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를 들려주는 세계의 벽
마기 번스 나이트 지음, 앤 시블리 오브라이언 그림, 이충호 옮김 / 다림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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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런 의미들을 가지고 있네요.

 

1. 방이나 집 등의 둘레를 막은 수직 건조물.

2. 극복하기 어려운 곤경이나 장애, 한계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사물의 관계나 교류를 가로막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렇다면, 이런 ‘벽’이 갖는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 역할을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방이나 집 안에 있는 사람이나 재산을 지켜내는 역할.

- 타인과 내 영역을 구분 짓기는 경계.

- 타인과의 단절.

여기 벽에 대한 책이 있습니다. 『문화와 역사를 들려주는 세계의 벽』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은 세계 곳곳의 의미 있는 벽 27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만리장성부터 시작하여 세계 곳곳을 돌아 우리나라의 임진각 철조망까지 27곳을 소개합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기에 그 설명이 자세하진 않아요. 각 장소의 그림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명이 부족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책 뒤편에는 조금 더 자세히 27곳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들 벽을 살펴보며, 세상엔 참 다양한 ‘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들을 지켜내기 위한 벽도 있습니다. 종교적 열정으로 세워진 벽들도 참 많아요. 예술적 가치가 있는 벽들도 있고요.

 

무엇보다 ‘단절’의 역할을 하는 벽들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와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벽이 다시 소통을 향해 허물어지게 되는 곳을 발견하는 기쁨도 있습니다. 또한 소통을 꿈꾸는 벽도 존재하고요. 오히려 소통을 위해 세워진 벽들도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소통을 위해 세워지다니 궁금하죠? 역사 속에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슬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벽들은 가히 소통을 위한 벽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역사의 흔적이 새겨져 있기에 우리가 보존해야 할 벽들도 있습니다. 이런 벽들을 보며, 이 책은 언급하지 않지만,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 반구대 암각화를 떠올려 보게 됩니다.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가치 있는 벽이지만, 지혜롭게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요.

 

세계 곳곳의 벽 27곳에 대한 소개. 담담한 소개이지만, 하나하나가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는 벽들입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벽들에 대한 소개가 덧붙여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이 책은 2014년에 출간되었지만, 20여전 년에 같은 이름의 책으로 나왔고, 그 후속작이 나오면서, 두 권의 내용을 한 권으로 수정 보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또 다른 의미 있는 벽들이 추가되길 기대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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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고양이 사계절 웃는 코끼리 18
위기철 지음, 안미영 그림 / 사계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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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겠죠. 머리가 텅 비거나, 아님 생각이 멈출지도 모르겠네요. 아! 생각해보니 ‘단장(斷腸)’이란 말도 사랑하는 새끼를 잃어버린 어미 원숭이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거네요. 새끼를 잃은 어미의 슬픔이 얼마나 크면 창자가 다 끊어질 정도일까요?

 

이렇게 슬픈 상황인데 어째 하나도 슬프지 않고 도리어 예쁜 느낌을 갖게 하는 동화가 있습니다. 바로 위기철 작가의 『초록 고양이』란 동화입니다. 이 동화는 도합 3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바로 이런 슬픈 상황이 등장합니다. 꽃담이는 엄마를 잃어버렸습니다. 초록 고양이가 엄마를 데려갔거든요. 그런데, 초록고양이가 말하네요. 커다란 항아리 40개 가운데 한 곳에 꽃담이네 엄마가 있다고요. 엄마가 있는 항아리를 선택할 기회는 딱 한 번. 만일 틀린 항아리를 고르게 되면 영영 엄마를 찾지 못한대요. 그런데도 꽃담이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계신 항아리에서는 엄마 냄새가 나기 때문이래요.

꽃담이와 엄마는 이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연결되어 있네요. 엄마의 향기는 다름 아닌 사랑의 향기겠죠. 이처럼 사랑의 향기로 묶여 있는 가족, 참 아름답네요. 물론, 우리 모두의 가정이 이렇게 향기로 연결되어 있죠. 잘 깨닫지 못할 때가 있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번엔 꽃담이를 데려갔답니다. 이번에도 초록 고양이가 범인이고요. 엄마에게 말하네요. 40개의 항아리 가운데 한 곳에 꽃담이가 있는데, 뚜껑을 열어봐서도 안 되고, 이름을 불러서도 안 된대요. 엄마는 어떻게 찾을 까요? 엄마는 모든 항아리를 열지 않고 넘어뜨려 깨뜨린답니다. 고양이가 반칙이라고 하지만 엄마는 딸 구하는 일에 물불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하네요.

자녀를 향한 부모의 심정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어요. 자녀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게 바로 부모겠죠. 우리 역시 그런 사랑 받으며 자랐고, 이제 그 사랑을 자녀들에게 전하고 있죠. 어때요? 하나도 슬프지 않죠? 사랑하는 자녀를 잃어버렸다면 분명 뇌가 멈출 지경일 텐데, 어째 아름답기만 하죠? 이 동화를 읽고 느낀 첫 번째 생각은 바로 이거에요. 슬퍼야만 할 상황이 도리어 아름다운 것. 이것이야말로 이 동화의 힘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슬픈 상황이 아름답게 되는 그 저변에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 있네요. 어쩌면 사랑의 힘이라고 해야 맞겠네요.

 

이렇게 꽃담이의 가족이 되는 초록 고양이와 만들어가는 또 다른 2개의 이야기들 역시 기대해도 좋습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동화입니다. 잔잔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지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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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훔쳐가는 도둑 아이앤북 문학나눔 17
박현숙 지음, 이상윤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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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 『사람을 훔쳐가는 도둑』은 담배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담배로 인해 만들어져 가는 사건과 슬픔을 통해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동화입니다.

 

주인공 영소는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아빠는 형사죠. 그런 영소가 담배를 피우게 되었답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영소란 아이가 불량청소년인걸까요? 속된 말로 발랑 까진 녀석인 걸까요? 아닙니다. 영소는 착한 아이입니다. 그런 영소가 이제 5학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담배를 피우게 된 걸까요?

 

중학생인 영소의 형 영대는 영소에게 아빠 담배를 한 개비씩 훔치게 합니다. 영소의 약점을 형이 잡고 있거든요. 이렇게 형을 위해 아빠 담배를 훔치는 영소는 어느 날 친구 민찬이 중학생 형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두려움과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던 영소는 친구를 돕기 위해 중학생 형들을 만나는 자리에 함께 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도리어 형들에게 담배 피울 것을 강요받습니다. 형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 두 아이들을 공범으로 만들려는 의도입니다. 참 나쁜 녀석들이죠. 이런 일들로 인해 두 친구는 억지로 담배를 피우게 되고, 이 장면을 하필 같은 반 떠벌이 친구가 보고 선생님 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선생님께 끌려가 담배를 피운 일이 없다고 발뺌을 해보지만, 영소의 주머니에서 담배가 발견됩니다. 이런 담배에 얽힌 사건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룹니다.

 

또 하나의 큰 이야기는 할머니가 아픈 겁니다. 영소네 할머니는 평생 할아버지가 피워대던 담배 연기를 맡아야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아버지의 담배연기를, 게다가 밤중에 몰래 담배를 피우는 형의 담배연기까지(형의 방에서 담배를 피우면 이 연기가 모두 할머니 방으로 들어오거든요.). 결국 폐암으로 세상을 뜨게 되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가 남기신 당부와 사랑의 이야기는 가슴 먹먹하게 하며 슬픔과 함께 감동을 선사합니다.

 

동화의 제목인 ‘사람을 훔쳐가는 도둑’이 누구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담배입니다. 물론 담배는 개인기호에 의해 선택할 사항인 것은 분명합니다.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여러 상반된 주장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죠.

 

담배의 유해성이 과장되어져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분명 건강에 좋지 않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아울러 아무 장소에서나 피워대는 담배연기로 인해 누군가는 맡고 싶지 않은 연기를 어쩔 수 없이 맡아야만 하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요즘 담배 피우는 분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에 오히려 담배 피우는 분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없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동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담배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보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동화의 결과는 어쩌면 뻔합니다. 담배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어떤 의도적 내용을 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화 스토리 자체는 담배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때론 흥미진진하게 전개합니다. 그러다가 말미에서는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인해 독자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좋은 동화입니다. ‘사람을 훔쳐가는 도둑’이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을 앗아가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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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라, 츄비박과 하늘을 나는 기차 튼튼한 나무 11
파트리시아 슈뢰더 지음, 에다 스키베 그림, 김희상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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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나고 유쾌하며 신나는 모험 동화를 만났습니다. 파트리시아 슈뢰더라는 작가의 『틸라, 츄비박과 하늘을 나는 기차』란 동화입니다. 씨드북 출판사의 <씨드 매직 시리즈> 두 번째 책입니다. 『발명가의 딸 틸라』1권이기도 하고요(2권이 곧 나온다는 말이죠^^).

 

틸라는 항상 싸우기만 하는 부모님 때문에 가출을 결심합니다. 이제 10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참 맹랑하죠? 틸라 아빠는 발명가입니다. 정말 멋진 발명품들이 많습니다. 이런 발명품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한번 같이 살펴볼까요?

 

- 저절로 채워지는 레모네이드 : 따라 마신만큼 다시 채워집니다. 게다가 맛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답니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이것 하나 있으면 행복하겠네요^^

- 원하는 만큼 액수가 늘어나는 동전 : 동전인데, 마음속으로 원하는 액수를 생각하면 실제 그 액수로 변하게 됩니다. 이런 동전 있음 금세 부자 되겠죠?

- 커지는 키만큼 힘이 세지는 비스킷 : 비스킷을 먹으면 키가 커집니다. 이 때, 이 커지는 키를 힘 에너지로 변환시켜주는 기계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힘이 세지죠. 키는 원래대로 돌아오고요.

- 먹으면 진실만을 말하는 사탕도 있고, 반대로 먹으면 엉터리말만 하게 되는 사탕도 발명했답니다. 나중에 이 사탕이 결정적으로 효능을 발휘합니다.

- 하늘을 나는 기차도 있어요. 이 기차는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동식 집인 셈이죠.

- 투명인간이 되는 모자 : 사람뿐 아니라 사물도 투명하게 만든답니다.

참 놀라운 발명을 많이 했죠? 이렇게 엄청난 발명가인데, 엄마랑 항상 다퉈요. 왜냐하면 엄마가 바라는 것은 아빠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오길 바라기 때문이죠. 게다가 아빠의 발명품은 위대한 발명품이고 틸라가 모험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만, 어른인 엄마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이처럼 신기한 발명품들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기차를 끌고 다른 곳으로 간 틸라는 그곳에서 친구들(펠릭스와 메를레 남매)을 사귀게 되고 신나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참, 이런 모험에는 츄비박이란 박쥐도 함께 합니다. 이 츄비박은 틸라 아빠가 발명한 비스킷을 먹고 엄청 커진 박쥐랍니다. 틸라가 타고 하늘을 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이런 내용들이 한없이 신나는 동심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틸라의 가출 이유가 부모님의 다툼이라고 했죠? 하지만, 그 다툼이 그리 심각한 것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 다툼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틸라의 신나는 모험이 시작됩니다. 물론, 가출은 권장할 행동은 아니죠. 그럼에도, 틸라의 가출이 전혀 걱정 되지 않으니 참 이상하죠? 틸라의 가출이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고 심정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빠가 틸라의 가출을 알고 있기도 하며, 뿐 아니라 자신의 거취가 정해진 후 곧장 부모님께 편지를 보내 알리고 여전히 부모님을 걱정하고 생각하는 그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오히려 틸라의 가출은 부모님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촉진제가 되고 있답니다.

동화속 틸라의 모험이 너무나도 신납니다. 어른의 못된 욕심에 희생당하고 있는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들을 구출해 내는 틸라의 모험은 멋지고요.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들은 마치 죄수처럼 살아가요. 자유를 빼앗긴 아이 가운데 도움의 요청을 보내고, 마침 틸라가 보게 되죠. 그럼으로 틸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들 구출작전을 펼치고요.

 

그런데, 못된 보육원의 방침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언제나 tv만 보고, 컴퓨터게임을 하고, 과자를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단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진 못해요. 못된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방법이죠. 혹, 오늘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통제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되네요.

 

이 책, 『틸라, 츄비박과 하늘을 나는 기차』는 재미와 감동이 있는 멋진 동화입니다. 틸라의 다음 모험도 기대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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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볼 높은 학년 동화 34
이현 지음, 최민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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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는 야구가 운명이다. 엄마와 아빠가 야구장에서 만났고, 프로야구 개막전 날 결혼식을 올렸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야구장을 들락거렸다. 사직구장은 동구에겐 태교의 장소였다. 그런 동구는 이제 야구선수다. 구천초 5학년 야구부원. 이제 곧 6학년이 되어, 야구부 주장을 맡는다. 투수에 4번 타자 한동구. 구천초 야구부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다. 그럼 장래가 촉망받는 야구선수냐고? 아니다. 구천초 야구부는 사실 별 볼일 없는 야구부다. 항상 지기만 하는 야구부. 그런 야구부에 새로운 감독님이 부임하시고, 야구가 운명인 한동구가 주장을 맡았으니, 구천초 야구부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꼴찌 탈출에 성공하고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이현 작가의 『플레이 볼』은 야구동화다. 그렇다고 단지 야구 경기 중계나, 경기 승패를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꼴찌인 구천초 야구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경기 중계도, 경기의 승패 결과도 이야기하게 된다(경기 중계 내용 가운데 작가의 실수가 발견되기도 하여 아쉬움을 남긴다. 6회말 5대 5 상황에서 볼넷으로 나간 주자가 도루에 성공하여 무사 2루가 되었다. 이 때 주인공이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때렸는데, 중견수에게 향한다. 아마도 중견수를 넘긴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주자는 주루 코치의 사인에 의해 2루로 달리지만 아깝게 아웃이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2루 주자는 당연히 홈에 들어 올 수 있다. 게다가 도루에 성공할 빠른 선수라면 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주자는 3루에 있다. 이 상황은 작가의 실수로 보인다. 1루 주자가 도루에 성공한 내용을 뺀다면 맞을 것 같다.). 이러한 야구 경기가 주는 스릴과 재미가 있다.

 

동화는 이런 재미를 넘어, 야구를 통해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삶 앞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야구에 쏟는 관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상처를 안고 성장하는 동생 민구의 일탈과 그로 인한 갈등과 상처, 치유의 과정 역시 그려내고 있다.

 

새로 부임하신 감독님은 거듭 반복한다.

“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고가 되어야 한다.”

 

이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보여준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에 합당한 결과도 끌어내야 한다. 어쩌면 결과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다.

 

한편 그런 접근과는 상반된 접근도 있다. 승리하는 법을 아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패배하는 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야구는 패배에 익숙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타자의 경우, 3할이 넘으면 우수한 선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3할이라고 한다면 10번 중 3번 안타를 친 것이다. 그러니 7번은 실패했다는 말이다.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다. 패배에 잘 대처하는 선수가 훌륭한 선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언제나 성공하는 인생이 되면 좋겠지만, 어찌 삶이 그리 녹녹하겠는가. 성공보다는 실패하고 좌절하고 넘어질 때가 더 많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실패 뒤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동화 속 주인공 동구는 자신이 뛰어난 야구선수 재목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를 보게 되고, 그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한다. 자신에게는 천재적 재능이 없음을 알게 된다. 뿐 더러, 날고 기는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중학교, 고등학교, 프로 선수가 될 확률은 점차 줄어든다. 프로 선수가 되어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확률. 그러니, 어쩌면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동구는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는다. 미래를 미리 예단하기보다는 오늘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다짐한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야구를 계속한 것을 후회하게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야구를 그만둔다면, 그건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182쪽)

엄마는 나더러 틀림없이 프로야구 선수가 될 거라고 한다. 아빠는 공연한 시간 낭비라며 지금이라도 야구부를 그만두라고 한다. 누가 맞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래를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려워 지금을 잃고 싶지는 않다.

메이저리그 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투수였던 호아킨 안두하르는 야구에 대해 딱 한마디를 남겼다.

“알 길이 없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내게도, 야구에게도.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야구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야구를.(183-5쪽)

 

야구 동화를 통해, 작가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최선을 다할뿐더러 최선을 넘어 최고가 되려 애써야 한다. 인생엔 결국 결과를 무시할 수 없기에. 한편으로는 승리만이 아닌 실패에 대처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 인생은 승리만 약속되어 있지 않기에. 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이란 ‘알 길이 없다.’ 무슨 일을 만나게 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렇기에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의 시간을 내가 사랑하는 일,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길 촉구한다.

 

『플레이 볼』, 야구를 통해 배우는 인생, 그리고 감동이 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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