ㅠ

Jade 2008-05-29 16:46   좋아요 0 | URL
헉 인터뷰집이 어려우면 읽을맛 안나죠 ㅋㅋ 사실 시비돌이님 인터뷰집 많이는 안읽었고 최근 나온것 위주 몇권만 봤는데 워낙 쟁쟁한 인물들과의 대화여서 그런지 가볍다는 느낌은 안들었는데요~ ㅎㅎ 그리고 위의 말씀은 항의라기 보단 후배에 대한 애정(?) 같이 느껴져서 ^^

아프님도 강연회 가신다고 들었는데. 저도 신청은 했는데 못가게 되었어요. 제 알바는 주로 밤에 하는지라 조정이 마음대로 안되서...ㅡㅜ 잘 다녀오시구 오늘 밤은 푹 좀 주무셔요~~~~~

누에 2008-06-0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Jade 2008-06-04 04:28   좋아요 0 | URL
^^
 
공정한 무역, 가능한 일인가? - 공정 무역 Fair Trade 아주 특별한 상식 NN 5
데이비드 랜섬 지음, 장윤정 옮김 / 이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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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이라고 하면 왠지 '자선사업'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착취당하는 제3세계 빈민들을 위해 자발적 성금내는양. 그러고보면 나도 아직 기득권층의 논리에 물컹히 젖어있는듯 싶다. 당연한 의무에 생색내는 걸 넘어서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싸고 질 좋은" 고기를 수입하시겠다는 바로 그 논리.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든 세금만 잘 내면 된다는 그 절묘한 논리.

여기서 말하는 공정무역은 단지 소수의 생산자에게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것만이 아니다. 생산 원가 보장이 기본이지만 거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위해 자행되는 범죄들 ㅡ 살인적인 농약살포, 노예제를 방불케 하는 근로조건, 지력을 거덜내는 경작방법 등 - 을 차단하고 '제대로 생산된' 제품을 '정상적 방법'으로 파는것이다. 하여 '유기농'과 긴밀히 연결된다. 저자는 유기농과 결합된 공정무역만이 현재의 (허울뿐인)'자유무역'이 가져올 대 재앙을 막아줄 유일한 대안이라 주장한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저자는 그런 비관론은 대안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시도의 산물이라며 공정무역을 시도하고 있는 소수들의 힘겨운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유기농 바나나'는 '바나나 전쟁'속에서 찾아낸 희망적인 성공사례다.

공정무역의 대명사 커피가 표지를 장식한다. 커피가 워낙 착취율이 심해서 '주요 상품'이 되었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채취-가공이 비교적 단순해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공정무역의 예로 들고있는것이 커피, 바나나, 코코아, 청바지인데 코코아는 워낙 가공방법이 다양하고 함께 사용되는 다른 재료가 많아 소규모로 시작하기 어렵단다. 청바지도 그렇고.) 커피생산 과정은 3년이라는 긴 시간과 (처음 재배를 시작하면 3년동안은 수확 없이 기다려야 한다) 자연재해의 위험, 힘든 노동이 필요하지만 생산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리 많아도 판매가격 10% 이하다. 복잡한 유통과정상 어쩔수 없다 치더라도ㅡ 커피 가격이 생산자들과 전혀 상관없이 거대 기업/투기꾼들의 입김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원가 이하로 가격이 폭락해도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죽어라 일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고 그나마도 매년 불확실한 커피가격앞에 덜덜 떨어야 하고. 커피가 지력을 엄청나게 소모시킨다는걸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커피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자연환경파괴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바나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플랜테이션 노동자들은 살포되는 농약 - 냄새도 심하고 독성도 강해서 노동자들은 자신이 생산한 과일을 절대 먹지 않는다. - 속에서 겨우 먹고살만한 돈을 받으며 일한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덕에 선진국들은 '후진국'들에게 1차생산에 전념하라 훈계하고는 (이렇게 확보된 공급덕에 가격은 떨어지도록 판을 짜 놓은뒤에) 자기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전념하며 느긋하게 착취결과를 즐긴다. 거대기업들의 '바나나 전쟁'탓에 과테말라 노동자들은 끔찍한 착취와 노조탄압을 겪었다. 반면 도미니카 공화국은 병균들이 퍼지기 힘든 덥지만 건조한 기후와 공정무역을 돕는 네덜란드 기관덕에 유기농 바나나생산에 성공했고 유럽쪽에서 '유기농 바나나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물론 이곳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바나나를 즐겨 먹는다. (한번 유기농 바나나에 맛을 들이면 일반 바나나는 먹을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다고 한다.)

코코아는 모든 농산물중에서 가장 농약을 많이 치는 작물 중 하나라고 한다. 코코아는 워낙 가공방법이 다양해서 최고급 코코아를 생산해 내도 그것을 적절히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이 거의 없어서ㅡ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있는 몇몇 (공정무역)기업들만 유기농초콜릿을 생산할 수 있다. 보통 초콜릿들은 코코아 함유량이 지극히 낮고ㅡ 우리가 초콜릿 맛이라고 알고 있는것은 거의 설탕/물엿/버터 등의 조합이다. 다행히 더 좋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크 초콜릿', '유기농 초콜릿'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ㅡ 대기업 상표와 광고에 의해 지배되는 초콜릿 산업에서 공정무역 초콜릿은 '판매'역시 쉽지 않다. 초콜릿은 생산-가공-포장-판매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대기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상품이다.

청바지 제작과정은 또 어떤가. 면 생산에는 다른 어떤 작물보다 독한 살충제가 쓰이고(때문에 해마다 수백만명의 중독환자가 생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면의 절반이상이 유전자 조작이며(왜 미국이 빠지나 했다 -_-) 염색에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 쓰인다. 멕시코의 여러 '민감한 생태계'는 청바지 워싱을 위한 '경석(輕石)채취로 파괴되었고, 청바지의 정교한 바느질은 제3세계 여직원들의 노동착취 결과다. 면의 대용물로 '삼 청바지'가 있으나 마약 전쟁 옹호자들에 의해 종종 삼을 이용하는것은 지원된 비난을 받는다. 이 대목에서 절묘한 분석이 나온다. "독성 약품과 착취된 노동자의 땀이 없는 청바지가 300달러라면, 도대체 50달러짜리 청바지의 나머지 250달러는 누가 내고 있는 것인가?" 물론 대규모 생산이 주는 비용 절감도 상당하겠지만ㅡ 결국 노동자 착취 공장의 젊은 여성들과 파괴당하는 환경이 기업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부는 소비자에게 전가되기도 하고.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먹는 거의 모든 물건들은 세계 무역의 산물이다. 옛날에는 꿈도 못꿔봤을 풍요로운 선택ㅡ 필리핀산 바나나, 과테말라산 커피, 브라질산 코코아, 미국산 청바지, 그리고 이런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미국산 쇠고기 ㅡ 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 모두는 현재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공범이다. 누구를 위한 '자유무역'인가? 생산자도 아니고 소비자는 더더욱 아니고ㅡ 중간 과정을 담당하는 기업들을 위한?  '현대판 노예제'를 기반으로 한 상품들이 태반이라 이들을 보이콧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맘에 안들면 미국산 소고기 안먹으면 된다는 MB의 논리가 떠오른다.) 지금으로선 '공정무역'상품들을 더 많이 소비하는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일한 희망이지만 그나마도 여유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당장 거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는 노동자들과 싼 물건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빈민들은 속수무책이다.

오늘날 세계는 초국적기업과 뗄레야 뗄 수가 없다. '국가'란 틀로 '국민'이란 이데올로기로 묶어놓지만 국가의 결정은 거의 다국적기업의 입김에 휘말린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대체 누굴 위한 조치일까? 한우를 고급화해서 1억원짜리 한우를 만들라고? 물론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가야하겠지만 당장 빚에 허덕이는 농민들에게 국가 지원없이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그런데 한우 고급화에 꼭 미국산 소고기가 배경음악으로 깔려야 하는걸까? 모든것이 얽혀있고, 복잡해보이지만 본질은 딱 하나다. 더 많은 이윤. 사람이/자연이/동물이 얼마나 죽어가느냐는 값싼 동정을 위한 곁다리일 뿐. 사실 어찌보면 이 악랄한 체제를 유지해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광우병을 만든 장본인이다. 심화되는 양극화와 환경파괴를 기반으로 한 현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주류경제학의 핑계대신 당장 실행 가능한 작은 대안이라도 찾아가려는 노력이 훨씬 절실하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ㅡ 이 말이 유효하다면 작은 변화는 큰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지만 "이래갖고 세상이 바뀌겠어?"란 푸념이 먼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미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독자들에게 저자가 던지는 충고 한마디. "사람들이 자신이 뭘 사는지 안다는 것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 수도 잇다. 그러나 그들이 모든 것을 무시한다면 세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광우병은 자연/타인에 대한 악랄한 착취에 대한 경고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합류하고 있는 "폭력의 체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 책이 얇고 한정된 품목에 관한 주인공의 경험 위주라서 쉽게 읽히는 장점과 내용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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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5-04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아는분과 이것에 대해 잠깐 얘기했었는데...
그시간에 우리 제이드님은 이 리뷰를 쓰고 있었군요

Jade 2008-05-04 12:09   좋아요 0 | URL
ㅎㅎ '공정무역'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협한 사고를 넓혀주는 책이었어요 ㅎㅎ

시비돌이 2008-05-1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생협, 품앗이, 직거래 이런 개념들이 포함된 거 아닐까요? 어렵지만 지향해나가야 하는.... 화이부동하신 두 분이 친하게 댓글 달고 계시니까 보기가 좋네요. ^^ 근데 맞는 표현이긴 한건가? ㅋㅋ

Jade 2008-05-12 16:5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어렴풋이 협소하게만 알고있다가 이 책 덕분에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었어요 ㅎㅎ

저 웬디양님이랑 친해요! 흐흐

웽스북스 2008-05-12 18:52   좋아요 0 | URL
저 제이드님이랑 친해요! 흐흐

누에 2008-06-0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ade님 덕분에 몇몇 생각 얻어갑니다.

Jade 2008-06-04 04:29   좋아요 0 | URL
오 감사합니다 ㅎㅎ
 
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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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때 나는 예비 고3이었다. 정치에 대해 아는것도 없고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보다 주변의 선거권을 가진 어른들의 지지연설을 듣는것이 재미있었다. 선거 전날 정몽중후보의 갑작스런 이탈에 노무현 지지자들은 이를 갈았었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자 만세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그저 이회창후보가 안되었다는 사실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더랬지. 어찌어찌 탄핵열풍이 불고 (그즈음 택시를 탔는데 나이 지긋하신 기사님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탄핵반대 촛불집회뉴스에 "그 노무현 빨갱이 새끼"운운하던 기억이 난다. 풋) 그 덕에 17대 총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번 대선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기이한 선거였고ㅡ 총선역시 "한나라당이 개헌선을 넘어설것인가"에 맞춰졌었지. 하긴 생각해보면 이번 총선은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평화통일가정당은 전 지역구 출마로 어마어마한 돈을 나라에 헌납한 셈이고ㅡ '뉴타운'의 승리이기도 하고, '친박연대'라는 정당도 생길수 있음을 확인하고ㅡ 비례대표 1번 양정례씨를 매일 신문에서 만나기도 하고. 아직 한국사회가 '역동적'이라는 반증일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막장으로 가는 중"이라며 우울한 전망을 내 놓는다. "존재에 반하는 의식"은 이제 너무 많이 들어 상투적이기까지 하다. 40여년만에 선거권 취득 연령을 낮춰놓았지만 정작 많은 젊은층들이 선거/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어떤 신념처럼 "경제발전"에 휘말리고. 사상 최저의 투표율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일까 혹은 침묵시위일까? 총선 개표때 화제가 된 "도저히 뽑아드릴 사람이 없다"고 적힌 투표용지는 무엇을 반영하는 것일까?

이 책은 1948년이후 치러진 대선/총선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자분자분 풀어놓는다. 서중식씨는 "선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것이 결코 상식이 될 수 없다. 선거를 통해 민의가 어떻게 표출되며, 선거가 한국 사회를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시켰느냐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으로 이끌어가지만 교과서에서 배웠던 부끄러운 부정선거들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서술한다. 비밀선거원칙을 무색케하는 3/9인조선거, 상대후보에 대한 색깔공격, 개표부정, 정치깡패동원 등등. 지금 막장, 막장 하지만 이보다 더 막장일 수 있을까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런 암울한 시기 뒤에 약속이라도 한 듯'신선한 선거바람'이 불고 사회가 바뀐다. 긴 역사 속에서 보면 부정한권력은 늘 꼬리를 내리고 만다.

"이성의 간지(奸智)"라는 말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자신을 반대하는 국회분위기를 뒤엎고자 헌법을 뒤엎고 정치파동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한 이승만이 바로 그 직선제 때문에 덜미를 잡히고ㅡ 박정희의 권력욕을 충족시켜준 유신 체제로 인해 몰락하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제도는 희한하게도 독재권력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 선거나 공천제도 처음엔 이승만 독재를 위한 도구로서 도입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역설적인지. 2004년 민노당에게 10석을 안겨준 비례대표제도 처음엔 박정희 정권 여당 의석수를 늘려주기위해 도입된 것이라니. (어제 서중석 선생은 강연을 다녀왔는데 "우리 민주주의 역사는 참 역설적이고 풍자적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암울하다고 비관만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선거의 50%이하 투표율은 훗날 어떤 역설을 보여줄지 궁금하다"고 너스레를 떠신다.)

우리나라 국민의 역동성/잠재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다. 단적인 예로 1910년까지 군주 아닌 사람을 모신적 없던 철저한 "왕 중심 국가"였던 우리가 1910년대부터 공화제를 주장하고, 광복 이후엔 이승만/한민당 세력마저도 '보통선거'를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쉽게 '왕'을 버릴 수 있었는지. 최악의 선거라는 67년 '망국선거' 4년 후 신선한 야당바람으로 '균형국회'를 이루어 낸 71년 선거는 또 어떤가. (이때는 박정희 본거지인 대구에서도 거의 야당이 득세했다며 이 때만해도 '균형감각'이 존재했다고 말한다.) 2004년 총선도 탄핵바람에 맞선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지. 저자는 73년 이후 북한 경제력이 남쪽에 뒤지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로 '선거'를 생각한다며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선거의 역동성을 높이 평가한다. (단, 우리 역사에서는 역설적으로 드러난 경우가 많아 우리의 시민의식과 궤를 같이했던것은 아니라는 우려를 덧붙인다. 단적인 예로 87년 대투쟁에서 16년전의 "직선제 쟁취"를 외칠 수 밖에 없던 사례를 든다.)

"못살겠다 갈아보자","갈아봤자 별수 없다"등 당시 유권자들을 휘어잡았던 구호들이 눈에 띈다. 20,30만 유권자를 동원했던 신익희 선생 유세, 김대중 후보 유세 사진을 보고 있으면 당시의 분위기가 전해지는 듯 가슴이 벅찬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이런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냈겠지. 모든것이 정치적인 지금 우리세대의 정치감각은 오히려 한없이 무뎌진듯 하다. 변화를 향한 뜨거운 가슴마저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책을 읽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87년 선거에서 노태우가 당선된것은 양 김이 분열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ㅡ 어떻게 노태우가 30%가 넘는 지지율을 얻을 수 있었을까? 누가 집권하든 기득권층을 대변하는것은 마찬가지 였기 때문일까. 이번 대선의 풍경이 겹쳐진다. 가진거라곤 초라한 사람들이 '경제성장'의 믿음으로 이명박후보를 찍는 풍경들. 말도 안되는 '잃어버린 10년'논리들. "정당은.....'정권탈취'를 꿈꿔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했던 이승만이나 "내 자리 뺏길뻔 했네"라며 안도했던 박정희의 "대통령은 내 것"이라는 논리와 어쩜 그렇게 닮아있는지.

선거가 역동적이려면 유권자들이 단합해야 한다. 찍을 사람 없다고 방관/포기한다고 세상이 바뀌는것은 아니니까. 막장선거였던 67년 선거 후 4년만에 정치판도를 바꿨던 유권자 의식은 지금도 살아있다고 믿고싶다. 아니, 다시 살려내야겠지. 이 책의 장점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대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단어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선정한 느낌. (어제 강연회에서도 이런 신중함이 엿보였다.) 중립적이지만 위트와 풍자가 스며있어 재미와 고민거리를 한아름 안겨준다. 암울하다고, 혹은 어렵다고 현대사를 외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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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4-30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앗. Jade님의 추천을 받아들여 이 책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다락방이랍니다. 그나저나 Jade님은 주변 어른들의 지지연설도 재미있어하는 고등학생 이었군요. 제 눈에는 마냥 신기해요. 저는 그런것들이 전혀 재미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Jade님의 리뷰는 언제나 제 관심분야에 대한 책이 대상이 된 것이 아닌데도 참 잘 읽혀요. 잘 쓰여진 감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추천이예요.

Jade 2008-05-01 00:20   좋아요 0 | URL
"이회창이 안되면 지구를 떠난다" 혹은 "노무현이 안되면 성을 간다" 뭐 이런 말들이 오가서...누가되든 과연 그 말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흥미로웠죠..ㅋㅋ 저도 정치는 아는것도 없고 흥미도 없었어요~ 최근에서야 조금 관심이 생겼고 이번 선거는 워낙 이런저런 일이 많았잖아요 ㅋㅋ

다락방님 칭찬은 언제들어도 부끄럽습니다^^;
 
5.18 그리고 역사 -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나라로 역사도서관 교양 7
최영태.김상봉 지음 / 길(도서출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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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광주를 알게된 건 임철우의 소설 '봄날'을 통해서였다. 현대사라곤 고등학교 국사책 끄트머리 훝고 지나간게 다였으니 처음 그 '사실'을 맞닥뜨릴때의 당황스러움이 아직 생생하다. 어떻게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는 얼마나 쉽게 그 일을 잊고 사는가...아는것은 상처받는 것이라는 말은 사회와 역사를 알아갈수록 다시금 되뇌이는 일종의 금언처럼 되어버렸다. 작년 여름 '화려한 휴가'가 흥행하면서 어떤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으나 '영화관에서 울고 나온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찍는'수준으로만 머물렀고, 급기야 "경제를 살리는 것이 광주정신을 이어받는 것"이라는 선전으로까지 이용당했으니. 붉은 색 표지만큼이나 광주는 아직 여물지 않은 핏빛이다.

80년 광주가 단지 열흘간의 '전쟁'에 그친다면ㅡ 극악무도한 공수부대와 용감했던 시민들 그 뿐이다. 이 책은 그 열흘동안 벌어졌던 끔찍한 사실들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역사속 흐름으로서 광주를 되짚어본다. 총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에선 항쟁의 배경과 전개과정, 항쟁 후 민주화 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그 즈음 전개되었던 아시아(필리핀, 중국, 태국) 민주화운동을 살핀다. 2부는 '5월운동'의 변천과 가요/연극/영화 등 광주와 관련된 문화운동에 대한 내용이고 3부에선 김상봉 교수의 '서로주체성'을 요체로 하는 5.18 항쟁의 정신을 다룬다. (5.18을 사상적 관점에서 조명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란다.) "철학. 사회학. 문학. 역사학. 정치학 등의 전문가들이 5ㆍ18항쟁을 ‘종합적인’시각에서 서술, 특히 인문학적(철학적) 성찰을 시도했다"는 책 소개에 걸맞게 전부 학문적 글들이라 무겁고 어렵다. (특히 1부 4장 -5.18 항쟁과 1980년대 아시아 민주화운동- 은 동아시아 현대사에 기본상식이 없으면 읽기 힘들다.) 화려한 휴가의 광주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듯' 영문도 모르고 당해 본능적으로 저항했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 책에서의 광주는 온갖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진 현대사속에서 민주화라는 필연적 과제를 향한 절박한 요구와 굳건히 맞선 의지가 배어나온다.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당당한 주체다.

김상봉 교수의 '서로주체성'은 이미 다른 책에서 많이 봐왔기에 오히려 이 책에서 가장 잘 와닿는 부분은 3부였다. 우리가 광주를 기억해야 할 이유ㅡ 그 정신을 이어받는 것.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보편적 뜻으로 이어지는 것. 철학자답게 단어의 개념을 정의하고 확장해가며 길게 설명하지만 요체는 '서로주체성'의 현현인 절대공동체로서의 광주정신을 이어받는 것이다. 전에 출간되었던 '서로주체성의 이념'이나 '만남'에서 서로주체성을 이야기할때 꼭 등장했던것이 80년 광주인지라 -'만남'에서는 대담 형식이라 훨씬 부드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 김상봉의 독자라면 크게 새로울 내용은 없다. 광주를 처음 '절대공동체'라 명명한 최정운 교수의 저서 "오월의 사회과학"을 보충/인용하기도 하고 상당부분 비판하기도 한다. ("오월의 사회과학"은 당시 상황을 묘사해 놓은 인용문이 많아 다소 감정적인 느낌을 준다.) 거칠게 말하면 최정운 교수가 광주를 일종의 트라우마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인 반면(전쟁으로 비유) 김상봉 교수는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어떤 정신을 찾으려 한다. 타인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투쟁에 뛰어들고, 함께 맞서 싸우기 위해 피와 밥과 수류탄을 나누었던 그들에게서 우리가 지향하는 '서로주체'를 발견한다.

2부에 수록된 저항시들이 인상적이다. 억압이 심했던 80년대에도 활발했던 문화운동 - 저항가요/시/연극 등 - 은 현재에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신 개인의 감정과 고뇌를 이야기한다. 가시적인 억압은 분명 많이 사라졌고 어떤 의미에선 살기 좋아졌다고 할 수도 있을게다. 모든것이 정치적이어서 마치 일상생활은 정치와 무관한 듯 보이기까지 한다. 보이지 않는 경제가 노골적인 정치적 탄압을 대신한다. 우리는 모두, 여전히 난장이다.

곧 5월이다. 작년 여름에 찾은 망월동 묘지엔 대선을 앞둔 탓인지 성지순례하듯 유명인사들이 많이 찾아왔던데. 이번 18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겠지. 빛나는 민주화 역사에 대해 연설하겠지.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그것을 기억함으로서ㅡ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함이다. 동떨어진 사건으로서 5.18을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들을 영원히 가련한 '피해자'의 위치에 붙박아놓는 것이다. 그들의 증언에 귀 기울이는 것은 그들의 고통에 같이 괴로워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ㅡ 스스로를 일깨우는 각성제가 되어 현재의 또 다른 폭력에 맞서 싸우기 위함이다. 지금 세상에선 어느 한 지역에 군대를 몰아넣고 사람들을 죽이며 외부와 차단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ㅡ 양상은 다를지라도 특정 약자들을 억압하고 사지로 몰아넣는것은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 그 대상이 외국인 노동자든, 살기 위해 슬럼으로 기어드는 빈민층이든, 하루 열 몇시간씩 일하고 겨우 연명하는 제3세계 국민들이든. 광주를 기억한다는 것은 이 모든 억압받는 약자들과 연대하고 저항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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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3 0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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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3 0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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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3 0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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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3 0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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