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들링 1 - 마지막 하나 엔들링 1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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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어린이 독자들이 좋아할 책들을 선보이는 가람어린이에서 또 하나의 재미난 판타지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뉴베리 상 수상 작가인 캐서린 애플게이트의 엔들링이란 소설입니다.

 

책은 먼저, 엔들링(endling)에 대한 단어 설명합니다. 책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1. 하나의 종족 또는 경우에 따라서 그보다 규모가 작은 종족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존재.

2. 하나의 종족이 멸종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행사: 이별식

3. (비공식적) 불행이 예상되거나 무모한 원정에 나선 사람. - 네다라 제국 공식 백과사전 세 번째 개정판

 

그럼, 책에서 말하는 뜻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 전부랍니다. 소설의 세계관 속 네다라 제국엔 여섯 지배 종족이 있습니다. 인간, 랍티돈, 펠리벳, 테라만트, 니티테, 데언, 이들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말을 할 수 있고, 도구를 만들 수 있으며, 배울 수 있고, 마법을 쓸 수 있답니다. 이 가운데 데언은 개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직립보행을 하며 말을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엄지손가락이 있고, 날다람쥐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닌다는 점에서 개와는 완전히 다른 종족이랍니다. 무엇보다 데언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줄 아는 힘이 있습니다. 누구든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이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대단히 무서운 힘입니다.

 

바로 이런 힘을 두려워하여 데언 족을 멸종하려는 이들이 있답니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 데언 족이라 불리던 무리 가운데 가장 작고 연약한 겁쟁이 데언인 빅스만 남게 되고 모두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졸지에 빅스는 엔들링이 된 겁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된 빅스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깁니다. 어쩌면 빅스가 펼쳐나가는 모험의 여정은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가는 여정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렇게 빅스와 일행이 되는, 아니 빅스의 새로운 가족이 되는 이들은 중간 종족에 속하는 워빅토블입니다. 워빅은 마치 사막여우, 또는 토끼처럼 생긴 조그마한 종족인데, 이들도 말을 할 줄 알기에 하등 종족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섯 지배 종족에 속하지 못하고 중간 종족에 속한답니다. 빅스는 그런 워빅인 토블을 구해줌으로서 일행이 됩니다. 여기에 남자인 척 하는 여자아이 카라(카라의 신분에는 대단한 비밀이 감춰져 있답니다.), 감옥에서 만난 펠리벳인 갬블러(고양이 모양의 거대한 몸집의 전사종족이랍니다.), 도둑인 렌조, 이들이 만들어가는 모험이 흥미진진합니다.

 

소설은 여러 가지 가치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탐욕은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릴 부끄럽게 만듭니다. 또한 진실을 가려주는 존재인 데언 자체가 진실에 대한 참 가치를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거짓과 싸울 수 있는 무기는 딱 하나뿐이야.”

바로 진실이야.”(293)

 

소설은 진실의 힘을 느끼게 해줍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가치인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종족이 사라져 이제 홀로 남아 엔들링이 되어 버린 빅스, 그는 전설 속에 존재하는 살아 있는 섬을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종족인 데언을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말입니다.

 

과연 살아있는 섬은 진짜 존재할까요? 과연 새롭게 무리를 이룬 이들이 만들어갈 모험은 어떤 것들일까요?

 

엔들링, 그 첫 번째 책인 마지막 하나는 두툼한 책이 언제 읽히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사건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점 역시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 재미나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고요. 게다가 반짝이는 아름다운 가치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귀한 선물이기도 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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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동물원 꿈꾸는돌 10
소냐 하트넷 지음, 고수미 옮김 / 돌베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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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어린 남매 집시들이 한밤의 동물원에 도착했습니다. 어린 집시들은 왜 부모님과 떨어져 그들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무튼 그들이 도착한 동물원엔 벌써 오랫동안 갇혀 있던 동물들과 그들을 평화롭게 비추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달빛만이 가득합니다. 청소년 소설, 한밤의 동물원이곳 동물원에서 그 밤에 이루어지는 것들을 아프게 묘사하고 있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한밤의 동물원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 위에서 어린 아이들과 동물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마음을 나누느냐고요? 한밤의 동물원, 그곳에선 인간과 동물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답니다. 어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묻지 말자고요. 중요한 건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내용이니 말입니다.

 

한밤의 동물원 위로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달빛이 쏟아집니다. 마치 고운 수정가루와 같은 달빛이 쏟아지는 평화로운 풍경. 하지만, 결코 평화롭지 않은 세상이 대비되어 마음 아픈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전쟁의 악마성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에서라고 소설은 말합입니다. 특히, 힘을 가진 이들이 내 마음대로 하게 될 때,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죠. 그 끔찍한 일의 최고봉은 전쟁이고 말입니다.

 

이런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들만이 천우신조로 살아나 정처 없이 떠돌다 도착한 한밤의 동물원, 그곳은 다른 곳들과는 달리 폭탄의 피해를 입지 않아 온전히 보존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돌보는 사람이 없음이야말로 동물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피해죠. 먹을 것 없이 갇혀 있기만 한 동물들과 가족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어린 집시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아리게 만듭니다.

 

이들의 대화는 사실 재미나진 않습니다. 다시 말해 소설은 솔직히 재미난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대화를 통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동물원이라는 장소로 인해 동물원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동물원이 필요한가부터 시작하여, 동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혹 자유가 아닌가? 등등.

 

자유로운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그건 동물이 가진 것 가운데 사람이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동물원 동물들은 자유롭지 못했다. 먼지가 이 동물들보다 자유로웠다.(107)

 

자유롭게 살아야 할 동물들이 자유를 억압당한 채 살아야만 하는 부조리한 모습의 동물원(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동물원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 이곳에 오게 된 동물들은 모두 사연이 있거든요. 이는 동물원의 또 다른 긍정적 요소로 흐르고요.). 하지만, 태어나 한 번도 자유를 누려보지 못한 그곳의 독수리는 여전히 하늘을 나는 꿈을 꾸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존재의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자유를 꿈꾸며, 소망하는 삶 말입니다.

 

반면, 집시 아이들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 역시 자유를 빼앗긴 채 반쪽의 자유만을 누리고 있답니다. 전쟁을 통해, 아이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가치와 신념마저 뒤집혀 버리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그들은 길을 찾아가죠. 그 길 끝에 도달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서로를 해치지 않는 세상 아닐까요? 집시 아이들과 동물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건 그들 사이에 서로를 침범할 수 없는 창살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창살이 사라진다면? 아이들은 사자와 늑대 들의 야성을 두려워하죠. 그러나 결국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서로를 해치지 않는 세상이랍니다. 사람과 야수가 함께 뒹굴 수 있는, 서로를 해치지 않고, 도리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그런 세상. 하지만, 그런 세상이 과연 존재할까요?

 

소설은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우리의 가슴 속엔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묻고 있답니다. 서로의 도움이 결국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거죠.

 

오랫동안 우리 안에 갇혀 지내던 동물들, 과연 그들에게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그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요? 사실 그들은 주저할 수밖에 없답니다. 왜냐하면, 야성의 세상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돌볼 방법을 그들은 이미 잊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구원하고 자유를 누리게 할 방법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서로를 돌보는 거죠. 과연 그런 이상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물론, 소설은 그 답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 선택은 결국 우리들 독자들 각자의 삶속에서의 선택의 문제일 테니 말입니다.

 

가슴 시리도록 평화로운 한밤의 풍경, 하지만, 결코 평화롭지 못한 세상, 이 철저한 아이러니 안에서 오늘 우리 역시 살아가고 있겠죠. 그리고 매순간 선택하며 그 선택은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낳을 테고 말입니다. 그 선택과 결과는 평화를 향한 것들이 되기만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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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걸스 6 - 어린 스파이들, 믿을 건 우리 자신뿐이다! 스파이 걸스 6
앨리 카터 지음, 김시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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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스파이를 양성함을 목표하는 비밀스러운 학교 갤러허 아카데미’, 그곳 소녀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파이 걸스, 이제 주인공들은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년이 되었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제목은 어린 스파이들, 믿을 건 우리 자신뿐이다!랍니다. 왜 믿을 건 자신들 뿐이라고 하는 걸까요?

 

케미를 죽이려던 캐번 서클’, 그 비밀스러운 조직을 만든 초기 지도자들 명단을 케미가 가지고 있었답니다. 바로 그 일로 인해 캐번 서클은 케미를 죽이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캐번 서클의 지도자들의 후손들(, 이들이 현재의 캐번 서클 지도자들인 셈이죠.)이 하나하나 제거되고 있답니다. 바로 캐서린에 의해서 말입니다(캐서린은 케미의 남자친구인 잭의 엄마로 역시 갤러허 아카데미 출신인 이중스파이랍니다.).

 

이로 인해, 케미와 친구들은 로마 주재 미국 대사인 윈터스 대사의 아들인 프레스턴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를 빠져나가 이탈리아로 향합니다. 왜냐하면 윈터스 대사 역시 캐번 서클의 지도자거든요. 그래서 그 아들인 프레스턴이 위험해졌기에 지켜주려 하는 겁니다. 하지만, 윈터스 대사와 프레스턴은 이중스파이 혐의로 소녀들 눈 앞에서 에드워드 요원에 의해 붙잡히고 맙니다.

 

이렇게 붙잡혀 비밀 감옥에 갇혀 있던 윈터스 대사가 케미를 부릅니다. 오직 케미에게만 진술을 하겠다며 말입니다. 그렇게 찾아간 비밀 감옥에서 또 다시 케미는 눈앞에서 윈터스 대사가 죽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죠. 또 다시 그곳(어디인줄도 모르는) 비밀 감옥에 괴한이 침입했거든요.

 

그곳 비밀 감옥에서 탈출한 케미는 얼마 후 친구들과 함께 그곳 어딘가에 붙잡혀 있는 프레스턴을 구출하기로 작정합니다. 프레스턴 역시 그곳에서 최후를 맞을 것을 염려한 거죠. 그런데, 이들 스파이 후보생들만으로 프레스턴을 구출해낼 수 있을까요?

 

여기에 또 하나, ‘캐번 서클의 지도자들은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 함을 친구들은 깨닫게 됩니다. 그것도 리즈가 학교에 입학하며 제출했던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프로젝트, 그 정답과 같은 내용으로 말입니다. 이미 하나하나 진행되고 있는 제3차 세계대전 프로젝트, 이에 친구들은 이것 역시 막아야만 한답니다.

 

그런데, ‘갤러허 아카데미입학시험 답안지의 내용이 어떻게 해서 캐번 서클의 지도자 손에 들어간 걸까요? , ‘갤러허 아카데미안에도 이들의 협조자가 있는 걸까요? 이제 친구들은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답니다. 오직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 일을 해결해나가야 하죠. 과연 친구들은 마지막까지 잘 해나갈까요?

 

이번 이야기는 더더욱 스파이 수행과정의 위험천만한 모습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더욱 박진감이 느껴집니다. 또한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가운데, 친구들이 어느 덧 훌륭한 스파이로서 서 성장한 모습을 보게 됨이 흐뭇하기도 하답니다.

 

자신들이 행한 일을 어디에서도 밝힐 수 없는 스파이의 숙명을 타고난 소녀들, 비록 아무도 자신들의 희생과 업적을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세계 평화를 위해, 세계를 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멋진 모습이 더욱 소설 속에 빠져들게 합니다.

 

아울러 권력의 어두움 역시 엿볼 수 있고 말입니다. 캐번 서클의 지도자들이 원하는 건 혼란입니다. 그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끊임없이 유지하려는 탐욕을 품고 있거든요.

 

그들이 원하는 건 늘 한결같지. 혼란과 분열. 조각조각 쪼개져 있어서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너무 큰 힘을 가질 수 없는 구조.”

물론, 캐번 서클이 진짜로 의도하는 것이지만 결코 말하지 않는 건, 누구든 자신들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거야.”(323)

 

이러한 탐욕에 맞서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용감하게 맞서는 소녀들의 모습이 참 멋진 소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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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통령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3
사라 카노 지음, 에우헤니아 아발로스 그림, 나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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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재미난 소설로 청소년들의 정서를 책임져 주는 시리즈 <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시리즈 >에서 63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 소설의 제목은 어쩌다 대통령입니다. 소설 제목 그대로 소설의 주인공이 어쩌다 그만 대통령이 되어 버립니다.

 

소설의 배경은 자작나무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는 조그만 나라 베툴리아라는 가상의 국가입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마르타 차크라스가 주인공이랍니다.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10대 중학생 소녀죠. 아니 특별한 것이 있다면 마르타의 엄마가 유독 자작나무 숲을 사랑하는 분이랍니다. 삶 속에서 지속적인 환경 보존을 실천하는 분이죠. 어쩌면 이런 가정환경이 마르타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마는 않은 소녀임을 보여줍니다.

 

그런 마르타에겐 너무나도 보기 싫은 존재가 있답니다. 바로 헥토르 루피안 주니어라는 녀석으로 이 녀석의 배경이 어마어마하답니다. 베툴리아에 민주주의가 들어선 후 150여 년 동안 바로 이 루피안 가문에서 대를 이어가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답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배경을 바탕으로 제멋대로 구는 못된 녀석이 바로 헥토르 루피안 주니어랍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요 녀석의 아버지 헥토르 루피안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답니다. 그 외 여러 후보들이 나왔지만,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인물들뿐이어서 국민들은 루피안 대통령을 미워하고 싫어하면서도 여전히 찍어줄 수밖에 없는 분위기랍니다.

 

문제는 헥토르 루피안 주니어랍니다. 요 녀석도 아버지의 배경을 등에 업고 학교 회장에 출마했답니다. 물론, 이 어마어마한 못된 녀석에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단독 후보랍니다. 그런데, 헥토르 루피안 주니어가 회장이 되면 마르타의 엄마를 학교 미술 교사에서 자르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마르타는 엄마를 지키기 위해 회장 후보로 출마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후보 투표지를 인쇄소에서 인쇄하죠.

 

여기에서부터 엄청난 일이 시작됩니다. 마르타가 그만 실수로 투표용지를 100장을 누른다는 것이 100만장의 투표용지를 인쇄해 버렸고, 그 인쇄용지를 재활용지로 분리수거하여 넣었는데, 그 상자가 바로 대통령 투표함이었답니다. 마르타가 인쇄한 인쇄소는 대통령 후보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지정 인쇄소였고요.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버린 마르타.

 

낡은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은 갑자기 나타난 신선한 얼굴에 너도나도 찍어주게 되고, 마르타는 덜컥 대통령이 되어 버립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베툴리아의 헌법 덕분에 마르타는 10대 소녀, 중학생 신분으로 대통령이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대통령이 된 마르타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싶어도 100일간은 의무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만 한답니다.

 

이렇게 시작된 마르타의 대통령 직, 놀랍게도 그는 팡팡 튀는 10대의 발상으로 신선한 정치 바람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이 바람이 얼마나 갈까요? 뒤로 물러난 못된 대통령 헥토르 루피안 전 대통령이 이대로 가만히 물러난 걸까요?

 

10대 소녀가 어쩌다 그만 대통령이 된다는 발상에서부터 시작된 소설, 참 재미나네요. 무엇보다 낡은 정치를 바라보는 10대의 시선(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마땅한 생각)이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다는 것이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답니다. 어쩌면 우리의 정치 역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고요.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어떤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지를 소설은 보여준답니다. 그렇습니다. 정말 못된 사람들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것도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비록 착하다 할지라도 사고 판단이 잘 되지 않는 아이와 같은 인물이 권력을 갖게 될 때, 엄청난 폐해를 낳게 된다는 것을 소설은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이 이미 뼈저리게 체험했던 바이기도 하죠. 물론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저 놀라울 뿐이지만 말입니다.

 

평범한 10대 중학생에서 갑자기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소녀, 좌충우돌 잘 하는 것 같다가도 한계를 드러내며 큰 위기 앞에 놓이게 되는 국가, 그러나 틀어진 것을 바로잡으려는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니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은, 그리고 한 번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도 품게 되는 묘한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아울러 우리에게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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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담 고미답 : 설화와 신화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 고전 새로 읽기 3
정진 지음, 김주경 그림 / 아주좋은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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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담 고미답 시리즈>교과서에 나오는 우리 고전 새로 읽기 시리즈입니다. 먼저, “고미담 고미답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고미담고전은 미래를 담은 그릇이란 의미를. “고미답고전이 미래의 답이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왠지 예스러운 이야기, 오늘의 우리와는 동떨어진 구닥다리 이야기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는 그런 우리의 고전, 그 고전 속에서 우리 미래를 열어갈 교훈을 찾을 때,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그 시리즈 3번째 책은 설화와 신화라는 주제로, <토끼전>, <심청전>, <바리데기>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겁니다. 그럼에도 다시 읽게 될 때,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세 이야기를 읽으며, 이들을 하나로 묶은 이유는 어쩌면 희생이란 관점에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용왕이 자신의 병든 몸을 낫기 위해 토끼를 희생하려 하고.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려 심청이 자신을 희생하며, 아울러 자신들의 무역선을 무사히 왕래하기 위해 어린 소녀를 희생시키려는 뱃사람들의 모습도 나오죠. 바리데기 역시 아버지를 위한 희생이 그 주제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심청전><바리데기>라는 주제로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요. 앞 못 보는 소경의 눈을 뜨기 위해선 300석이나 되는 재물을 공양해야만 이루어질까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물론 신에게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꼭 과도한 그런 재물을 요구하는 것은 신일까요 아님 신을 붙들고 있는 인간들일까요?

 

또한 풍랑이 이는 바다를 잔잔케 하려면 소녀의 목숨을 바쳐야만 하는 걸까요? 다수의 평안을 위해 한 생명을 희생해야만 한다는 이런 인신제사의 관습이 놀랍게도 우리 정서 속에서 제법 뿌리 깊은 개념이란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용왕 역시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아도 된다는 그런 사고는 단순히 지배이데올로기 만의 사고일까요? 물론, <심청전>이 그런 양반사회, 지배계급의 사고를 꼬집고 있다 말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나를 위해선 타인을 희생해도 된다는 사고는 우리 모두의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우리 자녀들이 고전 속에서 이런 희생을 강요하는 사고에 대한 경계를 배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토끼전>은 또한 지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라와 토끼가 번갈아가면서 그 반짝이는 지혜를 보이게 되죠. 이런 고전을 읽고 자라는 우리 자녀들에게도 삶의 지혜가 가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고전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힘이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밝게 열어준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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