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환경 교과서 꿈결 생태 환경 시리즈
이철재 지음 / 꿈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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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존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은 환경보존의 문제는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 삶의 현장에서 보다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문제들이 산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환경보존의 문제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건 의식 있는(또는 할 일 없는-실제 환경보존과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누군가나 하는 것이고, 난 나만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환경보존의 문제 역시 눈앞의 문제일뿐더러 타인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나의 문제다. 우린 어느 누구도 지구라는 환경을 벗어나 살 수 없을뿐더러, 이미 지구는 심각한 수준의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고치지 않는다면, 나중엔 우리가 모두 정신을 차린다 할지라도 이미 늦을 수도 있다.

 

금번 꿈결 출판사에서 발간된 『지구를 지켜라』라는 제목의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책이다. 책에는 이런 부제가 달려 있다.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환경 교과서」.

 

먼저, ‘교과서’란 단어가 눈에 띤다. ‘교과서’란 어떤 과목을 공부함에 있어 주교재를 말한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교재라는 말이다. 와~ 이렇게 무게가 느껴지는 단어를 쓰다니. 그런데, 충분히 이런 단어를 써도 좋을 만큼 내용이 좋다. 도합 12단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기 환경문제에 있어 생각하고 토의할만한 주제들은 모두 망라하고 있다.

 

새나 수달과 같은 야생 동물을 지켜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장묘 문화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 맹그로브라는 나무가 쓰나미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자연성 회복을 위해 하굿둑 개방과 역간척이 얼마나 필요한지. 시화호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빗물의 이용. 미디어가 환경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발휘해야 하는지. 황사를 막을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인지. 방사능 피폭 등.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청년이나 장년도 좋겠다.)이 이 책을 가지고 스터디를 하며, 함게 토론하고, 각각의 주제에서 더욱 발전시켜 발제를 하며 함께 나눈다면 딱 좋을 교재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환경 교과서라 말하고 있지만, 생각하는 청년, 생각하는 장년, 생각하는 노년 모두 읽고 생각하고,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좋은 책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낙지, 맹꽁이, 도롱뇽 그것들이 사람보다 더 소중하냐고. 물론, 생명의 무게를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나 역시 사람의 생명만큼 소중하고 귀한 것은 없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가 도롱뇽이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해서 그들을 지켜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고 귀하기에 갯벌을 보존하여 낙지를 살려내고, 습지를 지켜냄으로 맹꽁이, 도롱뇽 등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그들 동식물들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책 속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이 다 소중하고 인상 깊었지만, 그 가운데 해달에 대한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다. 캘리포니아의 한 어촌 마을 앞바다는 고가의 해산물이 많은 황금 어장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엔 물고기가 많은 만큼 해달이 무리 지어 살고 있어, 어부들의 입장에서 비싼 해산물을 먹어 치우는 해달이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그래서 수백 마리의 해달을 사냥했다. 이렇게 해달들을 없앰으로 더 많은 해산물을 잡을 것이라 예상하고 말이다. 하지만, 해달이 사라지고 난지 단 3년 만에 어장은 황폐해졌다고 한다. 그건 해달이 성게를 주로 먹는데, 해달이 없어지자, 성게들이 급속도로 번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성게가 먹는 해초가 사라지고, 해초가 사라지니 물고기가 산란할 장소도 사라졌다. 결국 바다는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바다가 되어 버린 것이다.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의 논리대로 ‘해달이 밥 먹여 주냐?’라고 물을 수 있는데, 알고 보니, 해달이 밥 먹여 줬던 것이다. 해달을 지켜내는 것이 결국 우리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고, 해달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결국 사람이 잘 살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바닷가의 해달 뿐 아니라, 육지의 수달 역시 이처럼 생태계를 유지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종’이라고 한다. 사람 살기도 퍽퍽한 때인데, 무슨 수달에 신경 쓰냐고 말한다면, 우리네 삶이 더 이상 팍팍한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달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이다.

 

어찌 수달뿐이겠는가? 이 땅의 모든 생물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게 마련이다. 우리 사람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지 않도록 우린 생태계를 귀하게 여기고 동물권을 인정하며 그들을 보존하도록 해야 한다.

 

아무튼 이 책,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이 땅의 십대들이 더욱 생각이 있는 청소년들이 되길 바란다. 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환경보존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알게 해주고, 생각해보게 하며, 더 나아가 행동하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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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나의 불량파출소 시공 청소년 문학
문부일 지음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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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일 작가의 『Welcome, 나의 불량파출소』는 청소년소설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제가 무겁다. 물론 내용도 무겁다. 하지만, 무겁기만 하진 않다. 무거운 주제를 풀어놓고 있음에도 청소년소설다운 가벼운 유머가 문장 곳곳에 담겨 있다. 그래서 무거우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고, 폭력의 피해를 생각할 때 아픔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감동이 묻어난다.

 

행복동에서 살고 있는 강한철은 행복초등학교에 다닌다. 이제 곧 행복중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온통 ‘행복’이란 단어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한철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의 주변에는 온통 ‘불량’인생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먼저, 부모를 잃은 한철을 돌보는 이모부는 울트라짱 불량 이모부다. 이모부는 집 밖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누구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즉각 돕고 봉사하는 일을 시대적 사명인양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행복동 주민들의 눈에 이모부는 완전 모범 주민이다. 하지만, 그건 밖에서의 모습일 뿐이다. 집 안에서는 한철을 폭행하고, 이모를 폭행한다. 완전 불량 남편에 불량 이모부다.

 

이런 이모부의 폭력의 피해자인 한철은 학교에서는 가해자의 자리에 선다. 물론 처음엔 학교에서도 피해자였다. 그리고 어쩜 지금도 피해자로 시작한다. 주변에서 한철을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불우한 환경 탓에, 또는 일진들의 표적이 되어. 그런 주변의 도발에 한철은 엄청난 폭력으로 보복한다. 중학교에 들어가선 학교 폭력조직에서 한철을 공을 들여 스카우트하려 애쓸 정도다. 이렇게 집에서는 폭력의 피해자로 신음하는 한철은 학교에서는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말썽을 피운다. 뿐인가! 초등학생 때부터 행복파출소에 들락거리는 문제아다. 한철 본인이 완전 불량 어린이다.

 

하지만, 한철의 눈에 행복동 파출소 역시 불량파출소다. 아무 곳에나 노상방뇨를 일삼는 파출소장, 찢어진 청바지에 폭주족인 날라리 경찰, 여기에 욕쟁이 의경까지. 게다가 욕쟁이 의경은 자신의 후임 의경을 향해 폭력을 일삼는다. 이처럼 이곳 역시 불량파출소다. 게다가 한철에게 도움을 준답시고 라면 한 박스 전해준 것이 지역신문에 남으로 오히려 한철은 학교에서 놀림의 대상이 되어버렸으니. 한철에게 이곳 파출소야말로 모범과는 거리가 먼 불량의 온상지.

 

이처럼 불량 상태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향해 상처를 주는 행복동. 특히,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행복동이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직장폭력,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가십성 관심에 의한 언어폭력 등. 다양한 폭력이 난무하는 이곳이 과연 말 그대로 행복동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작가는 외면하고 싶은 무거운 주제들, 애써 모른 척 하고 싶은 우리 주변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무거움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되, 두루뭉술하지 않고 구체적 정황을 보여준다. 때론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되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론 한철이 헤쳐 나가야 할 삶의 무게가 힘겨워 그 모습에 안타깝고 먹먹함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힘겨운 삶의 무게를 맞서고 견뎌내는 모습에 고맙기도 하다.

 

오늘 우리 곁엔 여전히 수많은 강한철이 존재한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의 무게는 때론 우릴 넘어뜨리고 무너뜨리려 할 게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강한 철’이 되어 온갖 바람을 견뎌내며 나아갈 수 있길 소망해본다. 모두 행복동을 향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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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새로운 예언 편 1 : 암흑의 밤 전사들 2부 새로운 예언 1
에린 헌터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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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에린 헌터를 알게 된 것은 『Survivors 살아남은 자들』을 통해서다(현재 4권까지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에린 헌터가 한 사람의 작가가 아닌 작가팀 이름임을 알았다. 내가 이렇게 무디다. 책을 4권이나 읽으면서도 작가에 대해 알지 못했다니. 책을 읽을 때, 책날개의 내용을 꼼꼼히 읽지 않는 못된 습관 때문이리라.

 

아무튼 이들 에린 헌터를 알렸던 작품은 다름 아닌 『Warriors 전사들』(『고양이 전사들』이란 제목으로 주니어김영사에서 출간되었다.)이라고 한다. 이제 『Warriors 전사들』시즌2가 새롭게 출간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책 「암흑의 밤」이 가람어린이에서 출간되었다. 시즌1에서 등장하였던 고양이 전사들의 다음세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천둥족, 그림자족, 바람족, 강족 이렇게 4개의 종족 고양이들이 야생 속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며 평화롭게 지내던 시기에 각 부족의 고양이 네 마리가 별족의 계시를 받게 된다(소설 속의 별족은 죽은 고양이들로 저승의 영역이라고 보면 될 듯싶다.). 그 계시의 내용은 이렇다.

 

“초승달이 뜨는 날, 다른 세 고양이를 만나라. 그리고 반드시 미드나이트가 해 주는 말을 들어라.”

 

각자 자신들 종족 별족에게서 같은 내용의 계시를 받은 고양이들은 자신이 꾼 꿈의 내용이 진짜 계시인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 같은 꿈을 꾼 다른 종족의 고양이들이 있음을 서로 알게 되고, 이 계시가 자신들 종족의 안전과 연관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에 네 고양이들은 미드나이트가 들려주는 말을 듣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다. 과연 이들 앞에 펼쳐질 모험은 무엇이며, 그들이 듣게 되는 계시, 그 사명은 무엇일까?

 

고양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날 수 있다니 놀랍다. 분명 고양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읽다보면 고양이라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멋진 인간 전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고양이 전사들에게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 탓이다.

 

비록 『Warriors 전사들』시즌 1을 읽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 2의 1권을 읽다보면, 이 판타지 소설 『Warriors 전사들』의 배경들을 금세 알게 된다. 그러니, 시즌1을 읽지 않았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번 이야기에서 별족에게 선택받은 고양이들은 천둥족의 젊은 수고양이 전사 브램블클로, 그림자족의 젊은 암고양이 전사 토니펠트, 바람족 훈련병 수고양이 크로포, 강족 젊은 암고양이 페더테일이다. 먼저, 이들 족보가 조금 복잡하다. 천둥족 전사인 브램블클로와 그림자족 전사인 토니펠트는 남매간이다. 아마도 시즌 1에서 이들의 아버지가 천둥족 지도자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쫓겨나 그림자족의 지도자가 되었던가 보다. 이 때, 토니펠트는 아버지와 함께 그림자족으로 갔던 것 같다. 이렇게 두 남매는 각기 다른 종족에 속해 있으며, 둘이 함께 별족의 선택을 받게 된다.

 

또한 강족의 전사인 페더테일은 천둥족 부지도자인 그레이스트라이프의 자식이다. 페더테일말고도 스톰퍼란 자식도 있다. 이 둘이 모두 강족의 전사다. 이 둘이 이번 원정에 함께 하게 된다. 선택받은 것은 페더테일뿐이지만, 스톰퍼 역시 처음 회동부터 함께 함으로 이번 원정에 동행하게 된다. 여기에 천둥족 지도자인 파이어스타의 딸 스쿼럴포가 함께 하게 된다. 스쿼럴포는 사사건건 브램블클로에게 대드는 말괄량이 암고양이로 아직 훈련병 신분이다.

 

이렇게 여섯 고양이 전사들이 만들어가는 모험 이야기가 참 재미나다. 여섯 고양이 전사들이 떠나는 원정 모험을 통해 진정한 전사들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종족이기에 쉽게 하나 될 수 없는 전사들이 함께 힘겨운 시간들을 헤쳐 나가는 가운데 점차 서로에게 자신을 맡길 수 있는 전우가 되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역시 멋지다. 고양이 전사들이라는 독특한 소재 역시 독특한 재미를 선물하고. 어서 다음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은 재미난 판타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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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도둑과 이상한 손님들 튼튼한 나무 16
리사 그래프 지음, 강나은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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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특별한 재능 한 가지씩은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있다. 리사 그래프의 청소년소설 『재능 도둑과 이상한 손님들』 속 세상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크게 둘로 나뉜다. 뭔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말이다.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페어라고 불리며 무시되는 분위기다(재능이 없는 사람보다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니,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지금 당장은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재능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사람. 그리고 재능은 없지만, 남들의 재능을 훔치는 재능(이것이야말로 엄청난 재능인데, 소설 속에서는 재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뭔가 마법이나 특별한 기술적인 도움을 받는 느낌이다.)을 가진 사람이 그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재능들이 참 다양하다. 매듭을 잘 짓는 재능, 뜨개질 재능(운전을 하면서도 한 손으로 뚝딱 옷 한 벌을 끝내버린다.), 케이크를 만드는 재능(상대가 가장 좋아할 케이크가 무엇인지 금세 알게 되고, 그 사람에 맞는 맛난 케이크를 만들어 낸다.), 카멜레온처럼 얼굴을 변형시키는 재능, 고아에게 딱 맞는 양부모를 연결해주는 재능, 심지어는 침을 잘 뱉는 재능도 있다(이런 재능도 소설 속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어진다.). 이렇게 재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나뉘는 세상을 보며, 나에겐 어떤 재능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울러 그 재능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아무튼 이런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흔히 몇몇 특정 주인공들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게 마련인데, 이 책은 여러 등장인물들 모두의 입장에서 소설이 진행되기에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소설은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야기의 줄거리 역시 여러 이야기가 마치 연관 없는 것처럼 산발적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다소 산만하게 시작되어 진행되지만, 결국에는 이 모든 것들이 날실과 씨실로 엮여 하나의 퍼즐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 소설의 특징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의 진행을 들어보자. 케이디(케이크를 잘 만드는 재능을 가진 소녀, 고아)가 자신의 가정을 만들어가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케이디가 케이크 대회에 참여하는 이야기. 여기에 재능이 없는 마리골드가 재능을 찾는 이야기. 마리골드의 남동생인 윌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도로에 쓰러졌다가 말을 잃은 여인 브이 이야기. 회색 양복을 입은 거대한 남자가 이곳저곳에 등장하며 ‘겉보기보다 세상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은 미소’를 띠며 이런저런 참견을 하는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이 다른 이들의 재능을 훔치며, 또 한편으로는 ‘세인트 앤소니’ 여행 가방을 찾는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들이 마구 뒤섞여 있다.

 

뿐 아니라 이야기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사물들도 여럿 등장한다. 제인, 마리골드, 윌의 엄마인 돌로레스의 머리핀. 36개만 생산된 희귀 아이템인 ‘세인트 앤소니’ 여행가방. 소설 속의 여러 등장인물들이 읽곤 하는 빅토리아 베일런스라는 작가의 소설 『겉모습으로는』 등. 이런 여러 사물들도 정기적으로 등장하며 소설을 끌고 간다.

 

이처럼 다양한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방식, 다양한 사건들의 혼재, 사건의 열쇠가 되는 사물들이 여럿 등장함 등으로 인해 소설은 다소 산만한 느낌이며,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풍성한 느낌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소 산만하고 연관성 없는 것 같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들이 점차 하나로 맞춰져 감으로 전체적인 그림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면, 마치 힘겹게 퍼즐을 맞춰나가는 가운데 완성을 앞둔 것과 같은 희열을 맛보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이 묘한 흥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도 함께 준다.

 

이 소설은 씨드북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씨드 매직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그러니, 마법이 자연스레 소설 속에 녹아들어 있는 이야기다. 이 소설 속에 깃든 마법은 무엇일까? 그건 ‘주인 잃은 짐 백화점’에 찾아온 입주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진정한 이웃, 멋진 가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사연도 다르고, 재능도 다른 이들이 하나로 어우러짐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마법이다. 이런 어우러짐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감동이야말로 멋진 마법과 같은 요소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런 마법이 가득 펼쳐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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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슈퍼스타 바다로 간 달팽이 18
신지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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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의 절친 수희는 연예인이다. 그것도 잘 나가는 인기 스타다. 그런 수희와 현지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하던 절친. 수희는 인터뷰에서도 가장 친한 친구로 현지를 뽑기도 하여 수희의 팬들이라면 현지와의 우정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

 

하지만, 그런 현지와 수희의 관계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어느 날 학교에 수희 얼굴을 망가뜨린 사진이 걸리기 시작하고, 급기야 교장실에 걸려 있던 교장선생님과 수희가 문체부 장관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훼손되기에 이른다. 이에 경찰이 출동하게 되고. 수희와 가장 가까운 사이인 현지가 조사를 받기에 이른다. 현지는 이 모든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하지 못한다.

 

수희의 팬 카페에 누군가가 현지를 의심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하고, 점차 현지는 가장 친한 친구인 수희를 질투하여 뒤에서 못된 짓을 일삼는 아이로 내몰리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는 현지에 대한 왕따가 진행되고. 어쩐 일인지 수희 역시 현지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현지를 대하는 태도가 냉랭하기만 한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현지와 수희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현지는 자신을 향한 친구들의 왕따 앞에 어떻게 대처해나가게 될까?

 

신지영 작가의 소설 『내 친구는 슈퍼스타』는 도서출판 북멘토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바다로 간 달팽이> 18번째 책이다. 이 청소년 소설은 아무리 친한 친구 간이라 할지라도 밝히지 않은 자신만의 속사정, 속마음이 있음을 보여준다. 현지는 수희를 질투했다. 자신을 포스팅 하기 위해 수희와 함께 찍은 동영상에서 오히려 수희가 캐스팅이 되고 일약 스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로 인해 현지가 알지 못할 수희만의 귀여운(?) 만행들이 있었다. 물론 이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수희 역시 현지가 알지 못할 고민이 있다. 그건 연예인 생활이 하나도 즐겁지 않다는 것.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지만, 정작 수희는 현지가 밉다. 자신을 이런 자리로 몰아세운 장본인이기에.

 

우리 역시 이처럼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밝히지 못한 나만의 감정이 있을 게다. 어쩌면 그 감춰둔 감정으로 인해, 좋았던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겠고. 작가는 바로 이런 감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니 어떻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우정이 있고, 아끼는 마음이 있음에도 이렇게 감춰진 감정으로 인해 멀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안타까운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소설 속에 등장하는 왕따의 풍경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누군가를 왕따시키는 아이들 역시 어쩌면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수도 있겠기에 또 다른 안타까움도 있다. 하지만, 왕따를 당하는 아이를 생각할 때, 왕따를 행하는 이들의 모습에 화가 나고 당하는 입장을 보며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 자녀들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까 두렵기도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 속의 현지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 비록 당당히 아이들 앞에 맞서는 것이 힘겹지만 그럼에도 현지는 당당하게 맞선다. 물론 곁에서 현지에게 힘을 실어주는 윤우라는 아이가 있다는 것도 행운이고 말이다. 비록 힘겹더라도 우리네 아이들이 이 힘겨운 시간을 잘 견뎌내며 통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시기가 다 그렇겠지만, 청소년 시기는 어쩌면 더욱 쉽게 실수하고 미워하고 상처 줄 수 있는 시기다. 그렇기에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없을게다. 욕심이라면 우리네 아이들이 모두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여 상처받게 된다면, 그 상처가 바라기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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