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화돼가는 학문세계(이승우)

아프락사스님이 서재에 올려주신 이승우 씨의 글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있어 전문을 옮겨 놓고 몇 자 부가해 본다.  


 

계량화돼가는 학문세계
2011년 10월 20일

이승우 출판인  

 

최근 우리 사회에 독서 열풍을 몰고 온 한 교수의 책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가운데 나는 경제적 삶의 영역을 이제와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함으로써 ‘통계’에 익숙한 경제 분석보다는 인간의 감정과 정신이 스며든 시각으로 경제 현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명징하게 드러내 보인 점이 신선했다.

사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예를 들어 애덤 스미스로부터 마르크스, 요제프 슘페터까지)이 단순한 ‘경제학자’가 아니라 사상가였음을 상기해본다면, 현대경제학 특히 미국식 계량경제학에서는 ‘인간’이 배제된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고 좀 극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자료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 생활의 주체가 인간인데 인간은 배제되고 단지 숫자화된 통계자료를 통해 경제학을 해왔으니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는 흔히 말해 ‘전문적인’ 경제학자들의 분석과 전망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제 현상 한가운데 ‘인간’을 두고 분석해보면 의외의 시각으로 복잡한 경제현상을 ‘인간학적’으로 볼 수 있음을 그는 말하고 있다.

무릇 학문의 존재 이유는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고, 대학에서의 인문학, 사회과학 역시 인간의 이해를 돕는 학문일진대, 지난 십여 년간 우리 대학사회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숫자와 통계의 논리에 빠져 최소한의 상아탑 지위마저 상실 위기에 처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한 학회지 편집간사를 맡고 있는 소장학자에게 들은 바로는 예전에 비해 학회지에 기고하는 논문 편수가 눈에 띌 정도로 늘었지만, 질적 수준의 진전은 제자리걸음 내지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아울러 실적을 쌓고 그에 걸맞은 승진 제도가 질적 평가기준보다는 수치화된 양적 평가 위주로 이루어지고, 연구 프로젝트 역시 (인문학의 경우 특히나) 장기간에 걸친 ‘사유의 모험’을 보장해주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교수나 강사, 대학원생들이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각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제 대부분의 평가기준은 논문 편수로 수치화된다.

그렇다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연구기간을 확보하고 심혈을 기울여 단행본 저술을 해나간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레 출판계 쪽으로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해 각 언론사들이 선정한 올해의 책을 유심히 살펴보면 괄목할 만한 수준의 학술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출판계의 평가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출품종수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 질적 수준 역시 갈수록 떨어진다는 데 있다.

여기까지는 아마도 대부분의 연구자들이나 인문, 학술출판계에 종사자들이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다 먼 훗날을 생각해보면 실적에 급급한 양적 연구결과물 생산에 익숙해진 것이 고착화돼 저술의 早老 현상이 가속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서구 학계에서는 정년을 넘어서도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해 대작을 집필하는 학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가다머나 하버마스, 최근의 자크 랑시에르나 알랭 바디우, 테리 이글턴, 프레드릭 제임슨 등이 대표적인 학자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이제 大作이나 力作을 찾는 것은 물론, 소장학자 때부터 온축된 치열한 글쓰기와 사유의 모험을 나이 들어서도 활발히 전개해나가고 있는 학문의 ‘어른’을 찾기란 더더욱 요원한 일이 되어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계량화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유용하게 쓰일 정도까지가 그 한계이지 그 범위를 벗어나면 사람이 거기에 종속하게 된다. 하물며 학문세계는 인간의 ‘정신’을 다루지 않는가. 한 연구자의 정신의 발현을 숫자로 표기할 수 있을까. 앞서 말한 한 교수가 시장자유주의의 숨겨진 허상을 인간화된 경제학으로 극복하자고 하듯이, 대학의 학문세계 역시 인간의 정신 행위에 대한 온당한 평가를 통해 계량화의 폐해를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현대 경제학이 인간을 위한 경제학이 아닌 수학적 모델을 위한 경제학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예전에 이미 슈마허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설파한 내용이 아닌가. ‘우리 사회에 독서 열풍을 몰고 온 한 교수의 책’이 무슨 책인지 모르겠지만 “복잡한 경제현상을 ‘인간학적’으로” 본다는 시각에서, 그 교수는 확실히 슈마허의 경제학을 계승한 학자임이 분명할 것이다. 이 교수가 쓴 책이 무엇인지 참 궁금하다.

아무튼, 출판계에 종사하지 않아 출판계의 현황은 이런 출판인들의 전언에 귀 귀울이지 않는 이상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이런 글은 가치가 있다.

   
  지난 해 각 언론사들이 선정한 올해의 책을 유심히 살펴보면 괄목할 만한 수준의 학술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출판계의 평가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출품종수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 질적 수준 역시 갈수록 떨어진다는 데 있다.
 
   

 


괄목할 만한 수준의 학술서가 거의 없다거나, 출품종수가 현저히 줄었들었다는 사실을 우리네 평범한 독자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통계 수치로 좀 자세히 알려줬음 하는 아쉬움이 있는 대목이다.

각 대학의 논문 편수가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떨어지며 학술 단행본이 양적, 질적으로 저하된 이유는 위 글에서 언급 됐다시피 결과물 위주로 교수와 대학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 교수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꽤 많아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교수들에 따르면 예전에 심혈을 기울여 1편 쓸 논문을 여러 편으로 쪼개서 발표한다고 한다. 그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논문이 질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그런데 대학에서 실적 위주의 양적 평가 장치라도 없으면 1년에 논문 한 편도 안 쓰는 교수들이 엄청 많아지리라는 데 문제가 있다.

내가 학부를 다닐 때에도 그런 교수들을 부지기수로 많이 보았다. 그런데 그런 교수들도 지금은 결과물 위주의 평가 때문에 적어도 몇 편은 쓴다. 물론 부실할 수 있다. 쓰기 싫어하는 사람이 억지로 쓰니 오죽 할까. 그래도 이런 공부 안하는 교수들이 공부를 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그리 나쁜 장치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좋은 논문들을 쓰고 항상 공부하는 교수들에게는 논문의 질을 저하시키는 작용도 할 것이다. 제약이 없었던 예전에는 1년에 양질의 논문 3편을 썼던 교수가 이제는 평가 제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6편-7편을 쓴다. 확실히 질적인 면에서 예전만 못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지만, 주목할 만한 학술서가 없고 논문의 질이 떨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논문을 쓰는 교수는 정해져 있다. 예전에 좋은 논문이 100편 이었다면 어떤 제약 없이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에서 이들이 쓴 논문이다. 양질의 논문이 50편으로 줄었다면 이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100편 쓸 것을 200편 쓴 것이다. (이게 주범일 듯)

현행 결과 위주의 대학 평가 시스템은 결국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공부 안하는 교수들을 어느 정도 공부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공부를 꾸준히 해 오던 교수들에게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주어 그들의 학구열을 반감시키는 것은 크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학문의 진보'는 그저 그런 100편의 논문이 아니라 양질의 논문 1편에 의해 이루어진단다. 예전에 비해 좋은 논문이 점점 없어진다는 것은 이승우 씨가 지적했듯이 학문의 퇴보라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평가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학문의 퇴보는 가속화 될 것같아 심히 걱정된다.
 

 ps.
좋은 글을 접할 수 있게 해 준 아프락사스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1-10-2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하는 책은 정태인 <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일 것입니다.한번 확인해 보세요.

yamoo 2011-10-24 19:05   좋아요 0 | URL
우왓! 감사합니다~ 한 번 찾아볼게요. 무지 궁금했더랬어여! ^^
 

지난 주 토요일. 약속이 있어 코엑스 반디문고에 갔다. 새로 나온 신간 좀 구경할 겸 1시간 일찍 갔다. 알라딘의 블러거 베스트셀러 위주로 돌아봤다. 역시 읽고 싶은 책은 <닥치고 정치>다. 조금 읽어 봤는데도 재밌다. 이건 이번 달이 가기 전에 필히 구매할 것이다. ㅎㅎ  

 

헌데, 잡지 코너에서 기막힌 부록을 발견했다. 이번달 GQ의 부록 때문! (부록이 책 값을 훨씬 뛰어넘는 니나리찌 정품 넥타이였기 때문이다.) 부록을 기획한 사람의 센스가 너무 돋보였다. 남자라면 누구가 몇 개쯤 있어야할 아이템이 넥타이다. 

 하지만 넥타이는 디자인과 색상으로인해 개인의 기호뿐 아니라 연령때별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넥타이를 잘못 선물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는 허다하다. 60대 노신사에게 핑크핏 도는 꽃무늬 넥타이를 선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 물론 이런 색상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 

지큐의 부록을 기획한 사람의 센스가 만점이라는 사실은, 넥타이 소재와 디자인이 연령을 불문하고 남자라면 반드시 하나 쯤 있어야할 넥타이라는 점 때문이다. 바로 레지멘탈 타이. 

지큐 부록으로 주는 타이는 (색깔도 무난하게) 파랑과 갈색이 교차되는 사선이다. 아, 레지멘탈 타이가 왜 넥타이 디자인에서 클래식에 속하게 됐는지 잠시 설명드리겠다. 

타이의 유래는 유럽의 군복에서 비롯됐다. 더 콕 집어서 말하라면 영국 군복이다. 사선이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의 줄무늬 타이를 레지멘탈이라고 하는데, 영국군 연대기에서 탄생한 디자인이다. 사선 줄무늬 디자인이 선택된 이유는 색의 다양한 조합으로 부대의 소속을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정 반대 방향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사선 줄무늬는 영국의 앙숙인 프랑스 군에서 채택했으며 일명 리버스라 불린다.   (옆의 이미지가 리버스)

 

 

그렇기 때문에 레지멘탈 타이는 클래식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 디자인은 격식있는 자리에 가장 무난한 디자인이고, 또한 어디에도 두루 통하는 마법의 디자인이다. 그래서 누구나 하나 쯤은 반드시 갖고 있으면 좋을 그런 넥타이다.  

지큐의 부록은 항상 좋았지만, 지큐를 부록 때문에 구매하기는 처음이다. (부록에 눈이 멀어 구입한 최초는 아레나. 올 초에 주었던 폴스미스 노트 땜시 질렀다) 물론 반디에서 보고 주문은 알라딘에서 했다. 왜냐면 알라딘은 10%세일하니까.ㅎㅎ <책탐>을 끼워 주문했더랬다.  

3일 전에 받은 것인데, 사진을 어제 찍었다. 타이 넘 좋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케이스^^ 지큐 잡지가 부록인듯~  

타이가 좋아 친구에게도 그제 얼릉 사라고 추천해 줬는데, 엊저녘에 전화로 타이 좋다고 아주 만족해 한다.

한정판이라서 그런지 얼른 구매해야 할 듯싶다. 넘 좋아, 알라디너분들에게도 강추드린다. 품절되기 전에 얼른 구매하시라고! 

 

PS. 이 타이의 정가가 8만원 상당이라니, 확실히 잡지가 부록인듯^^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10-14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땡스투했어요. 세개나 샀다는. 히히.

yamoo 2011-10-14 23:18   좋아요 1 | URL
헉! 3개씩이나 사셨군요. 이 타이가 8만원 정도 하는 거라는 군요~ 지큐가 큰 걸 쏜거 같습니다..^^

stella.K 2011-10-14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리 좋아도 쓸 일이 없으니...흐흑~

yamoo 2011-10-14 23:19   좋아요 1 | URL
그래도 선물용으로 좋을 거 같은데요..ㅎㅎ 8만원짜리라는 소릴 듣고 오늘 하나 더 구입했습니다만..ㅎㅎ

감은빛 2011-10-14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년에 정장 입을 날이 별로 없어요.
게다가 타이까지 갖춰야 할만큼 격식을 차려야 할 날은 더더욱 없구요.
그런데 정말 배보다 배꼽이 더 크군요.

yamoo 2011-10-14 23:21   좋아요 1 | URL
저도 많이 없어요.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양복과 타이가 필요할 때가 있더라구요~ 격식을 차려할 때...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갖춰두면 두고두고 쓸모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일년에 한 두번이지만..그 때가 되면 위력을 발휘할 거 같습니다^^
 

어제 [디지털 타임스]에<삼성, SW인력 3만5000명으로 늘린다>라는 기사가 떴다. 그런데 나는 이 기사를 오늘에야 봤다. 기사를 읽고, 삼성이 얼마나 눈가리고 아웅하는데에 탁월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기사를 옮겨놓는다. 

삼성전자가 전체 연구개발(R&D) 인력 가운데 소프트웨어 인력 비중을 현재 50%에서 70%로 높여 총 3만5000명 수준으로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1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를 초청해 `왜 소프트웨어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측은 2만5000명의 SW인력을 3만5000여명 수준까지 늘릴 예정이고, 인력충원에 고충이 많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교수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계열사 사장단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과 기업 간 공급과 수요에 대한 불균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국내 대학은 쓸만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데다 학생들이 `대기업에 가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대기업 입사를 꺼리고, 벤처기업이나 게임업체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도 등에서 인력을 데려오다 보니 인도인을 위한 별도 식단을 만들어야할 정도라는 언급도 강연에서 나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산업에서 이들 소프트웨어 인력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학생들이 관련 학과에 진학하지 않는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하반기 공채부터 신입사원 채용 때 소프트웨어 직군을 별도로 뽑고 있으며, 여러 대학과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지난 7월 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소프트 기술과 S급 인재, 특허를 삼성의 당면한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 당장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구글이 모토롤라 인수를 전격 발표한 8월 중순 세트(완제품) 부문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IT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력도 확충하고 M&A도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IT 파워가 삼성 같은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IT 업계에서 급속한 파워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김 교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나라 경쟁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그 원인으로 `활용과 투자가 저조하다'는 점을 꼽았다. IT 인프라는 강국이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소프트웨어가 지식산업임에도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소유와 거래와 관련한 권리에 무지해 소프트웨어 사용권만 사놓고도 제3자에 배포ㆍ대여하는 일조차 일상화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사회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잘 될 수 없으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모바일 부품 1위 생산국이고, 인터넷 모바일과 온라인게임 강국인 우리나라가 모바일 앱 분야에서는 글로벌 스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짜 웃긴다. 인원수만 늘리면 소트프웨어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줄 안다. 삼성은 천재의 무덤이라는 건, 이미 언론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작년인가, 자살한 삼성 부사장은 ‘신소재’분야의 천재 중 한명이었다. 외국에서 유명하니 삼성이 데려다가 한 짓이 돈 듬뿍 주고 상품개발하라는 거였다. 물론 상품 개발하여 히트쳤다. 헌데, 계속 그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기술 개발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삼성은 이런 걸 참지 못한다.

몇 주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자,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창시자 앤디 루빈이 사업 제휴를 위해 삼성을 찾았다 퇴짜 맞았다는 기사가 포털의 주요 뉴스로 다뤄진 적이 있다. 그때 루빈은 임원들의 경직적 사고에 놀랐다고 한다. 여기서 경직적 사고란 임원들의 수직적 구조, 그리고 개발자에 대한 경력 중시 경향이다. 어디 대학 나와서 뭘 했는지가 그렇게도 중요한가.

소프트웨어 개발산업은 자유로운 기업 문화에서 생겨난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같은 문화 속에서는 절대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 얼마 전 ‘정의 사회’에 대한 sbs 기획 다큐에서도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소개했었다. 그 청년 개발자의 말에 따르면 좋은 대학 출신에 경력이 없으면 한국 대기업들이 개발자들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천시하는 기업풍토에 절망하여 도미를 결심했단다. 미국에서 그는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확실히 미국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우하는 나라다. ‘개발하려면 미국에 가라’는 구호가 생길 정도다. 구글은 전형적인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다. 전에 구글의 기업환경에 대한 기사가 소개 된 적도 있는데, 한 개발자는 아이디어를 위해 뭔 짓을 해도 모두 업무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자기는 툭하면 사우나에 가서 생각을 정리한다고 했다. 삼성 같은 기업에서 가당키나 한 일일까? 단언컨대 ‘자유’없이는 소프트웨어고 나발이고 없다.

삼성은 인원만 늘리면 소프트웨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참 안일하고 순진하다. 자기네들이 어떤 점에서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는지 전혀 경청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삼성에 다니다가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웹상에서 올리는 글들만 검색해도 삼성의 문제점은 여실히 파악되는데, ‘인재제일’만 외치고 기업문화를 바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인재가 더 필요하다고? 더 뽑을 필요도 없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과 기업문화를 구글처럼만 바꾸어도 현재 있는 인원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왜냐하면 삼성이니까. 삼성은 다르니까. 문제점을 짚어줘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삼성이니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은빛 2011-10-1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말씀에 무조건 동의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 모두 문제가 많겠지만,
삼성만큼 문제가 많은 기업은 또 없을 것 같습니다.

yamoo 2011-10-15 19:34   좋아요 0 | URL
근데, 그걸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삼성이니 참 답답한 일이죠^^
 

 

  

요즘 신경이 날카롭다. 옆 집에선 애기 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 컴터는 매일 바이러스에 걸려 이상한(?) 증상을 쏟아낸다. 아침에는 항상 출처불명(?)의 자가용이 현관 대문을 떡~하니 막고 있다. 드디어 누적된 화가 폭발했는데, 바로 현관 문에 차를 주차하는 차주 때문이다.

몇일 전 늦은 저녁 무렵이었다. 갑자기 피스타치오 마루가 먹고 싶어졌다. (사실, 이 빙과류는 근래 나온건데, 무척 맛있다. 내가 피스타치오를 아주 좋아해서도 그렇지만) 그래서 슈퍼에 갈려고 집앞을 나서는데, 바로 내 앞에서 차주가 차를 주차시키고 있었다.

딱, 걸렸다. 열이 뻗쳐 따졌다. 도대체 왜, 맨날 여기다 차를 대냐? 당신 어디 사냐? 그랬더니, 바로 옆 집에 산단다. 그럼 당신 집 대문 앞에 댈 것이지 왜 여기다 대느냐? 주위를 둘러봐라. 집앞 통로를 막는 차가 있는지.

지두 잘못을 아는지, 미안해 한다. (그런데 전혀 미안한 기색이 아니다) 댈 곳이 없어서 그런다. 한 번만 봐주라. 그런 거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여기 대면 구청에 신고할 것이라 말해줬다. 피스타치오 마루를 사서 돌아오니, 차는 어디다 댔는지 없어졌다.

앓던 이가 빠진것 같이 시원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집을 나서는데, 또 다른 차가 현관 문을 막고 있다. 이러~ 우라질!!! 이번엔 다른 차다. 흰색 승합차다. 도대체 어떤 넘의 시키가 또 여깄다 댔는지 열이 뻗쳐 아침부터 전화를 했다.

전화에다 대고 왜 현관문 앞에 차를 댔는지 따졌다. 빨리 나오라 했더니, 1분도 안돼서 튀어나온다. 바로 내가 사는 집의 아랫 층 녀석이다. 같이 사는 사람인데, 왜 딱딱 거리냐고 화를 낸다. 댈 대가 없어서 그랬다나. 그건 당신 사정이고, 왜, 화를 내냐, 엄연히 이건 불법이다. 다시 한 번 여기 대면 구청에 신고할 거라 알려줬다. 씩씩거린다.

아는 넘들이 왜 현관문 앞에 차를 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버스를 타러 가면서 보니, 길의 양쪽이 모두 불법주차 자가용때문에 골목길을 침해하고 있다.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가 어떻게 들어오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차주들을 이해할 수 없다. 자기만 편하며 장땡인가?

양쪽에 주차된 차로 인해 길은 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정도로 좁아졌다. 그런데 그 길을 기어코 차가 지나가겠다고 뒤에서 빵빵거린다. 정말 환장하겠다. 신경질을 넘어 차들을 폭파시켜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사람보다 차가 더 활게치고 다니는 세상이다.

자가용 차가 소비하는 에너지가 영업용 차의 그것을 넘은지 오래라고 한다. 95년 통계치를 보면 자가용이 54.1%, 영업용이 45.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는 이보다 훨씬 더 차이가 날 것 같다) 그 내역을 보면 왜 집주위에 불법주차 자가용이 넘쳐나는지 알 수 있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자가용은 거의가 출퇴근 용이며, 출퇴근시 평균 탑승 인원이 89년~92년에 1.6명 이었던 것이 95년 1.4명, 2001년 1.3명으로 낮아지고 있다. 현재 통계치는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추이로 보건데 1명도 채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명 '나 홀로 차량'이 많아지다 보니 도시 교통체증은 악화되며, 주거 지역에 주차 대란을 불러 오는 것 같다. 차량 10부제나 요일제 시행은 그  실효성이 거의 없으며 불법 주차가 만연해 있는 것을 보면 자가용 운전자들의 이기심은 실로 대단하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로 인해 대기오염, 소음공해로 시달리는데, 여기에 주차 문제까지 더해지니 불쾌지수는 나날이 늘어만 간다. 특히 주차문제 시비로 살인까지 일어난다니 사회적 골치거리인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이 이기심을 조장하여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을 망각하게끔 한단다. 일본 오비히로 축산대 스키다 사토시교 교수는 말한다.

"보행자를 훨씬 능가하는 속도, 중량, 크기 그리고 안과 밖의 명확한 분리 등 자동차의 본질적 구조가 운전자의 우월의식과 이기심을 키운다. 그래서 차 밖의 사람들을 장애물로 간주, 적개심을 품고 길에서 몰아내며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고약한 인간이 되어간다."


그 피해는 결국 보행자 특히 어린이 노인, 장애인들에게 집중된다. 원래 길의 주인이어야 할 사람을 차가 길에서 쫓아 내는 꼴이다. 거기다가 빵빵거리면서 천대하기까지 한다. 누구나 똑같이 다닐 수 있었던 길에서 '통행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법과 제도 차원의 강제력이 아니면, 나홀로 차주의 이기심을 제어할 수 없을 듯 보인다. 다시 한 번만 더 문 앞에 주차를 하는 차가 보일시 바로 구청에 견인 신고를 할 작정이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jy 2011-10-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관앞에 차를 대놓다니..곤란하시겠습니다요~~다들 자기머리에 차를 얹어줘야되여~~
예전에 아빠가 명쾌하게 운전을 가르쳐주셨었죠~
교차로에서 초록불로 직진하는데 좌회전하면서 차량이 밀고 들어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때, 아주 간단하게, 법 어쩌구 고민하지말고~ 그게 사람이면 니가 계속 가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차도 사람처럼 생각해서 운전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엔 사람이 사람취급을 못받으니 참 이상해지네요~

yamoo 2011-10-06 22:23   좋아요 0 | URL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신경질 나서 죽겠어요. 거의 매일 차들이 문 앞에 있습니다. 책장들여오는 것도 얼마나 애먹었는지 모릅니다. 보고 있자니 분노가 한계에 다다르더라구요~ 차주들이 모두 pjy님 아버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10-0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파트 삽니다. 당연히 현관앞에 대는 경우는 없지만 주차할 자리가 아닌데 대는 경우가 많아서 짜증이 많이 나죠. 놀이터 옆이라던가 장애인구역, 유모차나 훨체어가 다닐수 있도록 턱을 없애 길을 막고서 말이죠. 어떤 날은 아예 변분을 모아다가 뿌려버릴까 생각까지 했었죠. 그냥 유인물 출력해서 와이퍼에 끼워넣는걸로 대신하긴 했는데....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더군요.

너무 공감가서 한마디 남기고 갑니다. 근데 중간에 '평균탑승인원이 1명도 채 안될것'이라는 말씀은 농담하신거죠? ㅎㅎ

yamoo 2011-10-06 22: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귀를기울이면님~ 반갑습니다^^

아파트의 주차 전쟁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송에서 가끔 접해 그 곤란성을 좀 알고 있습니다. 출근할 때 다른 차들을 막 밀고 그런다지요?ㅎㅎ 화가 많이 나실듯..

농담이 아니라, 자동차 평균 탑승인원이 1명이 채 안될 경우도 생길 수 있다네요. 자가용 뿐만 아니라 대형버스나 승합차 등 통계에 모두 포함되서 그렇다는데...

2011-10-06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6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7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8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8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10-0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얌체같은 사람들이 많긴 하지요.제 한몸 편하겠다고 남을 불편하게 하니 말이죠.그래선 전 개인적으로 차고지 증명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당^^

yamoo 2011-10-08 21:05   좋아요 0 | URL
차고지 증명제를 강화하던가 해야지 승질나서 죽을 지경이에요~~ 구청에 투서라도 넣어야 할까봐요..ㅎ

cyrus 2011-10-0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야무님처럼 현관 앞에 주차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가 많아요.
제가 사는 곳이 빌라 1층이거든요. 더운 여름에 창문을 열려고해도
현관 앞에 주차하는 차들 때문에 창문 열기가 그렇더라고요 ^^;;
그리고 개념 없이 빌라 대문에 떡하니 막아서 주차하는 차들은 더 싫고요.

yamoo 2011-10-08 21:07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그런 차는 가만두어서는 안됩니다. 현관 앞에 주차를 하는 차주들에게는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뜨거운 맛을 보여줄지는 지금 궁리중입니다..ㅎ 시루스님두 어여 조치를 취하세요..안그러면 계속 그곳에 주차할 겁니다~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봐요~!

감은빛 2011-10-1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이 글을 읽고 스마트폰으로 공감의 댓글을 달려다가 한번 날려먹었어요.
(스마트폰으로 글쓰기 참 어렵더군요!)
주차 문제가 정말 장난 아니게 심각하죠.
저도 비슷한 문제로 여러번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들 덕분에 차 1대가 겨우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 경우.
그 길을 보행자가 걷기는 무척 힘듭니다.
자꾸만 양쪽에서 들어오는 차들 때문에 멈춰서서 꼼짝을 못하게 되죠.
아이를 데리고 걷는 경우에는 더 힘듭니다.
아이는 자동차를 무서워해서 멀리서 차가 와도 길가에 멈춰서 걷지를 못해요.

사람 다니는 길을 자동차가 다 차지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바꿀수 있을까요?

yamoo 2011-10-13 15:27   좋아요 0 | URL
전, 스마트폰으로 문자 쓰다가 계속 틀린 글자 눌러서 엄청 열받곤 한다는..ㅎㅎ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들에 강려한 제재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해결이 요원할 거 같다는...차주들이 좀 신경을 쓰고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게 더 큰 문제인거 같아욤^^;;
 

                                                                                                                                                                                       코믹으로도 본 건데, 애니로 연속해서 3편까지 봤다. 너무도 뛰어난 작품성과 연출력이 어우러진 <펫숍 오브 호러즈>이다. 잊혀질까 두려워 얼른 본 것을 정리해 놓는다.  

 

 

 

 

에피소드 1:Daughter(독이된 사랑) 

 사건은 유사장이 펫숍으로부터 구입한 호랑이 족자속에서 호랑이가 나와 유사장이 살해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D백작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펫숍의 구매자들이 변사체로 발견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시경형사인 레온은 D백작을 수사하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딸을 잃고 상심한 어느 중년의 부부가 펫숍을 찾아온다. 그 곳에서 부부는 죽은 딸 앨리스와 똑같이 생긴 아이를 보고 놀란다. 하지만 백작은 그 아이가 사람이 아닌 희귀한 종류의 토끼라고 설명해 준다. 죽은 딸과 똑같이 생긴 이 토끼를 간절히 원하는 부부에게 백작은 3가지 계약조건으로 토끼를 이 부부에게 넘겨준다. 계약은 첫째, 남들에게 절대 보여주지 말 것. 둘째, 백작이 주는 향을 피워놓을 것. 셋째, 물과 신선한 야채만을 줄 것 등 3가지 였고 이 계약을 어길 시 발생하는 모든 불미스런 일은 펫숍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눈에만 앨리스로 보이는 토끼를 집으로 데려온 부부는 행복해 한다. 그러던 어느날 토끼에게 먹이지 말라는 과자를 먹이는데.... 

이 에피소드의 주제는 부모의 삐뚤어진 사랑의 비극적 종말로 정리된다. 


 에피소드2:Delicious(인어의 노래)

아내가 죽기전에 부탁한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 사람이 펫숍에 온다. 그 사람은 이언 그레이로 몇일 전 사고로 아내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언의 아내는 에반젤리칸이라는 한창 잘나가던 여가수 였다. 아내가 사고로 죽기 전 주문한 물건을 찾으러 온 것이다. 그 물건은 커다란 항아리 였다. 그리고 항아리 속에 있던 그 물건은 다름아닌 인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인어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내인 에바의 모습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인어가 자신이 준 결혼 반지를 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백작은 그 인어가 지난 기억을 잃어버렸고 자신의 이름조차도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설명해 준다. 역시 이언은 이 인어를 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이언에게 넘겨 진다.  


1.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 것.  
2.넓은 수조에 바닷물을 채우고 자주 갈아줄 것.  
3.절대로 굶기지 말 것.  
아울러  계약위반의 어떤 불행한 일도 펫숍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단서와 함께.  
그리고는 행복하기를 빈다.  

 한편 레온은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듣기 위해 백작을 찾아와서 백작으로부터 이언이 몇일전 펫숍에서 인어를 사가지고 돌아갔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배에서 떨어진 에바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점과 이언의 비서였던 루이즈, 이언, 그리고 에바의 애증의 삼각관계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사건은 점점더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이 에피소드의 주제를 정리하자면, 한번 그 맛을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은 사랑의 맛. 사랑의 독점력은 결국 파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에피소드3(Despair;매두사의 눈)   

 

로빈 헨드릭스의 아내 에밀리는 한 장의 편지만을 남겨두고 집을 나간다. 그후 28세의 영화배우였던 로빈은 사망한다. 도마뱀과 함께.

 미해결된 변사사건들을 수사하던 레온 형사는 수법이나 상황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은 모두 D백작의 펫숍 고객이었다는 점이었다. 이에 다시 레온은 백작을 찾아간다. 백작은 레온에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 준다.

 10년전 로빈은 하룻 밤사이에 스타가 된다. 카리스마가 매우 강한 영화의 주연 배우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후 이 전 배역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 로빈은 자신의 연기력의 한계에 부딪친다. 자신의 별에서 아름답게 죽어가 비운의 황태자가 너무 강렬해 새로운 배역이 그 황태자 역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백작은 황태자의 망령에 살해 당했다고 말한다.

 백작은 새로운 애완동물을 사기 위해 찾아온 로빈에게 바실리스크라는 아름다운 소녀 모습의 도마뱀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도마뱀은 눈만을 가리고 있다. 로빈이 눈을 보여달라고 하자. 백작은 그 도마뱀은 그리스 전설의 메두사여서 절대로 눈을 보면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결국 로빈은 도마뱀을 사가는데.....  


장르: 호러/미스테리  

감독: 히라타 토시오  

원작자: 아키노 마츠리  

제작사: TBS  

음악: 핫토리 타카유키

이 에피소드 또한 독특한 주제를 갖고 참신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는 한 나르시스트적인 남자의 비애를 그리고 있다. 자신을 너무도 사랑해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은 나르시수스.

 메두사의 죽음의 의미는 곧 로빈이 죽은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매두사는 자신이 사랑하게 된 남자가 자신의 눈을 보고 죽자 자신도 따라 죽기를 결심하고 거울로 자신의 눈동자를 스스로 비쳐 자살한다. 메두사가 거울 속의 자신의 눈동자 속에서 본 것은 로빈이 본 바로 그것 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별에서 아름답게 죽어간 황태자 로빈의 모습이었다. 다시말해, 절망이라 감미로운 어둠을 본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로빈은 살아서 이룰 수 없었던 것을 성취할 수 있었고, 자신의 망령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마지막에 그의 무덤을 찾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레온과 백작은 이것을 확인한다.

 이 에피소드는 제목이 절망이다. 로빈의 현실적 절망을 로빈의 죽음을 통해 멋지게 승화시킨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내용이다. 절묘한 복선과 마지막의 반전이 압권이다.

 

  ********* 

아직, 에피소드가 더 남았다. 13부에서 끝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코믹보다는 애니가 더 재밌는 거 같다~  

 


댓글(3) 먼댓글(1)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1-10-0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투니버스 때 새벽이 되면 틀어줬던데,, 저는 그 때 방영된 애니만 봤어요.
만화는 잘 모르겠지만 애니 역시 재미있게 봤어요, 처음 볼 때는 좀 무서웠어요 ^^;;

yamoo 2011-10-04 20:29   좋아요 0 | URL
네, 투니버스에서도 해줬죠. 헌데, 투니버스판은 백작의 성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보다말다 했습니다..ㅎㅎ 애니는 원작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요. 결말만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이게 공포만화 계열로 분류되긴 하지만 전, 하나두 안 무섭던 걸요~^^

[그장소] 2015-08-1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틀어놓고 보다말다,,그랬던거 같아요..난해하네...하면서요..눈은 책을 보고..소리는
그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