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 - The Unforgi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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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 2005년 부산영화제에서 PSB관객상을 비롯 4개 부분의 상을 휩쓴 그 명성도 자자한 <용서받지 못한 자>를 드디어 봤다. 감독의 졸업 작품이라는 점도 이색적이었지만 작품이 얼마나 대단했기에 이듬해 2곳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될 정도인지 자못 궁금했다.

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영화 속 주인공 승영(서장원)이 자대배치를 받아 친구인 병장 태정(하정우)을 만나는 장면에서 부터 몰입하기 시작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화면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영화를 본 이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절대 잊을 수 없었던 군 생활의 안 좋은 기억들이 영상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충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감독이 미시적인 군대문화와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를 어찌도 그리 섬세하게 파헤쳤는지 놀라웠다.

이 영화에 바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영화 속 인물 승영 때문이다. 그가 자대배치 받아 신병 생활을 하는 초반에 보인 행동과 말은 내가 군 생활 하는 내내 가졌던 생각과 꼭 같았다.


승영은 막내의 성기를 만지며 장난을 치는 고참에게 단호히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개념 없는 이등병이다. "왜 쓰레빠를 후임병이 갖다줘야해? 자기가 꺼내 신으면 되잖아." "그런 게 다 폭력이야." 그리고 항상 말한다. "내가 바꿀 거야."

이렇게 승영은 군 문화의 폭력성에 저항하고 이런 잘못된 폐단을 자기가 바꾸겠다고 결심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 나의 군 생활을 다시 보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갈굼 당하는 이등병은 누구나 승영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이후 극의 전개는 서서히 바뀌어 가는 승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등병 시절 처음 가졌던 승영의 결심은 점점 무디어져 간다. 승영의 보호막이었던 병장 태정은 승영 때문에 심한 갈굼을 당하자, 부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승영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

"이승영, 대가리 박아. 그리고 너네, 이 새끼한테 잘해 주지 마."

이 사건을 기점으로, 승영은 군대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간다. 고참들에게 갈굼 당하지 않고 인정받는다는 것은 자기도 폭력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이다. 승영은 자신의 후임병인 지훈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잘해 주었지만 고참들의 압박이 심해지자 편한 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지훈을 갈구기 시작한다. (이건 제대한 대한민국 남자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승영의 폭력은 결국 지훈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여자 친구와 헤어져 힘들어하던 지훈은 어느 날, 승영에게 심한 갈굼과 함께 구타를 당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공황상태에 빠진 지훈은 결국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이 충격적인 사건 이후, 승영은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이미 제대한 친구 태정에게 용서를 받고 싶어 한다. 휴가를 이용해 둘은 만나지만 태정은 승영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고, 승영은 끝내 지훈 죽음의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결국 죄책감에 의해 갈등하다가 승영도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내가 본 이 영화는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단순한 군대 영화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대 문화의 폭력성과 인권 유린에 대한 고발이다. 군대 문화의 인권 유린과 폭력성은 매년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다. 이 영화가 2005년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승영과 지훈과 같은 병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지난 여름 해병대 2사단 A 모 이병의 자살 소식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묻힐 뻔한 사건이 참으로 우연히 공개된 것이다. 그리고 어제 광주의 모 부대에서 선임병의 가혹행위로 인해 김 모 이병이 군화줄로 목을 매 자살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이름 모를 병사가 조용히 자살로 삶을 마감할 것이다. 군대 내의 폭력과 구타로 인해.

이 영화의 고발성은 실로 가공할만하다. 승영과 지훈은 이름 없고 얼굴 없이 죽어간 자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다. 현실에서 수많은 병사가 자살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면 된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자살자의 자살 매커니즘을 명백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 이쯤해서 현재 진행형인 대한민국 군대의 인권유린과 폭력성이라는 사실을 거들 떠 보기라도 하자.

• “말한다고 맞고, 말 안한다고 맞고…” 육군 이병 “선임병 괴롭힘 못견뎌” 외박 나와 자살  [2011.10.18 YTN]

• 식칼로 부하 얼굴 면도질...군 간부 가혹행위, 올해만 35명. 강제로 담배 씹어 먹게한 중사, 비누·음식 찌꺼기 먹인 간부도 있어  [2011.09.29 오마이뉴스]

• 軍내 성범죄 심각. 매주 1건 꼴 발생  [2011.07.24 연합뉴스]

 


군대에서 인권 유린을 당하면 하소연 할 때가 한 군데도 없다. (폭력적인 군대문화로 인해 금새 은폐되고 하소연 한 자만 매장된다) 자살만이 병사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 이외에는 어떠한 탈출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를 비롯해 정부와 법원은 이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

병영 내에서 병사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실체는 국가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임병과 후임병 사이에 행해지는 제도적 악습이다. 이러한 인권 유린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해마다 70명 이상에 이른다니,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통계수치가 아닐까? 단지 몇 달 먼저 입대했다고, 폭력을 정당화 하는 군대는 비민주적 군대의 전형이다. 군대의 시간은 1960년대에 멈춰있는 가 보다.

하지만 매우 슬프게도 우리 군의 시간은 멈춰있기는 커녕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여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 보도가 한창 일 때 한 신문의 논설위원은 1962년 최영오 일병 사건을 들춰내는 칼럼을 썼다. 다음은 그 칼럼의 일부이다.


강화도 해병 부대의 총기 난사를 보며 낡은 신문 속의 ‘최영오 일병 사건’을 떠올렸다. 1962년 7월 8일 오전 8시의 일이다. 서울대 문리대 4학년을 다니다 입대한 최 일병은 고참 2명의 등을 향해 M1 소총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여자친구가 보내온 12통의 사랑 편지를 같은 내무반의 병장과 상병이 뜯어보고 희롱하자 대들었다. 고참들에게 거꾸로 흠씬 얻어맞은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한 채 총을 쏘고 자살을 기도했다. 군사법정에 끌려온 최 일병은 “두 사람을 살해한 순간 나 또한 죽은 지 이미 오래다. 다만 아무리 군대라 해도 인간 이하의 노리개처럼 갖고 노는 잔인함을 향해 총을 쏘았을 뿐”이라고 울부짖었다.

 수많은 서울대 학생들과 문인(文人)들이 구명운동에 나섰으나 소용없었다. 이듬해 3월 19일, 그는 서울 수색의 군 사격장에서 총살당했다. “나의 죽음으로 비인간적인 군이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군대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남편과 사별한 뒤 20년간 혼자 그를 뒷바라지한 모친(당시 61세)이 한강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평소 자주 빨래하던 마포 강변에 가지런히 놓인 고무신 안에는 “높으신 선생님들, 내가 영오 대신 가겠으니 제발 내 아들은 살려주십시오”라고 적힌 유서가 들어 있었다. 온 사회가 눈시울을 붉혔다.

 

온 사회가 눈시울을 붉혀도, 언론이 떠들고 시사고발 다큐가 사건을 파헤쳐도 전혀 변하지 않는 군대가 대한민국의 군대다. (우리는 이를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과 천안함 사건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다)  영화에서 선임병의 폭력에 저항하던 승영에게 태정은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너가 틀린 건 아닌데, 그러면 너만 힘들어져.”

최 일병 사건 이후 50년이 지났지만 똑같은 사건을 거의 매주 마주하니, 슬픔을 넘어 분노하게 된다. 어째서 우리는 이런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고 있는 걸까? “나의 죽음으로 비인간적인 군이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군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한 최일병의 유언을 우리는 어쩌자고 방치했는지 모르겠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죽음이 됐으니.

군의 폭력과 구타 그리고 인권유린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병사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영화 속의 승영과 지훈의 죽음이 오버랩되곤 한다. 그리고 태정이 승영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멤돈다.

“너가 틀린 건 아닌데, 그러면 너만 힘들어져.”

우리가 태정이 되어 우리 스스로에게 이 말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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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10-20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 군대를 나온 사람이라면 아마도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군대 시절을 떠올렸을 겁니다. 저도 그랬구요. 그리고 운좋게도 제대한 사람이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겠지요.
yamoo님이 강조하신 말씀이 저도 마음에 걸리네요. 한국의 남자들은 이런 군대 문제에서만큼은 말씀하신 바대로 이중적이 되니까요. 분명 잘못된 부분을 인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그런 것이 어쩔 수 없다, 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니까요(그런 생각들이 사회에서까지 연결이 되구요).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 같은 것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태도만 보아도 어느정도는 알 수 있구요.
무엇을 바꾸어야만 바뀔까요? 혹은 무엇을 더 이야기하여야만 나아질까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yamoo 2011-10-20 23: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 영화를 보면 생각이 복잡해 지고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아마도 군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예비역 남자들의 비애 같습니다~^^;

근데, 맥거핀님두 이 영화 보셨나요? 맥거핀님 영화리뷰에서 못 본거 같아서요..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10-2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환상도 없이 너무나 적나라한 영화라서 직시하기가 힘든 영화였습니다.이 영화는 대학에서 남녀학생들이 함께 보고 토론했으면 좋겠습니다.어떤 반응이 나올지...아마 여학생들은 주변의 남학생들에게 너도 저랬냐 하고 물어볼 것 같아요.

그런데 여학생들이 이 영화를 통해 군대의 실상을 아는 것에 대해 남자들이 찬성할지...그것도 궁금하네요.여자들은 이런 영화에 애초에 관심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yamoo 2011-10-22 19:5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거 학교 수업시간에 함께 보며 토론 자료로 삼으면 금상첨화 겠어요^^

아마도 여학생들은 이런 영화에 관심이 별로 없을거 같긴 하네요. 군대갈 쯔음의 동생을 두거나 막 갔다가 온 동생을 둔 여자분이 아니면 많은 관심을 받긴 힘든 영화라고 생각이 들긴합니다만..그래두, 하정우가 나오는데..헤~

릴케 현상 2011-11-1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전 개봉관에서 봤어요. 꽤 세월이 지났군요. 그무렵 동호회 사람들이랑 봤는데 남자들은 숙연해져서 나오고 단 한 명이던 여자는 지루해서 혼났다고 하면서 우리더러 뭔 내용이냐고 하더군요. 사실 영화애호가라 할 만한 사람은 그날 그분이 유일한 모임이었는데도 그날은 그렇더군요.

yamoo 2011-11-20 10: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꾸벅~^^
그쵸, 이 영화 개봉한 날짜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났어요~
당시 상황이 그려져서, 웃음이 납니다..ㅋㅋ 하기사, 여자분들은 지루하겠지요..ㅎㅎ 영화애호가 한 사람의 지루함이라..ㅎㅎ 남녀의 반응이 극과 극인 영화같아요^^
 
위험한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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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아무 기대를 갖지 않고 보게 되는 한국영화다. 개봉 영화관에서도 의도하지 않게 보게 되는 한국영화.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다. 그런 고로, 나에게 있어 한국 영화는 기대치가 결코 높지 않다. 일본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영화는 주위에서 좋다고 난리를 치는 소리가 들려야 보게 된다. 그런 작품만 봐서 그런지 그렇게 본 영화치고 별로인 영화는 없는 듯)

조폭 영화를 애써 외면하니, 딱히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많이는 안 봤지만 그래도 본 극장 개봉작이 항상 실망스러웠다는 점도 한 몫 거들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케이블 TV에서 해 주는 몇 몇 유명세 탄 작품들을 보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저씨>가 큰 생각의 전환점이 돼 주었다.

그래서 이전 개봉작들을 찾아서 봐 주기로 했다. 그제 <완득이> 시사회를 너무도 재밌게 봤는지라 일단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몇 편을 골랐다. 오늘부터 10월 마지막 날까지 대여섯 편을 볼 작정이다.

오늘 낙점한 작품은 <위험한 상견례>. 포스터 딱 보는 순간 ‘재미 드럽게 없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완득이> 또한 그런 편견을 여지없이 부숴주었기에, 과감히 봤다.

와~ 이건 대박이다. 한국 코믹 영화들이 이렇게 웃길 줄이야! <완득이>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 <웃찾사>와 <개그콘서트>를 보고도 전혀 웃기지 않아, 사람들이 나보고 웃음 코드가 이상하다고 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정말 열심히 웃었으니. 하하~

솔직히 내용 자체는 진부했다. 아니, 너무도 우려먹어 식상할 대로 식상한 이야기다. 쌍팔년도에, 경상도 처녀와 전라도 청년의 결혼 이야기는 더 이상 영화로 만들어져서는 아니 될 내용이다. 왜? 이런 이야기는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메뉴였기에. 내가 만약 이 영화를 보기 전, 영화가 뭐에 대한 내용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안 보았을 영화다.

하지만 감독은 이 진부한 내용의 영화를 캐릭터와 연출력으로 극복했다. 이 영화는 캐릭터의 힘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어리버리하고 능청스런 송새벽의 만화가 연기가 압권이었다. 김응수와 박철민 그리고 김수미의 전라도 사투리는 웃음보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주연인 이시영이 묻혀 좀 아쉽다~) 
  

요런, 닝게리 개 호러 조까라 마이싱 니주거러 십밥빠 상노무 십탱구리 녀인~~ ㅋㅋ(아주 놀라우리 만치 긴 욕설을 내뱉는 대식~ㅋㅋ)


특히 현준의 아버지 세동(김응수)이 아들의 만화책을 갔다 버리다가 독자 엽서를 읽으면서 아들의 만화를 읽는 장면이나 대식(박철민)의 시골 가게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가 10원을 먹었다며 열폭하다가 (잔돈 때문에) 껌을 달라는 장면에서는 너무 웃겨 데굴데굴 굴렀다. 김수미의 “간장게장만 잘 쳐먹드라! 씨부럴~!!”은 완전 대박이었다.

한편, 이 영화를 볼 만하게 했던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만화’와 ‘야구’였다. 만화와 야구는 이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두 개의 중심 축이라 할 만했다. 주인공이 순정 만화가였기에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는 꽤 많았고 지루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야구는 현준과 다홍이 결혼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였던 세동과 영광은 고의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눈과 다리에 커다란 부상을 입힌다. 이 사건은 각자의 인생에서 커다란 트라우마로 자리잡아 ‘경상도만은 절대 안돼’, ‘전라도만은 절대 안돼’라는 선입견을 만들어내게 된다.

감독은 두 주인공이 결혼을 못하게 되는 최대 갈등 상황의 요인이자 갈등 해결의 실마리인 이 핵심적인 사건에 가공할 연출력을 발휘했다. 이 과거 회상을 카툰 풍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큰 점수를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두 요소인 ‘야구와 ’만화‘가 여기서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용의 진부함에서 오는 한계와 작위적인 플롯 구조는 많이 아쉬웠다. 왜 평단의 평가가 바닥 수준이었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아쉬움이 재미를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평단의 평가와 재미는 비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이다!


***************

김진영 감독의 작품은 처음인데, 영화를 보고 감독의 성향이 별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만화가를 추종하는 덕후 세계의 탁월한 묘사
-원피스를 입은 정성화
-결혼식장에 나타나 정웅인을 끌고 가는 그 게이~(정웅인의 모습은 여타 영화의 신부의 모습..ㅋㅋ)
결론적으로 감독은 덕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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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19 0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뻔하디 뻔할 거 같아서 안 봤는데 재미있는 영화였군요.^^
전라도 사투리, 이젠 거의 못 알아 먹는 말이 없는 듯...
11월 초에 전라도 사투리의 진수를 구사하는 '말바우아짐'을 모셔 사투리와 자긍심을 주제로 강연을 가질 예정이라, 그 전에 이 영화를 좀 봐줘야 할 거 같네요.

yamoo 2011-10-19 20:04   좋아요 1 | URL
뻔한 내용의 영화였지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순오기님도 보시면 재밌게 감상하실 수 있을 듯해요.

아, 그런 강연도 준비하고 있으시군요! 그러시면 이 영화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되겠어요~^^

감은빛 2011-10-19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라도 사투리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군요.
'써니'와 '평양성'에서도 전라도 사투리로 욕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죠.

yamoo 2011-10-19 20:07   좋아요 1 | URL
전라도 사투리로 욕하는 꽤 많은 영화를 봤지만서도, 이 영화처럼 웃기지는 않았습니다. 상황과 욕설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웃음을 자아냅니다~

참, 걸쭉~~합니다..ㅎㅎ
 

지난 주 토요일. 약속이 있어 코엑스 반디문고에 갔다. 새로 나온 신간 좀 구경할 겸 1시간 일찍 갔다. 알라딘의 블러거 베스트셀러 위주로 돌아봤다. 역시 읽고 싶은 책은 <닥치고 정치>다. 조금 읽어 봤는데도 재밌다. 이건 이번 달이 가기 전에 필히 구매할 것이다. ㅎㅎ  

 

헌데, 잡지 코너에서 기막힌 부록을 발견했다. 이번달 GQ의 부록 때문! (부록이 책 값을 훨씬 뛰어넘는 니나리찌 정품 넥타이였기 때문이다.) 부록을 기획한 사람의 센스가 너무 돋보였다. 남자라면 누구가 몇 개쯤 있어야할 아이템이 넥타이다. 

 하지만 넥타이는 디자인과 색상으로인해 개인의 기호뿐 아니라 연령때별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넥타이를 잘못 선물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는 허다하다. 60대 노신사에게 핑크핏 도는 꽃무늬 넥타이를 선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 물론 이런 색상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 

지큐의 부록을 기획한 사람의 센스가 만점이라는 사실은, 넥타이 소재와 디자인이 연령을 불문하고 남자라면 반드시 하나 쯤 있어야할 넥타이라는 점 때문이다. 바로 레지멘탈 타이. 

지큐 부록으로 주는 타이는 (색깔도 무난하게) 파랑과 갈색이 교차되는 사선이다. 아, 레지멘탈 타이가 왜 넥타이 디자인에서 클래식에 속하게 됐는지 잠시 설명드리겠다. 

타이의 유래는 유럽의 군복에서 비롯됐다. 더 콕 집어서 말하라면 영국 군복이다. 사선이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의 줄무늬 타이를 레지멘탈이라고 하는데, 영국군 연대기에서 탄생한 디자인이다. 사선 줄무늬 디자인이 선택된 이유는 색의 다양한 조합으로 부대의 소속을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정 반대 방향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사선 줄무늬는 영국의 앙숙인 프랑스 군에서 채택했으며 일명 리버스라 불린다.   (옆의 이미지가 리버스)

 

 

그렇기 때문에 레지멘탈 타이는 클래식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 디자인은 격식있는 자리에 가장 무난한 디자인이고, 또한 어디에도 두루 통하는 마법의 디자인이다. 그래서 누구나 하나 쯤은 반드시 갖고 있으면 좋을 그런 넥타이다.  

지큐의 부록은 항상 좋았지만, 지큐를 부록 때문에 구매하기는 처음이다. (부록에 눈이 멀어 구입한 최초는 아레나. 올 초에 주었던 폴스미스 노트 땜시 질렀다) 물론 반디에서 보고 주문은 알라딘에서 했다. 왜냐면 알라딘은 10%세일하니까.ㅎㅎ <책탐>을 끼워 주문했더랬다.  

3일 전에 받은 것인데, 사진을 어제 찍었다. 타이 넘 좋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케이스^^ 지큐 잡지가 부록인듯~  

타이가 좋아 친구에게도 그제 얼릉 사라고 추천해 줬는데, 엊저녘에 전화로 타이 좋다고 아주 만족해 한다.

한정판이라서 그런지 얼른 구매해야 할 듯싶다. 넘 좋아, 알라디너분들에게도 강추드린다. 품절되기 전에 얼른 구매하시라고! 

 

PS. 이 타이의 정가가 8만원 상당이라니, 확실히 잡지가 부록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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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0-14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땡스투했어요. 세개나 샀다는. 히히.

yamoo 2011-10-14 23:18   좋아요 1 | URL
헉! 3개씩이나 사셨군요. 이 타이가 8만원 정도 하는 거라는 군요~ 지큐가 큰 걸 쏜거 같습니다..^^

stella.K 2011-10-14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리 좋아도 쓸 일이 없으니...흐흑~

yamoo 2011-10-14 23:19   좋아요 1 | URL
그래도 선물용으로 좋을 거 같은데요..ㅎㅎ 8만원짜리라는 소릴 듣고 오늘 하나 더 구입했습니다만..ㅎㅎ

감은빛 2011-10-14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년에 정장 입을 날이 별로 없어요.
게다가 타이까지 갖춰야 할만큼 격식을 차려야 할 날은 더더욱 없구요.
그런데 정말 배보다 배꼽이 더 크군요.

yamoo 2011-10-14 23:21   좋아요 1 | URL
저도 많이 없어요.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양복과 타이가 필요할 때가 있더라구요~ 격식을 차려할 때...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갖춰두면 두고두고 쓸모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일년에 한 두번이지만..그 때가 되면 위력을 발휘할 거 같습니다^^
 

어제 [디지털 타임스]에<삼성, SW인력 3만5000명으로 늘린다>라는 기사가 떴다. 그런데 나는 이 기사를 오늘에야 봤다. 기사를 읽고, 삼성이 얼마나 눈가리고 아웅하는데에 탁월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기사를 옮겨놓는다. 

삼성전자가 전체 연구개발(R&D) 인력 가운데 소프트웨어 인력 비중을 현재 50%에서 70%로 높여 총 3만5000명 수준으로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1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를 초청해 `왜 소프트웨어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측은 2만5000명의 SW인력을 3만5000여명 수준까지 늘릴 예정이고, 인력충원에 고충이 많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교수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계열사 사장단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과 기업 간 공급과 수요에 대한 불균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국내 대학은 쓸만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데다 학생들이 `대기업에 가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대기업 입사를 꺼리고, 벤처기업이나 게임업체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도 등에서 인력을 데려오다 보니 인도인을 위한 별도 식단을 만들어야할 정도라는 언급도 강연에서 나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산업에서 이들 소프트웨어 인력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학생들이 관련 학과에 진학하지 않는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하반기 공채부터 신입사원 채용 때 소프트웨어 직군을 별도로 뽑고 있으며, 여러 대학과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지난 7월 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소프트 기술과 S급 인재, 특허를 삼성의 당면한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 당장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구글이 모토롤라 인수를 전격 발표한 8월 중순 세트(완제품) 부문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IT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력도 확충하고 M&A도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IT 파워가 삼성 같은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IT 업계에서 급속한 파워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김 교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나라 경쟁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그 원인으로 `활용과 투자가 저조하다'는 점을 꼽았다. IT 인프라는 강국이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소프트웨어가 지식산업임에도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소유와 거래와 관련한 권리에 무지해 소프트웨어 사용권만 사놓고도 제3자에 배포ㆍ대여하는 일조차 일상화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사회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잘 될 수 없으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모바일 부품 1위 생산국이고, 인터넷 모바일과 온라인게임 강국인 우리나라가 모바일 앱 분야에서는 글로벌 스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짜 웃긴다. 인원수만 늘리면 소트프웨어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줄 안다. 삼성은 천재의 무덤이라는 건, 이미 언론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작년인가, 자살한 삼성 부사장은 ‘신소재’분야의 천재 중 한명이었다. 외국에서 유명하니 삼성이 데려다가 한 짓이 돈 듬뿍 주고 상품개발하라는 거였다. 물론 상품 개발하여 히트쳤다. 헌데, 계속 그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기술 개발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삼성은 이런 걸 참지 못한다.

몇 주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자,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창시자 앤디 루빈이 사업 제휴를 위해 삼성을 찾았다 퇴짜 맞았다는 기사가 포털의 주요 뉴스로 다뤄진 적이 있다. 그때 루빈은 임원들의 경직적 사고에 놀랐다고 한다. 여기서 경직적 사고란 임원들의 수직적 구조, 그리고 개발자에 대한 경력 중시 경향이다. 어디 대학 나와서 뭘 했는지가 그렇게도 중요한가.

소프트웨어 개발산업은 자유로운 기업 문화에서 생겨난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같은 문화 속에서는 절대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 얼마 전 ‘정의 사회’에 대한 sbs 기획 다큐에서도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소개했었다. 그 청년 개발자의 말에 따르면 좋은 대학 출신에 경력이 없으면 한국 대기업들이 개발자들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천시하는 기업풍토에 절망하여 도미를 결심했단다. 미국에서 그는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확실히 미국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우하는 나라다. ‘개발하려면 미국에 가라’는 구호가 생길 정도다. 구글은 전형적인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다. 전에 구글의 기업환경에 대한 기사가 소개 된 적도 있는데, 한 개발자는 아이디어를 위해 뭔 짓을 해도 모두 업무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자기는 툭하면 사우나에 가서 생각을 정리한다고 했다. 삼성 같은 기업에서 가당키나 한 일일까? 단언컨대 ‘자유’없이는 소프트웨어고 나발이고 없다.

삼성은 인원만 늘리면 소프트웨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참 안일하고 순진하다. 자기네들이 어떤 점에서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는지 전혀 경청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삼성에 다니다가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웹상에서 올리는 글들만 검색해도 삼성의 문제점은 여실히 파악되는데, ‘인재제일’만 외치고 기업문화를 바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인재가 더 필요하다고? 더 뽑을 필요도 없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과 기업문화를 구글처럼만 바꾸어도 현재 있는 인원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왜냐하면 삼성이니까. 삼성은 다르니까. 문제점을 짚어줘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삼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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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10-1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말씀에 무조건 동의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 모두 문제가 많겠지만,
삼성만큼 문제가 많은 기업은 또 없을 것 같습니다.

yamoo 2011-10-15 19:34   좋아요 0 | URL
근데, 그걸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삼성이니 참 답답한 일이죠^^
 

 

  

요즘 신경이 날카롭다. 옆 집에선 애기 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 컴터는 매일 바이러스에 걸려 이상한(?) 증상을 쏟아낸다. 아침에는 항상 출처불명(?)의 자가용이 현관 대문을 떡~하니 막고 있다. 드디어 누적된 화가 폭발했는데, 바로 현관 문에 차를 주차하는 차주 때문이다.

몇일 전 늦은 저녁 무렵이었다. 갑자기 피스타치오 마루가 먹고 싶어졌다. (사실, 이 빙과류는 근래 나온건데, 무척 맛있다. 내가 피스타치오를 아주 좋아해서도 그렇지만) 그래서 슈퍼에 갈려고 집앞을 나서는데, 바로 내 앞에서 차주가 차를 주차시키고 있었다.

딱, 걸렸다. 열이 뻗쳐 따졌다. 도대체 왜, 맨날 여기다 차를 대냐? 당신 어디 사냐? 그랬더니, 바로 옆 집에 산단다. 그럼 당신 집 대문 앞에 댈 것이지 왜 여기다 대느냐? 주위를 둘러봐라. 집앞 통로를 막는 차가 있는지.

지두 잘못을 아는지, 미안해 한다. (그런데 전혀 미안한 기색이 아니다) 댈 곳이 없어서 그런다. 한 번만 봐주라. 그런 거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여기 대면 구청에 신고할 것이라 말해줬다. 피스타치오 마루를 사서 돌아오니, 차는 어디다 댔는지 없어졌다.

앓던 이가 빠진것 같이 시원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집을 나서는데, 또 다른 차가 현관 문을 막고 있다. 이러~ 우라질!!! 이번엔 다른 차다. 흰색 승합차다. 도대체 어떤 넘의 시키가 또 여깄다 댔는지 열이 뻗쳐 아침부터 전화를 했다.

전화에다 대고 왜 현관문 앞에 차를 댔는지 따졌다. 빨리 나오라 했더니, 1분도 안돼서 튀어나온다. 바로 내가 사는 집의 아랫 층 녀석이다. 같이 사는 사람인데, 왜 딱딱 거리냐고 화를 낸다. 댈 대가 없어서 그랬다나. 그건 당신 사정이고, 왜, 화를 내냐, 엄연히 이건 불법이다. 다시 한 번 여기 대면 구청에 신고할 거라 알려줬다. 씩씩거린다.

아는 넘들이 왜 현관문 앞에 차를 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버스를 타러 가면서 보니, 길의 양쪽이 모두 불법주차 자가용때문에 골목길을 침해하고 있다.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가 어떻게 들어오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차주들을 이해할 수 없다. 자기만 편하며 장땡인가?

양쪽에 주차된 차로 인해 길은 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정도로 좁아졌다. 그런데 그 길을 기어코 차가 지나가겠다고 뒤에서 빵빵거린다. 정말 환장하겠다. 신경질을 넘어 차들을 폭파시켜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사람보다 차가 더 활게치고 다니는 세상이다.

자가용 차가 소비하는 에너지가 영업용 차의 그것을 넘은지 오래라고 한다. 95년 통계치를 보면 자가용이 54.1%, 영업용이 45.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이보다 훨씬 더 차이가 날 것 같다) 그 내역을 보면 왜 집주위에 불법주차 자가용이 넘쳐나는지 알 수 있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자가용은 거의가 출퇴근 용이며, 출퇴근시 평균 탑승 인원이 89년~92년에 1.6명 이었던 것이 95년 1.4명, 2001년 1.3명으로 낮아지고 있다. 현재 통계치는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추이로 보건데 1명도 채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명 '나 홀로 차량'이 많아지다 보니 도시 교통체증은 악화되며, 주거 지역에 주차 대란을 불러 오는 것 같다. 차량 10부제나 요일제 시행은 그  실효성이 거의 없으며 불법 주차가 만연해 있는 것을 보면 자가용 운전자들의 이기심은 실로 대단하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로 인해 대기오염, 소음공해로 시달리는데, 여기에 주차 문제까지 더해지니 불쾌지수는 나날이 늘어만 간다. 특히 주차문제 시비로 살인까지 일어난다니 사회적 골치거리인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이 이기심을 조장하여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을 망각하게끔 한단다. 일본 오비히로 축산대 스키다 사토시교 교수는 말한다.

"보행자를 훨씬 능가하는 속도, 중량, 크기 그리고 안과 밖의 명확한 분리 등 자동차의 본질적 구조가 운전자의 우월의식과 이기심을 키운다. 그래서 차 밖의 사람들을 장애물로 간주, 적개심을 품고 길에서 몰아내며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고약한 인간이 되어간다."


그 피해는 결국 보행자 특히 어린이 노인, 장애인들에게 집중된다. 원래 길의 주인이어야 할 사람을 차가 길에서 쫓아 내는 꼴이다. 거기다가 빵빵거리면서 천대하기까지 한다. 누구나 똑같이 다닐 수 있었던 길에서 '통행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법과 제도 차원의 강제력이 아니면, 나홀로 차주의 이기심을 제어할 수 없을 듯 보인다. 다시 한 번만 더 문 앞에 주차를 하는 차가 보일시 바로 구청에 견인 신고를 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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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관앞에 차를 대놓다니..곤란하시겠습니다요~~다들 자기머리에 차를 얹어줘야되여~~
예전에 아빠가 명쾌하게 운전을 가르쳐주셨었죠~
교차로에서 초록불로 직진하는데 좌회전하면서 차량이 밀고 들어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때, 아주 간단하게, 법 어쩌구 고민하지말고~ 그게 사람이면 니가 계속 가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차도 사람처럼 생각해서 운전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엔 사람이 사람취급을 못받으니 참 이상해지네요~

yamoo 2011-10-06 22:23   좋아요 0 | URL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신경질 나서 죽겠어요. 거의 매일 차들이 문 앞에 있습니다. 책장들여오는 것도 얼마나 애먹었는지 모릅니다. 보고 있자니 분노가 한계에 다다르더라구요~ 차주들이 모두 pjy님 아버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10-0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파트 삽니다. 당연히 현관앞에 대는 경우는 없지만 주차할 자리가 아닌데 대는 경우가 많아서 짜증이 많이 나죠. 놀이터 옆이라던가 장애인구역, 유모차나 훨체어가 다닐수 있도록 턱을 없애 길을 막고서 말이죠. 어떤 날은 아예 변분을 모아다가 뿌려버릴까 생각까지 했었죠. 그냥 유인물 출력해서 와이퍼에 끼워넣는걸로 대신하긴 했는데....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더군요.

너무 공감가서 한마디 남기고 갑니다. 근데 중간에 '평균탑승인원이 1명도 채 안될것'이라는 말씀은 농담하신거죠? ㅎㅎ

yamoo 2011-10-06 22: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귀를기울이면님~ 반갑습니다^^

아파트의 주차 전쟁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송에서 가끔 접해 그 곤란성을 좀 알고 있습니다. 출근할 때 다른 차들을 막 밀고 그런다지요?ㅎㅎ 화가 많이 나실듯..

농담이 아니라, 자동차 평균 탑승인원이 1명이 채 안될 경우도 생길 수 있다네요. 자가용 뿐만 아니라 대형버스나 승합차 등 통계에 모두 포함되서 그렇다는데...

2011-10-06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6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7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8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8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10-0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얌체같은 사람들이 많긴 하지요.제 한몸 편하겠다고 남을 불편하게 하니 말이죠.그래선 전 개인적으로 차고지 증명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당^^

yamoo 2011-10-08 21:05   좋아요 0 | URL
차고지 증명제를 강화하던가 해야지 승질나서 죽을 지경이에요~~ 구청에 투서라도 넣어야 할까봐요..ㅎ

cyrus 2011-10-0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야무님처럼 현관 앞에 주차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가 많아요.
제가 사는 곳이 빌라 1층이거든요. 더운 여름에 창문을 열려고해도
현관 앞에 주차하는 차들 때문에 창문 열기가 그렇더라고요 ^^;;
그리고 개념 없이 빌라 대문에 떡하니 막아서 주차하는 차들은 더 싫고요.

yamoo 2011-10-08 21:07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그런 차는 가만두어서는 안됩니다. 현관 앞에 주차를 하는 차주들에게는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뜨거운 맛을 보여줄지는 지금 궁리중입니다..ㅎ 시루스님두 어여 조치를 취하세요..안그러면 계속 그곳에 주차할 겁니다~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봐요~!

감은빛 2011-10-1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이 글을 읽고 스마트폰으로 공감의 댓글을 달려다가 한번 날려먹었어요.
(스마트폰으로 글쓰기 참 어렵더군요!)
주차 문제가 정말 장난 아니게 심각하죠.
저도 비슷한 문제로 여러번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들 덕분에 차 1대가 겨우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 경우.
그 길을 보행자가 걷기는 무척 힘듭니다.
자꾸만 양쪽에서 들어오는 차들 때문에 멈춰서서 꼼짝을 못하게 되죠.
아이를 데리고 걷는 경우에는 더 힘듭니다.
아이는 자동차를 무서워해서 멀리서 차가 와도 길가에 멈춰서 걷지를 못해요.

사람 다니는 길을 자동차가 다 차지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바꿀수 있을까요?

yamoo 2011-10-13 15:27   좋아요 0 | URL
전, 스마트폰으로 문자 쓰다가 계속 틀린 글자 눌러서 엄청 열받곤 한다는..ㅎㅎ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들에 강려한 제재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해결이 요원할 거 같다는...차주들이 좀 신경을 쓰고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게 더 큰 문제인거 같아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