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어느덧 여기에 (대굴대굴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책에 관한 리뷰라기 보단 내 삶에 대한 리뷰</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hu, 07 May 2026 01:50:56 +0900</lastBuildDate><image><title>대굴대굴</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04577144433490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대굴대굴</description></image><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중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60091</link><pubDate>Wed, 06 May 2026 09: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60091</guid><description><![CDATA[얼마 전 지인을 만났을 때 자기 조카 얘기를 하면서 투덜댔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나 다른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면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저 큰소리로 자기 할 말만 했단다. 교사한테 집으로 전화가 와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단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지인의 불만은 아이에 대한 것도 있지만 그 부모, 그러니까 동생 부부에 대한 게 더 컸다.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질 못하고 끌려만 다닌다고. 생각해 보니 내 조카 중 남자애도 그 비슷한 행동을 보인 적이 있었다. 어린이집에 갔는데 선생님께 다짜고짜 반말을 투척했지 아마. 이랬던 녀석이 지금은 아빠가 되어 있는 걸 보면 참 시간이란 신비하고 오묘하다.<br>시간 자체의 힘만은 아닐 것이다. 그 사이사이에 녹아든 교육과 의지가 아니었다면 아빠나 애나 별반 다를 게 없겠지.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나에겐 교육에 실패한 사례가 하나 있다. 일단 어렸을 때 내 무지로 인해 사회화 교육에 실패했다. 그리고 새벽에 나를 깨울 때마다 강력한 의지로 죽은 척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새벽마다 두 번씩 간식을 바치게 됐다. 그 결과, 이 집의 핵심은 내가 아닌 녀석이 됐다. 오늘도 녀석은 외친다. 세상의 중심에서. 냐옹을. 냐아~웅.<br><br>]]></description></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비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56488</link><pubDate>Mon, 04 May 2026 09: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56488</guid><description><![CDATA[지킬과 하이드처럼 글을 분리해서 쓴 적이 있었다. 이 글은 지킬이, 저 글은 하이드가. 완연히 달랐다. 지킬이 쓴 글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지만,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하이드가 쓴 글은 오로지 한 방향, 분노와 공포와 불안을 향해 내달렸다. 그때도 알았다. 둘 다 나임을. 하지만 현실에서 날뛰는 하이드를 마주한 뒤 난 내가 무서웠다. 받아들여야 했지만 당장은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글에서나마 둘을 분리했다. 제대로 된 대처였는진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그 글들은 분출구의 역할을 했고, 나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돌아보게끔 했다. 그렇다고 외부의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그저 나를 추슬렀을 뿐.<br>손을 씻다 옆에 놓인 빨랫비누가 눈에 들어왔다. 기존에 쓰던 비누가 너무 작아져서 역할을 못 하면 새 비누를 꺼내고, 자그마한 조각들을 새 비누와 함께 사용하면 그 둘이 달라붙는다. 모두가 다 붙진 않는다. 어떤 것들은 붙어서 하나처럼 되고, 어떤 것들은 붙지 못하고 더 작게 바스러진다. 지킬과 하이드를 분리했던 이후의 삶이 새로운 삶은 아니겠으나, 그 이전의 흔적이 그 이후의 삶에 들러붙은 건 분명하다. 저 비누처럼. 나를 정의하고 나를 표현하고. 그렇다면 내게 들러붙지 못하고 떨궈진 무언가도 있을 법한데, 그게 무언지 아직 모르겠다. 떨어져 나간 것,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선택에 따라 버려진 것. 그 공백 또한 나를 정의하는 것이라면. 난, 모르겠다. 내가 누군지.]]></description></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소나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51912</link><pubDate>Fri, 01 May 2026 09: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51912</guid><description><![CDATA[오늘도 산이다. 지난주에 오르고 이번 주는 처음이지만 날짜로는 사흘밖에 안 지났다(월요일에 썼던 글이다). 그런데 상황이 완전 다르다. 푸르름의 밀도가 어마무지하다. 식물들이 조금만 뭉쳐있어도 그 너머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봄의 생명력은 정말이지 놀랍다. 소나무의 모양새도 달라졌다. 중력을 거스르듯 위쪽으로 꼿꼿이 선 수꽃들이 머리를 잔뜩 쳐들었다. 조만간 이들이 터지면서 꽃가루를 퍼뜨리겠구나.<br><br><br>소나무 수꽃의 생김새 때문에 자연히 이 산 곳곳에 쌓아 올린 조금만 돌탑들이 떠오른다. 한 치 앞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반쯤은 진심으로, 반쯤은 재미로 돌들을 포개놓은 30cm 미만의 수많은 탑을. 산을 짓누르는 그 많은 상념을 소나무가 빨아들여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내는 상상도 해본다. 훨훨 날아가라. 날아가서 그 욕망을, 그 바람을 흩뜨려서 세상의 무게를 덜어내라. 그렇게 해서 모두의 어깨가 펴졌으면, 모두가 허리를 곧추세울 수 있으면. 그럼 더 넓게,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을 텐데. 아니, 아니다. 이건 애초에 사람 중심 얘기구나. 그냥, 이 산에서 함께 하는 존재들을 위해, 하늘을 우러러 기원한다고 하자. 땅의 기운을 모아, 식물들의 생명력을 모아, 고양이들의 투정을 모아. 그 기원을 세상에 퍼뜨려 세상을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하는 걸로.<br>내려오는 길. 발밑을 바라보며 걷는데 저만치서 들려오는 소리. 할머니한테 갈래? 고개를 들어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데리고 산책을 나선 듯하다. 아이는 걸을 수 있지만 그래도 자기 다리보단 남의 다리를 이용하는 걸 더 좋아하는 나이로 보인다. 할아버지한테 안겨 있다 할머니의 등으로 옮겨지는 순간. 버둥대던 아이가 헤헤하면서 웃는다. 할아버지 가슴팍보단 할머니의 등판이 더 좋은 건 아이들의 공통된 취향인 거 같다. 이눔 보소, 이눔. 할머니가 투덜대지만, 그 안엔 당신만을 위한 마음 따윈 없다.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리고 말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501/pimg_704577144511110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51912</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롱패딩</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48377</link><pubDate>Thu, 30 Apr 2026 10: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48377</guid><description><![CDATA[겨울 빨래가 마무리됐다. 이불, 베갯잇, 패딩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한 주 한 번씩 겨울 빨래들을 욱여넣었더니 이제야 끝. 게으름도 살짝 들어갔었고, 다른 일들도 했고. 밀려 밀려 롱패딩을 마지막 주자로 더 이상의 겨울 빨래는 없다. 롱패딩을 세탁기에 돌릴 때마다 드는 의문. 저게 지금 세탁이 되는 거야, 아님 물놀이를 하고 있는 거야? 그렇다고 저 덩치를 전체 손빨래할 객기는 없는데. 다행히 어두운 계통이라 매년 입고는 다닌다만….<br>내 롱패딩은 쓰임이 하나 더 있다. 겨울에 열심히 일했으니 푹 쉬라고 고이 개어 장롱에 모셔 두는데 쉬질 못한다. 이 상태의 패딩을 푹신하고 따뜻한 방석쯤으로 생각하는 녀석이 있어서. 다른 쉴 곳, 잘 곳 많은데도 장롱문을 열어달라 보채고, 못 이긴 척 열어주면 롱패딩에 몸을 맡긴다. 양복을 제외하면 내 옷 중에 제일 비싼 건데. 빨기도 힘든데. 귀여워서 차마 욕은 못 하겠고, 다 내 죄려니 하고 한쪽 문을 닫아준다.<br>이만치 걸어왔는데 안 따라 나온다. 컴컴하니까 그대로 잘 모양이다. 고양이는... 모르겠다, 흥.<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30/pimg_704577144510997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48377</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아닌 밤중에 고양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45452</link><pubDate>Wed, 29 Apr 2026 09: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45452</guid><description><![CDATA[어우, 야 이 씨.<br>새벽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옆에서 자던 고양이가 내 배를 밟고 지나간 탓이다. 4kg의 체중이 온전히 전해지진 않았지만 잠을 깨우기엔 충분하다. 아깽이 때 놀아달라며 자는 나를 암살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다 큰 이후론 처음이다. 아마도 실수겠지. 갑작스러운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녀석도 후다닥 달려 나가더니 식탁 의자 밑에서 내 동태를 살핀다. 새벽 2시쯤.<br>얼마 전, 누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이었는데 차에 치였다. 건너기 전 좌우 확인하고 절반 넘게 건넌 상황에서 좌회전 차량이 그대로 들이받은 모양이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진 않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치료가 오래 걸릴 듯하다. 게다가 사고가 난 시점이 오랜만에 일을 해보려고 마음먹고 막 일자리를 구한 때였다. 하지만 사고로 그 일도 어긋나버렸다. 건널목에서 사고라 형사 사건으로 넘어갈 수 있어 담당 형사도 만났고, 상대방 변호사한테 연락도 받았단다.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는 중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br>침대에 걸터앉아 고양이를 째려본다. 다른 때 같으면 온몸을 드러내고 나를 쳐다보겠지만, 지금은 의자에 걸쳐놓은 옷자락 아래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다. 자기가 뭔가 잘못했다는 걸 안다. 나만 조심한다고 해서, 나만 잘한다고 해서 내 삶이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해서 모든 가지를 쳐낸들, 새들이 와서 나무를 쪼고, 멧돼지가 와서 밑동을 들이받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등을 부딪쳐대는 것을 막을 순 없다. 내가 아무리 침대 위에서 조신하게 잔들, 고양이가 지그시 나를 짓밟는 걸 막을 순 없다.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고양이.<br>일어난 김에 간식이나 줘야겠다.<br>까까 먹자, 까까.<br>ㄲ 발음에 귀가 쫑긋하더니 내 발걸음을 따라 종종종 쫓아온다. 꼬리가 바짝 올라가 있다. 기분 좋단다. 나한텐 날벼락이었는데 이 녀석한텐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꼴이다. 세상일 참.<br>]]></description></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과거, 현재, 미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41048</link><pubDate>Mon, 27 Apr 2026 09: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41048</guid><description><![CDATA[<br><br>국민학교 1학년 때였나? 정확한 건 아닌데 아무튼 10살 되기 전이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인기몰이를 하자 구단들은 어린이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내가 원했던 건 MBC청룡. 하지만, 이 구단은 10살 이상이란 나이 제한이 있었다. 아니, 왜? 10살 미만은 어린이가 아니라 애새끼냐? (거친 표현은 죄송. 그 당시 난 화가 무척 많이 났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한 게 OB베어스. (두산 팬들에게 죄송. 꾸벅) OB 점퍼 입고 MBC 응원했던 꼬맹이 시절.<br>누나가 결혼하고 집을 나가자, 그 방은 내 차지가 됐다. 그곳엔 침대도 있었고, 전축도 있었다. 하지만 전축은 그 후로 몇 년 동안 장식품이었다. 난 음악도, 라디오도 듣지 않았었으니까. 그러다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였나? 엄마가 나를 데리고 동네 레코드 가게에 가서 음반을 하나 고르라고 했다. 그때 가게 주인분이 추천한 가수는 이문세와 유재하. 내가 고른 건 이문세. 이유는 기억이 안 난다. 엄마는 턴테이블 사용하는 법, 라디오를 듣는 법, LP를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줬고, 내게 새로운 세상을 하나 추가시켜 주셨다.<br>20대 초중반이었던가? 처음으로 혼자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본 게. 그 후 난 영화에 푹 빠져 들었다. 장르도 가리지 않았고, 시대도 가리지 않았다. 글이라면, ‘오늘은 참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같은 일기에서 멈춘 상태였는데, 영화를 본 후로 감상을 적기 시작했다. 30대에 들어선 DVD를 사 모았다. &lt;카우보이 비밥&gt;은 그 시절 가장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었고, &lt;가을 소나타&gt;는 내겐 무시무시한 영화였으며, 히치콕의 영화들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영화였다.<br>미니언즈는, 아니, 미니언즈 미니어처는 편의점 이벤트에 당첨돼서 받은 상품이다. 편의점만 20년 가까이했지 아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감정 소모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해졌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br>지금은, LG를 응원하지만, 화가 날 정도로 하진 않는다. 내게 많은 세상을 열어주셨던 분은 서서히 시간에 잠식되어 내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되었고, 이젠 아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영화는 예전만큼 보지 않지만, 아직 이렇게 글은 쓴다. 분명 ‘오늘은 보람 있는 하루였다’ 수준은 벗어났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알바를 하러 왔던 아이들은 이제 30대 후반이 됐고, 누군가는 엄마가 돼서 자기 아이의 이름을 내게 알려줬다. 그리고, 고양이. 햇볕을 쬐던 녀석은 뭐가 궁금했는지 갑자기 창 사이로 머리를 들이민다. 벌레라도 본 건가? 이 녀석은 예측불허다.<br>멀리 창밖을 내다본다. 시간이 흐르면 이 풍경들도 바뀌겠지. 미래를 향한 문장은 짧을수록 좋겠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27/pimg_704577144510697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41048</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옹</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35671</link><pubDate>Fri, 24 Apr 2026 10: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35671</guid><description><![CDATA[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 쓰레기를 버리고 집으로 들어와 마루 한복판에 우뚝 선다. 이런. 주변을 둘러보지만,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베란다로 나가서 좌우를 살핀다. 역시, 없다. 안 좋다, 안 좋아. 등줄기로 땀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어본다. 마루로 들어와 다시 여기저기를 탐색.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한다. 고양이의 네모난 박스형 종이 스크래쳐. 고양이는 그곳에 없다. 한참을 보다 결심한다. 그래, 저거다.<br>=====<br>작년 5월 말이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무척 더웠던 걸로 기억한다. 집에서 짐을 빼야 할 일이 있어서 한 달 가까이 생필품을 제외하곤 물건을 주문하지 않았다. 있던 짐마저 버리는 중이었고. 택배가 오지 않으니 당연히 상자도 생길 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재활용 쓰레기를 일주일 동안 집안에 모아뒀다가 버려야 하는데 내 경우는 그것들을 상자에 분류해서 담아뒀던 것. 종이상자가 없으니 분류해 둘 곳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고양이 스크래쳐. 박스 모양이라 무언가 담을 수 있었거든. 어차피 이 스크래쳐는 고양이가 잘 쓰지도 않았고.<br>그때의 결핍이 문제였을까? 요즘 베란다 한쪽에 쌓인 종이상자들을 볼 때마다 살짝 당황스럽다. 저렇게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나를 마주하고 있자니 여러 잡생각이 떠오른다.<br>종량제 봉투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나중에 저 상자에 쓰레기를 담아 버릴까? 안 되겠지?<br>상자를 못 버리는 거 보면 전생에 나, 고양이였을까? 근데 저 녀석은 상자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저 녀석이 전생에 내 집사였나?<br>쓸데없는 생각 하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머쓱해진다. 이 녀석, 거의 나를 감시하는 수준이다. 내 생각까지 읽진 못할 거야. 흠. 흠흠.]]></description></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불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31458</link><pubDate>Wed, 22 Apr 2026 09: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31458</guid><description><![CDATA[냄새다! 날이 더워지면 양쪽 베란다 하수구에서 모락모락 냄새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날벌레! 하루살이보단 조금 탄탄해 보이는 녀석들이 하수도를 통해 슬금슬금 날아오른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 벌레를 노리고 구석에 매복 중인 새까만 녀석. 바로 방구석 호랑이인 우리 집 고양이다. 셋이 하나로 뭉쳐 삼위일체가 되면 양 끝 베란다는 뜻밖의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 된다.<br>후다닥. 빠~안히. 텁. 텁. 구석으로 달려간 고양이가 무언가를 지켜보더니 갑자기 솜방망이로 여기저기 두드린다. 벽, 싱크대 아래쪽, 바닥. 하지만 벌레는 만만찮다. 아니, 만만찮은 게 아니라 고양이가 하찮은 것인지도. 고양이 앞발에 솜방망이란 이름이 괜히 붙었겠나? 간혹 비리비리한 녀석이 솜방망이 질에 얻어맞아 추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고양이는 냅다 코부터 들이민다. 사냥감의 냄새를 맡으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그 순간 벌레는 갑자기 사라진다. 두리번거리는 고양이. 사라진 사냥감에 당황한 고양이는 얼른 구석으로 뛰어가 다시 경계 태세를 갖춘다. 불안하지만 날카로운 눈빛. 벌레가 다시 나타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다.<br>저만치서 지켜보던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녀석의 얼굴을 살핀다. 역시나. 날벌레는 녀석의 촉촉한 코에 붙어있다. 잡긴 잡았다.<br>하, 이 녀석 이거 어떡하지. 진짜.]]></description></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보고 읽은 것들</category><title>요즘 읽고 보는 것들_1</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9727</link><pubDate>Tue, 21 Apr 2026 11: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972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K99243449&TPaperId=172297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507/11/coveroff/ek9924344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252635812&TPaperId=172297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51/80/coveroff/e252635812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 &lt;첫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gt; 알라딘과 함께 밀리의 서재도 이용 중인데 밀리의 서재 책장에 담아놓은 책 중 하나였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기 전에 하나씩 해결할 생각이다. 알라딘에서 읽고 싶은 책으로 저장해둔 건…. 음, 생각하지 말자. 어쨌든 이 책은, 책 소개에 따르면, 반전이 가득한 서스펜스의 정석이란다. 재미는 있더라. 다 읽고 든 생각은, 미션임파서블의 미니멀한 버전 같달까.<br><br> &lt;악의 : 죽은 자의 일기&gt; 정해연 작가의 초기작. 질질 끌지 않고 속도감이 있어서 술술 읽히는 건 여전하다. 다만 베테랑 형사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 터라 그 이후부턴 흥미가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소설에서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너무 직접 설명하려 드는 건 다소 부담스럽다. 예전엔 안 그랬었는데. 이것도 나이 들어 그런 건가?<br>'말세의 제한선이 매일같이 무너지고 있다는 거야. 주식으로 말하자면 매일같이 상한가를 치는 거지. 사람들은 그 말세 속에서 끊임없이 약해지거나 혹은 악해져.'- 본문 인용<br>딱 여기까지만 했었어야 했다.<br><br>&lt;바람의 검심&gt; 대학교 다닐 때 만화방에서 다 읽었었는데. 요즘 보는 건 23년도에 만들어져 방영된 TV 애니메이션이다. 1기, 2기가 완성됐고 3기가 제작 예정인 모양이다. 우선 1기만 다 봤는데 두 가지 부작용 때문에 고생 중이다. 우선, 실사 영화를 꽤 인상적으로 봤다는 거. 그래서 원작 만화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실사 캐릭터가 겹쳐 떠올라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역시... 너무 낯간지러워. 설명을 너무 대놓고 자세히 해서. 아, 이건 확실히 나이 탓인 듯.]]></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51/80/cover150/e2526358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518009</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불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7547</link><pubDate>Mon, 20 Apr 2026 09: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7547</guid><description><![CDATA[냄새다. 날이 더워지면 베란다 하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스멀스멀. 리모델링해도, 페인트칠해도 저 깊고 어두운 곳은 미치지 못한다. 락스를 부어도, 방향제를 두어도 소용없다. 덮개로 막을 수도 없다. 그러기엔 구조가 애매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뻔히 아는데도 두 손을 놓는다.<br>베란다에 작은 크기의 캣타워를 뒀다. 고양이와 함께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본다. 그러다 갑자기, 슬며시 냄새가 피어오른다. 야금야금. 캣타워에 있던 고양이가 느닷없이 고개를 뒤로 휙 돌린다. 내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고양이는 듣는다. 나도 뒤를 돌아본다. 달라진 건 없다. 아니, 달라진 건... 몸을 돌려 마루로 들어간다. 캣타워 상층에 있던 고양이가 후다닥 뛰어내려 가장 아래 숨숨집으로 쏙 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까만 고양이의 눈만 빛난다. 그 눈을 지켜보다 시선을 돌려 마루 전체를 조망한다. 그러다 고개를 옆으로 아주 살짝 기울인다.<br>===============================================<br>20년도 더 된, 오래전에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는 중이다. 나에 대한 두려움, 무너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꽉 차 있던 시절. 위태롭게 경계에 서서 어떻게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느껴지는 글들. 예전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이젠 자연스럽게 글로 옮기지 못할 거 같다. 문장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뚝뚝 떨구던 힘이 지금 내게는 없다. 지금 나는 그 시절을 거쳐 다른 글을 쓰고 있으니까. 그립거나 부럽지는 않다. 다만, 어느 덧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에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일 뿐. 어쨌든 지금 내가 쓰는 글은 딱 저 위의 글 느낌 정도.]]></description></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가풍</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2119</link><pubDate>Fri, 17 Apr 2026 10: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2119</guid><description><![CDATA[우리집엔 유별난 가풍이 하나 있다. 과보호. 어머니가 누나와 나를 그렇게 키웠다. 그 부작용은 한동안 온 집안을 뒤흔들었다. 우리 집에서 어렸을 때부터 지냈던 사촌 누나가 있다. 어머니한테 보고 배웠는지 나중에 자식들을 그렇게 키웠다. 그 부작용이 지금 사촌 누나의 집안을 흔드는 중이다. 우리 누나? 아이들이 어릴 때, 부작용에 휩쓸리던 중이라 과보호고 뭐고 없었다. 나? 결혼을 안 했다. 그런데...<br>이 좋은 참치 등살을 안 먹는다 이거지?<br>덩어리로 포장된 참치 등살을 가위로 자잘하게, 거의 가루처럼 자른다. 아니, 이 정도면 가위로 으깬다고 해야겠다. 우리 집 고양이는 어찌 된 영문인지 덩어리가 큰 음식은 먹질 않는다. 유난히 깔끔한 체하는 녀석이라 혀로 핥아서 딸려 오는 것들만 먹는다. 입 주변에 될 수 있으면 무언가를 묻히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가위로 참치 등살을 갈아버리는 중이다. 어디 그뿐인가? 혀로 간식 그릇을 핥다 보면 점점 한 방향으로 음식물이 쏠린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그릇을 돌려준다.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가풍이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17/pimg_704577144509688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2119</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깜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0024</link><pubDate>Thu, 16 Apr 2026 09: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0024</guid><description><![CDATA[룰루랄라. 운동할 겸 산에 간다. 하나둘 하나둘....헉헉. 씩씩. 이상하게 밖에만 나오면 걸음이 빨라진다. 앞선 사람들을 다 제치면서 산에 오른다. 누가 먼저 가나 시합하는 것도 아닌데.<br>드디어 꼭대기. 이곳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리고 고양이 세 마리가 있다. 한 살 남짓 된 녀석들. 등산객들에게 삥을 뜯으며 호랑이 행세 중이다. 나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갈 때마다 삥을 뜯긴다. 그래, 길에서 태어났으면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 하는 거다. 산꼭대기에서 산신령 놀음 정도는 해 줘야지. 닭가슴살을 바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br><br><br>드디어 집. 이곳엔 내가 산다.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다섯 살쯤 된 녀석. 내게 삥을 뜯으며 방구석 호랑이 흉내를 낸다. 그래, 집에서 살 거면 이 정도 착각은 해야 하는 거다. 집구석에서 벌레 정도는 잡아줘야지. 간식을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앞담화를 나눈다.<br>고양이, 넌 벌레를 언제쯤 제대로 잡을 거냐?(멀뚱)... 그래, 그래, 벌레한테만 안 잡히면 되지 뭐.]]></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16/pimg_704577144509563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20024</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잊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16217</link><pubDate>Tue, 14 Apr 2026 14: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16217</guid><description><![CDATA[현재 기온이 26도라고? 바깥 기온을 살피다 깜짝 놀란다. 하지만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산에 오르기 위해 밖에 나섰다가 내리쬐는 햇볕에 화들짝 놀란다. 어깨부터 등판까지 뜨뜻한 게 영락없는 여름 햇볕이다. 5월도 아니고 4월 중순에 이 무슨. 봄인데. 아직 나뭇잎들도 다 나지 않은 봄인데. 무엇인가 봄을, 계절을 잊은 듯하다.<br>산에 오르면 괜찮겠지. 사방이 뻥 뚫린 곳에 가면 바람이 땀과 열기를 식혀 줄 거야. 정상에 가기 전 그런 장소가 한 군데 있다. 겨울엔 모자를 손으로 누르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바람이 위세를 떨치는 곳. 오르고 올라 도달했건만 손은 갈 곳을 잃는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항상, 당연히 불어올 거라 여겼던 바람인데. 부는걸, 잊었다.<br>정상을 찍고 내려온다. 그곳에서도 바람은 보지 못했다. 정상 바로 아래쪽 내려가는 길목에 사람들이 조그만 돌탑들을 쌓아놓았다. 무엇을 소원했을까? 무엇을 바랐을까? 정월대보름이나 추석에 달을 향해 쏘아 올린 수많은 소원으론 부족했던 모양이다.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달에서 방아 찧던 토끼가 도망갔다고 하던데. 이 산의 호랑이는 이 돌탑 때문에 시끄러워 사라진 것일지도. 그래서 호랑이도 잊혔다. 지금은 고양이 뿐. 돌탑을 쌓은 사람들은 그것에 갈무리한 소원을 잊지 않았을까?<br><br><br>토끼와 호랑이로 흘러가는 생각에 넋을 놓다가 정신을 차려본다. 어느새 산 중턱, 도로가 있는 곳이다. 벌써 여기까지 내려왔다고? 자주 가는 길이라 그런지 거의 무의식에 가까운 상태로 하산했다. 미쳤구나, 미쳤어. 뒤를 돌아보니 내가 내려온 계단이 저만치 위까지 이어지다 나무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문득 궁금해진다. 난, 뭘 잊었을까?<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14/pimg_704577144509340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16217</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바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12297</link><pubDate>Sun, 12 Apr 2026 18: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12297</guid><description><![CDATA[벚꽃잎이 흩날린다. 비가 내리기도 했고, 예년보다 벚꽃 개화 시기가 일주일 정도 빨랐던 터라 서서히 꽃이 질 때도 됐다. 벚꽃은 꽃이 피어있을 때도 예쁘지만, 질 때는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매년 피고 지지만, 매년 똑같지만, 사람들은 그 반복을 즐거운 마음으로 반긴다.<br>집에 들어와 청소를 한다. 10년 넘게 쓴 진공청소기는 나이 먹었다고 큰 소리로 어찌나 유세를 떠는지 일 안 시킨 지 오래다. 그래서 선택한 건 돌돌이. 다른 집에선 보통 옷이나 천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는 데 쓴다. 하지만 우리 집에선 밀대에 연결해 바닥을 밀고 다닌다. 그런데 문제는 고양이. 청소할 때 가만히 있어 주면 좋겠는데 이 녀석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놀이라 생각하는 모양. 결과는? 돌돌이로 밀고 지나간 자리에 바로 고양이 털 투척. 이 짓거리를 매일 반복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매년 피는 꽃과 매일 반복하는 짓거리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br>뭐, 어쨌든, 난 매일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한다.<br>이눔의 자슥, 거기 가만히 안 서냐!(우다다 우다다)말을 들으면 고양이가 아니지….<br>]]></description></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그래, 그래, 그런 거였어. - [오페라의 유령 (한글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08548</link><pubDate>Fri, 10 Apr 2026 15: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0854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932435144&TPaperId=1720854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78/64/coveroff/e93243514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932435144&TPaperId=1720854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페라의 유령 (한글판)</a><br/>가스통 르루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06월<br/></td></tr></table><br/>책을 읽을 때 큰 기대를 하며 첫 표지를 넘기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일 때 어떤 설렘 같은 건 있지만 딱 거기까지만이다. 그런데 간혹 나도 모르게 큰 기대를 품고 책을 읽기 시작할 때가 있다. 지금 이 책이 그랬다. 작가나 소설 자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단지, 뮤지컬 &lt;오페라의 유령&gt; 원작이라는 사실, 그 한 가지가 모든 기대의 원인이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br>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출간 당시 이 소설에 대한 반응이 어땠는지 검색해 보기. 1909년부터 1910년에 걸쳐 프랑스 일간지에 연재.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을 땐 별다른 화제가 되지 않음. 그러다 1925년에 무성영화로 개봉되어 큰 성공. 현재 명성의 가장 결정적 원인은 1986년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그래, 그렇단 말이지.<br>그래서 다음으로 한 일은, 이 소설이 다른 장르의 원작으로 선택된 이유를 생각해 보기. 일단 다채로운 시각적 이미지. 화려한 파리 오페라 하우스와 그곳에서 연기하는 배우들, 그리고 지하에 펼쳐진 어둡고 음침한, 정반대의 다른 세계. 다음으론 음악 자체가 소설의 중요한 소재. 마지막으로 미녀와 야수라는 가장 대중적이며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 그래, 그래, 그렇단 말이지.<br>그래서 다음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 검색하기. 설계자의 이름을 따 오페라 가르니에라고도 불림. 건설 과정에서 지하에 물이 차올랐으나 빼낼 수가 없어 그대로 완공. 공연 중 샹들리에가 떨어져 관객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 발생. 소설은 이 둘을 내용에 맞게 차용. 그렇군. 그래.<br>마지막으로, 작가 가스통 르루 검색하기. 특종 기자 출신의 프랑스 장르 문학의 개척자. &lt;오페라의 유령&gt;보다 먼저 출간된 &lt;노란 방의 비밀&gt;로 명성을 얻음. 밀실 살인을 다룬 추리소설로 아서 코난 도일(셜록 홈스)과 모리스 르블랑(아르센 뤼팽)에 비견될 정도. 그래, 그랬어. 어쩐지.<br>그러니까. 현실적 배경을 바탕으로 트릭과 구조를 짜서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그 모든 것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후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게 작가의 핵심이라는 건가? 그런데 문제는 그 설명이 내겐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거. 사랑 얘기는 흥미롭지만, 인물의 심리 변화나 특정 캐릭터들의 역할이 내겐 잘 수긍되지 않는다는 거.<br>그래서, 정말 마지막으로 한 일은, 내가 멍청한 게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그래. 그럴 수도.<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78/64/cover150/e93243514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786436</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생각의 뒤꽁무니</category><title>나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06668</link><pubDate>Thu, 09 Apr 2026 17: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06668</guid><description><![CDATA[넌, 특히나 사람 때문에 울고 웃을 거야.<br>10년도 훨씬 전에. 그러니까 장사를 하고 있을 때. 나와 함께 오래 일하던 알바들에게 고전적인 방식으로 크리스마스카드를 준 적이 있었다. 다섯 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중 한 명에게 적어준 문장. ‘넌, 특히나 사람 때문에 울고 웃을 거야.’<br>그보다 훨씬 전. 그러니까 관계를 지옥이라 여기던 때. 딱히 결심이라고 할 순 없지만 내 삶의 방향을 설정한 적이 있었다. 지금 여기에 더 이상의 관계를, 소중한 관계를 덧붙이지 않겠다. 이 이상 아무도 무너뜨리지 않겠다. 다짐했었다.<br>지금. 비 때문에, 날리는 벚꽃잎을 볼 수 없게 되어 의기소침해진 고양이가 느닷없이 뜀박질이다. 조그마한 날벌레 하나 잡겠다고 촐랑거리는 게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벌레 따라 소파 위로 뛰어오른 녀석은 발을 헛딛고 마루로 떨어진다. 아우, 저 허당. 부끄러웠을까? 벌레는 놔두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우다다. 저거, 저거, 구조 안 됐으면 길에서 어떻게 살려고 했던 거야?<br>카드를 받았던 그 아이는 요 며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그것도 3~4년 전 일로. 그때 모질지 못했던 게 지금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걸까? 그 시절의 나는 결국 사람이 답이란 걸 알았지만 당시 했던 다짐을 지금껏 어찌저찌 지키며 산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많다. 촐랑거리는 이 고양이 녀석. 4kg이 채 못 되는 이 가벼운 녀석이 내 삶에 이렇게 무게감을 더할 줄은 몰랐다. 맞고 틀리고. 그런 문제가 아니란 걸 안다. 선택의 문제다. 오래전 내 선택은 상처를 정말 최소화할 수 있던 길이었을까?<br>간식을 그릇에 담아 몸을 돌리자, 고양이가 먼저 먹을 자리로 종종거리며 뛰어간다. 그 뒷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난, 삶의 뒤꽁무니만 쫓아왔다는. 그래도 웃을 수 있으니 괜찮은 거겠지. 어이, 고양이. 넌 나보다 꼭 먼저 죽어야 한다. 나보다 앞서야 해. 가뜩이나 사람 무서워하는 녀석이 어딘가에 맡겨져서 풀 죽어 있는 꼴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되거든.<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09/pimg_704577144508751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206668</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세상을 살아낸다는 것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190301</link><pubDate>Wed, 01 Apr 2026 13: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1903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132533289&TPaperId=171903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929/78/coveroff/e1325332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132533289&TPaperId=171903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두 사람의 인터내셔널</a><br/>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05월<br/></td></tr></table><br/>&lt;세상 모든 바다&gt;<br><br>-- 그 기모이한 오타쿠들의 열렬한 구호. 가치코이코죠. 진짜 사랑 고백. 좋아 좋아 정말 좋아 역시 좋아…… 그것도 사랑이라면, 나는 어쩐지 그 근시의 사랑이 조금 그립다. -- &lt;본문 중&gt;<br><br>정치적으로 올바른 아이돌 그룹이 있고, 그들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추종하는 팬덤은 그 아이돌이 튼 물꼬를 더욱 거대한 흐름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흐름은 세상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우린 때론 대중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안다. 집단 지성 또는 대중의 급격한 쏠림은 옳고 그름을 떠나 최악의 상황으로 돌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br><br>이 단편엔 '세상 모든 바다'란 아이돌 그룹이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바다가 연결되어 있듯이 사람들도 차별 없이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는 의미 정도. 여기까진 분명 맞다. 그런데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모두가 하나여야 한다는, 그러니까 '모두'와 '하나'란 단어가 합쳐질 때 은연중에 휘둘러지는 불편함을 우리는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br><br>&lt;롤링 선더 러브&gt;<br><br>-- 퇴근 후에 청계천 끄트머리에서 리아를 기다렸다.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늦게 나타난 리아는 슬랩스틱코미디언처럼 우당탕 넘어지는 척을 하더니 말했다.<br><br>  “안 해요? 왜 안 해요? 와아 조맹희 개멋있어.”<br>-- &lt;본문 중&gt;<br><br>뜻대로 될 리 없지. 세상이. 삶이. 치한이나 왕자님을 대비했으나 뜬금없는 호랑이 인형과 마주치고, 짝짓기 예능에 출연해서 출연자가 아닌 PD에 꽂혀 버리는. 그런 우당탕한 어떤. 나이는 차오르는데 이룬 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 같고. 상호작용 충만한 찐한 사랑 한번 해보고 싶지만 나도, 상대방도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그렇게 엇나가기만 하는. 그래도. 아무리 삽질만 한다 하더라도. 돌멩이는 이리 데굴, 저리 데굴. 여기서 차이고 저기서 밟히고. 그냥 데굴데굴. 왜 아무것도 안 하는데? 진짜 개멋있어.<br><br>&lt;전조등&gt;<br><br>-- “잠깐.”<br><br>  그가 엉거주춤 멈춰 “왜?”라고 묻자 그녀는 깜빡한 무엇을 떠올리려는 듯 그를 보다가 말했다.<br><br>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br>-- &lt;본문 중&gt;<br><br>급히 집을 나서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매장에 있는 근무자는 오늘 중요한 시험이 있다. 올해 예정된 마지막 시험. 내가 늦으면 그는 올 한 해를 날려버리는 꼴이다. 속도를 높여 걷는데 저만치서 술에 취한 듯한 걸음걸이로 노숙자 한 명이 걸어온다. 비틀비틀. 교차하는 순간 비틀대던 노숙자는 길에 넘어지고 난 찰나의 고민과 함께 그대로 앞을 향한다. 이번 지하철을 놓치면 난 지각이다. 그리고 그는 시험을 놓치게 될 것이다. 지나가던 차의 경적 소리. 하지만 무시하고 지하철역 안으로 뛰어든다. 늦은 밤, 퇴근하며 그 자리를 다시 지난다. 거꾸로. 아까 낮에 그 노숙자는 괜찮은 걸까? 샤워 후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다 불현듯 고개를 번쩍 든다. 흠.<br>  &nbsp;  <br>베듯이 일상을 침범하는 비일상. 그리고 흉터처럼 남는 불안. 흉터는 다시 벌어질까?<br><br>&lt;두 사람의 인터내셔널&gt;<br><br>옛날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투덕거린 적이 있었다. 니가 노동의 맛을 알어? 소리치면, 다른 한쪽에서, 니가 돈맛을 알아? 맞대꾸했다. 얼굴을 붉히며 고래고래 소리치면, 퍼렇게 질려서 악다구니를 내뱉었다. 그렇게 붉으락푸르락 기싸움을 하더니만 결국 옆 동네 돈 냄새를 참지 못하고 사회주의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형님. 이제 사회주의는 무대 뒤에서 자본주의의 뒤치다꺼리나 한다. 사람들 사이에 맥락 없이 떠도는 '기립하시오, 당신도'와 같은 이모티콘 문구가 한때나마 투톱 중 하나였던 사회주의의 영광을 드러낼 뿐이다. 물론 아무도 신경 안 쓰지만.<br>  &nbsp;  <br>노동의 맛을 외치던 사회주의가 퇴장한 탓일까? 요즘을 사는 근로자는 영혼까지 탈탈 털어 자본주의 팬덤에 빠져든다. 하지만 '좌절 금지'라는 머리띠 질끈 동여맨 우리의 주인공들은 출발점이 어디든, 현재 위치가 어디든 주저앉지 않는다. 쿨내까진 아니더라도 찌질하지 않게, 함께, 발걸음을 내디딘다. 내딛으려 한다. 평범함에 대한 이 밑도 끝도 없는, 그야말로 무데뽀 같은, 작가의 애정과 함께.<br><br>--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보일러를 아껴 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 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 &lt;본문 중&gt;<br><br><br>&lt;보편 교양&gt;<br><br>-- 곽은 은재와 함께 도서를 정리했다. 『도련님』은 우측 중단에, 『수레바퀴 아래서』는 중앙 상단에,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는 트롤리에 두고 『시민의 불복종』은 좌측 하단에, 『노인과 바다』는…… 자신의 손에서 은재의 손으로, 은재의 손에서 자신의 손으로 건네지는, 함부로 펼친 적 없는 새 책들의 반듯함. 축하의 말과 감사의 말. -- &lt;본문 중&gt;<br><br>손에서 손으로. 마음을 다한 자와 진심을 받아들인 자의 이중주. 다가올 날을 준비하고 지나갈 날에 감사할 줄 아는 자들의 평온함. 마음에서 마음으로.<br>  &nbsp;  <br>글을 쓰다 문득 고양이를 바라본다. 어이, 고양이, 아저씨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뭔 소리 하나 잠깐 바라보더니 다시 햇볕에 몸을 맡기는 녀석. 이 자식이…. 까까 줄까? 'ㄲ'이 들어가는 단어의 잇따른 출현에 반색하며 달려온다. 까까로 통하는 우리네 진심. 룰루랄라 냉장고를 열다 눈에 들어온 파란색 우유갑. 파란색으로 도배되었던 주식창이 떠오르며 마음이 튀어 오른다. 아니야, 아니야, 심호흡. 후우, 후우.<br><br>&lt;로나, 우리의 별&gt;<br><br>소설을 다 읽고 생각을 하다 몇 번이나 멈췄다. 마치 학창 시절 조회 시간에 들었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되씹는 기분이랄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려본다. 내가... 나이가 들었나? 이 이야기가 실현 불가능하다 생각하는 건가?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단편 중 가장 강한 어조의 작품이었다. '우리는 가능하다.' 너무 강하면, 때론 불가능을 향한 기약 없는 희망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br>  &nbsp;  <br>그런데 나 아직 안 늙었거든! 난 아직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결과로 이어지진 않더라도.<br><br><br>&lt;태엽은 12와 1/2 바퀴&gt;<br><br>그는 지방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처럼 게스트 하우스도 서서히 쇠락하는 중이다. 이곳에 내일 딸인 은혜가 오기로 했다. '명절도 생일도 기일도' 아닌데. 서울에서 취업한 딸이 자주 오기엔 지나치게 먼 거리라 그런 날에만 만나는 게 자연스러웠다. 모처럼 1층 한구석에 멈춰버린 채 서 있는 괘종시계의 태엽을 감아본다. 12바퀴 하고도 반 바퀴가 더 감긴다. 원래는 12바퀴였었는데.<br>  &nbsp;  <br>일상이 깨지는 건 때론 활력이 된다. 하지만 여기선 아니다. 시작부터 죽음의 이미지를 던진 이야기는 그 어두운 분위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게 둔다. 야금야금 잠식되어 푹 잠겨 든 순간, 이야기는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서 갑자기 쑥 빠져나가 버린다. 그는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한 채 자리에 서 있고, 그런 그의 모습은 바닷가의 풍경과 함께 놀러 온 서퍼들의 시야에 담긴다.<br>  &nbsp;  <br> -- "그런데 저 사람은 뭐하냐?" -- &lt;본문 중&gt;<br>  &nbsp;  <br>주체에서 배경으로 내동댕이쳐짐으로써 이제 다가올 불확실성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이른 아침, 딸은 아직 출발조차 안 했을지도 모른다.<br>  &nbsp;  <br>-- 멀리 길가에 검은 봉지를 들고 서 있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바다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br><br>  “몰라.”<br>-- &lt;본문 중&gt;<br><br><br>&lt;무겁고 높은&gt;<br><br>한때 탄광촌이었지만 지금은 카지노가 들어선 도시. 고3인 송희는 그곳에서 밀려나는 모든 것들을 지켜봤다. 왜 그것들은 속절없이 떨궈져야만 했을까? 송희가 역도를 선택한 건 그 무기력함에 대한 오기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들어 올리고 놓아 버린다. 내려놓는 과정은 없다. 들면 그걸로 끝이라 던지듯이, 버리듯이 떨구면 된다. 이건 나의 삶이야. 그러니 버리는 것도 내가 하겠어.<br><br>-- 송희는 단호해졌다. 아니. 이건 영광이 아니야. 이건 미래도 아니고 꿈도 희망도 아니야.<br><br>  그럼 뭐야?<br><br>젖은 머리가 물었다. 송희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 흥하지도 망하지도 않는, 값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운이 좋아도 나빠도 그대로인 것. 어떤 비유도 아니고 상징도 아닌, 말하자면 그냥 100킬로그램의 손때 묻은 쇳덩이.<br><br>  나도 몰라. 어쨌든 들 거야.<br>-- &lt;본문 중&gt;<br><br>소설의 마지막 장면 역시 그 의지의 발현이다. '그날이 송희가 정말로 역도를 그만둔 날이었다.' 그날 송희는 목표인 100kg 바벨을 들어 올렸을까? 젖은 머리는 알겠지만, 그 애는 귀신 같은 존재다. 산 자들은 그저 살아낼 뿐이다.<br><br><br>&lt;팍스 아토미카&gt;<br><br>-- 돌아서서 침대로 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문을 떠나기 힘들었다. 한 가지 의심이 되풀이됐다.<br><br>  내가 문을 닫았나. -- &lt;본문 중&gt;<br><br>하나의 맥락은 있지만 의식의 흐름처럼 흘러가는 글. 난 이런 글의 정체를 알 듯도 하다. 예전에 분열과 경계에 몰두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쓴 글은 소재에 상관없이 저 두 단어에 젖어 있었다. 아무 상관 없는 일에서조차 어떻게든 스며 나왔다. 지금 이 단편이 딱 그런 느낌이다.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고 아우르면서 불확실함의 정서에 푹 잠긴 이야기. 어쩌면 정말 작가 자신의 이야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929/78/cover150/e13253328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9297893</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7개의 단편, 7개의 세상 -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157605</link><pubDate>Wed, 18 Mar 2026 13: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1576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502635908&TPaperId=171576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70/8/coveroff/e5026359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502635908&TPaperId=171576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a><br/>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04월<br/></td></tr></table><br/>&lt;원경&gt;<br><br>우리 집 근처엔 재래시장이 있다. 그 안에 정육점이 몇 개 있는데 아마도 내장을 제거한 돼지를 통째로 받아서 직접 부위별로 잘라 판매하는 듯하다. 어느 날 시장으로 통하는 골목길을 지나다가 차량의 열려있는 짐칸 문 너머로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배가 갈린 채 사지를 쭉 뻗고서 짐칸에 실려있는 돼지를. 트라우마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정육점 앞을 지나칠 때마다 자연스럽게 하나의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문밖으로 튀어나와 있던 돼지 뒷다리 한쪽. 하지만 누군가에겐 트라우마가 될 장면이라면, 그 사람은 정육점을 지나칠 때마다 어떤 느낌을 받을까?<br>  &nbsp;  <br>이 소설은 사람들이 건강 검진을 받으려 대기하는, 아주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작한다. 신오는 이곳에서 종양이 발견되고 뒤이어 암 확진 판정을 받는다. 그는 생각한다. "술도 담배도 즐기지 않았고, 헬스는 주 삼 회씩 벌써 오 년째 다니고 있었다. 주말에는 등산도 가끔 했다. 주중 점심은 한식 위주로 나오는 구내식당에서 먹었고 저녁은 주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사 먹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br>  &nbsp;  <br>신오는 자기 인생이 엇나가기 시작한 시점을 원경과의 이별이라 생각한다. 함께 할 미래를 계획할 정도였는데 원경 집안에 유방암 내력이 있단 얘기를 듣고 신오는 이별을 결심한다. 그는 그렇게 사랑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암에 걸린 현재, 원경을 떠올리며 연락을 취한다. "나 운주에 있어." 신오는 바로 운주로 향한다.<br>  &nbsp;  <br>운주는 원경의 이모님이 물려받은 산이 있는 곳이다. 이모님은 그곳에 직접 집을 짓고 산다. 이곳은 회복의 공간이다. "원경은 허리가 아플 때 버섯 방에 누워 있다 오면 몸이 가뿐해진다고 말하곤 했다." 신오 역시 다리에 수시로 올라오는 쥐 때문에 고생했지만, "거짓말처럼 신오는 그 버섯 방에서 자는 동안 한 번도 깨지 않았다.“<br>  &nbsp;  <br>그런데 이곳이 변해 있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이모님의 집과, 같은 산에 있던 암자가 홀라당 탔고, 암자의 비구니 스님도 화마에 휩쓸렸다. 다행히 이모님과 암자의 유일한 신도였던 보살님의 존재가 이 공간에 여전히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원경이 있다. 원경은 이제 신오의 사랑이 아니라 희망이다. 미래를 부탁하는 건 너무 염치없는 희망일 테고, 과거의 자신을 고백하고 사죄를 구함으로써 마음의 부담을 덜어보려는 이기적인 희망. 하지만 신오는 거짓말을 한다. “나 사실 좀 아팠거든. 말기 암이었어. 오 년 생존율이 십 퍼센트도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보다시피 살아남았어. 어제 정기검진 다녀왔어. 깨끗하대. 네 생각이 제일 먼저 나더라고. 그때 내가 너무 갑작스럽게 통보하고 연락을 끊었잖아. 꼭 다시 제대로 만나서 사과하고 싶었어.”<br>  &nbsp;  <br>이유가 무엇이든 신오가 한 이 거짓말 이후로 회복의 공간이 무너져 내린다. 사정없이 밀려드는 현실로 인해 그것도 아주 급격하게. 구덩이를 파던 그들 앞에 쏟아져 내린 하얀 그 무엇. 그것을 보며 신오는 군대에서 경험했던 사건을 떠올린다. 그리고,<br>  &nbsp;  <br>"신오는 이 여자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자신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신오는 깊은 구덩이에 빠진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br>  &nbsp;  <br>신오는 모두로부터 분리된다.<br>  &nbsp;  <br>지금 이 글이 이 소설을 말해주기엔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돼서 무언가를 덧붙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때론 설명보단 감정이 훨씬 가치가 있으니까.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마지막 부분에서 신오와 함께 구덩이에 나뒹굴기를 바란다.<br>  &nbsp;  <br>&lt;꼬리말&gt; 인용부호 안의 문장은 모두 본문 인용 글.<br><br><br>&lt;최애의 아이&gt;<br><br>집착 : 어떤 대상에 마음이 쏠려 계속해서 매달리는 것<br>  &nbsp;  <br>집착의 대상이 되어 본 적이 있다. 당시엔 몰랐고 다 자라서 돌이켜보니 '아, 그랬었구나'. 영화나 드라마 같은 광적인 어떤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집착하는 쪽이 품은 기대와 쏟아붓는 그 모든 것들은 내게 고스란히 압박감으로 되돌아왔다. 그 시절의 난 input에 비례해 output이 꽤 좋은 편이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사랑은 끝이 없는 것이라서. 다행히 상황을 알아챈 누군가에 의해 그 집착은 제동이 걸렸다. 그 누군가는 집착의 소유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이 아이에게 자유를 주면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할 거라고.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아이라고. 그 이후 상황이 변했다. 기대는 여전했지만 내겐 어떤 여지가 생겼다. 숨을 쉴 수 있는 여지,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지, 실수할 수 있는 여지. 그리고 어쩌면 기대를 저버려도 괜찮을 여지까지.<br>  &nbsp;  <br>이 소설은 아이돌 팬덤을 기반으로 한 얘기다. 지금과 크게 다를 거 없는, 가까운 미래의 대한민국인 듯하지만, 정말 큰 차이가 하나 있다. 팬들이 덕질할 수 있는 상품 중에 남성 아이돌의 공여된 정자가 있다는 거. 그래서 가임 여성은 심사를 거쳐 그 정자로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물론 비싸고, 해당 여성은 그 아이돌의 팬이다. 뜨악한 설정에 혀를 내두를 수 있지만 결말에 도달하면 더 경악할 테니 시작부터 놀랄 필요는 없겠다.<br>  &nbsp;  <br>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이 소설은 단순히 개인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에서 아이돌 팬덤에 이미 사회적 해석이 첨부되는 데다가 이 소설에선 아이돌의 지나친 상품화, 출산에 대한 인식, 성에 대한 고정된 사고방식 등 시스템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넓은 시각으로 소설을 대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지 싶다. 예전이라면 분명 나도 그랬을 거다. 시스템과 개인에 대해서 정말 할 말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생각이 바뀐 건 아니고... 태도의 변화랄까.<br>  &nbsp;  <br>기왕 덧붙이는 거 딱 하나만 더 처음에 썼던 이야기에 추가하자. 나 이전에 한 명 더 있었다. 집착의 대상이. 그런데 내가 등장하면서 집착의 정도와 흐름이 바뀌어 버렸다.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그 변화를, 특히 그 흐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등장했다고 해서 이걸 꼭 개인적인 이야기로만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한다.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을 뿐 이 바탕엔 아주 다른 많은 것들이 깔려있다. 이건 가부장에 관한 이야기고, 전통적이고 편향적인 성 인식에 관한 이야기며, 무엇보다 그 시대상과 시스템에 갈려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br>  &nbsp;  <br>그래서 이 장면.<br>  &nbsp;  <br>보자마자 우미는 남자의 뇌 속 극장에서 자신이 경험한 오 분의 시술이 강간 포르노로 뒤바뀌어 상영되는 걸 알았다. 그가 우미를 정복했다고 여기는 걸 알았다. 뒤이은 상영작은 가난한 정부가 아이를 내세워 동정을 구하는 삼류 멜로일 것이다. 당신 아이예요. 한 번만 안아주세요. 꺼져! 그런 더러운 아일! 우미는 이어질 영화를 무대예술로 바꾸기로 했다. 무대예술의 진정한 묘미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발생한다. 우미는 손을 높이 들었다. -&lt;본문 중&gt;<br>  &nbsp;  <br>우미는 자신의 최애 아이돌인 유리의 정자를 받아 아이를 낳은 인물이다. 그런데 우미는 아이를 낳은 후, 공여된 정자가 어떤 이들의 농간 탓에 다른 사람의 정자로 바뀌었음을 알게 된다. 인용문에 등장하는 남자가 바로 그 농간을 부린 자 중 한 명이다. 우미의 높이 든 손엔 무엇인가 들려 있다. 그리고 일종의 복수를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랄 수도 있다. 극단으로 밀어붙인 아이돌 팬덤의 폐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 눈엔 무엇보다 시스템에 갈려버린 한 명의 개인이 보인다. 아, 한 명이 아니구나.<br><br><br>&lt;~~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gt;<br><br>여기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자신을 부랑자로 불러달라고 고집하는 손님. 또 한 명은 아르바이트생 K. 부랑자는 자신이 '지구'에 빙의되었다며 하나의 얘기를 꺼낸다.<br>  &nbsp;  <br>무엇보다도 여기까지 이어진 질긴 목숨이 영 낯설어서. 이상해서. 징그러워서. 이게 내 것 같지 않아서. 그걸 가졌단 수치심도 내 것 같지 않아서. 도무지 내가 내 몸이 내 마음이 어느 것 하나 내 것 같지 않아서 믿어지지 않아서. 그 모든 일을 겪은 뒤 여전히 여기 있다는 게 내가 여전히 여기 있다는 게 내가 이렇게 외롭게 이렇게 아프게 슬프게 배고프게 내가 계속 여기 있다는 게 그러니까 여기 이렇게 있는 게 다름 아닌 나라는 게…… -&lt;본문 중&gt;<br>  &nbsp;  <br>이런 식의, 마치 구전 설화 같은 얘기를. '지구'의 얘기다. 먼 미래의 '지구'일 수도, 다른 차원의 '지구'일 수도 있다. 발 디딜 땅이 모두 물에 잠겨버려 물의 행성이 되어버린 곳에서 여기 이렇게 남은 자들의 심정이 저렇단다. 여기 있다는 게, 여기 이렇게 있는 게 다름 아닌 나라는 게...<br>  &nbsp;  <br>글이 너어무 길어질 거 같으니까 '지구'의 얘기는 여기서 그만두자. K? K는 '지구'의 탄생 설화와 비슷한 설정을 지닌 인물이다. 무엇보다 K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K도 여기까지. 이제 여느 때처럼 내 얘기를 해야겠다. 정말 미친 듯이 열심히 일하던 시절, 그러니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에 떠내려가던 시절,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서 엘리베이터에 타곤 했다. 엘리베이터 양쪽 벽에 커다란 거울이 붙어있었는데, 무심코 고개를 돌리면 수많은 내가 그 안에 존재했다. 세어볼까 하다가 포기한 적도 있고, 괜히 손을 한 번 흔들어본 적도 있다. 다 난데... 저 많은 나를 내가, 내 안에 다 가질 수 있을까? 저건 분노하는 나, 저건 침울한 나, 저건 이기적인 나, 기뻐하는 나, 약삭빠른 나, 양심적인 나. 그리고 또... 땡. 집이 있는 층에 도달한 소리. 무심코 하품하며 내리다가 깨달았다. 지금은 저 모든 나를 압도하는 건 일에 시달려 피곤한 나구나. 사회가 요구한 이런저런 역할들에 시달리다 생각할 겨를 없이 앞으로 내달리는,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그냥 여기 이렇게 있는 나.<br>  &nbsp;  <br>'나'에 대한 생각은 '나' 말고 다른 이가 해줄 수 없다. 그러니 '지구'와 K의 이야기를 저기서 끊어버렸다고 내 탓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직접 읽어보자. 내가 왜 이런 뜬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지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70/8/cover150/e5026359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1700819</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143651</link><pubDate>Wed, 11 Mar 2026 14: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14365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502635908&TPaperId=171436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70/8/coveroff/e5026359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502635908&TPaperId=1714365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a><br/>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04월<br/></td></tr></table><br/>&lt;반의반의반&gt;<br><br>모성은 정말 한도 끝도 없을까? 모성은 굳이 비유하자면, 고무줄과 같지 않을까? 어느 한도까진 늘어나지만, 더 힘이 가해지면 끊어지기도 하고, 한도 이내의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탄성이 약해져서 길게 늘어지기도 하는. 이렇게 여러 유형이 존재할 수 있음에도 우린 최고 품질을 넘어서, 절대 끊어지지 않는 고무줄만을 상정한다. 어쩌면 모성을 너무 이상화시킨 나머지 거의 신격화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강요하기까지 한다. 엄마라면, 할머니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br>  &nbsp;  <br>영실은 최근 수술을 받은 후 섬망 증세를 겪었고, 24시간 가까이 자다 깬 적도 있다. 혼자 살고 있으며 이제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나이다. 은미는 영실의 하나뿐인 딸이다. 우유부단하고 다소 무책임했던 젊은 시절을 보냈으나 지금은 자기 앞가림은 하면서 산다. 현진은 영실의 손녀이자 은미의 딸이다. 엄마와 함께 살고 직장에 다니는 중이며, 큰 말썽 없이 살아왔다. 어느 날, 영실이 5천만 원을 도난당하면서 이들 사이에 잔잔한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br>  &nbsp;  <br>은미와 현진은 저 5천만 원의 존재가 당혹스럽다. 자신들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영실은 저 돈의 존재를 숨겼으니까. 서운할 만도 하다. 물론 서운함이란 감정 역시 당혹스럽다. 자신들이 속물처럼 느껴져서. 그들이 영실에게 투영했던 건 모성애였다. 모든 걸 베푸는 이상적인 모성애. 하지만 영실은 그러지 않았다. 과거 조금은 젊었을 땐 이 돈을 자식에게 써봤자 소용없다 여겼을 것이다. 은미가 자신에게 기댄 나머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할 거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영실은 그럴 수 없었을 거다. 나이 들어 죽음과 혼자서 마주해야 한다는 건 그 세대만이 알 수 있는 엄청난 공포일 테니 말이다. 노화에 잠식당한 영실에겐 공포와 맞설 유일한 수단이 그 5천만 원뿐인 거다. 이제 은미와 현진의 '저 5천만 원'과 영실의 '그 5천만 원'은 같은 돈이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 되고 말았다. 희생을 수반한 모성애와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생존 수단.<br>  &nbsp;  <br>자신을 보살피던 존재가 자신이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 전환될 때 사람들은 당황하고 난감해한다. 예전과 다르다는 걸 알지만 물리법칙인 관성은 뜬금없게도 이곳까지 적용됨으로써 이전 잣대와 기대를 들이밀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나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고, 나이를 앞서 이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단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우린 나이와 나란히 걸으면서 그의 옆모습만 볼 뿐, 그의 앞모습은 절대 보지 못할 것이다.<br>  &nbsp;  <br>그래서일까? 소설의 끝부분, 영실이 자신의 요양보호사였던 수경에게 보인 자기기만에 가까운 믿음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현진은 수경이 돈을 훔쳤다고 의심한다. 영실은 현진에게 그 얘기를 듣고서 수경을 두둔하며 역정을 낸다. 그리고,<br>  &nbsp;  <br>수경이 정말 돈을 가지고 갔을까? 영실은 그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했다. 왜인지 그 애가 자신을 여기에 붙들어두려고 그런 것만 같았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유력했다. 실버타운에 가지 말라고 그렇게 나를 말리더니, 바보 같은 것. - &lt;본문 중&gt;<br>  &nbsp;  <br>이건 뭔지는 모르겠으나 믿음을 넘어서는 무엇이다. 그게 무엇이기에 영실이 수경의 입장을 헤아려 보려 하는 걸까? 애석하게도 난 지금 은미와 현진의 입장에서 이 소설을 바라본다. 그들의 나이가 내가 지나온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내가 죽음을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되면, 그땐 영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지금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영실의 고집스러움과 괴팍함이. 영실을 바라보는 은미와 현진의 실망하는 시선이. 그들의 해결되지 않을 갈등이.<br><br>&lt;바우어의 정원&gt;<br><br>저는 지난 삼 년 동안 세 번의 유산을 겪었습니다. -&lt;본문 중&gt;<br>  &nbsp;  <br>배우란 직업은 주목과 관심을 받을 때만 의미가 있다. 배우의 내면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기의 바탕으로서만 그렇지 그 자체로 중요하진 않다. 외부로 드러난 부분만으로 평가받는 가장 대표적인 직업인 셈이다. 그런데 사람이라고 다를까? 우린 타인을 평가할 때 눈에 보이는 부분만으로 판단한다. 물론 그 사람의 내면이 일부 반영되었겠으나 그 정도로 만족할 뿐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진 않는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세상이란 무대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일 수도 있겠다.<br>  &nbsp;  <br>은화는 배우다. 늦깎이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지만 지난 3년간 임신과 유산을 세 번이나 겪으면서 자기 안으로 침전된 상태다. 그런 은화가 지금 모처럼 오디션을 받으러 간다. 여성으로서 겪었던 이야기를 독백으로 풀어내는 연극의 배역을 맡기 위해서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이 글의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br>  &nbsp;  <br>내면의 상처를 고백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름을 밖으로 짜내야 하듯 마음의 상처에서 비롯된 앙금들도 발산시켜야 하는 건 분명하다. 고통을 나누고 누군가의 공감을 얻는다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일은 없으니까. 이 소설에서 언급되는, 은화가 무명 시절 했던 드라마 치료 워크숍도 그런 방편의 일환일 것이다. 다만, 그 공감이 진실되어야 하고, 타인의 아픔을, 그 크기를 넘겨짚지 말아야 한다. 섣부른 위로는 마음의 문을 더 닫게 할 수도 있다.<br>  &nbsp;  <br>실은 나 아까 속으로 선배 질투했어. 선배한테 아이가 있는 줄 알고…. 차 뒤에 붙은 스티커를 봤거든. -&lt;본문 중&gt;<br>  &nbsp;  <br>그래서 은화는 오디션장에서 한 고백이 아닌, 그곳에서 오랜만에 만난 후배 정림의 말에서 회복의 씨앗을 찾는다. 내면의 상처는 단순하지 않다. 원인만 해결된다면 끝일 거라 여기겠지만 그 또한 섣부른 오판이다. 은화가 배우 활동을 하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를 보자.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주고 나온 은화는 크리스마스 풍경이 한창인 길거리에서 통쾌함이 아닌 비참함을 느낀다. 그 비참함의 원인은 자신 또한 그들과 똑같은 인물이 되었다는 모멸감에서 오지 않았을까? 임신과 유산을 반복했던 은화의 심리는 직접 묘사되진 않았으나 미루어 보건대 정림과 다르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오디션이 끝나고 정림과 함께 있는 차 안에서 정림의 저 고백을 듣는 순간, 은화는 자신 내부에 깊숙이 숨어있던 커다란 상처와 마주한다. 동질감, 공감, 그리고 화해. 은화는 정림을 통해 은밀한 자아와 마주 섰고, 그로 인해 회복의 가능성을 찾는다. 그렇게 믿어본다.<br>  &nbsp;  <br>상처, 공감, 회복을 얘기하는 이 소설은 은화가 자신과 비슷한 괴롭힘을 당한 초원이라는 학생과 만나봐야겠단 결심하면서 마무리된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이 만남을 주저했던 은화의 모습과 비교하면 은화는 분명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모양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세상의 공감 능력은 여전히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이다. 관심을 가졌다가도 어쩔 줄 몰라 하고, 결과에 환호하나 그뿐이다. 정림이 했던 연극의 마지막은 상처 입은 자와 외부인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br><br><br>&lt;리틀 프라이드&gt;<br><br>오스틴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토미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어요. 우린 그러니까, 전우 같은 거잖아요." 나는 '전우'라는 말에 다시 어안이 벙벙해져 커튼이 둘러진 병실 내의 다른 침대들과 창 너머의 맞은편 건물을 바라봤다. "아니요...... 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혀 달라요." -&lt;본문 중&gt;<br><br>무언가를 써볼까 하다 그만뒀다. 그러니까... 난 소설 속 토미(회사에서 부르는 영어 예명)와 같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없다. 내 삶은 내게 주어진 정체성을 어떻게 하면 잠식당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느냐에 집중되어 온 탓에 태생적으로 주어진 정체성에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는 내 이해력을 뛰어넘는 수준일 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내용을 끄적인다? 그들의 근본적 욕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다음에 뒤따르는 문제점들을 이야기한다?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오스틴의 저 말처럼 일부분만 붙잡고서 동질감을 호소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싶다. 그러니 난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그들 또한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갈 존재임이 분명하므로, 그래서 그런 존재로서 바라보고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할 뿐이다. 지금으로선.<br><br>&lt;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gt;<br><br>작가 노트에서 쳇 베이커의 음악과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고백을 읽었다. 그리고 예술가와 개인 사이의 간극을 매개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다음 따라온 감정은 당혹함이었다. 뭐라도 써볼까 했는데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소설이 전달하려는 바가 너무 명확한가? 은유조차 비껴갈 수 없는 명확함에 내가 끼어들 틈이 없는 걸까? 뭘 써도 동어반복이나 설명이 될 거 같은 아득한 느낌에 어느 순간부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 작가, 뭐지? 30대 이후로 무언가에 덤벼든 적이 없었는데 묘하게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소설이다.<br><br><br>꼬리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세대 간 갈등과 개인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인데 하필 그 둘이 처음 두 편의 단편이었다. 글이 길어지면서 다른 단편들 역시 따라 길어졌다. 그래서 책을 읽는 시간보다 감상을 적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기묘한 상황. 그래서 감상도 둘로 나눠 올릴 계획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70/8/cover150/e5026359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1700819</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태풍 속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들은 왜 사무실을 떠나지 못했을까? - [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133572</link><pubDate>Fri, 06 Mar 2026 11: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13357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772530125&TPaperId=171335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154/77/coveroff/e77253012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772530125&TPaperId=1713357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a><br/>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09월<br/></td></tr></table><br/>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하신 적이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근무시간에 담배 피우는 시간만 줄여도 일을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거라고. 그리고 이런 일도 있었다. 30대의 어느 시절, 태풍이 드물게 서울 시내 한복판을 훑고 지나가는 중이었다. 고층 건물 꼭대기에 달린 간판이 위태롭게 건들거리고, 바람에 부러진 가로수 토막이 길바닥을 사람 대신 누볐다. 태풍의 위력에 혀를 내두르던 나는, 그 순간 길 건너편 건물 귀퉁이에 몸을 숨기고 담배를 피우는 직장인들을 목격했다. 그 난리판 와중에! 물론 근무시간이었다. 책 제목을 보고서 자연스럽게 이 두 장면이 떠올랐다. 빈둥댐으로써 노동시간을 헛되이 날려버리는 비효율의 사례들로.&nbsp; &nbsp; &nbsp;그런데, 책에 나와 있는 이 문장들을 보자.&nbsp; &nbsp; &nbsp;이 논문에서 케인스는 1930년까지의 추세에 근거해 “100년 내로 경제적 문제는 해결될 수 있거나 적어도 해결 방법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과 2030년까지 평균 노동시간은 주 15시간이 될 것이며 그 시간조차 경제적이기보다는 인간적 필요를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lt;본문 중&gt;&nbsp; &nbsp; &nbsp;인류가 한때 견뎌야 했던 고된 노동에서 빠져나왔냐고, 그리고 빠져나왔다면 자신의 환경을 처리하는 긍정적인 방법으로,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느냐고 말이다. - &lt;본문 중&gt;&nbsp; &nbsp; &nbsp;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뭔가 방향이 달라 보이지 않나? 평균 노동시간 주 15시간. 인간적 필요. 자신을 발견할 방법. 피곤함에 찌든 현대의 직장인에겐 꿈같은 이야기다. 맞다. 이 책은 비효율의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두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어째서 우리 평균 노동시간이 아직도 주30-60시간인지, 어째서 사람들은 그 근무시간 동안 집중하지 못하고 허우적대야만 하는지, 그리고 왜 우린 자신을 위해 일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캐묻는 책이다.&nbsp; &nbsp; &nbsp;이번엔 나름 충실하게 책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해답을 제시해 보겠다. 그 해답은 바로 관리직군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거. 이쯤에서 또 한 번의 본문 인용.&nbsp; &nbsp; &nbsp;파킨슨의 법칙은... 일은 그것의 완수에 허용된 시간을 채우도록 늘어난다. - &lt;본문 중&gt;&nbsp; &nbsp; &nbsp;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인류는 엄청난 생산성의 향상을 마주했고, 그와 함께 노동을 계량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육체노동을 벗어나 대상을 관리하는 직업군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향상된 생산성에 대응할 만큼은 아니지만 이때 이후로 근무시간은 꾸준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육체노동이 계량화된 것과 달리 관리직들의 업무는 그렇지 못했다. 그 결과 육체노동은 숨 막힐 정도로 효율성이 추구됐으나 관리직의 시간은 남아돌았다. 여기서 파킨슨의 법칙이 적용된다. 관리직들은 남는 시간을 위해 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관리하고, 그 관리를 관리하고, 그 관리를 또 관리하고. 문제는 늘어나는 그 관리가 효율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심지어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nbsp; &nbsp; &nbsp;새로운 발명은 원래 일을 더 쉽게 만들려는 의도였지만, 종종 온갖 종류의 새로운 절차와 새로운 형태의 감독, 그리고 새로운 직업을 요구했다. - &lt;본문 중&gt;&nbsp; &nbsp; &nbsp;그렇다면 효율과 합리와 동떨어졌고, 필요하지도 않지만 만들어낸 그것. 그것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직장인들이 쉽게 공감할 만한 대상으론 너무나 많은 회의, 엄청난 양의 보고서와 문서들, 과도한 절차와 승인들이 있겠다. 그리고 하나 더.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책은 전략과 비전을 만드는 작업도 여기 포함했다. 구체적으론 거창한 슬로건이나 추상적인 브랜드 전략 같은 것들이 여기 해당한다. 구체적 실천 방안도 없고, 그저 홈페이지의 문구나 브랜드명만 바꾼다는 식의 보여주기 또는 모방하기(유행 따라 하기)가 전형적인 예다. 모두 비대해진 관리직들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바로 이런 것들 모두가 사람들을 가짜 노동에 빠져있게 만든다.&nbsp; &nbsp; &nbsp;혹시 여기까지 읽고서 지금 고개를 끄덕였나? (그런 적 없다고?) 그렇다면 당신도 가짜 노동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한 상태임이 분명하다. 그럼 하나만 묻자? 그 가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봤는가? 책에 따르면, 일이 없을 땐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라고 한다. 주변 눈치 보지 말고. 하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는 거 누구나 잘 안다.&nbsp; &nbsp; &nbsp;집에 간다는 건 바쁘지 않다는 뜻이고 바쁘지 않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 &lt;본문 중&gt;&nbsp; &nbsp; &nbsp;이 문장만 보면 이게 뭔가 싶지만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회사에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필수 인력이 아닌 잉여란 의미이고 그건 그 사람에게 어떤 불이익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일이라고. 여기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을 끌어낼 수 있다. 우리는 왜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가? 단순하게는 저 문장이 내포하듯 잉여로 분류될까 봐. 그리고 또 하나는...&nbsp; &nbsp; &nbsp;백수로 길게 살아본 적이 있다. 처음엔 안 그랬는데 어느 시점부터 사람 만나는 걸 꺼리기 시작했다. 돈이 없으니까? 맞다. 자존심 때문에? 그것도 맞다. 그런데 그 둘보다 더 큰 이유는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nbsp; &nbsp; &nbsp;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명백히 할 일이 적을 때도 바쁘다고 주장하는가? 조너선 거셔니에 따르면, 자유 시간을 특권으로 간주하던 시대가 끝나고 일에서 특권이 나오는 시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 &lt;본문 중&gt;&nbsp; &nbsp; &nbsp;우리는 일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 시대를 산다. 일이 곧 나를 말해주는 시대. 그런 시공간에서 잉여로 분류되는 것도 참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내 일을 스스로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게다가,&nbsp; &nbsp; &nbsp;‘아니요’에 대한 두려움은 ‘네’에 대한 갈망으로 대체됐다. 비판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남들과 연결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 긍정성의 문화로 향하는 길을 닦아놓은 이 같은 변화는 이제 SNS의 ‘좋아요’로 표현된다. 긍정적이 된다는 것은 또한 남들에게 관심받는 한 방법이 되었다. - &lt;본문 중&gt;&nbsp; &nbsp; &nbsp;이런 세상에서 가짜 노동을 부정하는 '아니요'를 외쳤다간 그 사람은 외톨이가 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nbsp; &nbsp; &nbsp;이 책은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면서 가짜 노동의 여러 유형을 보여준다. 내가 지금껏 써 내려온 글은 그중 일부만 끌어왔고, 그 속에서 하나의 답과 하나의 질문을 끄집어냈다. 그 답은 정확히 그 질문에 상응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둘이 전혀 상관없지도 않다. 그 연관성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가짜 노동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책을 읽어보면 된다. 내 노동은 딱 여기까지. 시간이 많다고 책 전체를 요약해 줄 만큼 친절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다만,&nbsp; &nbsp; &nbsp;성취 과정이 가치 있다는 관념은 끈기 있게 이어졌다. 서구, 특히 근대에 칭찬의 대상이 된 것은 최종 결과물뿐 아니라 작업 과정에 투입된 노력 그 자체였다. - &lt;본문 중&gt;&nbsp; &nbsp; &nbsp;우리가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는 건 전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앞으로 AI가 불러올 생산성 향상이 '작업 과정에 투입될 노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복잡해질 거 같거든. 혼돈은 차라리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파킨슨의 법칙은 여전히 작동될 것이고, AI가 불러올 효율성마저 그것에 삼켜진다면 우린 변함없이 가짜 노동에 휘둘릴 거다.&nbsp; &nbsp; &nbsp;마지막으로 그냥 인상 깊었던 문장으로 끝을 내야겠다.&nbsp; &nbsp; &nbsp;우리가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을 잃어버렸고, ‘안 돼’라든지 ‘지금까지 만으로도 충분하잖아. 더 이상은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lt;본문 중&gt;&nbsp; &nbsp; &nbsp;내 글은 이걸로 충분하다. 오랜만에 책 내용에 충실한 리뷰어 역할을 했다.<br>꼬리말) 그동안 AI를 거의 사용하지 않다 최근 들어 그 쓰임새를 모색 중이다. 그래서 지금 이 글, AI와 상호작용을 거쳐 완성되었다. 처음 썼던 글을 AI에게 보여주면서 평가와 보완을 부탁했고, 두어 가지 추가할 부분과 한가지 삭제할 부분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그 중 추가할 부분 하나에 대한 의견을 받아들여서 글을 보강했다. 처음엔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 뺐던 내용이었는데 AI에게 설득당하고 말았다. 문장을 대신 써 달라거나 구조를 설계해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내가 과거에 썼던 글들을 이미 꽤 보여줬던 터라 내가 글을 쓰는 스타일, 사고방식, 내용을 설계하는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여서 뜬금없는 얘기를 하지는 않더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하나. 이 글을 처음 쓸 때부터 제목을 AI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다. 꽤 많은 제목을 만들어 보여줬는데 그중 하나를 보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글의 내용과 기가 막히게 연결되는 문장이기도 했고, 과거에 내가 썼던 글(AI에게 보여줬던 글) 중 하나에서 시도했던 방식이기도 했다. 학습했구나... 그 제목이 지금 이 포스팅의 제목이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154/77/cover150/e77253012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1547758</link></image></item><item><author>대굴대굴</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시간, 삶, 나 - [내가 되는 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089910</link><pubDate>Fri, 13 Feb 2026 15: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04577144/170899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722538383&TPaperId=170899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680/91/coveroff/e72253838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722538383&TPaperId=170899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가 되는 꿈</a><br/>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02월<br/></td></tr></table><br/>원망하는 그 시간은 어디 안 가고 다 네 거야. 그런 걸 많이 품고 살수록 병이 든다. 병이 별 게 아니야. 걸신처럼 시간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게 다 병이지.(책 본문 중에서)  &nbsp;  같은 다짐을 계속하며 우리는 어른이 되겠지. 남들은 절대 알지 못할 하루와 마음을 끌어안으며. 중요한 말일수록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면서.(책 본문 중에서)  &nbsp;  +<br>저 좀 나갔다 올게요. 여기 있음 미처버릴 거 같아. 내일 아침에 들어올 거니까 찾지 마세요.늦은 밤, 한바탕 난리굿을 피운 후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도망친 건 아니지. 난리굿의 원인을 내보내고 적어도 내일 낮까진 오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하고 나온 거니까. 그렇게 위안하면서 밤거리에 섰다. 어딜 가야 하나. 떠오른 곳은 딱 하나뿐.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질문부터 한다.나 오늘 밤 하루만 너 있는 곳에서 자도 될까?그래. 근데 나 내일 시험이라 밤샐 건데 괜찮겠어?응. 상관없어.지금 올 거지? 기다릴게.초등학교 5학년부터 친구였던 녀석.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고 바로 대답해 준 녀석에게 고마울 뿐이다.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도망칠 곳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도망친 거 맞네.  &nbsp;  20대가 되면 달라질 거란 생각은 한 적 없었다. 어찌해서 닥친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어차피 그 문제의 뿌리는 그대로일 테니까. 나는 나인데, 나는 내 이름 석 자로 세상에 존재하는데, 왜 나의 시간은 다른 사람에 의해 등 떠밀리듯 흘러가는 걸까? 지금처럼 내 두 발로 땅을 걷듯이 내 시간도 내 의지대로 흘려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nbsp;  -<br>늦은 밤 주고받은 문자를 다시 읽어보자, 한숨만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지? 어이없거나 하진 않았다. 오랜만이긴 하지만, 분명 다른 사람이긴 하지만 너무나 익숙했으니까. 화가 나지도 않았다. 이미 오래전에 불살라버렸으니까. 그냥, 두려웠다. 하나씩 하나씩 과거의 흔적들이 돌아오고 있었거든. 잠을 설치고 숨이 막히고 시간이 떠내려갔다. 또다시. 20대의 그 시절처럼.  &nbsp;  내가 장사를 그만둔다면 당연히 그건 돈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 일이란 정말 모를 일이다. 결국 돈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선택이 가능하다는 거. 내가 끝을 낼 수 있다는 거. 과거의 유행이 재유행하듯 과거의 유령이 불현듯 나를 덮쳤다. 그 유령이 얼마나 치가 떨리게 대단했던지 20년 가까이 해왔던 생업을 때려치우겠다고 결심하는데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nbsp;  ÷<br>50대인 내가 20대인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너무 발버둥 치지 마. 앞으로 20년은 그렇게 살아야 하거든. 너무 미워하지도 마. 20년 후 넌 서로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단 걸 이해하게 돼. 너무 자책하지도 마. 지금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해결 불가능한 일이니까. 너에게 하룻밤을 내어줬던 그 친구는 그 후로도 쭉 네 곁에 있으면서 나이 들어감을 투덜댈 거야. 고양이도 한 마리 생겨. 너를 귀찮게 하겠지만 너에게 습관처럼 찾아들던 악몽을 완전히 떨쳐내게 해줄 거야. 네가 중학생 때 너에게 신비로움과 웃음을 선사했던 아기들은 훌쩍 커서 따뜻함과 강인함으로 너를 놀라게 할 거야. 그렇게 친구들과 고양이와 가족과 함께 넌 너의 시간을 갖게 될 거야.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도 마. 언젠간 오롯이 너의 두 발로, 너의 의지대로 너의 시간을 걸어갈 거니까.  &nbsp;  ÷<br>책의 형식을 빌려 내 얘기를 적어봤다. 이 작가의 글을 읽으면 인물의 내면에 동화되고 공감하는 걸 넘어서서 언제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만의 경험일 수도 있겠으나 그래서 참으로 고마운 작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680/91/cover150/e72253838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680910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