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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 읽는 원소 이야기 ㅣ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사마키 다케오 지음, 오승민 옮김, 황영애 감수 / 더숲 / 2017년 7월
평점 :
학창시절 재미없던 과목 가운데 하나가 화학이었다(물론, 모든 과목이 재미없었지만^^.). 이과였기에 과학과목으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배웠는데, 이 가운데 학력고사를 볼 때, 두 과목을 선택하여 시험을 치렀던 기억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화학을 선택하여 시험을 치렀지만, 화학이 유독 어렵고 따분하였던 난 다소 어렵지만 흥미롭게 느껴지던 물리를 선택하였던 기억이 난다. 생물과 지구과학은 모두 재미나게 공부했지만, 둘 중 더 재미났던 생물을 나머지 한 과목으로 선택하였고.
이처럼, 유독 화학만은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어렵게만 느꼈던 이유가 뭘까?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쩌면 주기율표 역시 한 몫 단단히 하지 않았을까 싶다. ‘수헬리베 붕탄질산... 어쩌고 저쩌고.’ 지금 생각해도 별로다.
그런데, 바로 그 주기율표의 주인공들인 원소들만을 다룬 책을 만났다. 제목이 눈길을 끈다. 『재밌어서 밤새 읽는 원소 이야기』란다. 와~ 그렇게나 따분하던 녀석들인 원소 이야기인데, 정말 재밌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고 책을 펼쳐 든다.
와~ 정말, 밤을 새워 읽을 만큼 재미나구나 말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그렇게 재미난 건 아니다. 그렇게 재미난 책을 찾는다면 마땅히 술술 읽히는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아님 로맨스 소설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원소들에 대해 다소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자는 말하길, 이 책은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우는 과학은 어려워하지만, 지적인 호기심 때문에 원소 세계가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쓰인 책”이라고 설명한다. 듣고 보니, 딱 나다. 학창시절엔 화학을 그렇게 어려워하고 따분하게 여겼던 나이지만, 저자의 말을 믿으며, 원소의 세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안고 책을 읽어나간다.
책은 주기율표에 실린 1번 수소(H)부터 시작하여 118번 오가네손(Og)까지 하나하나 다루고 있다. 물론, 어떤 원소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싣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원소들은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는 수준에 머물기도 한다.
이런 설명들을 통해, 다양한 원소들을 만나고,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기도 한다. 먼저, 학창시절 배웠던 것과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용어다. 몇몇 원소의 경우, 완전히 다른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예를 든다면, Na의 경우, ‘나트륨’이라 배우고 알고 있는데, ‘소듐’이라 칭하고 있으며, K의 경우 ‘칼륨’이 아닌 ‘포타슘’으로 부르고 있다. 이처럼 몇몇 원소들의 용어가 색다른데, 이는 예전 명명법은 일본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 책의 용어는 대한화학회의 명명법(2016.12.)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사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기에 원서에는 나트륨이나 칼륨이란 용어로 씌여 있을 게다. 그럼에도 번역하며 대한화학회의 명명법으로 바꾼 듯싶어 좋다.).
여전히 어렵고 따분한 원소 이야기를 만나기도 하지만, 때론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예를 든다면, 체온으로 녹는 금속인 Ga(갈륨)이란 녀석이 있는데, 이 녀석은 알고 보니 마술을 통해 종종 만났던 원소다. 또한 Bi(비스무트)란 녀석도 흥미로운데, 이 녀석은 다른 몇 원소들과 함께 합금을 만들면, 약 70도에 녹아 액체가 된단다. 바로 그 성질을 이용해 스프링클러의 헤드로 사용된다고 한다. 평소, 스프링클러에 어떤 센서가 있을까 싶었는데, 바로 이처럼 원소들의 녹는점을 이용한 것이라니 재미나다. 이처럼 원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는 것이 흥미롭다.
이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다양한 원소들이 주로 어떤 분야에 사용되어지는지를 알게 된다든지. 또는 원소의 이름의 유래라든가. 원소 기호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유래 등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솔직히 밤을 새워 읽을 만큼 재미난 이야기들은 아니다. 하지만, 따분한 원소들에 대해 상당히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음이 사실이다. 뿐 아니라, 여전히 이름도 생소한 원소들을 모두 살펴봤다는 점에 있어 은근한 성취감도 주는 책이기도 하다. 나처럼 화학을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알고 싶은 지적 호기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