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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권력의 조건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이수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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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쟁에서 내 최고 목표는 연방을 구하는 것이지 노예제를 존속시키거나 폐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모든 노예를 해방시켜야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내 행동이 대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고, 대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할 것입니다.

(책 본문 중에서)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에 관한 책이다. 소설은 아니지만 워낙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의 이야기인 터라 지루함이 끼어들 새 없이 쭉 읽을 수 있다.

링컨의 관대한 성품, 전체적인 흐름을 살필 줄 아는 넓은 시야,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의지 등 많은 것을 엿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그의 명확한 목표 의식이다. 많은 시련과 견제를 이겨내고 합의와 타협과 조정을 통해 큰 원칙을 지키면서 커다란 대의를 일구어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면 바람직한 정치의 올바른 본보기 중 하나가 이런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물론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기에 과정이 아름답게 보이는 거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연방 통합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았음에도 링컨이 올바른 목표를 설정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맨 처음 언급한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링컨은 자신의 목표를 과장하지도 않았고 숨기지도 않았다. 당시 남부의 연방 탈퇴로 전쟁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그는 필요할 때마다 과감한 정책을 제시하면서 그 목표를 대중들과 동료들이 받아들이도록 노력했다. 더 나아가 연방 탈퇴론자들까지 포용하기 위해 힘썼다. 이 모든 것들로 미루어 볼 때 그의 성공은, 목표 설정이라는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고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를 서두르지 않고 제 자리에 정확히 끼움으로써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당연한 결과라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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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 해밋 전집 세트 - 전5권 대실 해밋 전집
대실 해밋 지음, 구세희.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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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아저씨들의 이야기. 물론 '팜므파탈'이라 불리는 속모를 여인네들도 등장한다. 서로 얽히고설켜서 물고 물어뜯기고. 하지만 뭐가 어찌 됐든 양복에 모자 눌러쓰고 담배를 꼬나문, 거칠고 체력 좋고 추리력도 좋은 아저씨들의 이야기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하드보일드 소설이 꼭 남자들만 탐닉하는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남자 팔뚝에 불끈 솟아있는 힘줄에 로망을 지닌 여자분들이 있는 걸 보면 여자라고 해서 이런 종류의 소설을 꼭 멀리 할 것 같지만은 않다. 다만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따라가기도 바쁜 판국에 전에 일어났던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 알고 있는 듯한 아저씨들의 말투와 행동은 무척이나 눈꼴사나울 수도 있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판은 그렇게 치밀하게 짜여졌고 그 상태에서 독자들에게 읽어보라고 초대장을 내민 것을. 내민 초대장을 받아 들였다면 순순히 따라가서 아저씨들의 활약에 박수를 쳐 주는 게 좋다. 어쩌면 진심으로 감탄할 수도 있다. 이 아저씨들 착한 남정네들은 아니지만 의외로 매력 있다. 거친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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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하누 어스시 전집 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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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선택을 했고, 나 자신을 한 농장과 한 농부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진흙처럼 빚기로 선택했죠. 나 자신을 어떤 그릇으로 만든 거예요. 난 그 모양을 알아요. 하지만 그 진흙은 모르겠어요. 삶이 나를 흔들어 춤추게 해요. 난 그 춤을 알죠. 하지만 무용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어요." 게드가 한참의 침묵 끝에 말했다. "그렇게 그 춤을, 영원히 추어야만 한다면......" "사람들은 그 애를 두려워할 거예요."

 

 

10개월. 엄마가 아이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 배 안에 품는 기간. 말 그대로 일체의 기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세상에 나오고, 엄마가 살아왔던 세상을 배워간다. 그저 먹고 싸고 울 줄 밖에 모르던 아이는 조금씩 변한다. 젖 달라고 입만 벌리던 녀석이 먹을 걸 보면 손으로 덥석 집기도 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장 떡볶이 좌판 앞에서 야무지게 포크를 잡고서 떡볶이를 향해 돌진한다. 입 주위에 조금은 그 양념을 묻히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아주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다. 그렇게 아이들은 변하고 성장한다. 엄마는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 속에서 기쁨을 느낀다. 허나 때론 색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정말 내가 10개월 동안 품었던 아이일까? 이 아이가 정말 그 때 그 아이일까? 아이의 자의식이 성장하고 사춘기를 지날 때 즈음, 엄마가 생각하는 아이와 전혀 다른 모습과 마주치게 되면 엄마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당혹스러움, 그 정도로 그칠까?

사물의 본질을 꿰뚫기도 쉽지 않은 판에 사람의 본질을 깨닫는 게 만만할 리 없다. 그나마 위에 인용한 게드와 테나의 대화처럼 춤이 무엇인지나 알면 다행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추는 춤마저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니 세상 가장 두려운 존재는 자연스레 사람들, 나 자신일 밖에. 삶과 죽음, 조화와 균형 너머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본질에 관한 얘기. 어떤 위치에 있든 우리는 일평생 귀 기울여 배우고 깨닫는 길 뿐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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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바닷가 어스시 전집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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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시여, 하지 마십시오. 그 일이 정의롭거나 찬양받을 만하거나 고귀한 일이기 때문이라면, 하지 마십시오.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라면, 하지 마십시오. 오직 당신이 해야 하는 일만을 하고,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일만을 하십시오.

 

(책 본문 중에서)

 

참 어려운 문제다. '조화와 균형'을 대전제로 놓았을 때 그것을 지키기 위해선 '오직 해야 할 일만을 하고 다른 방법으론 할 수 없는 일만을 하라'라니.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오직 해야 할 일만을 하는 존재는 바로 자연이다. 초원의 사자가 치타의 새끼를 물어 죽이고, 맹수들이 힘없고 약한 대상을 사냥감으로 정해서 덤벼드는 행위를 사람들은 약육강식이라 표현한다. 사막의 뜨거운 햇빛은 그 열기 아래서 생명체가 목말라 죽어가든 말든 상관없이 내리 쬐고, 겨울의 냉기는 동물들이 먹을 것이 없어 눈 속을 파 뒤집는다 해도 끄덕 없이 그 서늘함을 과시한다. 비정하고 모질다 손가락질해도 소용없다. 그것은 자연이 해야 할 일이며 조화와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옳고 그름은 우리 사람들의 관점이지 자연의 관점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사람들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아니,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돌아갈 수 없겠지. 우리들에겐 지식이 있고, 문명이 있으니까. 그럼 지식과 문명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무얼까? 존중? 나와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고, 현재를 누리는 삶뿐만 아니라 지나갔거나 다가올 삶을 존중하고, 심지어 죽음까지 존중할 수 있다면? 그 때 사람들은 자연이 행하는 조화와 균형을 조금이라도 흉내 낼 수 있을까?

소설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에 이어 여전히 성장 소설의 형태를 갖추었으며, 그 안에서 삶과 죽음을 다룬다. 죽음이 간직한 두려움에 압도된 삶. 마법이 사라지고, 기술을 잊어버리고, 용마저도 창조의 언어를 읊지 못한다. 죽음이 부정됨으로써 삶이 위협받고 모든 존재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대현자 게드는 죽음이 부정된 시작점을 찾아 죽음을 향한 긴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게드가 함께 길을 떠난 아렌에게 한 말, '오직 해야 할 일만을 하고 다른 방법으로 할 수 없는 일만을 하라'. 나는 현자도, 왕도 아니라서 그 말의 깊은 속뜻을 모르겠구나. 더구나 숱한 제약을 드리웠음에도 도전과 행함에 가치를 두는 문명의 아이이기까지 하니 내가 무슨 수로 '행하지 않음'의 진정한 의미를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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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어스시 전집 1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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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침묵 속에만
빛은 어둠 속에만
삶은 죽어감 속에만 있네.
텅 빈 하늘을 나는 매의 찬란함이여.

(본문 중에서)

 

가끔 막 돼먹은 어떤 사람에 의해 한쪽 면이 말끔하게 갈려나간 동전을 보곤 한다. 10이란 수자는 멀쩡히 있는데 반대편에 있어야 할 다보탑과 '십 원'이란 글자는 사라지고 없다. 무슨 생각으로 동전의 존재 가치를 깡그리 무시해버릴 이런 수고를 한 것일까? 무슨 의도였든 덕택에 한쪽 면이 말끔해진 동전은 동전으로서 온전한 존재 가치를 부여받긴 틀려버렸다.

삶과 죽음. 그 둘도 동전의 양면처럼 둘 모두 존재해야만 온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살아있는 자들은 무엇인지도 모를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 너머를 알 수 없는 죽음을 회피하려 든다. 죽음은 삶을 단절시키고 삶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삶이란 걸 지독히 변덕스런 사람들이 감당이나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질문에 '감당 못하지'라고 확답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그 답을 모른다. 죽음이 무언지도 모르고, 죽게 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며, 혹시나 죽음이 사라진 삶이 있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그 삶을 일구어 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음이 사라진 삶, 끝이 없는 시작이란 정말 끔찍할 거라는 데 주저 없이 두 손 두 발 다 들 수는 있다. 다시 말해 '끝'이란 단어가 '시작'이란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듯이 삶의 앞길 그 어딘가에서 기다릴 죽음이 비로소 삶을 완전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삶의 품 안에서 죽음을 갈구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자연스러움을 넘어서는 행위다. 죽어가는 나무에서 남모르게 새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모든 생명은 살아가기 위해 애를 쓰는 게 자연스럽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망각할지언정 일부러 죽음을 향해 발을 내딛어선 안 된다. 죽음이 내포한 두려움, 무한한 어둠.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삶은 그 화려함과 진실함을 이어갈 것이고 자연스레 죽음을 향해 조심스런 발걸음을 떼어 놓을 것이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언뜻 보면 상반된 두 개이지만 자세히 살피면 뗄 수 없는 두 개를 놓고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 땅과 바다, 드러남과 숨겨짐, 포용과 회피. 어느 한 쪽을 무시한다면 한 쪽 면이 말끔히 갈려나간 동전처럼 되어 버리는 것들. 신기한 마법 대결도 없고 박진감 넘치는 육탄전도 없지만 소설은 그 어떤 판타지 이상 가는 재미와 생각을 선사한다. 화려한 액션과 거대한 스케일을 원한다면 이 소설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제쳐 두고라도 삶을 얘기할 때 화려함과 거대함 속에서만 그 가치를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동전 한 닢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람들의 진실하고 소중한 얘기를 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이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바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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