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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셋의 힘 1 : 보이는 것 ㅣ 전사들 3부 셋의 힘 1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7월
평점 :
고양이 전사들이 만들어가는 모험 가득한 이야기 『전사들』 시리즈 3부 첫 번째 책이 출판사 가람어린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부를 먼저 읽고 1부를 읽은 관계로 인해 3부 첫 부분을 읽으며, 조금은 기억을 소환하는 데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참 재미나게 읽었답니다.
이번 이야기는 2부의 주인공이었던 브램블클로와 스쿼럴플라이트 사이에서 태어난 세 고양이 라이언킷, 홀리킷, 제이킷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물론 이 세 고양이는 훈련병이 되면서 이름이 라이언포, 홀리포, 제이포로 바뀌게 됩니다. 빨리 훈련병이 되고 싶은 천방지축 세 고양이들, 그들은 드디어 훈련병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답니다.
세 고양이 형제 가운데 둘째인 홀리포(암고양이)는 종족에게 인정받고 많은 공헌을 하기 위해 치료사가 되고 싶답니다. 그래서 결국 치료사 훈련병이 되죠. 그런데, 어째 남들을 치료하는 일이 즐겁지 않답니다. 너무너무 치료사가 되고 싶은데, 정작 그 일은 즐겁지도 재능도 없답니다. 약초 이름을 들어도 금세 잊어버리고 자꾸 혼동하기만 하고 말이죠. 그런 홀리포는 전투 기술을 잠깐 배웠는데, 그건 너무 쉽게 습득하게 되고, 더 나아가 응용까지 하게 된답니다. 재미있기까지 하고요. 정말 홀리포가 치료사가 되는 게 맞는 걸까요? 그의 꿈은 정말 치료사가 되는 걸까요?
또 하나의 문제는 제이포에게 있습니다. 제이포는 너무나도 전사가 되고 싶은데, 그에겐 두 눈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답니다. 물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은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후각과 청각으로 아무 문제없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다른 전사 고양이들보다 더 뛰어난 부분도 많죠. 하지만, 전사가 되어 싸우는데 있어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답니다. 그럼에도 전사 훈련병이 되어 교육을 받지만 과연 이 길이 맞는 걸까요? 게다가 제이포는 별족들의 꿈을 꾸고, 별족을 만나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이건 치료사들의 특별한 부분이거든요. 과연 제이포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걸까요?
이처럼 이번 이야기에서는 세 형제 고양이들 가운데 둘의 꿈 찾기가 커다란 축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설을 읽어가는 어린이 독자들 역시 자신의 꿈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리라 여겨집니다. 자신의 꿈, 장래를 결정할 때, 정말 중요한 두 가지는 과연 내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과 그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 즉 재미나게 그 일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바로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두 고양이는 자신의 꿈, 진로를 찾아가게 된답니다. 그런 여정이 때론 안타깝기도 하며, 때론 응원을 보내게 되기도 하죠.
이번 이야기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그레이스트라이프가 살아 돌아오게 된답니다. 암컷 애완고양이와 함께 종족을 찾아와 정착하게 되는 부족의 전 부지도자. 이렇게 해서 부지도자가 둘이 된 상황에서 과연 브램블클로의 부지도자 자리는 어떻게 될까 하는 점 역시 즐거운 관전 포인트가 된답니다.
물론,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바로 “순혈주의”랍니다(이는 사실 <전사들 시리즈>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유독 천둥족 무리 속에는 애초 천둥족이 아니었던 고양이들이 많답니다. 앞에서도 많았지만, 3부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는 정말 많긴 많답니다. 2부에 등장했던 물여울부족 고양이인 브룩, 강족 고양이였던 스톰퍼(물론 스톰퍼의 경우 반쪽 피는 천둥족입니다.), 두발쟁이(인간) 영역의 마굿간에서 살던 데이지, 그리고 데이지가 낳아 데려와 이젠 훈련병이 된 새끼 고양이들, 여기에 살아 나타난 옛 부지도자 그레이스트라이프가 짝으로 데려온 애완 고양이 출신 밀리 등 참 많은 고양이들이 있네요. 그래서 끊임없이 순혈주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됩니다. 다른 종족들이 천둥족을 향해 그런 문제제기를 할뿐더러, 천둥족 안에서도 그런 문제제기가 되곤 합니다.
이를 통해, 진짜 공동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쩌면, 이는 미국사회가 끊임없이 갖고 있는 문제가 소설 속에 반영된 것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진 못하지만 말입니다. 이젠 우리 역시 다문화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소설을 통해, 이런 문제에 대한 질문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이에 관해 소설 속 구절을 한 번 옮겨 봅니다.
“종족의 일원이 되는 것은 피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 나(그레이스트라이프)는 천둥족의 피를 물려받아 천둥족 안에서 태어났어.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기 있는 그 어떤 고앙이보다도 천둥족에게는 낯선 존재다. 밀리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애완 고양이였지만, 오늘 그림자족을 몰라내기 위해 파이어스타만큼 맹렬히 싸웠어. 그건 브룩도 마찬가지야!”
“충성심은 어디에서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로 증명되는 거예요.”(326-7쪽)
이처럼 순혈주의라는 문제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새롭게 또 다시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전사들, 그들을 이끌어가는 지도자 파이어스타에게 이런 예언이 주어진다.
“셋이 있을 것이다. 너의 혈육의 혈육이며, 그 셋의 발에 별의 힘이 깃들 것이다.”(527쪽)
과연 천방지축 세 어린 고양이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 모험을 기대하며 2권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