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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외딴섬 여행 ㅣ 무민 그림동화 14
토베 얀손 글.그림, 이지영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무민을 통해, 우리는 유쾌한 허당 가족을 만나게 됩니다.
햇살 따스한 어느 날, 섬 나들이를 떠난 무민 가족을 바람도 살랑거리며 축복하며, 돌고래도 뛰놀며 반깁니다.
계획대로 준비한 점심도 맛나게 먹고, 각자의 방법으로 섬 여행을 만끽합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되어 집에 돌아가려는데, 배가 없어진 겁니다.
배가 거친 파도에 떠내려가고 만 겁니다.
아니 어쩌면, 이 허당 가족은 배를 묶어두지도 않았을지 모릅니다.
돌아갈 배가 없어진 무민 가족은 외딴 섬에 갇혀버린 겁니다.
하지만, 아무도 걱정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위기의 순간을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마치 진짜 모험이 시작된 듯 신나는 마음을 애써 감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책에서나 본 것을 실제 해본다는 흥분 가운데, 이들은 뗏목을 만들어 섬을 탈출하려 합니다.
모래밭에 널려있는 나뭇조각으로 뗏목을 만들고, 점심 보자기로 돛을 만듭니다.
이처럼 멋진 뗏목이면 바다를 지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허당 가족은 확신합니다.
하지만, 바다는 그리 만만한 공간이 아닙니다.
출렁이는 파도에 찻잔도 빠뜨리고, 망원경도 잃어버립니다.
어마어마한 파도에 실려 외딴섬에 다시 표류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 허당 가족은 지나치게 운이 좋습니다.
그곳에서 잃어버렸던 배를 찾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다시 찾은 배를 타고 집에 무사히 도착하며, 또 다시 새로운 모험을 기대합니다.
이런 무민 가족을 보며, 실제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은 없어 보이는 허당기를 엿보게 됩니다.
어쩌면 안전불감증에 빠진 철없는 가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배울 것이 없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신 앞에 찾아온 불행에도 담대합니다.
풍랑 앞에 두려움에 함몰되기보다는 풍랑마저 즐길 줄 아는 멋스러움이 있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상실 앞에 주저앉기보다는 도리어 모험을 기대하며, 잘 하진 못하지만, 함께 헤쳐나가는 무민 가족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자녀들의 앞날에 풍랑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상실감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그들의 삶이 안전한 삶이 되길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럴 순 없겠죠.
분명, 커다란 풍랑이 그들의 인생을 뒤흔들기도 하고, 예기치 않았던 삶의 상실 앞에 힘겨워하기도 하겠죠.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이 위기 앞에서도 도리어 담대히 헤쳐나가는 인생들이 되길 원합니다.
비록 제대로 하는 것이 별로 없다 할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삶의 뗏목을 만들어 갈 때,
그들 앞에서 풍랑이 잔잔해지는 축복이 있길 소망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인생이 무민가족과 같은 유쾌한 허당인생들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