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 - 개정판
이재정 외 지음 / 예경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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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계열의 책들을 읽다가 보면 의외로 숨겨진 일급 비서(秘書)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도널드 노만의 <디자인과 인간심리>, 커트 행크스외 2인 공저 <재미있는 디자인 여행> 그리고 루이스 멈포드의 <역사 속의 도시>와 같은 책들을 보면 디자인을 넘어 ‘인간’에 대한 어떤 통찰 같은 것을 던져 준다. 생각의 폭을 넓혀 주며 전혀 다른 학문들을 이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할까.

그래서 디자인과 패션에 관한 책들은 즐겨 찾게 되며, 이 분야의 책들은 항상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거기다가 편견과 고정관념까지 깨주니,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최근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 하나가 이런 유익함을 듬뿍 얻어 주었다. 바로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예경, 2004)이다. 어찌 보면 딱딱하고 멋대가리 없는 책인 듯 보일 수 있다. 나도 디자인 코너에서 책을 빼어들고 첫 장을 열어보기 전에는 교과서 느낌이 물신 풍겼으니까.

하지만 몇 장을 넘겨보니, 트렌드를 대표하는 사진에 눈이 즐거워졌다. 책을 뺀 곳에서 순식간에 40여 페이지를 읽었다. 서서 읽을 책이 아니었다. 대출하여 황급히 집으로 가져와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책은 실로 유익하다. 타이틀이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이지만, 이 책의 본질은 ‘트렌드 개념어 사전’쯤 된다. (책의 부제가 ‘패션 디자이너를 위한 트렌드 키워드 130’이다.) 그래도 개념 자체가 인문 사회학에서도 두루 통용되는 용어이기 때문에 ‘트레드 개념어 소사전’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공저자인 이재정과 박은경 씨는 모두 미국 뉴욕 주립대 F.I.T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이 씨는 현재 국민대 의상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박 씨는 패션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패션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이러한 책을 출간한 이유가 머리말에 제시되어 있다.   


두뇌한국 21 정책 지원을 받아 출범한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 대학원 패션디자인 랩실에서는 독자적인 프로젝트로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국내외 시장을 조사한 것은 물론이고 해외 현장과 서점에 나와 있는 방대한 자료도 접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러한 정보를 집대성한 책이 있어서 디자이너가 참고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국내외의 자료를 수집, 요약,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수백 개의 주제어 중에서 효용성을 고려해 다시 130개 주제어를 추출하여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p8)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책으로 집필되었지만 일반인들이 보아도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소사전’이다. 예컨대 패션 잡지나 기사를 보다보면 생소한 개념어들이 부지기수로 등장한다. 아르데코, 옵아트, 레트로, 그런지 등이 바로 그러 단어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 패션과 디자인에 관련된 최근 기사를 옮겨 본다.


세련된 패셔니스타들은 베이지 톤의 트렌치코트와 함께 브라운과 베이지컬러가 매치된 머플러로 포인트를 준다. 좀 더 모던한 느낌을 주려면 내추럴한 캐주얼룩에 브라운 컬러 슈즈로 표인트를 주어   OSEN,  2011.10.14

베이직하우스의 조홍준 마케팅 팀장은 “올 가을은 ‘레트로 클래식’의 영향으로 그런지룩의 대표적인 아이템인 필드점퍼와 복고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체크셔츠가 빼놓을 수 없는 패션아이템이다”  2011.8.30 [아주경제] 패션 면

북유럽의 자연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표현했다. 다양한 재단을 통해 의외의 즐거움을 주면서도 기능성을 놓치지 않은 그의 컬렉션은 실용적인 미니멀리즘을 보여주었다. [패션저널] 2011.10.13

지난 9월말 국내에 발매된 잼박스는 최첨단 스피커이다. (중간 생략) 스테인리스스틸의 기본 구조에 고무 케이싱, 사면 전체가 하나의 그릴형으로 이루어진 잼박스는 미니멀리즘 미학을 추구하면서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IT/디지털 미디어 케이벤치] 11.10.18

  

 

 외국어가 한국어 문법을 무시한 채 무지막지하게 나열된 기사이다. 패션계의 언어는 이렇다. 뭐, 모두가 패션잡지에서 많이들 보아 온 익숙한 기사이니 외국어 남용 문제는 제쳐 놓고 기사에 묻혀 있는 개념어들을 놓치지 말자.  

 

‘모던(모더니즘)’과 ‘캐주얼’ 그리고 ‘그런지’와 ‘미니멀리즘’ 등의 개념들은 익숙하지만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한 단어들이다. 이 책은 이러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의미와 기원 그리고 문화현상으로서의 해석이 사진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의 일부만 발췌해 본다.

 

모더니즘 ; modemism 
  Key Words ; Form follows Function, Bauhaus, Futurism, De Stijl 
  P(인물) ; Thomas Elyot
-보편적으로 모더니즘은 근래의 스타일, 취향, 태도, 표현을 일컬음.
-넓은 의미의 모더니즘은 르네상스 이후에 생겨난 개념으로 보편적인 근대적 감각을 나타내는 문화, 예술의 여러 경향을 일컬으며 19세기 예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실주의에 대한 반항이자 제1차 세계대전 후에 일어난 아방가르드 운동의 한 형태임
-순수한 미를 표현하고자 단순성을 추구하며 기능적 구조를 위해 장식을 제거하고 비례와 리듬감을 살려 디자인을 재구성하며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사용함. (p48)

미니멀리즘 ; minimalism 
  Key Words ; ABC Art, Primary Structures, Specific objects, 3S(small, slim, simpl) 
  P(인물) ; Kasimir Malvich, Frank Stella, Josef Albers, Prada 
  Color ; 오렌지바미리온, 팔 그레이, 알루미늄 그레이, 슬레이트 그레이, 담수색, 퍼머넌트 그린, 커피 브라운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젊은 작가들이 최소한의 예술을 뜻하며, 미학적인 범위에서 극도로 단순화하는 것이 특징임.
-미니멀리즘은 주관적이며 풍부한 디자이너의 감성을 고의로 억제하며 디자인에서 최소하의 장식을 통해 미감을 최소한으로 줄여 나타내려는 것으로 그 시각적인 특성은 화려한 색상을 절제하여 대개 검은색이거나 단색, 때때로 금은색을 사용함. 미니멀 디자인들은 그 절제된 단아함 속에서 더욱 세련된 면모를 보임. (p50)

레트로 ; retro 
  Key Words ; Classic tradition, Historicim, Rvivalism, remake image 
  Color ; 프렌치 그레이, 와인, 핑크, 밝은 청자색, 다크 브라운, 베이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담은 복고적 분위기와 가상을 의미함. 또한 상징적인 복고적 표현 또는 과거 스타일에 대한 새로운 분석에서 비롯된 감성적 표현임.
-방법론적 고찰에서의 가치보다는 ‘시대적 이념 혹은 이상의 계승’이라는 측면이 강하며 레트로의 표현은 고대부터 1980년대 풍의 이미지까지 다양하나 주로 가까운 과거인 20세기에 대한 복고적 경향을 일컬음. (p126)  


그런지 : Grunge
  Key Words ; Ecology, bricolage, layering&shabby, recycle fashion 
  P ; Pearl Jam, Nirvana 
  Color ; 프렌치 그레이, 올리브 그린, 와인, 다크 블루, 베이지, 라이트 브라운
-그런지라는 용어는 1980년대 말 미국의 시애틀 지역에서 최초로 발전한 그런지 록(Grunge Rock)에서 출발하였으며 90년대 중반에 이르러 대중적인 면모를 갖춘 얼터너티브 음악이자 문화를 일컬음.
-80년대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시작되었고 근원은 도시적인 보헤미아니즘에 있음. 실용적인 가치관이 낳은 이 문화는 히피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는데, 젊은이들의 염세주의와 불안을 잘 표현한 거칠고 분노에 찬 감정적인 노래처럼 현실에 대해 냉소적임.
-특별한 형식  없이 아무렇게나 입거나 혹은 여러 가지 스타일을 섞거나 반대되는 소재를 사용하여 다양함을 표현함. 또는 중고 의류를 재활용한 에콜로지의 표현이나 색상에 서로 반대되는 것을 혼합하여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기도 함. (p 230)   

 

 (왼쪽부터 미니멀리즘, 레트로, 그런지를 보여주는 이미지 컷들. 책의 왼쪽 면에는 개념 설명을 그리고 오른쪽 면에는 해당 주제어를 잘 보여주는 이런 이미지 컷들로 구성됨)

 

 위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이 책은 다양한 문화 현상에 주목하여 디자인 소스를 찾아내고 정리한 사전이다. 사회, 문화, 예술 일반에 드러난 130가지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였으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풍부한 사진자료를 곁들인 게 최대 장점이다. 핵심 개념어 설명도 기원과 함께 응용 분야를 명시하여 간결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특히 각 주제어를 대표하는 컬러, 키워드, 중요 인물, 영화 등이 함께 제시되어 있어, 디자인과 문화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 책만의 미덕이다. 디자인과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사고를 넓히고자 하는 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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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6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1-11-16 15:08   좋아요 0 | URL
늘 아껴 읽는지 아닌지는 저로서는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구여~~ㅋㅋ
저는 좋은 리뷰를 쓰는 인간이 절대 아니랍니다~~ㅎㅎ

2011-11-16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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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과연 몇 이나 될까?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생활하거나, 20년 거치 대출로 집을 장만하고, 하루 노동의 댓가를 통해 의식주를 연명하는 서민들에게 있어 자유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오죽하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드회사 카피가 떴겠는가.

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먹고 살아야하는 당면 문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사람에게 있어 단연코 자유는 없을 것이다. 확실히 자유는 노동으로부터 벗어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체제를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에게 있어 자유는 그리움의 대상이요,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일 수밖에 없다.

여기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다가 간 사람이 있다. 거친 자연과 더불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썰 들을 풀어내며 ‘자유의 원형’으로 살았던 사람, 조르바! 조르바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순수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두목 봤어요?」 「……」 「사면에서 돌멩이는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놀랍고도 기뻤다. (아무렴. 무릇 위대한 환상가와 위대한 시인은 사물을 이런 식으로 보지 않던가! 매사를 처음 대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그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를 본다. 아니, 보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태초에 이 땅에 나타났던 사람들의 경우처럼, 조르바에게 우주는 진하고 강력한 환상이었다. 별은 그의 머리 위를 미끄러져 갔고 바다는 그의 관자놀이에서 부서졌다. 그는 이성(理性)의 방해를 받지 않고 흙과 물과 동물과 하느님과 함께 살았다. (p157)

만사가 그에게는 기적으로 온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그는 놀란다. 그는 소리친다.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이 신비가 무엇이라 말입니까? 나무, 바다, 돌, 그리고 새의 신비는?” (p176)

「저게 무엇이오?」그가 놀라도 크게 놀라면서 물었다. 「……두목, 저기 저 건너 가슴을 뭉클거리게 하는 파란 색깔, 저 기적이 무엇이오? 당신은 저 기적을 뭐라고 부르지요? 바다? 꽃으로 된 초록빛 앞치마를 입고 있는 저것은? 대지라고 그러오? 이걸 만든 예술가는 누구지요? 두목, 내 맹세코 말하지만, 내가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이오!」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그를 불렀다. 「조르바, 혹 돌아 버린 건 아닌가요?」 「무얼비웃고 있어요? 당신 눈에는 안 보이는가요? 두목, 봐요. 저 모든 기적 뒤에 도사리고 있는 마술을 말이요」 (p260)

조르바는 완벽하게 자본주의를 넘어선 삶을 살았다. 장자가 말한 ‘물아일체’와 ‘무위자연’의 사상을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살았던 사람이 바로 조르바였다. 하지만 소설 속의 작가(카잔차키스 자신)인 두목(보스)은 조르바의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지만, 현실의 상황을 끊어낼 수 없어 고민한다. 이를 안 조르바는 보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당신과 함께 갈 수도 있어요. 나는 자유로우니까.”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언젠가는 자를 거요.”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줄을 붙잡아 맬 뿐이지……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을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p339)

……이해하고 말고. 그래서 당신에겐 평화가 없는 거요. 이해하지 못하면 행복할 텐데. 뭐가 부족해요? 젊겠다, 돈이 있겠다, 건강하겠다, 사람 좋겠다, 만고에 부족한게 없어요. 하나도 없지. 한 가지만 제외하고는! 그게 없으면 두목, 글쎄요……. (p340)


조르바가 두목에게 한 말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자본주의라는 사슬에 묶인 채 우리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고, 나는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곧 이따위 돈 벌이를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거야!’라고 결심한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 결의는 두목이 “언젠가는 자를 거요”라고 내뱉는 말과 똑같다. 조르바는 ‘내가 묶인 줄’을 자르지 않고서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일깨운다. 우리는 누구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없다는 조르바의 말이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펼치는 대화들은 모두 ‘삶의 지향점’으로 귀결된다. 두 주인공 모두 생활고(生活苦) 문제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삶에 대한 관심사는 판이하게 달랐다. 두목은 아폴론적이다. 항상 이성적인 질서와 이데아적인 것을 꿈꾼다. 이에 반해 조르바는 디오니소스적이다. 이 땅에서 자기의 이기심과 감성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데아같은 것은 빌어먹을 개한테나 줘버리라는 것!

이렇게 호탕한 자유를 구가하는 조르바의 삶은 너무도 멋있다. 조르바로부터 가공되지 않는 자유(진리)의 원형을 접하고 고민하는 두목 또한 멋진 삶이다. 그 둘이 춤을 통해서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대목은 그래서 아름답다.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둘이 함께 춤을 추는 엔딩 장면은 정말 잊을 수없는 명장면이다.) 


 

「우리는 함께 춤을 추었다. 조르바는 내게 춤을 가르쳐 주고 엄숙하고 끈기 있게, 그리고 부드럽게 틀린 부분을 고쳐 주었다. … 내 가슴은 새처럼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중략) (춤을 추면서) “두목! 당신에게 할 말이 아주 많소.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드리지.”」 p329


조르바가 현대인들에게 자유의 부재를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그가 자연과 더불어 살다간 마지막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문학작품의 주인공 중에서 그가 유일한 실존인물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한편,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밝히기를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그래서 그런지 책의 도처에 이들의 사상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놀랐다. ‘붓다가 그 최후의 인간(모든 믿음에서 모든 환상에서 해방된, 그래서 기대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어진)이다!’ 나는 부르짖었다. 이것이 그의 비밀이며 엄청난 의미이다. 붓다에겐 스스로를 비운 ‘순수한’ 영혼이 있다. 그의 내부는 공허하며 그 자신이 바로 공(空)이다. ‘네 육신을 비워라, 네 정신을 비워라, 네 가슴을 비워라!’ (p155) 
 나는 조르바의 말을 듣고 당황하고 말았다. 법이 명하는 대로 자진해서 행하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친 현자(賢者)가 누구였던가? 필연에 순응하고 필연적인 것들은 자유 의지의 행위로 바꾸어 놓으라고 한 사람은? 이게 해탈이나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비참한 방법이지만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다. (p307)    
 「조르바, 내 말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한 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렸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글쎄 무슨 싸움일까요? ……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이지요.」(p315)  
어릴 때부터 나는 초인(超人)에 관한 야망과 충동에 사로잡혀 이 세상일에 만족하지 못했다.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조용해졌다. 나는 한계를 정하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인간적인 것과 신적(神的)인 것을 가르고 내 연(鳶)을 놓치지 않도록 꼭 붙잡았다. (p340)


조르바의 어록을 통해서, 때로는 이 소설의 화자인 나(두목)의 성찰을 통해서 그리고 둘의 대화를 통해서 보여지는 붓다와 니체 그리고 베르그송의 사상은 한데 어울려 ‘자유로운 인간’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제를 한 단어로 말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자유’라고 말하겠고, 어떤 문제의식을 우리에게 던져주느냐고 묻는 다면 단호히 ‘인간에게 있어 자유로운 삶은 무엇인가?’ 라고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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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9-0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의 서재에 이렇게 정식으로 놀러옵니다. ^^ 그리스인 조르바는 저 역시 무척이나 강렬하게 읽은 책이에요. 인용해 주신 주인공 '나'의 철학이 저에게는 참으로 가슴 깊이 남았죠. 자연으로 둘러싸인 환경이 아닌 욕망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유를 찾기란 참으로 어렵죠. ^^ 매일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자유로운 삶이란 주체성을 가진 삶이라 생각이 들어요. 환경에 시대에 쓸려 버리는 인생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고 답답한 이 사회 속에서 그런 것들에 함몰되지 않고 파도를 헤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저에게 있어 자유로운 삶인 것 같아요.
리뷰 굳!!

yamoo 2011-09-02 16:47   좋아요 0 | URL
조르바는 누구에게나 매력을 주는 인물 같습니다.^^ 루쉰님도 이 작품을 강렬하게 읽으셨군요~ 재미난 리뷰 기대하고 있을 께요~ㅎ

와~~~루쉰님이 생각하시는 자유로운 삶...멋진데요~ 님의 그 삶의 궤적을 항상 글로 남겨주시길!

양철나무꾼 2011-09-0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자유로운 삶이란 그저 머리나 마음 움직이는 대로 사는데도,
그게 순리에 가깝고 자연 그대로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랫만에 만나게 되는 조르바인걸요.
님의 시선을 통해 만나니...새롭습니다~^^

yamoo 2011-09-02 16:51   좋아요 0 | URL
저두 머리나, 마음 움직이는 대로 살고 싶어요...ㅠㅠ 근데, 그게 자연 그대로, 순리에 가까운 삶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 더 미치겠어요...ㅜㅜ

저는 뭐, 이 작품 읽고 자유만 생각났더랬습니다. 여전히 전 편협한 가 봐요..한 가지밖에 못보니...

양철님의 시선을 통해 보는 조르바는 어떤 모습일지 무쟈게 궁금하네요...저에게도 그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세요, 네~~?^^

쉽싸리 2011-09-0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바'를 예사롭지 않은 자유인으로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래도 작가는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도 깊었던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를 마구 흠모해서 '어디 선창가에라도 가서 살아야겠다. 거기서 멋진 연애도 해봐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며칠을 달떴던것도 같아요. 마음먹는게 참 중요한것 같아요. 그리고 본능에 충실하는 것도!! 단, 폐를 끼치면 안되겠죠.

yamoo 2011-09-02 16: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쉽싸리님, 반갑습니다!

카잔차키스가 불교철학에 심취했다고 해요~

그나저나 쉽싸리님도 그런 생각을 하셨네요..저도 책 읽으면서 조르바를 흠모하며 선창가에 사는 모습을 그려봤습니다만...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9-0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떤 여자는 조르바같은 남자를 남편이나 사윗감으로 생각하긴 싫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하더라고요.정말 솔직한 답변이죠.

yamoo 2011-09-03 22:11   좋아요 0 | URL
이거 토론 도서였었는데요, 당시 여자분들이 조르바와 같은 남자는 정말 딱 질색이라고 그러더군요~ 솔직한 것 같습니다..ㅎㅎ
 
금각사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8
미시마 유키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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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美)가 명백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면, 나라는 존재는 미로부터 소외된 것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금각이 나에게 결코 하나의 관념은 아니었다. 산으로 막혀 있다고 해도, 보고 싶으면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하나의 물체였다. 미는 그처럼 손으로 만질 수도 있고 눈에도 확실히 비치는 하나의 물체였다. (pp26-27)  


나는 이리저리 각도를 바꾸어, 혹은 고개를 기울여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동도 일지 않았다. 그것은 낡고 거무튀튀하며 초라한 3층 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꼭대기의 봉황도, 까마귀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름답기는커녕 부조화하고 불안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미라는 것은 이토록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p29)

 

그토록 실망을 주었던 금각도, 야스오카에 돌아온 후 나날이 내 마음 속에서 다시 아름다움을 되살려, 어느덧, 보기 전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금각이 되어 있었다. 어디가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몽상에 의하여 성장한 것이 일단 현실의 수정을 거쳐, 오히려 몽상을 자극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나는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사물에서 금각의 환영을 좇지 않게 되었다. 금각은 점차로 깊숙히, 견고하게 실재하게끔 되었다. (p33)

 

나를 태워 죽일 불이 금각도 태워 없애 버리리라는 생각은 나를 거의 도취시켰다. 똑같은 재앙, 똑같은 불의 불길한 운명 아래에서 금각과 내가 사는 세계는 동일한 차원에 속하게 되었다. 나는 연약하고 보기 흉한 육체와 마찬가지로, 금각은 단단하면서도 불타기 쉬운 탄소의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때로는, 도망치는 도둑이 고귀한 보석을 삼켜서 숨기듯이, 내 육체의 속, 내 조직 속에 금각을 숨겨 갖고 도망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pp 50-51)

 

내 관심은, 나에게 주어진 난문은 미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나에게 작용하여 암흑의 사상을 품게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다. 미라는 것만을 골똘히 생각하면,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암흑적인 사상에 자기도 모르게 직면하게 된다. 인간은 아마도 그렇게 만들어진 모양이다. (p52)

 

나의 삶에는 쓰루카와의 삶과 같은 확고한 상징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그가 나와 같은 독자성, 혹은 독자적인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의식을 추호도 갖지 않은 채 삶을 마쳤다는 점이었다. 그 독자성이야말로 삶의 상징성을, 즉 그의 인생이 다른 뭣인가의 비유일지도 모른다는 상징성을 박탈하고, 따라서 삶의 확대성과 연대감을 박탈하여, 항상 붙어다니는 고독을 낳게 하는 본원인 것이다. (p138)

 

미(美)라는 것은 마치 뭐라고 할까, 충치와도 같은 거야. 그건 혀에 닿아 신경 쓰이고 아프게하여,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지. 피투성이의 자그마한 갈색의 더러운 이빨을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이건가? 고작 이런 거였나? 나에게 통증을 주고 나를 끊임없이 그 존재 때문에 고민하게 만들며, 또한 나의 내부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던 것이, 지금은 죽어 버린 물질에 불과하군. 하지만 그것과 이것이 정말로 같은 것일까? 만약 이것이 원래 나의외부 존재였다면 어째서 무슨 인연으로 나의 내부와 연결되어 내 통증의 근원이 될 수 있었을까? 이놈이 존재하는 근거는 뭘까? 그 근거는 나의 내부에 있었을까? 아니면 그 자체에 있었을까? (p153)

 

나는 벌의 눈이 되어 보려고 하였다. …… 형태는 서서히 희박하여져, 무너질 듯, 떨며 전율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화의 단정한 형태는 꿀벌의 욕망을 본떠서 만든 것이며, 그 아름다움 자체가 예감을 향하여 꽃피운 것이니까, 지금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형태의 의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형태야말로, 형태도 없이 유동하는 삶의 거푸집이며, 동시에, 형태도 없는 삶의 비상(飛翔)은, 이 세상의 모든 형태의 거푸집인 것이다. (p168)

 

세계는 상대성 속에 내버려져, 시간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영원의, 절대적인 금각이 출현하여, 내 눈이 그 금각의 눈으로 변할 때 세계는 이처럼 변모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변모한 세계에서는 금각만이 형태를 유지하고 미를 점유하며, 그 밖의 것들은 흙먼지로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p168-169)

 

모름지기 생명이 있는 것들은 금각처럼 엄밀한 일회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인간은 자연의 온갖 속성의 일부를 담당하여,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것을 전파하고, 번식시키는 존재에 불과하였다. 살인이 대상의 일회성을 멸망시키기 위한 행위라면, 살인이란 영원한 오산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하여 금각과 인간 존재와는 더욱더 명확한 대비를 보여, 한편으로는 인간의 멸망하기 쉬운 모습에서 오히려 영생의 환상이 떠오르고, 금각의 불괴(不壞)의 아름다움에서 오히려 멸망의 가능성이 느껴졌다. 인간처럼 필멸하는 것들은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pp204-205)

 

그 종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눈을 내 것으로 만들고, 또한 그 종말을 부여하는 결단이 내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자유의 근거였다. 그토록 당돌하게 생겨난 상념이라고는 하지만 금각을 불태운다는 생각은 새로 맞춘 옷처럼 정말로 내 몸에 꼭 맞았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그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던 듯이 여겨졌다. …… 금각이 소년의 눈에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다는 그 자체에, 이윽고 내가 방화자가 될 모든 이유가 갖추어져 있었다. (pp211-212)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와, 어느 쪽이 오래 지속될까요?”
“어느 쪽이건 곧 멈추지. 무리하게 결심하고 지속시켜도, 언젠가는 멈추게 되니. 기차가 달리는 동안, 승객은 멈추고 있지. 기차가 멈추면, 승객들은 거기서부터 걸어야만 돼. 달리는 것도 멈추고, 숨도 멈추지. 죽음은 최후의 휴식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거든.” (p257)

 

하나하나의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의 예감이, 소위 금각의 주제를 이루었다. 이러한 예감은, 허무의 징조였던 것이다. 허무가 이러한 미를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미의 이러한 세부적인 미완성에는, 저절로 허무의 예감이 포함되어, 가느다란 나무로 만든 섬세한 이 건축은 영락(瓔珞)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허무의 예감에 떨고 있었다. (p265)

 

가시와기가 말한 것도 아마도 사실인 듯하다. 세계를 바꾸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인식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으로 행위를 모방하려는 인식도 있다. 내 인식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리고 행위를 완전히 무효로 만드는 것도 이런 종류의 인식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오랫동안의 주도면밀한 준비는 ‘오로지 행위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최후의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잘 보아두기 바란다. 이제 행위는 나에게 있어서 일종의 잉여물에 불과하다. (pp266-267)

 

나무 사이로 수많은 불꽃이 날리어, 금각 위의 하늘은 금가루를 뿌린 듯하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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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9-0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꼭 챙겨 읽어줘야 한다고 해서 읽었어요.
근데 전 일본 문학이 제 취향이 아닌지,
남들이 말하는 꼭 챙겨 읽어줘야 할만한 의의를 생각해 볼 수 없었다는~ㅠ.ㅠ

암튼, 님의 서재에서 보니 새롭네요~^^

yamoo 2011-09-02 17:00   좋아요 0 | URL
저두 일본 문학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 멀리하고 있긴 한데요...
이 책은 모 회사 대표께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니 꼭 읽어보라고 신신당부해서 읽었습니다. 전화로도 읽었는지 확인사살을....--;;

읽어보니, 왜 탐미주의의 최고봉이라는 찬사가 나왔는지 알겠더군요. 남대문 화재시에 읽어서 더더욱 느낌이 강렬했습니다. 특히 인물들이 금각의 서사구조를 완벽히 떠받치고 있어 미학적으로도 매우 뛰어났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만..ㅎㅎ

흠...가만보니, 양철님은 웬만한 고전작품은 대부분 섭렵하신 듯합니다. 신간 위주의 리뷰 말고 고전 리뷰도 올려주세요...전 나무꾼님의 고전리뷰를 엄청 고대하는 1인이랍니다...계속, 고대 중~~~ㅎ
 
연애법
오비디우스 / 동심원 / 1996년 5월
평점 :
품절



책꽂이 앞에서 이책 저책 뽑아 보다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연애법>?? 이건 무슨 책이지? 의아해 하면서 뽑아들었다. 집에 이런 책이 있을 줄이야. 언제 산 건지도 모른다. 이런~

‘사랑’이라는 주제 하에 모아 놓은 코너 속에서 꺼내든 책인데, 저자를 보니 <변신이야기>의 그 오비디우스다.

허~ 오비디우스가 이런 책도 썼나? 하면서 쭉쭉 넘겨봤다. 아, 근데 이 책은 요즘 잘나가는 실용연애전서 쯤 된다. 연애의 전성시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비디우스는 당시 로마 선남선녀들에게 필살의 연애기법을 전수해 주려는 당위감이 발동한 듯하다.

당시 책이 꽤 잘 팔렸는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부가하면서 책을 끝맺고 있다. (책의 구성과 결론 내용의 정황상, 결론 부분과 뒤의 보론은 나중에 삽입된 것 같다.)

   
  이제 내 책은 끝났다. 피곤한 내 배(boat)를 꽃줄로 장식하여라. 우리는 닿고자 원했던 항구에 다다랐다. 내 시를 읽고 병을 고친 선남선녀들이여, 신성한 시인에게 길이 영광을 돌릴지어다. p258  
   

약간 주석이 따르는 결론이다. 여기서 ‘닿고자 원했던 항구’는 ‘여자 꼬시기, 남자 유혹하기’이며 ‘내 시를 읽고 병을 고친 선남선녀들’은 다름 아닌 연애 못해 환장한 로마의 젊은 솔로들 되시겠다. 그리고 ‘신성한 시인’은 아폴론이 자기에게 영감을 불어넣었으므로 신성하다고 찬사를 보낸다.

자신의 ‘작업 기술’을 ‘시’라고 까지 격상시켜 부르고 있으니, 한 번 거들떠보지 않을 수 없었다.

총 3권과 한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권 모두 논문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기서 권은 ‘장(chapter)'쯤 된다.

먼저 남성들에게 일러주는 작업의 기술을 보자. 꼬시는 기술이기 때문에 여자의 유혹의 기술과는 달리 남성에게는 ‘계획’이 첫 단계이다. 
 

   
  난생 처음 전투에 임하려는 신병이여, 우선 사라의 대상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접촉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세 번째는 사랑을 유지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의 범위이며 우리의 수레가 궤적을 남겨야할 여정이다. p14  
   


오비디우스는 이렇게 '계획'을 일러준 다음 아가씨를 찾으러 배를 타고 해외로 나갈 필요없이 로마에서 찾으라고 당부한다. 왜냐하면 로마에는 세계 어떤 종류의 미인도 다 있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장소에 구애됨 없이 어디에서나 ‘당신만이 내 마음에 드는 군요’라는 멘트를 날리라고 한다.

헌데, 그 장소가 아주 무차별 적이다. 원형경기장, 식탁뿐만 아니라 아우구스트 해전장에서도 작업의 기술을 발휘하란다. 흠...도대체 해전의 격전인 바다에서 뭘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장소를 물색해 준 다음 오비디우스는 작업 기술의 핵심인 ‘꼬시는 방법’을 일러준다.    

 

   
   “이제 내가 가르치려는 것은 마음에 드는 여인을 사로잡는 방법이다. 이것이 내 지침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누구든, 어디서든 고분고분 내 말에 귀를 귀울일지어다. 청중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보증하는 말에 귀를 귀울여라” p33  
   


 이후의 내용은 여자를 대하는 남자의 자신감에서부터 스킨십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현학적으로 일러주고 있다. 고분고분 자기 말에 귀 귀울이라고 해서 눈에 불을 켜고 읽어 봤는데, 완전히 맥이 풀리는 수준이다.

뭐, 2000년 전에는 성공했을런지 모르지만, 지금 오비디우스가 전하는 대로 했다가는 여자들에게 경멸과 한심한 눈초리를 받아야 할 것이다.

매우 실망하고 2권, 사랑을 유지하는 법으로 넘어 갔는데 조금 수긍이 갈 만한 내용이 많았다. 아마도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남자들이 2권에서 가르쳐 주는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관계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사랑을 유지하는 추천할 만한 기술들이다.
 - 상냥한 성격과 함께 집요함이 요구된다.
 - 아첨이 필요하며, 장애물이 있다고 해서 멈추어서는 안된다.
 - 선물을 해야 하며, 반드시 계속 경탄하는 모습을 보일 것.
 - 충성의 표시를 자주 보여야 한다.
 - 양다리의 의심을 받으면 강하게 나가야 하며, 반드시 강한 밤일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 대가는 평화이다.

오비디우스는 여성들에게도 남자에게 사랑받는 비법을 전수해 주고 있다. 헌데 너무 수동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가꾸는 것이 제1계명인 것 같다. 그가 들려주는 기교들을 보자. 
 

-머리 모양과 의상에 신경쓸 것.
-제모와 냄새에 신경쓸 것.
-신체적 결점을 반드시 커버할 것.
-화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 것.
-춤과 잡기에 능할 것.
-말과 표정 그리고 편지로부터 남자를 애태우게 할 것.
-남자들에게 그가 줄 수 있는 것을 요구할 것.
-애인이 스스로 사랑받고 있다고 믿게 할 것.
-여자 친구들을 조심할 것.

 

여성들에게는 꽤 의미심장한 기술들이 많다. 헌데, 오비디우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중술까지 덧붙인다.  

 

   
  이제부터 가르쳐야 할 일은 낯을 뜨겁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의 디오네 여신은 말한다.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일이다.” 여성들은 각자 잘 알아 두어야 하는데 신체적 조건에 따라 이런 혹은 저런 자세를 취해야 한다. 한 자세가 모든 여자한테 맞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얼굴이 예쁜 여자는 드러누워야 한다. (이하 중략) p205  
   

 

이후 내용은 19금 이라 생략했다. ‘그래, 바로 이런 거야. 독자는 이런 걸 기대한다구!’라고 생각할 정도로 리얼했다. 개인적으로 오비디우스가 여성들에게 가르쳐 주는 기술이 남성들보다 더 나은 것 같다. 혹시 오비디우스는 게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덤으로 하게 된다.  

 

마지막편은 ‘사랑의 치료약’이라는 다소 논문 지향적인 글이다. ‘연애법’의 총론 격인데, 좀 따분하다. 이런 글은 현재에 영향력을 주기 미미하니 그냥 패쓰하는 게 좋을 듯싶다. 뭐, 오비디우스의 문학적 표현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지만.

책의 끝에는 보론 격으로 ‘여성의 얼굴과 화장법’도 소개하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화장법이긴 한데, 하장품 제조술로 봐도 무방하겠다. 본문에서도 화장술에 대해서 꽤 자세하게 언급한 걸 보면 아무래도 오비디우스는 게이인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이런 지식을 습득한 걸 보면.  

 

   
  흰 피부는 무슨 방법으로 깨끗하게 가꿀 것인가? 리비아 농부들이 바다로 실어 보내는 보리를 써라 보리 이사글 훑어서 껍질을 벗겨라. 같은 양의 렌즈콩을 달걀 열 개에 섞어서 보리에 합쳐라. 그러면 보리 미음의 무게는 2파운드는 족히 될 것이다. 이 혼합물이 바람에 마르면 노새가 느릿느릿 끄는 거친 맷돌에 빻는다. 새해가 되면 떨어지는 사슴의 새 뿔도 빻아라. 그 가루를 전부 합쳐서 고운 체로 걸러라. 흠집 없는 수선화 뿌리 열 두 개를 아주 깨끗한 대리석 절구에다 쿵쿵 빻아서 넣는다. 그런 다음, 토스카나의 밀가루 약간과 2온스의 고무, 그 아홉 배의 꿀을 넣는다. 이것을 얼굴에 바르면 거울보다도 빛나고 윤기 있어 진다. pp261-262  
   

 

여성들은 한 번쯤 오비디우스가 가르쳐 주는 제조방식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피부가 '거울보다도 빛나고 윤기 있어 진다'고 하는데, 망설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덧붙임.

책을 빠르게 봤지만 실망할 만한 책은 아닌 듯하다. 본업이 시인이라서 그런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탁월한 인용은 처세서를 문학작품으로까지 승화시키고 있다. 실전 지침서의 내용이 시쿤둥한 사람은 아마도 저자의 시인적 기질에는 실망하지 않을 듯한 책이다. 아쉽게도 절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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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2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오비디우스가 썼다니 고전을 읽는다는 느낌은 있잖아요.
요즘에 나온 책들 읽으면 괜히 감추고 싶지 않나요?
왠지 속 보이고 무능해 보일 것 같은 인상 때문에...>.<;;ㅋ

yamoo 2011-08-21 15:25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낌은 별로 안들었어요. 표지부터가 좀 구려서 고전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실용연애전서 읽는 느낌이었어요~ㅎ

감추고 싶기 보다는 한번 읽고 남 주고 싶은 그런 느끼미에요..요즘 나오는 이런 부류의 책들은요.

흠...속보이고 무능해보인다라...저는 그런 인상을 전혀 가져본적이 없어요^^;;

cyrus 2011-08-20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비디우스의 이 책,,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되었어요/
오비디우스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묘사는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작품에
인용되기도 하며 특히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오비디우스의 연애법에 대한
문구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yamoo 2011-08-21 15:28   좋아요 0 | URL
흠...그렇군요. 저도 알라딘의 검색에서 찾아보니 목차도 똑같고...같은 책이네요. 제목이 바뀌어서 다른 책인줄 알았다는~ㅎ

호~ 그런 인용이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8-23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에게 전수한 비법 마지막, 그럴 듯 해요.
여자 친구들을 조심할 것.

전 작업 들어갈 사람은 없으니...패쓰해야 할 듯~^^

yamoo 2011-08-23 14:29   좋아요 0 | URL
그쵸~ㅎ 여자들에게 있어 동성친구들은 위험한 존재 인 것 같습니다..ㅎㅎ

그래두 이거, 읽을만 하답니다. 지금 출간되고 있는 각종 연애의 기술의 원형 쯤 되는 책이고...더군다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적제 적소의 인용이 꽤 인상 깊습니다. 그래두 오비디우스 에요^^
 
악마의 사전 (보급판 문고본) - 기지와 해학 위트의 백과사전
앰브로스 비어스 지음, 정시연 옮김 / 이른아침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사전(辭典)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다.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사전적 정의상 사전은 분명한 책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전을 읽는다고 하지 않고 본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의미를 명확히 하거나 글을 쓰는데 어떤 도움을 받기 위해서 ‘찾아보는 책’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헌데, 보는 사전이 아닌 읽을 수밖에 없는 ‘이상한’ 사전이 있다. 1906년 앰브로스 비어스라는 작가가 쓴 <악마의 사전>(이른아침, 2008)이 바로 문제의 책이다. 이 책은 어느 모로 보나 ‘어떤 범위 안에 쓰이는 낱말을 모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한’ 사전(辭典)이다.

사전이긴 사전인데 ‘악마’의 사전이다. 그도그럴것이 이 사전의 단어 풀이는 사악하고, 냉소적이며 발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지와 해학 그리고 풍자가 넘친다. 사전을 ‘읽고’있노라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이 교묘한 이중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신랄한’ 비어스가 풀어놓고 있는 단어의 의미를 따라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랬다.

가난  poverty  명
개혁을 주장하는 쥐들의 이빨을 갈기 위해 고안해 낸 줄칼. 가난을 없애겠다고 제안된 입안(立案)의 횟수는 가난에 고통 받는 개혁주의자들의 머릿수에다가 가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학자들의 머릿수를 보탠 것과 같다. 이 가난의 희생자들은 온갖 미덕을 몸에 지니고 있다. 그리고 가난이 존재하지 않는 번영의 땅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들을 그곳으로 데려다주려고 노력하는 지도자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나이  age  명
자신이 시도하기 어려운 악덕을 매도함으로써, 자신이 여전히 즐기는 악행을 상쇄하는 인생의 기간.  


돌봐주다  accommodate  동
은혜를 팔다. 장래에 억지를 쓸 수 있는 기반을 굳히다.   


망각  忘却  oblivion
사악한 인간이 악행을 그치고, 마음이 따분한 자도 안식을 얻는 상태. 명성의 최종 도착지인 쓰레기장. 고매한 이상을 넣어두는 냉동고. 야심만만한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자만하지 않고 자신의 것보다 뛰어난 작품에도 질투를 느끼지 않는 곳. 자명종 시계가 없는 기숙사.

 

무감동의  無感動  apathetic  형
결혼해서 6주일이 지난.  

 

불안  不安  fear  명
가까운 장래에는 완전히 몰락할 감각(感覺).  

 

뻔뻔스러움  impudence  명
대담과 야비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수다  loquacity  명
상대방이 말하기를 원할 때, 자신의 혀를 제어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질환.

 

심통  心痛  distress  명
친구의 성공을 본 것이 원인이 되어 걸리는 질환

 

온정  溫情  cordiality  명
우쭐한 기분을 당장 누리고 싶은 자의 태도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간지러운 행동. 
 

절세미인  絶世美人  prodigy  명
그 아버지의 눈코를 물려받지 않은 신생아.

 

지인  知人  acquaintance  명
돈을 빌릴 정도의 안면은 있어도 이쪽에서 꿔줄 정도는 아닌 사람. 상대방이 가난하고 하찮을 때는 고작 얼굴이나 아는 정도라고 말하고, 돈푼이나 있고 유명할 때는 절친하다고 말하게 되는 우정의 정도.

 

친교  親交  intimacy  명
어리석은 자가 신의 섭리에 따라 서로를 파탄내기 위하여 휘말리게 되는 관계.

 

코러스  chorus  명
오페라 가수가 숨쉬고 있는 동안 관중의 넋을 빼놓는 고행승의 울부짖음.

 

타락  墮落  degradation  명
일반인 신분에서 정치 고위직으로 가는 도덕적 사회적 진보 단계의 하나.

 

투표  投票  vote  명
자기 자신을 바보로 만들고 자기 나라를 어렵게 만들고자 자유인이 행사하는 권리.

 

편애  偏愛  predilection  명
환멸의 준비 단계

 

학식  學識  erudition  명
텅 빈 두개골 속에 털어놓은 책의 먼지.

 

허무주의자  虛無主義者  nihilist  명
톨스토이 이외의 모든 존재를 부정하는 러시아인. 이 파의 지도자는 톨스토이.

 

2천 여 개에 달하는 단어들이 거의 이런 식이다. 그렇다고 품위 없는 풀이는 거의 없다. 문학 작품 속에서 사용된 표현을 사전 풀이에 절묘하게 대응시켜, 냉소와 위트 그리고 독설과 해학의 극한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누구도 시도할 수 없었던 풍자와 신랄한 비판이 돋보이는 20세기 최고의 사전이자 언어의 보물상자이다.

부디 악마적인 사전 ‘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를...


[덧붙임]
1. 풀이가 영단어의 어원과 영미문학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꽤 된다. pun수준의 위트 있는 풀이도 있어 영미 문화에 정통한 사람이 보면 훨씬 더 절묘한 위트를 느낄만하다는 것이 주관적인 생각이다.
2. 고등학교 때 이런 사전을 만났다면 좋았을 것을...어려운 단어도 그냥 암기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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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8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붙임에서 확 끌리네 그냥~~
이건 손으로 쓰신 거 맞군요^^

yamoo 2010-09-08 09:43   좋아요 0 | URL
손으로 썼다고 봐주신 마기님께 감솨를~~^^

이 책 꽤 괜찮은 책 같아욤~ 책에 보면 좀 길게 돼 있는 풀이도 있는데요, 서양문학을 관통하는 위트있는 내용이 정말 좋더라구요~ 꼭 한번 일독해 보셔요~

책가방 2010-09-0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감동의)...ㅋ 완전 웃겨요...ㅎㅎㅎㅎㅎㅎㅎ

yamoo 2010-09-08 09:52   좋아요 0 | URL
무감동에 꽂히신 책가방님^^

제가 일일히 다 소개를 못했는데요, 이 사전 속에 있는 의미 풀이들이 재밌는 게 많습니다..고교시절 영어단어장이 저렇게 돼 있다면 정말 좋았겠다라는 생각이에요..ㅎㅎ 무감동의..라는 영단어가 그대로 암기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ㅋㅋ

oren 2010-09-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에서도 가끔씩 등장하던 '악마의 사전'을 슬쩍 펼쳐 보여주시니 눈길이 확~ 당기네요.

저는 [학식 學識 erudition 명]과 [심통 心痛 distress 명]의 뜻을 제대로 알게되어 인상깊네요.

제가 조금 더 '인용'해 보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덧붙여 봅니다.
(여기서도 엠브로즈 비어스의 사전 내용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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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비극 599

여러 시대에 걸쳐 인간의 조건을 관찰했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비극을 지적해 왔다. 사람들은 이웃들보다 낫다고 느낄 때 행복하고, 그들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불행하다.

그런데, 아! 다른 사람의 눈으로 행복을 들여다보는 것은 얼마나 씁쓸한 일이냐!
- 윌리엄 셰익스피어(《뜻대로 하세요》5막 2장)

행복 [명사] 타인의 불행을 생각할 때 생겨나는 흡족한 기분.
- 앰브로즈 비어스

성공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해야 한다.
- 고어 비달

곱사등이가 즐거워할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의 등에서 더 큰 혹을 보았을 때다.
-이디시 속담

(이 책의 출처도... 지겹긴 하지만... 스티븐 핑커의 <마은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입니다.)

비로그인 2010-09-08 14:25   좋아요 0 | URL
아~~셰익스피어....
단 한마디의 비수로 가슴을 찌르는군요.
오렌님이 댓글에도 추천~~~

yamoo 2010-09-08 21:38   좋아요 0 | URL
음...셰익스피어도 비어스와 비슷한 표현을 쓰는군요!ㅎ

사전에 행복에 대한 풀이 그대로 있습니당~~

근데, 진짜 스티븐 핑커의 책을 얼마나 읽으셨길래 이런 인용이 가능한가욤?? 대단!
아, 근데요...인간의 비극 599..이게 뭐에요? 인용하신 부분에 항상 있어 궁금해서요~

마녀고양이 2010-09-0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움베르트 에코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생각나는 책이군요.
솔직히 저는 한바퀴씩 꼬아놓은 말이나 책, 즉 말장난을 싫어해서,
반 읽다가 치워버렸습니다만..... ^^
흥미는 있네여.

그리고, 오렌님의 댓글 역시....... ^^

yamoo 2010-09-08 21:42   좋아요 0 | URL
에코도 슬쩍 뒤짚는 표현들을 많이하지요..ㅎㅎ <바보들에게~>이 책은 잼나게 읽었습니다만..ㅎㅎ 근데, 말장난 같은 표현은 별로 없구요...제가 기억하기론 엎어치고 메치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읽다가 때려친 책들을 주워사 다시 읽어보면 2가지 결론이 나옵니다..다시 때려치든가, 아니면 재미의 재발견 이든가...후자가 간혹 나오긴 해요..ㅋㅋㅋ

양철나무꾼 2010-09-0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류 좋아해요.
젤 먼저 마기님이 생각났다는~~~
이젠 그런 류의 시 안쓰시남여?

저도 다른 책에서 종종 봤던 내용이 있네요~
암튼,장바구니에 쏘옥~입니다.

비로그인 2010-09-08 14:25   좋아요 0 | URL
내가 뭐, 응?
푸히히~

yamoo 2010-09-08 21:44   좋아요 0 | URL
오호~ 마기님이 그런 시를 쓰셨다구요?
웅~~~근데, 요즘은 왜 안쓰실까나~~~ㅎ

나무꾼님, 읽으시고 리뷰남겨 주세여~~헤~~

마기님, 시 쓰셔야종~~기대기대~~^^

oren 2010-09-09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핑커의 책을 얼마나 읽으셨길래 이런 인용이 가능한가욤? 인간의 비극 599..이게 뭐에요? 인용하신 부분에 항상 있어 궁금해서요]

---> 정확하게는 '두 번' 정독했구요. 최근에 별도로 (언제든지 리마인드하거나 혹은 인용하기 쉽도록) 밑줄친 부분을 중심으로 '요점 정리'까지 상당 분량을 타이핑해서 갈무리해놨기 때문에...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쉽게 해답을 찾아 쓸 수가 있을듯 싶어요..ㅎㅎ(추후에도 불쑥 불쑥 인용하는 일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하시기를 '미리' 청합니다.)

'인간의 비극'은 제가 임의로 작은 타이틀을 붙여본 것이구요. '599'는 책의 해당 쪽수랍니다. 책 내용의 특정 부분만을 인용하게 되면 가끔씩 뜻이 왜곡될 수도 있겠다 싶어, 혹시라도 전후좌우의 문맥을 찾아 읽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쪽수는 밝혀두는 게 좋을 듯 싶어서요...



yamoo 2010-09-09 21:41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핑커의 책은 엄청 두껍던데..

저는 블로그에 오렌님이 하셨던 작업을 했다가 귀찮아서 그만 뒀었어요..근데, 다시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불~끈! ㅎ

언제나 좋은 인용을 해 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pjy 2010-09-09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인'에서 빵 터졌습니다ㅋㅋㅋ

yamoo 2010-09-09 21:40   좋아요 0 | URL
하하, 그 부분도 인상깊죠..^^

김용의 소오강호를 보면 사대악인이 나오잖아요...그 사대악인이 하는 말이 아마도 저럴거에요~ pjy님도 재밌게 보실수 있을 거 같아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