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라딘 마을에서 알 수 없는 두 가지 미스테리 한 현상 때문에 궁금해서 죽겄다~ 하나는 정말 미스테리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종의 불만거리의 다른 이름이다.ㅎ(후자는 다음 페이퍼에서 쓰기로 하고..)

 

개인적으로, 알라딘 측이 한 번 서재지수를 조정하는 바람에 매우 신경질이 도진 적이 있다. 그냥 알라딘 측 맘대로 조정을 해서 1만점 가량 깍였다.

 

알라딘에 이사 와서 초반에 서재지수를 높이려고 발악한 적이 있지만, 기존 활동이 쌓이지 않는 이상 서재지수를 올리는 일은 매우 힘든 사안이었다.

 

추천(당시 좋아요는 추천)을 받지 못하고, 댓글 없는 썰렁한 리뷰를 1편 써 봤자 지수가 50점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40-50편을 일주일에 걸쳐 이전 블로그에서 날라다가 복사해봤지만, 지수가 별로 늘지 않았다.

 

페이퍼도 얼마간 써 나가다가 지수가 별로 높아지지 않아 시큰둥해지면서 지수올리는 걸 그냥 포기했다. 욕 한번 해 주고 말았다.

 

근데, 아주 우연히(서재의 달인 코너를 아주 가끔 방문한다) 서재지수 1등이 바뀌어 있는 사실을 보고 매우 놀랐다. 지금 내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 봤는데, 1등이 바뀌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서재의 달인 현재 랭킹 1위가 알라딘에서 활동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분이라는 거. 찾아 보니 2015년 10월 2일에 첫 리뷰를 올린 분이다.

 

아니, 어떻게 하면 만6 개월만 활동하고 서재의 달인 지수 1위가 되는 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거다. 서재지수 산정 방법이 알라딘 측 맘인 것은 알겠지만 이건 좀 이상함을 넘은 미스터리다.

 

알라디너들은 명예의 전당 메인 페이지, 서재의 달인 지수를 쉽게 확인해 볼 수 있으니 보시라. (누구나 오픈 된 페이지) 1위가 [심은유의 마술연필] 님 서재이다.

 

[심은유의 마술연필]

서재지수          1,428,495 점

마이리뷰          209 편

마이리스트       1,101 편

마이페이퍼       70 편

태그                20,975 개

 

 

마이리뷰 209편에 마이페이퍼 70편 정도면 100만 점이 훨씬 넘나부다. 마술연필이 알라딘을 만나 마법을 부렸나? 아, 태그 때문인가?

 

그럼 2위 랭커인 숲노래 님 서재지수를 보자.

 

[숲노래]

서재지수          1,127,679 점

마이리뷰          3,230 편

마이리스트       1,140 편

마이페이퍼       13,862 편

태그                194,430 개

 

 

 

단번에 비교할 수 있다. 숲노래 님이 마이리뷰를 심은유 님보다 3000개 이상 많이 작성했고, 마이페이퍼와 태그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근데, 서재지수는 30만점 이상 뒤쳐지고 있다!

 

말이 30만점이지, 젠장 내가 이 서재에서 3년 이상 그래도 꾸준히 활동했는데 서재지수가 달랑 4만점을 조금 넘을 뿐이다.

 

(이런 불만을 서재 초기에 했었는데, 이웃 분이 서재 활동이 쌓여야 지수가 많이 반영된다는 점을 알려줬다. 그때 어느 정도 알았다. 지수 누적이 어떻게 대략적으로 작용하는지.)

 

30만 점과 4만 점이라...썅 소리가 절로 나는 구나..--;;


 

도대체 심은유 님은 알라딘 서재 활동 약 7개월 동안 어떤 마법을 부렸기에 단기간에 알라딘 명예의 전당 서재의 달인 1위가 되었을까?

 

아무리 서재지수가 북플과 연동이 된다지만 이건 너무하다. 실제 심은유 님이 약 7개월 서재 활동을 하면서 받은 추천 개수만 봐도 로쟈 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단 기간에 저런 서재지수를 확보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알라딘 서재지수 산정 지침 중 가장 기본적인 한 가지, 리뷰 한 편당 지수 50점이라는 산정 기준으로 볼 때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수치다.

 

리뷰 한 편당 지수 50점이라면, 1만편을 써도 50만점이라는 얘기다. 1년에 책 1만권을 읽었다는 뻥은, 이 수치에 대면 애교 수준이다. 누구나 알것이다. 1년에 책 1만권을 읽는다는 건 뻥중에 개뻥이라는 걸.

 

근데 서재지수는 정말 이 뻥을 아주 우습게 뻥이 아닌 현실화된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리뷰 209편, 리스트 1101편, 페이퍼 70편, 태그 20,975개. 만일 내가 이런 수치를 보였다면 아마 지수 10만점도 확보하지 못했을 거다.

 

알라딘 측에 묻고 싶다. 서재 활동을 어떻게 하면 약 7개월에 100만 점을 가뿐히 넘을 수 있는지. 만일 서재지수를 아주 빠르게 높일 수 있는 길이 북플에 있는 어느 기능 때문이라면, 그것이 뭔지 궁금하다.

 

그런데 그게 지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서재 지수는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알라딘 서재 지수 반영 비중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산정 기준이 리뷰 작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알라딘 유저들이 쌓아 올린 양질의 리뷰는 책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다.

 

나는 생소한 책을 구매할 경우 리뷰를 보는 편이다. 예스나 교보 또는 반디 인터넷 서점보다 알라딘은 리뷰가 압도적으로 많다. 생소한 책의 경우도 1-2편은 있는 정도. 책 구매에 어느 정도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책 사이트에서 책 구매를 위한 양질의 기준을 제공해 준다는 건 무시하지 못할 가치를 담고 있기에 그렇다. 교보와 반디는 이런 면에서 알라딘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책 구매의 시금석이 되는 이런 중요한 리뷰 작성이 지수 산정 시에 북플 사용 기능에 밀린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안이다.

 

 

"심은유의 마술연필,ⓒ심은유" <--- 요 표시 때문인가? 심은유 님이 서재 활동 초기에 리뷰와 페이퍼에 저 표시와 함께 '이 모든 저작물은 심은유의 콘텐츠로써 복사 및 표절을 엄급합니다'란 표시 비슷한 게 달렸었는데, 이거 때문인가? 'ⓒ심은유' 표시가 이런 걸 담고 있는 표시라서뤼...알라디너 중 이런 표시를 달고 활동하는 분은 이 분밖에 없는 거 같아, 이런 추청을 해 볼 수밖에..

 

가장 좋은 건 알라딘 측의 답변을 듣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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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재지수의 문제점
    from 冊性愛子 2016-05-10 20:29 
    오늘 야무님이 작성한 글을 읽으면서,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3월에 제가 알라딘 서재지수의 문제점에 대한 내용의 메일을 서재지기님에게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회원닉네임이 공개되는 내용이라서 서재지기 게시판에 불만사항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저도 처음에 알라딘 서재/북플 활동이 많지 않은 분이 서재지수가 높게 나오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매일 두 편 이상의 글을 열심히 쓰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원래 ‘마이리뷰’, ‘마이페
 
 
yureka01 2016-05-10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지수 ..이런 점수는 전혀 고려 한바가 없었는데...저도 한번 보러가야겠군요..ㄷㄷㄷㄷ우엉.....

yamoo 2016-05-11 21:36   좋아요 0 | URL
서재지수에 관심이 없으면 문제될 거리도 안됩니다. 하지만 저같은 사람에게는 쬐금의 영향은 있습니다..ㅎㅎ

가끔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stella.K 2016-05-10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언제 또 이런 걸...!
사실 전 숫자에 약하여 이 부분은 생각한 바가 거의 없어요.
서재지수 높다고 적립금 줄 것도 아니고.
근데 답변 듣기 쉽지 않을 걸요?
지난 번에 그렇게 야무님을 비롯해서 몇몇 분들이 당선작 문제제기를 해도
지금까지 일언반구도 없잖습니까?
이거에 답변을 한다면 그것도 답변을 해야할 겁니다.
어쩌다 알라딘이 이렇게 됐는지...-_-;

yamoo 2016-05-11 21:38   좋아요 0 | URL
서재지수에 쬐금 관심이 있고, 서재의 달인 코너를 한 달에 두서너 번은 방문하는지라...

사실 서재지수가 어케 반영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데, 가입한지 얼마 안 돼 서재지수 1등이라는 엄청난 사실을 보고 경악을 좀 했습니다.

반디지수, 예스 지수, 네이버 내공...이런 식으로는 산정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ㅎ

그러게요, 어쩌다 알라딘이 이리 됐는지 몰루겠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5-1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미스테리하긴 하네요.
숲노래 님이 부동의 1위일 줄 알았는데... 쏟아내는 양 또한 어마어마하니 말입니다.
3년 내내 아라딘 했는데도 내 서재지수는 십만이 안 넘던데..(넘었나 ??! 관심이 없어서..-_-)

yamoo 2016-05-11 21:40   좋아요 0 | URL
그 부동의 1위가 바뀌어서 매우 경악했지요..ㅎㅎ

새로운 1위가 등장하기 전, 알라딘 서재 지수 1-10위 까지는 정말 오래 알라딘 서재 활동을 해 온 분들인지라...

곰발 님처럼 양질의 글을 써주시는 분이, 그것도 꾸준히~ 그런 곰발 님도 10만이 안 넘는 현실에서 심은유 님 서재의 1위는 정말 경악 그 자체이올습니다요..ㅋㅋㅋ

cyrus 2016-05-1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재지수 반영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야무님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특정 회원분의 실명을 거론하는 건 실례라고 봅니다. 이 문제의 원인은 회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알라딘 시스템에 있습니다.

yamoo 2016-05-11 21:41   좋아요 0 | URL
특정 회원의 실명을 거론하고 싶어서 거론한 게 아니라...그 분 서재 이름이 실명으로 돼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리 됐네요..ㅋㅋ

물론 알라딘 시스템이 문제이지요~ 저도 알고 사이러스 님께서 뭘 염려하시는 지도 알겠습니다!

표맥(漂麥) 2016-05-1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도 서재지수가 안올라가서 잊은지 오래... 리뷰 컨텐츠는 알라딘의 자산이기도 한데... 뭔가 좀 잘못된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공감하는 글입니다.^^

yamoo 2016-05-11 23:30   좋아요 0 | URL
서재 지수가 하도 안 올라가면 포기하고 그냥 잊게 되지요~ㅎㅎ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표맥 님!^^
 
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이삭줍기 3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인간에게 있어 그림자는 무얼까? 샤미소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열림원, 2002)를 읽고 ‘그림자’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나 오래 붙잡고 있는 내가 좀 우스워 보이긴 한다. 인간에게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아무것도 아니기에.

 

플라톤의 철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그림자는 실체가 아닌 허상이라는 걸 초등학생도 안다. 그냥 빛을 받는 유기체가 드리우는 실체의 흐릿한 모사일 뿐이다.

 

그런데 소설 한 권이 잊고 있던 인간의 ‘그림자’에 대해 성찰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고 멋진 우화를 통해서, 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사실, 이 소설은 자본주의 비판서로 평가받아 온 듯하다. 물론 플롯 구조상 인간의 가치와 돈을 대비시키고 있기에 이런 평가는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소설 속 ‘그림자’로부터 인간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노자 사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노자가 말한 ‘무위(無爲)’의 사상 말이다.

 

<도덕경>에서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는 ‘유무상생(有無相生)’과 상통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우주 만물은 유와 무의 대립과 긴장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단다.

 

있음은 없음을 전제로 하고, 없음은 있음을 전제로 한다. 침묵이 없으면 말(언어)이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말은 침묵을 전제로 가치를 갖는다. ‘쓸모 있음’도 매한가지다. ‘쓸모 없음’이 있어야 비로소 그 ‘쓸모 있음’의 가치가 생긴다.

 

 

 

2

 

 

인간의 그림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림자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림자가 고뇌를 덜어주지도 않는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인간이 그림자의 존재를 생각할 겨를은 거의 없다.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 슐레밀은 무가치한 자신의 그림자를 악마에게 쉽게 내 준다. 그 대가로 슐레밀이 얻은 것은 금화가 무한하게 나오는 행운의 가죽 주머니. 슐레밀은 이 주머니로 갑부가 된다.

 

하지만 그는 태양이 뜨는 밝은 날을 피하게 된다. 그림자가 없기 때문에, 그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게 된다. 이 나라에서는 그림자가 없을 경우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림자 없는 슐레밀을 보고 수다스런 청년들은 빈정거린다. “성실한 사람은 태양 아래서 걸어갈 경우 자신의 그림자를 잘 간직하는 법이지.” (p32)

 

슐레밀은 금화를 사용해 명성을 누리지만, 그 자신은 그가 지은 성 안에 꼭꼭 숨어서 지내다 태양이 사라진 밤에만 돌아다닌다.

 

급기야 그림자가 없다는 단 하나의 사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하인에게 빼앗기고 그는 절망한다. 그제서야 그는 절실히 깨닫는다. 쓸모 없던 그림자의 가치를.

 

그림자는 그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명예를 얻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였다. 선한 일에 돈을 쓰고, 그로 인해 명성을 얻었지만,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로 그 모든 가치가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없어지는 경험은 슐레겔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가 그림자만 보여주면 혼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고, 하인이 태양아래 주인님의 그림자만 보여주면 충실한 하인으로 남겠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슐레겔은 그럴 수 없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가슴이 타 들어가는 순간만을 경험해야 했다.

 

슐레겔은 이전에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모든 재산을 바쳤지만, 지금은 오로지 그림자만 없기 때문에 가치 있는 모든 것을 눈앞에서 잃고 있다. 그는 스스로 묻는다. “이제 나는 이 지상에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p33)

 

 

 

3

 

 

이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곱씹어 볼수록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림자’가 갖는 상징적 위상을 계속 돌아보게 한다.

 

천민자본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직장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가진 ‘그림자’를 모두 저당 잡히고 있다. 회사 밖에서는 일말의 가치도 없는, 그리고 눈에 잡히지 않는 업무를 위해 나의 시간과 정열을 모두 소진시키고 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기 싫고, 회사에 가기 싫지만 돈을 벌기 위해 나는 가야한다. 상사의 갑질과 거래처의 갑질을 견디지 않고는 하루가 지나가지 않는다. 마른 걸레에서 구정물을 뽑아내고 나면, 나는 점점 닳아 없어진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건 우리 스스로가 슐레겔이 자기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을 좀처럼 던지지 않는다는 거다. “이제 나는 이 지상에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오후 3시의 햇살을 받으며 여의도 공원을 걸어보는 자유.’ 샐러리맨들은 누려볼 수 없다. 이 산책은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치 있는 일도 아니다. 태양 빛에 드리우는 그림자와 같은 거다.

 

10년 간 대기업 산하 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하고 직장에 사표를 던진 한 여자가 그날 오후 3시 여의도 공원을 산책하면서 느낀 지점이다. 그녀는 감격에 눈물을 흘리며 자기가 뭘 위해 살았는지 모르겠노라고 했다.

 

그렇다. 이 기본적인 인간의 자유를 샐러리맨들은 누릴 수 없다.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를 누릴 수 없는 사람을 우리는 노예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샐러리맨들은 모두 노예다.’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 수없이 회자되는 ‘그림자’는 현대 사회에서 돈과 바꾼 ‘인간의 가치’와 정확히 유비될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무가치한 듯 보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4

 

 

인간은 쓸모 있는 부분과 쓸모 없는 부분이 서로 섞여 있는 존재다. 자신을 이루는 쓸모 없는 부분이 무용하다고 해서 돈과 바꿔버리는 순간(여가를 일로 바꾸는 순간) 자신의 가치는 없어져 버린다.

 

잊지 말자. 소설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전하는 귀중한 메시지를.

 

“벗이여, 만약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면 부디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고, 그 다음에 돈을 중시하라고 가르쳐 주게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자네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면 말이지.”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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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5-0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낯설지가 않네요. 저도 읽은 것 같기도한데 말입니다.
제목만큼 아주 재미었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확실히 기억을 못하는 걸 보면...ㅠ
그런데 야무님 글을 읽으니 정말 그렇게도 이해될 수 있었던 책이군요.
탁월하십니다.^^

yamoo 2016-05-10 16:02   좋아요 0 | URL
전 이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본래 아동용 동화로 많이 편집돼서 출간되었던 모양입니다~ 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근래 들어서 그냥 휘리릭~ 읽었던 소설은 이 작품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흠...제 독후감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6-05-0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림원 이삭줍기 시리즈를 모으는 중인데, 유독 샤미소의 작품은 찾기 힘드네요. 어린이용 번역본은 사기 싫어요. ^^

yamoo 2016-05-10 16: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 이삭줍기 시리즈 거의 다 모았는데, 3번 샤미소의 이 책은 구할 수가 없네요..ㅜㅜ

어린이용 번역본이 많나 봅니다..ㅎㅎ

transient-guest 2016-05-10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만화로 본 기억이 있네요. 83-84년 무렵의 `보물섬`이란 어린이만화잡지였어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고...세부적인 디테일은 다르지만요...

yamoo 2016-05-10 16:05   좋아요 0 | URL
저도 보물섬 구독했었는데요...거기서 저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작품을 본 기억이 전혀~~~없습니다. 몇 작품은 생각나는게 있지만 제목은 전혀 생각나지 않네요..ㅎ

그나저나 보물섬이라...추억의 만화잡지죠. 어깨동무, 아이큐 점프와 함께 구독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만...^^;; 트랜스님 때문에 엔날 생각이 나래르..ㅋ
 

오늘이 '책의 날'이군요.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책의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뻔했습니다. 간만에 서재에 들른 보람이 있군요. 워낙 게을러서 페이퍼 하나 올리지를 못했네요. 재밌는 주제인듯하여 저도 10개의 물음에 답해봅니다~(근데, 이게 이벤트라던데, 이 이벤트는 어디에 공지가 돼 있는지 당최 찾을 수가 없군요! 저는 워낙 이런 데에 잼병이라서뤼...--;;)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그냥 아무 때나 그 어느 곳에서나 책을 읽습니다. 특히 이동 중에 읽는 걸 좋아하지요. 무료함을 달래주는 방편으로도 책을 읽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읽는 게 가장 가독률이 좋고 집중력이 죄고로 발휘되더군요. 그래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읽습니다. 읽다가 졸리거나 집중도가 떨어질 때, 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책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니,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꼭 도서관에 가려고 애씁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주로 종이책을 읽습니다. 패드로 전자책을 읽어봤습니다만, 눈이 쉽게 피로해져서 주로 종이책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단, 절판되어 아주 오래된 책이라 책이 누렇게 뜨고 상태가 좋지 않은 책은 pdf화하여 패드로 읽곤 합니다.

흠, 독서습관이라....무조건 책을 사서 처음 읽을 때는 눈으로 빠르게 1회독 합니다. 그런 다음 중요한 부분에 줄을 치거나 여백에 생각 나는 걸 메모하지요. 번역서(특히 철학서나 사상서)를 읽을 때에는 이상한(?) 번역이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찾아, 번역이 엉망으로 된 부분이 있을 시, 표시를 해 두곤 합니다. 책 접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포스트 잇을 준비해서 중요한 페이지에 표시를 하곤 하는데, 포스트 잇이 없으면, 아무 종이나 잘라 해당 페이지에 끼워 넣고 나중에 포스트 잇을 붙이곤 하지요.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현재 침대 머리 맡에 놓여 있는 책은 <미학 사전>과 <철학용어 사전> 그리고 <Dressing right>가 있고, 발치에는 개념어 사전류들이 있습니다. 문학, 철학, 사회학, 디자인, 경제학, 역사, 미술 등 가리지 않고 개념어 사전들이 눈에 띄면 사 모으는 편이에요. 이를 전부 침대 발치에 모아 놓고 있습니다. 수시로 찾아보기 위해서 시작했지요. 한데, 책이 쌓이면서부터 찾아보기는 개뿔~ 그냥 모아 놓고만 있어요..--;;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주로 시리즈물 위주로 배열해 둡니다. 해당 책이 시리즈 중 한 권인 걸 알면, 그리고 그 책이 읽어서 유익하면 그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시리즈 전부를 모으는 것도 있지만, 관심 있는 책들만으로 시리즈를 모으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리즈라도 이빨 빠진 권수가 꽤 되지요. 근데 문제는 시리즈로 모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주제별 또는 저자별로도 모으기 때문에 겹치는 책이 생긴다는 거에요. 예컨대 '비트겐슈타인'이면(저는 비트겐슈타인, 베르그손, 에리히 프롬의 저작들은 거의 모았습니다), 그의 전집과 그에 관련된 책은 다 모으는 편이지요. 한데, '30분에 읽는'시리즈, '한길 로로로'시리즈, '주어캄프 세계인물'시리즈, '하룻밤 지식여행'시리즈 등에 공통으로 <비트겐슈타인>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 2권씩 비치해야 합니다. 이게 정말 짜증나는 거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지요. 첨엔 2권씩 구입하다가, 어느 순간 마구잡이가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책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처분하는 책보다 사는 책이 언제나 많아 걱정이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저는 어렸을 때 거의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책보는 것보다 뛰어노는 게 훨씬 재밌었죠. 당시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면, 좀 이상했습니다. 책이 뭐가 재밌는지 도통 몰랐던 때였지요. 하두 책을 읽지 않아, 부모님께서 안데르센 동화집과 그림형제 동화집을 전집으로 사 주셨지만 열성적으로 읽지 않았습니다. 놀다가 할 거 없을 때 좀 보곤 했습니다. 그래도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전집을 다 읽고, 세계7대 불가사리 시리즈도 다 읽게 됐습니다. 세계문학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정말 한 권도 본 적이 없었더랬습니다..ㅎㅎ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우리'가 지칭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갖고 있는 책 가운데 놀랄만한 책은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책의 배판이 무지 크거나, 아니면 책 1권 가격이 매우 비싸거나, 아니면 희귀 고서이거나...이 정도 돼야 놀랄만한 책이 될 텐데, 저는 그런 책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뭐, 구하기 힘들다고 회자되는 책을 얼마 전에 시리즈로 구입한 적은 있습니다. 이게 제가 갖고 있는 '놀랄 만한 책'의 범주에 넣어 볼 수 있는 책들인 거 같습니다. 법정 스님의 에세이 시리즈와 코풀스턴의 세계철학사 원서 9권. 이전에 페이퍼로 자랑질을 했다지요.ㅎㅎ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흠...두 사람 정도를 만나서 대화하고 싶은 분들은 있습니다. 먼저 춘추 말기와 전국 초기 시대에 살다가 <도덕경>이라는 책의 내용을 말하신 이이(노자의 이름)를 만나면, <도덕경>에 수록된 몇 개의 글자에 대한 정확한 표기를 묻고 싶습니다. 그 몇 글자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노자의 사상을 아니 모르느니 싸움이 일어나니, 묻고 싶은 마음이 참으로 굴뚝같습니다. 해당 글자에 따라 의미가 180도로 바뀌어 버리니까요.

또 한 분은 얼마 전 타계하신 에코 입니다. 에코를 만나면 꼭 에코 식으로 답을 듣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에코는 라캉(라캉의 경우는 <부재하는 구조>를 에코가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만..)과 지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에코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기 때문이지요. 그의 은근슬쩍 뒤집는 비판적 논조로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기 그지 없기 때문입니다.ㅎ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요. 자크 르 고프의 <연옥의 탄생>과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그리고 헤겔의 <정신현상학>입니다. <연옥의 탄생>을 제외하고는(이 책은 너무 두껍기 때문에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계속 시도는 해 보고 있지만 1/3도 못 읽고 포기하기 일쑤. 5번 도전했는데, 반도 넘기지 못했고, 이해도 지지부진합니다. 물론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어서>도 생각만 있지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이지요. 근데, 이 프루스트의 주저는 언젠가는 완독할 날이 올 겁니다. 계속 벼르고 있거든요.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권 있습니다. 생각이 나는 책만 꼽아 보면 <거꾸로>, <트리스트럼샌디>, <패션의 철학>, <서양패션의 역사>, <순수의 시대>, <계속되는 무>, <초록앵무새/아나톨의 망상> 등입니다. 전부 중간 이후 부분에서 내려놓은 책들이지요. 빠른 시간에 완독하여 짤막한 리뷰를 쓰는 게 목표입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흠, 흠..애서가이자 장서가애게 가장 가혹한 질의가 아닐까 합니다. 고민을 거듭했습니다만, 다음 3권은 반드시 가져갈 거 같습니다. <도덕경>과 <물질과 기억> 그리고 사이토 타카오의 <생존게임>. <도덕경>은 읽어도 읽어도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 거 같아 지루하지 않을 거 같구요. <물질과 기억>은 그냥 한장 한장 뜯어서 걍 암기하고 싶습니다. 무료한데, 완전 딱인 듯..ㅎㅎ 그리고 마지막 만화책은 정말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기에 반드시 가져갈 거 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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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4-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 님, 저도 올렸답니다. 비교하며 읽으니 재밌네요.

yamoo 2016-04-23 22:35   좋아요 0 | URL
넵! 저도 여러 알라디너들의 대답을 읽어보니 재밌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독율ㅇㄴ은 역시 도서관이죠. 영화도 마찬가지잖습니까. 영화관에서 봐야 집중하지 집에서 보면 집중이 떨어디즛이 독서도 도서관에서 읽으면 확실히 잘 읽힙니다.

yamoo 2016-04-23 22:36   좋아요 0 | URL
그쵸~ 도서관!!ㅎㅎ 근데, 저는 영화관 보단 집에서 보는 게 훨씬 집중도가 높습니다. 잘된 작품은 2번 보고 연출력이 짱인 부분은 반복해서 보거든요~ㅎㅎ 오히려 영화관에서 보는 게 좀 불안합니다. 오줌이 마려워서요..ㅋㅋ
 

지난 3월 중순, 알라딘 합정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잽싸게 구경르 갔다. 그리고 신촌에 갈 일이 생겨 한 번 더 간 김에 커피를 맛보고 왔다. 물론 몇 권의 책을 데려온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니까 합정점은 3월에 2번 간 거다.

 

 (합정역에서 내리면 6호선 방면으로 나오면, 바로 코 앞에 위치해 있다. 모든 알라딘 중고서점 중 역에서 가장 가까운 이점을 갖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도 대번 보인다.)

 

알라딘 연시내점도 그렇고 합정점 역시 서점 내에 카페가 있다. 스페셜 커피가 요즘 커피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듯이 알라딘에서도 스페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아마도 알라딘의 새로운 사업이라 회자되는 이 '카페 사업'이 알라딘 중고서점을 끼고 새롭게 론칭하는 모양새인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회의적이다.

 

일단 서점 내에 커피 전문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묘수가 아닌 악수인 듯하다. 커피를 사서 먹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가만히 추이를 지켜봤는데, 연신내점과 합정점 모두 10명이 입장하면 1명 정도가 커피를 구매한다.

 

커피가 싸면 모를까 4천원 가까이 하는 커피를 사서 책을 보면서 마신다?! 좀 아닌 거 같다. 반디 종로점 서점 내 커피 전문점도 별로 잘 되는 것 같지 않다.

 

헌데 결정적인 건, 알라딘 중고서점 내 카페에서 근무하는 인원이 너무 많다는 인상이다. 몇 잔 팔리지도 않는 거 같은데, 직원만 대따 많은 형세.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한데, 바리스타를 도대체 몇 명이나 쓰는지 모르겠다. 카페 직원은 1명이면 족할거 같은데, 너댓명은 상주해 있는 듯.

 

개인적으로 알라딘 카페 사업에 더욱 회의적이게 하는 건, 커피 맛이다. 스페셜 커피 즉 즉석 로우스팅 해서 내려주는 수제 커피는 바리스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바리스타의 실력에 따라 원두의 맛을 실현하는 게 천차만별이기 때문.

 

스페셜 커피 전문점을 꽤 많이 돌아다니며 먹어 본 결과 상수동에 있는 OOOO커피 전문점이 최고였다. 대부분 스페셜 커피 전문점이라는 곳은 진짜 바르스타의 전문성이 의심이 들 정도로 형편없었다. 쓰거나 시거나 아니면 맹탕이거나.

 

알라딘 합정점 커피 역시 대따 맛이 없었다. 바리스타가 원두가 가진 고유한 커피의 맛을 잘 모르는 듯했다. 그냥 내가 여러 스페셜 커피 전문점에서 그냥 저냥 먹었던 커피 맛과 대동소이 했다.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 맛을 모른다. 이건 마포의 한 유명 커피 전문점 바리스타가 내게 한 말이기도 하다. 그냥 분위기상 커피를 즐기는 것이지 맛은 모른다고.

 

그도 그럴 것이 커피 맛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원두를 볶고 갈아 마셔봐야 한다. 그것도 바로 내려 원두끼리 비교를 해 봐야 간신히 그 구별점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커피 맛을 구별하면서 즐기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는 거다. 집에 장비를 갖추고 여러 원두를 사다가 내려먹어 봐야하기 때문. 그렇지 않으면 스페셜 전문 커피점에서 여러 커피를 주문해서 비교해 마셔봐야 하는데, 이게 매우 돈지랄이 심하다는 거.

 

어쨌거나 알라딘의 카페 사업은 매우 의구심이 드는 사업이다. 적자가 더 커지기 전에 제고를 해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나도모르게 해 보게 됐다. 적저에 허덕이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좀 안타까워 좀 많이 주절거려 봤다.

 

그렇지, 합정점에서 데려온 책들은 모두 9권이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다.

 

 

 

 

 

 

 

 

참고로 23호점인 합정점은 평균 책 단가가 꽤 높게 책정되어 있다. 22호점부터 단계적으로 점점 책 단가를 올리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24호점인 롯데 타워점은 알라딘 중고서점 지점 중에서 가장 높은 단가를 보이는 듯하다.

 

물론 해당 지점 임대료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지만, 책 단가가 너무 올랐다. 평균 정가의 50% 미만 할인률은 좀 심한 듯하다. (13000원 정가 도서가 8-9천원에 책정된 듯)

 

합정점 역시 신림점이나 종로점에 비해서 꽤 비싸다. 인기있는 책뿐만 아니라 오래된 책들 역시 정가의 50% 대로 수렴하고 있다. 70% 이상의 할인률은 옛날 한때의 좋은 전설로 회자될 기미가 보인다. 알라딘 중고서점 전체적인 기조인 듯하여 좀 슬프다.

 

 

 

그리고.. 4월 1일 만우절 날. MBC9시 뉴스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중고책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인터넷 서점 1위 업체가 강남에 중고서점을 오픈했다는 기획기사. 알라딘 강남점도 함께 소개됐다.

 

이 뉴스를 보고 예스24 중고서점을 구경할 결심을 하고 어제 일찍 일을 마치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화면으로만 보던 예스24의 중고서점 1호점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크기와 디자인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을 압도했다.

 

(입구 쪽에서 본 예스 24 중고서점 강남점 전경. 롯데시네마 건물 지하 1층. 직직하여 나가면 롯네시네마로 연결됨.)

 

여러 시스템 면에서는 알라딘을 충실히 모방하고 여기에다가 교보와 같은 대형서점 컨셉을 그대로 차용하여, 대형서점에서 책을 파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책장 인테리어를 교보수준으로 해 놨다.

 (탁자 위쪽의 서가들이 대형서점 서가를 방물케하는 책장들)


특히 들어 가는 입구 쪽 철학 코너에서부터 벽 면을 따라 이어지는 인문-철학-사회-정치-예술-종교-문학 등의 서가는 거의 교보 서가를 보는 듯했을 정도다. 책도 매우 깨끗하여 중고책이 아닌 새책을 30-40% 세일하는 대형서점 행사장 같았다고나 할까.

 

책 가격은 알라딘 보다 약 10% 정도 비싼 듯했다. 특히나 가격이 5750원, 4550원, 6750원 등으로 책정된 책이 많아 알라딘 보다 훨씬 가격을 세분화 한듯한 인상이다. 100원 단위가 아닌 50원 단위로 가격이 책정돼 있는데, 정가의 40~50% 정도.

 

가격 때문에 살 책이 별로 없어 보일 찰나, 균일가 코너가 눈에 띄었다. 여기는 무조건 1000원 아니면 2000원 인데, 책이 무척 많았다. 알라딘 균일가 책은 쓰레기 책들이 대부분인데, 여기는 건질 책들이 꽤 많았다.

 

그 중에서 난 4권을 추려 데려왔다.

 

 

 

 

 

 

 

 

인터넷 서점 전체 1위 기업인 예스24. 하지만 중고서점 강자는 인터넷 서점 중 알라딘이 대빵이다. 전국에 걸쳐 23호점을 운영 중이니 그럴만도 하겠지. 중고서점에서 한 발 밀린 예스24가 알라딘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앞으로의 추이가 볼만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예스24의 중고서점 시장 진출로 영세 헌책방들은 또 한번의 타격을 받을까 우려된다. 모든 헌 책들(헌책같은 새책들)이 알라딘과 예스24로 빨려들어가는 기세이기에.

 

헌책 오덕 입장에서 보니, 이들 헌책의 가격이 절대 싼 가격이 나이라는 거. 결국 책시장의 대기업이라 일컬어지는 이들 알라딘과 예스24의 헌책방 경쟁구도는 헌책 가격과 영세 헌책방들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한 거 같다.

 

구매하는 책들도 거의 모든 책들을 다 사는 것처럼 광고 해 놓고, 정작 업체가 구매를 하는 건 매우 한정적인 책들이 주를 이루는 걸 보면, 고객을 우롱하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구나 헌 책을 팔러 알라딘을 가봐서 알 것이다. 멀쩡한 책을 제고 운운하면서 사지 않는 알라딘 중고서점의 행태를. 예스24라고 다른 건 아닌듯하다. 살짝만 검색해도 알라딘과 동일한 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듯해서.

 

그래놓고, 거의 모든 책을 바이백한다고 광고한다. 이런 사기에 넘어가지 말자. 바이백해 주는 책과 예스가 사 주는 헌 책은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거. 것두 정가의 80-90%에 사는 책이 다수 라는 사실을 직시하자. 그러면 적어도 두 번 고생(갖고 간 책을 다시 들고 오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검색을 통해 팔 수 있는 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지만)

 

아, 예스24가 알라딘보다 불편한 점이 딱 하나 있다. 그게 바로 검색 시스템이다. 서가 위치만 알려줄 뿐 어디 몇째 칸에 있는 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알파벳 하나의 서가를 다 찾아 헤매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거. 아마도 이 체계는 개선해야 할 듯싶다.

 

여하튼 100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강남대로 한 복판에 경쟁이 붙은 알라딘과 예스24. 이 두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 책 값이 매우 뻥튀기 된 것만은 분명한 거 같다.

 

중고서점의 활황이 악법의 소산인 도서정가제를 없앨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예스24의 중고시장 진출은 그 나름의 의의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덧) 예스24 중고서점이 오픈했는데도, 알라딘 페이퍼에 올라오는 정보가 없어 대신 총대를 멨다. 아마도 사이러스 님이 서울에 살면 제일 처음 이 정보를 올렸을 거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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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0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커피 가격 보고... 뭔가 앙상블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콩나물 가게`에서 비싼 커피 원두 파는 느낌.. 뭐 같은 콩 파는 데 왜 그러느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나 같으면 거기서 책을 사서 건물 옆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산 책을 읽겠습니다. 실제로 저는 지난 주에 알라딘에서 책 사고 옆 건물 가서 커피 마시면서 책 봤습니다. 누가 짠 아이디어인지 멍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블럭 처리해서 입점 점포처럼 만든다면 모를까. 그러니까 알라딘 내 커피숍 입점 형식으로 말이죠..

yamoo 2016-04-05 21:09   좋아요 0 | URL
콩나물 가게`에서 비싼 커피 원두 파는 느낌..
맞습니다. 바로 그 느낌입니다..ㅎㅎ

저 역시 알라딘 서점에서 책을 산 다음 맥카페나 이디야 가서 구입한 책 들춰보고 그랬지요^^

hnine 2016-04-0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대로 궁금했습니다 예스24중고서점이 생겼다는 소식 듣고요.
정말 넓직하고, 빽빽하게 꽂혀진 책들 하며, 가보고 싶게 만들어놓았네요.
커피는 이제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갖춰놓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봐요. 여기 대전의 알라딘중고샵에는 커피 없습니다 ㅠㅠ

yamoo 2016-04-05 21:12   좋아요 0 | URL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도 커피 전문점이 있는 곳은 올해부터 오픈 하는 곳에만 있습니다. 올 해 이전에 오픈한 대전점에는 당연히 없겠지요^^

그나저나 대전점 매장은 얼마만한지 궁금합니다. 시간이 되면 대전점까지는 가볼 요량이었는데, 수도권을 벗어나는 지역은 교통편 때문에 계속 연기하게 되더군요~

설에 오실 일이 있으시면, 반드시 들러보면 좋을 듯합니다~ㅎ

킨나카빌만 2016-04-06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 매니아 고객입니다. ㅋㅋ 중고서적이나 신간등 알람신청해놓으면 문자오자마자 인기작들은 바로 팔려나가더라구요~ (온라인중고샵) 온라인서점쪽은 예스24가 1위였군요.. 어느새부터 알라딘만 쭈욱 쓰게되었는데~ 알라딘이 더 좋네요 그저 전반적으로 ^^ 알라딘은 온오프 중고시장을 개척하면서 승승장구했던거죠? 예스랑 그나저나 업계 매출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네요! 저희동네도 몇일전에 개점한 22호점? 연신내점인데 와보셨군요~~~

yamoo 2016-04-23 23:16   좋아요 0 | URL
연신내에 살고계시군요! 저희 동네에서 그리로 가려면 1시간 30분도 넘게 걸립니다. 너무 먼~~곳이에요..ㅜㅜ

stella.K 2016-04-0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자세히 쓰셨군요. 이런 페이퍼 넘 좋습니다.
요즘 편의점에서 1000원하는 착한 커피가 대센데
누가 4촌원이나 하는 커피를 먹겠습니까? 그 천원이 5백원하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바리스타를 줄이고, 중고책 사는 사람한테 서비스한데는 마인드로 해야지
어찌 장사를 그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박리다매도 가야지.ㅉㅉ

책 구비는 알라딘 보다 예스24가 좀 더 다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솔직히 알라딘은 운 좋게 좋은 책이 있으면 사고 안 그러면 책만 넘기고 나오는 적도
많거든요. 괜찮은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중고 신간은 아주 싼 것도 아니잖아요.
당장 급하게 읽을 것이 아니니까 구매욕이 별로 생기지 않더군요.

근데 야무님, 야무님 글에 보면 땡땡땡처리 안하시면 안 될까요?
별로 많이 와서 보는 사이트도 아닌데 까짓 꺼 상호 좀 밝히면 어떻습니까?
궁금하잖아요.ㅋ

yamoo 2016-04-23 23: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되도록 이런 페이퍼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ㅎ

앞으로 땡땡 처리를 될 수 있으면 하지 않겠습니다요..ㅋㅋ

페크(pek0501) 2016-04-0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야무 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다는 생각이 든 페이퍼였습니다. 소중한 정보입니다. 야무 님의 서재는 꼭 들러야 하겠습니다. ㅋ

신문에서 짧은 소식만 접한 저로서는 이렇게 매장 사진까지 곁들인 이런 정보, 참 좋습니다. 조만간 강남역에 가서 두 서점을 들러보겠습니다.

아, 그런데 저는 새 책이 좋은 걸 어떡하죠? 새 책의 빳빳한 종이를 너무너무 사랑해요.
그러나 중고서점에서 시집 몇 권 사는 건, 당깁니다.


커피 값은 너무 비쌉니다. 마실 때마다 느껴요. 커피 값이라기보다 장소 값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며마시면 덜 아깝지만...

잘 보고 갑니다.

yamoo 2016-04-23 23: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앞르로 알라딘이 설에 점포를 내면 잽싸게 가서 후기를 상세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ㅎㅎ

예스24는 서가쪽이 대부분 새책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좀 높습니다. 할인률이 정가의 30-40% 정도밖에 안 합니다. 알라딘보다 조금 더 비쌉니다. 그 이유가 책이 새책이라는 데 있습니다.

예스24는 페크님의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음이 있을 거 같습니다. 얼른 방문해 보세요~

cyrus 2016-04-0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들어선 중고서점치고는 대문이 허름하게 보여요. ㅎㅎㅎ

저도 카페가 있는 서점을 만든 알라딘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커피를 판다고 해도 저 같은 사람은 책값을 커피 한 잔에 사기 위해서 쓰는 게 아까워요. 4000원이면 소설, 에세이 한 권 살 수 있는 가격이잖아요.

역시 서울은 한국의 중심지라서 헌책방, 중고서점이 대구보다 많아서 부럽습니다. ^^

yamoo 2016-04-23 23:24   좋아요 0 | URL
알라딘과 비교하면 좀 없어보이지요..ㅎㅎ 근데, 일단 들어가면 일반 대형 서점처럼 보입니다.

알라딘이 하고자 하는 카페 사업은 대단한 적자로 기록될 듯합니다.

그래도 대구의 헌책방은 다른 지역보다 헌책방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듯합니다. 사이러스님이 소개해주시는 헌책방은 제가 가보고 싶은데, 넘 멀어서 못가고 있어요~
언제 대구 내려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소개해 주신 헌책방을 들러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입만만 다시고 있습니다..ㅎ

Visitor 2016-04-2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나가다 남겨요. 아이 데리고 헌 책 팔러가서 책 고르다 보면 너무 피곤하거든요. 쿠키도 주고 3,500원이면 전 괜찮은것 같았어요. 당도 올리고 좀 쉬고 책도 읽고 ~ 저같은 사람도 있어서 카페가 마냥 적자일것 같진 않습니다.

yamoo 2016-04-28 15:55   좋아요 0 | URL
지나가다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글쓴 분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알라딘 중고서점들의 임대료가 장난 아니라는 걸 들은지라, 적자는 당분간 줄어들기 힘들 거 같습니다. 책이 팔리는 거와 임대료, 인건비 등의 비용...아무리해도 흑자가 나는 구조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사토리얼리스트 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도대체 '멋진 룩'이란 무얼까? 2008년~9년 <보그 걸> 잡지 부록인 <The Vogue Girl Book Of World Street Style>시리즈와  <The Sartorialist>시리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특히 <보그 걸> 부록인 스트릿 사진집 시리즈는 정말 평소 내가 좋아하지 않는 룩만 잔뜩 들어있었다. 정말 '이게 멋진 룩이란 말인가?'란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는 사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한 sns에 올리는 데일리룩 사진도 '별루에요', '이상해요'라고 하는 사람들의 댓글들. 이들 역시 내가 저 사진 화보집을 보고 든 생각과 동일한 느낌을 댓글로 표시했다는 걸 말이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기 때문에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우게 된다.


그런데 '패션'에서는(스타일이 아니라 패션이다) 어떤 권력을 가진 자의 평가가 대중의 판단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아니 '패션 권력'(광고주라든가 브랜드 매니저 또는 패션 기자 등 패션 관련 전문가)을 가진 자가 대중에게 이미지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 (뭐, 어렵게 말하면 브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보다 사진을 보는 게 훨씬 이해가 빠르겠다. 한 동안 인터넷에서 회자됐던 박지성 수트 사진(2장)부터 봐 보자.

 

 

 

 먼저 스포츠 조선 사진은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를 관람하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박지성의 수트 패션이다. 간만에 수트를 입은 박지성의 저 사진에 대해 기자는 '빅버드에 온 박지성, 블랙수트가 깔끔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다음 사진은  2015년 서울 모터쇼에 수트를 입고 참석한 박지성의  모습이다. 이게 데일리안에 실렸는데, 이상우 객원기자는 '콜린퍼스 못지 않네'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진 속 박지성의 수트 핏은 정말 아니었다. 아무리 비싼 수트라고 해도, 박지성이 수트를 입은 게 아니라, 수트가 박지성에게 입혀져 있는 듯 보였다. 근데, 깔끔하다니느니, 콜린 퍼스 못지 않다는 평가는 우습기 짝이 없다.


더 웃긴 건 이 사진들을 보고 네티즌들이 한 마디 씩 하는 거였다. '남자는 역시 수트빨', '수트도 잘 어울리는 박지성', '정말 멋진 수트룩' 등등 상찬이 이어졌다.


영화 킹스맨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콜린 퍼스의 수트 입은 모습은 그냥 엘러강스 그 자체였다. 더블 브레스트 수트를 킹스맨의 콜린 퍼스만큼 멋지게 입을 수 있는 배우는 정말 드물다고 생각한다. 아니 영국과 이탈리아 전체를 뒤져도 그리 많지 않을 거 같다. 그런데 박지성의 수트 룩이 콜린 퍼스 못지 않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영화 본 사람 중 나만 그리 생각하는 건가~--;;)

 

 

 

정말 미심쩍은 사람들은 위 박지성의 수트 룩과 콜린 퍼스의 수트 룩을 비교해 보면 그냥 답이 나오지 않을까. 박지성의 수트는 보면 볼수록 어색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박지성이 수트를 그리 많이 입을 일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축구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이었으니. 그에게는 맨유 유니폼이 곧 박지성의 아우라를 발산하는 룩 자체였을 것이다.


그런데 위 사진에 나온 박지성을, 기자들은 박지성이 맨유에서 플레이하던 아우라의 후광으로 덧입힌다. 전혀 멋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콜린 퍼스 못지 않다고 한다. 당시 나온 남성 잡지에서도 수트 입은 박지성을 등장시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멋진 수트를 강조했다. 물론 박지성이 입은 수트는 일류 브랜드다. 하지만 단언컨대 박지성의 수트 룩은 어색했다.(요즘 박지성의 수트 룩은 정말 많이 나아졌다)


이런 현상을 곰곰 생각해 봤다. 우리나라는 한 가지 분야에 유명하면(전문가이면) 두루 그 영향이 파급되는 것 같다.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사회비평 전문가로 행새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니까. 변호사가 TV에 몇 번 나오면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나라니까. 그러니 유명인이 입은 유명 브랜드 수트는 당연히 멋있겠지. 아니, 그렇게 보이도록 포장해야 겠지. 그게 광고의 목적이니까.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내 시름을 더 깊게 한 건 스콧 슈만의 그 유명한 <사토리얼리스트> 스트릿 화보집을 보면서이다. 스콧 슈만은 스트릿 사진의 유명세로 미국에서 권위 있는 사진상을 수상하고, 여러 광고 매체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강의하는 유명 인물이 됐다. 내가 본 그의 첫 사진집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아주 중요한 사진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 스트릿 사진의 보물창고였다.


단 2장의 사진때문에 나는 위의 문제를 좀 더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취향은 아비투스인가?',  '멋지다는 경계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아주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했다.

 

 

문제의 사진들이다.  <사토리얼리스트>(월북, 2014)를 펼쳐 넘기다 보면 400페이지와 358페이지에서 이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카드를 보고 있는 알라디너들은 위 두 장의 사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모르겠다. 난 처음 볼 때, '이사람들의 사진이 왜 이 화보에 실려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 외에도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진은 꽤 있었다. 멋있다고 보이지 않아서)

 

 

나는 저 사람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저 룩을 보고 내리는 평가가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게 대중의 평가다. --;;) 물론 옷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준다고 하지만, 이건 그와 몇 마디 나눠보고 난 후에야 알 수 있다.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야 룩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 두 사진을 갖고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패션에 대해 잘 모르는 40~50대 이상의 장년층에게. 10이면 10 그냥 평범한 일반인의 룩으로 보았다. 이중 일부는 첫 번째 사진을 보고 공산당원 같다는 생각을 표했고, 두 번째 사진은 모두 왠 거지 사진이냐고 했다. 패션을 전공했던 한 여성분은 후자를 그런지룩을 구현한 것 같다고 했다.


사진을 처음 펼쳤을 때, 나 역시 이들 생각과 대동소이했다. 슈만의 글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로버트는 패션 편집자들 중에서 다음 시즌의 모습이 가장 기대되는 사람이다. 그의 스타일은 결코 고급스럽지 않으며 꼼꼼하게 신경 쓴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옷을 입고 있고(옷이 사람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옷 자체가 멋있다기보단 그 자신이 옷을 멋있게 만든다.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 여자들은 가장 최근에 산 옷을 좋아하고 남자는 제일 오래된 옷을 좋아한다고. 로버트가 바로 그런 남자가 아닐까. 이번 시즌 패션쇼에 올라가는 옷을 입기 보단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질감과 색을 조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는 그런 남자이다." (p400)


첫 번 째 사진에 대한 슈만의 글이다. 사진 속 인물이 로버트다. 원래 옷을 잘 입고 옷에 대한 전문가적 인식이 있는 사람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질감과 색을 조화시켜 입은 룩이 바로 저 사진이다. 옷 자체가 멋있다기 보단 그 자신이 옷을 멋있게 만든다는 해석도 부가하면서 말이다. (정말 그런지 10번을 봐야 했고, 그냥 그렇다고 설득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첨 느낌은 어디로 간거지??)


한 마디로, 옷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전략적으로 입은 거라는 게 슈만의 설명이다. 두 번째 사진의 설명은 더 혼란스럽다. (사실 두 번 째 사진이 첫 번 째 사진 앞에 있었던 거다.)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서 대상을 살피는 편이다. 그래야 눈에 포착된 사람을 찍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멀리서 걸어오던 이 신사를 발견한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남자가 점점 내 쪽으로 다가와 시야에 명확히 들어왔을 때 내 머릿속은 '저 사람이 거지일까 아니면 좀 특이한 사람일까?'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에겐 사람들이 흔히 호보 쉬크(hobo shic; 호보는 집 없는 부랑자라는 뜻으로, 호보 쉬크는 의도적으로 그런 사람들처럼 입는 스타일. 찢어진 스타킹이나 바지, 언뜻 보기에 마구 겹쳐입은 스타일 등이 그 예)라 부르는 요소가 상당수 있었다. 수염, 눌러쓴 모자, 그리고 기워 입은 카키 바지까지. 그가 바로 내 눈앞까지 왔을 때에야 비로소 그의 수염이 완벽하게 손질된 것이고, 카키 바지도 너무 멋들어지게 기워졌으며, 전체적으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틈없이 '허름'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그는 랄프 로렌의 통합 서비스국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이 사진을 찍고 1년 후 단지거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렸던 내 첫 개인전에 이 사진을 넣었는데, 이 전시를 본 한 신문 비평가는 '옷을 잘 입는 사람들과 함께 집 없는 거지 사진도 넣어 보기 좋았다'라고 평했다. 그 비평가에게 아마 그 '거지'가 당신보다 두 배는 더 벌 거라고 말할 자신은 없었다." (p358)


'멋진 룩'을 판단하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슈만의 설명 속에 들어있다. " 그 남자가 점점 내 쪽으로 다가와 시야에 명확히 들어왔을 때 내 머릿속은 '저 사람이 거지일까 아니면 좀 특이한 사람일까?'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는 부분이다. 패션 전문가인 슈만의 눈에도 룩만 보았을 때 그가 거지처럼 보였다는 고백이다.


바로 이어진 설명 "그가 바로 내 눈앞까지 왔을 때에야 비로소 그의 수염이 완벽하게 손질된 것이고, 카키 바지도 너무 멋들어지게 기워졌으며, 전체적으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틈없이 '허름'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그는 랄프 로렌의 통합 서비스국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그가 의도적인 거지 차림을 했다는 거고, 결정적인 정보가 뒤따라 온다. 그가 랄프 로렌의 통합 서비스국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는 거.


그러니까 '쉬크함', '엘레강스' 등의 표현은 룩(기표)가 아닌 그 이면의 기의(시니피에)로부터 나옴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타자는 '주체의 전략'을 좀처럼 알 수 없다. 나는 네가 아니기에, 네 생각이 뭔지 거의 알 수 없다는 거다. 이게 '개인주의가' 태동된 근대의 기반이다. 개인주의가 깊어질수록(사실 패션은 이 개인주의의 극단화 중 하나다) 타자를 헤아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인 슈만조차도 그의 직업을 알기 전까지 '거지가 아닐까'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가 비평가에게 말해주고 싶어했던 확신에찬 그 결정적 근거도 사진 속 인물의 직업이었다. 랄프 로렌 통합 서비스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 정도의 사람이니까 의도적인 호보시크 룩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거!


결국 슈만에 따르면, '패션 권력'이 그 룩을 멋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건 느낌이 아니라 해석이다. 우리는 겉만 보고 주체의 의도를 전혀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물어 보지 않는 이상 나는 모를 거라고 확신한다), "옷을 잘 입는 사람들과 함께 집 없는 거지 사진도 넣어 보기 좋았다"라고 평론가처럼 말할 수밖에 없다. 이게 정상이다.


결론적으로 스트릿 룩에서도 '멋진 룩'과 그렇지 않은 룩의 경계는 권력의 귀속 여부다. 슈만의 눈과 해석이 '멋진 룩'을 만드는 거다. 대중의 생각과 느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패션 권력의 눈과 해석 그리고 전략이 '멋진 룩'을 결정한다. 슬프게도 이걸 부인할 수 없을 거 같다.


젠장, 패션에 있어, 취향도 결국은 아비투스였구나...취향의 해체는 언제나 등장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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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3-1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의 모든 사진을 통틀어서 거지룩이 가장 멋있어보입니다.. 제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cyrus 2016-03-18 12:17   좋아요 0 | URL
거지룩에서 파생되어 나온 빈티지 패션 스타일이 벼룩입니다.

yamoo 2016-04-05 20:34   좋아요 0 | URL
아, 곰발 님 취향이실 거 같네요..^^;;

근데, 벼룩 스타일은...ㅋㅋㅋㅋㅋ

순오기 2016-03-18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지성 수트발을 콜린 퍼스와 견주다니...수트에 대한 모독으로 생각됩니다요.ㅠㅠ

yamoo 2016-04-05 20:3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순오기 님 생각에 동감 합니다요~!ㅎ

stella.K 2016-03-1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평점이 놓더라구요. 역시 야무님도 높은 점수를 주셨네요.
옷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이 베어있긴 하죠?
대충 입은 것 같은데 뭔가가 묻어나는 그런 연출이 정말 좋은 건데 말입니다.
저는 옷 가지고 이렇게는 못 쓸 것 같습니다. 대단하셔요!

그런데 저 왼쪽의 박지성 사진은 어깨 같습니다.ㅋㅋ

yamoo 2016-04-05 20:36   좋아요 0 | URL
슈만의 이 책은 사진 집으로서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는 거 같습니다. 슈만의 사진 가운데 좋은 것만 엄선해서 첫 책으로 묶인 것인데...슈만의 사진들 중 최고중의 최고만 모여있는 것 같습니다..ㅎ

이 책 살 가치는 충분합니다...스텔라 님도 한 권 비치해 두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