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주 오늘은 시리즈
이종숙.박성호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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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주』는 책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이, 경주에 대한 여행서적이다. 경주는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한 두 번은 다녀왔을 도시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단골 여행지니까 말이다(나 역시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지는 경주였다. 곳곳을 다녔지만, 별로 기억에 남진 않지만). 이런 경주는 나에겐 특히 낯선 곳은 아니다. 내가 살아가거나 또는 살았던 공간이 아니면서도 제법 익숙한 곳 가운데 한 곳이 바로 경주다. 내가 살던 곳은 전라도 바닷가도시니,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이긴 하지만, 그곳에 친척집이 있어 어린 시절부터 자주 왕래한 곳이기도 하며, 또한 익숙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곳이라 그런지, 성인이 되어서도 제법 여러 차례 그곳을 여행한 기억이 있다.

 

그랬기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다녀온 곳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다녀온 곳이지만 나와 다른 느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하다. 경주 구석구석 거의 모든 곳을 다녀왔다 생각했는데도 어, 이런 곳도 있었네 하는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기쁨도 이 책을 통해 갖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지 옛 유적지만을 둘러보고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유적지 안에 담겨진 정신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며, 그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서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뿐 아니라, 역사 유적지 안에 담겨진 시대적 배경, 그 역사 속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잘 풀어내기도 하기에, 때론 재미난 역사책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자의 관점이 편협하지 않음이 좋다. 역사란 것이 어쩔 수 없이 주로 가진 자들의 흔적이 투영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역사 유물, 그 안을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낮은 자들을 향해 관심을 보임이 멋지다. 또한 그저 유적지의 돌덩이에 불과한 사물이지만, 그 사물 안에 담겨있을 사람의 삶에 관심을 기울임도 멋스럽다. 아울러 역사적 견해들 역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소개하고 있음도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였음을 알게 한다.

 

경주의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곳 가운데 한 곳은 삼릉의 소나무 숲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남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삼릉(어쩌면 남산에 오르며 만났던 풍광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곳의 소나무 숲을 저자는 신령함과 괴기스러움이 혼재한 곳으로 소개하는데, 정말 그곳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왠지 모를 신령함과 또 한편으로는 스산하면서 몽환적인 느낌. 우리에게 익숙한 소나무 숲인데, 익숙하지 않은 느낌. 책을 읽으며, 그 당시 느꼈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기에 더욱 좋았다.

 

또한 저자 역시 아름다운 무덤으로 소개하는 봉황대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떠올려 봤다. 그곳을 저자는 조명등이 켜지는 밤에는 몽환적인 공간이라 소개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꼭 밤에만 몽환적이지 않다. 한낮의 그곳 역시 몽환적이다. 커다란 무덤, 둥근 곡선을 뚫고 솟아난 오래된 나무들. 그 비현실적인 공간이 주민들에게는 그저 산책하는 일상의 공간이란 사실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던 곳.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옛 유적이 현대의 삶 속에서 잘 조화를 이루어내는 모습이야말로 경주의 가장 큰 멋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그러한 풍광들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여행엔 계획이 필요하다. 물론, 짜인 스케줄 데로만 되는 것이 여행은 아니고, 때론 길을 잃음이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획하고, 공부하고, 알고 본다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역사 유적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역사 유적지만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공감되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 여행을 앞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옆에 끼고 구간구간을 훑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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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의 세계일주 - 이 세상 모든 나라를 여행하다
앨버트 포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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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0년간의 세계일주』는 저자가 세계 곳곳을 여행한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여행서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타 여행서적과 다른 점이 있다. 그건 크게 두 가지 측면이다(바로 제목에 나타나 있는).

 

첫째, 이 책에 담긴 여행의 시간은 자그마치 50년이란 점이다. 이 작은 책(사실 작지 않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에 그림은 거의 없이 글이 빼곡한 책이니 말이다) 안에 저자가 세계 곳곳을 발로 뛴 50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50년 동안을 오직 여행만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 안에서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 저자는 잡지사 편집자, 작가, 광고회사 임원, 정부 로비스트, 변호사, 연극 제작자란 직업을 거쳐 일하는 생활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쉽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그 많은 곳들을 다닐 만큼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곳곳을 여행하기 위해 50년이란 세월동안 수많은 시간을 여행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이 열정, 그 시간들이야말로 이 책 안에 담겨진 힘이다.

 

둘째, 저자는 세계의 모든 나라를 다녀왔다. 저자가 말하듯, 나라의 정의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타이완, 바티칸시티, 코스보 등 196개국을 그 한계로 삼는다. 아울러 그 나라에서 적어도 하룻밤 이상을 머물 것, 어느 한 방향으로 그 나라의 국토를 횡단할 것을 야말로 그 나라의 여행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니,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수차례 방문한 나라들까지 있으니, 그가 얼마나 많은 여행을 했을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이야말로 이 책이 갖는 고유한 힘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 책은 여타 여행서적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사진들이 거의 없다. 그나마 담겨진 그림은 작은 흑백사진 몇 컷뿐. 아마도 그만큼 많은 곳들을 다녔기에 할 이야기가 많아서 아닐까? 게다가 5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니, 쉽게 앉은 자리에서 읽을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자꾸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과연 저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던 나라들은 언제쯤 문이 열릴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고 책을 읽게 된다. 그 대표적 국가는 앙골라인데, 앙골라는 끝까지 그 문을 열어보여 주지 않는다. 과연 앙골라를 방문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저자가 다녀온 196개국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196개국을 모두 다루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루지 않는 나라 역시 많다. 주로 아프리카 지역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다. 어쩌면 가장 치안이 불안하고,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곳이기에 그곳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 아닐까 싶다. 반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이것도 어쩌면 독특한 부분 같다. 분명, 저자는 그런 편안한 여행지들 역시 다녀왔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고생한 만큼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고, 더 많이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가운데, 저자의 수많은 그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내지 경험이 일정 부분 나의 것이 되기도 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책 내용 가운데 의미 깊게 다가오는 구절이 몇 있는데, 그 가운데 두 구절만 적어본다.

 

나는 사람들은 자신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야망과 끈기로 역경에서 일어나 성취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 실제로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멋진 기회가 없고, 많은 희망도 없고, 이른 죽음 외에는 아무런 위로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57쪽)

 

저자가 가난한 나라들을 다니며 깨달은 사실이다. 그렇다.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 우리가 하기 나름으로 우리의 인생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 접근 할 때, 그렇게 할 기회조차 없이 그저 절대적 빈곤 가운데 하루하루 살아 있음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도 있다. 어떤 자각이나 노력마저 가져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러니, 오늘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겨운 삶이라 할지라도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노력의 기회조차 없음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또 한 구절은 이런 구절이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사하라에서 길을 잃었을 때, 저자의 오랜 아프리카 가이드 갓의 변명 내용이다. 비록 자기변명의 의도를 가진 말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 멋진 진리가 담겨 있다.

 

사하라에서 때로 길을 잃는 것은 탐험이 주는 재미의 일부이지요. 그것은 새로운 땅과 더 흥미로운 곳을 발견하게 해 주지요. 나침반은 유용할 수 있으나 나는 나침반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나침반을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GPS를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대로 여행해요. (232쪽)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구절은 갓의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진리가 담겨 있다. 우리는 내가 계획한 대로 길을 잃지 않고 인생의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때론 길을 잃는다는 것. 때론 멀리 돌아간다는 것. 어쩌면 이런 길 역시 우리 인생에서 의도치 않게 누릴 수 있는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 아닐까?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탐험의 재미 말이다. 때론 돌아감으로 인해, 도리어 계획대로 갔다면 볼 수 없는 멋진 풍광을 만날 수도 있다. 우리 인생이 때론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순간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 축복의 순간임을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세계의 모든 나라를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아갈 때, 부딪쳤던 수많은 어려움과 계속하여 수정될 수밖에 없는 여행, 그 안에 담겨진 참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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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15-09-0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계 일주를 무척 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중동이 2015-09-09 20:37   좋아요 0 | URL
세계일주 꼭 실행되길 바래요^^
 
오늘은 태안 오늘은 시리즈
김미정.전현서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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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는 잘 알려진 여행지다. 바로 그곳 태안반도에 대한 여행책자가 나왔다. 이 책, 『오늘은 태안』은 여행서적이다. 하지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책은 아니다. 태안 해변길 굽이굽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작가가 그곳에서 품었던 생각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여행 에세이다. 그렇기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 수집을 위해 읽기보다는 그곳에서 누린 감정, 행복한 느낌이 나의 것이 되길 바라며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가운데 독자들은 작가가 전해주는 태안의 감춰진 비밀의 정원에 초대받게 된다. 물론, 그곳은 모두에게 알려진 곳들이다. 어떤 곳은 언제나 많은 이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읽는 가운데, 왠지 태안반도에 가면 나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 기다릴 것만 같은 느낌을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작가의 능력이다. 작가는 바닷가의 여유로움, 어촌 마을의 한적함을 극대화하여 우리에게 전해준다. 물론,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느 공간인들 치열한 삶이 왜 없겠나? 하지만, 작가는 그 삶의 치열함마저 여유로 치환하여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울러 어촌 마을에서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결코 한적한 삶이 아닌, 굴곡진 삶의 흔적이다. 그럼에도 그 굴곡진 삶의 주름마저 괜스레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오늘은 태안』을 통해 작가가 오늘 우리에게 전해 주는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태안반도를 거닐며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풍광, 삶의 흔적, 사람 냄새 등 이 모든 것들은 작가의 손끝을 통해, 때론 한 편의 시가 되어 가슴을 적시기도 하고, 때론 반가운 이가 보낸 편지를 읽는 설레는 마음을 선물하기도 하며,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듣던 옛 이야기를 듣는 것 마냥 즐겁기도 하다.

 

이러한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이 책의 독자들은 설령 그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더라도, 그곳이 마치 고향과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제 책을 덮은 후, 꿈을 꾸게 된다. 태안의 호적하고 여유로운 여행이 나의 것이 되길.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괜스레 불편한 여행을 하고 싶다. 이젠 어딜 가도 직접 차를 끌고 운전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버렸지만, 학창시절 흔들리던 완행열차를 비록 입석으로 가면서도 행복하던 순간이 문득 그리워진다. 무더운 날씨에도 들뜬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조금은 귀찮고 불편하겠지만, 새로운 여행지에서 만날 행복한 시간들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을 다시 누려보고 싶다(아마도 책장을 열며 시작되는 이야기가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야기이기 때문일 듯. 책의 마지막 이야기 역시 기다림으로 끝난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잃어버린 이러한 불편함과 귀찮음이 허락하는 여행의 재미, 즐거움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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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두근두근 2 - 대전.대구.광주.부산.제주 시장이 두근두근 2
이희준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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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란 단어는 왠지 두 가지 상반된 느낌을 갖게 한다. 첫째, 불편함과 지저분하다는 부정적 느낌과, 둘째, 추억의 공간이라는 긍정적 느낌이다. 어떤 이에게는 부정적 느낌이, 어떤 이에게는 긍정적 느낌이 더 강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책, 『시장이 두근두근2』를 쓴 저자에게는 당연히 긍정적 느낌이 더 강했던가보다.

 

그랬기에 왠지 추억을 품게 만드는 장소인 ‘전통시장’, 전국 1,372개의 전통시장 가운데 435개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된 책 가운데 2권인 이 책은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제주 지역의 전통시장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전통시장은 불편함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역사’다. 이 역사는 어쩌면 거창한 역사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삶,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역사일 수 있다. 게다가 그곳 시장은 바로 우리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던 공간이 아닌가! 그렇기에 시장은 우리의 삶을 ‘살린’ 공간이며, 우리네 앞 세대의 생명을 이어준 공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시장은 새로워서 사랑받는 공간이 아니라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랑받는 곳이라고. 어쩌면, 오래되었기에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곳. 오랜 시간의 힘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 뿐 아니라, 여전히 사람의 향기가 가득하고, 인심이 살아 있고, 풍성함이 남아 있는 공간. 반면, 또한 새로움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덧입혀져 있는 공간. 그 공간을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여행함이 즐겁다.

 

물론 여러 전통시장들은 생존의 몸부림 가운데 여전히 많은 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기를 되찾은 공간들도 있지만, 반면 한때는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을 이 공간들이 이제는 간신히 그 명맥만을 유지하며, 조만간 추억 속으로 사라질 운명 앞에 놓여 있기도 한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의 공간이 내일은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애잔한 마음을 품게 한다. 어쩌면 쇠락의 길을 걷게 됨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다. 모든 업종이 그렇고, 지역 역시 시대에 따라 흥망성쇠의 길을 걸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 앞 세대 서민들의 삶,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그 공간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길 소망해본다.

 

아울러 어쩌면 여전히 불편한 공간일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 도리어 그 안에서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저자가 보여주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이제는 무조건 새롭고, 화려하고, 깔끔함의 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시도보다는 여전히 예스럽고, 불편하고, 시끌벅적 하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새로운 문화, 역사, 관광의 공간으로 옷을 입어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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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지역에도 전통시장이 몇군데 남아있는데 어떤 시장들이 소개되었는지 궁금해지네요~ ^^

중동이 2015-08-10 11:55   좋아요 0 | URL
전통시장이 하나의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더라고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TOP10 시리즈
앨리스 리 지음 / 홍익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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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서적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여행은 일탈의 시간이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여기 일탈이 아닌 일상 안에서 일탈을 맛보여주는 책이 있다. 바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 10』이란 이 책이 그렇다. 작가는 이미 호주에서 10여년을 살아가는 호주사람(물론 태생은 한국 사람이지만 삶의 터전이 호주가 된)이다. 그러니, 호주사람이 전하는 호주이야기이니 어쩌면 일상의 모습들이 담길 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찌 여행이 일상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한 대륙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호주라는 커다란 땅덩어리에서 평생을 산들 어찌 그곳 모두가 자신의 일상이 될 수 있겠나? 그러니, 작가에게도 호주 여행은 일상 안의 일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탈 안에 일상이 담겨 있는 이유는 작가의 직업 때문이다. 작가는 여행회사를 운영한다. 그러니 여행이 작가에게는 일탈이면서 또한 업무요, 일상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닌 호주 곳곳은 일탈이며 아울러 일상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부분이 이 책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온전한 일탈에로의 한계로 다가오기도 한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10가지 테마로 우리에게 호주를 선물한다. 첫 번째 테마인 “1년만 안식년을 갖는다면”은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호주를 말하고 있지 않나 싶다. 본인의 새로운 출발로서의 호주, 그리고 위로가 필요한 순간 위로를 얻었던 장소 퍼스, 호주의 수도로서 새롭게 시작된 캔버라 등을 전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내 인생의 명장면”은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들을,

“남태평양에서의 치유”는 바다의 풍광을,

“지상에서 가장 느긋한 저녁 식사”는 맛집 소개를(사실 맛집 자체보다는 호주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호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은 아드레날린을 과다분출하게 하는 호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익스트림 레포츠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로맨스”는 연인들이 달달함을 느끼며 여행하기 좋은 곳들을,

“지구의 남쪽을 걷다”란 이름으로 호주의 일상 속에서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바람을 만나다”란 이름으로 호주의 멋진 자연을,

“우리 모두 친구가 되는 법”에서는 호주 여행 속에서 사람이 전해주는 정을,

“오직 호주에서만 가능한 것들”에서는 호주에서 누릴 수 있는 축제 위주로 호주를 묶어서 전해주고 있다.

 

물론, 위의 분류는 칼로 무 자르듯 정확하게 나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작가가 소개하는 10개의 호주를 테마로 그 내용을 정해봤다. 혹 혹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내용을 말했다면 용서해주시길...

 

이 책에서 작가는 호주의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여행정보를 소개하는 책자는 아니다(여행정보를 전해주는 책자가 잘못이란 의미가 아니다. 여행정보를 전해주는 책자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여행지에 대한 역사나 문화유산, 그리고 구전되어지는 설화들을 소개하지도 않는다(사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를 더 좋아한다. 이 책에서 애보리진의 문명, 문화에 대한 소개가 전무하기에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이건 극히 개인적인 나의 취향일 뿐이다). 작가 본인이 여행지를 다니며 느낀 감상이 위주라고 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여행지에 대한 환상이나, 설렘을 갖는 것도 좋겠지만, 작가가 일탈과 일상이 혼재되어 있는 여행을 통한 단상 몇 개 붙잡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몇 구절을 소개해 본다.

 

작가는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를 여행하며, 이런 말을 한다.

“도시는 계획할 수 있지만, 삶을 계획할 수 없다. 다만 의지와 꿈이라는 청사진을 가지고 끊임없이 최선의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길 뿐, 완벽하게 짜인 미래는 없다.”(22쪽)

 

그렇다. 우리네 삶이란 것이 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린 나름대로의 계획, 그 청사진을 꿈꾸며, 오늘 하루하루의 삶 가운데 의지적 결단과 실천을 통해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 지나보면, 내가 그렸던 청사진과 비슷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내가 그렸던 청사진과 전혀 다른 인생이었다 하지라도, 그렇게 아름답게 걸어간 걸음이라면 분명 아름다운 미래가 될 것이다. 계획에 없던 여행지에서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이런 단상도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누구나 감옥 안에 산다. 불행하게도 그 감옥을 대부분 스스로 옭아맨 자신만의 굴레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해.’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건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며 자신을 닦달한다. 그것은 어느 순간 내가 만든 나만의 감옥이 된다. 내가 만든 나의 감옥은 ‘분주함’이다.”(57쪽)

 

내가 만드는 나의 감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작가처럼, 분주함일 수도, 때론 내가 좇아가는 꿈일 수도 있다. 언제나 붙잡고 나아가는 사명이 때론 나를 힘겹게 옭아매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잠시 일상을 뒤로 하고, 일탈을 꿈꾸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서 만나는 타인의 일상이 나에겐 일탈의 커다란 행복을 선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처럼 작가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호주라는 공간으로의 여행, 비록 책을 통해서였지만, 신나고 재미나며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다. 이제 책을 덮으며, 책 표지의 글처럼, 나 역시 언젠가는 일생에 한 번은 남태평양으로 떠나길 꿈꿔보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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