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미술대회(전국 규모 미술 공모전)에 참가한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이하 미전=국전)과 민전 그리고 시도전에 대한 인상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특히 비구상 작가들은 꼭 읽어보기 바란다. 다 같은 민전이 아니다. 미술대전이라는 타이틀로 공모전을 열지만 여기에는 구상 작품만 선발하는 대회가 있다. 주최측의 성향을 잘 파악하여 응모해야 하는데, 구상을 주로 선발하는 공모전에 비구상을 아무리 잘 그려봐야 소용이 없기에 그렇다. 처음에는 모르고 응모했다가 탈락해서 이전 대회 수상작들을 대회마다 둘러봤는데, 그제야 알았다. 공모전에 응모하기 전에는 꼭 주최측의 의도를 알아야 하는데, 그 표본이 전 대회 수상작들이다.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해 봐도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포스트는 찾을 수 없었다. 하도 답답해서 미술대회 참가 경험을 토대로 각 미술대전의 특징과 인상을 적어 본다. 내가 서양화 비구상 평면 작업을 하기에 분야는 평면(서양화 및 동양화)에 한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알아서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 미술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재미로 봐주시면 좋겠다. 너무 분량이 많아 2회 분으로 나누어 올린다.


우선 본인이 생각하는 권위있는 대회라고 생각하는 공모전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권위있다는 건 심사의 공정성과 수상작들의 평균적 수준을 말한다. 이것도 지극히 주관적이라 하겠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이전의 국전. 올해로 42회째를 맞았다. 두 차례 부정 심사 사건으로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이전 시대(소위 국전시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참가해서 출품작들을 쭉 보았는데, 타 대회와는 비교 불가 수준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100호 이내인데 거의가 100호를 낸다. 그만큼 타 대회에 비해 그 퀄러티가 압도적으로 높다. ·군전 및 도전보다 분명히 한 두 단계 위의 대회라는 걸 응모작을 보면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참여하는 작가들 수준이 정말 많이 다른 듯하다


시도전에서 본상 이상을 수상한 작가들도 미전에서는 수상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종종 발생한다. 대개는 시도전 본상(장려상 이상)을 받는 작가들이 미전에서 입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 미술학원 선생님들이 국전 도전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입상하면 미술학원이 잘된다나. 어쨌거나 미전(=국전)은 전체적으로 다른 미술 공모전에 비해 출품작들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매우 높은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도 본상 수상작 중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수상작이 있고, 특선작이 입선작보다 못한 작품들이 꽤 있다. 비구상 심사 기준을 완벽히 위배하는 작품임에도 심사위원들은 잘도 본상으로 선정하는 듯하다. 미전도 출품작 전시회를 보면서 한계가 뚜렷하긴 했다. 제발 심사위원들 중 교수 비율을 좀 높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접수비 16, 도록 12(도록은 선택). 전시장은 안산 예술의 전당.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


미전이 두 차례 심사의 불공정이라는 홍역을 치루고 그 위상이 격하된 반면 불교미술대전은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공모전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데 불교미술대전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건 미술 평론가나 교수들이 계속 지적해 온 병폐인데, 2023년까지 불교미술대전을 주관하는 주최 측은 자신들의 기조를 바꿀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여기에 출품했고, 출품하기 전에 내가 색면추상을 주로 작업하는 작가라는 걸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평면 회화를 전공했던 입체를 전공했던 분명히 말하지만 일반 미술작가들은 이 공모전에 절대 진입이 불가하다. 불화를 그리지 않는 한. 일단 앞에서 지적했던 불교미술대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대략적이나마 언급해 본다.


불교미술대전에 입상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불교적 이미지를 직접 형상화해야 한다. 미술대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에 불교적 사유를 현대미술에 접목하여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줄로 아는데, 여긴 이게 아예 불가하다. 그냥 고려시대 양류관음상 그림을 복제하는 수준으로 그려서 내야 수상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 수상작 8할 이상이 부처나 나한도와 같은 도상이다. 1회부터 올해까지 불교미술대전이란 타이틀은 바뀌어야만 한다. 여긴 미술대회가 아니라 기능대회다. 단순히 과거의 문화제를 복제하는 차원을 넘지 못한다. 홈페이지 들어가면 역대 수상작들을 전부 볼 수 있는데 불교적 이상을 현대미술 작품으로 구현한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다. 진정한 불교미술대전이 되려면 불교적 사유가 과거에 집착하며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세계를 포착하여 재해석되고 재창조되어야만 한다. 여전히 과거 유물의 복제화 단계로만 머물러 있어서는 미술인들의 조롱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지난 수상작들을 검색하면서 여기 응모를 할까말까 고민 끝에 사무국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지난 수상작들이 전부 불교화만 있는데, 나는 색면추상을 한다. 나와 같은 추상화도 응모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사무국 담당자는 올해부터 미술대전이 현대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응모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주제만 불교적이면 된다고 해서 응모해 봤다. 무슨 주제냐고 해서 해심밀경에 나오는 유식삼성설을 주제로 잡았다고 하니 출품해도 된다고 해서 출품했다. 나중에 수상작들을 보고 맥이 빠졌다. 전부 이전 수상작들과 대동소이한 작품들만 선정했다. 여긴 변화가 필요하지만 절대 변할 거 같지 않다.


그리고 여긴 출품하기 위한 서류가 매우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건 작품설명서부분이다. 되게 신기한 게 다른 미술 공모전의 경우 300~200자 내외의 작품설명이나 이미지 첨부로 끝난다. 헌데 불교미술대전은 응모 원서에 작품설명 부분 이외에 따로 작품설명서를 작성해야 한다. 가로15×세로13cm의 이미지를 첨부하고 그 아래에 작품소개, 제작의도, 제작기간 및 세부제작 과정을 약 300자씩 총 1000자 가량 써야 한다. 이건 뭐 대학 논술 시험도 아니고 여간 고역이 아니다. 글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쥐약이다. 난 이러한 분량을 요구하는 공모전은 처음 본다. 미전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여튼 이 대회는 개선이 필요한 대회인데, 개설될 것 같지가 않아 자신들만의 축제로 내버려둬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현대 미술을 전공하거나 현대 미술 작가분들은 절대 여기 응모할 필요가 없겠다.


접수비 15, 도록비 없음. 200호 이내. 특이하게도 접수할 때 자기 작품을 얼마로 할 건지 물어봄. 보험처리 때문이라고. 200호 이내라서 겁나 큰 그림이 되게 많다. 전시장은 아라 아트센터



중앙회화전


이 대회가 중앙일보사에서 시행하는 중앙미술대전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올 해로 3회째를 맞는 대회인데 중앙미술대전에서 분리해서 회화전만 따로 시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별개의 대회인지 알 수가 없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주최자만 중앙일보사로 동일하다


여기도 1차 심사와 2차 심사로 나뉜다. 1차 심사는 사진 심사고, 2차는 실물 심사인데, 여기는 정말 특이하게도 1차 심사를 통과하고 2차 실물 심사를 안 받아도 입선으로 확정된다. 실물을 반입하지 않고도 상을 주는 곳은 중앙회화전밖에 없다. 그런데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2차 심사비가 무려 30만원이다. 1차 심사비 2만원에 비하면 10배가 넘는다. 30만원이면 일반 공모전 장려상 상금이다. 30만원 내고 2차 심사에 참여했는데 입선이나 특선이면 30만원만 날리는 거다. 그래서 주최측은 2차 참가를 안 해도 상을 주기로 했나보다. 아마도 1,2차 심사가 있는 대회에서 이러한 결정을 한 대회는 중앙회화전이 유일할 듯. 이런 대회강요는 정말 처음 본다. 보통은 1차 심사할 때 출품료가 결정되고, 2차 심사할 때는 작품만 반입하며, 만일 반입하지 않으면 탈락한다. 당연할 줄 알았는데, 중앙회화전 보면서 이 상식이 무너졌다


어쨌거나 중앙회화전은 약 100일 이상 1차 심사작을 공모하여 2차 본선 심사 대상작 300점을 선발하는데, 300점 안에 들면 1차 발표날 중앙일보 전면광고에 그림 300점이 실린다. 일간지에 자신의 그림이 실리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튼 우리나라에서 회화만 선발하는 거의 유일한 공모전이라 할 수 있다


100일 이상 공모하여 800점 이상 응모했다는 건 평면 신진 작가들은 거의 다 참가하는 대회이지 않나 생각한다. 실험성 강한 작품도 상당수 선발되고 추상화 입상작도 많다. 자신의 작품이 실험성 짙은 작품을 추구한다 싶으면 여기 응모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듯. 작년까지는 40호인가 제한이 있었는데 올해부터 100호 이내로 확대됐다.


접수비 : 1차 사진심사 2만원, 2차 실물심사 30만원. 도록비 없음. 전시장은 인사동 한국미술관. 참고로 여기 1차 심사비는 진짜 저렴하다. 그래서 최고의 가성비는 1차 심사만 통과하면 2차를 포기하는 거다. 2만원에 상장과 도록을 받을 수 있다! 2차 참가를 안하는 작가도 있는 듯한데, 나는 과감히 안냈다. 실물 심사로 본상 수상에 실패한 경험만 3회나 된다. 내 그림은 현재 내가 잘 안다....ㅎㅎㅎ



[덧]

미술공모전 당선작을 모아 놓은 도록이 있다. 철 지난 도록도 많은데 이런 걸 왜 파나 했더니 자료집으로 의의가 있다고. 신진작가들의 경우 미술대전 지난 도록을 보는 것도 작업을 하는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헌데 너무 비싸다. 2013년도 것도 올해 것과 마찬가지로 12만원. 살 사람이 아무도 없을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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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는 책들을 정리하다가 <단군, 만들어진 신화>(산처럼, 2004)가 굴러 떨어졌다. 내가 이 책을 언제 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도 일본 국사 교과서 파동이 날 때 즈음 일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바로 위에 이형구의 <한국 고대문화의 기원>(까치, 1991)이 있었으니 비슷한 시기에 구입했던 듯하다.

 

단군과 고조선이 만들어진 신화라는 송호정의 주장을 담은 책이 <단군, 만들어진 신화>인데, 앞부분을 조금 보다가 참으로 이상했다. 국내 고조선 박사학위 1호라는 양반의 글이 주장만 있지 논증이 없었기에. 읽다가 어의가 없어 덮었다. 좀 더 논증적인 고조선 관련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고조선관련 책들을 찾았다. 역사 책 더미 어딘가에 분명히 몇 권 있었을 거다. 내 기억에 이덕일 저서 몇 권하고 고대사학 매국 어쩌고 하는 책을 분명히 사두었었다. 30여 분 가량 찾았나 보. 통사하고 고려 관련 책들과 함께 고조선 관련 책을 찾았다. 리지린의 <고조선 연구>(도서출판 말, 2018)와 김상태의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책보세, 2013).


 






도대체 내가 왜 리지린의 책을 갖고 있는지 도무지 몰랐는데, 갑자기 5년 전 지인이 동북아 고조선 연구 최고의 책이라고 해서 바로 구입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덕일의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는 책도 찾았다. 이 중에서 가장 자극적인 제목을 단 김상태의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제대로 짚었다.

 

김상태의 책은 바로 송호정과 그 무리들(이병도-이기백-노태돈-송호정-이형구)의 책들을 아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다. 김상태의 책을 읽은 최고의 소득은 바로 윤내현이라는 고조선 전문가의 발견이다.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학자였는데, 김상태의 책을 통해 윤내현이 얼마나 위대한 학자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한국 고대사와 그역적들>이라는 책은 저자 김상태가 윤내현의 저서들을 읽고 하도 빡이 쳐서 이기백과 송호정을 비롯한 한국 주류 고대사학계를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윤내현이 이들에게 당한 학문적 숙청을 김상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윤내현을 대신해서, 윤내현의 이론을 통해 허접한 주류 고대사학계(서울대 라인)를 맹렬히 공격하기 위해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상태의 책을 읽다가 보면 나도 모르게 격한 감정이 올라온다. 도무지 고대 사학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들의 이론을 보존하기 위해 새롭게 발굴된 학자의 신선한 이론을 무시하고 비방하며 왕따를 시키는 행태가 꼭 양아치의 짓거리와 닮아 있기에, 도저히 학자들이 세계가 아닌 것처럼 여겨져서다.

 

김상태의 저서들을 이전에 이미 읽어서 그가 어떤 책을 주로 쓰는지 이미 알고 있었긴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비판의 수위는 김상태의 저서들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논증이 약간 미비한 지점도 있긴 하지만 이기백-노태돈-송호정-이형구-이덕일 등을 비판하는 저자의 공격 수위는 비판서들 중 단연 발군이라 하겠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일독해 보면 좋겠다. 정말 재밌고 고조선을 둘러싼 논쟁점과 어떤 게 진실에 근접한 이론인지 이 책을 읽어보면 대충 가닥이 잡힌다. 그리고 고조선에 대해 진실을 파해쳐 보고 싶은 사람들은 윤내현의 저서들을 구입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고조선과 단군은 신화가 아닌 실제한 국가였고, 유물과 사료가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내가 이 페이퍼를 쓴 목적은 김상태가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에서 윤내현을 21세기의 신채호라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책들은 독보적이고 위대하다! 김상태의 책을 읽으면 그럴 수밖에 없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윤내현의 책을 살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페이퍼는 김상태가 윤내현의 저서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나같이 잘 몰랐던 분들에게 윤내현의 저서들과 그의 가치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2013) 한국 고대사학계가 고조선에 대해서 쓴 논문은 대략 19쪽 분량밖에 안된다. 정식 학술 논문으로 말이다.

 

그런데 윤내현 한 사람은 그의 첫 논문인 <기자신고>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고대사신론>, <고조선연구>, <한국열국사연구>로 이어지는 고조선 연구서가 자그마치 약 2000페이지를 넘는다. 19vs 2000, 어디가 밀도가 높고 치밀한 논증구조를 보여주는지 중학생이 봐도 알아본다. (기자신고는 한국고대사신론에 한 장으로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이 옅은 평범한 대중은 전혀 모른다. 19쪽을 쓴 주류 고대사학계가 통설의 위치를 차지하고 2000쪽이 재야사학(엄연히 단국대 학장을 하고 있었던 교수를!)을 대표하는 이설이 된지가 오래다. 이를 바로 잡아야할 주체가 바로 우리 대중이다. 김상태의 바람도 이와 마찬가지. 그래서 여기 윤내현의 주저들을 김상태의 서평으로 소개하는 바이다.

 

윤내현이 어떤 일을 했기에 40년간이나 요지부동이던 주류 고대사학계가 변했는가. 답은 하나다. 윤내현이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에서 새로운 자료들을 접하고 1983년 제출한 <기자신고>라는 놀라운 논문 때문이다. 이 논문은 중국 고대국가시대, 북경 근처 중국 동북지방 역사(기자조선으로 알려진 고조선 지역의 역사)를 다룬 것으로 남북한을 통틀어,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 오로지 윤내현만 쓸 수 있는 것이었다. (중략) 평소 조용히 연구에만 몰두해온 것으로 유명한 윤내현의 모든 학문적 역량이 결집된 성과, 바로 이것이 <기자신고>.” (189-190)

 

윤내현은 <기자신고>를 발표하고 내심 기대에 차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사료와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통설을 뒤집는 논의가 많아 공동연구하자고 제의가 많이 들어올 둘 알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학계에서는 통설을 뒤집는 논문이 나오면 그 반향이 커서 그 논문을 검증해 보거나 논의를 확대시키기 위해 공동연구를 하는 경향이 많다.

 

헌데 한국 고대사학계는 달랐다. 윤내현은 대중을 위한 <한국고대사> 책 말미에 이에 대해 토로했다. 원로 학자에게 논물 발표장에서 심한 욕을 들었고, 후배 학자들에게도 무시당하며 학계에서 완전히 따돌림을 당했다고. 아무리 치밀한 논문을 써도 거들떠도 안 봤다는 거고, 엄연히 단국대 학과장을 하고 있는 강단사학자를 재야사학자로 낙인찍었다.

 

윤내현은 이를 통해 깨달았다. 공동연구는 먼나라 일이라는 걸. 그래서 이 막대한 작업을 그 스스로 해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신고>의 핵심내용이 기자조선이라는 곳이 고조선의 작은 변방이었고 기자조선이 위만에게 멸망당한 곳도 바로 변방의 그 지역이기에 다른 지역에서 생겨난 국가들, 즉 부여, 옥저, 동예 등과 같은 열국이 한반도가 아니라 만주지역에 있었던 걸 증명해야 하기에 그렇다.

 

이후(학계로부터 무시당한 이후) 윤내현은 혼자서 나머지 연구를 완성하기로 작정하고 수십 년에 걸쳐, 서기전 2000년 이전의 고조선 시기부터 서기 300년에 이르는 한국 고대사 전체를 재구성했다. <한국고대사신론>, <고조선 연구>, <한국열국사연구>로 이어진 그의 작업은 경이 그 자체다. 이런 인물과 저술은 차후 30년 간 다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신채호 이후 리지린이 등장하기까지 30년이 걸렸으며, 리지린 이후 윤내현이 나오기까지 또 30년이 필요했으니, 남북한 통틀어 이런 인물이 다시 나오려면 다시 30년이 지나야 될 것이다.” (190-191)

 

여기서 김상태는 윤내현의 연구를 신채호와 리지린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조선 연구의 3 거두로 윤내현을 올려놓은 것이다. 이 평가는 책의 후반부에서 더 강조된다.

 

윤내현은 이러한 대고조선의 필연성을 거대하고 완벽한 학문체계로 완성했다. 불세출의 거인 신채호의 수원으로부터 시작하여 폭포처럼 격렬한 리지린의 계곡을 지나 윤내현은 대고조선의 평온하고도 광활한 호수를 이루었다. 이것은 그의 대표 3부작으로 연결되는데 규모 또한 엄청나다. <한국고대사신론> 412, <고조선 연구> 904, <한국열국사연구> 734쪽 등의 저서인데 도합 2000쪽이 넘는다. 학술적 활자체로 인쇄된 책이라 이 책들을 소설책 정도의 활자 크기로 다시 출간한다면 분량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334)

 

헌데 이 책들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김상태에 따르면 지극한 상식 위에 이론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논증은 상식으로부터 시작할 때 매우 강력하다는 걸 나는 이미 베르그손의 저작들에서 느껴봤기에 김상태가 논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저작들을 얼마나 상식적으로 구성했는가를 말해준다. 정말로 강력한 이론은 상식의 치밀성에 있다는 것이다. 윤내현이 이렇게 한 이유의 절반은 대중의 접근을 쉽게 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학문 자체를 위한 것이다. 간결한 상식의 누적이야말로 견고한 이론의 최고 무기임을 웅변한다. 그의 저작에는 현학적 비약이라는 게 없다. 기질이 신채호나 리지린과 달라 격한 감정이나 문체의 유별난 윤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독자를 자극한는 법이 없지만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도무지 지루함이 없는 천일야화에 육박한다. 빈틈없는 학술논문임에도 그렇다.” (336)

 

나는 김상태가 윤내현의 저서들이 명저가 된 지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한영우의 <우리역사>를 보면 치밀한 통사가 중학교 2학년생이 읽어도 무리가 없게 평이한 서술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술서적의 밀도를 잃지 않고 있다. 윤내현의 저작들도 바로 이러하다는 것이다.

 

김상태가 자신의 이 책에서 윤내현의 저작들을 극찬해마지 않아 나 또한 윤내현의 책을을 안 살수 없었다. 과장인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3권을 모두 주문해서 그 대표작인 <기자신고>10여 페이지를 읽어 보았다. 정말 김상태가 왜 그렇게 윤내현을 상찬해 마지 않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머지 저서들도 차근차근 읽어나갈 것이다. 사실 이 3권만 읽으면 고조선의 실체가 꽉 잡힐 듯하다. 교과서의 어느 부분이 부실한지 주류 고대사학계가 어떤 맹점을 갖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확실한 도구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이 책들보다 더 자세한 고조선에 관한 연구는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윤내현의 저서들을 읽어 보기 바란다. 그런 후 주류 고대사학계의 저작들을 읽어 보고 비교 판단해 보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책들을 읽으면 밝혀질 거다. 고조선과 단군이 과연 만들어진 신화인지 윤내현의 저작들을 읽고 나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게 정설이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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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내현의 주저 3권과 저서들을 모두 꼼꼼히 읽는 데에는 1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김상태가 직접 읽고 내린 판단이니, 각자 3권만 읽으면 1년도 안 걸린다는 얘기다. 1년의 장벽이 현재 주류 고대사학계가 거짓으로 활개치고 다니는 현실이라니, 어여 읽어보고 그 말이 맞는지 판단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활동이지 않나 생각한다.

2. 만일 한 나라의 역사의 뿌리를 증명하는 학문적 검증에서 1설이 3개 정도의 증거가 있고 2설이 3개 정도의 증거가 있다고 할 때, 1설은 자신의 역사를 축소하는 증거고 2설은 자신의 역사를 확대하는 역사적 증명이라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 나라 학계는 어떤 학설을 정초시켜야할까? 어려운 질문일까? 당연히 2설이지 않을까? 그러지 않는 나라가 이상한 나라다. 그런데 2설의 증거가 1설의 10배라면? 당연히 2설이 통설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헌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1설의 통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2설은 재야설로 치부되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정말 이상한 학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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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3-09-26 1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요즘 윤내현의 <한국 고대사 신론>을 읽고 있던 차에 yamoo님의 페이퍼가 더 와 닿습니다. 감사합니다! ^^:)

yamoo 2023-09-27 09:24   좋아요 2 | URL
오~~ 한국고대사신론 읽고 계시군요!!
저도 구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학계에 이런 학자가 있는 줄 미처 몰랐네요. 책이 쉽고 매우 밀도가 높습니다. 정말 경이로운 학술서입니다!

얄라알라 2023-09-29 14:26   좋아요 1 | URL
역시나!!! 전 이 페이퍼 읽는 중간 중간, 겨울호랑이님과 거리의 화가님의 댓글이 달렸거나 달리겠구나...이 생각했는데!!!

˝학문적 숙청....˝ 씁쓸하지만, 또 지금 올려주신 글에서처럼 묵묵하게 학자의 정도를 걷는 분의 세계를 알아주고 옹호하는 동료 학자들이 있고 yamoo님처럼 마음 열린 독자분들이 계시니 씁쓸함을 중화해봅니다

감은빛 2023-09-27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로운 글이네요. 책 3권을 읽기 위해 1년이라.
야무님의 글이 재미있어서 저도 기회가 되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판에 1년이 걸린다는 얘기를 보자마자,
바로 마음 속에서 지웠습니다.
저는 그냥 야무님 글로만 이해할게요.

yamoo 2023-09-27 12:59   좋아요 1 | URL
책3권 읽기는 1년이 안걸리구요...윤내현 주요 저서와 논문들을 모두 읽는데 1년 정도 걸리는 가 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윤내현 주저 3권은 이 책들만 파면 1달에 1권 3회독은 거뜬할 거 같아요. 3달이면 공부로써 충분합니다~~

weekly 2023-10-03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아주 어렸을 때 윤내현의 한국 고대사 신론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채호의 책도 읽었고, 관련된 세미나도 찾아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사학과를 가고 싶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역사학에서 마음이 멀어지게 된 것은, 우연히 뉴스에서, (아마도) 유고슬라비아에서 (아마도) 만이천년 전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각 국가나 민족이 저마다 자신들의 역사의 장구함을 주장하는 식으로라면 역사학은 보편성을 지탱하기가 무척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때 생각에는요...

그때 든 생각 또 하나는 사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윤내현은 (제 기억에) 하버드 옌칭에서 복사한 수십 박스에 달하는 한국 고대사 관련 복사물들을 거의 잃어버렸다고 했었습니다. 그 사료들을 다시 찾았을까요? 그때 생각에, 일단 사료들이 검증되고 확립되어야 진지한 토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윤내현은 사료를 갖고 있고, 혹은 갖고 있었고, 국내 학자들은 뻔한 사료 몇 가지만을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한국의 고대사 연구자들이 윤내현에게 진지하게 반론이나 동의를 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입니다. 윤내현이 참조할 수 있었던 사료들이 관련 연구자들에게 공유되고 검증되고 확립되었는지가 제일 궁금하네요.

(제가 방청했던 관련 발표회의 한 풍경:
-윤내현, ˝...에 이렇게 저렇게 기록되어 있듯이 말입니다.˝
-방청석에 무리 지어 앉아 있는 노인 1):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 어? 거기에 그런 기록이 있어?˝
-그옆의 노인 2): ˝있어, 있어.˝
나: (속으로 생각) 고대사는 참조할 수 있는 사료가 무척 제한적인 것 같구나...)

yamoo 2023-10-04 06:46   좋아요 0 | URL
위클리 님 오랜 만입니다! 아, 논문 발표 학회에도 계셨었군요!
윤내현 교수가 당시 그 자료들을 잃어버렸고 다시 찾지 못했나봅니다. 그래서 그 자료를 공유할 수 없었구요.
하지만 윤내현 교수의 제자인 복기대 교수 이하 인하대 교수팀이 한국고대사 분야를 계속 연구하여 논문을 발표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려의 북계>라는 책을 통해서 보더라도 고려와 거란의 국경은 산해관 부근이 맞고 이는 통일신라의 강역 또한 만주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엔칭의 자료가 그 무엇이든 금사 요사 등에서 고려 국경지역을 명확히 언급함에도불구하고 우리학계는 요지부동이라는 점이 매우 이상했습니다. 금사 요사는 믿을 게 못된다. 삼국사기 일부 기록은 믿을 게 못된다. 환단고기는 위서다 등등 그런데 성삼제라는 분의 <고조선>을 읽어보면 윤내현의 엔칭 자료를 안 봐도 현재 나와 있는 자료를 종합해도 고대사학계 주류 논거보다 훨씬 더 많고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사료가 넘칩니다만, 이상하게도 연구를 안하고 있는 게 신기할 뿐이죠.

고대사는 연구할 수 있는 사료와 자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유물은 꾸준히 출토되고 있어요. 방사성동위원소 판별로 청동시시대 뮤물이 이미 BC1000년을 넘겼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주류사학계는 이런 것에는 아예 언급이 없어요. 심지어 만주 지역의 비파형 동검은 BC2천~3천년 겅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복식사 연구 자료의 유물 분포도 개략 윤내현의 고조선 강역과 겹칩니다. 이런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주류사학계는 연구 자체를 안해요. 이것이 매우 이상하다는 사실이에요.

사학계 이론은 특히 고대사는 유물이 발견되면 학설이 뒤집어 지는 일이 다반사인데...유렵도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제가 설정해 놓은 통일신라-고려의 강역을 지금까지 가르치고 있어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문화사는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강역은 그대로네요..^^;;

weekly 2023-10-04 20:05   좋아요 0 | URL
제가 야무님의 코멘트에 코멘트를 달 능력은 안될 거 같구요...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관점의 차이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현재 국민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민족 혹은 민족들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관심 하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저는 이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비슷한 질문으로, 역사는 실증적이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에 대해 긍정적입니다.

예컨대, 고려와 거란의 국경이 산해관 부근이라는 주장은 매우 복잡한 질문들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럼 이성계가 회군한 위화도는 어디에 위치해 있었는가? 세종이 점령해나간 북방 땅의 위치는 어디였나? 산해관 국경 부근에서 살았을 고려인은 지금의 한민족의 일부인가, 아니면 통칭 만주의 소수 민족 중 고려 정부에 복속한 사람들인가? 고려와 거란의 국경이 산해관 부근이라는 것은 일시적이었는가, 아니면 지속성을 갖고 있었는가? 고려가 산해관 부근까지 행정력을 미치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는가, 등등. (단순히 문헌들을 가지고 지명을 추론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신채호의 작업은, 제 기억에, 이 수준에 멈추어 있었습니다. 윤내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예를 들어 중국의 한나라가 북방으로 팽창할 때, 한나라는 북방의 숲을 불태우고 농지로 만들었으며 한족 농민들을 그곳에 이주시켜 정착하게 했고, 기존에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더 북방으로 쫒아냈습니다. 세종이 그랬고, 푸친이 그럴려고 하는 것처럼요. 다른 한편, 고전 그리스 시대에 그리스어를 쓰는 도시 국가가 이탈리아나 터키에도 산재해 있었다고, 그리스가 이탈리아나 터키 땅을 아우르는 제국이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혹 고려 시대에 산해관에 고려인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었더라도, 산해관까지를 고려의 국경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이런 저런 이유로 저는 민족 사학(이렇게 일컬어지고 있는지 확신은 없지만)에 거리를 두고자 합니다.

yamoo 2023-10-05 07:03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사관은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의 지점을 좁히는 과정..그래야 역사의 진실에 근접할 수 있다고 믿는 1인입니다. 민족사학, 실증사학을 떠나 지금은 역사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시대죠. 그렇다면...사료와 위성사진 그리고 유물로부터 역사연구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사실입니다.

조선사 편수회에서 그어 놓은 우리 강역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학자가 한 둘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연구를 통해서 학설을 뒤집는게 학계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학계는 이런 일들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니까 김상태와 같은 분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봐요. 위클리님의 제기하신 문제제기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100년 전의 사실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500년 전 하물며 청동기시대라면 유추와 논증을 통해 사실에 근접해 나가야 합니다. 논쟁은 불가피하구요. 그렇게해서 학설이 정립되는데, 이상하게 고대사는 이러한 과정이 전무해요. 연구해 봐야할 증거들이 넘치는데 왜 연구하지 않을까요? 패수가 대동강이라는 부동의 위치비정은 일본학자가 그렇게 본다는 한줄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 어떤 논증도 없이요. 지금 패수가 북한에 있는 대동강이나 청천강이 아니었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쳐요. 강역을 넓히고 민족 운운...저는 그런거에 관심이 1도 없어요. 단지 왜 차고도 넘치는 증거가 학계에서 무시되느냐...저는 이게 이상했던 거고, 이런 걸 문제제기 했던 것이에요.

고려가 산해관 부근에 국경을 인접했다는 건 유물이 말해주고 있어요. 행정력을 검증하는 단계는 그 이후라고 생각해요. 강역의 고증은 문헌과 유물로부터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1차적으로요. 이게 실증사학의 근간이지요. 유물의 검증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뒷받침 되겠지요.삼국유사가 변조됐다고 하면 과학적으로 검증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화두가 있음에도 주류사학계는 연구를 안해요. 참으로 이상합니다. 저는 이런 논증없는 주류사학계가 이상해서 김상태의와 윤내현의 저서들을 통해 주류사학계를 비판해 보고자 함이었어요. 민족운운 했던 건, 고조선의 강역이 만주를 공유하는 넓은 지역이었다는 설이 있고 한반도 내 작은 지역이었다는 설이 있다면 1설의 증거가 5개 2설의 증거가 2개라면 우리는 1설이 다수설 내지 통설이 되어야 하는 게 합리적인거고, 양보해서 1설이 2개 2설이 4개라도 1설을 계속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지점을 얘기하고 싶어서 입니다. 제 의도가 무엇인지 위클리님에게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weekly 2023-10-05 16:19   좋아요 0 | URL
잘 알아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오는데, 어젯밤에 그 친구에게 윤내현 교수님의 ˝한국 고대사 신론˝을 사오라고 부탁했습니다. 책을 많이 내셨고 ˝고조선 연구˝라는 묵직한 연구서도 내신 것 같은데, 상하권 가격 역시 너무 묵직해서, 고대사 신론이나 다시 읽어 볼 생각입니다.

포스트 주제와 별개로, 그리고 조선사 편수회 출신 이병도 카르텔 운운 등과 별개로, 평소 한국의 국학계(역사, 회화사, 문화재 관련 등등)가 너무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스승이 세운 학설에 대해 신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반대 압박이 너무 심하다던지(˝오주석이 사랑한 그림들˝에 적나라한 예가 있듯이...), 한국의 그림들에 대해 신토불이니, 나는 우리 그림이 좋아, 좋은 걸 어떡해, 왜 그걸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지, 투의 허망한 미학(?)에, ˝독자˝로서 좌절감을 느낀 적이 많았더랬습니다.
이제 시대가 좀 변했나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혹 한국 전통 미술이나 예술, 더 넓게는 동양 예술론 등에 대한 괜찮은 책이 있다면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다음 주에 오는 친구에게 한 권 더 부탁해 보려고요.:))

yamoo 2023-10-05 17:55   좋아요 0 | URL
오~~한국고대사신론을 주문하셨군요! 저도 지금 읽고 있어요! 정말 쉽게잘 써 있긴 한데...역사학게에서의 논증이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많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매우 정치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정독하고 있어요~~^^ 고조선 연구와 열국사 연구도 모두 구입했어요~~^^

그건 그렇고...흠..아주 고난도의 책추천을 부탁하셨네요..^^;;
말씀하신 동양화나 한국화화계의 보수주의를 공격하는 비판서는 없어요. 그도그럴것이 한국화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나와 있는 책도 별로 없어요. 예전에 일본인이 쓴 동양예술론이라는 두툼한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오래되서 구할 수가 없구요. 그래도 한국의 보수 미술게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분은 있어요. 윤범모 교수라고...현재는 은퇴했지만 이분의 한국미술론과 한국미술에 삼가 고함이라는 책은 국내 보수주의 화단을 비판한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닌가해요. 그리고 오래 전에 나온 <우리그림 비평>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한국화의 비평의 부재에 대핸 메타비평서인데, 아주 드문 책이에요. 헌책으로 구할 수 있을 듯해요. 제가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읽은 책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요즘 작가들 사이에서 한국화나 동양화난 죽었다는 게 대세인데...이에 걸맞는 책이 거의 없어요. 왜 그런지 도통 모르겠다는..^^;; 개인적으로 추천드릴 수 있는 건 윤범모 교수의 책 두 권입니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좀 거시기 합니다~~^^

참고로 한국미술계는 거의 변하지 않아요. 그래서 최근 신진작가들은 미술대전으로 등단하지 않고 다른 루트로 등단을 한다고 해요. 고인물인 늙은 교수들의 평가를 아예 받고 싶지 않다네요..^^;;

weekly 2023-10-05 18:33   좋아요 0 | URL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에 검색해 보고 주문할지 결정해야겠네요.

(요즘 런던 등 곳곳에 우후죽순격으로(?) 한국 주점, 한국 슈퍼 등등이 생기고 있습니다. 한류가 대단하긴 해요! 더 욕심 나는 건, 그 스펙트럼이 좀 넓었으면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한국의 미학에 대한 읽을만한, 영어로 된 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 등등... 예전에는, 한국의 문화가 어느 정도 단계에 다다르면 그런 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젊은 세대에서 그런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표준적인 서구 미학을 소화한 후에야 진행될 수 있는 작업이니만큼 어렵기도 할 것이고요. 비서구권 나라들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욕심 사항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터키의 어느 박물관에 갔을 때,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유적들을 보면서, 이 나라가 아직 이런 거 정리할 여력이 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서구중심주의의 극복이란 이런 여력들을 확보하고, 성취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뜬금없이 이런 소리를 다하네요...-.-)
 

전편에 이어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후편을 이어 갑니다~



'대상에 대한 철저한 재현', '재료와 형상의 추구'.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실상이고 졸업생들의 현실이다. 이게 내 주관적 생각이라면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의 비전문적인 비판이라고 개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말하면 달라지겠지. 내 논조와 아주 비슷하게 한국미술계를 통렬히 비판하는 전문가가 있어 소개한다.

 

동국대 미술사학과 윤범모 교수. 그의 책 <한국미술론>(칼라박스, 2017)에 보면 그의 매서운 전문적 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0여 년간 발표한 주요 논문 20여 편을 모아 엮은 책으로 한국미술사를 종횡무진 연구한 역정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윤범모 교수는 한국 미술,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묘사. 독창적 철학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1만 건 이상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1만 건은 정말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1달에 약 천 여 건의 전시회가 개최된다는 말인데, 실로 엄청난 수다.

 

'우리나라에서 집에 그림을 사서 거는 가구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자. 당신이 직장인이면 당신 동료와 선후배를 한번 살펴보라. 그림을 사는 직원은 아마도 거의 없을 거다. 


우리 회사의 경우도 그렇다. 직원들 중 집에 그림을 걸어 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과에는 아예 없고 옆에 과도 그리고 이전 부서였던 곳도 역시 집에 그림을 걸어 놓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에 천 여 건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건 정말 기형적인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전시회 숫자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프리즈와 아트페어에 몰리는 인파를 봐도 참 아이러니 하다. 이들이 정말 그림을 정기적으로 구매해서 그림을 감상하는 자들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우리나라 상황을 윤 교수 다음과 같이 정리해 준다.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수준은 형편없다. 창작 발표라기 보다 자원 낭비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혹평할 수 있다. 대관료만 내면 전시할 수 있고, 또 대관전시로 미술계에 등단하는 구조, 이런 도떼기시장 같은 미술계 관행은 커다란 문제다. 성격 없는 전시, 독창성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그가 말하는 바를 계속 따라가 보자. “그 여느 때보다 상상력과 시대정신, 독창성 등의 키워드가 중요한 시대다. 작가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나, 그런 경우가 드물어 걱정이다. 무슨 장기자랑 출전선수처럼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묘사했지, 작가 자신의 독창적 철학이 없다. 소통구조를 외면하고, 상상력과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무슨 걸작을 꿈꿀 수 있겠는가.”

 

윤범모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무릎을 치고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내가 미술대전에 출품하여 입상한 작품들을 죽 둘러보면서 들었던 생각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전통과 권위의 그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도 어디서 본 듯한 작품들이 대거 입상한 걸 목도했기에. (심지어 작년 대상 수상자는 작년과 거의 비슷한 그림을 출품하여 우수상을 수상한다.)

 

핀터레스트의 그림 이미지만 검색해도 비슷한 그림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한국화는 어느 대회나 본상수상작들이 항상 비슷비슷하다. 캔버스에 뭔가를 덕지덕지 붙여 이게 부조인지 공예인지 모를 작품들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이런 작품들은 대회에서 입상했기에 항상 볼 수 있다.

 

뽑아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계속 이런 작품들이 횡행하겠지. 심지어 비구상 대회에 구상적 이미지가 강한 작품도 심사위원들은 잘도 뽑아준다. 우주에 우주선을 그린 그림도!! 구상 그림들은 잘 재현한 작품들, 그러니까 오랜 시간을 들여 형상을 잘 그린 그림들이 주로 입상한다. 신진작가를 선발하는 미술대전 입상작들을 보면 대개 그렇다.

 

구상계열에서 동양화건 서양화건 풍경화(, 바다 산 등), 동물 그림(고양이, , 호랑이, 조류 등), 정물화(, 인물 등), 팝아트(캐릭터) 등이 8할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수상작은 누가 누가 공을 들여 대상을 잘 재현했는지에 달려 있다.(그래서 요즘 보면 자개나 전선 등 캔버스에 이상한 것들을 마구 붙이고 있다.)


현재 잘나가는 젊은 비구상 작가가 그랬다. 추상회화에서 철학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좋은 형상으로 작업을 해 작품을 완성하여 전시하면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의미가 정해지니 작가의 철학적 사유는 없어도 된다고 조언한다. 심지어 어느 작가에 따르면 자기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미술대전은 이런 작가들의 형상에 대한 경쟁 지대다. 그 이름만 달랐지 똑같은 복사판 대회(수상작 전시회). , , 바다, 하늘, 정물, 동물, 팝아트 등등. 말과 해바라기는 미술대회 입상작에서 정말 빠지지 않는 소재다. 누가누가 잘 그리는지 경쟁하는 게 학교 사생대회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동물 그림과 식물 그림에 무슨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겠는가.

 

아무 문화센터나 화실에 가서 그림 강좌 5년만 꾸준히 배우면 누구나 대상을 잘 재현할 수 있다. 취미미술 학원에 가보라. 대상을 충실히 재현한 잘 그린 그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을 작가라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미술대학 졸업생들과 신진작가 그림들이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적 철학?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책도 읽지 않는 작가들에게 철학은 너무 먼 나라 얘기다.

 

구상 그림만 그런 게 아니다. 비구상은 정말 처참할 정도다. 누구나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감성만 주야장천 그린다. 새로운 형상을 창출할 수 없으니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자신의 내면의 아픔과 느낌 운운한다. 레퍼런스만 넘쳐나고 그걸 넘어서는 작가적 개성은 전무하다.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다. 대학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 후 미술대학이 생긴 지도 60여 년이 넘었다. 디자인 대학까지 합치면 매년 5000명 이상의 미술 전공자들이 사회로 배출된다. 60년이라면 30만 명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광복 이후 현재까지 배출된 미술인 30만 중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있기는 한 것일까?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이 있지 않냐고? 그들은 일본에 가서 철학을 공부해서 유명해졌지 한국 미술대학이 길러낸 작가들이 아니다.

 

한국 미술대학의 부실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부 학생이건 전문가이건 우리나라 미술대학의 부실함과 경쟁력 없음을 우려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술 교육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수층이 바뀌지 않는 이상.


물론 우리나라가 빈곤국에서 출발하여 고도 압축 성장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입지전적의 나라라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른 문화적 불균형은 어쩔 수 없었겠지. 먹고 살아야 했기에 문화적 소비는 최소한으로 해 온 게 사실이다.  60-70년대에 비싼 그림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선진국이 됐다. 작년 프리즈에 몰린 구매 인파만 봐도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지긴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층은 극소수다


5집 건너 한 집이 미술품을 구매한다는 통계자료를 본 적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미술에 관심이 있는 가구가 별로 없다. 각자 직장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다. 


이러한 미술을 향유하는 문화. 누가 조성했을까? 나는 그 책임이 한국 미술인들에 있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그럼에도 매해 1만 건 이상의 전시회가 열린다!!) 자기들끼리 파벌을 형성하고 세력을 키우느라 미술문화의 저변을 넓히지 못한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후진적인 미술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는 매우 드문 사례이지 아닐까. 2000년대 이후 상황만 놓고 봐도 비싼 그림은 많아졌지만 우리의 미술적 토양은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미술인들의 폐쇄성만 더욱 견고해 지고 있는 듯해서다.

 

현재 아트페어나 해외 경매에서 잘나가는 젊은 작가들은 모두 미술대학에서 낙제생들이었단다.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 미술대학 경쟁력이 형편없는 것이겠지. 정말 미술인들이 뼈를 깍는 노력이 있지 않고는 해결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이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 작가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은지는 각종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유럽과 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여건 보다는 훨씬 좋을 거다. 우리는 우선 내실을 다지고 일반인들이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저변을 넓혀야 한다.

 

그 중심 역할을 미술인들이 해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아닐까.

 

 

 

[]

수년 간 미술 언저리를 배회했다. 미학 책 읽고 그림 책 읽으며 미술모임과 각종 전시회에 따라다니면서 얼추 배웠다. 물론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아 직접적인 경험은 못해봤지만 주위에 미술대학 졸업생들의 전언들은 수도 없이 접했다. 그러다가 그림을 컬렉팅하면서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정말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매우 암담한 우리나라 미술 세계의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피상적이겠지. 우리나라에서 미술을 하면 결국에는 가산을 탕진한다는 말이 빈발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진짜 부를 쌓은 자만이 미술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현실을 딛고 굿굿이 전업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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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9-16 2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학계도 카르텔이 심각하던데 미술계도 만만치 않네요.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부끄러운 예기지만 전 미술작품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릅니다. 물론 전시회는 가물에 콩 나기로 한번씩 다녀 본 게 다죠.
자기 관심분야 밖에는 잘 모르니 클났습니다.ㅠ
철학이 없는 것도 문제네요.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이 철학하다
그림을 그렸군요. 첼리스트 장한나가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지 않고
철학을 공부했다던데 선택을 잘하는구나 했습니다.
울나라 미술계가 이렇게 공부를 안하는 줄은 정말 몰랐네요.
그래도 야무님은 계속 더 공부하실 거죠?^^

yamoo 2023-09-18 09:45   좋아요 1 | URL
아...그렇군요. 스텔라님은 우리나라 미술을 향유하는 다수층에 포함되시는군요~
보통 우리나라에서 전시관람을 많이 다니고 미술책도 읽는 사람 중에 그림을 사는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적더군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나라 그림값은 비싸도 너무 비싸죠.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십만원 미만으로도 원화작품을 살 수 있는 곳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갤러리나 개인전 또는 아트페어, 경매 등에 한정되어 있는 듯합니다.

우리나라 미술계는 재료에의 탐구가 무척 중요한 듯합니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기 보단 재료의 탐구를 최고로 쳐주는 것 같아요. 그 재료가 그 작가의 정체성을 나타낸다나 뭐라나...그렇습니다..

네, 저는 책을 계속 읽고 있죠. 책 읽는게 최고의 공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3-09-16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18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18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롤로그]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문제점을 페이퍼로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상하 두 편으로 나눠 페이퍼를 쓰기로 했습니다. 미학책들 보고, 한국미술사 책들을 주섬주섬 읽고, 미대 출신 현업 작가들의 전언을 여러 통로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술대전에 계속 참여하다가 보니 한국미술의 저열한 상황과 미천한 경쟁력은 바로 미술교육의 부실이라는 걸로 귀결되었습니다. 감안하시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미술교육은 참으로 특이하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그림을 잘 그리면 미대를 가라고 권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동 역시 어렸을 때부터 대회 나가 상을 휩쓸면서 자신이 미대를 가야 하는 것을 당연지사로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 출중한 그림 실력을 보여주면 예중-예고-한예종 이나 서울대 테크를 타게 된다. 그림 실력은 나날이 발전하여 그 어려운 입시미술을 통과하고 미술대학 학생이 된다. 대학 강좌를 들으며 실기 작업을 이어나가면서 여러 전시회에 참여한다.

 

이 과정,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또는 대학원생)까지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들은 모두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그것은 대상의 철저한 재현이다. 대상에서 조금만 변형되면 가차 없는 지적질을 당하며 선생님으로부터 혼이 나게 된다.

 

중학교 및 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미술학원에서도 동일한 과정이 반복된다. 학부나 대학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수가 그리라는 대로 그린다. 조금만 교수의 의도대로 그리지 않으면 바로 제재가 들어온다. 철저한 재현이고 이것이 잘 그린 그림이며 좋은 학점의 척도가 된다.

 

이렇게 미술인이 배출된다.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능통한 졸업생은 그 이력으로 작가생활을 시작하려고 한다. 재료가 무엇이 됐건 이 신진작가는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물론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을 그린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다른 과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미술교육이 얼마나 이상한지 알 수 있다. 당신이 경제학과에 입학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기초가 되는 수학을 배우고 실물 경제가 어떻게 이론으로 정립되는지 배우게 된다.

 

실물 경제를 수학적으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응축된 그래프와 방정식을 경제 개념으로 다시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대학에서 경제학도로 만들어지는 학습 과정이다. 즉 경제학 전공자는 경제학이라는 룰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술대학은 이런 게 전혀 없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만 그리다 졸업장을 받게 된다. 물론 각 대학 커리큘럼을 보면 서양미술사나 각 사조는 맛배기로 배우긴 한다. 작가론도 배운다. 하지만 한국의 미술대학에서는 다른 학과처럼 그 학문의 룰(언어)을 가르치지 않는다.

 

정말 이상하다. 테니스를 배워도 룰을 배운다. 경기 방식은 어떻고, 몇 세트를 하고 어떻게 해야 승리자가 되는지 그 규칙과 룰이 있다. 테니스 기술 습득은 그 규칙과 룰에 따라 자연히 습득되게 된다. 모든 스포츠를 배우는 건 대동소이 하다. 음악도 그렇다.

 

하지만 미술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서양화, 동양화, 조각, 설치 등으로만 분야가 나눠져 있을 뿐이다. 교육은 그 분야에 맞는 재료 사용법과 구도를 잡아 그리는 게 전부다. 색과 형상이 그림의 전부인 냥(우리나라 미술 평론가들의 평론을 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교수의 의도대로 고치고 또 고쳐 그린다.

 

이런 현상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매우 이상한데, 대개의 사람들은 미술대학의 특성이니 하고 조금도 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학부를 졸업할 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보라. 인문사회계나 경상계나 모두 학부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졸업논문이란 걸 쓴다.

 

그 졸업논문은 논문의 가치가 없긴 하지만 학부에서 배웠던 걸 심화하여 최소한의 전문성을 탑재하려고 애쓴 흔적이다. 경제학이 됐던, 철학이 됐던 대부분의 논문은 그 학문의 선배 학자들의 이론을 점검하고 내가 그 이론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비판하는 입장 인지를 밝히는 정도다.

 

석사나 박사 정도 되면 누구를 전공 했냐로 나눠진다. 그런데 미술은? 이런 게 전혀 없다. 미술대학 졸업전시회를 가보면 그냥 자신이 그리고 싶은 바를 캔버스에 담거나 입체를 만들거나 설치를 한 게 전부다. 그나마 설치는 낫다. 평면 작품들은 근본이 없다. 계보가 없단 말이다.

 

작가의 철학은 말할 것도 없다. 기성 작가들도 철학이 없는데 무슨 학부 졸업생이 작가적 의식이 투철하겠는가. 학점을 받고 졸업을 하려면 교수가 지적하는 대로 그려야 하는 상황에서 작가 의식 운운하는 건 모순이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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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3-09-12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공지능 시대에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없는 재현이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말씀하신 미술교육 뿐 아니라 요즘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이 새롭게 도전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yamoo 2023-09-14 09:10   좋아요 1 | URL
현재까지는 갤러리 등이 형상 좋은 작가들만 선발해서 지원하니, 아니 대체로 그런 류의 작가가 대부분이니 문제점을 안고 당분간은 계속 지속될 듯합니다. 올해 프리즌 전기가 끝나고 나면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요. 좀 발전되고 변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페크pek0501 2023-09-15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군요. 미술대학에서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되는 건가요?
철학과 지식과 지혜가 없는 예술가를 상상할 수 없네요...

yamoo 2023-09-16 11:23   좋아요 2 | URL
근데 우리나라는 미술대학 교육은 압도적으로 실기수업만 해요. 요새 잘나가는 추상미술 작가들도 철학이 없어요. 그냥 형상만 좋은 화가들이 넘쳐나요~~ 계보는 중요하지 않고 심지어 자기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당당히 밝히는 작가들도 있습니다..ㅎㅎ
 

미대를 졸업하고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지인의 자식들이 미대에 진학하겠다고 하면 열일 제쳐두고 말린다고.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 작가가 되는 길이란 서서히 패가망신하며 가족들을 괴롭히다가 죽어가는 일이라고 한다.

 

내 부모님들도 내가 학창 시절에 미술에 소실이 있어 미술 전공하겠다고 하면 마구 화를 내시며 반대를 하셨을 거다. 미술 전업 작가란 작품을 팔아 생활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미술 작가로 돈을 벌 확률이 너무 미미하다.

 

보통 미술 작가라는 사람들을 보면 미대 나와서 국전에 20살에 입선하고 이후 공모전에 여러 상을 타며 개인전과 단체전을 쭉~ 해나가다가 40살이 되면 그때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며 50살 이후에 그림을 팔아 생활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다.

 

그러니까 25살에 대학을 졸업하여 약 20여 년 동안 돈 한 푼 벌지 않고 작업을 이어나가야 전업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거다. 이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몇 명이나 될까? 미술은 돈이 아주 많이 든다고 하는데, 그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청년 작가들이 부지기수로 많다고. 끝까지 존버하면 살아남는다는데 20년 이상을 작업에 매진할 수 있게 서포트 해 줄 수 있는 재력이면 미술을 전공해도 되겠다는 결론. 물론 작품의 퀄러티는 보장되어야 할 거다.

 

이게 아주 먼나라 얘기인 줄 알았는데, 작가 입문기를 거치고 있는 내가 벌써부터 돈의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 물론 나는 그림이 팔리지 않아도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니 아쉬울 게 없긴 하지만, 미술 작가 활동을 하면서 돈이 너무 깨지는 중이다.

 

이걸 내가 대학 졸업하고 시작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를 일이다. 비록 내가 아마추어 작가를 막 벗어나긴 했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작가 생활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이 페이퍼를 빌어 좀 얘기 해 보려고 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거 한 가지. 작업실이다. 작업실!! 첨엔 작가들이 왜 작업실을 그리 중요시 하는지 몰랐다. 집에서 그리면 되지 무슨 작업실 타령이지 했다. , 근데 내가 해 보니 작업실은 작가에게 알파요 오메가였다. 작업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니 작업실은 작가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작업을 하면 온 집안이 물감 자국이 남고 미술 도구 때문에 집 실내 환경이 열악해 진다. 무엇보다 쌓이는 작품을 보관해야 하는데 이게 큰 걸림돌이 된다. 50호 작품 10여 점만 되어도 움직일 공간이 없게 된다. 그러니 작업실은 필수.

 

서울에서 작업실을 구하려면 아무리 비루한 지하 월세라도 5천에 월30 이상은 깨진다. 이걸 수입이 없이 견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수많은 천재적인 청년작가들이 다른 길을 찾아 떠난 것이다. 이건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문제다. 다시 말해 미술작가를 하기 위해서는 재능이 아니라 자본이 갖추어 져야 한다.

 

보통 미술작가는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이 가는 길로 대부분 생각하는데 그랬다가는 자식의 원망만 들을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건 기본이고 여기에 아빠의 재력이 아주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작가의 길을 갈 수 없다.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작가가 되는 것과 전혀 별개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 듣는 건 대상을 그대로 잘 재현하는 걸 말한다. 사진과 똑같이 명화와 똑같이 잘 복제하는 그림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림 잘 그리는 척도다.

 

근데 그림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똑같이 모사하면 절대 안된다. 그건 작가가 아니다. 작가는 자신만의 화풍으로 대상을 그려내며 거기에 감정을 담아야 한다. 구상 그림은 그래야 좋은 그림이 되고 작가로서 인정받는다. 그러니까 대상의 복제는 작품이 아니라는 거다.

 

잠깐 주제가 옆으로 샜는데, 이 얘기는 다음 페이퍼에서 좀 다룰 예정이다. 어쨌든 작업실 확보가 돈 잡아먹는 제1 귀신이다. 그 다음은 재료값이 아니라 출품비다. 작가는 수상 실적이 무엇보다 중요하여 공모전 이력을 넓혀야 한다.(개인전은 이 다음 얘기는 패쑤하자. 개인전 비용은 정말 어마무시하다.)

 

근데 이넘의 공모전 참가비가 꽤 비싸다. 보통 미술대전이라고 회자되는 신진작가의 등용문은 참가비가 1점당 5-6만원 정도(대체로 6만원) 된다. 캔버스 크기가 지정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100호 이내다. 100호 이내면 100호를 내라는 말과 비슷하다.

 

전문가용 100호 캔버스 가격이 보통 20-30만원 정도 한다. 가장 싼 캔버스를 구하느니 판넬에 주로 그리는데 판넬 가격도 10만원 정도 한다. 여기에 유화를 두껍게 올린다고 하면 유화 물감 값만 10여 만원 이상이 투여된다.

 

여기에 도록비가 추가된다. 도록비는 비싸면 15만원 싸면 5만원 정도 한다. 평균 7만원 잡으면 된다. 집이 서울이면 여기서 끝날 수가 있지만 집이 지방이면 교통비가 든다


보통 권위 있는 미술대전은 거의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림 반입처도 서울이 대부분이다. 실물을 접수하기 때문에 서울까지 그림을 들고 접수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돈과 비용이 든다!(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비용을 생각하자)

 

, 공모전 1회 참가하는데 비용을 최소한으로 계산해 보자. 교통비를 제외하면 참가비 6, 도록비 7, 캔버스 10, 도합 23만원이다. 여기에 물감 값이 추가되는데 자신이 유화를 그린다면 10만원을 추가하면 된다. (나는 아크릴로 그리기 때문에 100호 그리는데 3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자신이 연간 5회를 참가한다고 하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 와중에 소모품인 붓과 물감, 보조제 등은 계속 사야 한다. 버는 돈이 없이 계속 돈을 써야 한다.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려야 하기에 재료 값도 상당하다. 하지만 작업실 월세에 비하면 새발에 피다.

 

나는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아니기에 어느 정도 감당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좋은 작업실을 구하고 유럽 일류 재료를 쓰면 한 달에 200 깨지는 건 아주 우스울 거라 생각한다. 작품이 팔리면 좋지만 안 팔리면 이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작가를 하면 돈을 모은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결혼?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을 거다. 돈을 안 벌면 돈만 축내는 몹쓸 인간이 되는 거다. 나처럼 돈을 벌면? 그냥 노후 대비 없는 병신이 되는 거지. 작품이 팔리는 대가? 그런 건 천운이 따라 줘야 하는 거고..

 

이런 생각이 드니 단지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고 싶어서 작가의 삶을 시작했는데, 좀 잘못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좀 적당히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지인인 미술 작가가 왜 그림을 시작했는지 진지하게 물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좀 쉬어가야 할 때인 듯 하다. 주역이나 읽어야 겠다. 

 

 

 





>> 다음에는 우리나라 미술 교육의 병폐에 대해서 좀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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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9-06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글프군요. 뭐 미술만 그러겠습니까?
글 써서 돈을 벌겠다는 것도 그렇고.
다 투잡하거나 집안 살림 맡을테니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고
가사도우미 자처하면서 근근히 버티거나 뭐 그런 거죠.ㅠㅠ
근데 다음 글 기대되네요.ㅋ

yamoo 2023-09-08 09:36   좋아요 2 | URL
예술은 다 비슷비슷 한듯합니다.
그래도 미술은 훨씬 더 심각한듯해요. 글 써서 돈을 벌겠다는 사람은 진짜 많이 못 봤어요. 뭐, 글쓰기 배우는 건 그래도 돈이 적게 드는데 예술 배우는데 드는 비용은 정말 어마무시합니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구요.

기대 하신다니 의욕이 불끈!ㅎㅎ

cyrus 2023-09-07 0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가 본인 작품 한 점을 전시회에 출품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투자되는데도 대부분 사람은 부유하고 한가한 사람만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오해하죠.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에 엄청난 돈이 투자된다는 사실을 알면 돈(세금) 아깝다고 불만을 표출해요. 이런 상황을 보면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yamoo 2023-09-08 09:40   좋아요 0 | URL
부유하고 한가한 사람이 미술하는 게 맞아요. 그런 사람들이 성공합니다.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한계급이기 때문에 그래요. 오해라고 보긴 어려워요.^^;;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에 엄청난 돈이 투자된다는 걸 대중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요. 폴록의 그림은 미국이 정책적으로 미뤄줘서 비싸진 거에요. 유럽에 대항하기 위해서 미국 예술이 정체성이 필요했기에, 폴록의 작품들이 어마무시하게 비싸진 거죠.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냥 문화재라고 생각하면 쉬우릇합니다. 당시 미국 미술의 정체성을 확립해준 작가의 그림..ㅎㅎ

답답하고 속상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

새파랑 2023-09-07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을 하려면 일단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던데 진짜인가 봅니다. 그래도 yamoo님은 전업이 아니셔서 그나마 다행인거 같아요. 천운이 많이 따르시길 바라겠습니다~!!

yamoo 2023-09-08 09:42   좋아요 0 | URL
네, 진짜 많이 들더군요. 저기 페이퍼에는 액자 값이 빠졌는데, 액자 가격이 정말 후덜덜 합니다~ 액자를 해서 내랴는 미술대전이 있긴합니다만...그렇지 않은 대회도 거의가 액자를 해서 출품들하더군요. 100호 액자값만 50만원이 넘어요..ㅜㅜ

감사합니다~~^^

잉크냄새 2023-09-07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흐도 살아 생전 단 하나의 작품만이 400프랑에 팔렸다고 하더군요. 귀를 자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긋지긋한 가난과 끝 모를 절망도 한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yamoo 2023-09-08 09:46   좋아요 1 | URL
당시 고흐는 그림을 늦게 시작했기에 기본기가 시망이었죠. 그래서 당시 아카데미풍의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자신이 그림고 싶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고흐의 그림을 저열한 그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니 고흐가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ㅎㅎ 당시 대중적 인기가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봤을 때 기본기가 없는 듯한 그림을 그렸으니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죠.
당시 그림과 다른 고흐만의 개성이 담긴 그림을 알아본 사람들은 고흐가 죽은 다음에 나타나게 되서 현재는 대가가 되었죠.

그렇다고 고통받는 작가가 고흐처럼 될 수는 없다는 게 함정..ㅎㅎ

얄라알라 2023-09-12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대 입시에 월 천 단위로 쏟아붓고도 성과를 못내서 다시는 미대를 입에 올리지도 않는 이들도 많잖아요....정말 치열하네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 yamoo님 글 읽으며, 상상이라도 해봅니다.

yamoo 2023-09-12 19:22   좋아요 2 | URL
미대잆시 학원의 한학기 수강료가 400이랍니다!! .개인교습 받는 강남학생들은 기본이 월 천이란 소실 들었습니다만...진짠가 보네요..

미술 외부에서 볼 땐 돈이 많이 드는가 했는데...직접 해보니 장난 아닙니다. 단체전도 돈을 내야하고 개인전 2주는 저렴한 게 200정도 드네요. 그것도 공모해서 당첨되는 게.. 캔버스값, 액자값 장난아니에요. 보통 개인전 하려면 30호 크기로 최소 20점은 되야 하는데 전부 액자해야합니다. 팜플렛용 소책자 도록도 몇백해요. 100퍼센트 지원받는 선정작가가 되지 않는 이상 개인전 1회 할때마다 5백은 아주 우습게 깨지는 듯해요. 여기에 30호 액자비...20개. 개당 20만원..ㅠㅠ 작업실 월세에 재료비에 운송비에 해도해도 끝이 없는데 그림은 잘 팔리지 않아요. 그러니 부자들만 미술을 해야지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