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책 프리데인 연대기 1
로이드 알렉산더 지음, 김지성 옮김 / 아이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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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데인 연대기》라는 판타지 동화를 만났습니다. 그 첫 번째 책 『비밀의 책』이란 제목인데요, 이 책의 옮긴이는 세계 3대 판타지 동화로 《반지의 제왕》, 《해피포터》 그리고 이 책, 《프리데인 연대기》를 뽑고 있네요. 판타지 동화의 고전이란 표현을 쓰기에 과연 어떤 책이기에 그럴까 싶었는데, 이 책은 1964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합니다. 이미 50여년이란 세월 동안 전 세계 35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책이라니 가히 판타지 동화의 고전이란 표현을 써도 부족함이 없겠다 싶어요.

 

뿐 아니라, 이 시리즈는 뉴베리 영예상과 뉴베리 상을 수상함으로 한 시리즈의 책이 뉴베리 상을 두 번 받은 놀라운 이력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책 속에서 어떤 신나는 모험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봅니다.

 

영웅이 되길 꿈꾸는 타란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타란은 영웅을 꿈꾸지만 실상 그의 신분은 돼지치기 조수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전형적으로 부족한 이의 모습에서 영웅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그런 판타지적 요소를 갖추고 있네요. 타란 앞에 펼쳐지는 모험의 세계가 참 신납니다. 다소 책의 전개가 투박한 느낌을 갖게도 하지만, 그럼에도 예기치 않았던 순간에 만나게 되는 소중한 인연들, 그 인연들과 함께 헤쳐 나가는 모험의 순간들이 보석같이 빛나는 동화입니다.

 

대개의 판타지소설들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선과 악의 대립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예쁘지만 사악한 마녀인 아크렌, 그리고 마왕 아란의 총사령관인 뿔가면왕이 이번 이야기에서의 악의 수행자들입니다. 이 가운데 뿔가면왕과 그 일당들의 위협이 가장 강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악당들의 위협 아래에서도 두려움을 견뎌내며 용기를 붙잡는 타란과 그 친구들의 모습은 참 믿음직하고요. 물론 약하고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용기 있게 불의와 맞서는 모습이 말입니다.

 

타란의 친구가 되어 모험의 동지가 되는 이들의 구성도 참 재미납니다. 그얼기라는 친구는 사람반 동물반의 모습입니다. 한마디로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사람 무리에 속할 수도 동물 무리에 속할 수도 없는 철저한 주변인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연약하고 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친구가 된 타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러고 이런 그얼기가 영웅의 무리에 속하게 되고, 영웅의 모험을 함께 하게 됨이야말로 이 동화가 갖는 멋진 보물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왕의 신분이자 음유시인인 프류더의 캐릭터도 재미납니다. 상당히 허풍쟁이인 프류더에게는 신비한 하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하프는 참 재미나요. 허풍쟁이 프류더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하프의 줄이 끊어지거든요. 그래서 하프의 줄이 끊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프류더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요. 거짓말에 대한 이런 재미난 설정이 동화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네요.

 

또 다른 타란의 친구 아이란위 공주는 사실, 이야기 속의 악당 가운데 하나인 마녀 아크렌의 조카랍니다(조카 맞나? 아무튼 친척입니다.^^). 그러니, 악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런 선입견을 깨뜨리는 캐릭터가 아이란위입니다. 아이란위는 타란을 돕고 함께 모험을 하거든요. 선의 편에서 말입니다. 게다가 예쁜 아리란위는 여자라고 해서 특별한 대접 받길 싫어해요. 아이란위는 여성이라는 편견에 대항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네요.

 

이러한 서로 너무나도 다른 친구들이 함께 일행이 되어 모험을 떠나며 악을 대항하여 싸워나가는 이야기, 앞으로 계속될 그들의 모험이 기대되는 그런 책입니다. 참, 책 속에 아름다운 문장들이 참 많아요. 이런 보석처럼 빛나는 좋은 문장들을 만나는 행복도 누릴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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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아주 조금이면 돼 튼튼한 나무 10
내털리 로이드 지음, 강나은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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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과 엄마 이렇게 세 모녀 가정인 펠리시티네 가정은 한 곳에 오래 정착한 적이 없어요. 늘 이곳저곳 떠돕니다. 그건 엄마의 가슴 속엔 떠도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펠리시티네가 이번엔 엄마의 고향인 ‘미드나이트 걸치’란 곳에 왔습니다. 물론, 이곳에선 또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요.

 

그런데, 이모네 집에서 살게 된 이곳 미드나이트 걸치는 예전에는 마법이 있는 사람들이 살던 곳이래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씩의 마법을 가지고 있었대요. 어떤 사람은 별빛을 병에 담을 수 있었고, 어떤 가문은 비바람을 움직일 수 있었대요. 어느 가문은 투명인간이 될 수 있었고, 어떤 가문은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고요. 그런데, 스레드베어 형제(스톤 웨덜리, 베리 웨덜리)가 서로 듀얼이란 시합을 한 이후엔 한 사람 한 사람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고, 마을의 마법도 사라졌대요.

 

이런 마법이 있던 마을에 오게 된 펠리시티는 전학 온 첫날부터 친구를 사귀게 됩니다. 여태 이런 적은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펠리시티는 이 마을이 좋아졌어요. 이모도 있고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나무처럼 뿌리를 내린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마법은 아주 조금이면 돼』란 제목의 이 소설은 청소년소설입니다. 초등 고학년 이상 읽으면 좋을 것 같고요. 전반적으로 소설의 분위기는 아름답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는 조금 느슨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소설의 분위기는 따스하고 예쁩니다.

 

펠리시티에겐 남들에게 없는 능력이 있어요. 그건 바로 사람들이나 장소에서 글자들을 보는 거죠. 그 사람의 마음이나 기분 등이 단어로 보이게 되는 거죠. 그래서 펠리시티는 그런 단어들 가운데 맘에 드는 것들을 모아요. 그러니 단어를 모으는 소녀, 단어를 줍는 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런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한 소설입니다. 실제 마법이 행해지기도 하고요. 아니 마법을 회복한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네요. 그렇기에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이 소설이 말하는 진짜 마법은 따로 있습니다. 가장 큰 마법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보다 더 강한 마법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사랑 외에도 진정한 마법들이 소설 속엔 가득합니다. 누군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 두려움 가운데서 용기를 내는 순간. 누군가를 돕는 행위. 깨어진 관계 속에서 회복이 일어나는 과정. 상실 속에서 치유가 일어나는 과정. 희망을 품는 것.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한 기억 등. 우리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마법들은 참 많습니다.

 

또한 머리가 아닌 가슴의 소리를 듣는 것도 마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소설 속에서 펠리시티는 그래 그래 그래 와 같은 가슴의 소리를 듣는 답니다. 머리의 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가슴의 소리가 없다면 그런 세상은 얼마나 차갑고 건조할까요. 가슴의 소리, 심장의 소리가 들려지고 가슴의 울림을 따르게 되는 것 역시 마법이겠죠. 이런 마법이 우리의 삶 속에 가득하면 좋겠네요.

 

아울러 펠리시티 가문에 내려오는 저주를 끊는 과제 역시 소설의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저주를 끊고 회복의 마법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바로 음악에 있답니다. 음악이 갖는 힘. 그리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춤. 여기에 펠리시티 엄마의 그림. 이처럼 예술의 힘 역시 마법으로 생각할 수 있겠네요.

 

소설 속에서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마법은 가족이랍니다. 가족이야말로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가장 강력한 마법 가운데 하나겠죠.

 

오늘 우리들 삶 속에는 어떤 마법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네요. 정말 필요한 삶의 마법들이 우리 삶 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되길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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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들이 노래하도록 푸르른 숲
장 마리 드로세 지음, 이정주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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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소설 『고래들이 노래하도록』은 이 땅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고래를 지켜내려는 자들과 고래를 마구 잡아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는 자들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아니, 자신들의 탐욕으로 인해 고래를 잡는 자들로부터 고래를 지켜내려는 이들의 아름다운 실천적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곧 열여섯 살이 될 니콜라는 어느 날 갑자기 엄마를 따라 호주로 가게 된다. 프랑스에서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서 니콜라는 엄마에게 놀라운 말을 듣게 된다. 엄마는 호주의 자연보호 단체에서 몇 달간 일하기로 했는데, 그 장소가 호주가 아닌 남극해라는 것. 이에 호주 생활을 생각했던 니콜라는 남극해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겪게 된다. 그건 바로 남극해에서 벌어지는 고래 불법 남획을 막아내려는 환경단체의 힘겨운 싸움이다. 이 싸움에 니콜라 역시 함께 하게 되는데. 과연 이 싸움은 어떻게 끝을 맺을 것이며, 니콜라는 또한 이 싸움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끼게 될까?

 

이 소설은 불법 고래잡이에 대한 부당성을 고발하며, 그러한 부당한 움직임 앞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고래는 현존하는 모든 동물들 가운데 가장 큰 동물로 예로부터 그 커다란 몸집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함께 경외감, 더 나아가 동경을 품게 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래가 이젠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우리 인간들의 탐욕 때문이고. 물론 예전에는 고래잡이가 불법은 아니었지만, 지나친 포획으로 이미 멸종한 종류도 있으며, 남은 고래들 역시 심각한 위기 가운데 처해 있기에 세계 각국은 국제포경위원회(IWC, 90여 국가가 속해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속해 있다.)를 조직하여 상업적 목적의 포경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연구의 목적(과학적 포획)이라 말하며 여전히 상업적 포경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일본이 그러하다(소설 속에서도 니콜라 일행은 일본 포경선을 막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물론 일본은 연구용 포경일 뿐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지만(IWC 회원국 가운데 과학적 목적이라는 명목으로라도 포경을 하는 국가는 일본뿐이다.), 호주는 일본의 포경은 상업용 포경이라며 일본을 국제사법재판소에 기소하였고, 국제사법재판소는 일본의 포경은 과학적 연구라 볼 수 없다며 고래잡이 중단을 명령했다. 이에 일본은 지난 1년간(2014년 4월∼2015년 3월) 남극해에서 고래잡이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일본수산청은 또다시 과학적 포경을 시작하겠노라 지난(2015년) 5월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며, 한해에 밍크고래를 333마리만 잡겠다는 것(물론, 그 전에는 1천 마리 가량을 잡았다고 하는데, 무슨 과학적 목적으로 그 커다란 고래를 333마리나 잡는다는 건가? ).

 

이런 사정이기에 이 책 『고래들이 노래하도록』과 같은 책들이 많이 읽혀진다면 좋겠다. 특히, 일본에서 더 많이 읽혀지고 반성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설 속에서 고래를 지켜내는 가운데 니콜라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마음의 소리란 어쩌면 양심일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행동이 옳은 지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소리. 이런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임을 우리 모두가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

 

또한 소설 속에서 배 선장의 딸이자 니콜라와 또래인 신디는 니콜라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는 네가 고래들을 지키는 것 같지? 하지만 사실은 고래들이 우리를 지키는 거야. 고래들은 우리 삶에서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것인지 일깨워 주려고 하잖아. 그저 고래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게 놔두기만 한다면 말이야. 알아?(155쪽)

 

우리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일까? 그건 생명을 지켜내는 것 아닐까? 아울러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여전히 살아가야 할 지구 환경을 지켜내는 것이겠고. 우리 후손들이 고래를 그저 기록이나 남겨진 영상을 통해서만 배우지 않게 된다면 좋겠다. 책의 제목처럼 고래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노래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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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17세 르네상스 청소년 소설
이경화 지음 / 르네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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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17세』, 제목이 다소 촌스럽다(?). 과연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거룩함을 뜻하는 성(聖)스러움을 뜻하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이성에 대한 관심 그 성(性)스러움을 가리키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소설인 이 책의 주인공은 정미소란 소녀다. 미소는 영혼의 평안함을 갈망하는 소녀다. 그렇기에 교회를 찾기도 하고, 나중에는 다모아교라는 곳에서 교육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이 소설은 종교적 내용을 품고 있다. 다소 성경구절을 가볍게 사용하는 불경스러움(?)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먼저, 종교가 바로서지 못할 때, 어떤 부작용을 낳게 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 속에는 돈만 아는 목사 언제나 헌금 설교를 하며 뒤에서는 도박에 빠져드는 못된 목사가 등장한다. 이와 함께 또 한 쪽에서는 자신의 탐욕과 욕정을 채우려는 사이비종교의 교주가 등장한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바로 서지 못한 종교를 비꼰다. 아울러 우리 안에는 영혼의 갈급함, 그 종교성이 있음도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힘겨움을 누군가에게 특히 절대자에게 기대기를 원하는 종교성이 있다. 문제는 이런 종교성을 악용하는 종교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바라기는 이 땅에 있는 종교들이 사람들의 종교성을 악용하기보다는 종교에 의탁하려는 많은 영혼들에 참 평안을 줄 수 있게 되길 기원해본다.

 

다음으로 소설은 우정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미소에게는 짊어지고 싶지 않은 십자가가 셋 있다. 이들은 미소와 함께 몰려다니는 친구들이지만, 사실 미소는 이들에게 끌려 다닌다고 여기며 이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소설은 미소에게도 문제가 있었음을 이야기 한다. 미소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십자가로 여기던 친구들은 미소가 다모아교에 빠져들었음을 알고 미소를 구해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특히, 친구들의 활약 가운데, 백치미의 여왕인 김설희의 활약은 독자들의 배꼽을 빠지게 만든다. 마치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설희 양의 활약을 기대하시라~.

 

이런 우정과 함께 남녀 간의 이성교제 역시 소설의 한 축을 감당한다. 친구들이 보기에 나쁜 남자이자 바람둥이처럼 보이는 안성기. 그런 안성기는 아무런 매력도 없을 것 같은 미소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미소는 이런 관심을 안성기의 심심풀이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하지만, 둘의 교제는 진정성 있는 교제로 나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그래서 ‘성(性)스러운 17’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 청소년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성(聖)스러운 이유는 그들이 마치 신부님이나 수녀처럼 성(性)을 억압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이성에 대한 설렘도 끌림도 있다. 또한 그들의 우정의 모습도 일견 바람직하진 않다. 친구들 간에 때론 서열도 존재하고 편가름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가 성(聖)스러울 수 있는 건 그들에겐 이 모두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우정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의 어려움에 위험을 불사하고 친구를 도우려는 그 순수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정과 계산적이지 않은 순수함이야말로 『성스러운 17세』를 만들어가는 동력이다. 아름다운 우정이 성스러움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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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럴 2 - 미드나잇스톤의 비밀 페럴 2
제이콥 그레이 지음, 정회성 옮김 / 사파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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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거기에 동물들을 동료처럼, 때론 부하들처럼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간혹 이런 능력이 무협소설 속에서 등장하곤 한다. 동물을 부릴 수 있는 무공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 무공이 아닌, 선천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있다면 어떨까?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말이다. 바로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 『페럴』시리즈이다.

 

페럴은 동물과 대화하며, 동물을 친구로, 때론 부하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킨다(여러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동물이 정해져 있다. 소설의 주인공 커는 까마귀 페럴이다.). 이 능력은 혈통을 통해 전해지는데, 부모 가운데 한 사람(때론 특정 성으로만 전해지기도 한다.)의 능력이 자녀에게 전해진다. 그 능력을 가진 부모가 죽으면 자녀가 이어받게 된다. 이들을 페럴이라 부르는데, 그 능력이 뛰어난 페럴들은 단지 자신의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치지 않고 그 동물로 변신하기도 한다.

 

1편 『까마귀와 말하는 소년』편에서는 8년 전 블랙스톤을 암흑으로 만들었던, 그리고 또 다시 부활하여 블랙스톤을 암흑의 세상으로 만들려 하는 거미 페럴 스피닝맨과 맞서 부모 없이 어린 시절 까마귀들의 돌봄을 받고 자란 까마귀 페럴 커가 블랙스톤을 구하는 활약상을 그려내고 있었다면, 이번 2편 『미드나잇스톤의 비밀』에서는 새롭게 등장하는 악당 파리 페럴과의 싸움을 그려내고 있다.

 

오랜 세월 많은 페럴들로부터 멸시받아왔던 파리 페럴의 한을 품은 신시아 대번포트는 블랙스톤을 정복하려는 야욕을 품는다. 그 일을 위해 미드나잇스톤을 얻으려하는데, 이는 오랜 세월 페럴들의 비밀이 담겨진 돌로 오직 까마귀 페럴들과 지렁이 페럴만이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커의 앞에 나타난 지렁이 페럴은 미드나잇스톤을 커에게 전해주고, 그 비밀을 엄마에게 듣지 못해 알지 못한 커 앞에 새로운 페럴들이 나타나 미드나잇스톤을 탈취하고자 한다. 과연 커는 파리 페럴과 맞서 미드나잇스톤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미드나잇스톤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일까?

 

이 『페럴』 시리즈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재미난 소설이다. 동물들과 대화를 한다는 설정, 그리고 각자 고유한 동물들을 가진 페럴들의 존재, 여기에 선한 페럴과 악한 페럴들 간의 싸움이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으로 금세 빠져들게 만든다. 여기에 더하여 커와 동료들 간에 나누는 동료애와 우정 역시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1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페럴들의 등장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준다(파리 페럴, 나방 페럴, 들쥐 페럴, 지렁이 페럴 등). 또한 커의 페럴로서의 능력이 향상되어져 가는 것도 관심을 끄는 내용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페럴이 등장하여 블랙스톤의 평화를 위협하게 될지, 또한 커와 동료들은 그런 악 앞에 어떻게 용감하게 맞서게 될지 기대된다.

 

주인공 커와 친구 리디아와의 대화 속에 다음 편에서도 여전히 만나게 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괜찮아?”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 나쁜 마음을 가진 몇몇 사람만으로도 도시를 마비시킬 수 있구나 하는 생각.”

“겨우 몇 사람이 도시를 구할 수도 있고 말이야.”(363-4쪽)

 

그렇다. 바로 여기에 판타지의 재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나쁜 마음을 가진 소수의 악당들에 의해 도시는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그들과 맞서 싸우는 선한 영웅들의 활약에 우리가 환호하게 되는 것 말이다. 분명 다음 편에서도 악한 페럴들이 새롭게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도시는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고. 하지만, 여전히 그들과 맞서 싸우는 선한 페럴들의 연대가 있는 한 도시의 생명은 보존될 것이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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