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8
미시마 유키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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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가 명백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면, 나라는 존재는 미로부터 소외된 것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금각이 나에게 결코 하나의 관념은 아니었다. 산으로 막혀 있다고 해도, 보고 싶으면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하나의 물체였다. 미는 그처럼 손으로 만질 수도 있고 눈에도 확실히 비치는 하나의 물체였다. (pp26-27)  


나는 이리저리 각도를 바꾸어, 혹은 고개를 기울여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동도 일지 않았다. 그것은 낡고 거무튀튀하며 초라한 3층 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꼭대기의 봉황도, 까마귀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름답기는커녕 부조화하고 불안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미라는 것은 이토록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p29)

 

그토록 실망을 주었던 금각도, 야스오카에 돌아온 후 나날이 내 마음 속에서 다시 아름다움을 되살려, 어느덧, 보기 전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금각이 되어 있었다. 어디가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몽상에 의하여 성장한 것이 일단 현실의 수정을 거쳐, 오히려 몽상을 자극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나는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사물에서 금각의 환영을 좇지 않게 되었다. 금각은 점차로 깊숙히, 견고하게 실재하게끔 되었다. (p33)

 

나를 태워 죽일 불이 금각도 태워 없애 버리리라는 생각은 나를 거의 도취시켰다. 똑같은 재앙, 똑같은 불의 불길한 운명 아래에서 금각과 내가 사는 세계는 동일한 차원에 속하게 되었다. 나는 연약하고 보기 흉한 육체와 마찬가지로, 금각은 단단하면서도 불타기 쉬운 탄소의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때로는, 도망치는 도둑이 고귀한 보석을 삼켜서 숨기듯이, 내 육체의 속, 내 조직 속에 금각을 숨겨 갖고 도망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pp 50-51)

 

내 관심은, 나에게 주어진 난문은 미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나에게 작용하여 암흑의 사상을 품게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다. 미라는 것만을 골똘히 생각하면,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암흑적인 사상에 자기도 모르게 직면하게 된다. 인간은 아마도 그렇게 만들어진 모양이다. (p52)

 

나의 삶에는 쓰루카와의 삶과 같은 확고한 상징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그가 나와 같은 독자성, 혹은 독자적인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의식을 추호도 갖지 않은 채 삶을 마쳤다는 점이었다. 그 독자성이야말로 삶의 상징성을, 즉 그의 인생이 다른 뭣인가의 비유일지도 모른다는 상징성을 박탈하고, 따라서 삶의 확대성과 연대감을 박탈하여, 항상 붙어다니는 고독을 낳게 하는 본원인 것이다. (p138)

 

미(美)라는 것은 마치 뭐라고 할까, 충치와도 같은 거야. 그건 혀에 닿아 신경 쓰이고 아프게하여,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지. 피투성이의 자그마한 갈색의 더러운 이빨을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이건가? 고작 이런 거였나? 나에게 통증을 주고 나를 끊임없이 그 존재 때문에 고민하게 만들며, 또한 나의 내부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던 것이, 지금은 죽어 버린 물질에 불과하군. 하지만 그것과 이것이 정말로 같은 것일까? 만약 이것이 원래 나의외부 존재였다면 어째서 무슨 인연으로 나의 내부와 연결되어 내 통증의 근원이 될 수 있었을까? 이놈이 존재하는 근거는 뭘까? 그 근거는 나의 내부에 있었을까? 아니면 그 자체에 있었을까? (p153)

 

나는 벌의 눈이 되어 보려고 하였다. …… 형태는 서서히 희박하여져, 무너질 듯, 떨며 전율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화의 단정한 형태는 꿀벌의 욕망을 본떠서 만든 것이며, 그 아름다움 자체가 예감을 향하여 꽃피운 것이니까, 지금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형태의 의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형태야말로, 형태도 없이 유동하는 삶의 거푸집이며, 동시에, 형태도 없는 삶의 비상(飛翔)은, 이 세상의 모든 형태의 거푸집인 것이다. (p168)

 

세계는 상대성 속에 내버려져, 시간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영원의, 절대적인 금각이 출현하여, 내 눈이 그 금각의 눈으로 변할 때 세계는 이처럼 변모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변모한 세계에서는 금각만이 형태를 유지하고 미를 점유하며, 그 밖의 것들은 흙먼지로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p168-169)

 

모름지기 생명이 있는 것들은 금각처럼 엄밀한 일회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인간은 자연의 온갖 속성의 일부를 담당하여,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것을 전파하고, 번식시키는 존재에 불과하였다. 살인이 대상의 일회성을 멸망시키기 위한 행위라면, 살인이란 영원한 오산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하여 금각과 인간 존재와는 더욱더 명확한 대비를 보여, 한편으로는 인간의 멸망하기 쉬운 모습에서 오히려 영생의 환상이 떠오르고, 금각의 불괴(不壞)의 아름다움에서 오히려 멸망의 가능성이 느껴졌다. 인간처럼 필멸하는 것들은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pp204-205)

 

그 종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눈을 내 것으로 만들고, 또한 그 종말을 부여하는 결단이 내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자유의 근거였다. 그토록 당돌하게 생겨난 상념이라고는 하지만 금각을 불태운다는 생각은 새로 맞춘 옷처럼 정말로 내 몸에 꼭 맞았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그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던 듯이 여겨졌다. …… 금각이 소년의 눈에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다는 그 자체에, 이윽고 내가 방화자가 될 모든 이유가 갖추어져 있었다. (pp211-212)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와, 어느 쪽이 오래 지속될까요?”
“어느 쪽이건 곧 멈추지. 무리하게 결심하고 지속시켜도, 언젠가는 멈추게 되니. 기차가 달리는 동안, 승객은 멈추고 있지. 기차가 멈추면, 승객들은 거기서부터 걸어야만 돼. 달리는 것도 멈추고, 숨도 멈추지. 죽음은 최후의 휴식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거든.” (p257)

 

하나하나의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의 예감이, 소위 금각의 주제를 이루었다. 이러한 예감은, 허무의 징조였던 것이다. 허무가 이러한 미를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미의 이러한 세부적인 미완성에는, 저절로 허무의 예감이 포함되어, 가느다란 나무로 만든 섬세한 이 건축은 영락(瓔珞)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허무의 예감에 떨고 있었다. (p265)

 

가시와기가 말한 것도 아마도 사실인 듯하다. 세계를 바꾸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인식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으로 행위를 모방하려는 인식도 있다. 내 인식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리고 행위를 완전히 무효로 만드는 것도 이런 종류의 인식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오랫동안의 주도면밀한 준비는 ‘오로지 행위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최후의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잘 보아두기 바란다. 이제 행위는 나에게 있어서 일종의 잉여물에 불과하다. (pp266-267)

 

나무 사이로 수많은 불꽃이 날리어, 금각 위의 하늘은 금가루를 뿌린 듯하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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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9-0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꼭 챙겨 읽어줘야 한다고 해서 읽었어요.
근데 전 일본 문학이 제 취향이 아닌지,
남들이 말하는 꼭 챙겨 읽어줘야 할만한 의의를 생각해 볼 수 없었다는~ㅠ.ㅠ

암튼, 님의 서재에서 보니 새롭네요~^^

yamoo 2011-09-02 17:00   좋아요 0 | URL
저두 일본 문학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 멀리하고 있긴 한데요...
이 책은 모 회사 대표께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니 꼭 읽어보라고 신신당부해서 읽었습니다. 전화로도 읽었는지 확인사살을....--;;

읽어보니, 왜 탐미주의의 최고봉이라는 찬사가 나왔는지 알겠더군요. 남대문 화재시에 읽어서 더더욱 느낌이 강렬했습니다. 특히 인물들이 금각의 서사구조를 완벽히 떠받치고 있어 미학적으로도 매우 뛰어났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만..ㅎㅎ

흠...가만보니, 양철님은 웬만한 고전작품은 대부분 섭렵하신 듯합니다. 신간 위주의 리뷰 말고 고전 리뷰도 올려주세요...전 나무꾼님의 고전리뷰를 엄청 고대하는 1인이랍니다...계속, 고대 중~~~ㅎ
 
연애법
오비디우스 / 동심원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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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앞에서 이책 저책 뽑아 보다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연애법>?? 이건 무슨 책이지? 의아해 하면서 뽑아들었다. 집에 이런 책이 있을 줄이야. 언제 산 건지도 모른다. 이런~

‘사랑’이라는 주제 하에 모아 놓은 코너 속에서 꺼내든 책인데, 저자를 보니 <변신이야기>의 그 오비디우스다.

허~ 오비디우스가 이런 책도 썼나? 하면서 쭉쭉 넘겨봤다. 아, 근데 이 책은 요즘 잘나가는 실용연애전서 쯤 된다. 연애의 전성시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비디우스는 당시 로마 선남선녀들에게 필살의 연애기법을 전수해 주려는 당위감이 발동한 듯하다.

당시 책이 꽤 잘 팔렸는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부가하면서 책을 끝맺고 있다. (책의 구성과 결론 내용의 정황상, 결론 부분과 뒤의 보론은 나중에 삽입된 것 같다.)

   
  이제 내 책은 끝났다. 피곤한 내 배(boat)를 꽃줄로 장식하여라. 우리는 닿고자 원했던 항구에 다다랐다. 내 시를 읽고 병을 고친 선남선녀들이여, 신성한 시인에게 길이 영광을 돌릴지어다. p258  
   

약간 주석이 따르는 결론이다. 여기서 ‘닿고자 원했던 항구’는 ‘여자 꼬시기, 남자 유혹하기’이며 ‘내 시를 읽고 병을 고친 선남선녀들’은 다름 아닌 연애 못해 환장한 로마의 젊은 솔로들 되시겠다. 그리고 ‘신성한 시인’은 아폴론이 자기에게 영감을 불어넣었으므로 신성하다고 찬사를 보낸다.

자신의 ‘작업 기술’을 ‘시’라고 까지 격상시켜 부르고 있으니, 한 번 거들떠보지 않을 수 없었다.

총 3권과 한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권 모두 논문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기서 권은 ‘장(chapter)'쯤 된다.

먼저 남성들에게 일러주는 작업의 기술을 보자. 꼬시는 기술이기 때문에 여자의 유혹의 기술과는 달리 남성에게는 ‘계획’이 첫 단계이다. 
 

   
  난생 처음 전투에 임하려는 신병이여, 우선 사라의 대상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접촉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세 번째는 사랑을 유지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의 범위이며 우리의 수레가 궤적을 남겨야할 여정이다. p14  
   


오비디우스는 이렇게 '계획'을 일러준 다음 아가씨를 찾으러 배를 타고 해외로 나갈 필요없이 로마에서 찾으라고 당부한다. 왜냐하면 로마에는 세계 어떤 종류의 미인도 다 있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장소에 구애됨 없이 어디에서나 ‘당신만이 내 마음에 드는 군요’라는 멘트를 날리라고 한다.

헌데, 그 장소가 아주 무차별 적이다. 원형경기장, 식탁뿐만 아니라 아우구스트 해전장에서도 작업의 기술을 발휘하란다. 흠...도대체 해전의 격전인 바다에서 뭘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장소를 물색해 준 다음 오비디우스는 작업 기술의 핵심인 ‘꼬시는 방법’을 일러준다.    

 

   
   “이제 내가 가르치려는 것은 마음에 드는 여인을 사로잡는 방법이다. 이것이 내 지침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누구든, 어디서든 고분고분 내 말에 귀를 귀울일지어다. 청중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보증하는 말에 귀를 귀울여라” p33  
   


 이후의 내용은 여자를 대하는 남자의 자신감에서부터 스킨십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현학적으로 일러주고 있다. 고분고분 자기 말에 귀 귀울이라고 해서 눈에 불을 켜고 읽어 봤는데, 완전히 맥이 풀리는 수준이다.

뭐, 2000년 전에는 성공했을런지 모르지만, 지금 오비디우스가 전하는 대로 했다가는 여자들에게 경멸과 한심한 눈초리를 받아야 할 것이다.

매우 실망하고 2권, 사랑을 유지하는 법으로 넘어 갔는데 조금 수긍이 갈 만한 내용이 많았다. 아마도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남자들이 2권에서 가르쳐 주는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관계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사랑을 유지하는 추천할 만한 기술들이다.
 - 상냥한 성격과 함께 집요함이 요구된다.
 - 아첨이 필요하며, 장애물이 있다고 해서 멈추어서는 안된다.
 - 선물을 해야 하며, 반드시 계속 경탄하는 모습을 보일 것.
 - 충성의 표시를 자주 보여야 한다.
 - 양다리의 의심을 받으면 강하게 나가야 하며, 반드시 강한 밤일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 대가는 평화이다.

오비디우스는 여성들에게도 남자에게 사랑받는 비법을 전수해 주고 있다. 헌데 너무 수동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가꾸는 것이 제1계명인 것 같다. 그가 들려주는 기교들을 보자. 
 

-머리 모양과 의상에 신경쓸 것.
-제모와 냄새에 신경쓸 것.
-신체적 결점을 반드시 커버할 것.
-화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 것.
-춤과 잡기에 능할 것.
-말과 표정 그리고 편지로부터 남자를 애태우게 할 것.
-남자들에게 그가 줄 수 있는 것을 요구할 것.
-애인이 스스로 사랑받고 있다고 믿게 할 것.
-여자 친구들을 조심할 것.

 

여성들에게는 꽤 의미심장한 기술들이 많다. 헌데, 오비디우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중술까지 덧붙인다.  

 

   
  이제부터 가르쳐야 할 일은 낯을 뜨겁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의 디오네 여신은 말한다.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일이다.” 여성들은 각자 잘 알아 두어야 하는데 신체적 조건에 따라 이런 혹은 저런 자세를 취해야 한다. 한 자세가 모든 여자한테 맞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얼굴이 예쁜 여자는 드러누워야 한다. (이하 중략) p205  
   

 

이후 내용은 19금 이라 생략했다. ‘그래, 바로 이런 거야. 독자는 이런 걸 기대한다구!’라고 생각할 정도로 리얼했다. 개인적으로 오비디우스가 여성들에게 가르쳐 주는 기술이 남성들보다 더 나은 것 같다. 혹시 오비디우스는 게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덤으로 하게 된다.  

 

마지막편은 ‘사랑의 치료약’이라는 다소 논문 지향적인 글이다. ‘연애법’의 총론 격인데, 좀 따분하다. 이런 글은 현재에 영향력을 주기 미미하니 그냥 패쓰하는 게 좋을 듯싶다. 뭐, 오비디우스의 문학적 표현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지만.

책의 끝에는 보론 격으로 ‘여성의 얼굴과 화장법’도 소개하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화장법이긴 한데, 하장품 제조술로 봐도 무방하겠다. 본문에서도 화장술에 대해서 꽤 자세하게 언급한 걸 보면 아무래도 오비디우스는 게이인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이런 지식을 습득한 걸 보면.  

 

   
  흰 피부는 무슨 방법으로 깨끗하게 가꿀 것인가? 리비아 농부들이 바다로 실어 보내는 보리를 써라 보리 이사글 훑어서 껍질을 벗겨라. 같은 양의 렌즈콩을 달걀 열 개에 섞어서 보리에 합쳐라. 그러면 보리 미음의 무게는 2파운드는 족히 될 것이다. 이 혼합물이 바람에 마르면 노새가 느릿느릿 끄는 거친 맷돌에 빻는다. 새해가 되면 떨어지는 사슴의 새 뿔도 빻아라. 그 가루를 전부 합쳐서 고운 체로 걸러라. 흠집 없는 수선화 뿌리 열 두 개를 아주 깨끗한 대리석 절구에다 쿵쿵 빻아서 넣는다. 그런 다음, 토스카나의 밀가루 약간과 2온스의 고무, 그 아홉 배의 꿀을 넣는다. 이것을 얼굴에 바르면 거울보다도 빛나고 윤기 있어 진다. pp261-262  
   

 

여성들은 한 번쯤 오비디우스가 가르쳐 주는 제조방식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피부가 '거울보다도 빛나고 윤기 있어 진다'고 하는데, 망설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덧붙임.

책을 빠르게 봤지만 실망할 만한 책은 아닌 듯하다. 본업이 시인이라서 그런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탁월한 인용은 처세서를 문학작품으로까지 승화시키고 있다. 실전 지침서의 내용이 시쿤둥한 사람은 아마도 저자의 시인적 기질에는 실망하지 않을 듯한 책이다. 아쉽게도 절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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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2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오비디우스가 썼다니 고전을 읽는다는 느낌은 있잖아요.
요즘에 나온 책들 읽으면 괜히 감추고 싶지 않나요?
왠지 속 보이고 무능해 보일 것 같은 인상 때문에...>.<;;ㅋ

yamoo 2011-08-21 15:25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낌은 별로 안들었어요. 표지부터가 좀 구려서 고전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실용연애전서 읽는 느낌이었어요~ㅎ

감추고 싶기 보다는 한번 읽고 남 주고 싶은 그런 느끼미에요..요즘 나오는 이런 부류의 책들은요.

흠...속보이고 무능해보인다라...저는 그런 인상을 전혀 가져본적이 없어요^^;;

cyrus 2011-08-20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비디우스의 이 책,,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되었어요/
오비디우스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묘사는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작품에
인용되기도 하며 특히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오비디우스의 연애법에 대한
문구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yamoo 2011-08-21 15:28   좋아요 0 | URL
흠...그렇군요. 저도 알라딘의 검색에서 찾아보니 목차도 똑같고...같은 책이네요. 제목이 바뀌어서 다른 책인줄 알았다는~ㅎ

호~ 그런 인용이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8-23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에게 전수한 비법 마지막, 그럴 듯 해요.
여자 친구들을 조심할 것.

전 작업 들어갈 사람은 없으니...패쓰해야 할 듯~^^

yamoo 2011-08-23 14:29   좋아요 0 | URL
그쵸~ㅎ 여자들에게 있어 동성친구들은 위험한 존재 인 것 같습니다..ㅎㅎ

그래두 이거, 읽을만 하답니다. 지금 출간되고 있는 각종 연애의 기술의 원형 쯤 되는 책이고...더군다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적제 적소의 인용이 꽤 인상 깊습니다. 그래두 오비디우스 에요^^
 
사람을 찾습니다 - [HD리마스트링 고화질 영상]
이서 감독, 김규남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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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이렇게 늦게 올리게 되네요... 

친구가 감독을 해서 친한 지인 4명과 함께 중앙시네마에서 같이 본 겁니다. 최근 이 영화를 어둠의 루트로 입수했는데, 생각 난 김에 몇 자 남겨봅니다.

 

 

일단, 영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렬한 주제의식은 좋았습니다. 예전에 저보다 먼저 이 영화를 보신 지인이 영화가 2%부족하다고 감상을 얘기하셨는데, 저는 그 2%의 부족함이 캐릭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영화 속의 부동산 사장이 좀 더 악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영화 캐릭터상 약간 희극적인 면이 많이 보여서 아쉬웠네요~  <카우보이 비밥>의 비셔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냉혹하고 잔인했다면 영화가 좀더 매력적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편으론 좀 무거운 주제의식을 다소 거칠고 폭력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감독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 속에 '사람다운 사람'을 찾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사실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전부 개같은 인간들, 아니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 득실대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뒤집어서 얘기한 것 같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처음에 '개를 찾습니다'에서 '사람을 찾습니다'로 전단지가 자연스럽게 바뀌어 붙어도 여전히 차이가 없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ㅎㅎ 

 

 

 

 

덧붙임 

1. 원래는 별 3개 였는데, 친구가 감독을 해서 별 하나 추가..ㅎㅎ 

2. 차기 작의 시나리오를 검토해 줬는데, 언제쯤 크랭크 인에 돌입할지 궁금하다는..   

일단, 영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좋았네요. 예전에 저보다 먼저 이 영화를 본 지인이 영화보시구선, 2%부족하다고 감상을 얘기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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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룸 (TV) - The Lost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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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간이 나서 아는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명작들을 수소문한 끝에 몇 편의 추천작들을 추려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나의 구미에 가장 맞을 거 같으니 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코멘트를 덧붙여 주신 분의 작품을 먼저 보았는데, 역시나 대박이었다~

영화인줄 알았는데, 보고 나니 미드였다~

하지만 36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지...보면서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 전개~ 정말 압권이다!

미드 중에서 가장 재밌게 봤다~ 어떻게 이런 소재로 이렇게 기막히게 만들 수 있는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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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2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오랜만이십니다. 야무님!^^

yamoo 2011-07-24 17:4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오랜만입니다. 스텔라님! 건강히 잘 지내시죠?~ㅎ

양철나무꾼 2011-07-2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엘르 페닝이 등장하는 순서로군요~^^

yamoo 2011-07-25 20:02   좋아요 0 | URL
등장을 했긴 했는데...또 사라질 운명이에요..ㅋ 잠수함처럼 물에 올라왔다가 다시 잠수..ㅋ 조만간 아예 올라올 날이 있을 거에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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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문제작을 다시 봤다. 동생에게 추천해 줬었는데, 이게 뭐가 재밌냐고 따져 물었기에.. 

헌데, 다시 봐도 재밌다~ 음...역시, 영화 감상은 주관이 많이 좌우하는가보다. 

이 문제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좀 독특하다. 2-3번 봐야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이런 식의 영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봐도, 할 말을 잃어버리게끔 하는 강력한 포스의 영화이다~

진짜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몇 안되는 심도있는 영화 중 하나가 아닐런지..(아님, 말구^^)

지인이 이 영화를 추천해 줄 때 2007년 최고의 영화라고해서 봤는데, 그런 평가가 빈말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촌평한다면, 영화감상의 수준을 한 층 높여주는 고급영화라 하겠다. 

이런 영화를 매일 볼 수 있었으면 더 바랄게 없을 듯~ㅎ 

  

덧붙임
이 문제작을 아직 못보신 분들에게 강추드린다~ 뭐, 왜 타이틀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했는지는 묻지 마시길...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핵심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니~(원작도 있으니 참고해 보시면 더 좋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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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2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추천할 수 있어요, 영화는 안 봐서리. 쿨럭--;;;

yamoo 2011-07-25 20:03   좋아요 0 | URL
영화 강추드려요~ 이 문제작을 아직도 안보셨군요! 꼭 보시고 리뷰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