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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도 흔들리는 땅 - 조선시대 지진과 재난 이야기
최범영 지음 / 소명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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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자가 쓴 「조선시대의 지진과 재난 이야기」를 만났다. 『바람에도 흔들리는 땅』이란 제목의 두툼한 책이다(600페이지 가량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본다.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조선 시대의 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소설이라 말할 수 없는 책이다. 오히려 조선시대의 지진과 재난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연구하고 정리한 논문에 가깝지 않을까? 하지만 논문이라 하기엔 어쩐지 정리되지 못하고 산만한 느낌이 든다. 그러니, 큰 카테고리 안에서는 지질학자이지만,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지진에 대해, 특히 조선시대의 고문서들을 통해 지진에 대해 접근하며 공부한 것들을 정리한 보고서 정도라면 맞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중간중간 소설적 설정에 가미된 책이라 보면 적당하겠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역사적 기록으로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해괴제등록』(땅에서 일어나는 변괴를 풀기 위해 드리는 국가가 주관한 제사에 대한 기록) 이렇게 세 가지 자료를 참고하여 그 안에서 발견되는 지진이나 화산활동, 해일 등에 관한 내용들을 정리하며, 당시 지진의 지리적 범위나 지진의 강도와 피해 등을 학문적으로 재구성한다(이런 내용들이 책의 주를 이루고 있다.). 뿐 아니라, 책의 뒤편에는 조선 시대 지진 화산 해일에 대한 기록들을 시기 순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이 부분이 25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나 되는데, 이러한 자료 정리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 부분은 조선시대 지진에 대해 알길 원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을 줄 학문적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렇게 조선시대의 지진과 화산, 해일 등에 관한 자료들을 연구하고 정리함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려던 것일까? 물론, 어쩌면 자신이 공부하고 연구한 자료들을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의의를 갖고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이러한 지진에 대한 정보들을 통해 느낀 점이 있는데, 그것들이 바로 저자가 의도하고 있는 바가 아닐까 싶다.

 

첫째, 조선시대의 지진에 대한 기록이 대단히 방대하며 자세하다는 점이다. 이는 저자 역시 책 내용 가운데 언급하고 있는 바인데, 우리 선조들의 기록문화가 결코 부끄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자긍심을 가질 수준이었음을 이야기한다. 우린 우리의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보다는 도리어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폄하하는 모습들을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시선의 전환을 저자는 꾀하고 있지 않을까?

 

둘째,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에겐 안전불감증이란 고질병이 있다. 한반도에 수많은 지진이 실제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지진은 우리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필요이상의 공포감을 조성함으로 사회를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막연히 안전하다는 생각만을 갖고, 정작 위험에 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 큰 재앙을 낳게 될 죄악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지진은 나는 곳에서 거듭하여 발생하고 있음을 저자는 역사적 기록을 통해 고발한다. 이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직접적으로 꼬집어 말하고 있진 않지만, 에둘러 말하는 바는 원전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를 통해, 어느 원전도 안전하지 않음을 우린 발견하게 되었다. 아울러 실제 선진국들은 원전을 축소하는 경향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오히려 원전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안전하다는 말, 정부를 믿어달라는 말로 의뭉거릴 뿐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원전이 위치한 자리들이야말로 조선시대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난 곳임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넷째, 소설적인 접근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재난에 대한 접근이다. 바로 재난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다. 재난의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와 구출, 돌아봄보다는 정권의 안보를 먼저 생각하는 구조의 폐해를 저자는 소설적인 접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재난이 누군가에게는 이익을 창출하는 기회가 되고 있음도 저자는 말한다. 바로 연민공동체의 작동을 거부하는 재난 자본주의의 모습인데, 어째 우리 눈에 익숙한 모습처럼 느껴져 씁쓸하기도 하며, 위기감을 느끼게도 한다.

 

다소 책의 내용은 산만하며, 정체성이 모호한 책이라 느껴짐에도 조선시대의 역사적 자료들을 통해, 지진과 해일, 화산활동 등에 대한 연구와 자료 정리라는 측면, 그 노력은 가히 박수를 받아 마땅한 책이다. 어쩌면 노력의 모습 앞에 다소 산만함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좋은 책이며, 자료로 참고할 가치가 충분한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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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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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압제와 억압 아래 신음하던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젊음을 바치고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우리의 역사 가운데서 사라져버렸다면 어떨까? 실제 이런 일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일어났다면 왜, 무슨 이유로 이들의 흔적을 우린 잃어버린 것일까?

 

아마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치부해 버릴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이런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인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런 위험한 소리들 때문에라도 역사의 창구는 반드시 단 하나여야 한다고 항변하는 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이다. 실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항일을 하였던 이들의 그 헌신과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도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너무 순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은 대체로 꿈과 이상을 좇던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리에겐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짙게 배어 있어서 이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공산주의라는 이상이나 이념과 김일성 일가가 만들어간 현실적 모습은 엄격히 다름에도 말이다.).

 

여기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란 책에서는 이렇게 항일 운동에 젊음을 바쳤음에도 단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인해 우리의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이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게 항일운동을 하였던 독립운동가들이지만, 단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서 감춰져버린 이들. 그렇다면 이들은 북녘 땅에서는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여기 소개하는 19명 대부분이 북녘 땅에서도 대접받지 못한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숙청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김일성 자신의 권좌에 위협이 될 만큼 정치적으로 자신을 앞선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며, 이들이 꿈꾸는 공산주의 이념은 김일성만의 권좌와 욕망,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는 데는 방해가 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립운동의 지대한 업적들이 있음에도 남북 양쪽의 정치적 상관관계에 의해, 한반도 어디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이들의 모습을 읽으며, 참 안타까운 마음을 품게 된다. 물론, 저자는 이들 19인에 대해 무작정 찬양하지만은 않는다. 각 인물들에게 있어, 단점이나 그들의 한계, 그리고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 그 부분도 솔직하게 언급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의 이들의 공은 비교할 수 없이 크기에 이 부분에 있어 정당한 평가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들 모두는 정치적 실패자들이다. 그랬기에 그들의 꿈과 이상은 실패하였다. 만약 이들의 꿈과 이상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저 북녘 땅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 아닐까? 물론, 역사에서 만약은 의미 없는 접근이지만 말이다.

 

사실, 읽다보면 19명의 성품이나 특성, 그리고 그들의 항일 투쟁의 삶의 자리나 업적 등이 분명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다음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책을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19명의 생, 그리고 그들의 공과(功過)가 있는 그대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잃어버린 현대사의 한 단면을 되찾게 해주는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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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행복
달라이 라마.하워드 C. 커틀러 지음, 김미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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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누구도 행복한 삶을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행복이 곧 우리 삶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향해 오늘의 힘겨운 시간들을 견뎌낸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럼, 이런 행복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뭐라고 말할까? 이 책, 『달라이 라마의 행복』를 통해,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행복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 지를 한번 정리해본다(물론,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하여 정리할 수 있음을 고백한다).

 

먼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부, 세속적인 만족, 영성, 깨우침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앞의 두 가지 조건을 외적인 환경이나 외적 조건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우리 삶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외적 환경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마음의 평화가 없다면, 외적 조건들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반대로 마음에 평화가 주어진다면 행복의 외적 조건들이 비록 없다할지라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렇기에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럼 마음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마음의 평화를 갖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긍정적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깨달음의 과정이고 이것이 영성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참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연민, 자비의 마음의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민은 공감의 능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감의 능력인 연민은 타인과의 관계맺음에 큰 역할을 할 뿐더러, 타인의 고통에 대해 함께 공감하게 함으로 궁극적으로는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게끔 한다. 그렇기에 연민의 마음이 중요하다.

 

아울러 행복의 반대적 개념인 고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고통은 우리가 모두 원치 않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고통에 유익이 있음도 말한다. 내가 고통을 누릴 때, 타인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줌으로 궁극적으로 연민의 마음을 갖게 한다. 또한 고통은 행복과 즐거움에 대한 열망을 키워줌으로 행복한 삶을 향한 열정을 도리어 뜨겁게 달궈주기도 한다.

 

이 책이 말하는 내용들은 기승전결을 갖춘 형태는 아니다. 마치 경구처럼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도 있고, 길어야 서너 문단을 넘기지 않는 짧은 글들로 책은 이루어져 있다. 때론 반복되는 내용들도 있으며, 때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가는 가운데, 종교를 떠나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연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며,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외형적 조건의 행복도 갖추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이 외형적 행복의 조건이 나를 향해서만 사용되어진다면 그 행복은 결국 썩게 마련이다. 나에게 주어진 외형적 행복의 조건들을 밖으로 향하여 사용되어질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연민을 강조하는 것일 테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삶이 조금이나마 행복해질 수 있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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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 - 조선의 화식(貨殖)열전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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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때, “여러분, 부~자 되세요~”란 카피의 CF가 인기 있던 때가 있었다.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유행어가 되기까지 한 이 축복(?)의 문장. 물론 한 쪽에서는 이 문구가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솔직히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다 있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인 사람과 부자가 되길 원하는 가난한 사람 말이다(물론, 이는 지극히 단순화한 것이며, 부자가 됨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많을 테지만).

 

그럼, 부자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이 책, 『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에서 저자는 말한다. 부자는 3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축적, 증식, 그리고 분배가 그것이다. 우린 대부분 축적과 증식만을 부자의 요소로 생각하지만, 분배라는 요소야말로 부의 완성을 가져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분배가 되지 않고, 그저 축적과 증식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참된 부자가 아닌, 전충(錢蟲) 즉 돈벌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분배야 말로 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관점으로 조선시대의 부자들 16명(개인인 경우가 대다수지만, 가문을 드는 경우도 있다)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가 아닌, 하나의 단편소설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팩션이기 때문이다. 역사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들이 있다는 게다. 그러니 조선 시대의 부자들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하여 더욱 흥미롭고 풍성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이들 16명의 이야기들이 모두 바람직한 분배의 예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어느 경우는 왠지 바람직한 분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런 경우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부를 이루어가기 위해 보인 삶의 자세들을 살펴본다면, 이 책의 작업은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 되리라 싶다.

 

어떤 분들은 철저한 근검절약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상도의 길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기도 한다. 또한 악착 같이 일하고 절약하는 모습, 정보가 돈이 됨을 알고 들려오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부를 쌓아가는 모습, 신용과 정직이 커다란 부로 되돌아오는 모습, 땅이 정직함을 믿고 그 땅에 땀 흘리기를 즐거워하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어느 경우는 다소 엽기적인 모습으로 부를 쌓는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다양한 모습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멋진 분배를 통해, 부의 완성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쌓은 부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내놓는 모습. 국가를 위해, 독립을 위해 자신의 부를 내놓는 모습. 자신의 부의 힘을 가지고 부정을 억제하는 모습 등 참 멋스러운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대단히 세속적인 재화가 더럽기보다는 오히려 얼마나 아름답고 선하게 사용될 수 있는 지를 깨닫게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분들이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잘 알려진 경주 최부자 가문의 이야기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경주 최부자 가문에는 이런 가훈이 있다고 한다.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하지 마라

- 재산을 만 석 이상 모으지 마라

-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 최씨가의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게 하라.

 

이런 멋진 가훈을 정하고,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며 살던 그들이기에 그 부가 아름답게 유지된 것이 아닐까? 이들은 그 가르침 그대로 흉년이 들자, 쌀을 빌려간 사람들의 문서를 태워버렸다고 하며, 더 나아가 흉년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을 구제함에 힘썼다고 한다. 소작으로 받은 쌀의 1/3은 반드시 가난한 이웃을 구제하는 데 사용하였다는 경주 최부자 가문. 얼마나 멋진 가문인가!

 

이 가문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어느 스님이 툭 던진 이 말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물은 거름이다. 거름은 나누면 농작물을 잘 자라게 하지만 쌓아두면 악취가 풍긴다.” (300쪽)

 

그렇다. 오늘 부자들의 갑(甲)질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이유는 그저 자신들을 위해서만 쌓아두고, 그 힘을 자신들만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그런 갑질에서는 악취가 날 수밖에. 하지만, 진정한 갑질은 나눔에 있을 것이다.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이웃의 삶을 더욱 잘 자라게 만들어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거름으로서의 나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갑의 모습이 아닐까? 이런 멋진 갑질이 세상에 가득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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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상 - 조선의 왕 이야기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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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역사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총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며, 이런 흐름에 대한 이해는 이야기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조선의 왕들을 연대기적인 순서로 다루며 마치 옛날이야기를 하듯 조곤조곤 풀어내고 있다. 문장 자체도 구어체를 사용하고 있기에 조선의 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조선의 왕 이야기』 상권이다. 그렇기에 첫 왕인 태조 이성계부터 시작하여 14대 왕인 선조 이연까지를 다루고 있다. 마치 조선왕조실록 요약본을 읽어나가는 느낌도 갖게 한다.

 

처음 시작부분은 어떻게 하여 태조가 조선이란 나라를 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큰 역할을 감당한 다섯째 아들 이방원이 1,2차 왕자의 난을 통해 왕위에 오르는 과정 등을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풀어나간다. 이렇게 시작된 나라가 어떻게 하여 각각의 왕들에게로 이어지는지 이야기할뿐더러, 각각의 왕들은 어떤 특징이 있으며, 그러한 특징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잘 설명해 준다. 무엇보다 왕과 신하간의 역학관계에 저자는 관심을 기울이며 풀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조선의 왕들의 성격이나, 특징들은 물론 그 사람 본연의 성격이나 모습이 묻어나오게 마련이지만, 그것만이 아닌 각 왕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던 출생의 비밀이나, 선왕의 정치적 성향과 같은 그전의 역사와 상황이 왕들의 성격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왕의 자리가 정치적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자리이며, 힘의 균형을 위해 몸부림친 자리였음도 깨닫게 한다. 아울러 어느 쪽이든 너무나도 커져버린 힘은 자신들의 본연의 자세를 잊고 커다란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점도 생각해본다. 이 책은 아무래도 왕들이 행한 피의 숙청이나, 또는 변덕, 카리스마, 유연함 등 왕이 보인 행동이나 모습은 대체로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것임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접근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심지어 부모의 원한을 갚는 일까지도 사실은 모두 자신의 정치적 이해타산의 도구로 사용할 정도로 왕들은 정치적 사고 안에서 행동하였다. 이는 왕이란 자리가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조선시대의 왕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근하며, 마치 소설을 읽듯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라 하겠다. 단지, 이견이 많은 부분들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저자의 입장과 함께 다른 의견들도 소개해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건 뭐, 내 생각이고, 그럼에도 이 책은 조선의 왕들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으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진 좋은 역사 이야기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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