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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가 고시되었던 오늘....심학 빡침에 치를 떨어야 했다. 2017년부터 새 교과서로 배운다니...정치적 의도치고는 너무도 치사하고 뻔뻔스럽다.

 

정부 본연의 기능을 망각하고 공산당 일당 독재 정치에서나 봄직한 관행을 아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구나.

 

도대체 절차법이라는 건 왜 있는 거고, 국민의 의사라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일까? 이 나라 집권 정당은 국민을 아주 단순하고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인의 의사를 묻는다는 절차를 아주 간단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고시를 확정할 수는 없는 거다.

 

반대 여론을 알면서도 국정화를 그렇게도 밀어붙이다니.....얼마나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에 물타기를 할지는 안봐도 비됴같다. 아마두 우리는 2017년 이후에는 이런 문제를 볼 듯하다. (모두 함께 눈에 불을 켜고 풀어보아요~ 참고로 문제는 서재 쥔장이 대안교과서 <근현대사>를 참고로 출제를 해 본 것입니다..ㅎ)

 

 

[국정교과서 실험평가 예상 문제]

 

 

예상 문제 1. 우리나라 제4공화국에 대한 사실로 올바르지 않은 것을 고르면?

① 급변하는 세계 질서에 따른 올바른 헌정 질서의 구축이었다.

② 독재와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새 헌법을 제정하였다. 

③ 북한이 남한에 대한 군사적 공세를 강화한 대응이 유신체제였다.

④ 내우외환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고도성장을 지속하게 되었다.

⑤ 오일쇼크를 계기로 중동 건설 붐이 일어났다.

 

정답 ②

쉬운 문제다. 유신 정권은 비록 대통령의 절대 권력을 탄생시켰지만 이것이 독재와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런 인식은 일부 북한을 찬양하는 좌편향의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소수 학자들이 주장하는 소수설에 불과하다. 유신체제가 독재가 아니라는 것은 통설이 된지 오래다. ② 번을 답으로 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의식이다.

 

 

 

 

예상문제 2. 1920년대 있었던 사실로 틀린 것은?

① 우리나라가 대일본제국으로 쌀을 적극 수출할 정도로 쌀 생산력이 왕성했다.

② 조선물산장려회가 창립되었다.

③ 6.10 만세운동이후 신간회가 창립되었다.

④ 문화정치를 표방한 대일본제국으로인해 우리민족은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⑤ 이때 실시된 산미증식계획으로 우리 민족은 쌀이 부족하여 만주에서 잡곡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정답 ⑤

조금 어려운 문제다. 연대를 정확히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물산장려회는 1923년 창립되었고, 6.10만제운동은 1926년, 신간회 창립은 1927년이다. 1920년대는 3.1운동 이후 대일본제국이 정치의 기조를 바꾼 첫 해다. 대일본제국은 문화정치를 표방하면서 한국인의 정치참여를 적극장려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여 많은 신문사들이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정답은 ⑤번을 찾기는 쉽다. 왜냐면 1번과 5번의 진술은 상반되기 때문에 둘 중 하나가 답이다. 예전 교과서들은 산미증신계획으로 우리 민족이 쌀 부족에 허덕였다고 기술되어 있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일본제국의 산미증식계획으로 인해 우리 농가의 쌀 생산량은 확실히 늘었고, 이를 일본에 수출하여 수입도 생길 수 있는 길이 있었으니. ⑤번과 같은 진술은 예전의 좌 편향 교과서에서 여과 없이 나와 있는 내용이다. 지극히 소수설적 견해로 우리 학계의 통설은 '산미증식계획으로 우리 나라는 경쟁력 있는 농업국이 되었다.'라는 것. 그래서 이문제의 정답은 ⑤번이다.

 

 

 

 

예상문제 3. 우리나라 독립운동가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김일성은 보천보 전투를 이끌어 당시 국내에 일제에 대항하는 저항세력이 있음을 알렸다.

② 안중근은 대일본제국의 정치적 거두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여 러시아에서 체포되었다.

③ 이완용은 1910년 병합 후 대일본제국으로부터 백작 작위를 받았다.

④ 유관순은 항소재판 중 일본인 검사에게 걸상을 던져 법정모독죄가 추가되어 7년 형을 선고 받았다.

⑤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하여 요인 암살 등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벌였다.

 

정답 ①

당시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는 날조된 것으로, 전투를 볼 수 없다. 습격이 맞다. 이 습격으로 죽은 일본군은 1명 뿐이고 부상자도 1명 뿐이다. 김일성이 보천보에서 일본 파출소를 습격한 사건으로 보천보 전투를 이끌었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전투는 정규군 끼리의 충돌을 말하는 용어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지 않으면 좌편향 돼기 쉽기에 학생들은 국정교과서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배워야 한다.

 

 

 

 

예상문제 4. 대한민국의 건국과 관련된 사실로 잘못된 것은?

① 여운형은 1944년 조선건국동맹을 결성하여 해방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였다.

② 1948년 8월 15일 인류 보편의 가치에 입각하여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

③ 남로당을 중심으로한 좌파 정치 세력은 대한민국의 성립에 저항하였다.

④ 현재 광복절의 경축 대상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⑤ 건국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은 국회의 간접선거로 이승만을 선출했다.

 

정답 ④

광복절의  경축대상은 1945년 8월 15일 한국 민족이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사건과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두 가지 사건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모두 중요하여, 45년의 해방만으로는 해방의 진정한 의미가 성취된 것은 아니었다.  해방의 진정한 의미는 1948년 자유, 인권, 시장 등의 인류보편의 가치에 입각하여 대한민국이 세워짐으로써 비로소 확보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광복절의 올바른 이해를 학생들이 숙지하고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 출제한 것이다. 기존의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 잡는 의미에서 출제한 것이다. 교과서 144페이지의 왼쪽 박스를 충실히 공부한 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정답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 역량 있는 학자들을 공개 참여시킨다고 하지만, 역량있는 학자들은 국정교과서 집필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럼 누가 정부의 역사교과서 편찬에 집필자들로 들어갈까?

 

뻔하다. 위 문제의 출제 보고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진과 감수진이다. 이들의 면모는 이렇다.

 

[집필]

이영훈 설대 경제학부 교수

김재호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김용직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주익종 낙성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일영 성대 정외과 교수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김세중 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김종석 홍대 경영학과 교수

전상인 설대 환경대학원 교수

박효종 설대 윤리교육과 교수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

 

책임편집 이영훈 설대 경제학부 교수

편집        김배균 뉴라이트재단 정책위원

 

[감수]

유영익 연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이인호 설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

이주영 건대 사학과 명예교수

차상철 충남대 사학과 교수

복거일 문화미래포럼 대표

 

 

헌데, 종 이상하다. 아무리 근현대사 교과서라고해도 그렇지 어떻게 집필진에 사학과 전공 교수 한 명이 없을까? 죄다 경제학 아니면 정치외교 전공 교수들 일색이다. 그러니 이 교과서가 얼마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색채가 짙을까....

 

어쨌든 고시가 통과되어서 편찬위원을 선정하게 된다면 그 선정된 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꼭 살펴보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 위 집필진 명단에 중도 사학과 교수 몇 명을 구색맞추기로 끼워 넣을 것 같다.

 

참으로 살기가 싫은 개한민국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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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1-0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저도 정말 깊은 빡침이.... 정말 나라꼴이 말이 아니죠. 국민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국민의견은 우편이나 팩스로만 보내라고 하더니만 그 팩스는 꺼놨더구만요. 국민들도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을겁니다!

yamoo 2015-11-04 12:30   좋아요 0 | URL
아, 정부가 그런 꼼수도 부렸군요. 의견을 팩스로 보내라고 해 놓고 팩스를 꺼 놓다뉘...새누리당스럽습니다..ㅎ 예상보다 항의와 반대가 빗발치니 그냥 끈거 같습니다..ㅎ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건 분명해 보입니다만....헌법소원은 아닌 듯합니다. 헌법소원 내면 100% 각하 맞을 듯하니..

곰곰생각하는발 2015-11-0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을 맛이군요. 막 생각난 건데 대한민국은 헬지옥을 떠나서 간국`인 것 같습니다.

간강제국, 간통제국, 간신제국.. 합쳐서 3간국... 요거 함 신조어로 밀어볼까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간강이 아니라 강간이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yamoo 2015-11-04 12:31   좋아요 0 | URL
오~~~쓰리 간국이라....괜찮네요. 요거 밀어도 될 거 같습니다...ㅋㅋ

간강이라고...엔날에 영삼이가 많이 말했습니다...괜찮습니다..ㅋㅋ

stella.K 2015-11-04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다른 과목은 어떻습니까? 역사 교과서가 국정화 되야한다면
모든 과목이 국정화 되야하는 거 아닙니까?
유독 역사 교과서만 이러는 거라면 웃기는 거 아닙니까?

yamoo 2015-11-08 22:30   좋아요 0 | URL
코미디 같은 일이지요...그냥 박근혜가 현재의 서술체계가 못마땅한 겁니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 표현이 넘넘 거슬려 그걸 자신의 임기 중에 고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거에요~ 좌편향 운운 하면서요...명분 좋잖아요~

그러니 다른 과목 교과서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지요. 당연히 세계사 교과서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해 봐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 사회 교과서도요..ㅎ

cyrus 2015-11-04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100분토론에 권희영 교수가 패널로 또 나오는 걸 보고 그냥 티비 껐습니다. 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도 자주 나오는데 이 사람의 주장 역시 끝까지 듣기가 불편합니다.

yamoo 2015-11-08 22:32   좋아요 0 | URL
권희영, 정말 짜증나서 못봐주겠습니다. 논리도 없고 그냥 억지를 쓰더라구요....이런 사람이 학계에 있으니 정말 <흡혈귀가 지배하는 대학>이라는 말이 딱 맞는 거 같아욤~

자유경제원의 그 아줌마 역시 자주 나와서 권희영과 같은 짜증나는 발언들을 마구 쏟아내더이다...듣고 있으면 혈압이 막 오른다는..^^;;

transient-guest 2015-11-05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스트 좀 퍼가렵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 곳이라지만, 정말 막장의 끝을 보여주네요.

yamoo 2015-11-08 22:32   좋아요 0 | URL
네네^^

정말 울나라는 말도 안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지요...진짜 새누리와 정부의 행태는 막장인 거 맞습니다..ㅎㅎ

감은빛 2015-11-0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들의 치밀한 역사 바꾸기가 긴 물밑작업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막을 연다는 느낌이 들어요.
몇 해전부터 돈과 사람을 마구 투입해가며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뭐 이명박때부터 계속 느끼는 거지만,
무슨 짓을 더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네요.

yamoo 2015-11-08 22:34   좋아요 0 | URL
흠...몇 해전부터 이것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군요!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항하려는 준비는 하지 않고 지들의 과거사를 정당화 내지 미화하려고 혈안이 된 듯합니다. 이 정권의 역사바로세우기란 그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 반드시 정권교체를 통해 이 짓거리를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슬비 2015-11-07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속에서 열불이 나요.. 이러다가 대통령 연임제까지 한다고 나올것 같아 치가 떨립니다.

yamoo 2015-11-08 22:37   좋아요 0 | URL
에이~ 설마 대통령 연임제를 들고나올까요...세상은 그래도 많이 변했습니다. 만일 연임제를 들먹거리면, 정말 탄핵해서 파면해야합니다. 새누리도 그 정도는 알겠지요....그냥 자기 임기중에 역사를 자기들 입맛대로 손보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짱돌을 들어야 할 때인가 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있어요. 어서 빨리 교과서가 개정되어야 해요.”


어제 약국에 갔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새누리당 지지자의 발언이었다. 이 사람이 여당 의원인지 학자인지 논평자 인지는 모르겠지만(중간에 들어서), 확실한 건 이 사람의 주장은 현재 검정 교과서들이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거였다.


또 부아가 치밀었다. 똑같은 상황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그제는 합정역 사거리에서 이상한(?) 현수막을 보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역사를 배우고 있습니다.”


정말 기가 찬다. 저번 주 100분 토론에서 권희영을 비롯한 국사교과서 국정 지지자 패널들의 발언에 심한 빡침을 받은 이후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새누리당이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듯.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국정화의 논거가 참으로 새누리당 다웠다. “우리아이들이 학교에서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어요!” 이게 새누리당과 정부의 국정화를 위한 모토다.


동국대 홍윤기 철학과 교수가 하도 어처구니 없어서, 100분 토론 와중에 7종 교과서(8종 중 교학사 제외)를 열어 확인까지 시켜줬다. 7종 교과서 중 3종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싣고 있었다.


김일성 전집에 나온 주체사상의 핵심 내용을 자료로 제시하면서 교과서들은 비판적 논조로 설명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한 우상화 작업이라고.


그런데 국정화 지지자들은 이걸 왜 싣느냐는 거다. 성인들은 상관없지만 자라나는 어린 학생에게는 주체사상을 싣고 있는 자체가 어떤 의도를 담고 있다는 거다. 교사에 따라서 가르치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것.


이들의 주장은 그냥 아전인수요, 견강부회로밖에는 안 들린다. 그리고 똑같은 패턴으로 이를 반복하거나(자신들의 주장이 논파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주장의 중요치 않은 부분을 집중 공격하여 논지를 흐리게 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다른 방송 토론을 보아도 비슷한 방식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방식이 일반 대중에게 먹히고 있다는 거다. 심히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계속 반복해서 “우리 아이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있어요!” “현재 한국사 교과서들은 모두 좌편향이에요~!”라는 말도 안돼는 주장들로 인해 대중은 정말 교과서가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문 조사를 봐도 그렇고 막연히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기성세대들도 그렇다. 특히나 역사를 잘 모르는 50대~80대에게는 ‘전교조=빨갱이’라는 도식이 더 강화되고 있다.


아마도 새누리당 쪽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거다. 이 말도 안돼는 억지 주장이 먹히고 있으니. 내 부모님만 해도 교과서가 ‘좌편향’돼서 큰일이라고 걱정하시니 말이다.


새누리당 쪽이 말하는 ‘좌편형’이라는 잣대는 한마디로 침소봉대다. 이들의 논리는 보천보 전투(김일성의 대일 항쟁)를 과대포장 했다는 거고, 싣지 말아야 할 김일성 전집의 내용을 다루었다는 거다. 그리고 ‘건국’을 문제삼으면서 검정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리고 6.25 전쟁을 검정교과서들이 북침이라고 했다는데, 이는 어느 교과서에서 기술 된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7종 중 하나의 교과서에서 ‘북침’이라는 용어를 쓴 모양인데, 이걸 갖고 검정교과서들은 모조리 좌편향 되었다는 주장을 편다.


심지어는 현대사 단원 첫 사진을 문제 삼기도 한다. 허고 많은 사진 중에 민주화 투쟁의 사진을 싣는 것은 어떤 역사적 의도가 내재돼 있단다. 경제발전을 다룬 사진을 메인에 걸어야지 왜 굳이 데모하는 걸 현대사 메인 사진으로 쓰느냐는 거다.


이들의 논의를 살펴보면 그냥 쓰레기같은 것들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슈화시켜서 현 검정 교과서체제가 ‘좌편향 됐다’라는 걸 계속 반복하여 대중의 뇌리에 심으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는 개정을 빌미로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국정화하겠다는 심보로 보인다. 국정을 비판하는 쪽에서 이 얘기를 꺼내면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를 갖고 비판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국정교과서 시험판(예비판)에서 이미 그 기조를 들어내 보여주고 있다.


실험본 교과서(국정 교과서를 발행하기 이전에 시험적으로 가르쳐보는 교과서)에는 '독재'라는 표현이 완전히 빠져있다. 일제시대의 내용은 일본 우익을 대변해 주는 듯한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일본 우익이 계속해서 우려먹어온 내용이다. 일본에 의해 건설된 철도 도로는 해방이후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됐다는 거. 토지조사사업이나 산미증식계획으로 인한 쌀 ‘수탈’을 ‘수출’로 명명한 건 애교다.


우익 학자들은 일제의 토지조사사업과 산미증식계획을 근대적인 소유권 제도의 확립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이완용을 기술한 부분이나 을미사변을 기술한 부분은 매우 온건하거나 분량이 지극히 짧다. 을미사변으로 명성왕후가 살해된 사건은 단 한 줄에 불과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지금부터 우익 인사들의 역사의식이 투영된 미리보는 국정교과서인 기술을 봐 보자.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 채택률 0를 보이자 대안 교과서라고 해서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를 미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교과서포럼에서 낸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기파랑, 2010)는 10쇄 이상을 찍었다.


우익의 역사인식이 어떤지 위 책에서 몇 가지만 발췌해서 보고자 한다. (조금 분량이 되지만 국정화 지지자들이 어떤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지 극명히 드러나는 부분이기에 그대로 옮겨 본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맨 먼저 산미증식계획을 서술한 86~87페이지 부분이다.

 

 


 

 

문화정치로 전환한 총독부는 농업개발에 착수하여 산미증식계획을 추진하였다. 이 계획이 수립된 데에는 1918년 일본에서 쌀이 부족해져 주요 도시에서 ‘쌀소동’이라는 소요가 발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 계획의 주요 내용은 저수지, 보, 양수장과 같은 수리시설을 확충하고자 각지에서 수리조합이 활발하게 결성되었다. 수리조합은 식산은행의 대출자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했고, 총독부의 토지개량과는 공사의 설계와 기술을 지원하였다.

산미증식계획의 결과 수리시설을 갖춘 논이 증가하였다. 종자 개량도 추진이 되어 일본계 우량 품종이 대부분 농촌에 보급되었다. 1929년 흥남에 질소비료공장이 완공된 후에는 화학비료의 투입량이 크게 늘었다. 그 결과 쌀 생산량이 증가하였다. 증산된 쌀의 상당부분은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1910년대 후반에 비해 연평균 쌀 생산량은 700만 석가량 증가했는데, 그 가운데 570만 석이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쌀의 생산이 늘어난 데에는 쌀값이 다른 물가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시장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농민과 지주는 다른 농사보다 수익성이 좋은 쌀농사에 주력하였다. 농민들은 산미증식계획의 지원을 받지 않고서도 자발적으로 수리시설을 개량하였다. 그런 토지가 수리조합에 속한 토지보다 훨씬 많았다.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 pp86~87


여기에는 일본의 산미증신계획 의도가 잘 드러나 있지 않고, 그 결과로 우리민족의 근황이 어땠는지는 전혀 기술되어 있지 않다. 우량 품종이 농촌에 보급되었다는 이후 내용들은 모두 산미증식계획에 대한 우호적 기술들이다. 일본의 이 계획으로 일본에 많은 수출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좋아졌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부정적인 기술을 하나도 찾을 수 없다.


똑같은 산미증식계획을 <우리역사>에서는 어떻게 기술했는지 보자. 참고로 한영우 교수의 이 책은 우리 역사의 객관적 기술과 탁월한 평이성을 인정받아 외국에 우리 역사를 알리는 가장 대표적인 역사서다. 러시아판, 영어판이 모두 번역되었다. 그리고 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이자 문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이기도 하다. 주요 인터넷 서점 추천도서임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역사>(경세원, 2007)에는 산미증신계획 내용이 534페이지에 나와 있는데, 그 바로 앞 페이지에 소제목이 ‘경제수탈의 강화’이다.

 

 

 


 

일본은 1910년대 이후 자본주의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농민들이 도시에 몰려 식량 조달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산미증식계획이 세워졌다. 이 계획은 토지개량과 농사개량에 의해 식량생산을 대폭 늘림으로써 일본으로 더 많은 쌀을 가져가고 우리나라 농민생활도 안정시킨다는 목표 하에 추진되었다. 그러나 제1차(1920~1925), 제2차(1926~1934)계획이 계속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36년 현재 쌀 생산량은 1920년보다 약 30%가 증가한 데 불과하였으나, 일본으로의 수출량은 약8배로 증가하였다. 1932~1936년의 평균 쌀 생산량은 1700만석인데, 일본으로 가져간 것은 그 절반이 넘는 876만석이었다. 그 결과 한국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20년의 약 7두에서 4두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일본인은 1년에 1인당 1석 2두를 소비하였다. 한국인들은 부족한 식량을 만주에서 들여오는 잡곡[조,수수,콩] 등으로 메꾸어 갔다.

우리나라 농민들은 식량사정만 나빠진 것이 아니라, 과도한 수리조합비로 자작농이 소작농으로 몰락하는 사례가 많았고, 농업구조와 유통구조까지 쌀 중심으로 개편되어 경제구조의 파행성이 심화되었다. 결국 일제의 산미증식계획은 1920년대 이후 소작쟁의가 격화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우리역사> p534


위의 대안교과서 내용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비슷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역사>에는 이 계획의 원인과 진행 결과를 아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 수탈정책으로 우리 민족은 매우 고통 받았다는 정황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수탈’이지 ‘수출’이 아닌 것이다.


이번엔 을미사변을 기술한 부분을 비교해 보자. 대안교과서에는 을미사변 내용이 정말 짧게 기술되어 있다. 55페이지에 [3국간섭과 을마사변]이라는 소제목하에 15줄로 기술되어 있는데, 을미사변은 단 1줄로 처리했다. 나머지는 모두 3국 간섭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3국간섭으로 한국을 보호국으로 만들려던 책동이 좌절되고, 나아가 친러파가 정권을 잡는 사태가 벌어지자 1895년 10월 민황후를 시해하였다(을미사변). 이후 김홍집과 유길준 등의 내각이 조직되어 급진적인 개혁 정책을 시행했는데, 특히 단발령은 극심한 반발을 일으켰다.


2007년 국정교과서 <국사>에 서술된 내용과 흡사하다. 거기서도 1줄로 처리했는데, 근현대사 책이 따로 발간됐기에 별로 문제거리가 되지 않았다. 근현대사 검정 교과서들은 보다 자세히 이를 소개했다. 일부 검정교과서는 자료 박스로 제시하기 까지 했으니까.


<우리역사>에 기술된 내용을 보자. 487~488페이지에 걸쳐 소개돼 있는데, 절의 명칭은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와 을미의병(1895~1896)]이다.


친일세력의 실각에 불안을 느낀 일본은 또다시 폭력으로 정국을 뒤집어 놓기 위하여 먼저 당시 친러외교를 주도하던 명성황후를 제거하려고 음모를 꾸몄다. 이를 위해 일본은 이노우에 가오루 대신 육군 중장 출신의 과격한 인물인 미우라 고로를 우리나라 주재 공사로 보내 일본인 수비대와 경찰 그리고 신문기자 등으로 하여금 1895년 음력 8월 20일 새벽 경복궁을 습격하여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홍계훈을 비롯한 훈련대군인들이 저항했으나 흉도들을 막지 못했다. 45세의 황후는 시해된 뒤 시체가 불살라졌다. 이 사건은 우리 국민의 분노는 물론 국제적 비난을 크게 불러 일으켰는데, 일본은 미우라 고로 일당을 소환하여 히로시마 형무소에 가두고 재판하는 체하다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을 을미사변이라고 부른다.


근현대사 검정교과서들의 내용은 <우리역사>의 내용과 비슷하다. 단지 분량 차이(약 절반 정도만 기술)만 있을 뿐이다. 교과서포럼이 쓴 근현대사만 한 줄로 기술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박정희 정권에 대한 기술 부분을 살펴보자. 여기서는 ‘독재’에 대한 기술 여부이다. 교과서포럼의 현대사 부분 중 박정희 정권을 기술한 60~70년대 내용을 샅샅이 살펴봤다. 놀랍게도 ‘독재’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2007년 국정교과서 <국사>에서 박정희 정권을 평가한 부분을 살펴봤다. 126페이지에 유신체제 대한 평가가 기술되어 있다.


1967년 선거에서 재선된 박정희는 3선 개헌을 강행하였고, 1972년에 비상 계엄을 선포하여 국회를 해산하였으며, 10월 유신을 단행하였다. 10월 유신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민주적 헌정체제를 부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면서 장기적인 독재체제를 구축것이었다. 2007년판 국정교과서 <국사> p126


교과서포럼의 <근현대사>는 박정희 정권에 할애한 부분이 180페이지부터216페이지까지 무려 37페이지나 된다. <우리역사>는 10페이지 분량이고, 대부분의 검정 근현대사 교과서들은 20여 페이지 정도 된다. 요즘 잘나가는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휴머니스트, 2007)의 경우는 28페이지 정도 된다. 근데 여기에는 5장 5절의 제목이 [되살아난 군사독재]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사 교과서 개정 논란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의 역사의식을 교조화하고자 하는 은밀한 시도라 추정할 수 있다. 그 정황적 증거가 교학사 교과서와 교과서포럼이 펴낸 <근현대사>이다.


여기에는 친일에 대한 단죄가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기술되어 있고(이완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나라를 팔아넘긴 매국노라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 일제 36년의 만행들이 완화 및 미화되어있다. 이는 산미증식계획을 기술한 부분을 보면 대번 알 수 있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을 기술한 부분에서 현 정권의 역사의식의 방점을 찍는다. 그 많은 분량을 할애했지만 정작 중요한 ‘독재’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배우고 있는 국정교과서 실험본도 교과서포럼이 쓴 근현대사 책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이건 100분 토론에서 밝혀진 바 있다.


현 시점에서 국사교과서의 국정은 어불성설이다. 세계 제대로 된 나라에서 아이들을 단일화된 교과서로 자국의 역사를 가르친다는 건 일종의 코미디다. 만일 우익 인사들의 지적처럼 행여나 잘못된 곳이 있다면 현재 검정 교과서 내에서 타협점을 찾아 고치면 된다.

 

아주 편한 길을 놔두고 산을 옮기려는 행위는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납득하기 힘든 사안이다. 교조적 선전을 가려내는 국민들의  혜안이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덧]

개인적으로 하도 언론에서 좌편향 교과서 운운해서 해당 부분을 찾아 한영우 교수의 <우리역사>와 대조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현재 검정교과서들은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내가 본 건 두산, 대한교과서, 지학사) 진짜 문제가 심각한 건 우익이 만든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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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0-30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민주주의는 신체 장기에 비유하자면 간 같습니다. 건강할 때 모르잖아요. 완전 망가졌을 때 제대로 증상이 나오는.... 이 교과서 문제만 해도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간암 5기라는 것을 증명한 예라 보여집니다. 도무지 이해를 못함.....

특히 쌀 수탈을 어떻게 쌀 수출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뇌에 들어가서 탐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착한 제국주의라는 망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ㄲ요 ?
아니 니미... 착한 짓 하려면 왜 침약을 하죠 ? 아예 멀리서 원조나 해주면 되지... 아, 또 아침부터 열받네... 에휴... 얼릉 눈곱 떼고 씻어야 겠다....

yamoo 2015-10-31 22:26   좋아요 0 | URL
민주주의를 간에 비유하시다뉘...탁견이십니다~

7종 검인정 교과서 중 2개 교과서가 수출이라고 명명했더라구요....그치만 전체 논조가 우리가 일본 때문에 어려웠다는 거였습니다~ 통계치를 언급하며 수출이라 명명했는데, 요걸 갖고 아주 오지게 공격하더이다~ㅎ

어제 또 토론회 하던데, 이번에는 자유경제연구원에서 나온 여자가 두껑 열리게하더이다..ㅋㅋ

stella.K 2015-10-30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 났군요. 어떻게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있는 족족 시비만 걸고
문제만 일으키는지 모르겠네요.
안 그래도 산적한 민생현안들이 많은데 이런 것 가지고 발목을 잡고 있으니.ㅠ
그래도 이대생들 박 언니 오는 거 저지했다고 나오더군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잘한 일이라고 봐요.ㅋ

yamoo 2015-10-31 22:29   좋아요 0 | URL
민생 보다는 박근혜 집권기 동안 눈에 가시같은 이 역사 교과서 문제를 일닥락 지을 모양새입니다..

흠..오는 거 저지한 거 보다도 지속적으로 박근혜 정책을 비판적으로 지켜보고 계속 딴지를 거는 게 오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이대생들이 역사교과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고맙겠네요~^^

나그네 2015-10-31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봤습니다. 그들의 주장도 함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p3wVHmcYeZU&feature=player_detailpage

yamoo 2015-10-31 22:30   좋아요 0 | URL
그네들 주장들은 계속 듣는데...들을수록 짜증 수치만 높아지더군요~ 계속 견강부회식 논리를 잘도 지껄입니다~

쉽싸리 2015-10-31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드라 종북 교과서는 기본이고 이제는 적화통일 운운...박근혜빨아주기 기도 안차요.

yamoo 2015-10-31 22:31   좋아요 0 | URL
아오~ 이게 누구십니까, 쉽싸리 님 아니십니까!! 잘 지내시죠~^^

그냥 하는 짓거리가 엔날 공작 정치하는 거 같더라구요~ 짜증납니다~~

2015-10-31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31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10-3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안교과서를 비정상적인 사회가 만들어낸 괴작으로 선정하고 싶군요.

yamoo 2015-10-31 22:33   좋아요 1 | URL
괴작의 탄생인가요? ㅋㅋ

사이러스 님도 요 문제좀 비판해 주시면 좋을 텐데....말이죠^^;;

cyrus 2015-11-01 19:2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야무님이 아주 정확하게 문제점을 짚으셔서 제가 따로 글을 쓸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3일 간의 마라톤 협상의 결과로 나온 타결안을 보면서 제일 처음 든 생각이 '이건 뭐지?!!'라는 거. 그리고 새벽부터 부산하게 연속적으로 이를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서 현 정부의 협상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어찌도 그리 협상을 못하는지..

 

사실 이번 협상은 절호의 기회였다. 북한의 대남 도발을 하고 보여 준 행태 중에 가장 어의 없는 반응을 보인 때였다. 준전시태세를 선포해 놓고 바로 협상을 제기하는 모습은 북한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다. 지금까지 북한이 이런 상황을 연출한 적이 없어 완전 호재였다.

 

근데!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얻으려고 북으로 간 두 양반이 들고 온 결과물은 진짜 참담한 성적표였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 측 요구가 모두 관철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보수 언론(TV조선)에 초청되었던 한 인사가 '북한에게 있어 100점'이라는 말은 이 타결안의 결과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발언이었다.(앵커가 당황하여 빨리 마무리 한게 더 우스웠음..ㅎㅎ)

 

일단 타결안 6개 안을 거들떠 봐 보자. 북측에서 먼저 발표한 거다. 그래서 북남으로 표현되어 있다.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6개 합의 내용

 

 

 

1. 북과 남은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평양 또는 서울에서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3.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신생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한다.


4. 북측은 동시에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5. 북과 남은 오해 추석을 계기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초에 가지기로 하였다.

 


6. 북과 남은 다양한 뷴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이 타결안을 두고 현재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찬사 일색으로 도배되어 있다. 김관진의 협상력이 빼어나다는 둥, 엄정하데 개처한 결과라는 둥, 박근혜 정부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성과라는 둥 정부 우호적인 평가가 대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위 타결안의 핵심 사항인 우리측 안이 하나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도대체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는 어디에 있는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우리 측을 대표해서 간 두 사람은 북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잠도 못자고) 북한의 요구조건만을 수용하고 돌아온 꼴이다.

 

저기에 어디 사과와 재발 방지가 들어있나. 정부 측에서는 2안을 '사과'를 우회적으로 얻어 낸 것이라고 자평하는데, 이게 무슨 사과인가. 고등학생 정도만 되도 알겠다. 저 두 번째 조항은 사과가 아니란 것을.

 

 

제2항을 다시 살펴보자.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북측'이라고 주어를 명시한 것에 대단한 의미를 두고 있는데, 이는 침소봉대이다. 저 문구는 이런 뜻일 게다. 북측이 보건데, '군사분계선에서 지뢰가 터져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평소같으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남측이 자꾸 뭐라 하니) 참 유감이다.'라는 의미를 담은 내용 아니었겠나?

 

자기들이 했다면 사과를 했어야 했고, 우리 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바인데, 북측의 반응은 위와 같이 표기했다. '사과'와 '유감'은 완전히 다른 단어다. '사과'는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비는 것이고, '유감'이란 언잖게 여기는 마음(또는 마음에 섭섭함)이다. (사전에 찾으면 바로 나온다.ㅎ)

 

그러니까 내가 위 합의문과 정부의 행태를 보고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유감'인 거다. 여기에 '사과'를 대입해 보면 말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걸 말이 된다고 우기면 아전인수가 된다.

 

지금 언론에서 하는 거의 모든 뉴스가 바로 이런 아전인수 격이다. 우리측 성과라고 포장하는 제2항을 계속 '사과'라고 풀고 있다. 정치적 용어도 어떤 그럴듯한 해석가능한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2항의 '유감'은 전혀 '사과'를 담고 있지 않다.

 

'유감'이 '사과'를 함축하려면 이런 식의 발언이 되어야 한다. '내가 했다. 유감이다.' 이럴 때 비로소 '유감'을 '사과'의 뜻으로 풀 수 있다. '사과'는 너무 쌔니, '유감' 정도에서 마무리 짓자는 뭐, 그런 타협점을 느낄 수 있는데, 합의문 제2항의 표현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한 가지 성과가 있다면 제3항의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신생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이다. 이게 '재발 방지'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많은 걸 포기하고 얻은 대가치고는 수위가 낮아 불만이다.

 

여튼 총평하자면 북측은 90점, 우리측은 10점의 타결안이지 않을까 한다. 북이 공식 발표 몇 분 전에 이미 뉴스를 통해 공표했다는 것이 이 타결안의 핵심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할 것이다. 북한은 주 목적인 확성기 철거를 관철했고, 사과를 아주 미묘하게 빗겨갔으니까. 우리측은 사과도 받지 못했고, 재발 방지도 확고히 받아 내지 못했으니...

 

그냥 하늘이 준 기회를 날려 먹은 협상안이라 생각하련다~ 젠장!

 

북측에게 협상으로 휘둘린 우리 측 정부 인사들에게 다음 책들을 강추하는 바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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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sksek 2015-08-25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Q

saint236 2015-08-2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감과 사과가 유의어인지 이번에 알았습니다. 국어사전이 바뀔 것 같습니다. 네이버에서 한번 검색해 보려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8-2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감이 사과이면, 그동안 우리가 일본 정부의 유감 표명에 만날 지랄했던 것은 뭐라 설명할지 모르겠군요.
 

오늘 아침 뉴스에 재밌는 기사가 올라왔다. 독서왕이 훔친 돈으로 책을 샀다고. 정말 황당한 사건이지 않은가. (책을 훔치는 도둑은 봤어도..ㅎㅎ)

 

서울과 부산의 빈 사무실을 돌며 현금만 훔쳤다는 독서왕. 그 도구는 드라이버 하나란다. 5년 간 이 짓을 했다는데, 그 총액은 1억 5천 만원. 그 훔친 돈으로 책을 사서 탐독했단다. 구입한 책이 1만권이라나!? 근데, 이 독서왕이 범죄 소설의 마니아였다고.

 

흠...알라딘 북풀에서 범죄 소설의 1인자로 등극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ㅎ

 

더 재밌는 건, 이 독서왕이 훔친 돈으로 책을 왕창 사서 부산의 한 도서관에 수백권을 기증하기도 했다는데. 의적 비스무리한 행위인 거 같다. 도서관은 항상 책이 필요한 기관인데, 도둑이 책을 기증한다?! 정말 희한한 도둑인 건 확실하다.ㅋㅋㅋ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없다."는 경구를 완벽히 허언으로 만들어 버린 독서왕.

 

훔친 돈으로 책을 사거나 도서관에 기증까지 하는 행위라니. 이런 걸 문화 나눔 범죄라고 해야하나..ㅎ 난 적어도 명박이보단 훤씬 윤리적으로 건전하다고 생각한다.ㅎ

 

 

근데, 범죄 소설의 마니아라니, 갑자기 범죄 소설이 급 땡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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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5-08-1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당한 사람이네요;;; 저도 지금 기증도서업무를 맡고 있어서 저런 경우가 된다면 어찌해야될지 모르겠네요. 여튼 황당하네요;;; 그리고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없다라면 경구는 맞지 않다는 걸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일찌감치 깨우친지 오래입니다. ㅋㅋ

[그장소] 2015-08-14 13:22   좋아요 0 | URL
아,저도요! 저는 책 대출해 보면서 느낀 케이스!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사람 없다더니, 책에 뭔짓을 하는 건지...이루 말 할 수가 없어요...(경악)
범죄자도 이제는 말할 수있다...며,책을 내는 세상..ㅋㅎ..하아..그죠?

yamoo 2015-08-15 23:44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군요! 부러운 직업을 가지셨네요^^

저두 사람 악한 거 하고 책 좋아하는 것 하고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워낙 널리 회자되는 말이라서뤼..--;;

인디언밥 2015-08-1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재밌는 기사네요. ㅎ_ㅎ

[그장소] 2015-08-14 13:23   좋아요 0 | URL
잼있나..빵있나..한참 두리번 거렸네요..^^ 배고파서..

yamoo 2015-08-15 23:45   좋아요 0 | URL
네, 무척 재밌고, 신선한 기사였습니다. 저 사람은 어떤 형을 받을지..ㅎ 아마도 절도죄로 실형을 받겠지요..ㅎ

해피북 2015-08-1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그 기사를 보고 두가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는 `책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건데 1만권 을 투자한 사람이라면 분명 자신의 삶을 보다 밝게 꾸려갈 수 있었을텐데 하는것과 두번째는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던 속설이 깨져버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ㅠㅅㅠ

[그장소] 2015-08-14 13: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책은 좋고 보긴해야겠고 바른 방법은 싫고..혼자 나빠지긴..싫었나..봅니다..흠,,, 이상한 방법으로 (그러나,그 나름은 아마 절실한)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요..^^;;

yamoo 2015-08-15 23:47   좋아요 0 | URL
속설은 속설일 따름이지요.ㅎ
1만권을 범죄 관련 소설만 줄창 읽으면 사람이 계도가 되기는 커녕 나쁜 목적을 좀더 강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ㅋㅋ
이 사람의 취미는 책이라 책을 많이 사고 또 기증하고 그랬나 봅니다. 훔친 돈으로도 취미생활은 왕성하게 할 수 있느니까요..ㅎㅎ

[그장소] 2015-08-1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moo 님 방을 제가 휘젖고 가요...한분만 말을 붙여놓자니 이상해서요..^^
안부도 남기고 갑니다. 좋은 불금! (불쌍한 금욜 말고!) 보내셔요!꼭~이요~^^

yamoo 2015-08-15 23:48   좋아요 0 | URL
순간적으로 그장소님 서재인 줄 알았습니다. 다시 제 서재인지 확인해야 했다는..ㅎ
그장소님 센스 쩜니다요~^^
전 지금 황금연휴를 보내고 있어요~ㅎ
감사합니다. 그장소님두 좋은 연휴 보내고 계실거라 생각됩니다!

재는재로 2015-08-14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책을 훔친 사람은 들어봤어도 돈을 훔쳐 책을 사다니 이건 뭐지

yamoo 2015-08-15 23:49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가 재일 황당하게 생각한게 바로 그거에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8-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당최 책 읽은 사람치고 악인 없다는 말을 믿어본 적이 없습니다. 책 읽으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마치 단 음식 좋아하는 사람은 달콤한 로맨티스트가 될 가능성이 90%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yamoo 2015-08-15 23:50   좋아요 1 | URL
저두 그렇습니다. 속설은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말 같습니다.ㅎ 우린 인과 관계가 없는 두 사실을 그럴듯하게 잘도 이어 붙이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베르그손은 이런 걸 지성의 자연스런 작동방식이라네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8-16 10:01   좋아요 1 | URL
베르그손이 그런 말을 하셨군요. 가만 보면 출판계만큼 악랄하게 월급 적게 주는 곳도 없고, 출판사만큼 노동량이 많은 곳도 없습니다. 좌파 출판사`는 놀랍게도 우파 자기계발서 출판사만큼 노동을 착취하기도 합니다.. ㅎㅎㅎ 글을 다루는 사람이 양심적이란 것은 그저 착각일 뿐. 몇몇만 좋은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과 인격은 다른 것...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yamoo 2015-08-16 13:35   좋아요 1 | URL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곰발님께 베르그손의 저작들을 강추드립니다. 제가 지금 베르그손의 주저들을 읽고 있는데요, 현재 번역본들의 번역이 개판입니다. 그나마 <시론>정도가 딱 읽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물질과 의식>도 그 정도.. 근데, 베르그손 사상의 핵심이자 출발점인 책은 바로 <시론>이에요. 이 책을 꼭 일독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베르그손은 정말 위대한 형이상학자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물론 제가 감탄한 몇 안되는 철학자입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5-08-16 14:54   좋아요 1 | URL
오, 그렇습니까. 장바구니에 담도록 하게씁니다 시론 말이죠...
작년엔 스피노자 읽고 감동했는데 이제는 베르그손 읽고 감동할 차례로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8-16 14:54   좋아요 1 | URL
오, 그렇습니까. 장바구니에 담도록 하게씁니다 시론 말이죠...
작년엔 스피노자 읽고 감동했는데 이제는 베르그손 읽고 감동할 차례로군요...

oren 2015-08-14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별의별놈들이 다 있는 법이지요.
물론 예외없는 법칙도 없구요..

yamoo 2015-08-15 23:52   좋아요 1 | URL
정말 세상은 넓고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는 듯합니다. ^^

cyrus 2015-08-14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을 훔친 행위는 분명 잘못했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는 돈을 훔치고 책을 사는 자신의 행동을 거듭할수록 양심에 찔렸을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읽은 책을 기부함으로써 그동안 저지른 절도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고 싶었을 겁니다.

yamoo 2015-08-15 23:56   좋아요 1 | URL
제가 볼 때 저 도둑이자 독서왕은 사이러스 님처럼 양심을 갖지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양심에 찔리면 5년 동안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았겠지요..ㅎ 책 기부는 선심이 발동 된 것 같습니다..ㅎㅎ 죄책감을 책을 좋아하는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들의 윤리적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은빛 2015-08-18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점에 일하시는 분들 여러 사람에게 들었는데,
책을 훔치는 사람은 고학력에 전문직이 많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박사과정에 있는 분은 도서관에서 책을 감쪽같이 훔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계시더군요.

이 기사 보고 좀 재밌었던 건,
서초의 한 사무실에서 돈을 훔치고 나오다 떨어져서 다치고,
붙잡혔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책이 읽고 싶은데, 다리도 불편하고,
같은 동네에서 더 훔칠 수가 없어서 부산으로 내려갔다는 대목이었어요.
거기서 불편한 다리로도 또 돈을 훔쳐서 책을 읽었단 얘기잖아요.

yamoo 2015-08-19 00:24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서 책을 깜쪽같이 훔치는 방법을 알다뉘~ 참으로 깜찍한 분이군요! 헐~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는 거 같습니다..ㅎ
같은 동네에서 더 훔칠 수가 없어 부산으로 원정을...ㅋㅋㅋㅋ
 

원두 가격 절반 내렸는데, 커피값 인상?

 

<앵커>

요즘 한 끼 밥값보다 한 잔의 커피 값이 더 비싼 경우가 있습니다. 커피 원두 가격은 크게 떨어졌는데도 한번 올라간 커피 값은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장세만 기자입니다.

 

<기자>

한 식품 대기업 계열의 커피 전문점, 모레(2일)부터 커피값을 올린다는 공고가 나붙었습니다.

아메리카노 4천300원에서 300원 인상, 우유가 들어간 라떼는 5천200원으로, 700원을 올린다는 내용입니다.

고급 원두를 쓰는데다, 4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게 업체측 설명입니다.

이 업체는 SBS 취재가 시작되자, 커피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곳 뿐이 아닙니다.

지난 2010년 이후 유명 커피전문점마다 너나없이 가격을 인상했는데 세 차례나 올린 곳도 있습니다.

문제는 국제 원두가격 인상을 이유로 몇 차례나 커피값을 올렸던 커피점들이 반대로 원두값이 떨어질 때는 꿈쩍도 않는다는 겁니다.

현재 원두커피 원료로 쓰이는 아라비카 품종의 경우 고점이던 재작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값이 내렸습니다.

인스턴트 커피 업계에선 값을 내린 사례가 있지만, 커피 전문점들은 원두 값보다 임대료, 인건비 등의 부담이 더 크다며 가격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어제 sbs뉴스 기사

 

 

우리나라는 소비자 가격을 올릴 때 이상하게 동일한 논리를 사용합니다.

 

커피값 올릴 때..국제 원두가격이 인상하여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

우유값 올릴 때..국제 원유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

휘발유 값 올릴 때.. 국제 원유가격 상승을 반영하여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택시 값, 버스 값 올릴 때.. 국제 원유가격 인상으로~블라블라

 

가격을 올릴 때는 언제나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 운운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국제 원자재 가격 얘기는 없는 게 된다.

가격을 올릴 때 국제 가격 운운 했으면 국제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당연히 가격을 떨어뜨리는 게 합당한 논리다. 그런데 어떻게 된게 소비자 가격은 맨날 오르고 떨어질 기미가 없다.

휘발유 가격이야 국제 원유가에 민감해서 국제 원유가가 내리면 조금이라도 내리는 시늉을 한다.(뭐 올릴 때는 팍~ 올리지만) 그런데, 우유 값이나 커피 값은 가격을 올릴 때 들었던 이유가 가격을 내려야 할 때 전혀 이유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 커피 가격은 국제 원두 가격이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커피전문점 커피 가격은 임대료와 인건비가 8할 이상이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 시 국제 원두 가격 운운한다. 가격 올리는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소위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에 딱 좋은 이유다.

 

커피 가격 형성에 별 영향도 없는 국제 원두 가격 운운 했다면, 당연히 국제 원두 가격이 떨어지면 가격을 내려야 한다. 아니, 내리는 시늉이라도 해야한다. 그런데 한국의 커피전문점들은 담합이라도 한냥, 국제 원두 시세가 최고 시세의 절반으로 떨어졌을 때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소비자 원성을 살 수밖에. 그냥 가격 올릴 때, 임대료와 인건비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해라. 커피 소비자 가격 올릴 때 국제 원두 가격 운운하면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에 덧붙여 떠들자면,

이 사태에 대해서, 커피 전문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쌍심지를 켜는 사람들이 있다. 250원짜리 자판기 커피의 20배가 넘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년놈들이라고..

3천원 짜리 라면 먹고 80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면 뭐, 있어보이냐...는 논리.

 

이런 비판은 대부분 여성들을 향하고 있다. 사실 커피전문점 자리를 점령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성들이기 때문. 약속 때문에 점심 시간 대에 커피전문점을 가보면 정말 10에 8은 여성들이다.

그래서 커피 가격이 5천원 6천원으로 오르면 안사먹어야 하는데 이들 때문에 커피전문점들이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열변을 토하는 한 무리가 있다.

 

뭐, 완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정말 놀이문화가 전무하다.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게 그들에게 일상적으로 제공되는 놀이문화이기에 여성들이 커피전문점 카페에 많은 것이다. 이건 매우 구조적인 사회문제이다. 커피전문점을 메우고 있는 여성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놀이 문화가 전무한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문화를 생각해 봐야 한다.

 

비판은 여성들을 향할 게 아니라 커피전문점으로 향해야 한다. 한국 스타벅스가 계속 성장하는 이면에는 우리사회의 이런 기형적인 놀이문화 부재가 한 몫하고 있다. 그만큼 벌었으면 양심적으로 커피가격을 책정해라. 아메리카노 레귤러 한 잔에 3000원이면 충분하다. 5000원은 사실 범죄 수준이다. 브랜드 이름 가격을 반영해도 3500원을 넘으면 안된다는 거다.

 

이런 폭리를 막으려면 많이 이용하는 여성들이 들고 일어나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여성들은 가격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이 강한 거 같다. 커피전문점들의 행태를 이렇게만 보구만 있으면 너무나도 울화가 치민다. 커피전문점을 메우고 있는 여성들이여 단결하여 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를!

 

 

덧붙임

최고 수준의 원두가 Kg당 16000원 정도랍니다. 한잔 가격이 160원도 안된다는 건데...커피전문점들이 이 최상의 원두를 사용한다는 보장도 없고...커피가격과 커피에 대해서 잘 알면 그만큼 커피회사들이 어느 정도의 폭리를 취하는지도 알겠지요. 그래서 커피에 관한 책들을 모아 봤습니다. 커피에 대해서 알면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몇 권을 읽어 봤는데 꽤 유익했습니다. 커피는 이미 우리 삶 속에 너무도 깊이 들어와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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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8-3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가격이 커피 가격이던가요, 공간과 시간과 서비스의 가격이지요.

yamoo 2013-09-02 11:35   좋아요 0 | URL
그래요. 임대료 때문에 가격을 올린다면야 수긍하지만 원두가격 오르면 올리는 행태가 불합리한 거 같아 쓴 글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1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는 일종의 스끼다시'입니다. 메인 요리에 딸려서 나오는 음식.
사실 커피샵에 가는 이유는 커피 때문에 아니라 편안한 공간'을 빌리기 위해서입니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공간을 빌리기 위한 장소... 뭐 그쯤 아닐까 싶어요..

yamoo 2013-09-02 11:37   좋아요 0 | URL
그쵸~ 공간...그래서 임대료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 어느정도 수긍하겠지만 원두가격인상하면 올린다는 그 이유는 너무도 뻔뻔한 거 같아서, 뉴스 기사를가져와 봤습니다~ 저두 공간에 대한 가격이 주라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3-09-0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뜰한 편이라 커피 3500원 하는 커피 집을 좋아하고
5500원까지 마셔봤지만... 8000원의 커피는 부담스럽군요.
그런데 제가 커피 집을 가게 되는 이유는 커피를 사이에 두고
친구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 때문입니다. 그러니 커피 값이라고 여기기보다
자리 값이라고 여길 때가 많아요. 이를 테면 커피 집의 난방비, 냉방비, 각종 세금이나
인건비에 보탠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ㅋㅋ
그래도 커피 값은 비싼 것 같아용. 내렸으면 좋겠어요.

yamoo 2013-09-02 11:38   좋아요 0 | URL
저두 한 3000원만 했으면 원이 없겠어요...ㅎ 상대적으로 커피전문점 커피값이 쌌던 엔제리너스 커피도 아메리카토가 거의 4천원...제발 내렸으면 해요. 전 커피를 매일 먹거든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