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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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손에 따르면, 우리의 삶은 순간들의 무수한 지속이다. 지속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순간을 산다. 그 순간들은 우리의 몸에 각인되어 기억으로 체화되고 현재의 순간을 만나 과거의 기억들은 새롭게 현재에 개입한다. 이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게 삶의 속성이다.

 

이 삶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감정이라는 부산물을 만난다. 그 감정은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억(추억)이 순간적으로 응축되어 이미지화된 실체가 감정이라는 점. 이는 삶의 단면 속에 구체화되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문학은 이 감정을 이야기로 담는 예술 영역이다. 잘된 작품은 삶의 페이소스가 플롯 속에 오롯이 담겨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목적이고 예술이 지향하는 바라 할 것이다.

 

트레버의 마지막 단편집인 <마지막 이야기들>(문학동네, 2023)을 읽었다. 마지막 책까지 그의 작품들은 문학이 추구하는 카타르시스를 완벽히 선사한다. 단 한 작품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한결같다. 읽고 또 읽게 되며 행간을 음미하게 된다. 그런 후에 오는 아련한 마음의 황량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특이하게도 그 황량함과 쓸쓸함이 전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 현재를 살고 있다는 삶의 생생함이 단편이 끝난 지점에서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 아닐지.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고독과 비애를 담은 단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근본을 끊임없이 되새김질 하게 한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만나게 되거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게 상처이든 사랑이든 상실이든 우리는 그에 반응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게 된다. 어느 시점에서 점점 잊혀지지만 그 감정과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트레버의 작품들을 읽으면 그 부정적인 감정과 아픔이 아련하게 되살아나 마음이 황량해 지지만 이를 통해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기에 삶에서 위안이라는 것을 나는 작가의 단편집을 통해 그 단어의 의미를 처음 확인하는 경험을 했다.

 

여기 실린 10편의 단편들은 모두 주옥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 <겨울의 목가>, <여자들> 등이 특히 인상적이다. 삶의 페이소스를 함축적이고 절제된 글에 담아내어 깊고 강렬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단편들이다. 마지막 몇 문장을 통해 단편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일꾼들이 의자를 뒤로 밀치고 일어선다. 붉은 타일이 깔린 바닥에서 그들의 장홧발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메리 벨라는 불안감을, 그리고 어쩌면 연민을 감지한다. 그녀는 그것들을 웃어넘기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변함없는 사랑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그에게는 그 사랑이 그녀 의 그림자들 사이에 존재하고 그녀에게는 그와 함께했던 방들과 장소 에 있음을 일꾼들이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 사랑이 시들지 않을 것임을, 길고 느린 죽음이나 평범해진 사랑은 없을 것임을 일꾼들이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겨울의 목가, p.206)



겨울의 목가마지막 부분이다. 이 몇 줄을 통해 작가는 메리 벨라(여주)의 감정을 아주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읽는 독자들은 벨라의 생각을 읽으며 아주 깊은 사랑의 상실감에 공명한다. 그리고 앞의 이야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첫 문단을 작가가 왜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지 깨닫고, 여주 메리 벨라의 기대감이 어떻게 상실로 이어지는 지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마지막을 첫 5문장을 통해 결말의 복선을 아주 멋지게 깔아놓는다. 이것을 처음 읽어서는 절대 알아챌 수 없다. 마지막 문장을 봐야만 안다.

 

그래서 큰 여운의 감정을 안고 다시 읽을 수밖에 없게 된다. 트레버의 단편들은 거의 모두 이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별 것 아닌 사건이 마지막 몇 문장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모든 전제와 사건들은 마지막을 위한 절묘한 암시와 복선이다. 2-3번 읽으면 작가의 역량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소년이 돌아왔다볼품없는 사춘기에 이르러 더 거칠고, 키도 더 크고, 더 험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그녀의 물건들을 돌려주러 온 게 아니었고, 곧장 걸어들어와서 피아노 앞에 앉아 그녀를 위해 연주했다. 그 음악의 미스터리는 그가 연주를 마치고 그녀의 인정을 기다리며 지은 미소 속에 있었다. 그리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를 바라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 자체가 경이였다. 그녀는 거기서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 인간의 나약함이 사랑과, 혹은 천재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는 데만 너무 골몰했으니까. 균형이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p.17)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마지막 부분이다. 사실 트레버의 마지막 단편집에서 내가 제일 감명 깊게 읽은 단편이다. 작가는 불완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삶 자체를 노처녀와 소년 그리고 피아노를 매개로 삶의 미스터리가 하나의 경이임을 깨닫게 한다.

 

9페이지 분량이지만 작가가 두 인물을 통해, 특히 미스 나이팅게일을 통해 말 해주는이해할 수 없는 삶 자체에 대한 페이소스는 고통과 슬픔을 넘어선다. 그리고 삶을 관조하게 한다. 그러하기에 작가가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담담한 서사는 우아하고 매혹적이다.

 

윌리엄 트레버에 따르면 단편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것을 영원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들 단편을 읽으면 삶의 진실이 폭발하는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압축된 서사가 주는 경이감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편이 주는 삶의 매혹과 서사의 절제미를 맛보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 사료된다. 삶의 순간을 포착하는 단편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체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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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5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달에 현대문학 것 윌리엄 트레버, 샀어요. 거기에는 님이 인상적으로 읽으셨다는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 <겨울의 목가>, <여자들> 등이 없네요. 아쉽게도...ㅋ
보람 있는 독서 하셨네요. 좋은 소설 읽고 나면 기분이 참 좋지요.^^

yamoo 2023-11-27 09:07   좋아요 0 | URL
현대문학 세계단편선 시리즈는 정말 탐납니다. 모두 사는 건 공간 상 문제가 있어 관심 있는 작가만 사자는 결심으로 한 두 권 사서 모으고 있는데, 선별된 작품들이 모두 괜찮아 보입니다!ㅎㅎ

네, 현대문학판 트레버 단편집에는 없어요~~ 문학동네판으로 보셔야 할 듯해요..^^

새파랑 2023-11-25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레버의 함축적이고 절제된 글들은 처음에 빠지긴 쉽지 않지만 한번 빠져들면 너무 좋은거 같아요. 비교하면 안되지만 다른 단편들을 읽다보면 트레버 생각이 납니다 ㅋㅋ

yamoo 2023-11-27 09:10   좋아요 1 | URL
첨엔 읽다가 무슨 소린지 몰라 다시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런 작품들이 있어요. 하지만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트베버를 읽는 시간이 매우 귀중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맞습니다. 다른 단편들을 읽다보면 트레버 생각이 나는 건 막을 수 없어요..ㅎㅎ
트레버와 다른 지점에서 고골의 단편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모파상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얼른 읽어보려구요~

겨울호랑이 2023-11-25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그 부정적인 감정과 아픔이 아련하게 되살아나 마음이 황량해 지지만 이를 통해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말은 과거의 부정적으로 상처가 되어 자신에게 박혔던 감정들이 이제는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 되었음을 실감한다는 뜻일까요... yamoo님 말을 통해 문학을 통한 자신의 발견과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

yamoo 2023-11-27 09:12   좋아요 1 | URL
네..비슷합니다. 관조하게 된다는 것이 좀더 정확할 듯해요.

좋은 문학 작품은 자신을 마주하게 하고, 인간이 가진 보편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 같아 계속 찾아 읽게 됩니다만...발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ㅎㅎ

자목련 2023-11-27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단편집 참 좋았어요. 야무 님의 리뷰로 한 번 더 좋음을 확인합니다!

yamoo 2023-11-27 16:54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은 이 책을 7월에 읽으셨네요. 역시 별5개....
좋은 작품은 다독가들이 먼저 알아보는 가 봅니다.
헌데, 이런 소설을 만나기 참 어렵더라구요. 10권 읽으면 1권 발견할까말까...
다행히 알라딘 마을에는 소설 다독하는 분들이 많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형편입니다..ㅎㅎ 그래도 제가 발굴한 작품들도 있긴한데...지금은 절판이라..^^;;
 
[세트] 바람의 그림자 1~2 - 전2권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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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명성이 자자했던 <바람의 그림자>(문학과 지성사, 2005)를 드디어 읽었다이 책을 구입 한 게 2018년 정도였을 거다하도 여기저기 재밌다는 찬사가 들려 구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헌데 2023년 11월에야 완독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시 재밌다고 구입해 놓고 아직까지 읽지 못했던 책이 <바람의 그림자이외에도 여러 권이니 말해서 뭐하랴어쨌거나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를 너무도 재미없게 읽어서 차기작은 무조건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맞다. <바람의 그림자>는 정말 줄거리의 흡입력이 대단했다내가 가진 판본은 오래 전에 구입한 거라 1,2권으로 분권된 <문학과 지성사>판이다출퇴근 시에만 읽어 좀 오래 걸렸지만 출퇴근의 거리를 잊게 만들어준 아주 고마운 책이다.

 

헌데 내가 이 재미난 책에 별 한 개를 뺀 것은(정확히는 별3개 반번역가 정동섭의 번역이 별로였기 때문딱 읽을 수준으로 번역했는데군데군데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번역한 문장들 때문에 여러 번 페이지를 되돌려 읽어야 했다.

 

판본이 이제는 문학동네로 넘어간 듯 보여문지판 <바람의 그림자번역 투덜거림은 그냥 접는게 상책이지 않을까 한다문동판을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출판사를 갈아탄 만큼 이전 번역의 단점을 잘 커버했거니 하며 넘어간다.

 

사실 번역이 짜증난 건 사실인데이거와 거의 비등하게 좋지 않았던 게 플롯의 문제였다개연성이 너무 없었다페르민의 출현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작가가 페르민의 과거 행적을 뭉겐 상태에서 보여주는 페르민의 행보는 거의 신급이다거의 모르는 게 없을 정도.

 

또한 푸메로의 보조형사 팔라시오스가 뜬금없이 다니엘을 동정하며 그를 돕는다자기는 다니엘의 친구라고이 뜬금포는 도대체 뭔지급기야 팔라시오스는 자기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기까지 한다작품을 읽으면 팔라시오스가 다니엘을 왜 돕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그 흔한 암시와 복선도 없다!

 

가장 짜증을 유발하는 플롯은 베아와 다니엘의 연인 맺기둘이 연인이 되는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다작가는 두 번의 관계로 임신까지 만드는데이는 카락스와 페넬로페의 연인관계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짠 구성이다너무 어설퍼서 작가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던 부분이다.

 

사실 플롯의 문제는 도처에 있다이 작품은 액자형식의 소설로과거 이야기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인물들 간의 관계가 미스터리의 주축이라는 거확실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그럼에도 중간을 넘어 얘가 혹시 걔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면 여지없이 맞아 떨어졌다.

 

급기야 2권을 넘어 읽으면서도 혹시 얘와 걔가 배다른 형제아니아닐 거야그러면 삼류막장 소설인데그래도 전 유럽과 우리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문학작품인데 설마라는 우려도 현실이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 이 사실을 확인한 순간 맥이 빠지며 이 작품의 문학성에 심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그래도 작가는 서사의 재미 포인트를 정확히 구사할 줄 알았다실망하고 의구심이 들 때면 어김없이 긴장감을 유발하는 사건과 떡밥으로 이를 무마시켰으니 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작품은 장점과 단점이 아주 뚜렷하다그래도 단점이 아주 도드라지지는 않는다엄청난 줄거리의 흡입력으로 인해 단점은 어느 정도는 상쇄가 된다이 기묘함이는 작가 자체가 가지는 특성에서 기인하는 듯하다태생 상 한계가 아닐까.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아동 및 청소년 문학가로 출발하여 명성을 얻었다본작 <바람의 그림자>는 그가 처음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선 보인 데뷔작이다그래서 복선을 깔고 떡밥을 회수하는 능력이 노벨상 레벨의 작가와 비교하여 많이 딸리는 느낌. (그래도 포세 보다는 낫다!)

 

사폰은 종종 인물의 심리를 자연에 빗대어 표현하곤 하는데이게 작위적이며 좀 유치한 감이 없지 않다. “밖은 눈이 심하게 내리며 … 눈은 문관심한 듯 겁 많은 내 눈물을 가져가버렸고 나는 천천히 눈가루의 새벽 속으로 멀어져 갔다.” (341)

 

그 타원형의 큰 홀은 대형 유리창 너머에서 무너지듯 내리는 눈발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의해 상처 난 그늘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352인용된 부분에서 보듯이 작가는 인물이 상심할 만한 사건을 겪은 후 혼자 있는 시간에 심리적 상황을 기후 상황을 빗대어 자주 표현하고 있다.

 

하도 자주 등장하여 후반부에는 좀 질리는 감이 없지 않다인물의 성격을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습작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곤 했다이러한 인물의 심리는 좀더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문학성을 담보하는 것인데작가는 이러한 면이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352쪽의 문장은 참으로 거시기 하다번역 문장 불평을 안하려야 안할 수가 없다물론 이 작품이 장르 소설의 범주에 속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 되는데읽다가 보면 짜증을 유발하는 부분이 주기적으로 튀어나온다.(장르 출판사가 아닌 문지다!)

 

그럼에도 그가 창조하는 캐릭터와 사건의 구성은 아주 매력적이다이는 흡입력 있는 서사의 구조 속에서 큰 빛을 발하여(미스터리 스릴러물의 가장 큰 매력책장을 부지런히 넘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물론 짜증스러움과 함께특이하다재미와 짜증의 두 쌍두마차가


[덧]

1. 내가 읽은 건 문지판. 문학과 지성사판 합본 이미지가 없기에 문동판 합본 이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2. 읽은 사람들은 이미 다 읽은 책인데, 책을 지금에서야 읽어 뒷북아닌 뒷북이 됐다. 그래도 이 책에 대한 상찬이 수두룩해서 이런 리뷰도 있어야 구색이 맞추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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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20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떡밥을 회수하는 능력이 노벨상 레벨의 작가와 비쿄하여 많이 딸리는 느낌. ㅎㅎㅎ
저는 장르소설에 아직 은혜를 못 받은지라 내가 싫으면 말지 하는 쪽인데 분석을 잘 하시네요. 이책 바깥에 내놔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되네요. ㅋ

yamoo 2023-11-20 18:22   좋아요 1 | URL
청소년 문학의 향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비유와 암시가 거의 없는 작품이랄 수 있겠습니다.

한번 읽고 바깥에 내놓아도 무방한 책..저는 그리 판단됩니다. 이 책을 읽고 바로 밀란쿤데라의 작품을 읽으면 제가 말하고 있는 지점을 바로 알 수 있어요.ㅎㅎ
 

1. 오늘은 11월 18일. 토욜은 원래 한가하게 늦잠을 자는 날인데, 아침에 사무실에 나가 뭔가를 끄적거려야 한다. 두어 시간이면 충분한데 이걸 하자고 아침에 가야 해서 좀 빡친다. 원래 우울한 11월인데...

사실 난 11월이 제일 싫다. 모든 안 좋은 일들이 11월에 발생했더랬다. 내 시간에서 말이다. 가장 끔찍한 일은 11월에 내가 입대했다는 거. 이때부터 11월 악몽은 시작된 듯하다. 그도그럴 것이 11월마다 수능을 치러져서일 거다. 내가 수능을 안 보더라도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하고 바로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수능 문제를 풀어야 했다. 이 무슨 지랄맞은 짓인지...지금은 망한 회사인데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이 X같은 일을 시켰다. 젠장~

회사가 망한지 10년도 넘었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는 수능때만 되면 되살아나서 습관적으로 문제를 대충 훑어 본다. 이런 짓도 이제 점점 하지 않아 작년 올해는 셤 쳤나부다....라고 생각하고 끝.


2. 오늘 열라 춥다.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듯하다. 아침에 나오는데 칼바람이 장난 아니다. 헤링본 재킷에 알파카 코트까지 입었지만 귀때기까지는 가리지 못해 귀가 너무 아프다. 올해 역대급으로 춥다는 예보가 있어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 올 겨울은 추울듯하다. 벌써부터 눈이 내리고 추우니...


3. 굥이 수능 킬러문제를 없애라고 해서 표면적으론 없앤 듯하다. 그렇지만 킬러 문제는 제시문이 아닌 선지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에 이번 수능은 불수능이 된듯하다. 제시문이 평이하니 난도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선지에 함정을 파서 매력적인 오답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게 이번 수능에 통했던 듯...어쨌거나 수능 치신 분들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빈다~


4. 오늘 오후에 세종미술관에 가야 한다. 시민대상 미술작가에 선정되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기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도 볼 겸 둘러볼 예정. 정말 바쁘게 한 해가 가고 있다. 5월부터 전국공모에 응시했다. 미술대전은 10개 응모해서 8개 입상했고, 작가선정 공모는 11개 응모했는데 5개 선정됐다. 선정되고 상을 받는 건 좋은 일이지만 글쓰기 공모와 다른 점은 후속 작업이 아주 거추장스럽다는 거다. 일단 입상이나 선정이 되면 그림을 포장하여 해당 전시장까지 그림을 갔다놔야 한다. 이걸 반입이라하고, 전시가 끝나면 가져와야 하는데 이게 반출이다. 그림 반입과 반출이 사람을 얼마나 지치게 하는 지 전혀 몰랐다. 개인전의 경우는 더 끔찍하다. 그림 디피와 홍보물까지 작가가 모두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전시 기획도 해야하는 공모도 있다. 뭐 내 노동투여야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여기에 돈이 들어간다. 하나부터 끝까지 다 돈이다. 젠장~ 

작가들이 미술하지 말라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은 참 빨리 가고 내 창작물이 쌓여가는 보람은 있다! ㅎㅎ


5. <바람의 그림자>를 다 읽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더이상 사폰의 작품은 읽지 않을 듯하다. 재미와 짜증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드문 경험을 했다. 희한하게도 판본이 문지에서 문동으로 바뀌었다. 내가 읽은 건 문지판 2권짜리고, 요즘 나오는 건 문동판이다. 문지에서 판권을 팔았나? 보통 문학에서 베스트셀러면 한 출판사에서 100쇄까지도 찍는게 보통인데 사폰의 저작들은 아닌가 보다. 어쨌거나 <바람의 그림자>는 아주 재밌는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허나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다. 리뷰를 쓰고 보니 이에 대한 투덜거림이 됐다. 뭐, 워낙에 뒷북이라 이런 리뷰도 있어야 구색이 맞춰지니 나름의 가치는 있겠다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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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18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좋지 않은 일은 주로 11월에 있었군요. 저는 홀수 년에 있는 편인데. 올해도 그냥 안 지나가고 내내 기분이 안 좋았죠. 그 한 해가 이제 지나가고 있습니다. 내년엔 좋은 일 좀 있으려나요?
세상엔 좋은 것과 나쁜 게 함께 있는 경우가 많죠. 밥숟가락 들 힘없을 때까지 살아야하는 게 인생인가 봅니다. 힘 드셔도 즐겁게 작업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문지껄로 이 책 가지고 있는데 1권은 재밌게 읽었는데 2권은 안 보게되더만요. 그러는 와중에 천사의 게임도 중고샵에 있길래 샀는데 괜히 샀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ㅠ 하는 수 없죠.ㅋ

yamoo 2023-11-20 09:14   좋아요 1 | URL
그 좋지 않은 11월이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올해앤 세종미술관에서 전시도하고, 다른 해에 비해서는 좀 낫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2권 읽으면....재밌긴 한데 미스터리임에도불구하고 추정이 거의 확신이 드는 순간 맥이 빠지더군요. 1권만 읽으신거 오히려 다행이실겁니다. 바로 손절하신 스텔라님이 승리자이십니다~~~ㅎㅎㅎ

페크pek0501 2023-11-18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과 다르게 반출, 이 있네요. 글은 투고하면 되돌려주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가 붙지요.

yamoo 2023-11-20 09:16   좋아요 1 | URL
네..반입과 반출 그 사이에 돈이 들어가지요. 출품료라고..글은 투고만 하면 땡인데 말이죠..ㅎㅎ 안돌려줘도 뭐 상관은 없습니다. 멜로 바로 날리니깐요. 근데 그림은 사진 내고 실물 내고 돈 내고 이 무슨 번잡한 짓인지....주최자가 돈이 있어야하는데 돈이 없어 출품료를 내야 한다는 게 좀 거시기 합니다..ㅎㅎ

hnine 2023-11-18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번으로 다른 네개를 상쇄하소서...
축하드립니다. ^^

yamoo 2023-11-20 09:17   좋아요 0 | URL
네! 그럴 것 같아 그래도 좀 나은 11월 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11-18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1월에 안좋은 추억이 많으시군요ㅜㅜ 오늘 진짜 춥습니다 ㅋ 아 가을이 사라지고 바로 겨울인거 같아요

yamoo 2023-11-20 09:18   좋아요 1 | URL
네...아주 많아요. 근데 올핸 그나마 아주 양호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ㅎㅎ

토욜보단 일욜일이 좀 따뜻했고, 주말보단 월욜 아침이 좀 더 나아보입니다.ㅎㅎ 이번 주 금욜 즈음 영하로 또 내려간다니...대비를 해야 겠어요..^^

syo 2023-11-18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능자로써, 과정은 혼란스러웠지만 숫자로 나온 결과만 봤을 때 대체 뭐가 달라진 건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최종 목표가 사교육 잡는 거라면 완벽하게 실패했네요. 시험이 이랬는데, 왜 학원으로 안 달려가겠어요....

yamoo 2023-11-20 09:21   좋아요 0 | URL
흠....결과는 항상 예상을 빗나가고 의도하지 않은 효과 때문에 상당히 허탈한 결과물을 받아들 수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언제나 사교육 잡은 거지만 결과는 항상 그에 역행하는 걸 우리는 누누이 보아 왔지요..ㅎㅎ
시험이 상당히 어려웠었나봅니다. 그래도 상대평가이니 기다려보시면 나만 망한게 아닐 수 있고, 이게 누적 백분율로 따지면 이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확률은 있으니...^^;;

자목련 2023-11-20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은 11월은 우울이 아닌 즐거움과 기쁨으로 채워지기를 바라요^^

yamoo 2023-11-20 18: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목련님~~^^
 

지난 11월1일 부터 21일까지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제18회 국제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해마다 시행되는 국제적인 아트 축제인듯한데, 저는 올해 처음 알았습니다. 돌이켜 보니 11월에 광화문에 간 적이 거의 없는 듯해서 이런 행사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헌데 올해는 제가 여러 미술 공모전에 응모하는 관계로 관련 사이트를 자주 들어가다 보니 9월에 이미 세종미술축제 관련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광화문 국제아트페스티벌은 상당히 큰 미술 관련 축제로 기간도 20일 이상 거행되고 여러 미술체험이나 전시회가 열립니다. 


올해 역시 '아시아현대미술 청년작가 공모'와 '시민대상 세종미술축제 작가 공모'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가 진행됩니다.




9월에 이미 공고를 해서 작가들을 선정했는데, 저는 시민대상 선정 작가 52인에 들어 세종문화회관 2관에서 전시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아시아현대미술 청년작가 공모에 응모하려 했으나 청년이 아니라서 나이제한 없는 시민대상 작가 공모에 응모하여 선정되게 되었습니다.


11월15일부터 21일까지 전시가 진행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번 주말 세종문화회관 주변에서 아트페스티벌을 즐기시는 것도 좋은 문화 향유 시간이 될듯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번에 2작품을 응모했습니다(3작품까지 응모 가능). 혹시 세종미술관에서 아래 그림을 보시게 되면 반갑게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ㅎㅎ


(인간본성의 완전한 발현을 향하여, 20F, 나무판넬에 혼합,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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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13 2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yamoo님 그림만 봐도 심오함이 느껴집니다~!!

광화문에 가보지가 5년도 넘은거 같은데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네요 ^^

yamoo 2023-11-14 09:15   좋아요 2 | URL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ㅎ

저도 광화문에 정말 오랜 만에 가 봅니다. 오늘은 그림 반입때문에 그림 두 개를 들고 세종미술관으로 갑니다...전시가 시작되면 저도 둘러보고 올랍니다..^^

페크pek0501 2023-11-15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민대상 선정 작가 52인 안에 드신 것, 축하드립니다. 박수 짝짝짝!! 대단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정도 받으면 기쁨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전진하시길...^^

yamoo 2023-11-15 16: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정을 받는 건 좋긴 합니다만...아쉬운 감도 없지 않습니다. 근데 이런 공모전에 응모하다보니 작품 반입과 반출이 아주 귀찮고 싫더라구요. 그래서 내년에는 딱 3개만 응모해 볼까합니다. 그리고 작품은 모두 인터넷으로만 공개할까 합니다..ㅎㅎ 귀찮은 거 정말 질색이에요...거기에 노동도 부가되서 질색입니다..ㅎㅎ

그레이스 2023-11-15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축하드려요.
제2의 삶을 사시는 것 같네요. 제가 다 두근거립니다.

yamoo 2023-11-15 16:2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그레이스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듯해서 기분은 좋습니다. 내 창작물을 발표할 기회를 얻는 다는 건 뿌듯한 일이긴합니다만...그림 반입과 반출이 이렇게나 힘들고 짜증나는 일인줄은 몰랐습니다. 그림이 클수록 노동강도는....생각하기도 싫어요..ㅎㅎ 어쨌거나 노동의 한도내에서 최소한의 작품만 응보할 생각입니다..ㅎㅎ

얄라알라 2023-11-17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yamoo님 서재에 놀러올 때마다 박수를 보내드리게 되어 저도 기쁘고
yamoo님의 능력에 경탄하게 됩니다

yamoo 2023-11-17 09: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는 순전히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 능력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운이 능력이 될때까지 노력할수밖에요..^^

transient-guest 2023-11-17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 드립니다!

yamoo 2023-11-17 17: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트랜스님!!^^
 

내 주위 지인들은 40대가 됐는데도 결혼에 생각이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50 넘으신 지인(물론 여자)은 아직도 여러 문화적 관람에 재미를 느끼며 저축 없이 아낌없이 삽니다. 저축을 왜 안하냐고 물으면, 저축 따위는 나와 상관없다 말합니다.

 

보통 비슷한 부류가 모인다고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위 지인과 비슷한 행태를 보입니다. 능력도 있고 주관도 뚜렷하죠. 그래서 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결혼 생각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통계에서도 미혼 인구가 아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니, 대다수가 결혼을 안하는 줄 알았습니다.

 

헌데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안하고 싶은 사람보다 그 비율이 많은 듯합니다. 결혼을 못해 미혼인 인구가 상당하다는 건데, 이 상황은 개인적으로 참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결혼은 안하고 싶어 미혼인 건 상당히 건전한데, 결혼을 하고 싶은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못한다는 건 충실한 삶이 아닌 듯해서입니다.

 

건너 건너 아는 분(아버지 친구의 자녀)이 결혼을 하려나 봅니다. 여자 분인데 38살입니다. 능력이 출중하여 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한국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신변이 안정되자 결혼을 하고 싶어 합니다.

 

헌데 나이가 많다고 소개팅이나 선이 없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결정사에 가입하여 거금을 내고 남자를 만나고 왔는데 그냥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답니다. 이 분은 키도 크고(171) 날씬하며 메이크업을 하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도 볼 수 있는 동안의 외모를 가졌다네요.

 

젊었을 때 미모가 출중하여 인기가 좋았다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어 연애 보다는 학업에 가치를 두는 뭐 그런 여자였던 듯합니다. 욕심도 많은 일종의 알파걸 부류였는데, 미모가 폭발할 때는 결혼에 뜻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38살에 결혼을 하려고 보니 결혼시장이란 곳은 자기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어서 충격을 심하게 받았나 봅니다. 그래서 자기는 결혼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네요. 그래서 제가 아버지에게 여쭈어 봤습니다. 나온 남자의 스펙.

 

그랬더니 결정사에서 매칭해준 남자가 43살의 잘나가는 대기업 직장인이랍니다. 머리가 벗겨진 168인 일반적인 40대 남성. 저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첨엔 6살 차이가 많다고 느끼는 건 내가 남자라서 그런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벗겨졌다는 사실에서 왜 여자분이 충격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냥 그 나이 때의 평범한 아저씨 스타일로 여자분을 만났던듯합니다. 자기보다 6살 많은 남자가 키도 작고 스타일도 없으니 자기가 매우 평가절하됐다고 느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비슷한 조건으로 검색을 해 보니 이러한 결정사 사례는 차고도 넘쳤습니다. 검색하다가 보니 결혼시장의 아포리즘과 같은 말이 보이더군요.

 

결정사에서 나오는 상대가 대략적으로 자신의 레벨이다. 결정사는 바보가 아니다.”

 

검색된 모든 글을 읽으며 내린 결론이 결혼시장이란 곳은 매우 냉정한 곳이고, 여기의 갑은 결정사란 곳임을 알게 됐습니다.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은 이 결정사의 잣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개인적으로 결혼을 결정사를 통해 하는 걸 매우 바보같은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결혼이 하고 싶으면 노력을 통해 자기가 쟁취해야지 외부적인 조건을 보고 결혼을 하면 사람을 알 수 없기에(포장된 인격만을 만나기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걸 떠나 한국의 결혼시장에서 한 가지 매우 의아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왜 모든 여자들은 자기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조건의 남자를 찾지?’라는 의문. 남녀평등,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결혼시장은 전근대적인 모습을 완벽히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여자의 능력이 더 출중하고, 모든 면에서 더 나으면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겁니다. 바보 온달이 평강공주를 만나 출세하는 그림이 왜 작금의 현실에서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21세기 인데 말입니다.

 

물론 외국 결혼시장에서도 남자가 여자보다 대체로 스펙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 비율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높은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외국인들만 보아도 여자가 남자를 벌어 먹이는 사례가 상당히 있으니까요.

 

기본적인 생각 자체가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서 훨씬 더 남자의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듯합니다. 유럽 여자들의 상당수는 자기가 능력이 더 나으면 자기가 남자를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직도 수수께끼처럼 남아있습니다. 우리나라 결혼시장의 구조가요. 저는 뭐 결혼에 일말의 관심도 없기에 이런 세상이 참 신기합니다. 남녀평등과 성인지가 제도화된 시점에서 아직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여성들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 <82년생 김지영>이 공전의 히트를 쳤겠지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직도 압박과 설움 속에서 사는 듯합니다. 이건 뭐 제가 여자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자들 중 능력이 출중하고 경제력이 높은 분들 역시 자기보다 더 나은 조건의 남자를 원하는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몇 자 적어봤습니다.


 

<>

사실 이 글을 쓴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아버지 친구 분 사례에서 여자38세 맞선 남이 43세였다는 걸 직장에서 밥먹으며 얘기 했는데, 여자 동료들이 모두 남자 나이가 많다고 타박을 하기에 이상해서 써봤습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얘기를 꺼낸 건데, 역린을 건드린 꼴이 되었습니다. 하하~

그래서 평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좀 논의를 확대해 봤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도 저는 전혀 공감을 할 수 없었는데, 이게 내가 생물학적인 남자라서 어쩔 수 없는 인식의 한계를 갖고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인식이 아직도 피해의식에 휩싸여 있는지를 명확히 갈음할 수 없었기에 그렇습니다. 21세기, 결혼시장의 전근대적 인식은 무엇을 반영하는지 도무지 모르겠기에.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덧글로 깨우쳐 주실 분을 찾는 게 이 페이퍼의 궁극의 목적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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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08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남자가 가장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사고가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얼마 전 김창욱 리부트 보니까 남자가 여자 보다 수입이 적은 것에
자존심 상해하더라구요. 대부분의 여자들도 자신 보다 수입이 적은 배우자를
신경 쓰이거나 싫어하죠. 데이트 비용도 지금은 반반씩 부담하기도 한다지만
대체로 아직도 남자가 부담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더 많이 좋아하면
뭐 그럴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38의 나이에 43이면 많은 것도 아닌데 많다고 생각한다니
아무래도 상대가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나 봅니다.
마음에 들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죠.

얼마 전, 결정사에서 딸과 함께 온 어느 엄마에게 매칭을 위해
원하는 사윗감을 대라고 했더니 무조건 가수 김호중 같은 사람이라고 해서 충격 먹었습니다.
뭐 일부러 컨셉은 그렇게 잡았을 거 같긴한데 딸이 원하는 건 안중에도 없고.


yamoo 2023-11-09 09:51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여자38에 남자43이면 수용가능한 연령대인데...
이게 그렇게나 말도 안되는 매칭인지 좀 거시기 합니다..^^;;

우리나라 결혼시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전근대적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한데..결혼 당사자들 역시 이런 문화에 아주 잘 적응이 된 듯합니다..ㅎㅎ

2023-11-11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3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11-15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19세기의 사고를 접하는 경우가 저는 많습니다. 여성이라서일까요?
2) 여성 나이가 많으면 왜 점수가 많이 깎여야 하는지도 의문. 동갑끼리 결혼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3) 저의 개인적인 의견 : 남성의 스펙이 여성보다 월등해야 한다는 사고도 깰 깨가 됐죠.
저는 오히려 이렇게 생각합니다. 시집을 잘 가면(신랑의 스펙이나 집안이 좋은 경우를 말함) 신부가 고달퍼요. 좀 어려운 데로 시집 가면 신부가 대우 받으며 살 수 있음.
반대로 남성이 장가를 잘 가면 처가집에 기죽어 살아야 하고, 어려운 집안으로 장가 가면 대우를 받아요. 그래서 저는 딸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좋은 집안의 아들과 결혼하지 않았으면 해요. 고달퍼서요. 차라리 대우 받는 집안과 사돈 맺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봐요.

yamoo 2023-11-15 16:36   좋아요 2 | URL
1) 결혼시장에서 당사자가 되면 확실히 보수적이 되는 듯합니다. 뭐 저는 당사자가 될 일이 없기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아마도 출산 때문에 그런듯합니다.
3) 물론 결혼에서 무게 추가 기울어지는 쪽..그니까 가벼운 쪽이 을이 되어 대우받지 못하는 건 있긴 합니다만...그게 조건을 우선 보는 결혼이 그럴 확률이 매우 높고 그런 경우가 아니면 고달픈 삶은 별로 없을 듯해요..^^;;

2023-11-17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3-11-17 17:4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외국인 만나는 편이 훨씬 낫지요..
독신남이 능력 외모 키가 출중한데 나이가 많으면 또 탈락..
3-4가지 조건이 and로 연결되어 있어 찾기가 정말 어려운데, 우리나라 결혼시장은 그런 조건 매칭이 전제되는지라...답이 없는듯한데...결정사를 통한 결혼이 있긴 있어 신기하긴 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