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책 1 - 마법사 카데하르
에릭 롬므 지음, 정미애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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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의 판타지 소설 별들의 책은 프랑스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이라 한다. 전 세계 2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판타지 소설(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2007년 기준.), 과연 어떤 신나는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본다.

 

1권은 마법사 카데하르란 제목인데, 무엇보다 먼저 색다른 세계관을 만나게 된다. 소설이 설정하는 세계관은 중간계에 존재하는 세상이다. 현실 세계가 있고, 비현실 세계가 있는데, 이 두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곳이 바로 이스국 이라는 나라다. 현실 세계 프랑스의 몇몇 고위관리들에게만 알려진 세상으로 프랑스의 마지막 주로 인식하기도 하는 세상이 이스국이다.

 

현실 세계 이스국 비현실 세계, 이들 세계를 연결하는 문이 존재하기에, 이들 세계간의 왕래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들 세계간의 왕래가 가능하지 않으며, 몇몇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만이 이 문을 통과하여 다른 세계로 왕래 할 수 있다.

 

이스국의 또 하나의 재미난 모습은 이곳은 마차를 타고 다니고 기사가 존재하는 중세 풍경이면서, 컴퓨터를 하고, tv를 보는 현대적 문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기이모는 식빵에 뉴텔라를 발라 먹는 것을 즐겨한다. 이처럼, 이스국은 중세와 현대의 모습이 혼합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환경을 위협하는 문명은 거부한다. 그래서 이스국은 차가 없고 마차를 타고 다닌다. 이렇게 설정된 소설의 세계관이 상당히 흥미롭다.

 

그럼 1마법사 카데하르내용을 살짝 살펴보자. 주인공 기이모는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로 이로 인해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곤 한다. 특히, 아가트라는 소녀의 패거리는 기이모를 상습적으로 괴롭히곤 한다. 이렇게 일견 내세울 것 없는 연약한 소년 기이모는 어느 날 마법사 카데하르의 선택을 받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진다. 다소 연약한 신체 조건에도 기사가 되고 싶어 하던 기이모는 마법사 카데하르를 따라다니며, 마법사 수업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기이모는 마법사로서의 엄청난 재능이 감춰져 있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카트가 어느 날 비현실 세계에서 온 괴물들에게 붙잡혀 납치당하게 되는 데, 알고 보니, 누군가 기이모 자신을 납치하려던 것이었음을 알게 되고. 이에 기이모는 자신의 오랜 친구들과 함께 비현실 세계로 가는 문을 열게 된다. 물론 마법으로 말이다. 하지만, 마법의 주문을 잘못 외는 바람에 다섯 친구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다른 공간으로 비현실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과연 이들은 한 곳으로 무사히 모이게 될까? 그리고 그들이 목적한 것처럼 아카트를 구해내 이스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여기에 마법 훈련을 받은 기이모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걸까?

 

1권에서는 기이모가 마법사 생도가 되고, 마법 훈련을 받게 되는 장면. 자신의 오랜 친구들과 함께 비현실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장면. 각자 위기를 헤쳐 나가는 가운데, 새로운 인연과 관계를 맺게 되는 장면. 기이모를 괴롭히던 녀석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변해가는 과정. 등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 가운데 기이모가 마법사로서 성장하게 되는 과정.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우정과 이들이 보여주는 용기 등은 별들의 책이 선물하는 아름다운 가치들이다.

 

아울러 소설 속 비현실 세계에서 만나게 되는 살아있는 사막이나 불타는 바다, 그리고 여러 신비한 생명체들의 존재 역시 소설을 흥미롭게 해주는 요소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학생들은 모두 소설 속 이스국을 부러워할 것 같다. 물론 이스국 학생들은 학기 중엔 최선을 다해 공부해야 하며, 부모들 역시 공부를 하도록 닦달하곤 한다. 이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달여의 긴 방학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완전히 공부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도, 어떤 어른도 아이들을 공부와 연관시키지 않는다. 오롯이 쉼과 자유,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한다. 이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판타지가 아닐까? 물론, 우리 아이들, 청소년들이 현실적으로 그런 자유를 누리긴 쉽지 않을게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통해서나마 대리만족으로 자유를 누리고, 모험의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판타지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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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이은재 그림 / 애플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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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로 유명한 고정욱 작가의 청소년소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리즈로 알고 있다. 그동안 이 시리즈가 궁금했었는데, 금번 새롭게 나온 다섯 번째 책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를 통해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게 되었다.

 

전작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다섯 번째 책을 읽는다는 것이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책을 펼쳐 읽으며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혹 나처럼 전작을 읽지 않았기에 책 선택을 망설이는 분들이라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캐릭터들은 연속성을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야기 속 사건은 딱히 전작의 내용들을 알지 못해도 될 별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는 왕따에 대한 이야기다. 학교 짱인 재석은 현재 폭력 써클을 탈퇴하고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고교생활을 하고 있다. 작가의 꿈을 품고 글쓰기에 힘 쏟는 재석. 그런 재석에게 친구가 부탁한다. 자신의 조카가 학교에서 문제가 좀 있는데 도움을 주길 바라는 부탁이 말이다. 이렇게 재석은 초등학생 준석이란 아이의 왕따 사건에 끼어들게 된다.

 

전직 일진 짱으로서, 적당히 타이르고 으름장을 놓으면 해결될 줄 알았던 초딩의 왕따와 폭력 사건.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 초딩들은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 폭력 일진과 연결되어 지시와 관리를 받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 폭력조직의 최고점에 석환이란 녀석이 앉아 있는데, 이 녀석은 집안도 빵빵하고, 공부도 전교1등을 하는 녀석이다. 과연 이 석환이란 녀석에게서 재석은 준석이란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

 

소설은 아이들의 폭력 일진의 고리가 길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초등-중등-고등으로 연결된 폭력의 고리. 그 조직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납의 고리. 거대한 조직을 이용하여 벌어지는 폭력의 현장을 작가는 잘 풀어내며 보여준다. 게다가 폭력 일진의 대다수는 집안 배경이 좋은 녀석들이다. 이 녀석들은 각계각층의 부모 힘을 빌려 자신들의 폭력 행위를 무마하는데 사용하는 간교함까지 가지고 있음을 소설은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못된 녀석들과 대결하는 재석의 화끈한 활약상을 소설은 긴장감 넘치게 보여준다. 소설은 때론 액션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재미도 있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중간 어디쯤인 중간문학의 느낌도 난다. 물론, 다소 작가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가르치려는 듯한 내용들이 많긴 하다. 어쩐지 왕따 문제에 대한 작가의 주장, 설명을 듣는 것과 같은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이런 부분들이 독자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는데, 그럼에도 소설은 재미와 의미를 함께 품고 있다는 측면에서 좋다.

 

5권을 읽고 나니 전작들이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이런 책들을 통해,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서 왕따가 사라질 수 있다면 좋겠다. 어느 누구도 왕따의 피해자가 되지 않길 소망해 본다.

 

여러분! 왕따는 어른이 막아줄 수도, 주먹을 휘두르는 아이들 스스로 자제할 수도 없습니다. 이것을 막을 길은 침묵하고 있는 다수, 즉 수많은 학생들의 힘이 합쳐질 때만 비로소 가능합니다. 학교 폭력과 왕따를 반대하는 목소리, ‘그만해라고 외치는 이 캠페인이 온 나라에 퍼질 때 다수의 학생에게 기생하는 옴벌레 같은 폭력과 왕따는 사라질 겁니다. 여버룬 용기를 내세요. 우리는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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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의 비밀 프리데인 연대기 4
로이드 알렉산더 지음, 김지성 옮김 / 아이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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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동화의 고전이라 불리는 프리데인 연대기4권이 드디어 번역 출간되었다(50년 전의 책이니 판타지의 고전이라 부르기에 충분할 게다.). 시리즈 책(도합 5) 가운데 2권이나 뉴베리 상을 수상한 특별한 책. 4권은 타란의 비밀이다.

 

돼지치기의 조수의 신분에 불과한 타란은 4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험을 하며, 많은 영웅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였다.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부모는 과연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타란은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자신을 찾는 여행을 말이다.

 

타란은 자신을 따르는 그얼기와 함께 먼저, 늪지대의 세 마녀(2악마의 가마솥에 등장했던 무시무시한 마녀들)를 찾아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루네트의 거울을 찾으면 알게 될 것이란 말을 듣고, 루네트의 거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정에서 타란은 참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다양한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된다. 농부 에단에게 치료를 받기도 하고. 가스트와 고리욘 영주들의 싸움에 휘말려 들기도 한다. 마법사 몰다에 의해 개구리가 되어 버린 도리를 만나 몰다를 찾아갔다가 몰다에 의해 일행이 토끼, 쥐로 변하기도 하는 위기를 만나기도 한다(난쟁이 족인 도리는 1비밀의 책, 2악마의 가마솥에서 타란과 함께 모험에 동행한다.). 용병 도라스의 간교한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농부 크라드오크를 만나 크라드오크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크라드오크가 타란의 아버지일까? 타란은 자신의 뿌리를 밝혀낼 수 있을까?

 

다양한 인물들, 다양한 사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4타란의 비밀은 무엇보다 타란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를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 출생의 비밀이 중요한가? 혈통, 신분이 그 인생을 좌우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인생에는 운이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동화 속 란이오의 경우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운 역시 운을 받아낼 도구를 미리 준비해야 함을 알려준다. 아울러 나에게 찾아오는 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함을 이야기 해 주고.

 

행운의 비밀? 아직도 몰라?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운이 좋은 게 아니야. 눈을 똑바로 뜨고 잘 보면 돼. 그리고 생각을 잘해서 손에 들어온 것을 쓸모 있게 사용할 뿐이야.”

운을 믿어, 방랑자 타란. 그렇지만 반드시 그물을 설치해 둬야 해.”(250)

 

또한 인생은 대장간의 철과 같이 시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역경을 견뎌내며, 참아내게 될 때, 단련하게 되고, 세상을 이겨낼 수 있음을 말하기도 한다.

 

인생은 대장간과 같아! 맞아도 피하지 마라. 시험을 두려워하면 안 돼. 그러면 어떤 망치나 모루라도 당당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260)

 

또한 인생은 천을 짜듯 하나하나 차근차근 엮어나갈 때, 비로소 종국엔 커다란 그림을 그려내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생은 같은 재료를 가지고 어떤 의지로,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책은 이야기한다. 마치 토기장이가 그릇을 빚듯.

 

이처럼, 타란이 찾아가는 인생의 의미를 따르는 가운데, 자연스레 우리의 인생에 대한 의미를 반추해 볼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인생의 길을 그려볼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타란을 통해, 특히 루네트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순간, 독자 역시 함께 자신의 삶을 비춰보게도 된다.

 

마법은 없었어요. 물이 고인 웅덩이였어요. 제가 본 물웅덩이 중에 가장 아름다웠어요. 그렇지만 물웅덩이일 뿐이었어요. (중략) 제 부모가 누구든 상관없어요. 혈연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혈통만 가지고 진정한 가족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저는 우리 모두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311)

 

자부심은 결코 형통이나 신분에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을 거예요. 혈통이나 신분에 연연하지 않고 내 힘으로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거예요.(230)

 

출생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타란의 모험과 여행을 통해, 우리 역시 삶 속에 아름다운 가족들을 많이 만들어 가며,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만들어가게 되길 소망해 본다.

 

, 판타지답게 동화 속엔 마법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마법은 타란의 이런 의지와 용기, 친구들과의 우정과 희생, 이러한 가치들 앞에 무력하게 느껴진다. 우리 인생의 진정한 마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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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 청소년시대 5
토어 세이들러 지음, 조원희 그림, 권자심 옮김 / 논장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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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매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다른 까치와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른 종류의 새들은 까치를 머리가 텅 빈 수다쟁이라고 여깁니다. 여기에 대해 다른 까치들은 그런가보다 하고 살고요. 하지만, 매기는 세상의 이런저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알고 싶어 합니다. 자신은 결코 머리가 텅 빈 수다쟁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까치들처럼 때가 되자 짝을 이루고 새끼를 낳기도 하지만, 그저 둥지에 반짝이는 잡동사니들만 모으고 사는 삶에 회의를 느낍니다. 자신만의 뭔가를 찾아 떠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주어진 삶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그런 매기에게 평소 세상의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던 까마귀 잭슨 아저씨는 이렇게 말해 줍니다.

 

글쎄, 내가 지난 세월 동안 배운 게 있다면 바로 이거란다. 너 자신한테 먼저 충실하지 못하면 다른 이들한테도 충실할 수 없다는 거지.”(29)

 

이 말에 용기를 얻은 매기는 미지의 세상을 향해 떠납니다. 그곳에서 늑대 블루보이를 만나게 됩니다. 어울릴 수도 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늑대와 까치의 조합이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이제 매기는 블루보이와 함께 늑대들의 무리에 속하게 되어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됩니다. 과연 이 모험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요?

 

청소년소설인 맏이는 두 맏이인 까치 매기와 늑대 블루보이가 만들어가는 야생 생존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에 의해 보호되어지기를 거부하는 늑대 블루보이, 다른 이들과 똑같이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까치 매기. 이 둘이 만들어가는 모험 이야기가 재미납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서로를 용납하고 받아들이며 하나로 어우러지는 기적과 같은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 많은 꾸짖음을 주기도 하고요.

 

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해야 하나요? 늑대 블루보이는 남들과 달리 까치 매기를 친구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자녀들은 여전히 서열을 중요하게 여기는 늑대사회를 이어가길 바라죠. 자신과 닮은 힘센 아들을 원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블루보이를 너무나도 닮은 아들 라마는 오히려 까치 매기를 닮았답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질뿐더러, 왜 세상의 질서가 미리 정해져 있는지에 의문을 던집니다. 왜 늑대와 코요테는 친구가 될 수 없는지. 그리고 이런 질서에 도전합니다. 마치 소설의 첫 부분에서 까마귀 잭슨 아저씨가 다른 까치들과 다름을 고민하던 매기에게 던져줬던 조언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남과 다르면서 동시에 같아지기는 힘들다는 거야. 보통은 둘 중에 한쪽을 택해야 하지.”(29)

 

정말, 라마는 다른 늑대들과 다른 자신의 생각을 이루기 위해선 한쪽만을 선택해야 할까요? 그럼 그가 선택해야 할 쪽은 늑대인걸까요, 아님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간 예쁜 코요테일까요? 아닐 이 둘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될까요?

 

이처럼 소설은 다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합니다. 까치와 까마귀가 친구가 되고, 까치와 늑대가 한 무리가 되고, 늑대와 코요테가 사랑을 나누게 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정해놓은 다름의 차별과 그 구별의 선을 허물어 버리고 하나 됨을 이야기합니다.

 

뿐 아니라, 남들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것이 잘못인지를 묻습니다. 남들과 다른 이상한 까치, 남들과 다른 이상한 늑대는 정말 까치가 아니고, 늑대가 아닐까? 오랜 관습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큰 일이 나는 걸까요? 소설은 오히려 까치 매기와 늑대 라마의 모습에서 남들과 다른 정체성이 도리어 더 큰 아름다움을 가진 또 다른 신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소설은 사회적 편견이나 선입견에 갇힌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험 이야기를 통해, 야성, 다름, 편견이나 선입견 등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소설입니다. 청소년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읽으면 좋을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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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살림 YA 시리즈
범유진 지음 / 살림Friends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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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유진 작가의 청소년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은 책 제목처럼 참 맛깔 나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학창시절의 도시락이 떠오른다. 요즘이야 급식을 해서 도시락을 싸지 않지만, 당시엔 도시락을 싸야만 하던 시절이었다. 밥을 꽉꽉 눌러 담은 노란 양은 도시락 하나면 행복하던 시절. 도시락 반찬이 뭐든 서로 주눅 들지 않던 시절이었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도시락과 얽힌 몇몇 추억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가운데 한 가지는 한 친구가 싸왔던 황새기젓갈이다. 국물이 흐르지 않을 그런 용기도 아닌, 작은 양은 도시락에 하나 가득 싸온 황새기젓갈. 도시락을 여는 순간 곰삭은 내가 교실 전체를 진동하다 못해, 오후 내내 그 냄새가 빠지지 않던 곰삭은 황새기젓갈. 육십여명의 반 아이들이 모두 그 친구 반찬이 무엇인지 알아버릴만큼 천하 최강 도시락 반찬인 황새기젓갈. 얼마나 뜨악했던지. 하지만, 뜨악하던 것도 잠시, 우르르 그 친구 반찬통 앞에 몰려들어 서로 한 점씩 집어 먹던 시절이 그립다. 여태 친구가 도시락 반찬으로 싸왔던 황새기젓갈만한 맛난 황새기젓갈을 만나보질 못했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는 이런 추억을 떠올려 보는 부수적 기쁨이 있는 소설이다. 물론, 추억보다 더 큰 재미는 소설 자체에 있지만.

 

소설은 주인공들 각자의 시선으로 한 단원씩 펼쳐진다. 열네 평 반 지하 집에서 할머니와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가난한 소녀 윤모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3대째 연예인 가정의 국민여동생 연예인 강보라 이야기. 엄마의 치매 입원 후 아빠와 함께 식당을 하며 요리사로서의 꿈을 키워 나가는 곰탱이 민태준 이야기. 오빠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좋아하던 유도도 그만두고 일 년을 꿇은 뒤 다시 복학한 문제적 소녀이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연애의 주인공인 최수빈 이야기. 친구의 죽음 이후 친구 여동생과 연인관계가 되어 친구가 동생을 위해 싸 주던 도시락을 여자친구를 위해 매일 싸는 천재 소년 이신기 이야기. 이렇게 서로 다르고 개성 강한 다섯 남녀 고교생들은 학교에서 도시락부라는 의문스러운 동아리의 회원이 되어 매일 점심마다 학교 정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서로의 우정을 나누며 고민을 나눈다.

 

소설 속엔 청소년들의 다양한 고민들이 녹아들어 있다. 가난과 조손가정의 허기, 사랑의 허기, 오빠의 죽음으로 인한 허기, 엄마의 치매로 인한 허기, 꿈을 향한 허기, 평범한 일상에 대한 허기, 성정체성의 허기, 왕따의 허기 등 다양한 사회현상과 고민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마치 여러 가지 재료의 음식들이 잘 비벼져 맛난 비빔밥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사실 소설의 장르가 무엇인지 조금 헷갈린다. 청소년 소설로서 왕따 문제나 청소년들의 고민을 풀어놓는 것 같은데, 그 안에 로맨스가 담겨 있고, 고양이를 헤치는 범인과 여고생의 다리에 스크레치를 내는 범인을 추격하는 추리가 녹아들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다보면, 이 모든 것 역시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진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와 함께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독서, 배부른 독서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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