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01 | 102 | 103 | 10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죽음이란 무엇인가 -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
빌리 그래함 지음, 지상우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죽음이란 무엇일까? 두려운 것, 알 수 없는 것, 부정적인 것들의 언표일까? 일차적으로 죽음은 생명의 소멸이다. 소멸하지 않는 생명체를 없다. 죽음은 한계적 개념이다. 그래서 인간을 특징지운다. 인간의 굴레란 다름 아닌 죽음이기에. 죽음이 없다면 그 존재는 인간이 아닌 柛일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 존재란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죽음을 위한 존재’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죽음의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죽음을 신학적 차원으로 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방대한 신학적이고 실증적인 보고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수많은 예화와 교훈적 경구, 통찰적이고 적절한 성경의 인용들로 가득차있다. 자살이 왜 죄가 되는지, 믿는 사람들의 병과 갑작스런 죽음, 빨리 죽는 것과 늦게 죽는 것의 차이, 안락사 문제등 죽음과 관계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그레헴 목사는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고 우리가 의연히 받아들여야만 될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죽음은 삶과 떨어질레야 떨어질 수 없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고 삶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편견일 뿐이다. 죽음은 삶을 전제로 하고 삶은 죽음에 의해 특징지워진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서 죽는 다는 것을 우리가 두려워해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은 주님의 친절한 팔에 안기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기차가 종착역을 향하여 앞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인간의 삶의 여정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이다. 곧 살아간다는 것은 생명의 끝을 향해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의 삶이 마지막 날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을 성경적으로 검토하면서,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회개와 구원을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부대끼면서 살아가야할 일상의 생활을 간과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기본적 생활 태도는 아마도 우리에게 내일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내일이 없다는 생각은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오늘 떠오르는 태양을 내일 다시 볼 수 있다는 암묵적 전제는 오늘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죽음을 언도받은 사람만이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며 어제의 일상이 새로운 의미가 되어 다가오는 것처럼, 유예된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마음가짐은 사소한 것에서도 하나님을 볼 수 있고 사소한 일상의 일들과 인간의 문제들에 좀 더 너그러워지며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죽음에 대해서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이 있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인 훌륭한 그레헴 목사조차도 그가 죽음에 직면 했을 때,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완전한 평화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현실사이에서 갈등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아무리 주님의 품에 안긴다 하더라도 죽음에 대한 슬픔만은 남게 된다.

 죽음에는 1인칭 죽음, 2인칭 죽음, 3인칭 죽음이 있다고 한다. 1인칭 죽음인 자신의 죽음은 지각될 수 없다. 죽고 난 뒤 어떤 감정인지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3인칭 죽음은 이러저런 아무개의 죽음이다.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닌 3인칭의 죽음도 전혀 슬픔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인 2인칭의 죽음은 차원이 달라진다. 이 2인칭의 죽음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슬프게 한다. 이는 우리의 부모, 형제 ,친구가 죽는 것이다. 이들 속에 있는 내가 죽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억제할 수 없는 슬픔의 눈물, 죽음의 공포, 죽음의 비극성을 인식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2인칭 죽음을 경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슬픔과 비극성 때문에 실의에 빠지고 좌절한다고 하면서 그들을 빨리 일상의 생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그 역할을 호스피스들이 떠맡아야 할 사명으로 보고, 호스피스제도를 바람직한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해야할 봉사정신으로 보고 있다. 그는 호스피스 활동으로 인해 죽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우리에게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는 곧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물음과 같다. 모든 생명체가 다 죽음을 맞이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그 죽음의 존재가 필연적 사실임을 인식하면서 살고 있다.

 죽음은 인간을 인간이게끔 조건지워주는 대전제이다. 그것은 시작과 끝이다. 언젠가 우리는 죽은 사람들의 환영의 모습만을 갖고 살아가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다음 세대의 기억 속에만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죽음은 남아있는 사람과의 필연적 이별을 수반하는 하나의 여정의 끝이지만, 그것은 단지 그리스도인으로서 재회를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이승복 지음 / 황금나침반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극장에 방영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담았답니다. 방영을 놓쳐서 책으로 보았는데...참~
항상 힘든 사람들에게 강추했던 책입니다. 작년 이맘때 읽고 하도 감동 받아서리...
이 책 선물로도 많이 줬습니다. 그분들한테 한결같이 듣는말...좋은 책 줘서 고맙다고..
정말 많이 울었다고...사는데 힘을 얻게 됐다고...아~ 그런 책입니다..
 


촉망받는 올림픽 체조 선수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어서, 닷머스 의대, 하버드의대를 거쳐 존 홉킨스 병원의 수석전공의가 되기까지의 감동적이 휴먼드라마. 한나절만에 다 읽고 코 끝이 찡해질 수 밖에 없는 슈퍼맨 의사의 인생역정. 이민 1.5세 임에도불구하고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지 않는 우리 시대의 자랑스런 한국인 이승복.
절망 끝에서 희망을 쏘아올린 우리시대의 난소공! 그가 있기에 장애인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며 정상이라서 무한히 감사하게 한다. 일상성의 자절과 우울함을 일거에 없개버리게 만드는 실로 놀라운 책.

 

 
글머리에
감사의 글 / Preface
대한민국 선수들에게 보내는 글 / My fellow Koreans athletes, coaching staff and members of the National and Olympic teams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돌이킬 수 없는 일 |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어서 벌 받은 거야! | 불행 속에서도 희망을 읽다 | 소변을 볼 수 있으니 너는 행운아야 | 뉴욕으로 돌아와 깁스를 풀다 | 좌절된 올림픽의 꿈, 브로큰 트로피


눈물겨운 이민생활의 시작
1973년 7월 18일, 미지의 세계로 떠나다 | 퀸스의 얼떨떨한 아시안 꼬마 | 저를 벌 주려고 미국에 데려왔나요? | 좋아, 너희들에게 보여주겠어! | 처음 반한 일본 소녀 | 운명의 순간


문제아가 된 에스비
YMCA의 꼬마 청강생 | 어머니, 나의 엉뚱한 어머니 | 드디어, 주니어 체조선수가 되다 | 우리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 뉴저지 | 체조, 그것은 내가 가야만 하는 길 | 나는 아버지를 닮지 않을 거야 | 슈퍼마켓의 4인조 권총강도 사건 | 너무나 기다렸던 말, 한국 대표가 되어볼래?


사지마비가 되었어도, 나는 여전히 이승복
휠체어야, 나의 발이 되거라 | 제발, 그만 나가주세요 | 내손으로 글씨를 쓰다 | 포르테, 포르테, 포르테시모… |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어요” | 러스크 박사의 ‘돌봐야 할 세상’ | 뉴욕 대학 의대생들과 친구가 되다 | 인형의 방으로 오세요


다시, 세상 속으로!
드디어 뉴저지 집으로! | 집이라 불리는 거대한 장애물 | 아직도 버리지 못한 미련 | SAT 1,300점에의 도전! | 승복, 너는 정말 특별한 학생이야! | 1987년 4월 27일, 나는 다시 태어났다 | 도슨 트로트먼, 나의 또 다른 영웅 | 휠체어를 타고 한국으로 가다 | 의대에 가겠다고요? 당신은 장애인이잖아요


현실에 충실하되 가슴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콜롬비아 대학에서의 새로운 출발 | 여기는 공기가 다르잖아! |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한국문화 | 드디어 의대에 도전하다 | 합격, 그 폭발의 순간!


나의 영혼아, 잠잠히 길을 걸어라
다트머스 의대 입학식 | 새로운 시련 | 악몽의 해부학 공부 | 정상인 뺨치는 나의 운전솜씨 | 승복 리의 유명한 어머니 | 너의 이름은 에스비, Super Boy! | 스포츠가 좋아 | 어머니의 무너진 육체 | 회한과 기쁨의 졸업식

사랑은 희망이 되고, 희망은 꿈이 되고
닥터 리의 첫 출근날 |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 가정의학이 가르쳐준 교훈 | ‘올해의 인턴’으로 선정되다


존스 홉킨스의 슈퍼맨 닥터 리
장애로 환자의 마음을 열다 | 나를 감동시키는 나의 환자들 | 한국인을 돕는 기쁨 | 나의 첫 번째 환자, 어머니 |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는 어머니와의 외출 | 응급실에 실려온 나의 어머니 | 대한민국의 씩씩한 청년, 이승복의 색시감을 찾습니다


영원한 한국인으로 남고 싶은 소망
KBS 〈인간극장〉 방영 후 | 해군사관학교에서 만난 한국 아이들 | 올림픽의 꿈은 계속된다 | 한국의 척수장애인들을 위하여 | 〈서편제〉가 가르쳐 준 한 | 모든 것은 ‘선택’에 달려 있다 | 남아 있는 나의 선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 망가져도 고!
김지룡 지음 / 글로리아출판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전까지 김주연 아나운서와 함께 텔레비전 비평을 하는 그를 보았었다. 여러 매체에서 일본문화와 문화비평에 대한 글도 보았다.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 <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 등 김지룡이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그가 오래전 백수생활 비서를 냈다기에 냉큼 빌려봤다. 지금 보니..교보에도 애석하게 이 책이 절판이라고 나온다..
  
부제가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대한 유쾌한 해법'이다. 설전 백수생활 지침서 쯤된다. 진짜 실전해법이다. 무엇보다 책이 무지 재미있다는 사실. 전유성의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나 이규형의 책들과 비슷하다.  

그런데 김지룡은 그 보다 더 백수다. 얽매여 일하는 거 싫어하고 적당히 뭐든지 적당히. 우리는 적당히 하는 걸 아주 안좋게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받았는데.. 

하여간 그는 '적당히 인생'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는 실패해도 잃을 게 없단다. 그렇기때문에 행복하다는게 그의 지론.  

지극히 평범한 직장생활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비록 돈이 없지만 그 만큼 자유롭게 살수 있다는 거. 남의 눈치 안보고 스스로 생각해서 개척해 가는 삶. 남이 만들어 준 틀에 안주하지 않는 삶이 백수생활의 최대 장점이라 한다.  

번듯한 직장이 없어 은행대출을 못 받고 의료보험 혜택도 없으며 틈만 나면 친구들한테 밥을 얻어먹어도 발상의 전환만 하면 인생이 즐겁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정말 즐겁게 사는 거 같았다. 그리고 웃기기 까지 하다. 틀에 맞는 생활을 한 사람이면 그는 분명 또라이일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누구나 김지룡처럼 살다간 망한다는 것이다. 김지룡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고 나름의 세계를 갖고 있다. 글을 쓸 줄 아는 기교도 있어서 여러권의 책도 냈다. 그는 어떻게 쓰면 책이 많이 팔릴지도 안다. 일본문화와 언어에도 정통하다.  

요컨대 그는 직장생활 안해도 먹고살수 있는 능력이 있다. 굳이 틀에 갖힌 샐러리맨이 될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자기능력으로 충분히 인생을 즐기면서 살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된 사람이다. 그래서 실전백수생활 지침서이지만...솔직히 김지룡은 지금도 백수처럼 살고있다...대부분 능력없는 백수들에게는 강추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게 무덤
권지예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꿈꾸는 마리오네뜨>이후 두 번째로 만나보는 권지예의 소설집. <꿈꾸는..>에서 권지예는 불륜에 대한 여성적 시각을 색다르게 그려냈었는데, <꽃게무덤>에서는 전작보다 더 넓은 소재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뭐, 여전히 사랑에 대한 것들이지만)

특히 ‘비밀’과 ‘여자의 몸 Before & After’,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등이 그렇다. 이전의 작품에서 이탈된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단편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김형중이 권지예를 평한 부분에도 드러나 있다. “어떤 소설가도 자신에게 익숙한 테마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주제를 제 몫으로 감당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하고, 그런 작품으로서 ‘봉인’, ‘우렁각시~’, ‘여자의 몸~’을 들고 있다.

단편들을 관통하는 뭔가가 있다. “불 위의 깊은 물” 김형중이 <꽃게무덤>을 한 마디로 정리한 말이다. 그는 권지예의 소설적 모티브를 물과 불의 바슐라르적 원소론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작인 <꿈꾸는 마리오네뜨>에서 가족의 파산과 복원 사이에서 권지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투우’, ‘섬’, ‘정육점여자’, ‘나무물고기’ 등이 그랬다. 모두 일탈과 귀환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성 주인공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바로 그 줄타기로부터 <뱀장어스튜> 혹은 ‘요리의 윤리학’이 탄생한다. 요동치는 모든 것을 고아내는 냄비는 타협적인 윤리였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감당하기 힘들 때 갈등의 주체는 쉽게 윤리 속으로 도주한다. 그 도덕은 내부의 두 원소, 물과 불을 가지고 있는데 물이 가까스로 불의 파국을 막고 있다” (p321)

하긴 이번 소설집에는 물의 이미지가 많기는 하다. 평론가 김형중의 말처럼 <꽃게무덤>이 물의 이미지가 압도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의 물과 불의 원소론으로 이전작과 연결해서 이번 소설집을 분석한 면도 탁월했다. 그럴듯하다. 이전에 읽었던 권지예의 작품이 생각나며 그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불의 이미지는 ‘불과 물;로 분석하기에는 매우 미약한 게 아닌지. 모든 불륜을 포함한 사랑의 감정은 모두 불의 이미지를 포함하기에, 권지예 소설집에서 불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것은 작가의 표현론에 속하는 영역으로 애써 분석할 대상은 아닌 듯싶다.)

어쨌든 <꽃게무덤>은 이전의 작품보다 훨씬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음에 주목할 만하다. 초기 소설집이 진부한 불륜을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나아졌다고나할까.

비록 한계는 있지만 좀 더 소재를 넓혀가는 작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의 성정체성과 자신의 유학적 배경에 머물지 말고 좀더 큰 스케일의 작가 말이다.

자기분야 이외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시도를 하는 것이 여류작가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이정표의 하나가 될 수 있기에...

꽃게무덤/ 뱀장어스튜/ 우렁각시는 어디로갔나/ 비밀/ 여자의 몸-Before&After/ 신장카페 설국 1km/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물의 여인/ 봉인 등 총9편. 이 단편 들 중 뱀장어스튜가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 마리오네뜨
권지예 지음 / 창비 / 200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있어 소설집을 읽는다는 것은 소설가의 스타일을 확인하는 일종의 작업이다. 일단 그 소설집이 마음에 들면 무조건 그 작가는 나의 리스트 목록에 올라 내 컬렉션속으로 편입된다. 그렇게 해서 취사 선택된 이가 배수아, 전경린, 하성란, 김승우, 김영하, 복거일 박상륭, 양귀자, 김미현 등이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가처럼 낯선 이의 작품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왜냐면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누구나 회소자원을 가장 잘 활용할 경제의 법칙을 따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작가의 소설집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되면 그 즉시 책을 던져버려야 한다. 매몰비용이 가까워 계속 읽는다면 역시 실망도 커지기 때문이다.(경험상 지루한 책을 끝까지 읽어서 좋은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버려진 작가들이 조경란, 공지영, 김형경, 김인숙, 최일남, 은희경 등이다.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뭐 어쩌겠는가..내가 읽기 싫다는데...이런 일련의 작업가운데 권지예의 소설집이 걸려들었다.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하나만으로...(전경린의 열정의 습관과 비스무리한 흰 바탕의 붉은 계통의 그림..) 하여간 표지 디자인은 나날이 좋아지는거 같다. 책값 비싸지는 주범 중 하나지만...

소설집은 그저 그런 주제들의 여덟 작품들을 늘어놓고 있다. (그 제목은 다음과 같다; 고요한 나날, 꿈꾸는 마리오네뜨, 정육점 여자, 섬, 나무물고기, 상자속의 푸른 칼, 투우, 사라짐 마녀) 작가의 유학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에 프랑스 생활 체험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읽히고 작가의 분신과 같은 캐릭터들이 소설 도처에서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한마디로 재미가 있다!  

헌데, 재미를 느끼게 하는 그 본질이 작가의 글빨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평범하고 진부한 소재...(이 소설집의 단편들은 주로 불륜을 그리고 있다)와 그저그런 주제들에게 권지예는 정말 참신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작가가 너무 프랑스 지향적인 것에 약간은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각 단편의 내용이 그 거부감을 상쇄하고도 남을 재미를 준다.  

불륜속에서(이 소설집은 주로 불륜을 그리고 있다) 여자들의 아픔을 얘기하지도 속박과 굴레를 얘기하지도 않는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으로 미화하지도 않는다. 단지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으며(결혼 유무는 중요치 않다), 자연스럽게 그 둘은 섹스한다.(남편의 친구건 유부남이 유부녀와의 관계이건 문제될게 없다) 자연스럽게! 후회나 회한 체념..그런 건 없다. 단지 남녀가 만나 섹스하고 헤어지는게 단편들의 내용 다다.  

그런데 그 배경과 캐릭터의 독특함, 사건의 빠른 전개가 어울어져 색다른 재미를 생산해 내고 있다.(그 속에서 약간의 인간 통찰의 무게는 느낄 수 있다) 이게 이 소설집의 가장 큰 매력인거 같다. 읽으면서 내내 '이 여자 글 잘쓰네~'를 수십번 되네였다. 

(그리 무거운 소설은 아니다. 권지예자체가 무거운 거하고는 거리가 있는 듯 하다. 아마 무거운 주제를 갖고 다른 소설을 쓰더라도 전혀 무거울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참신함을 이야기 하는 시대이다.  어디서 본 듯한 드라마는 시청자들도 외면한다. 하물며 소설에서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01 | 102 | 103 | 10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