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 Graphic Novel 2016.6 - Issue 17, 디오르를 입은 여인
피오니(월간지) 편집부 엮음 / 피오니(잡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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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래픽 노블(개인적으로는 그냥 만화라는 용어가 더 친근하지만, 잡지 역시 ≪그래픽 노블≫이기에 그래픽 노블이란 용어를 쓰기로 한다.)을 접하고 읽지만, 그럼에도 그래픽 노블 광팬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그래픽 노블에 대해 뭔가 더 깊이 알아가거나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더랬다. 그런 내가 우연치 않게 『월간 그래픽노블』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지만 읽어나가는 가운데, 야~ 이런 좋은 잡지도 있구나 탄성을 흘리게 된다.

 

이 잡지에 대해 찾아보니, 『월간 그래픽노블』은 매달 하나의 작품을 택하여 깊이 살펴보면서 당시 시대상과 작가에 대해 살펴보는 잡지란다. 내가 처음 만난 통권17호(2016년 6월호)는 아니 괴칭게르의 『디오르를 입은 여인』(2013년)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솔직히 크리스티앙 디오르나 패션계는 나와는 상관없는 영역이라 여겼다. 아니 배부른 자들의 공유물이라 치부하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청년시절 즐겨 뿌리던 향수 가운데 하나가 크리스티앙 디오르 <화렌 화이트>였다. 그러니 나와는 다른 세계, 전혀 무관한 영역만은 아니었구나 생각해보며,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본다.

 

잡지는 아니 괴칭게르의 『디오르를 입은 여인』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텍스트인 『디오르를 입은 여인』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텍스트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컨텍스트를 살펴보며, 전쟁 전후의 시대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패션업계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잡지는 이제 『디오르를 입은 여인』을 창작한 아니 괴칭게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녀의 작품세계가 어떠한지, 작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그 뒤엔 크리스티앙 디오르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그래픽노블에 대한 잡지이기에 가볍게 접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잡지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문학잡지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과하게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그래픽노블에 대한 대중적 인문학 잡지라고 말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대해서, 『디오르를 입은 여인』에 대해서, 또한 아니 괴칭게르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 6월호다. 아울러 전쟁 직후의 황폐해진 상황 속에서 배부른 짓으로 이해되기에 빤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작업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역시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은 위험할 수 있겠다는 반성과 함께.

 

『디오르를 입은 여인』특집, 이후의 또 다른 내용들도 좋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시리즈로 유명한 휴머니스트 출판사 인터뷰 내용도 좋고. 좋은 그래픽 노블을 소개해주는 내용들도 좋다. 잡지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길 권하고 싶은 잡지다. 이런 잡지를 만들어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게 뻔하다. 작업 자체도 힘겹겠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녹녹치 않을게다. 그럼에도 그래픽 노블에 대한 사랑과 열정 하나만으로 이런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좀 더 그래픽 노블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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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쑤, 동북을 거닐다 - 제3회 루쉰문학상 수상작
쑤쑤 지음, 김화숙 옮김 / 포북(for boo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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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류작가 쑤쑤의 문화유산답사기 『쑤쑤, 동북을 거닐다』를 만났다. 이 책은 제3회 루쉰 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다. 2001년에 출간되어, 우리말로 금년(2016년)에 번역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동북 지역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북 지역이란 랴오닝성(요령성), 지린성(길림성), 헤이룽장성(흑룡강성)을 칭하는 곳으로 쉽게 만주지역이라 생각하면 된다. 우리 역사 가운데서는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적 터전이었을뿐더러,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애환과 투쟁의 삶과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민족에게 의미깊은 지역인 동북지역은 오늘날 한중 관계에 있어 민감한 지역이기도 하다. ‘동북공정’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족의 역사가 아니지만, 현 자신들의 영토 안에 있는 모든 역사가 자신들의 역사라는 논리로 시작된 동북공정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역사답사기이기에 아무래도 관심이 가게 된다.

 

주의하고 접근해야 할 것은 이 책의 저자는 한족이라는 점이다. 물론, 동북지역이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철저한 한족이기에 중국의 정서와 역사관으로 이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홍산문화 뿐 아니라, 우리의 발해역사마저 저자에게는 중국의 역사로 당연시되고 있다. ‘동북공정’의 역사관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출판사측에서는 이렇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에는 난하주를 달고 있다.

 

발해에 관한 부분은 저자의 주관적인 표현으로서 원문 그대로를 번역한 것이며, 역사와 출판사의 견해가 아님을 밝혀 둡니다.(49쪽)

 

이처럼 우리의 역사 인식과 시각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음을 감안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이 무용한가? 그렇진 않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읽어야 한다.

 

이 지역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의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과연 우린 이들 역사에 대해 얼마나 연구하였으며,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가? 단지 자료가 부족하다는 말만으로 끝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고조선의 역사는 어느 정도 이야기하지만(물론 이것 역시 단군신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부여에 대한 역사를 우린 얼마나 알고 있으며 가르치고 있는가? 요즘은 통일신라시대라는 용어가 아닌, 남북국시대란 용어가 보편화되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느 역사책에서는 용어만 남북국 시대일 뿐 발해의 역사는 단 한 줄도 기록하고 있지 않은 경우도 본 적이 있다.

 

그러니, 우린 ‘동북공정’을 비난할 것만이 아니라, 이러한 책을 더욱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 땅의 기운을 느껴야 한다. 한족 여류작가인 저자가 이 땅을 거닐며 그곳에 담긴 정신과 정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듯, 우리 역시 이 땅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곳의 역사를 우리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그럴 때, 그 역사는 진정으로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황하문명보다 앞선 문명인 홍산문화 역시 우리의 것이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이 고맙다. 비록 저자의 역사관이 우리의 것과 충돌한다 할지라도,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저자는 한족이니 말이다. 그러니 책의 내용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의식과 다른 점을 인정하며, 접근함으로 오히려 우리의 옛 선조들의 흔적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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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 우리 역사로 되살아난 신화와 전설 청소년 철학창고 35
일연 지음, 고은수 엮음 / 풀빛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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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초기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소중한 두 자료가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그것이다. 둘 다 너무나도 소중한 자료임에도 거기에 대한 접근은 다소 다른 것도 사실이다. <삼국사기>를 보다 더 합리적이고 공식적인 역사라고 생각한다면, <삼국유사>는 마치 야사처럼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삼국사기>가 공식적 입장에서 기록된 반면 <삼국유사>는 일연이라는 개인이 기록한 것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삼국유사>에는 다소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 아닐까. 신화와 전설, 설화가 가득하고 종교적인 색깔이 짙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삼국유사>는 우리 역사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료임에 분명하다. 여전히 일연이라는 한 스님 개인이 쓴 허무맹랑한 야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과연 야사라고 받아들여야만 할까? <삼국유사>가 없었다면 우리 역사 가운데 많은 부분들이 사라지게 될 텐데, 여전히 우린 허무맹랑한 야사라고 생각해야 하나?

 

금번, 도서출판 풀빛에서 새롭게 풀어쓴 『삼국유사: 우리 역사로 되살아난 신화와 전설』을 만나게 되었다. 일연의 <삼국유사>는 5권 2책이며, 상권인 1, 2권은 주로 역사 사실을 다루었고, 하권에 해당하는 3, 4, 5권은 불교 사실을 다루었다고 한다. 이러한 구성 그대로 이 책 역시 1부는 역사 이야기를, 2부는 불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부 불교 이야기는 아무래도 <삼국유사>를 기록한 일연이 스님인 만큼 불교에 대한 호교론적인 입장을 느낄 수 있다. 혹 종교적인 접근이기에 거부감을 갖는 분도 없지 않겠지만,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며 읽어간다면 좋겠다.

 

그럼에도 2부에 비해 1부가 역사적 부분을 다루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또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뉘고 있다. 1장은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건국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2장은 신라 역사를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건국 이야기는 신화가 많다. 아울러 신라의 역사 역시 설화적인 내용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신화와 설화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신화는 만들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의미를 신화라는 이야기 안에 투영한 것이다. 그러니 신화는 비록 문자 그대로는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그 안에 진실이 담겨져 있다는 말이다. 이 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저자는 함께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이 조금 더 자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설명들은 우리로 하여금 <삼국유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신화와 설화를 역사로 접근하는데 말이다.

 

<삼국유사> 본문의 내용과 함께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 읽기에 무리가 없을뿐더러 <삼국유사> 본문 자체에도 신화적인 내용이 많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우리 역사에 대해 알고 있던 내용 가운데 많은 부분이 <삼국사기> 내용이 아닌 <삼국유사> 내용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삼국유사>의 내용이 우리 사고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면 <삼국유사>는 이미 우리 민족의 정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 역사의 너무나도 귀한 자료인 <삼국유사>를 이처럼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접할 수 있어 귀한 경험이 된 책이다.

 

청나라 강희제 때의 뛰어난 문장가인 장조가 쓴 잠언집 『유몽영(幽夢影)』을 보면, 계절마다 읽기에 좋은 책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장조는 여름에 읽기 좋은 책으로 역사서를 말한다. 물론 그 이유가 다소 의외인 날이 길기 때문이라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덥고 후덥지근한 긴 하루를 보내며 우리 역사서 <삼국유사>를 다루는 이 책 『삼국유사: 우리 역사로 되살아난 신화와 전설』을 정독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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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 - 조선인 가미카제에서 김형욱 실종 사건까지, 기록과 증언으로 읽는 대한민국사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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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작가의 책을 두 번째 만나게 되었다(작가의 책은 여러 권이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째 책이다.). 이번에 만난 책은 『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에서는 도합 19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다소 역사 속에서 감춰져 있거나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 또는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왜곡되게 알고 있던 이야기들, 또는 우리가 가볍게 여기고 간과하였던 이야기들 등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저자는 전해주고 있다.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가로 15년이나 감옥살이를 했지만, 끝내 독립운동가로 대접받지 못한 김시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김형욱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까지. 우리의 현대사 속에 묻혀 있는 이야기들을 작가는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참 고마운 일이다.

 

광화문이 오늘 우리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일본인 학자 덕분임을 알게 될 때 괜스레 부끄럽기도 하고 적국민의 공로이기에 여태 감춰져 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서울시’가 ‘우남시’로 바뀔 뻔 했던 이야기에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허망한 욕심들을 내세웠던 가를 생각해보게도 된다. 권력을 잡은 이들의 독제성향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음도 생각해보게 되고. 그들의 업적(?)이 얼마나 휘황찬란했는지 생각해보며 괜스레 답답한 심정이다. 또한 우리 역사 가운데 우리가 보은해야 마땅한 이들이 있음에도 외면한 그 이면에는 많은 이들의 이해타산이 감춰져 있음도 생각해보게 된다.

 

19가지 이야기들이 대체로 흥미롭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인 가미카제 특공대들에 대한 작가의 제언이었다. 그들의 희생 역시 일제의 폭력아래 행해진 피해였음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음이 부끄러웠다. 그렇구나. 이들 역시 대다수는 자발적으로 가미카제 특공대원이 되어 일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것이 아니라, 강제 차출되어 일제의 힘에 의해 산화되어져 갔던 젊음들이었구나. 그것도 국가를 위한 희생도 아닌 적국을 위한 희생이니 말해 뭐하겠나. 그런데도 여전히 그 죽음은 누구에게도 애도되지 않고 안타깝게 여겨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먹먹하다.

 

인민군의 창설 배경에는 통일조국을 꿈꾸던 여운형의 지시가 감춰져 있음을 알고, 이런 방법으로도 조국을 사랑하고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이러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그동안 그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역사 지식 가운데 실상은 잘못된 것들이 제법 많구나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된다.

 

‘친일파 1호’ 김인승에 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는데, 이 이야기에 대해선 다소 노파심이 들기도 한다. 자칫 ‘친일파 1호’라는 타이틀로 인해 모든 비난이 그에게 쏠림으로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수많은 이들에게 돌아갈 비난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 말이다. ‘원조 친일’ 행각을 벌인 그에 대해 마땅히 우리가 알아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친일파 1호’라는 타이틀로 인해 그에게 비난이 몰려서는 안 될 것이다.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할 이들, 친일을 행했으면서도 해방 후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며 국가재건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든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동포, 동족을 향해 온갖 못된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 죄에 대한 처벌은커녕 여전히 가진 자로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굳건히 하고 있는 자들에 대한 역사의 심판은 그 무엇으로도 흩어서는 안 되기에 말이다.

 

자칫 시간이 더 흘러간다면 기억도 희미해지고, 자료도 손실됨으로 역사 속에 묻힐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렇게 다시 한 번 꺼내 우리에게 알려주며, 관심을 갖게 하는 저자의 수고함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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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여관 - 나혜석.김일엽.이응노를 품은 수덕여관의 기억
임수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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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여관』이란 이 책은 충남도청․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이야기가 흐르는 명소 발굴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명소들 그곳에 얽힌 사연들을 통해 스토리텔링으로 옷을 입히는 작업인 게다. 이 책은 충남 예산의 수덕사 앞 수덕여관에 얽힌 사연들을 다루고 있다. 수덕여관을 찾았고 그곳에 지친 삶을 잠시 의탁하였던 3사람의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혜석, 김일엽, 이응노가 그들이다.

 

수덕여관이 들려주는 첫 번째 인물은 나혜석이다. 우리나라 여성으로서 최초의 개인전을 열었던 화가이자, 시인이며 소설가,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언론인기도 했던 나혜석. 엘리트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신교육을 받고, 자신의 재능을 활짝 펼쳤던 행복한 여인. 여자도 사람인 이상 못할 것이 없다 주장하며 여성해방을 외쳤던 시대를 앞섰던 여인. 하지만 당시로서는 충격적이리만치 자유로운 이성생활로 인해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힘겨워 했던 여인. 부유하고 화려한 생활, 인정받고 환영받던 삶에서 배척당하고 비난받던 삶으로의 전락. 그 쓸쓸한 말년의 삶을 의탁했던 공간이 바로 수덕여관이라고 한다.

 

나혜석이 수덕여관을 찾은 이유는 그녀의 사상적 동지이자 친구요, 동료이기도 했던 김일엽이 출가하여 수도하던 곳이 수덕사였기 때문.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책은 두 번째 인물인 김일엽을 다룬다. 나혜석과 많은 부분 비슷한 여정을 걸었던 여성이기도 하지만, 끝은 달랐던 여성 김일엽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우며, 무엇보다 여성에 대해 닫혀 있던 시대적 한계가 무겁게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울러 마지막 이응노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현대사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끝까지 조국을 잊지 않고 조국에 돌아오길 바랐지만, 끝내 조국으로부터 떨어져나가야만 했던 이들이 어찌 이응노 한 분 뿐이겠나. 아무튼 끝내 조국을 떠나야만 했던 이응노 화백이 젊은 시절 수덕여관에 있던 나혜석을 찾아와 사사 받으며 수덕여관과 인연을 맺었으며, 후엔 수덕여관을 인수하기도 하여 여관 주인이 되기도 한 이응노. 그의 이야기도 참 재미나다.

 

이처럼 저자는 수덕여관과 인연을 맺은 세 명의 예술가들에 대해 맛깔나게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수덕여관에 대한 기억에 또 하나의 옷을 입게 된다.

 

벌써 십년이 넘은 것 같다. 수덕여관에 다녀온 것이 말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수덕여관은 방치되어 있었다. 마당 한쪽 솟아 오른 굴뚝을 휘감고 오른 덩굴과 곳곳에 쌓여 있던 쓰레기가 을씨년스럽던 풍경. 여관 입구 바위에 새겨진 이응로 화백의 작품 두 점이 덩그러니 놓여 있던 모습이 생각난다. 아무도 찾지 않던 수덕여관. 수덕사를 찾는 수많은 인파들로부터 외면당하기에 더욱 쓸쓸해 보였던 수덕여관. 이제 그곳이 복원되어 새롭게 단장되었고 관리되고 있다니 참 다행이다. 스토리텔링의 옷을 한 겹 더 입은 수덕여관을 다시 찾는다면 그 땐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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