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작성의 기초
이재경 지음 / 나무와숲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언론사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할 목록 1순위에 있는 책이라 합니다. 주로 기사와 기사체에 대한 글쓰기 교본과도 같은 책인데, 중요한 건 기사체로 글을 쓸 수 있으면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여튼 이 책은 글을 쓰기로 결심한 모든 사람이 읽으면 반드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 중 하나입니다~

  

1. 기사란 무엇인가 

첫째, 기사는 뉴스를 담아내는 표현 양식이다. 기사는 소식을 전하는 글의 형식이다.
둘째, 기사는 산문의 일종이다. 그렇다고 소설이나 수상문은 아니다. 역피라미드라는 기사만의 독특한 문체를 갖는다.
셋째, 기사는 사실을 기록한 글이다. 하지만 같은 사실을 전한다고 해서 모든 기사가 같지는 않다.
넷째, “기사는 발로 쓴다”는 말이 있듯이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다섯째, 기사는 사회적인 글이다.
여섯째, 기사는 팩트의 전달이지만 글쓰기 작업의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 기사쓰기는 끊임없는 사고력 훈련 과정이다.

2. 기자는 누구인가 

기사를 쓰고 고치고 편집하는 사람을 기자라고 부른다. 기자는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기자는 정의감과 호기심을 가져야 하고 언제나 무엇이든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부지런하고 끈질겨야 하며 특권에 따른 책임과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한다.

3. 편집국의 구조와 기사 만드는 과정 

- 편집국의 의사결정 구조
   발행인과 주필➝편집국장➝담당 부국장➝부장➝차장➝고참 기자급의 팀장과 담당기자
-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
기사 취재는 몇 가지 중요한 결정 과정을 거친다. 취재는 기자가 먼저 시작할 수도 있고 데스크가 지시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가 됐건 취재 초기에는 데스크와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기사 작성부터 인쇄로 넘겨질때까지 다음 6단계를 차례로 거친다.
1) 담당 기자의 기사 작성
2) 담당부장의 검토
3) 편집국장의 검토
4) 편집부 검토, 제목뽑기, 지면배치
5) 제작국 마무리작업
6) 공무국 인쇄

4. 기사의 기본형: 역피라미드 양식

역피라미드 기사 형식의 기본 원리는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실을 맨 처음에 제시하고, 이어서 차례로 덜 중요한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이다. 역피라미드 기사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독자가 기사의 핵심 사항을 알기 쉽게 알 수 있고, 두 번째는 편집하는 과정에서 기사 뒷부분을 잘라내도 중요한 내용이 삭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사의 구성요소
·제목(헤드라인, 서브헤드): 제목은 편집 데스크의 몫이다. 제목은 기사읽기의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드: 기사의 첫 문장. 독자에게 던지는 미끼. 리드는 간단히 말해서 전체 기사가 담고 있는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한 문장이다. 리드에는 글 Tm는 사람이 그 기사에 부여하는 의미와 중요성이 축약돼 있고, 또 독자가 기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하는 방향성이 제시돼 있다. 때문에 리드를 잡으면 기사의 전체 흐름이 저절로 결정된다.
·본문: 리드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실들을 글의 흐름에 따라 단락별로 제시한다. 본문 내용은 취재방향과 강도, 기사의 성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구성된다.

-내용의 구성요소
·취재원: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가 만나거나 전화로 통화한 사람, 또는 기관을 말한다. 문장상으로는 “@@에 따르면”, “@@는 ···라고 말했다”는 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6하 원칙(5W1H): 기사가 전하는 사실의 구체성을 구성하는 내용이다.

-역피라미드형 기사쓰기
역피라미드식 기사의 구조는 리드에서 제시한 사실에 대한 요약을 문장으로 연결해 가며 구체적 사실을 담은 정보로 뒷받침하는 양식을 취한다. 이런 기사 양식이 발전한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독자는 기사를 읽다가 어느 때고 멈출 수 있다. 기자는 그러한 독자가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기사를 써야 한다.
둘째. 지면이 부족하면 기사를 줄여야하는데 역피라미드 방식은 이 작업을 쉽게한다. 뒤에서 잘라도 기사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역피라미드 기사의 작성 과정
·리드를 위한 고려사항
  리드의 내용을 최대한 단순화해 너무 많은 내용을 담지 않도록 한다. 또한 리드를 쓸 때 반드시 강한 인상의 동사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사안의 흐름에 따라 리드는 변한다.
·리드의 다양한 유형
  전체 내용 제시형/ 요약형/ 선택형(기사가 다루는 내용이 양자택일의 상황일 때)/ 질문형(독자의 참여를 노릴때)/ 나열형/ 직접인용형/ 사회고발형

5. 기사거리 찾기

-무엇이 기사가 되는가
언론학 이론에서 기사가 되는 요건으로 제시되는 가치들에는 시의성, 중요성, 근접성, 현저성, 특이성, 갈등양상 등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느낌 감각 그리고 매일 지면을 채우기 위해 데스크가 내리는 판단이 기사를 결정한다. 이렇게 보면 기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자와 데스크의 기사 감각이다.


-기사 찾기에 필요한 기초적 자질


-기사거리 찾기


기사감각은 노력으로 단련된다.
뉴스 흐름을 이해하라.
새로운 현상을 잡아내는 안목을 길러라
새로운 관점을 가져라
매체의 특성과 데스크의 시각을 파악하라


포커스 집단과 모니터의 활용
사람을 통한 기사 발굴
공공기관의 문서나 자료의 활용
신문과 잡지의 활용
신문광고의 활용
인터넷 활용
취재계획서



6. 취재의 기초와 취재원

-편집국의 취재 체제
-출입처와 대변인
-취재관련 관행들
    엠바고: 취재원 쪽에서 기자들에게 일정 기간 해당 기사의 보도를 보류해 달라고 하는 요청
    온 더 레코드: 취재원과 대화할 때 취재원의 말을 모두 그 사람의 신원을 밝히며 보도해도 좋다는 뜻.
    오프 더 레코드: 쥐재원 쪽에서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할 때 쓰는 표현.
    배경설명(background): 취재원 쏙에서 신분 노출을 꺼려, 기자에게 말하는 내용을 취재원이 누구인가는 밝히지 말고 보도해 달라는 뜻.

-기사에서 취재원 밝히기
   취재원을 밝히지 않은 경우/ 취재원을 명시한 경우/ 익명의 취재원
- 삼각확인의 중요성
미국 언론에서 강조되는 취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준칙. 절대로 한 취재원의 말에만 의존해 기사를 완성하지 말라는 취재 원칙.

7. 기사쓰기와 고치기 

어떻게 하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어떤 과정을 거치면 큰 실수 없이 기사를 완성할 수 있을까? 4단계 접근법이 이를 가르쳐 준다.

-기사 작성의 4단게 접근법
1) 기사의 주제를 세밀하게 정하기
2) 자료 수집 또는 취재 작업
3) 기사 골격의 구성
4) 기사 고치기

-FORK 방법
F = Focus : 기사의 알맹이 쉽게 찾기
O = Order : 기사 내용 배열 순서 정하기
R = Repetition of key words : 기사의 집중도 높이기
K = Kiss off : 서로 섞이지 않게 기사 구성하기

 
방법론 정리

쓰고 있는 기사의 초점을 기억하라/ 리드를 여러 개 준비하라/ 기사를 쓰면서 독자의 질문을 의식하라/ 기사의 정확성을 확인하라/ 고치기는 나중에 하라/ 큰 소리로 읽어 보라/ 시간 여유를 두고 다시 한 번 점검하라.


- 좋은 문장을 쓰는 요령: 능동형 동사를 써라/ 문장을 짧게 써라/ 복문과 중문은 피하고 단문을 써라/ 글 호흡에 변화를 주라/ 전문 용어의 사용을 피하라/ 시청각 감각을 자극하도록 써라/ 세부묘사를 잘하라


8. 보도자료를 이용한 기사쓰기 

-보도자료란 무엇인가
보도자료는 알리고자 하는 정책이나 사업 또는 행사의 중요 내용을 기자가 이용하기 좋도록 6하 원칙에 따라 정리한 문건.
-보도자료의 기본 성격: 보도자료는 홍보물/ 편파적/ 과장이 포함됨
-보도자료의 유형: 행사안내, 공지사항을 담은 것, 정책 알림, 이미지 제고, 입장을 밝히거나 해명, 사건 개요를 정리한 보도자료

9. 사건·사고 기사

사회 문제가 불거져 나온 곳. 피의자나 피해자는 구체적인 실명의 개인들이지만 그들과 관련된 사건을 알림으로써 사회구조의 뒤틀린 곳을 드러내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촉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건·사고 기사에 접근하는 법
사건, 화재, 교통사고 등은 모두 현장이 중요하다. 기사와 관련된 핵심 정보를 거의 모두 일이 벌어졌던 현장에 관련된 사람에게서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 2단계 접근법
1단계는 현장취재. 2단계는 취재한 사건의 규모나 성격을 정확히 판단한 뒤 어느 방향에서 추가적인 자료를 찾을 것인가를 고려하는 과정을 말한다.


취재해야 할 내용


현장의 취재원


2단계 취재시 고려사항


1.  관련된 사람들의 이름, 나이, 주소와 당시 상태
2. 발생장소
3. 발생시각
4. 발생 사실
5. 사건이나 사고의 원인


-수사담당관 또는 사고대책 담당관
-현장 목격자 확보
-피해자 또는 생존자 인터뷰
-희생자의 친구나 친척 인터뷰
-희생자나 가족에 대한 배려


기사를 얼마나 키울 것인가? 관련 기사를 별도로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추가 취재는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가? -->주로 과거 관련 기사의 검색이나 유사한 사건 기록의 확보, 주요 관련인사들의 인적사항에 대한 조사등을 포함

-화재기사의 작성
화재기사는 다음 세 가지로 유형화가 가능하다.
단순화재/ 방화/ 특별한 사연이 있는 화재

-교통사고 기사
사고 규모가 크거나 추석이나 명절이 끼였을 경우 교통사고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진다.

-범죄기사
범죄 기사는 경찰기사다. 경찰 출입 기자가 관할 구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확인하는 관정에서 포착하게 된다. 규모가 큰 절도 사건이나 유명한 사람이 피해자인 경우, 경찰이나 피해 당사자는 사건을 비밀로 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건의 공개는 경찰에게 부담이 되고 피해자는 명예를 훼손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범죄사건 취재는 많은 노력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범죄기사의 취재원: 경찰, 피해자, 목격자, 담당 의사나 검사관, 과학수사요원들
범죄기사의 사례: 살인사건/ 강도사건/ 절도사건

10. 인물기사 

-인물기사 취재와 기사쓰기
인물기사는 기획기사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기사 양식이다. 인물기사는 취재양식 때문에 인터뷰 기사로 불리기도 한다.

-인터뷰란 무엇인가
인터뷰는 기자와 취재원이 접촉하는 여러 가지 대화 양식이다.

-인터뷰의 역사
미국의 저명한 언론사 전문가인 샌디에이고 대학의 마이클 슈츤 교수는 인터뷰가 핵심적 취재활동의 하나가 된 것은 1860년쯤이라고 말한다. 1820년대 취재기자가 등장하고 취재가 중요한 언론활동이 된 지 40여년 만의 일이다. 20세기 초가 되면 인터뷰는 기자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된다.

-인터뷰의 정치 사회적 의미
인터뷰의 공적 성격으로 인해 슈츤 교수는 언론 인터뷰의 참여하는 당사자를 3자로 보고 있다. 기자와 취재원 그리고 독자(또는시청자)의 3자 관계 속에서 인터뷰의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면,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인터뷰가 정치권력이나 경제, 문화적으로 힘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공개적 토론의 영역으로 개방시키는 기능을 한다.

-인터뷰의 종류
양식에 따른 분류: 대면/ 전화/ 서면 인터뷰
내용에 따른 분류: 뉴스/ 인물탐구형/ 집단 인터뷰 

-인터뷰하는 사람의 품성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의 품성으로는 우선 호기심을 들 수 있다. 그 다음 중요한 품성으로 관찰력과 기억력, 세부사항을 기록하는 습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취재원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자세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인터뷰를 위한 고려사항
사전준비/ 편안한 대화 분위기/ 주의 기울여 듣기/ 기록의 중요성
기사의 정확성을 위한 유의사항: 취재원에게 몇몇 상황이나 사안을 되짚어 주며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피차의 이해가 어긋나지 않는지를 확인한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내용으로 중요한 인물의 이름이나 직책, 장비나 신기술에 대한 정확한 자료 등이 있다. 취재원의 전화나 팩스, 핸드폰 번호 등을 알아 두는 일도 잊으면 안된다. 인터뷰가 끝났다고 서둘러 자리를 뜨는 것도 좋은 태도가 아니다.

-인터뷰의 윤리적 고려사항
기사의 생명은 결국 취재원에게 달려 있으므로 정직성과 성실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인물기사의 두 가지 유형


뉴스성 인물 기사


잡지적 인물기사


간략한 인물기사는 특정 뉴스와 관련해 보도되는 게 대부분이다. 꼭 필요한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 글을 쓴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유형을 스냅 샵 프로파일이라고 부른다.


분량이 길고 드라마적 요소가 가미되어 독자의 흥미를 유도하는 수사적 장치가 동원된다. 많은 내용을 자세히 취재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傳記) 기술 방식과도 비교되곤 한다.



11. 미담기사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이야기 착한 행동을 기사화한 것. 건조한 신문기사 가운데 유일하게 내놓고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유형이기도 하다. 미담 기사는 미국에서는 ‘휴먼 인터레스트 기사’로 불리는 내용이다.

-미담기사의 특징
사람 그 자체보다는 일, 행동 또는 경험이 중요하다.
독자가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시간 제약을 덜 받는다.
한 사람뿐 아니라 집단적 경험도 좋은 취재 대상이다.

-유형별 미담 기사 쓰기
1. 특이한 경험: 자연 재해 등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2. 평범한 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경험에 대한 드라마적인 기술
3. 전 사회적 쟁점: 예를 들면 에이즈에 걸린 사람과 가족 이야기, 경제 위기를 겪은 가정의 사례 등

개인적 선행을 다루는 기사/ 집단적 어려움 극복 기사/ 교육관련 미담 기사/ 현장 체험적 미담 기사/ 트렌드를 반영한 미담기사

미담기사에서 주의할 내용: 과대포장이나 지나친 칭찬 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기사에 포함하는 일 등이다. 따라서 취재의 기본 명제인 현장 확인과 삼각 취재는 미담 기사에서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과정이다.

 

12. 조사의 중요성과 조사기사

-조사는 무엇인가
조사가 직접 취재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호흡이 긴 기사는 주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과 함께 과거 기록확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진행되는 기사를 보강하기 위한 2차적 목적으로 조사 작업을 이용했다면 이제느 오히려 조사를 통해 기사를 발굴하고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기사쓰기가 시도되는 상황이다.

-조사작업의 디지털화
모든 기사가 컴큐터에 저장되기 시작하면서 관련 기사의 검색은 스크랩북에서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Kinds의 이용으로 바뀌었다. 각 신문사는 별도로 해마다 자사의 신문 기사를 오은 CD-ROM을 만들어 자료로서의 접근성을 높였다.

-주제별 조사의 종류
인물조사/ 조사 기사 취재기/ 쟁점조사/ 기관과 조직조사

-여러 가지 조사 작업과 주의사항
문헌조사/ 디지털 자료 조사/ 그 밖의 조사 작업(자체 기획한 설문조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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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09 0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리하느라 힘드셨겠어요~
나중에 차근차근 읽고 공부하더라도,일단 백만개 쯤의 추천을 날리고 싶습니다~

후덥지근 하지만,가만 바람에 얼굴을 내맡기고 있으면 가을 냄새가 나요.
며칠만 견뎌내면 무사히 여름을 지나가게 될거예요~

yamoo 2010-08-09 01:16   좋아요 1 | URL
별루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리뷰 쓰는 것보다 이렇게 정리하는 게 훨씬 쉽거든요~ㅎㅎ 꼭 구입해서 읽어보세요...이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책이라고 신방과 친구들이 얘기해 줬습니다..ㅎㅎ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밤엔 좀 선선해 지는 군요..9월도 무덥다는데, 쪼금만 참으면 나무꾼님이 말씀하신 가을 냄새를 맡을 수 있겠죠~^^

pjy 2010-08-09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약이 별로 힘들지 않다니~오호^^ 전 딴지걸기에 자신있습니다ㅋ

yamoo 2010-08-09 21:43   좋아요 1 | URL
리뷰 쓰는 것과 비교해서요~ㅎㅎ 근데, 워떤 딴지를 거실생각이신가요~~~^^;;
 
윤리 21
가라타니 고진 지음, 송태욱 옮김 / 사회평론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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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구 철학계에 동양의 학자가 회자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양철학사를 꽤뚫고 있어야 하며, 서구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그 개념을 갖고 텍스트의 맹점을 비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20세기 이후 서양에 알려진 동양의 학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전무하지는 않다. 두 사람이 있다. 심리철학을 연구하는 재미 철학자 김재권과 일본의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이 바로 그들이다.

철학자 김재권은 아예 서양철학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제창한 ‘수반이론’은 심리철학계의 거의 모든 문헌에서 언급될 정도이다. 김재권은 한국인이지만 서양철학의 중심으로 파고들어갔고 거기에 한 획을 그엇다고 평가받는 ‘서양철학자’이다.

그렇다면 가라타니 고진은 어떤가? 그는 문학 평론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그의 문제의식이  서양철학으로 향하면서 현실의 문제 해결을 서구의 사색 속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가 행한 일련의 비평과 평론이 서구에 알려지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양의 철학을 바라보는 그를 서구 학계가 주목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안가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일단 대가라고 통용되기 위해서는 선배 대가의 비판을 넘어 대가들의 사상을 자기 언어로 자유자재로 풀 수 있어야 된다. 칸트에 대해서 쇼펜하워가 그랬고, 헤겔에 대해서 맑스가 그랬으며, 스피노자에 대해서 들뢰즈가 그랬다.

모두 선배 대가들의 철학을 자기 철학으로 체화하여 다시 독창적으로 전개 시킨 사람들이다. 여기에 가라타니 고진을 올려 놓을 수 있다.

<윤리 21, 사회평론>을 읽으면 가라타니가 왜 대가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칸트에 대해서 쇼펜하워가 그랬던 것처럼 가라타니는 칸트의 윤리학을 통해 그 자신의 문제의식을 해결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21세기에 가라타니가 화두로 들고 나온 것이 ‘윤리’라는 사실이다. 헌데, 그 윤리가 한 물 간 것으로 평가되는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설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현대 윤리학의 지배적인 위치는 공리주의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지만, 윤리학계의 다수설이라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21세기에 칸트의 윤리를 들고 나온 것일까? 그것은 일본의 특수한 상황이 초래한 저자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저자가 칸트의 윤리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책에 소개되어 있다.

“수년 전부터 나는 전쟁책임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것에 대한 본질적인 것을 말하기 위해서는 책임이란 무엇인가, 윤리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꼈다. 그 때 나는 칸트의 『비판』이 지금도 가장 근본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논의의 출발점은 책임이다. 어떻게 전쟁 책임을 지울 것이냐의 고민이 일본의 상황과 맞물려 자유와 책임의 문제로 심화된다. 논의는 간단하다. 자유 없이는 책임도 없다는 사실이다.

형이상학적인 논의의 차원으로 넘어가기 앞서 가라타니는 현실문제의 윤리적 양상을 짚는다. 고베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면서 아이의 잘못을 왜 부모가 책임을 지고 자살하느냐를 반문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자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가 사과하며 책임을 지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가라타니는 그것이 잘못됐으며 비윤리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부모가 아이에 대한 책임을 떠맡는 순간, 그 아이의 자유는 없고 따라서 그 아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논리 전개는 그대로 천황의 전쟁책임론으로 이어진다. 태평양 전쟁은 천황이 일으킨 전쟁이다. 천황이 모든 명령을 했고 그 밑의 군사들은 그 명령을 이행한 것 뿐이다. 따라서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천황인데, 천황이 책임에서 제외되니 ‘일억총참회’라는 어정쩡한 주장이 나오게 된다.

가라타니는  여기에 일침을 가한다. “일본에서는 개개인이 과거를 알고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말은 옳은 것처럼 보이지만 미묘하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최고 책임자의 책임을 물은 뒤에야 비로소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책임 및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p151)

일본에서는 왜 이러한 현상이 빈발하는가? 그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원인을 묻는 것과 책임을 묻는 것을 혼동하여, 철저히 원인을 밝혀내는 것을 철저히 책임을 묻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라타니는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원인을 묻는 것과 책임을 묻는 것은 다른 문제다. 원인은 철저하게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당사자의 책임 문제와는 구별해야 한다.”(p40)

왜냐하면 “어떤 사건에 관해 원인을 아는 것은 인식의 문제이며,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실천(윤리)의 문제”(p53)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원인을 묻는 것은 형이하학적인 반면, 책임을 묻는 것은 항상 자유라는 형이상학적 영역과 관련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라타니는 책임질 수 있는 자유로운 인간을 찾아야 했다.

이를 위해 가라타니는 자유의 형이상학적 탐구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나오는 제3 이율배반으로부터 시작한다.

◆ 정명제- 자연법칙에 따르는 인과성은 그것으로부터 세계의 모든 현상이 도출될 수 있는 유일한 인과성이 아니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외에 자유에 의한 인과성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

◆ 반대명제- 무릇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것은 자연법칙에 따라서만 생겨난다.

정명제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이고, 반대명제는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가라타니는 이 두 이율배반적 명제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시도한다. 두 명제를 인식의 영역과 윤리의 영역으로 구분한 것이다.

스피노자-마르크스 계열의 구조론적 인식하에서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우리의 행동을 보면 모두 원인이 있다. 개개인이 자유의지로 결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무언가에 의해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pp55-56)

"예컨대 아이가 다마고치나 포켓 몬스터를 갖고 싶어할 때, 자신의 자발성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남들이 갖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 욕망은 타자의 욕망 혹은 타자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지 자유(=자기원인)은 아닌 것이다." (p96) 

한편, 가라타니는 인간에게 자발적인 자유가 있다는 것을 칸트의 정언명법으로부터 도출한다. 하지만 이 의무가 공동체의 의무(=도덕)로 봐버리면 다시 스피노자적 결정론으로 빠지기 때문에 가라타니는 이 의무를 ‘자유로워지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가라타니는 이것을 ‘윤리’라고 명명한다.

“자유는 ‘자유로워지라’는 명령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즉 그것은 결정론적 인과성을 배제하라는 명령이다.” (p71)

가라타니는 이렇게 인식의 영역은 결정론, 윤리의 영역은 자유로 대응시킨 후, 이 양자가 따로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식대상이며 동시에 하나의 윤리적 판단 대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요컨대, 칸트의 의무, 그러니까 정언명법을 저자는 “자유로워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럴 때에야 두 명제가 양립하게 되고, 칸트가 의도했던 게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도덕과 윤리를 키에르케고르의 구분법을 차용해 양자의 개념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자유와 책임 문제를 검토한 후(전쟁의 세기에 대한 마침표) 가라타니는 마지막으로 ‘존재하지 않는 타자’에 대한 윤리의식을 건드린다. 바로 ‘죽은 타자’와 ‘태어나지 않는 타자’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의무이다. 가라타니는 말한다.

“뭔가 새로운 지점에 도달할 때 우리는 과거를 다시 본다. 그것은 죽은 자와의 관계 변화라고 말해도 좋다. 그 경우 죽은 자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변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죽은 자가 처음으로 우리 앞에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무시하고 억압하고 있던 ‘타자’가 존재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p180)

"그런 의미에서 과거는 조금도 완료되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과거의 ‘타자’와 우리의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p182)

이는 타자를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도덕법칙을 견지하는 한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이다. 과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미래도 역시 현재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가라타니의 논지이다.

“우리는 합의를 필요로 한다. 덧붙여 말하면 오히려 위기를 체험하는 것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살아 있는 어른의 ‘행복’만을 생각해서는, 또 그들 사이의 ‘합의’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윤리성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타자와의 관계에서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현재의 ‘행복’을 향유하기 위해 미래의 인간에게 그 계산서를 돌린다면, 그들을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수단으로만 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p190)

 

‘전쟁과 혁명의 세기에 마침표를 찍고, 21세기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는 윤리 테제’라는 부제가 어울리는 <윤리21>이다. 우리 시대, 고전의 반열에 오를만한 책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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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성냥갑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15~20년 전 이탈리아 유력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칼럼의 일부를 모아 출간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서론이 좀 길다.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전혀 모르는 것도 있다. 너무 이탈리아적이다. 각주가 없으면 이해하기 불가능하다. 책의 5분의 1은 각주다.

이탈리아 인명, 지명 사전 쯤 되는 이탈리아 상식사전. 하지만 일부 에세이들, 그러니까 책의 절반정도는 매우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 방송, 출판 그리고 시대에 대한 해박하고 날카로운 비판은 15년 이상의 시간적 차이를 갖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도 그대로 들어맞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그러고 보면, 어느 나라나 문제의 근본은 같은 것 같다.

이 책은 칼럼집이다. 헌데, 신문과 잡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러 저러한 보무도 당당한 칼럼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전혀 무겁지 않지만 비판의 신랄함은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이 칼럼이 이탈리아에서 오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에코의 글쓰기 방식에 있다. 에코는 중요한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와중에도 웃긴 말을 너무도 뻔뻔스럽게 잘도 한다.

심각하고 논쟁적인 사안(이 책의 '정보매체들에 대한 논쟁', '여론조사에 대한 여론 조사' 등)에서도, 에코는 너무도 웃긴 상스런 욕을 고상하게, 또는 고상한 욕을 상스럽게 잘도 한다. 두꺼운 안경을 쓴 그 유명한 뚱뚱한 노 교수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 걸 생각해보면, 배를 잡고 뒹굴 수밖에 없다.

(얼마나 웃긴지는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에코의 글에 중독된 나는 적어도 배를 잡고 뒹굴 수밖에 없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에코를 본 적이 꽤 있었는데, 근엄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와중에도 갑자기 표정을 바꾸어 웃긴 말들을 마구 뱉어 낸다. 그의 풍채와 유명세를 생각해보면 정말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상스럽게 빈정거리는 그 말이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비판이다! 얼마나 절묘한가? 내가 에코의 책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네르바 성냥갑>에 실린 에코의 글들은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글쓰기를 허물어뜨린 칼럼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분량도 알맞다. 어떤 사건을 분석하고 비평하기에 너무 간략하지도 너무 산만하지도 않다. 2장의 분량(약 4페이지)은 에코적 비판능력을 발휘하기엔 충분한 분량이라 생각된다.

97년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2002년 <바우돌리노> 이후 다시 에코의 글을 만나니 즐겁기 그지없다. 2권은 조금 있다 읽어야겠다. 너무 빨리 읽어버리면 아쉬울 거 같아서. 

 

현재, 대한민국에도 유용한 보편적 내용을 담고 있는 에세이 제목을 발췌해 본다. 각 타이틀만으로 그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에코 에세이 타이틀은 탁월하다.

장엄하고 발전적인 운명
문학과 예술의 이삭줍기
진실한 말들의 고귀한 거울
책에서 웹을 거쳐 하이퍼텍스트로
정보매체들에 대한 논쟁
어느 미친과학자가 나를 복제하기로 결정했다
우생학은 정확한 과학이 아니다.
무엇때문에 책은 우리의 삶을 연장시키는가
고전의 찬양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이란게 도대체 뭐야?
개념과 개념주의
프라이버시 교육하기
도시심리학에 관한 몇 가지 메모
잡담은 진지한 것이었다
참조한 책들과 읽어야할 책들
TV중계재판
여론 조사에 대한 여론조사
뉴스를 재활용하지 못하면서 뉴스를 제공하는 방법

[덧붙임]
에코와 동시대에 살면서 그의 재치넘치고 박학다식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번역을 해준 이탈리아어 종사자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열린책들에서 에코 매니아를 위한 전집을 내고 있는 것이 더 없이 반갑다. 예전에는 새물결에서 에세이들을, 열린책들에서 소설들을 출간해서 니체 전집처럼 한 출판사에서 전집을 내 주길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가 실현 되어 기쁘기 그지 없다. 한 권 한 권 컬렉션 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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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 변증법적 서정시 지만지 고전선집 348
쇠얀 키르케고르 지음, 임규정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차례
서언
조율
아브라함께 드리는 찬사
문제제기

 1. 토로하고 싶은 심정 
 2. 문제1: 윤리적인 것이 목적론적인 유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3. 문제2: 하나님께 대한 절대적 의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4. 문제3: 아브라함이 사라나 에리나나 이삭 앞에서 자기의 게획을 침묵에 붙여 버린 것을

                그가 윤리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것일까?
끝맺는 말
부록
<두려움과 떨림>이 성립하게 된 유래- 에마누엘 히르쉬
키아케고어 평전- 루돌프 카스너
키아케고의 파토스론- 강학철
역자후기


대학교 2학년때인가..민음사에서 나온 키에르케고의 <두려움과 떨림>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워낙 인상깊게 읽어서 인지 키에르케고르 하면, 항상 <죽음에 이르는 병>과 <두려움과 떨림>이 떠오릅니다.

당시 도서관에서 빌려보아서, 이 책을 사기 위해 동분서주 해봤지만 구할수가 없더군요. 민음 이데아 총서 시리즈 중 한권이었는데, 민음사 측에 문의를 해 보니, 절판이고 더이상 발행하지 않는다는 군요. 완전 실망~

할 수 없이 헌책방을 전전하면서 찾아 봤지만 헛수고. 그러다가 2007년 대구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해 냉큼 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애지중지하면서 생각나면 탐독하고 있지요.

<두려움과 떨림>은 크리스트교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과 그의 외아들 이삭과의 관계를 윤리적-종교적 실존의 영역에서 분석한 키에르케고르의 초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후기 대표작인 <죽음에 이르는 병>과 함께 그의 실존 변증법적 사고 방식을 가장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저작물입니다.

이 책의 처음을 펼치면 서론 다음에 '조율'이라는 장이 나옵니다. 성경 창세기 22장 1절부터 13절 까지의 내용인 아브라함에 대한 내용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시려고 그에게 말합니다. "네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데리고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에서 그를 번제로 나에게 바쳐라."

바로 이 내용은 어린 키에르케고르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나 봅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 키에르케고르는 다음과 같이 회고 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어떻게 시험하였고, 아브라함은 어떻게 이 시험을 이기고 신앙을 지켜서, 기대와는 반대로 아들 하나를 다시금 얻었는가라는 저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었다"(p15)

'조율'에서는 이 황당한 명령을 받은 아브라함의 인간적인 면이 4가지 시각으로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꼭 짧은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 후의 장인 '아브라함께 드리는 찬사'와 '문제제기'는 위 상황에 대한 키에르케고르의 실존적 논평입니다. 윤리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지만 그리스도교적 실존에 따를 때 이 행위의 위대함이 드러난다고 설파합니다. 그리고 그 행위는 오로지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 되게 한 유일한 사건입니다.

이 책의 타이틀은 보시다시피 사랑의 변증법적 서정시라는 부제가 붙은 <두려움과 떨림>입니다. 책을 번역한 분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성경적으로 해석하여 이와 같은 타이틀을 붙인 것 같습니다.

빌립보서 2장 12절에 보면,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 뿐만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구절이 신앙인의 경건한 생활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면 <두려움과 떨림>이라는 주제 아래서 아브라함의 믿음은 다루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려움과 떨림>은 개신교 신학과 실존철학 및 실존주의문학의 원천적 사상이된 기념비적인 책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 책은 사르트르와 게오르그 루카치 등을 통해 실존사상의 입문서라는 격찬과 추천을 얻기까지 애독된바 있습니다.


[책에서]  


현대에는 아무도 신앙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묻는다면 아마 낯간지러운 일이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내가 사람마다 제각기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거의 처세술과 교양의 표적이 되리라.  p11

믿음을 갖지 않는 자들에게는 모방이란 가장 쉬운 일이다. 믿음은 모방을 곤란하게 한다.   p43

철학은 신앙을 제공할 수 없고, 또한 제공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철학은 자기 자신을 이해해야만 하고, 자기의 능력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철학은 인간으로부터 아무것도 아닌 듯이 무엇을 빼앗거나 편취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p48

사려 깊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결코 잊지 않는다. p63


현재 이 책이 두 권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2007년 다산글방에서 임춘갑님의 역으로 <공포와 전율>(키에르케고 선집4)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2009년에는 지만지고전천줄에서 임규정님의 역으로 <두려움과 떨림>이라는 민음사판과 동일한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91년 출간된 민음사 이데아 총서 시리즈 중 44권째인 <두려움과 떨림>(강학철 역)입니다. 알라딘 DB에 목록이 없어 동명 출간서인 지만지고전천줄판에 할 수 없이 리뷰를 남깁니다~ 책 내용은 동일한 거 같아서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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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8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9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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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생>의 겉표지에는 파스칼 키냐르의 ‘장편소설’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작가의 책을 처음 펼치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서가에 진열되어 있는 소설작품 중 한 권을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은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말고 이상한 책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페이지를 더 넘기면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소설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전통적인 산문도 아닌 것이, 거기다가 시도 아닌, 참으로 난감한 문장들과 단락들만이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예상을 뛰어넘는 감탄스러운 문장을 만나게 되고 계속 줄을 긋게 된다.

소설이라는 전통적인 장르 개념을 파괴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이 주목을 끈다. 체계 없이 그냥 생각의 편린과 같은 단락들이 무수히 연결되어 나아가지만 결국에는 단일한 주제의식을 전달하고 있다. 키냐르가 개척한 새로운 장르라는데, 이 형식적 이질감으로 인해 가독성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장르에 속하는 형식의 한 변형이라는 데 어지럽기는 매한가지다.(키냐르는 왜 한 가지 장르에 얽매여서 사고를 빈약하게 하는가?, 왜 모든 장르의 이점을 활용하면 안되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작품을 형성하고 있는 53개의 장들은 각기 소설, 신화, 전설, 묘사, 대화, 희곡, 아포리즘, 평전, 음악과 미술에 대한 평론 등의 독자적인 장르를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지 한 두 문장으로 이루어진 극히 짧은 장과 단편소설 분량의 호흡이 긴 장들이 어지러이 섞여 있다. 이러한 체계없는 구성 속에서도 각 장들 간에는 나름대로의 연관성이 느슨하게 유지되는가 하면, 26장처럼 전혀 이질적인 장이 끼어들어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어지러운 방식이 “설명할 수 없는 삶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된 전략임”을 알기 전에는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들쭉날쭉한 53개의 장을 읽는 방법도 평면적이어서는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번역한 송의경씨에 의하면, 키냐르 책은 그에 걸맞은 독법이 필요하단다. “모자이크를 바라보듯 부분과 전체를 한눈에 아우르는 노력을 이중으로 진행시킬 때 가장 이상적인 독법이 된다. 이러한 독법으로 읽다 보면, 작품의 층위에서 그 자체로 한 점의 동판화인 53개의 장들이 모여서 다시 한 점의 판화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분과 전체가 팽팽히 긴장하며 서로가 서로를 떠받치는 가운데 작가가 새기는 동판화 <은밀한 생>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스 평단에서는 키냐르의 소설들에 대해 ‘시적 산문’ 혹은 ‘산문시’라는 찬사를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키냐르의 글쓰기 방식, 어휘의 선택, 아포리즘적 문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작품에서 시적인 메타포를 건저올리게 하는 것일까? 송의경씨의 말을 들어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아름다움은 일체의 기교가 배제된 극도로 예민한 감수성이 강렬하게 표출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솟아오른다. 그곳에서 단순히 ‘문제’가 아닌, 육체(작품)에 깃든 영혼과도 같은 한 목소리가 예리한 칼처럼 느닷없이 우리의 가슴을 겨눈다.” <르몽드>지가 “그의 작품들은 <시학>이 시에 부여한 영역을 단번에 획득하여 점령한다.”라고 언급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책은 굉장히 사적(私的)이다. 자신의 단상들을 적어 놓은 일기장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판토마임극과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저자는 사랑하던 여인을 잃고 은둔지를 찾아 끊임없이 사회로부터 이탈하면서, 기원의 탐색, 잃어버린 첫사랑의 기억, 은밀한 삶의 방식이라는 주제들을 표출해 나간다. 키냐르의 표현을 빌면, 그를 비롯한 모든 인물들은 모천을 향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인간들’이다. 이러한 것을 키냐르는 ‘모천회귀’라고 명명한다. 키냐르에 있어 모천회귀 여행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그는 하루도 독서를 하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한다) 독서는 책과 1:1로 대응하는 침묵의 여행이다. 또한 글쓰기는(키냐르식으로 말하자면) “말을 함으로써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사회에서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방식이다.”

키냐르가 이 책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독서와 배우기 그리고 사랑은, 태아가 어머니와의 융합상태에서 느꼈던 완전한 일치감을 제공한다고 한다. 사랑을 통해서 키냐르는 끊임없이 그런 순간들을 찾아 헤맨다. 그 궤적은 다음과 같다.

1. 최초의 사랑(어머니) ← 2. 첫사랑(네미) ← 3. 사랑의 그림자(M)

1은 최초이며 지금은 잃어버린 불가능한 사랑, 곧 어머니이다. 현실의 어머니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랑이다.
2는 첫사랑이다. 적어도 키냐르에게는 최초의 사랑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사랑은 첫사랑뿐이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첫사랑은 이미 두 번째이므로, 네미의 머릿글자가 N인 것은 전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N은 M다음에 오기 때문이다.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네미 사틀레라는 이름은 가짜다. 이 세상에 존재했었으나 이제는 어벗는 내가 사랑했던 한 여인을 나는 그렇게 부를 것이다.”
3은 사랑의 그림자이다. 최초의 사랑을 잃고, 단 한 번 뿐인 첫사랑을 잃으면 그 아음부터의 사랑은 그림자에 불과하다.

키냐르에 따르면, 옛날과 옛날 이후. 전자와 후자가 분리되는 시점은 언어를 습득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우리는 원래 말하는 존재였던 것이 아니라 그런 존재로 변화된단다. 언어의 인칭대명사가 ‘나’와 ‘너’와 ‘그’를 구분하자 틈이 벌어지고, 엿보는 자가 생기고, 사회가 나타난다는 것. 언어의 개입으로 분리된 두 가지 시간은 관계를 분열시킨다.

이 책은 언어로 분열된 두 시간을 언어로 통합시키고자 필사적으로 애쓴 저자의 산물이다. 키냐르는 말할 수 없는 부분, 말 할려해도 혀 끝에서만 멤도는 그러한 부분만을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환원시켜 전달한다. 포장은 ‘사랑’이지만 본질은 인간 실존 문제에 대한 언어적 고민이다. 하나의 범주로 가두기에는 그의 사상과 문체가 너무도 심대하다~ 

 
<책에서> 

“진정한 모든 사랑에는 사랑이 싹튼 무렵보다 더 오래된 무엇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이 다른 곳으로부터 사랑이 드러난다.” p154

"우리의 매혹, 우리의 출생, 우리의 유년기, 우리의 나체, 우리의 약점, 이런 것들이 가장 확실하게 우리를 죽이는 무기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남자들과 여자들을 죽여야만 한다는 사실, 즉 그들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 먼저 재빨리 그들을 습격해서 죽여야만 한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칠 때, 그것이 사회적 삶이라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비명소리에 조차도 동족인 인간의 죽음이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사회에서는 꽃들마저도 동족의 죽음에 사로잡혀 있다. p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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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0-09-2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은밀한 생. 다음달 책 모임에서 읽기로 했어요. 제가 읽자고 추천했어요 ㅋㅋㅋ 야무님 추천 받고 목차르 훑어봣는데 너무 읽고 싶은거였지요.ㅋㅋ
책 읽고 야무님 리뷰 읽어 볼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