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철학 -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한 철학도의 물음
황광우 지음 / 풀빛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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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황광우 작가의 철학콘서트를 읽으며, 황광우 작가가 누구인지 알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왜냐하면, 황광우 작가는 바로 정인이란 필명으로 더 익숙한 분이었기 때문이다.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바로 이 책들의 저자였던 것이다. 당시 젊은이들에게 필독서처럼 여겨졌던 책들이었다(모두가 그랬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필독서라는 심정으로 읽었다는 의미다.). 읽으며, 현실을 알게 되고, 분노하기도 하였으며, 가슴을 뜨겁게 만들던 책들. 바로 그 책들의 저자인 정인이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아 책들을 출간하고 있었던 게다.

 

물론, 빨리 알았던 독자들도 많았겠지만, 나의 경우는 몇 달 전 철학콘서트를 읽으며 처음 알았다. 바로 그 저자 황광우의 또 다른 책이 출간되었다. 촛불철학이란 제목의 다소 시류를 반영한 듯 여겨지는 제목의 책이다.

 

저자는 말하길, 이 책은 당신의 책 가운데 가장 짧은 시간에 써 출간한 책이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가장 오랜 시간 적어나갔던 책이라고 한다. 책 안에 담겨진 많은 글들은 한 번에 써진 글들이 아닌, 오랜 시간 써져서 발표되기도 했고, 또는 미발표로 남아 있기도 했던 글들을 이 책 한권에 모아 놨다. 이러한 이유로 글들 가운데는 반복되어지는 내용들도 제법 많이 눈에 띤다.

 

박정희 정권부터 시작하여 전두환, 노태우 등등 독재정권들의 민낯은 무엇이었는지를 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1부에서는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으로 대표되는 독재 정권들이 어떤 짓들을 행했는지를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성장 프라임이 얼마나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서 국가가 파탄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그 모든 문제의 원흉은 재벌이다.). 3부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다보면, 지난 정권들이 얼마나 큰 실수(아니 범죄라고 말해야)를 범해왔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여타 정권에 비해 복지나 민주주의에 있어 많은 긍정적 역할을 감당했던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조차 실수한 것이 무엇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여전히 가장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노무현 대통령이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을 지나며 삼성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왕국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보며 항상 궁금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성장 프라임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음을 알게 됨으로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물론, 성장 프라임 탓만은 아니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많은 국민들은 희망을 꿈꾸고 있다. 괜스레 하루하루고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을 품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처음엔 그랬던 기억이다. 뭔가 다른 모습의 국가가 될 수 있겠단 희망.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여전한 한계에서 더욱 절망했던 그런 시간들이 떠오른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만이 정답은 아닐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바라는 열 가지 바람들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촛불이 꿈꾸었던 일들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많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단지, 책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미래에 대한 바람과 대안을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과거에 머문듯한 모습이 책 제목에 들어 있는 촛불과 다소 괴리감을 느끼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럼에도 무엇보다도 박정희 독재정권부터 시작한 정권들의 부끄러운 민낯들과 문제점, 그리고 재벌집단들의 위험성과 이들이 해체되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알게 해주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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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
E. 캐서린 베이츠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귀족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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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이란 제목을 가진 E. 캐서린 베이츠의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1907년에 발표되어진 책으로 금번 책읽는귀족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보이는 세계만이 전부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까? 지금 내가 호흡하는 세상만이 진짜일까? 이곳과 평행한 또 다른 세상에서 나 아닌 내가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게다. 그리고 이런 의문은 많은 문학작품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혹 이런 질문을 품고 이 책을 접근한다면 별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위 질문들과는 조금은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평행공간으로서의 보이지 않는 세계가 아닌, 죽음 이후의 세계, 또는 영혼의 존재와 같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죽은 자의 영혼, 유령 등의 존재, 그들과의 접속을 의미한다. 물론, 죽은 자의 영혼이나 유령의 존재 경험만이 아닌, 같은 시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펼쳐지는 사건을 눈앞에 보는 것처럼 보는 신비한 체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이것 역시 영혼의 작용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심령과의 접속에 대해 허무맹랑한 논리라거나 거짓말이라 단정 짓고 책을 접근한다면, 이 책은 짜증나고, 백해무익한 책이 될 수도 있겠다. 마치 마술의 트릭이나 속임수를 밝혀내고야 말겠어 라는 심정으로 마술을 접근하면, 아무리 흥미진진하고 멋진 마술이라도 흥미롭고, 즐겁기보다는 골치만 아픈 시간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이 책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은 조금 오픈된 마음으로 읽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너무 심각하지 않게,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면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서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존재들과의 접속이 존재한다. 이들 이야기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는데, 저자는 이런 이야기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이성적이며 논리적으로 사건들을 풀어내고 있다.

 

유령의 체현을 보기도 하고, 신비한 투시력을 경험하기도 하며, 오래된 유물에 얽힌 그 주인의 유령을 만나기도 하며, 초상화 그림 속 인물의 영혼을 초상화 주변에서 만나기도 한다. 또한 꿈을 통해 오랜 과거 속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알게 되기도 하고. ‘자동 수기를 통해 과거 속 감춰졌던 사건들의 진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마치 친구처럼 유령이 미래에 대한 위험을 예고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심령 현상들을 읽다보면, 때론 등골이 시원해지기도 하지만, 또 때론 영혼이 품고 있는 한이나 소망 등을 느끼게 되어 뭉클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접근할 때의 마음가짐을 잘 보여주는 책 속의 구절이 있다.

 

사기를 발견하겠다고 단단히 결심하면 가끔은 진실을 대가로 지불하면서까지 목적을 이루기도 한다.(77)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 가운데 사기에 불과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밝혀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접근함으로 목적을 이루되, 자칫 감춰진 세상,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접속 기회를 놓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마음을 닫고 읽거나 반대로 너무 몰입하여 신비적 감정으로 읽지 않는다면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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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 최고의 범죄학자가 들려주는 진화하는 범죄의 진실
이창무.박미랑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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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자신이 범죄의 대상이 되길 원치 않는다. 그럼에도, 누구든지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단지 막연하게 난 괜찮을 거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안전하다 믿고 살아갈 뿐이다.

 

물론, 자신에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일에 과도한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막연하게 난 괜찮을 거야, 라며 미연에 방지할 일들을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음으로 실제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더 어리석은 모습일 게다.

 

그렇기에 이 책,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란 책은 우리의 삶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범죄에 대해 이야기한다. 끔찍한 강력범죄, 야비한 범죄, 파렴치한 범죄 등 다양한 범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책은 범죄에 대한 사례집은 아니다. 그렇기에 어떤 범죄들이 있었는가 하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분들에게는 적합한 책은 아니다. 책은 범죄의 사례를 전해주기보다는 범죄에 대해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하며, 범죄를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처럼 범죄의 유형, 원인, 현황, 그리고 대처 등 범죄에 대해 알려주는 이유는 저자의 말처럼, “범죄의 실체를 알 때 비로소 범죄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범죄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범죄에 대해 알아갈 때, 범죄에 대항하여 사회를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범죄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사회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범죄는 지양해야 한다. 그렇기에 범죄에 대해 알아가야 하며, 범죄에 대항하여 순 기능의 기준을 만들어 냄으로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유지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범죄에 대해 얼마나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범죄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이 얼마나 많았는지도 알게 해준다. 이런 편견과 잘못된 상식이 우릴 범죄 피해자로 만든다고 책은 말한다. 그렇기에 범죄에 대해 정확한 접근을 책은 지향한다. 범죄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범죄로부터 나를 지켜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조금이나마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써내려간 책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를 통해, 범죄에 대해 바르게 알고, 바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되리라 여겨진다. 다양한 통계와 사례, 그리고 냉철한 분석 등으로 범죄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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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범죄 X-파일 - 중국 대륙을 뒤흔든 강력 범죄 사건 실화
클레어 엮음 / 에코차이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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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중국 범죄 X 파일은 중국 대륙을 뒤흔든 강력 범죄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다. 모두 실화인 이 사건들은 참 다양하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사건. 인면수심의 가면을 쓰고 벌이는 아동 성폭력 사건들. 데이트 강간, 남편의 폭력, 직장 내 성폭력 등 여성 피해 범죄들. 대학 합격자들에게 연락하여 등록금을 빼 간 교묘한 보이스 피싱, 사기 결혼(황당하게도 여장 남자에게 홀려 결혼까지 하고 돈을 사기 당한 경우도 있다.) 등의 사기사건. 다양한 살인 사건 등 모두 24건의 사건들을 싣고 있다.

 

이런 수많은 강력 범죄들을 통해 현대 중국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과연 사건들을 통해, 그 사회를 들여다보며 진단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과 함께 과연 어떤 사건들을 만나게 될까 란 궁금증으로 책을 펼쳐들게 되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엔 범죄야말로 그 사회를 진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관계 속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인간의 욕망. 때론 범죄를 잉태하게 된 사회적 못자리. 등을 통해, 중국 사회의 현주소를 알게 된다. 뿐 아니라 책은 신생대 농민공이라던가 푸얼다이(재벌2)문제 등 중국사회 각 계층이 갖는 문제도 접근해주고 있어, 현 중국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해 준다.

 

책을 읽으며 지금은 고인이 된 어느 경영인의 말을 패러디해 본다. “세상은 넓고 파렴치한은 많다.” 고 말이다. 어떤 사건들에서는 정말 얼굴에 침을 뱉어 주고 싶은 인간들이 많다. 그런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겠지만, 천벌을 받아도 전혀 안타깝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인간들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어찌 중국뿐이겠나. 여전히 우린 이런 파렴치한들을 얼마나 많이 보는가? 그것도 배웠다 하는 자들, 사회의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자들이 이런 온갖 더러운 탐욕, 파렴치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이들을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향해 증오심을 키울 필요는 없겠다. 책에서도 그런 사건들이 몇몇 등장하는데, 바로 이런 파렴치한들을 향한 증오심이 또 다른 강력 범죄를 낳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 되니 말이다.

 

이 책에서 만나는 24건의 강력 범죄사건 실화들은 단순히 사건을 통해 흥미로움을 채운다거나, 또는 중국 사회를 엿보게 한다거나, 또는 끔찍하다, 라는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서만 그치진 않는다. 이 책이 갖는 감춰진 힘이 있다. 그건 이들 강력 사건들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심적으로 범죄들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욕구를 품게 만든다. 왠지 옷깃을 여미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품게도 된다. 어쩌면 이것이 이 책의 또 하나의 영향력이 아닐까 싶다.

 

또한 어떤 범죄를 통해서는 사회구조적 안전장치만 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범죄임에 안타깝기도 하다. 이런 범죄를 통해서는 우리 사회의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누군가는 이런 범죄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는 것이 아닐까 염려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쎄. 그럴 것 같진 않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도리어 옷깃을 여미게 하지 않을까? 물론,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참고로, 이 책을 선택하는 독자들은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들이 많으니, 각오 단단히 하고 읽으시길 바란다. 그럼에도 사건 사고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 사건 사고에 대해 알아야 할 요구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에게는 아주 적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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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 - 민중의 카타르시스를 붓 끝에 담아내는 화가 홍성담, 그의 영혼이 담긴 미술 작품과 글 모음집
홍성담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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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라는 책은 홍성담 화가의 그림과 글 모음이다. 이 안에는 세월호, 야스쿠니 신사와 위안부, 제주 4.3, , 그리고 촛불 등 다양한 폭력을 향한 외침을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한 편의 동화까지 실려 있다(동화와 연작 그림들이 함께 실려 있다.).

 

홍성담 화가는 일명 운동권 화가. 화가 스스로 자신은 국가 폭력과 싸우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고 약속이라 생각한다 말한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위협하는 모든 악에 저항하는 것이 자신의 그림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그림을 그려나가는 화가.

 

그래서일까? 화가의 그림은 많은 경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이런 논란에 대해 화가의 설명을 그대로 옮겨본다.

 

나는 누군가의 입맛에 맞추어 소독되어진 표현의 자유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 자유를 제약하는 모든 터부들과 과감하게 온몸으로 부딪쳐 깨지면서 흘린 피가 비로소 예술로 현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표현의 온전한 자유금기사항으로 소독되지 않은 천부적인 자유, 싱싱한 자연 그 자체의 자유다.

예술은 논란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상식적이면 예술이 아니다. 상식이면 왜 그리고 만들겠는가? 예술가는 항상 사회적 금기와 터부를 마음껏 넘나들어야 한다. 국가의 운명이 파시즘으로, 독재로 흐를수록 풍자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222)

 

화가의 글을 읽고, 화가의 그림을 바라보는 가운데 때론 독재폭력을 향해 분노가 일기도 하고, 때론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눈물짓게도 된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그려낸 그림들은 미안함, 무력감, 분노, 슬픔 등 다양한 감정에 힘겹게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화가는 이렇게 말한다.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 물고문 학살 사건이다. 무능한 국가 권력이 휘두르는 국가 폭력에 의해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맹골수도 시린 바다에 잠겨 죽어갔다. 그리고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국가 권력은 온 힘을 다해 방해하며 막아내고 있다.(83)

 

이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며,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억울한 눈물과 안타까운 호소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꿈쩍 않던 벽과 같던 정권은 사라지고, 이젠 모두(?)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그토록 꿈쩍 않던 일들이 달라진 대통령 아래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지는 모습에 허탈감마저 느끼게 되는 행복을 우린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가의 그림, 그 강력한 힘이 우리에겐 여전히 필요하다. 우리가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제나 경계하기 위해. 무엇보다 감춰진 진실들이 드러나길 촉구하기 위해. 이제는 이 땅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들이 없길. 아니 불편한 진실들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있길 소망해 본다.

 

책은 화가의 글들을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화가의 그림들을 보고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듣는 즐거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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