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라키의 머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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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 수상작인 보기왕이 온다를 읽으며 으스스한 즐거움에 몸서리치던 때를 말이다. 뒤이어 출간된 <히가 자매 시리즈> 두 번째 책인 즈우노메 인형역시 간이 콩알만 한 상태에서 참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다. 그 뒤 출간된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또 다시 출간된 네 번째 <히가 자매 시리즈> 작품을 만나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열어본다.

 

이번 책은 단편집이다. 도합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 편에는 <히가 자매 시리즈>에 등장하던 히가 자매나 노자키가 등장한다. 물론, 전작을 읽지 않았다 해도 나도라키의 머리를 읽은 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솔직히 나 역시 작품을 읽을 당시의 분위기나 느낌이 기억나는 것일 뿐, 그 내용은 가물가물하니 말이다. 그러니 전작과 비교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분위기인데, 장편이 갖는 힘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전작들은 오싹함이 거듭되면서 점점 더 무서움이 깊어지던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단편이기에 그런 깊은 오싹함은 다소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오싹함과 으스스함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다양한 오싹한 소재들을 만난다는 즐거움도 있고, 다양한 색깔의 오싹함을 느낄 수 있다는 재미도 있다.

 

아프다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사무실, 비 오는 날이면 체육관에 나타나 떨어져 자살을 반복하는 유령, 술자리에 모여 여직원을 조롱하는 회사원들, 호러영화 동아리가 독립영화를 찍는 가운데 듣게 되는 비명소리, 오컬트 장소에서 유명한 벽장 속을 찍은 사진 속에 찍힌 풍경사진, 머리를 찾으러 다니는 요괴 전설이 서린 동굴을 다시 찾은 고등학생, 이렇게 여섯 가지 기괴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괜스레 화가 나기도 한다. 특히, 술자리 잡담을 읽으면서는 같은 남자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도 들면서 여직원을 자신들의 안줏거리로 삼으며 함부로 지껄이는 이들을 향해 분노가 일다가도 소설의 말미에 가서는 오히려 연민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참 못났다. 싶으면서도 기껏 이생에서의 가장 즐겁고 행복한 자리가 여직원에게 막말을 해가며 헐뜯던 그 못난 술자리였다니 그 인생이 참 불쌍하단 연민의 마음이 든다.

 

여섯 편의 단편이기에 각기 색깔도 다르고 결말도 다르다. 오싹한 공포로 시작하여 마음 따스해지는 결말이 있는가 하면, 이성적으로 미스터리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접근하며 해결해나가지만 마지막 순간 결코 이성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가 있음에 등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이야기도 만나게 된다. 통쾌한 결말이 있기도 하고, 또는 반전의 즐거움에 웃음 짓는 결말을 만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음이 단편집의 강점이겠다. 그러니 이 책 나도라키의 머리는 작가의 호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장편과는 또 다른 단편만의 즐거움, 그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책이다.

 

여기에 더하여 히가의 어린 시절 활약을 만나기도 하고, 노자키의 학창시절 활약을 만나는 것 또한 전작을 만났던 독자들이라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선물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동안 작가의 출간된 작품들을 찾아보게 된다. 제법 많은 책이 그 동안 출간되었음에 설레는 마음 가득해진다. 역시 무더운 여름엔 호러소설을 외면하기 힘들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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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래픽 노블 : 하늘족과 낯선 고양이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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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전사들의 판타지 모험 이야기, <전사들 시리즈>의 주류 이야기에서 벗어난 틈새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그래픽 노블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하늘족과 낯선 고양이입니다. 슈퍼 에디션 시리즈 첫 번째 책인 파이어스타의 임무를 통해 시작된 하늘족의 이야기입니다(하늘족 이야기는 슈퍼 에디션 시리즈 세 번째 책인 하늘족의 운명에서 더 자세히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떠돌이 고양이와 애완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재건된 하늘족의 초대 지도자가 된 리프스타는 이제 곧 엄마가 됩니다. 리프스타 새끼들의 아빠는 바로 낮의 전사인 빌리스톰이랍니다. 하늘족에겐 독특한 전사들이 있답니다. 바로 낮의 전사들인데, 이들은 낮엔 종족고양이로 지내다가 밤엔 다시 애완고양이로 돌아가는 그런 고양이들이랍니다. 하늘족 초창기엔 이들 낮의 전사들과 종족 고양이들 간에 커다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젠 낮의 전사들 역시 종족 고양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갈등의 씨앗은 남아 있지만 말입니다.

 

홍수로 인해 위기를 맞은 하늘족. 빌리스톰은 자신의 새끼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 새끼들을 자신처럼 두발쟁이들에게 의탁하자고 합니다. 이로 인해 리프스타와 빌리스톰 간에 다툼이 벌어진답니다. 과연 이 커플 무사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이번 이야기의 주된 문젯거리는 바로 하늘족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이란 고양이랍니다. 새끼를 낳았던 빌리스톰은 두발쟁이에게 붙잡혀 잠시 두발쟁이의 집으로 가게 된답니다. 물론 좋은 할머니 두발쟁이였지만, 하늘족의 지도자로서 종족들과 함께 해야 하는데, 집안에 갇혀 있게 되었답니다. 이때 빌리스톰을 도왔던 고양이가 바로 그 집의 애완고양이 솔이었답니다.

 

솔은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하늘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성장한 고양이로 종족 고양이에 대한 동경이 있어 하늘족 종족이 되길 원합니다. 그런데, 자꾸 문제를 일으키네요. 과연 솔은 하늘족에 잘 녹아들어 종족 고양이로 전사 고양이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번 이야기는 조금 잔잔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솔이 일으키는 문제들이 재미(?)나답니다. 하늘족이 점점 하나의 종족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도 보기 좋고요. <그래픽노블 전사들 시리즈><전사들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외면하기 어려운 시리즈랍니다. 특히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좋아할 테고요. 만화라는 시각적 요소가 더해져서 특별한 즐거움이 있는 시리즈랍니다.

 

<전사들 시리즈>를 모두 섭렵한 독자라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전사들 시리즈>를 접하지 못한 독자들이라 할지라도 그래픽노블 시리즈의 한권 한권은 독자적인 이야기이기에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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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딸 5 루팡의 딸 5
요코제키 다이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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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제키 다이의 <루팡의 딸> 시리즈, 이제 그 마지막 편을 만났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루팡의 인연이란 제목입니다. 인연이 과연 좋은 인연일지, 아님 악연일지 궁금해집니다.

 

소설은 루팡의 딸마쿠모 하나코에게 크나큰 시련이 밀어닥치며 시작됩니다. 먼저, 남편 카즈마가 살인범의 누명을 쓰게 됩니다. 경찰 가문의 아들로서 루팡 가문의 사위가 되어버린 카즈마는 여전히 경찰청 수사1과 형사로서 자신의 천직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의 경력에, 그리고 경찰 생명에 큰 위기가 찾아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떠보니 낯선 호텔방에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니 그가 호텔에서 발견한 것이 또 하나 있답니다. 바로 자신이 지난 밤 잠복근무하며 감시하던 용의자가 알몸으로 살해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자신의 권총에서 발사된 한 발, 그렇게 총상으로 죽임을 당한 여인.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호텔방을 향해 조여 오는 형사들의 수사의 손길. 과연 이 위기 상황에서 카즈마가 선택하게 되는 것은 도주일까, 자수일까요? 과연 카즈마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게 될까요?

 

하나코를 힘겹게 하는 또 하나는 바로 사랑하는 딸 안이 유괴되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안을 유괴했고, 이에 대한 몸값으로 10억 엔을 요구합니다. 몸값을 효과적으로 범인들에게 전달할 방법까지 찾아내라는 범인의 요구. 과연 안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범인은 누구일까요?

 

아마도 <루팡의 딸> 시리즈를 모두 읽은 독자라면 5권의 범인이 누구일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답니다. 또 하나의 루팡의 딸”, 범죄자 중의 범죄자인 존재를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하나코의 진정한 신분이 밝혀진답니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요?

 

<루팡의 딸> 시리즈는 무엇보다 세 가문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재미나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까지 모두 경찰인 가문.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개까지 은퇴한 경찰견이랍니다. 이런 경찰 가문과 사돈 관계가 되는 건 바로 루팡의 가문이랍니다. 범죄 계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전설의 소매치기 할아버지, 어떤 자물쇠도 못 따는 것이 없는 할머니, 미술품 전문 도둑인 아버지, 그리고 귀금속 전문 도둑인 엄마, 여기에 매우 뛰어난 해커인 오빠, 이런 가문의 딸 하나코는 경찰의 아내가 됩니다. 가문에서 유일하게 평범한 직업을 가진 여인. 이런 루팡의 가문과 얽히는 또 하나의 가문이 있답니다. 전설적 탐정 가문의 미쿠모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미쿠모는 루팡 가문의 장자인 와타루와 사랑에 빠진답니다.

 

이런 설정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답니다. 물론, 최고 악당의 존재 역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요. <루팡의 딸> 시리즈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강점이 있으면서도 추리소설로서 결코 허접하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가볍게 읽었는데, 그 잔상이 제법 오래 남게 되는 묘한 시리즈랍니다. 시리즈는 이번 5권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그럼에도 어쩐지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루팡의 딸> 시리즈는 이렇게 끝나게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는 재미를 알게 해 준 고마운 시리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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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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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강박관념이 느껴질 만큼 언제나 옳은 행동만을 고집하는 판사 출신의 할머니 시즈카 할머니와 막무가내 철부지와 같으면서도 노회한 승부사의 느낌이 가득한 회장님 겐타로, 이 두 콤비의 활약이 너무나도 재미난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세 번째 책인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를 이제야 읽었다. 이번 이야기 역시 재미나다.

 

우리 출판의 구분으로는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세 번째 책이지만, 일본에서는 두 번째 책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첫 번째 책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는 사실 두 책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와는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는 시대적 배경 자체도 이 두 책보다는 수년 뒤에 진행된다. 왜냐하면 이번 책에서 14살로 등장하는 손녀 마도카가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에서는 여대생으로 등장하기 때문.

 

게다가 소설의 진행 스타일도 많이 다른데,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에서는 손녀 마도카가 사건을 할머니 시즈카에게 물어오면 시즈카 할머니는 안락의자탐정의 역할을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반면, 두 책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그리고 이 책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에서는 시즈카 할머니와 겐타로가 마치 콤비처럼 사건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무튼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할머니 사감선생님 느낌의 시즈카 할머니와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하반신 불구의 겐타로의 콤비가 의외로 합이 잘 맞다.

 

이번 이야기는 장소를 도쿄로 옮겨 진행된다.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시즈카는 그곳에서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바로 겐타로 영감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의료사고가 벌어지게 되고, 마침 그 당사자가 겐타로의 주치의다. 이렇게 겐타로와 시즈카 할머니는 사건을 접근하게 된다. 과연 정말 의료사고였을까?

 

겐타로 회장이 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로 인해 수술을 하게 되고 도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 기간 동안 시즈카 할머니와 겐타로는 몇몇 사건을 함께 해결하게 된다. 두 노인 콤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라서 그럴까? 사건들 속에는 노인들이 겪음직한 내용들이 녹아 있다. 연명치료거부, 고독사, 고령운전자 문제 등의 내용이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시즈카 할머니의 옛 동료 판사들이 연쇄 죽임을 당한다. 한 사람은 고독사, 또 한 사람은 살해당하게 되는데, 각기 범인은 따로 있지만, 그 뒤에 누군가 도사리고 있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 판사들을 향한 연쇄 살인이니 누군가 판사들의 판결에 앙심을 품고 있는 듯한데, 그렇다면 그 다음 표적은 시즈카 할머니일까? 이렇게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범인을 향한 시즈카 할머니와 겐타로 회장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미 상당히 나이가 든 두 콤비, 과연 이들의 활약을 계속 볼 수 있을까? 이 점도 궁금하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품 세계관의 독특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작품 속에 다른 작품 속 등장인물이 교차하여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번 이야기 속에선 반가운 이가 살짝 등장한다. 바로 작가의 공식 데뷔 작품인 안녕 드뷔시속 주인공이자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음악 탐정 미사키가 말이다. 물론, 이번 이야기 속에서는 아직 음악 탐정이 아닌 사법고시에 합격한 연수생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반가운 인물이 살짝 등장하는 설렘도 있지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또한 다른 작품(역시 안녕 드뷔시에서 언급되는 내용)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겐타로 회장의 마지막 순간을 연상시키는 겐타로의 대사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와 울적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과 같은 악당은 엄청난 화력에 완전히 타 사라져야 한다며 농담처럼 말하지만, 실제 겐타로의 마지막 모습은 화재로 인한 사망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처럼 다른 작품과 교차적으로 만나는 부분들은 나카야마 시치리 작품 세계관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원죄사건으로 인해 더더욱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며 올곧음에 대한 강박관념이 느껴지는 시즈카 할머니, 그리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당과 같은 겐타로 영감의 합이 점점 더 맞아간다는 느낌이다. 막무가내인 겐타로 영감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언제나 자신에게는 엄격하기 때문. 게다가 막무가내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언제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을 위해서라는 점이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겐타로 영감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이 둘의 활약이 조금 더 계속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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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샤일록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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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를 설명하는 말이 참 많다. 이 가운데 하나는 다작 작가라는 표현이다. 작가는 오히려 이런 표현을 즐기는 듯하다. 일 년이면 대략 5권 정도의 소설을 쓴다고 한다. 심지어 등단 10주년을 맞아서는 한 달에 한 권을 써내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하니 가히 다작을 즐기는 작가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작품들이 대체로 좋다. 이렇게 어느덧 작가의 작품들을 참 많이 만났고, 여러 시리즈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웃어라, 샤일록은 작가의 작품 가운데 다소 생소한 주제의 소설이다. 바로 금융 미스터리.

 

소설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야. 반론은 거절한다.”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할지 한 방에 묵직하게 전해준다. 그만큼 소중한 돈, 그 돈을 회수하기 위한 몸부림이 바로 이 작품의 내용이다.

 

주인공 유키는 명문대학을 나와 데이토 제일은행에 들어가게 되고, 이번에 새로운 부서인 섭외부로 발령받게 된다. 섭외부는 사실 행원들이라면 꺼리는 부서로 이 부서로 발령 받게 된다는 것은 좌천으로 받아들여지는 부서다. 섭외부는 은행의 채무자들에게서 돈을 받아내는 일을 하는 부서다.

 

그런 유키의 사수는 섭외부의 전설과도 같은 야마가다. 남들이 꺼리는 일을 언제나 웃는 얼굴로 감당해내는 야마가, 아무도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던 채권들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야마가를 따라다니며 유키는 하나하나 배우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야마가가 시체로 발견된다. 물론, 섭외부라는 부서가, 특히, 그 가운데 특출한 성과를 거두던 야마가라면 어느 누구보다도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기에 충분하다. 과연 야마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마구 쫓아다니진 않는다. ,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작업이 주를 이루지 않는다. 여전히 주를 이루는 것은 야마가의 죽음 이후 그가 맡았던 채권들을 모두 이어 받은 유키가 어떻게 회수불능의 채권들을 성공적으로 회수해내는가 여기에 초점이 있다. 물론, 그런 가운데 범인은 너무나도 자연스레 밝혀진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반전이 제왕이란 별명을 가진 작가답게 여기에 작은 반전을 감추고 있다. 과연 누구일까?

 

섭외부 직원으로 홀로서기를 해야만 하는 주인공 유키는 여러 채무자들을 만난다. 종교단체 관장, 선거에서 참패한 전직 의원, 야쿠샤의 프론트 기업 사장 등을 만나 하나하나 돈을 받아내게 되는데, 그런 과정이 재미나다. 특히, 아슬아슬 정도를 벗어나면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을 진행시켜내는 모습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된다.

 

나카야마 시치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또 하나의 특징은 작품들 간에 유기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는 점이다. 작품 간에 전혀 연관이 없는 것 같은데도 교차해서 등장하는 인물을 찾아내는 재미 역시 작자의 작품을 읽으면서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그런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3장에 등장하는 사이비 종교단체인 쇼도관의 관장이다. 이 인물은 <비웃는 숙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다시 비웃는 숙녀에 등장하게 된다. 물론 쇼도관의 교주인 진노 다케와키 역시 마찬가지. 특히 이번 이야기에서는 다시 비웃는 숙녀에서의 설정 자체가 교차하여 등장하게 된다. 관장 이나오가 재정난을 겪는 점, 그리고 교주 책 출간 사건까지. 여기에 교리의 내용도 반복해서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는 작가만의 방식으로 리먼 쇼크의 여파로 어려워진 경제, 그 책임이 은행에 전혀 없는지를 질문한다. 은행이 바로 서서 역할을 감당했다면 리먼 쇼크의 여파가 그리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특히, 섭외부가 행하는 빚을 받아내는 그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건강한 경제구조에 도움을 준다는 접근이 신선하다.

 

단지 낯선 분야여서일까? 물론 개인적 견해지만 처음에는 몰입도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작품을 읽어가는 가운데 어느 샌가 몰입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후속 작품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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