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부름 네버랜드 클래식 49
잭 런던 지음, 필립 R. 굿윈.찰스 리빙스턴 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되고 있는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 49번째 책인 『야성의 부름』을 만났다.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저자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시대적 배경 등이 사진들과 함께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조금 참고해보면, 이 책은 잭 런던의 1903년 첫 출간된 작품으로 작가의 경험이 상당부분 반영된 작품이라 한다. 18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잭 런던은 1897년 의붓 누나 부부와 함께 클론다이크 금광으로 황금을 찾아 갔지만, 빈털터리에 병까지 얻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이 그의 작품 곳곳에 반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 『야성의 부름』 역시 이처럼 골드러시 행렬과 연관되어 있다.

 

『야성의 부름』은 벅이란 개의 이야기다. 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 벅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벅은 캘리포니아 넓은 농장 지대에 있는 밀리 판사 저택에서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던 개다. 벅은 그곳 저택에서 가장 대접받던 개였지만, 그런 벅은 어느 날 갑자기 정원사의 조수인 매뉴얼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팔려 나가게 된다.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저택의 보호 아래 살아가던 벅은 이제 냉혹한 힘의 세계 가운데 내동댕이쳐진다. 벅이 맞닥뜨린 북녘의 땅은 몽둥이와 송곳니가 법이 되는 세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안락하고 풍요로운 문명의 삶에서 원시의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벅이 그 세상에 적응할뿐더러 모든 썰매 개들 위에 우뚝 서게 되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벅은 무엇보다 편안한 삶 속에 파묻혀 죽어 있던 개로서의 본능, 야성이 깨어나게 된다. 벅은 길들여진 삶이 아닌,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삶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이런 과정은 벅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벅이 나아가는 그 여정이 대단히 흥미진진할뿐더러 때론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런 벅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 역시 나에게 주어진 상황으로 인해 길들여진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소설 속의 벅은 다른 개들과 달리 스스로 생각한다. 그리고 학습 능력도 대단하다. 뿐더러 상황판단을 하며, 자신을 억제하며 기다릴 줄도 알지만, 행동해야 할 순간 번개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야성을 향해 나아간다. 오늘 우리의 삶이 그저 길들여지고 수긍하며 살아가기만 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 안에 감춰진 참 야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할 수 있다면 좋겠다.

 

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벅을 가장 힘겹게 하고,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것은 찰스와 머세이디스 부부, 그리고 남동생 할의 모습이다(어쩌면 이들은 황금러시에서 실패한 저자와 의붓누이 부부를 투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자들이다. 황금을 찾아 나서긴 하지만, 썰매 개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자신들의 여정은 어떠해야 하며, 짐은 어떻게 꾸려야 할지도 모르는 자들이다. 특히 이들은 남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고집쟁이들, 바보들이다. 특히 남동생 할이 그렇고, 그 누이인 머세이디스 부인은 투정만 부릴 줄 아는 철부지 여인이며, 남편 찰스는 침묵하고 방관하는 자다. 이들은 특별히 악한 죄를 범하진 않는다(개들을 혹사하는 것 자체를 죄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개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들의 삶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악을 행하는 모습으로 느껴진다.

 

왜? 준비되지 않은 자, 모르면서 고집만 부리는 자, 타인의 상황은 고려치 않고 투정만 부리는 자, 잘못을 보며 침묵하며 방관하는 자는 그 모습 그대로 악을 행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인물들을 통해, 작가가 오늘 독자들에게 말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 벅은 자신을 구해주고, 자신에게 사랑과 관심으로 대해준 손턴을 향해서는 한결같은 충의를 보여준다. 물론, 이런 손턴을 향한 충의와 야성의 부름 사이에서 벅은 갈등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끝내 그 충의를 버리지 않는다. 이 역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한 모습이겠다. 자신의 이해타산에 따라 쉽게 신의를 버리고 배신을 일삼는 인간의 모습은 벅이라는 개에 비해 너무나도 가볍고, 헤픈 부끄러운 모습 아니냐는.

 

요즘 새롭게 창작되는 동화들만큼 기발한 발상이나, 재미난 구성은 어쩌면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고전이 갖고 있는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잔잔한 듯싶으면서도 박진감 있고, 깊은 감동과 생각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고전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군왕검과 고조선 그리고 그 이전의 역사 - 이야기로 풀어 쓴 재미있는 우리 역사
어린이독서연구원 엮음, 최승협 그림 / 세용출판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단군왕검과 고조선 그리고 그 이전의 역사』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고조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책 제목처럼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은 설명하고 있네요. 이 책을 읽게 되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고조선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 참 좋네요.

 

무엇보다 우리 민족을 ‘배달의 민족’이라 부르는데, 왜 하필 ‘배달’이란 말을 쓰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답니다.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뿌리가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4대문명보다 더 이전의 문명과 연결되어 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된답니다. 바로 홍산 문명에 대해 이 책은 언급하고 있네요. 홍산 문명은 바로 고조선의 뿌리가 되는 문명으로 중국의 뿌리가 되는 황하 문명보다 약 1,000년 정도 앞선 문명이랍니다.

 

또한 그저 신화로 치부해버리기 쉬운 단군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대해 역사로 접근하여 설명해주고 있답니다. 단군은 사실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고조선의 왕들을 가리키는 명칭이었답니다. 그러니, 단군 할아버지 신화는 고조선이란 나라가 세워지게 된 이야기가 신화화 된 것이라 볼 수 있겠죠. 그저 신화로 말함으로 한낱 꾸며낸 이야기로 치부해 버릴 것이 아니라, 이처럼 역사로 접근 할 때, 우리의 자랑스러운 뿌리가 될 수 있죠. 종교도, 신화도 아닌 역사로 말입니다.

 

고조선의 여러 단군들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는 우리 한글의 뿌리가 되는 가림토문에 대한 이야기도 있네요. 아울러 고조선이란 나라가 어떻게 왕권이 바뀌게 되고, 더 나아가 여러 나라들로 새롭게 재편성되는지에 대한 것도 잘 설명하고 있어, 아이들이 우리 역사의 뿌리를 알아가는 데 참 좋은 책이네요. 특히, 고조선에 대한 역사는 흔히 살짝 언급하고 끝나버리는데, 이처럼 고조선에 대한 역사만으로 하나의 책을 이루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어, 고조선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들을 전해 주고 있네요(물론 더 자세한 역사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는 하지만요).

 

무엇보다 이 책의 여러 지도자(왕)들의 모습에서 두드러진 내용은 왕은 그저 자신의 소리만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훌륭한 왕 곁에는 언제나 훌륭한 신하가 있었고, 무엇보다 그 훌륭한 신하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왕의 열린 마음이 있었네요. 이 책에 등장하는 고조선의 여러 왕들(단군)의 이야기는 유독 이처럼 신하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들이 강조되고 있네요. 진짜 훌륭한 지도자는 귀가 열린 지도자임을 알려주네요. 참 좋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0년간의 세계일주 - 이 세상 모든 나라를 여행하다
앨버트 포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50년간의 세계일주』는 저자가 세계 곳곳을 여행한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여행서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타 여행서적과 다른 점이 있다. 그건 크게 두 가지 측면이다(바로 제목에 나타나 있는).

 

첫째, 이 책에 담긴 여행의 시간은 자그마치 50년이란 점이다. 이 작은 책(사실 작지 않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에 그림은 거의 없이 글이 빼곡한 책이니 말이다) 안에 저자가 세계 곳곳을 발로 뛴 50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50년 동안을 오직 여행만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 안에서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 저자는 잡지사 편집자, 작가, 광고회사 임원, 정부 로비스트, 변호사, 연극 제작자란 직업을 거쳐 일하는 생활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쉽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그 많은 곳들을 다닐 만큼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곳곳을 여행하기 위해 50년이란 세월동안 수많은 시간을 여행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이 열정, 그 시간들이야말로 이 책 안에 담겨진 힘이다.

 

둘째, 저자는 세계의 모든 나라를 다녀왔다. 저자가 말하듯, 나라의 정의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타이완, 바티칸시티, 코스보 등 196개국을 그 한계로 삼는다. 아울러 그 나라에서 적어도 하룻밤 이상을 머물 것, 어느 한 방향으로 그 나라의 국토를 횡단할 것을 야말로 그 나라의 여행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니,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수차례 방문한 나라들까지 있으니, 그가 얼마나 많은 여행을 했을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이야말로 이 책이 갖는 고유한 힘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 책은 여타 여행서적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사진들이 거의 없다. 그나마 담겨진 그림은 작은 흑백사진 몇 컷뿐. 아마도 그만큼 많은 곳들을 다녔기에 할 이야기가 많아서 아닐까? 게다가 5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니, 쉽게 앉은 자리에서 읽을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자꾸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과연 저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던 나라들은 언제쯤 문이 열릴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고 책을 읽게 된다. 그 대표적 국가는 앙골라인데, 앙골라는 끝까지 그 문을 열어보여 주지 않는다. 과연 앙골라를 방문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저자가 다녀온 196개국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196개국을 모두 다루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루지 않는 나라 역시 많다. 주로 아프리카 지역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다. 어쩌면 가장 치안이 불안하고,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곳이기에 그곳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 아닐까 싶다. 반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이것도 어쩌면 독특한 부분 같다. 분명, 저자는 그런 편안한 여행지들 역시 다녀왔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고생한 만큼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고, 더 많이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가운데, 저자의 수많은 그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내지 경험이 일정 부분 나의 것이 되기도 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책 내용 가운데 의미 깊게 다가오는 구절이 몇 있는데, 그 가운데 두 구절만 적어본다.

 

나는 사람들은 자신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야망과 끈기로 역경에서 일어나 성취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 실제로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멋진 기회가 없고, 많은 희망도 없고, 이른 죽음 외에는 아무런 위로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57쪽)

 

저자가 가난한 나라들을 다니며 깨달은 사실이다. 그렇다.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 우리가 하기 나름으로 우리의 인생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 접근 할 때, 그렇게 할 기회조차 없이 그저 절대적 빈곤 가운데 하루하루 살아 있음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도 있다. 어떤 자각이나 노력마저 가져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러니, 오늘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겨운 삶이라 할지라도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노력의 기회조차 없음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또 한 구절은 이런 구절이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사하라에서 길을 잃었을 때, 저자의 오랜 아프리카 가이드 갓의 변명 내용이다. 비록 자기변명의 의도를 가진 말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 멋진 진리가 담겨 있다.

 

사하라에서 때로 길을 잃는 것은 탐험이 주는 재미의 일부이지요. 그것은 새로운 땅과 더 흥미로운 곳을 발견하게 해 주지요. 나침반은 유용할 수 있으나 나는 나침반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나침반을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GPS를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대로 여행해요. (232쪽)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구절은 갓의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진리가 담겨 있다. 우리는 내가 계획한 대로 길을 잃지 않고 인생의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때론 길을 잃는다는 것. 때론 멀리 돌아간다는 것. 어쩌면 이런 길 역시 우리 인생에서 의도치 않게 누릴 수 있는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 아닐까?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탐험의 재미 말이다. 때론 돌아감으로 인해, 도리어 계획대로 갔다면 볼 수 없는 멋진 풍광을 만날 수도 있다. 우리 인생이 때론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순간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 축복의 순간임을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세계의 모든 나라를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아갈 때, 부딪쳤던 수많은 어려움과 계속하여 수정될 수밖에 없는 여행, 그 안에 담겨진 참 의미가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찌리릿 2015-09-0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계 일주를 무척 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중동이 2015-09-09 20:37   좋아요 0 | URL
세계일주 꼭 실행되길 바래요^^
 
옥화 Ok-hwa K-픽션 9
금희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시아출판사에서 출간되는 <K-픽션> 시리즈의 9번째 책은 조선족 작가인 금희 작가의 『옥화』란 책이다. 분량이 단편이라 하기엔 조금 긴 듯하고, 중편이라 부르기엔 조금 짧은 듯한 분량인 이 책은 조선족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탈북민과 조선족 간의 비슷한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입장 차이에 대해 풀어내고 있는 소설이다.

 

조선족이건 탈북민이건 이들은 모두 우리의 ‘동포’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 있다. 동포란 말은 말 그대로 형제자매란 의미. 하지만, 실상 이들에게는 우리의 형제라는 의미보다는 철저한 ‘타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아울러 우리에겐 모두 타자로 여기는 이들 역시 서로 간에 철저한 타자임을 이 소설을 보여준다.

 

탈북민인 ‘여자’와 옥화(주인공 홍의 올케였던 여인)는 조선족의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니, 오히려, 이들의 시선은 자신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돕지 않는 그들.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펼치더라도, 마치 여유로운 삶 가운데 조금을 시혜를 베푸는 듯 도와주고, 또는 도움에 생색이나 내려는 그런 모습으로 바라본다.

 

반면, 이들을 ‘동포’라는 동질성을 가지고 돕는 주인공 홍의 입장에서 그 도움은 결코 여유로운 삶 가운데 쉽게 돕는 것이 아니다. 힘겨운 삶 가운데서 돕는다. 아울러, 그렇게 돕는 홍의 시선에 도움을 받는 ‘여자’나 달아나버린 옥화의 모습은 솔직히 달갑지 않다. 왜냐하면 이들은 마치 도움 받음을, 그리고 홍의 입장에서는 베풀어야 함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은 기독교인 집사. 그렇기에 더욱 교인은 베푸는 삶을 살아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도움 받는 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자신들 역시 남들이 겉에서 보는 것처럼 여유로운 삶이 아닌, 하루하루가 힘겹게 살아가는 삶이기에.

 

한편, 교회공동체 내의 사람들에게도, 조선족 마을 공동체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주인공 홍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이자, 뻔뻔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여자’의 입장에서도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커다란 상처와 아픔이 있고, 또한 남모를 고민이 있다. 단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지금 당장 도움의 손길을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받고 있을 뿐.

 

또한 탈북자들의 시선으로 볼 때,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조선족 역시 궁핍한 삶을 살아간다. 뿐더러 이들 역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대한민국 땅에서 일하며 온갖 서러운 시간들을 보내며, 절대적 타자로 살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타인의 눈으로 볼 때에는 이해되지 않고, 쉽게 판단해 버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남들이 알지 못할 아픔이 있고, 그런 삶의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삶의 이유가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러니, 나의 시선으로 남을 쉽게 판단하지 말자.

 

게다가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의 자세 역시 돌아보게 한다. 도움의 손길은 순수한 의도로 펼쳐야 함을. 도움을 받는 이들의 반응은 생각하지 말고, 어차피 도움을 주고자 함은 상대의 상황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것 아닐까? 그러니, 나의 도움으로 상대가 나아졌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라 여기자. 아울러, 도움을 통해,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하려는 자세 역시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는 소설 속의 최 권사가 그렇다. 주인공 홍이 바라보는 최권사는 언제나 순수한 마음으로 남 돕기를 즐거워하는 모습처럼 여겨지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겪게 되는 최권사는 자신의 도움으로 도움을 받는 자의 삶의 자세를 주관하려는 모습이다. 아울러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틀을 내는 모습이다(거들먹거리는 몸가짐). 겸손을 가장한 교만한 모습을 말이다. 이런 모습이 혹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작가는 질문한다.

 

우리가 이런 작품들을 통해, 극중의 누구를 판단하고 비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마땅치 않은 삶의 자세를 보이는 인물들이 소설 속에 있다면, 그들의 모습이 혹 오늘 나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봄이 필요하다.

 

참, 이 소설은 조선족 작가의 글이기에 단어 가운데 몇몇 단어들은 우리에게 많이 낯선 단어들이 있다. 그런 단어를 찾아 그 뜻을 알아가는 재미도 이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드 맨 리버 Old man River K-픽션 11
이장욱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시아출판사에서 출간되는 <K-픽션> 시리즈 11번째 책인 이장욱 작가의 『올드 맨 리버』를 만났다. 이 시리즈는 단편이라기엔 조금 길고, 중편이라기에도 조금 짧게 느껴지는 분량의 소설들이다. 하지만, 그 울림은 결코 짧지 않다.

 

『올드 맨 리버』를 읽으며, 우리 모두의 인생은 결국 이방인의 삶이란 사실을 생각해본다. 이러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결국 자신의 강을 흘러가게 마련이다. 물론 누군가는 그 강을 가로지르기도 할 것이고, 거슬러 올라가기도 할 것이며, 강물 따라 유유히 흘러가기도 할 것이며, 그 강물 속에 뛰어들기도 할 것이다. 이는 각자의 몫이다. 이것이 바로 『올드 맨 리버』의 의미이다. ‘올드 맨 리버’는 미시시피 강의 속칭이다. 그렇기에 소설이 말하는 ‘올드 맨 리버’는 한강이 되기도 하며, 오늘 우리들 각자의 인생의 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우리 모두의 삶은 이방인의 삶이라 말한다. 주인공 알(알렉스)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이방인. 그런 그는 이제 양부의 죽음 이후 이태원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곳 역시 그의 ‘고향’이 될 수 없다. 여전히 그는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그에겐 미시시피 강 언저리도, 한강 언저리도 모두 이방인의 땅일 수밖에 없다.

 

마게도냐인의 피가 흐르는 알의 양부 역시 이방인이다. 특히, 양부의 삶은 철저한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 히피 부모를 둔 상처, 자유를 찾아 떠난 부모로 인해 버림받은 상처, 월남전 참전 군인으로서 안고 사는 죄책감, 부모에 대한 반감으로 공화당원이 되어 보수의 길을 걷는 그 역시 이방인이다.

 

알이 한 때 사랑했던 여인 리엔 역시 그렇다. 베트남 출신 이민자 미국인인 리엔과 월남전에 참전하였던 알의 아버지 니콜라의 만남은 이 시대의 아픈 역사가 낳은 이방인들의 만남이다.

 

뿐인가!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은 여전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방인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알이 일하는 이태원의 탭하우스에 찾아와 맥주를 마시며 통곡하던 남성은 소설의 말미에 한강다리 위 생명의 전화를 들게 된다. 이 역시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강 위의 이방인이다.

 

게다가 소설을 관통하는 읊조림의 주인공인 히스 레저(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역을 맡고 자살한 비운의 배우)의 읊조림 역시 그러하다. 히스 레저 역시 실제 세상의 조커가 되어버린 이방인이다.

 

내 팔에 있는 문신 올드 맨 리버는 그저 노래가 아니라네. 거기에는 몇 가지 뜻이 있지. 나는 무언가를 기억해야 할 대는 몸에 문신을 새겨. 지금 내가 그대에게 할 대답은 하나. 나는 여기에 무언가 영원한 것이 있다고 느낀다네. 나는 작은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올드 맨 리버를 흘러가네... (76쪽)

 

그렇다. 이처럼 수많은 이방인들을 끌어안고 여전히 강은 흐른다. 책 제목인 미시시피 강뿐 아니라, 우리의 한강도 그리고 우리 각자의 인생의 강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어느 누군가는 그 강물에 휩쓸려 버리기도 하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힘겨운 가운데 그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며, 그 강 위를 유유히 유람하기도 할 것이다. 결국 수많은 이방인들이 모여 강물은 흐르게 된다.

 

누군가는 여전히 조커 역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조커 역을 벗어버리고 힘차게 노를 저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다리 위에서 강물에 뛰어들 생각을 할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그 강물을 거슬러 힘차게 오를 수도 있겠다. 수많은 이방인의 삶이 모여 올드 맨 리버를 이루겠지만, 그 강을 흘러 노를 젓는 이는 다름 아닌 바로 ‘나’임을 기억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