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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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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하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가 생각난다. 생태분야의 고전격인 책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했던 책. 라다크는 척박한 땅이다. 한정된 자원과 닫힌 시스템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연스레 자리 잡은 일처다부제, 그리고 자족하는 삶. 풍족하지 않지만, 풍성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마치 고향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바로 그곳으로 떠난 여행기가 이 책, 『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이다. KBS 아나운서 김재원 아나운서가 프로그램 촬영차 참여한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숨쉬기 용이하지 않은 고지대, 그리고 그곳을 힘겹게 자전거로 달려야 하는 여정을 통해, 저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인생을 꿈꾼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이번 여정의 여행기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이사이에 자신의 지나온 인생 가운데 어쩌면 아픔으로 남아 있을 사건들을 되돌아본다. 어린 시절 경험한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엄마가 없는 아이로서의 상처, 신혼 초에 쓰러진 아버지, 그로 인한 급작스런 귀국과 병간호과정, 아버지의 죽음, 가까운 이로부터의 배신의 상처 등을 언급하며, 그 모든 상처를 힘겨운 여정과 함께 털어놓길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에 라다크 여정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 내용들 가운데 몇을 생각해본다.

 

“길을 잃고 헤매는 길이 원래 가려던 길보다 더 좋은 길일 수 있다. 가지 않은 길은 환상과 예상으로 높은 점수를 주는 길이고, 내가 들어선 길은 경험과 느낌으로 현실적인 점수를 주는 길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보다 내가 간 길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리라. 인생도 마찬가지다.”(16-7쪽)

 

그렇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환상으로 내가 걷는 길이 주는 기쁨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간 길, 내가 가고 있는 길, 내가 장차 여전히 걷게 될 그 길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는 인생이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가운데 도전을 받은 부분이 있다. 유목민 가정을 방문하여 몇 날 같이 있으면서 그 집안의 젊은 아들, 새신랑인 목자 초겔리에게 저자는 양치는 목자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묻는다. 이에 돌아온 대답은,

 

“한 마리, 한 마리 바라보는 거요. 4백 마리가 넘지만 하루에 한 번이라도 꼭 모두에게 눈길을 주려고 해요. 바라봐야 아픈 것도 알고, 젖 짤 때도 알고, 새끼 밴 것도 알고 그렇거든요.”(193쪽)

 

난 과연 내가 돌봐야 할 이들을 이렇게 대하였던가? 과연 하루 한 번이라도 그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평안을 빌었던가? 부끄러움이 앞선다. 라다크 촌부의 고백이야말로 얼마나 멋진 고백인가? 그리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그 모습이 앞으로도 내 삶의 도전이 되길 소망해본다.

 

아울러 소유한 것이 적고, 우리처럼 편리한 삶을 살지 못하는 그네들이 언제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 역시 도전이 된다.

 

“이들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 행복은 그러면 나의 행복과 비교가 가능한 것일까? 누가 더 행복하다는 말은 어떤 기준으로 할 수 있는 것일까? ... 머릿속에 행복 전구가 켜지는 순간은 다 다르다는데, ... 이들은 어떤 스위치로 행복 전구를 켤까? (이들의) 표정만큼은 행복 전구가 1백 개쯤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지금 겨우 한 개가 들어와 있는데 말이다.”(187쪽)

 

오늘 내가 가진 것으로 행복을 찾는다면, 그 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소유는 만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이 초점을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둔다면, 내 사랑하는 부모님들, 내 사랑하는 아내, 사랑하는 딸과 아들, 그리고 언제나 날 위해 기도해주는 수많은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한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 무엇일까? 내 삶 속에 오늘도 행복 전구가 수없이 반짝이길 바란다.

 

아울러 내가 걷은 인생길에 우리 넘어질 순간들이 종종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넘어진 자리에 머물지만 않아도 인생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쓰러진 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있거나 아프다고 되돌아간다면 여행의 종착역은 멀어진다.”(300쪽)

 

그렇다. 넘어질 수 있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머물지 말자.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자. 그럴 때, 내가 걷는 이 인생 여행길이 행복한 여행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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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택리지 -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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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조시대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에세 제목을 따온 본서 『섬 택리지』는 작가 강제윤의 남도 섬 여행기다. 남도 섬 여행기라고 해서, 남도의 섬들을 두루두루 살폈다기보다는 전남 신안군에 속한 섬들로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천사섬 신안”이라 말하는 곳. 1004개의 섬들이 있다고 해서 천사가 빚은 천사섬, 섬들의 고향이라는 신안. 바로 그곳의 섬들을 작가는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난 풍경, 사람, 삶을 이야기한다.

 

섬은 외롭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요즘은 연륙교가 놓인 곳들도 많아 이젠 더 이상 섬이 아닌 육지가 된 곳도 적지 않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는 증도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연륙교 계획이 없는 섬들도 많다. 그래서 어쩌면 같은 섬사람이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에 힘겨울 사람들이 왜 없겠나? 작가는 바로 그런 섬 병풍도의 어르신 말씀을 통해, 이처럼 이야기를 풀어낸다.

 

《“병풍리는 영원히 섬으로 남을 겁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할 겁니다. 일자리 만들라고 할 겁니다.” 불쑥 던지는 말씀이지만 노인은 다리 공사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섬들을 내륙과 연결하는 다리 공사가 꼭 섬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토목 자본의 이익을 위해 다리 공사가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아는 거다.》(322쪽)

 

이처럼 작가는 섬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읽어낸다. 작가에게는 섬의 풍경, 섬의 역사, 섬 속에서 발견되는 문화유산, 섬에 구전되는 전설, 섬에서의 고단한 삶의 모습 등 모든 것들이 세상을 읽어내는 재료가 된다. 그렇기에 단순한 섬 여행기라기보다는 섬을 통한 세상 읽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작가는 섬의 풍경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풍경, 인생살이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렇기에 작가에게는 섬사람들의 삶이 곧 인생풍경이 된다.

 

《자신은 깨닫지 못하지만 풍경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풍경과 분리되지 않고 풍경 속에 녹아들어 풍경의 일부가 되어 버린 사람들. 한운리 갯벌의 풍경은 마침내 스스로 풍경이 된 저 어부로 인해 완성된다.》(24쪽)

 

그러나 어찌 갯벌의 풍경만이 그렇겠나?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모두 우리들 각자의 삶의 모습이 곧 풍경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내 삶의 모습은 어떤 풍경을 연출하고 있을까? 아름답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풍경을 만들고 있을까? 아님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풍경을 만들고 있을까? 전자였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작가와 함께 신안의 섬들로 여행을 떠나며 느낀 점은 섬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섬과 함께 늙어버린 어르신들이 하나둘 이 땅을 떠나게 되면, 그와 함께 섬의 생기 역시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겨지기도 한다.

 

이젠 더 이상 섬에서의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아갈 인생이 줄어들기에 좋아해야 할까? 아님 섬이 더욱 통상적 삶의 테두리에서 멀어짐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왜 이렇게 섬이 늙어가고 있을까? 그건 더 이상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다의 선물이 풍성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왜, 바다의 선물은 줄어들었을까? 결국 인간의 탐욕이 바다의 씨를 말렸기 때문일 것이다. 발달된 어업기술과 인간의 탐욕이 손을 잡고 어린 치어까지 분별없이 잡아들인 남획의 결과 이제 더 이상 바다는 풍요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그 풍요로움을 좇아 몰려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바다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만든 거다.

 

이제 우리 모두 더 겸손한 자세로 자연을 대하길 원한다. 그렇게 될 때, 작가가 여행한 다양한 섬들의 이야기는 책속에서만 만나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생의 공간에서 계속하여 만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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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 페루 - 그곳에서 만난 잉카의 숨결 지금 이 순간 시리즈 3
한동엽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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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이런 것들은 무엇을 보길 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다. 그러니, 여행을 통해, 무엇을 보길 원하느냐 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 『지금 이 순간 페루』는 참 좋은 여행서적이다. 왜냐하면, 저자는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그곳 페루 사람들의 역사적 눈물을 보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단함을 읽었으며, 그 고단함 이면에 담겨진 삶의 선물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지상화로 유명한 나라, 잉카 문명의 나라, 그리고 띠띠까까 호수로 막연한 동경을 갖게 하는 나라, 페루. 그곳에서 저자는 그 땅에 이어져 내려가는 삶을 보며, 그리고 순박하며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을 느끼고 돌아온다.

 

그의 고백 가운데 이런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담배 한 개비를 얻기 위해 머뭇거리던 순박한 사람들을 소매치기로 경계한 오만한 여행. 이렇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여행은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순박하고 착한 페루 사람들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어 가리라 마음먹는다.”(111쪽)

 

그렇다. 여행은 편견을 깨뜨리는 순간이다. 내 안의 고정관념, 단단한 틀이 부셔지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여행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이러한 내 안의 틀이 깨지지 않는다면, 여행을 통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저자가 소개하는 프루스트의 말이 그런 의미일 것이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 M. 프루스트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낯선 공간에서, 누군가의 일상의 삶 속에 살며시 들어가 그네들의 삶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그러한 여행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삶의 시야를 넓히고 싶다. 우선은 이 책, 『지금 이 순간 페루』를 통해, 조금이나마 시야를 넓혀본다.

 

저자는 무엇보다 페루의 역사적 아픔을 본다. 그리고 정복자들이 심어놓은 또 하나의 문명을 본다. 힘 있는 자들 편에 서 있는 종교의 아이러니를 본다.

 

“야만인에 대한 개종을 명분으로 삼아 스페인 침략자들은 잉카 문명과 문화를 파괴하는 자행을 서슴지 않았다. ... 정복자들은 가톨릭의 위엄을 과시하기위해 잉카의 사원을 허물고 그 위에 성당을 세움으로써 잉카의 역사를 종교의 발아래 매장했다.”(146-7쪽)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과 함께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 기독교는 침략자와 함께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 기독교의 독특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독교 역시 수많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폄훼하고 매장함에 앞장서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또한 저자는 페루의 여러 지역에서 문화유산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문화유산이 방치되는 이유는 어쩌면 가난 때문이 아닐까? 문화유산이라는 것도 경제적 뒷받침이 이루어질 때, 보존될 수 있다. 문화유산이 유지되어지는 비결은 두 가지다. 첫째, 경제적 뒷받침을 담보로 한 문화유산 보존 의지. 둘째, 문화유산 보존 의지가 없더라도 극도의 가난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유산이 보존되는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그곳을 부수거나 갈아엎고 개발할 여력조차 없기 때문이다(사실 우리나라의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들은 대체로 이 두 번째 이유로 인해 근대문화유산들이 남아 있게 되었다. 도시의 낙후됨으로 개발되지 않았기에). 어쩌면 두 번째 이유 안에, 저자가 여행하며 보았던 문화유산이 방치되어지는 모습에 대한 해답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런 가난으로 인해, 그들의 문화유산은 박제되어진 모습이 아닌, 여전히 삶의 생명력과 향이 묻어나는 공간이 되고 있지 않을까?

 

아울러 그들에게는 비록 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보존할만한 경제적 뒷받침이 없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자신들 삶의 전통을 통해 유전되어지는 또 하나의 문화유산을 지켜내려는 고집을 발견하게 된다. 설령 그러한 삶이 현대문명과의 단절을 담보로 한다 할지라도, 그러한 단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젠 비록 침략자들에 의해 망해 버린 잉카제국이라 할지라도, 그 잉카의 전통이 자신들의 삶에서 단절되어짐을 두려워하는 삶이야말로 이 책을 통해 발견하는 페루의 힘이 아닐까 여겨본다. 우리에게는 이런 용기가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시간, 저자와 함께 지구 반대편에 있는 페루라는 곳에서 고단하지만 순박하게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의 삶 속을 잠시 들여다본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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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될 거야, 오키나와에서는 - 여자 혼자 떠난 오키나와 여행기
송수영 지음 / 낭만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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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나 즐겁고 설렌다. 그런데, 이러한 설렘은 여행을 하기 때문에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여행을 꿈꾸기 때문에 더욱 설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떠나기 전 짐을 쌀 때가 오히려 가장 설렌다. 일상을 벗어나 잠시 누리게 될 일탈의 특권에 대한 설렘, 내 삶의 영역이 아닌 타인의 삶의 영역을 엿볼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히려 떠나기 전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설렘과 행복은 반드시 여행일정을 계획해 놓은 사람들만이 누리는 것은 또한 아니다. 여행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 할지라도 여행서적들을 읽어가며, 누군가 타인이 누렸던 설렘과 행복이 나의 것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여행서적들을 읽으며, 언젠가 저 자리에 내가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게 되기에 여행서적 역시 떠나기 전의 설렘과 유사한 설렘과 행복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이런 점 때문에 난 여행서적을 많이 읽는다.

 

그런데, 이런 여행서적들이 모두 같은 느낌을 갖게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각기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여행서적들을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분류해 본다.

 

첫째, 여행을 하며 저자가 느낀 점들을 에세이처럼 기록한 책이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려 하기보다는 여행자체를 전해 주는 책이다. 이러한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저자의 여행이 독자 자신의 여행처럼 느낄 수 있어 많은 설렘을 갖게 한다.

 

둘째,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런 책의 장점은 실제 그 장소에 대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하지만, 단점은 정보의 나열이 되기에 저자의 여행이 독자의 여행으로 공감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답사책자라고 할 수 있겠다. 여행지에서의 관광이나 여행보다는 그곳의 문화유적들과 거기에 담겨진 역사를 설명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답사 여행의 장점은 공간과의 만남뿐 아니라, 시간과의 만남도 허락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들 중 무엇이 옳은가? 사실 이런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다. 무엇이 옳고 그름은 없다. 각기 독자들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자신에 맞는 여행서적을 고르면 될 뿐이다. 그렇기에 세 가지 부류의 여행서적 모두 필요하며 각자의 역할이 있다. 첫 번째 부류의 책들이 여행에 대한 동기부여를 심어준다면, 두 번째 부류의 책들은 동기부여를 지나 실제적인 여행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럼, 이 책 『어떻게든 될 거야, 오키나와에서는』은 어디에 속할까? 글쎄, 잘 모르겠다. 꼭 어디에 속하는지 분류하려는 것 역시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분류해보고자 한다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 어디쯤이 아닐까 여겨진다.

 

사실, 오키나와에 대한 여행책자이기에 기대했던 바는 오히려 세 번째였다. 오키나와는 슬픈 역사를 간직한 땅이다. 그렇기에 그 슬픔의 현장, 아픔의 시간들에 대해 여행을 통해 알았으면 싶은 욕심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쉽게도 생략되어 있다(여기에 대해서는 저자 역시 에필로그에서 살짝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게다가 유적지에 대한 소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상당부분은 류큐왕국의 유적지 소개에 할애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키나와만의 아픔과 통곡의 세월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말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내가 앞에서 분류한 형태 가운데 세 번째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 여행에 대한 모든 부분을 두루뭉실 다 소개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장점이며 또 한편으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물론 여행서적치고 사진이 적은 책이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사진들은 굳이 설명이 없어도 오키나와라는 멋진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국적인 경치와 빼어난 자연경관 등에 대한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아울러 저자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쇼핑에 대한 정보라든지, 분위기 좋은 카페(물론 맛난 카페도 포함), 맛집 등에 대한 소개가 적지 않은 분량이다. 이것 역시 여행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유용한 정보가 된다.

 

또한 저자는 대표관광지만이 아닌, 그곳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뒷골목 풍경도 전해주고 있다. 이런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뿐 아니라, 여행자를 위한 교통정보 등의 세심한 정보소개도 고맙다.

 

책을 덮으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들, 그곳에 언젠가 내가 서 있게 될 설렘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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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이번엔! 울릉도.독도 - No Plan! No Problem! ENJOY 국내여행 시리즈 7
장치선 외 지음 / 넥서스BOOKS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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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적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지 않나 싶다. 하나는 여행을 하며 저자가 느낀 점들을 에세이처럼 기록한 책이다. 여행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려 하기보다는 여행자체를 알려주려는 책이다. 이러한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저자의 여행이 독자 자신의 여행처럼 느낄 수 있어 설렘을 갖게 한다. 또 하나는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런 책의 장점은 실제 그 장소에 대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하지만, 단점은 정보의 나열이 되기에 저자의 여행이 독자의 여행으로 공감되지는 않는다. 마지막 한 종류는 답사책자라고 할 수 있겠다. 여행지에서의 관광이나 여행보다는 그곳의 문화유적들에 대한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 각자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자신에 맞는 여행서적을 고르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세 가지 부류의 여행서적 모두 필요하며 각자의 역할이 있다. 첫 번째 부류의 책들은 여행에 대한 동기부여를 심어준다면, 두 번째 부류의 책들은 동기부여를 지나 실제적인 여행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이 책, 『이번엔! 울릉도․독도』는 어디에 속할까? 철저한 두 번째 부류에 속한다. 울릉도 여행 일정에 대한 친절한 소개, 지역별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소개, 맛집, 숙소 등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한다. 뿐 아니라, 울릉도 노선버스 시간표까지 세심하게 소개하고 있다. 부록으로는 휴대하기 좋은 여행 가이드북까지.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망라하여 담고 있다.

 

물론 울릉도에 대한 여행정보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남다른 이름, 애국심이 없는 사람조차 들으면 애국심이 생길 그 이름 독도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는다.

 

울릉도와 독도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행에 대한 정보나 여행 준비를 위한 것이 아닌 여행의 감동을 느끼길 원하는 분들이나, 울릉도에 역사적 의미 등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심지어 저자는 조선시대 최초의 독도지킴이 안용복을 울릉도 주민이었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안용복은 부산 동래사람으로 부산과 울산에 연고지를 둔 사람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여행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서적이니까. 하지만, 울릉도 독도 여행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넥서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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