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는 우리역사 - 전면개정판
한영우 지음 / 경세원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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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왜 역사책을 읽어야 할까? 살아가는 데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지루한 사건의 나열들을 읽어야 하는 당위가 어디에 있느냐는 말이다. 이에 대한 걸출한 답이 있다. 

  “우리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의미를, 그것도 때때로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자. 만약 어떤 사람이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면, 그는 죽기 전에 최선을 다하여 문명의 유산을 되도록 많이 모아 그것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 무궁무진한 유산이 바로 우리를 낳은 자궁이자 우리의 영원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것에 대해 감사할 것이다.”  

월 듀란트가 <역사의 교훈>에서 마지막에 남긴 말이다.  
 

듀란트의 말을 한 마디로 한다면 ‘자신이 있게 한 역사를 사랑하자’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 이 말을 통사로서 대변한 책이 있다. 바로 <다시 찾는 우리역사>(경세원. 2007)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을 사랑하면서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넘쳐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 역사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숨겨진 보석’을 우리 자신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모르는데 남이 알아 주기를 바랄 수 있는가.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남모르는 행복을 누리고 살아왔다. 더욱이 최근 규장각도서를 관리하면서 나의 행복감은 절정에 달했다. ‘잃어버린 역사’와 ‘숨겨진 보석’을 되찾는다면 우리의 생존 능력은 몇 배로 커질 것이라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다시 찾는’ 우리역사라고 했다. 앞의 수식어가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저자는 지금 이 시대가 한국의 통사를 새롭게 바라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 21세기는 우리 민족의 역사상 큰 획을 긋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안으로 민족통일이 이루어지고, 밖으로는 지난 월드컵에서 보여준 국민적 응집력이 문화선진국으로 약진하는 저력으로 다시 나타날 것이다. 15세기 세종시대와 18세기 영?정조시대에 이어 300년 주기의 중흥의 시대가 올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다이요, 꿈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바로 우리의 사명과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새롭게 시도된 한국 통사이다. 그래서 기존의 한국 통사 책인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 신론>, 변태섭씨의 <한국사 통론> 그리고 한국역사연구회가 펴낸 <한국역사> 등의 책들과는 서술과 내용면에서 판이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우선 한국사의 시대구분이 독특하다. 역사학계에서 한국사의 시대구분이 화두이긴 하지만 이 책은 저자만이 창안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연맹국가[삼국이전], 귀족국가[삼국과 남북국], 귀족-관료국가[고려], 관료국가[조선], 근대산업국가[개항 이후], 민주국가[해방이후]로 구분하고, 시간적 의미로 고대[고려이전], 중세[고려], 근세[조선], 근대[개항이후], 현대[해방이후]"라는 용어와 구분이 그것이다. 특히 근대산업국가는 일제의 침략으로 좌절되었음을 고려하여 ‘꿈과 좌절’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런 독창적인 틀로 우리역사를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매우 쉽고 명쾌하다는 것. 저자가 전문가를 위한 통사가 아닌 일반국민을 위한 통사로 다가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집필했다는 사실이다. 서문의 “개성이 살아있는 통사, 국민에게 다가가는 통사, 시대의 고민을 담아보려는 통사”로 이해되길 바란다는 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중학생 이상이면 무리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학문적 성과를 수용하여, 대학생이나 그 이상의 전문가들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통사라는 사실.  


평이하게 서술되었어도 학술서의 품위를 잃지 않은 이 책의 저자인 한영우 교수는 삼봉 정도전을 연구한 국사학계의 원로다. 이 책을 포함해서 2005년까지 20권의 저작을 출간한 대단히 열정적인 학자이다. 이 통사는 저자의 모든 노력의 결정판과 같은 책으로서 저자의 역사의식이 가장 잘 투영된 저작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매 페이지마다 우리 역사의 새로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알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가 그만이다. 무엇보다 매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그림과 진귀한 사진은 보는 즐거움을 넘어, 우리문화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스스로 감탄할 수 있게 했다. 기존의 책들과 달리 문화사와 생활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책이 쉽고 깊으니 소리 소문 없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97년2월 초판이 발행된 이후 2003년 17쇄를 달성하고, 2004년 전면 개정판 1쇄가 발행된 이후 2007년 2월까지 12쇄를 찍었다.  


학술도서로서, 특히 통사를 다룬 책이 이정도로 많이 팔렸다는 게 놀랍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 ‘대학문화신문 추천 대학생 교양필독서’, ‘중앙일보 선정 올해의 좋은 책 100선’.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교보문고 추천도서’, ‘YES24 강력추천도서’, ‘알라딘 베스트 추천도서’. 책의 날개를 장식하는 화려한 추천 문구들이다.  


이런 추천은 과장이 아니다. 책의 서문과 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총설>만 보아도 우리 역사에 대한 애정과 나에 대한 주체성을 단숨에 깨달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바로 이런 나라이고 한국을 이루고 있는 개개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책을 외국에 알리는 번역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동경대 요시다 미츠오(吉田光男) 교수에 의해 <한국사회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번역 되어 나왔고, 모스크바대 박미하일 교수에 의해 러시아판이 번역중이다. 영어판은 현재 연세대 함재봉 교수에 의해 번역 중이다.  


역사서술은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때가 있다고 한다. 냉전사의 수장이자 대표적인 현대사가인 존 루이스 개디스는 <역사의 풍경>이라는 책에서 역사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중 하나가 “선별성과 동시성을 가지며, 사건들의 불협화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구별해 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영우 교수는 바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시 찾아’ 통사로 내놓았다. 새로운 세기를 펼쳐갈 새로운 통사가 탄생한 것이다. 박은식 선생의 <한국통사>가 20세기를 연 우리나라 최초의 통사였다면 <다시 찾는 우리역사>는 21세기에 걸맞은 우리 세대의 <한국통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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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패니메이션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
박태견 / 길벗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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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경제부 기자의 애니비평서. 아톰에서 슬램덩크까지 애니를 경제학적,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탁월한 저서.  

현재까지 출간된  애니 분석서 중에서 애니에 대한 중요도를 가장 심도있게 파헤친 책 중 하나이다. 


현직 기자답게 애니를 보는 시각이 날카롭다. 애니 자체의 비평 뿐만아니라 애니가 가진 사회적 힘과 경제적 힘, 문화적 역량을 세심하게 진단하고 한국의 애니 산업이 나아갈 방향 까지 제시한 역저.  

특히 애니가 어떻게 게임산업과 연관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일본의 대기업과 만화영화 제작사들 그리고 만화가들과의 관계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자세히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세계 TV애니메이션 시장의 65%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아니메, 그들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의 비밀은 무엇이며 21세기 최고이 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른 만화산업, 그리고 수십년만에 부흥기를 맞이한 국내 만화산업의 일대 도약을 위한 긴급 제안"을 충정어린 마음을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가 한국 애니메이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는 아주 괜찮은 저서 이다.  

경영학,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 뿐만아니라 사회학, 만화학과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도서. 그리고 한국 애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 애니와 함께 책 읽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 이 책이 지금은 절판이지만 10년 전에 이 책을 읽을 당시 이 책보다 뛰어난 애니의 문화적 사회적 분석서는 단연코 없었다. 이 책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 책을 뛰어넘는 애니 비평서나 분석서가 아직도 눈에 띄지 않는다. 많은 책이 출간 되긴 했지만..  이 책의 판매수입금 중 50%는 박재동 화백이 준비중인 국산 애니 <오돌또기>의 제작 후원금으로 지원된다고 했는데, 어찌돼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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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여자
김미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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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읽어버릴 정도로 빨리 읽히는 소설이다. 저번주 전경린에 홀려있었는데...주말을 또 사랑 타령하는 소설에 또 날려버렸다....근데, 재미있는걸 어떡하랴...
사랑에 대한 김미진의 생각을 보자...그 얼마나 전경린과 구별되는지...


<모차르트가 살아있다면>이후 두 번째 접하는 김미진의 장편소설. 모차르트 이후 단편에서 조차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작품을 실로 오랜만에 만나 본다. 7년 만인가....그런데, 모차르트 보단 약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주제의 진부함이 컸다. 물론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다. 3류 통속소설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불륜..자전거를 타는 여인이라는 제목에서도 그 상징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물론 불륜도 사랑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내내 오래 전에 끝난 드라마 <푸른 안개>가 생각났다. 사회에서 성공했다라고 평가받는 한 중년의 남자가 한 20대 여자에게 영혼을 울리는 사랑을 느껴 가정과 직장을 모두 팽개치고 그 감정을 간직한다는 이야기...그녀는 떠나버리고 그는 아무것도 없는 거지가 되었다는...그 문제의 드라마 <푸른 안개>...사랑을 모르고 앞만 보고 왔던 한 남자 앞에 나타난 사랑에 그는 무너졌다.  

마찬가지로 사랑을 모르고 오로지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하고 그럭저럭 살아온 이 소설의 주인공 미목.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산 사나이 하훈으로 인해 그녀는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린다. 몸의 세포 배열까지...모든 것이 푸른 안개의 주인공 이경영과 똑같다. 뒤늦게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는 사람들의 비극적 결말....<푸른안개>가 그랬고 영화 <데미지>와 <실락원>이 그랬으며 숱한 불륜의 통속소설들이 그랬다. 모두 사회의 지탄을 받는 화냥년 이었으며 가정을 버리는 철면피 가장 이었다.

불륜....모든 도덕을 무너뜨리고 서로 갈구하는 이 감정도 사랑이라 불리울 수 있는가?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끄는 그 열정을 우리는 당당히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가?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누가 보장하는가? 순간의 사랑이 모든 것을 파멸시켜도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마음에 담을 수 있는가? 이따위 물음들을 던져본다. 드라마 <푸른 안개>가 종결되었을 때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경영을 비난했다. 그럴 수는 없다라고....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바로 그 불륜을 사랑으로 그리고 있다. 그것도 한 단계 승화시키고 있다. 서로의 숭고한 죽음으로....(하훈은 로체의 정상에서 시신조차 없이 하나의 편지만을 달랑 남기고 죽었다)

김미진은 말한다. 

“사랑이 무엇인가요? 심리학자와 병리학자들은 인간의 신비를 낱낱이 해부했고, 인간의 사랑을 맥박 수와 디엔에이와 케미컬 언 밸런스로 도표화했어요. 인간을 알기 위한 노력으로 인간에 대한 신비감, 존엄성 같은 것은 다 깨져 버렸죠. 그러나 극단적 회의주의로 바라볼 필요가 앖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사랑은 오묘한 섭리예요. 과학이나 통계로 추론할 수 는 있지만 결코 증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에요.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거예요.”(하훈)  

“사랑을 사고 파는 사람들, 사랑이라는 감정에 몇 번 멍들고 아예 사랑한다는 것 자체를 포기한 사람들, 사랑에 불능이 된 사람들, 그들에게 귀띔해 주고 싶어요. 이 세상 어딘가에는 사랑이라는 절대공간이 존재하고 있어요. 기술 문명의 급류 속에서 아직도 인간이 가장 우수한 종족으로 남아 있는 것은 바로 그 사랑 때문이죠. 사랑은 구정물 같은 욕망의 충돌이 아니라, 혈관속을 질주하는 운명이에요. 그 운명 속에 갇혔어요.”(미목)

이 둘의 대화를 통해 김미진은 단언한다. 불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사랑이 그것을 증명했다고...비극으로 완성되야 더없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과연 그런가? 그러면 그녀와 결혼하고 그녀 만을 바라본 남편 영준은 무엇인가?
나는 불륜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미목이 남편 영준을 죽인 거에 이르러서는 이건 잘못된 관계라는 걸 확신했다.

비극으로 완성한 불륜이 더없이 아름답다고?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영준의 입장에서 봤을땐 그건 결코 사랑일 수 없다. 미목과 하훈의 관계는 그야말로 천생연분. 나중에 진정한 짝을 만났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한쪽을 파멸시키고 당사자도 행복한 시간을 지속하지 못했기에... 

우리는 둘 만의 사랑을 불륜, 불장난 등 여러 경멸 스런 어휘로 부르곤 한다. 어느모로 보나 하훈과 미목의 사랑은 세상이 환영하지 않는 그들만의 주관적인 감정이다. 
 

사랑이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는가? 남녀의 독점적 관계속에서 피어난 독점적인 소유욕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거 같다. 소설속 어디에도 단점을 수용하고 배려하는 포용력은 없다. 오직 열정에 끌려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게 전부다. 살인적인 그리움은 있을지언정 용서하는 포용과 헌신 배려와 같은 건 없다.  

열정이 없어진 순간부터가 나는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열정은 모든 눈을 가려버리지만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 단언컨대 영원하지 않다. 하훈은 영원할 거라 단언하면서 죽어버렸지만... 

열정과 젊음이 사라진 후의 관계는 무엇인가? 사랑이 죽음으로 완성된다는 건 넌센스다. 사랑은 인간이 실존해 있을때만 누릴 수 있는 인간만의 특권이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죽을때까지 알아가는 과정이 또한 사랑이다. 불륜으로 맺어진 두 남녀가 죽어 더 아름답다는 망발을 어떻게 소설가가 천연덕스럽게 주장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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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 심리학 - 정말 궁금한 사람의 심리를 읽는 90가지 테크닉
시부야 쇼조 지음, 김경인 옮김 / 리더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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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정말 궁금한 사람의 심리를 읽는 90가지 테크닉’이다. 영화 <What women want>의 멜깁슨처럼 여성이 생각하는 것을 바로 들을 수 있다면야 굳이 이러한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은 몽상이 아니기에 이런 책이 유용한 것 같다.

실험심리학자가 쓴 인간행태 보고서 쯤 될까. 하지만 데스먼드 모리스의 <맨워칭>과는 분명히 다르다. <맨워칭>은 행태 관찰에 중점을 두고 분석한 책이지만 이 책은 거기에다가 ‘관계’의 축을 더한 것이다.

수많은 상황에서 똑같은 행동은 다른 의미를 표현한다. 그게 심리와 연관이 있다는 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 부지불식간에 우리 몸은 관계 속에서 우리의 심리상태를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사회적 규칙상 생각한 것들을 바로 말하지 못한다. 그 지점을 우리의 몸은 행동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몸은 알고 있다나~

어느모로 보나, 총 7장으로 구성된 내용을 살펴보면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분석들이 유익하다.

1. 습관으로 그 사람의 숨겨진 성격을 안다.

2. 얼굴표정으로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

3.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주의하라.

4. 무심코 하는 행동으로 그 사람의 인품을 알 수 있다.

5. 업무스타일로 그 사람의 심리를 알 수 있다.

6. 소품이나 패션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7. 말투로 그 사람의 본심을 알 수 있다.

1장과 2장 그리고 7장은 일터와 연애전선에서 오해를 줄이고 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장은 피해야 할 사람을 알려주고 6장은 첫인상 관리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전체적인 내용이 여러 행태가 심리를 표현한다는 점을 짚고 있는데, 이미 알고 있던 것도 있고 좀 억지스러운 사례들도 눈에 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것, 그럴듯한 분석들이 꽤 있어 읽어 나쁠 건 하나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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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습관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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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경린의 <열정의 습관>을 읽었습니다. 읽는 중에도 계속 불편했습니다. 대담하고도 도발적인 섹스에 대한 내용 때문에. 그도 그럴 것이 책 말미에, 이 책이 문화일보에서 기획된 '우리시대 젊은 여성의 성과 사랑'의 기획의도 하에서 쓰인 글을 한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문화일보 소설 난에 릴레이식으로 젊은 여성작가들의 소설들이 연재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여간~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절대~ 지하철에서 읽을 수 없습니다. 낮 뜨거워서. 거의 포르노소설을 방불케하는 적나라한 내용으로 인해. 첫 장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장까지 그 수위가 유지됩니다.

그런데 마광수의 저작들과 남과 여에 대한 다른 연애지상주의자들의 책을 꽤 봐왔지만, 전경린의 <열정의 습관>만큼 수위가 높고 불편한 책은 못 보았습니다. 마광수교수의 <성애론>과 여타 감각적인 소설들이 남성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라면 이 책은 철저히 여성의 입장에서 묘사되어 있어, 느낌이 무척 다릅니다. 저는 그것을 불편함이라 느낌입니다만...

확실히 여자와 남자가 느끼는 성과 사랑은 철저히 다른 것 같습니다. 똑같은 행위를 하는 와중에서도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사랑으로 인해, 섹스로 인해 고뇌하는 것 또한 범주가 확실히 다름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소설은 단편식의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미홍, 인교, 가현 등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을 부각시켜 단편을 구성하고, 이들을 친구관계로 엮어 한편의 장편소설을 이루고 있습니다. 주제는 위에서 밝혔던 대로 여자들이 느끼는 성과 사랑을 가식을 벗어던지고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해 보자는 것입니다.

미홍은 자유연애를 부르짖는 순간순간의 느낌에 충실한 여자. 인교는 무엇이 사랑인지 끊임없는 시행착오 속에서 번뇌하는 여자. 가현은 사랑이 뭔지는 모르지만 섹스가 반드시 동반되야 하지만, 그 진실이 무엇인지 흐릿해서 오르가즘에 집착하는 여자.

소설은 이 3명의 여성을 등장시켜 작가의 성애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주인공은 미홍입니다. 인교와 가현은 미홍의 논리를 완성시키기 위한 보조적 장치이자 보론인 것 같고, 요점은 미홍인 것 같습니다.

미홍을 대리해서 전경린이 주장하고 있는 느낌 있는 사랑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결국은 섹스이고, 섹스는 느낌으로 인해서, 순간순간의 감각에 충실한 것이 그의 삶에 가장 충실하다는 생각에는 ‘아니야~!’를 외치게 됩니다.

전경린은 무수한 사랑에 대한 담론을 쏟아내지만, 솔직히 저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것들뿐입니다. 이전의 여성작가들이 묘사한 성적내용은 매우 추상적이고 고리타분해서 그저 그렇고, 전경린은 너무 급진적이어서 불편합니다.

이 작품은 그냥 가벼운 불편한 소설만은 아닙니다. 감각적으로 시작된 첫 장의 에피소드가 뒤로 갈수록 심각해지고 진실로 묻고 있습니다. ‘그런 것으로 인해 네가 행복하니’라고. ‘그런 행위가 진정한 사랑인가’라고. 그리고 ‘섹스가 한 인간의 삶속에 무슨 의미인가’라고.

인생은 여러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간, 저런 인생. 하지만 미홍이 보여주는 삶은 중독된 쾌락주의자의 모습입니다. 오로지 섹스에 탐닉하는…. 그런 식의 주장이라면, 마약도 동일한 맥락으로 상습복용을 정당화 시킬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삶은 물론 가식을 벗어던진 느낌에 충실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걸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자유연애에 찬성표를 던지지만 사랑이라는 표현은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랑도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을 존중해주는 것처럼 섹스를 제외한 사랑이 모든 가식은 아닐 것이고, 인간 실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오로지 섹스에 의한 감각적 느낌에만 머물기에는 인간의 사랑이 과연 1차원적일 수밖에 없는지...무한한 의문의 듭니다.

솔직히 이 책은 불편했지만, 여성이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어떤 흥분의 매카니즘을 갖고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적인 묘사가 없었다면 몰랐을  여성들의 사랑관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어 큰 소득을 올렸다고 생각됩니다.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읽는 이의 사랑에 대한 가치만큼 더 많은 생각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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