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이야기 학교 오쓰카 에이지의 강의 시리즈 5
오쓰카 에이지 지음, 김성민 옮김, 노구치 가쓰히로 그림 / 북바이북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언젠가 나도 한 번 책을 써보고 싶다는 소망 내지 욕심을 품고 있을 게다. 나 역시 그렇다. 소설도 써보고 싶고, 동화도 써보고 싶다. 실제 서툴게 도전도 해보지만, 막상 이야기를 창작해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진 않다. 그래서 우선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다는 것처럼 수많은 책들을 ‘퍼붓듯이’ 읽고 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어렴풋이 길이 보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 이야기 창작의 실력이 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것이 내 스타일이다.

 

여태껏 공부도 그렇게 해왔다. 누군가가 모범답안처럼 정리해놓은 것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내 스스로 여러 가지 자료들을 통해 알아가며 나름대로 정리하는 것이 더 보람도 있고 재미있다. 이건 그저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취향이 때론 어리석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왜냐하면, 누군가 잘 요약해 놓은 것을 그대로 암기한다던지, 또는 내 것으로 그냥 만들어 버리면, 수많은 시간이 절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 먼저 그 길을 간 사람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나 방법을 취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처럼 이야기 창작에 실질적인 큰 도움을 받을만한 책을 만났다. 바로 『만화로 배우는 이야기 학교』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만화로 되어 있다. 게다가 그 만화 캐릭터들이 어린이들에게나 익숙할만한 느낌이어서 자칫 이 책의 내용에 대해 폄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내용은 참 내실 있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야기’란 ‘정보’를 ‘나열하는 규칙’이라고. 이 ‘나열하는 규칙’을 ‘문법’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야기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문법’, ‘이야기의 법칙’을 알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이루게 되는 구조(문법, 법칙, 공식 등으로 말할 수 있겠다)를 이 책에서는 도합 14교시에 걸쳐 이야기한다(책 제목이 이야기학교이니 각 단락은 ‘교시’란 명칭으로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 보강 수업으로 ‘캐릭터 학교’ 2교시까지 해서 모두 16교시로 되어 있다. 그러니, 각 단락에 살을 붙인다면, 한 학기 16주 수업진도가 될 만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이야기를 이루는 법칙을 모두 10가지를 설명한다. 물론 각각의 공식은 전혀 다른 공식이라기보다는 때론 비슷한 내용들을 품고 있어 굳이 나누지 않아도 될법한 공식들도 있다. 그것들의 이름만 나열한다면, 행위자 모델 스토리 공식, 타로카드 식 스토리 공식, 통과의례 스토리 공식, 영웅신화 스토리 공식, 귀종유리담 스토리 공식, 원질신화 스토리 공식, 영웅의 여행 스토리 공식, 모티프소 스토리 공식, 31가지 러시아 민담 구성 요소, 7가지 역할 스토리 공식이 그것이다.

 

이것들이 과연 무엇인가 싶지만, 책을 읽어나가면, 아 이런 것이구나 싶도록 각각의 설명은 간략하게 핵심만을 정리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알맹이만 보다 더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핵심만을 이야기하기에 보다 더 자세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진 않지만, 우선은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 하더라도 큰 수확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이야기 만들기의 입문서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공부하고 싶다면, 저자의 다른 책들을 참고하면 좋을 듯싶다. 나 역시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이야기 체조』란 책을 구입하였는데, 『만화로 배우는 이야기 학교』에서 언급된 공식들을 그 안에서 보다 상세하게 다시 만나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여기에서 설명하고 있는 구조(공식)는 구조일 뿐 똑같이 표현해 낼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구조 공식들을 참고하여 실천과 반복 연습을 해나간다면 좋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그렇다. 먼저, 이러한 방식으로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얻고, 자신만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간다면 좋은 소설이나 동화가 나올 수 있겠다 여겨진다. 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간단하지만, 첫 시작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참 좋은 책이라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혁명은 피비린내 나는 혁명이 아닌, 부드러운 혁명이며,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혁명이다. 이 혁명은 바로 엄마들의 서재에서 시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엄마들이 바뀌면, 아빠도, 아이도 자연스레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먼저, 엄마가 책을 읽고 세상을 읽어내야 하며, 사람과 삶을 읽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엄마들이 세상을 읽어내는 이 일은 바로 인문학을 통해 가능하단다. 왜냐하면 인문학이야말로 인간의 문제를 되짚어보고 성찰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단순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최고의 대안이야말로 인문학이라 말한다.

 

“인문학은 삶과 세상에 대한 의미를 보여 주고 질문하게 하는 동시에, 미래로 가는 길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 꾸러미를 품고 있습니다. 그 열쇠를 우리 아이들에게 쥐어 줘야 해요. 그러려면 내가, 엄마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교육에 있어서 마지막 희망은 엄마입니다. 내 아이가 거기에 있어요. 더 크게 보면 우리의 미래가 거기에 있지요.”(49쪽)

 

저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미 우리의 공교육이 상당수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끼칠 수 있는 엄마들이 인문학을 알아야 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때, 세상을 바꾸는 가장 섹시한 혁명이 시작된단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엄마들의 혁명입니다. 엄마부터 시작하면 세상이 변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도 아니고 재벌총수도 아닙니다. 바로 엄마들입니다. 동시에 가장 유연한 사람도 엄마들입니다. 그러니까 가장 멋지고 유연하게 혁명할 수 있는 주인공은 엄마들입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지 않으세요?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내 아이들을 위해서.”(56쪽)

 

우리 모두는 우리 아이들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그래서 죽어라고 교육에 목매며, 아이들이 장차 돈 되는 직업을 갖길 꿈꾸는 것이다. 그런데, 행복은 결코 돈으로만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물질적 풍요를 무시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적 풍요와 함께 정신적인 부분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게 될 때,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조화로운 삶을 위해 엄마가 나서야 하며,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을 위해 저자는 역사, 예술, 철학, 정치, 경제, 문학이라는 6가지 프리즘으로 세상을 읽어내며 이야기한다. 저자의 말처럼 엄마들이 공부하고 보다 유연하며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될 때, 우리 아이들 역시 그런 영향을 받아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철학 부분에서의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철학은 무엇보다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가치를 생각하게 함으로 나를 세우고 내 삶을 실현하는 것. 그래서 엄마들이 철학을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흔히 좋은 직업군으로 분류하는 500개 안에 실제 들어가는 학생들은 3%에 불과하다는 것. 그렇다면, 나머지 97%는 불행해야 하나? 3%안에 들어가야만 행복하다는 하나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 불행할 것이다. 하지만, 철학을 통해 다양한 가치관을 갖게 될 때, 97%안에서도 행복의 가치를 찾게 되고, 그 행복을 행해 아름답게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렇다. 오늘 우리 사회, 특히, 교육에 있어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나? 문득,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그림책이 생각난다. 이 이야기를 보면, 애벌레들은 과연 꼭대기 위에 무엇이 있는지도 보이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다른 애벌레들이 위로 올라가니 나 역시 올라가겠다는 마음으로 탑을 쌓기 시작한다. 서로 위로 올라가기 위해 상대를 밟고 밟히며 위로 올라가지만, 사실 그 위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오늘 우리의 교육이, 그리고 엄마들의 생각이 이런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때, 엄마들이 그런 시류에 편승하기보다는 이러한 책들을 통해, 세상을 바르게 읽어내며, 저자가 거듭 주장하는 것처럼 그런 건강한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연대하게 될 때,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혁명은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엄마의 생각이 건강해질 때, 그 가정이 건강해 지며, 아이들 역시 건강해 지는 그런 가정, 사회를 꿈꿔본다. 물론, 우리 아빠들 역시 섹시한 혁명에 멋지게 동참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구 만드는 남자 - 이천희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이천희 지음 / 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등에 업고 책을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 한들 그들에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저, 내가 읽지 않으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예인들의 책에 관심이 가는 건 또 무슨 심리일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여기 tv 예능 ‘패떴’을 통해, ‘천데렐라’로 잘 알려진 이천희 씨의 책이 있다. 물론 그는 예능인이라기보다는 배우에 가깝다. 하지만, 나에겐 여전히 예능인으로 더 익숙한 이천희 씨. 그가 가구 만드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이젠 취미를 넘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천희 이 사람 참 괜찮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남자지만, 참 멋스럽다는 생각도 해보고 말이다. 그의 삶의 스타일, 일견하기에 나도 해보고 싶은 것들, 예를 든다면, 목공, 캠핑, 여행, 사진, 스케이트보드, 서핑 등을 즐겁게 하며 살아가는 그런 삶의 스타일이 멋지거나 부럽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발견하는 그의 생각이 참 멋스럽다는 이야기다.

 

그의 멋스러운 생각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 그의 생각과 가치관,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담배에 대한 그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자신은 담배를 사랑하지만, 비흡연자가 있을 때는 담배를 꺼내지 않는단다. 왜냐하면 담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그의 말을 빌려 본다.

 

“비흡연자가 있을 때는 담배를 꺼내지 않는다. 담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담배가 다른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그의 미움을 받게 하고 싶지 않다. 상대에 대한 배려인 동시에, 담배를 위한 보호라고 할까. ... 배려하되 눈치 보지 않고 살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존중하고 싶다. 신경 쓰되 휘둘리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되 아무나의 이야기에 좌우되고 싶지는 않다. 유행보다 취향을 즐기며 살고 싶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스타일을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즐겁다.”(210-1쪽)

 

내 생각에는 이 부분이야말로 그의 삶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내용이라 여겨진다. 폐차 직전의 프라이드에 국방색을 칠해 행복하게 타고 다니던 모습도, 후줄근한 티셔츠를 즐겨 입고 유행이 지난 바지를 여전히 입는 것도, 결국엔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누가 뭐라 하던 자신에게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들던 모습도 역시 마찬가지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폐가 된다면 기꺼이 금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행함과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 사이의 균형 감각이야 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균형 감각 안에서 오늘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천데렐라’를 더욱 사랑하게 한다.

 

그가 하는 일들이 자신에게 행복을 주며, 더 나아가 많은 이들에게도 행복을 전해 줄 수 있길 바래본다. 그가 앞으로 많은 작품을 통해서 더욱 사랑받고,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집필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비추는 거울 - 지혜.자비.용기.감사의 마음을 길러 주는 이야기
팀 말닉 지음, 캐티 그린 그림 / 담앤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거울로 비춰봐서 혹 내 마음속에 먼지가 묻었다면 깨끗하게 지울 수도 있고, 혹 내 마음에 살이 비정상적으로 찐 부분이나, 홀쭉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다시 채울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여기 이처럼 마음을 비춰 볼 수 있는 동화가 있네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란 책이랍니다. 도합 5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자비심을 길러 주는 이야기인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괴물」, 상상력을 키워 주는 이야기인 「거장 화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지혜를 담은 이야기인 「늘 마음이 변하는 소녀, 폴리」,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야기인 「박쥐 오스왈드 이야기」, ‘지금, 여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길러 주는 이야기인 「바다에서 만나는 무지개다리」가 그것이랍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이야기인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괴물」은 자비심을 길러 주는 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어 있네요. 자비심도 자비심이지만, 이 이야기는 편견에 대한 것을 돌아보게 하네요.

 

한 무시무시한 모습을 하고 있는 괴물이 있었답니다. 외모와는 다르게 아주 착한 괴물이고요. 그런데 괴물을 무찌르는 것을 일생일대의 사명으로 알고 있는 한 기사가 괴물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싸움을 신청한답니다. 물론 괴물은 싸우고 싶지 않답니다. 그래서 이 결투에서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괴물은 그저 기사를 꼭 껴안아 준답니다. 그리고 결국에 둘은 친구가 되어 함께 차를 마시는 사이가 된답니다.

 

우린 외모로 인한 편견을 가지고 상대를 대할 때가 많죠. 이것 역시 내 안에 낀 때가 아닐까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을 통해, 내 마음을 비춰봤을 때, 혹 내 안에 이러한 얼룩이 있는 아닌가요? 그렇다면 그 얼룩을 발견하고 깨끗하게 지울 수 있다면 좋겠네요.

 

또한 네 번째 이야기인 「박쥐 오스왈드 이야기」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야기인데, 무엇보다 우리에게 도전의식을 고양시켜주는 이야기네요. 밤에만 활동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던 박쥐들 가운데, 다른 생각을 품고 있던 박쥐가 있었답니다. 이 박쥐가 바로 오스왈드인데요, 오스왈드는 다른 삶에 대한 꿈이 있답니다. 바로 어둠 너머의 세상 즉 낮이 어떤지 알고 싶은 마음이었답니다. 다른 박쥐들이 생각할 때는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하죠. 하지만, 결국 오스왈드는 점차적으로 아침에 동굴로 돌아가는 시간을 늦추며, 결국에는 아침의 빛을 견뎌내며, 다른 박쥐들은 볼 수도, 경험할 수도 없는 낮의 세상을 누리게 된답니다. 나중에는 오스왈드의 절친인 수 역시 도전하게 되고요.

 

우리는 지레 할 수 없는 한계를 그어 넣고 그 안에서만 만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네요. 내 안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보다는 익숙한 것 안에서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되네요. 세계적 자동차인 포드 자동차의 설립자인 헨리 포드는 이런 말을 했답니다. “인간이 해낸 가장 위대하고 놀라운 발견은,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두려워하던 일조차도 사실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역시 익숙한 것보다는 그 너머에 있는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반대로 ‘지금, 여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길러 주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마지막 이야기인 「바다에서 만나는 무지개다리」가 그것이랍니다. 왠지 분위기가 묘한 이야기인데요. 바다에서 무지개다리만을 쫓아 살아가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찾고, 누리며, 감사하는 삶이 된다면 좋겠네요. 어쩌면 우리의 마음을 비춰보면, 우리 역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누릴 수 없는 무지개다리를 쫓아 살아가느라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사는 삶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러한 예쁜 이야기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맞이언덕의 안개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들이 참 많이 접하게 된다. 그만큼 일본추리소설 작가들의 활동이 왕성하며, 또한 우리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에 반해, 우리의 추리소설은 그 숫자적인 면에 있어 빈약한 느낌이 없지 않다. 여기 우리 한국 추리소설의 대부라고 불리는 김성종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달맞이언덕의 안개』란 제목의 단편연작소설인데, 작가가 2014년 1년 동안 부산일보를 통해, 매주 한편씩 단편소설을 연재한 것 가운데 상반기의 작품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라 한다. 작가는 신문에 연재할 당시 지면상 이유로 생략한 부분들까지 다시 살려내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홈스 선생이라 불리는 원로 추리소설 작가인 노준기란 인물이다. 노준기는 언제나 부산의 달맞이언덕에 있는 ‘죄와 벌’이라는 카페에서 커피와 포도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는 안개가 빈번하게 끼는 달맞이언덕에 사건이 발생하면 그런 사건들에 슬며시 개입하는 캐릭터다. 노준기의 애인은 다름 아닌 ‘죄와 벌’의 노처녀 여주인 포란 여인이다.

 

연로한 작가이며 겁이 많은 캐릭터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전재산을 털어 캠핑카를 구입하여 타고 다니는 저돌성 내지 앞뒤 안 가리는 모습, 일견 무책임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런 홈스 선생 노준기는 ‘죄와 벌’에서 온종일 포도주에 취해 살아가며, 나이 차이가 나는 애인의 육체에 탐닉하기도 한다.

 

이런 노준기의 활약이 담긴 25편의 단편들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참 재미나다. 물론 추리소설이란 전제하에 접근할 때,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흔히 추리소설에서 기대하는 냉철한 판단력, 추리력으로 진행되는 내용이 솔직히 별로 없다. 게다가 많은 이야기는 추리소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단지 주인공이 추리소설작가라는 점을 제외하곤 말이다. 그렇기에 추리소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접근할 때, 어쩌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추리소설로서의 기대감 없이 이 책을 접근한 다면, 굉장히 재미난 책읽기가 될 것이다. 특히, 노준기가 어느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축사를 부탁받고 참가하여 연설하던 중 똥을 누는 장면, 그래서 출판기념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던 이야기인 「안개 속의 초라한 자화상」은 정말 배꼽을 잡고 웃다가 눈물을 흘릴 만큼 재미난 이야기다.

 

25편의 이야기들 모두는 제목에 ‘안개’가 등장하며, 실제 이야기 역시 꼭 안개가 등장한다. 이렇게 작가가 이야기 하는 안개는 때론 관능적이기도 하며, 때론 음침하기도 하다. 때론 안개 속에 범죄의 더러움을 감추고 있기도 하며, 때론 죽음마저 품고 있다. 또한 때론 안개 속에 눈물이 있으며, 삶의 회한이 담겨 있기도 하다.

 

또한 작가는 안개 속에 시대적 아픔을 담기도 한다. 특히, 우리 현대사 가운데 암울한 역사를 작가는 고발하기도 한다. 정권의 공작과 고문, 그리고 빨치산과 미전향 장기수 문제까지 언급하기도 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25편의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별개의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주요 등장인물이 같으며, 그 등장인물들이 순차적으로 사건들을 접하고 있는 구성이며, 실제 내용 가운데는 다른 에피소드의 내용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노준기의 가정사에 있어 오류가 있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찢어진 안개」에서 노준기의 아버지는 소학교 교장이며, 큰형은 소학교 교사로 등장하지만, 어린 노준기를 대신하여 인민군으로 전쟁에 참여하여, 후에 빨치산이 되고, 미전향장기수로 수십년을 복역한다. 그런데, 「안개 속으로 사라진 여인」에서 노준기의 아버지는 대학교수로 언급된다. 그리고 큰 형은 어린 시절 헤어졌으며, 추후에 알아본 결과 월남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것으로 나온다.

 

또한 노준기의 아내 역시 그러하다. 「여보! 안개가 부르는 소리」에서 아들을 낳았던 첫 번째 아내는 난소암으로 32살에 죽는 것으로 나오지만, 「밤안개」에서는 아내가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후에 흑인의 아내가 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으로 주인공인 노준기의 가정사에 통일성을 주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사소한 오류가 있음에도(물론 어쩌면 작가에게 이 부분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달맞이언덕의 안개』를 읽어가는 시간은 김성종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기쁨이 있던 시간이었다. 한국추리소설 발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는 노작가 김성종 작가를 통해, 한국추리소설의 비약을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인 『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 역시 빨리 출간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어 본다.

 

언제 기회가 되면 부산의 달맞이언덕을 찾아 작가가 운영하는 추리문학관을 방문해 보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 실제 있는 카페 ‘죄와 벌’에서 커피한잔 마시며, ‘도망간 여자’를 홀짝거리는 홈스 선생 노준기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