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우리 할머니 ㅣ 햇살그림책 (봄볕) 4
제시카 셰퍼드 글.그림, 권규헌 옮김 / 봄볕 / 2015년 10월

오스카는 세상에서 할머니가 제일 좋답니다.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은 결코 지루하지 않고, 언제나 재미나거든요. 그런데, 할머니에게 치매라는 병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할머니는 자꾸 잊어버려요. 오스카의 생일까지도요. 게다가 할머니 혼자서는 못 하는 일들도 점점 많아지게 되었답니다. 할머니에게는 이제 할머니를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하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가족들 곁을 떠나 할머니처럼 보살핌이 필요한 분들을 따로 모아 보살펴주고 치료해 주는 집으로 이사를 했답니다. 요양원이라고 할 수 있죠. 오랜만에 오스카는 할머니를 만나러 그곳으로 갑니다. 과연 그곳에서의 할머니의 삶은 괜찮을까요?

이 그림책, 『우리 할머니』는 치매를 앓게 된 할머니에 대한 보살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우린 아직 가족 중 누군가를 요양원에 입원시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지 않습니다. 가족은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죠. 그래서 왠지 요양원에 부모님을 입원시키면, 불효자인 것처럼 여길 때도 있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오히려 요양이 부모님을 더 잘 돌볼 수 있거든요. 전문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고 있고요. 또한 그곳에서 같은 사정에 처한 분들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말이죠.

물론, 오늘 우리나라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노인병원들, 요양병원들에 부작용이 없진 않습니다. 또한 사명감을 가지고 잘 돌보는 것이 아닌, 그저 돈벌이로 이런 병원들을 시작하는 이들도 없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죠.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사랑으로 돌보는 요양병원들도 많답니다.

이 그림책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요양병원에 할머니가 계신 것이 할머니를 버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오히려 그곳 요양병원에서 할머니는 좋은 치료를 받고 계심을 이야기하고 있죠. 그러니, 이 책은 요양병원에 가족을 입원시키는 것의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오스카는 말하네요. 할머니는 어디에 계시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할머니라고 말이죠. 가족을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하는 일에 대한 우리의 사고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그런 그림책이네요.

대자연 속에서 찾아낸 멋진 생각들

대자연 속에서 찾아낸 멋진 생각들 ㅣ 우주와 자연 그리고 나
엘린 켈지 글, 김소연 작품, 강이경 옮김 / 머스트비 / 2015년 10월

솔직히 그림책인 『대자연 속에서 찾아낸 멋진 생각들』을 읽고 작가가 과연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생각했답니다. 그림책이 이렇게 어려워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이 이처럼 어려운 걸까 생각해보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그 해답이 있더라고요. 그림책이 어려운 것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읽어주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먼저, 부모가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줘야 할 내용들을 깨닫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살을 붙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라는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며 골치 아픈 일들, 수많은 문제들을 직면하게 됨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 앞에 굴복하지 말고, 해결해나가면 도리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마치 아무데나 찍찍 달라붙는 가시열매를 보고 벨크로를 생각해낸 것처럼 말이죠. 문제를 통해 오히려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작가의 표현대로 말한다면, “문 바로 뒤에 아주 멋진 생각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럼, 우리를 괴롭히는 골칫거리 문제들 앞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위해서 작가는 동물들을 보고 배우라는 겁니다. 동물들이 우리 인간들을 보고 배운다면, 우리 역시 동물들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동물들을 통해 배운 문제 해결의 방법들은 다음과 같답니다.

- 잠시 하던 일(문젯거리)을 내려놓고 생각해보라.

- 골칫거리를 그냥 훌쩍 뛰어넘어라. 마치 긴팔원숭이가 나무사이를 훌쩍 뛰어넘듯이.

- 그냥 하고 또 해 볼 것. 그러다보면 방법이 나올 수도.

- 내 문제를 도와줄 친구나 가족을 찾을 것.

- 삶의 방향을 정할 것. 쇠똥구리가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며 방향을 정하듯이.

이처럼 이 그림책은 우리 앞에 있는 수많은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들을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제시해주고 있네요. 재미난 것은 이런 방법들 외에도 남을 속이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흉내문어는 바다뱀인 척하며 다른 물고기들을 속임으로 문제를 해결한데요. 물론, 이런 문제해결은 주의가 필요하겠네요. 악의적 의도를 품고 남을 속이라는 말로 오해하면 안 될 테니 말이죠.

우리 앞에 놓은 수많은 문제들, 골칫거리들 앞에 이런 다양한 방법으로 적절한 답을 찾아감으로, 문제 뒤편에 있는 또 다른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는 축복이 있길 소망해 봅니다.

내 꼬리 어딨지?

내 꼬리 어딨지?
마이클 그레니엣 글.그림, 최용환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9월

언제나 행복한 개구리 하하하는 오늘은 행복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다들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만 꼬리가 없거든요. 꼬리를 갖고 싶은 하하하는 이제 꼬리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과연 하하하는 꼬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처음 이 그림책을 읽고, 솔직히 이게 뭐야? 했답니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걸까? 싶었어요(사실 많은 어린이 그림책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 지 잘 모를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책은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른들은 자꾸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을 하며, 여기에만 익숙해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이 이야기 속에서의 하하하의 모습을 보며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왜냐하면, 개구리가 꼬리를 갖으려 한다는 것은 다시 올챙이 시절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이를 퇴보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퇴보가 아니잖아요. 오늘 우리가 어른임에도 여전히 동심을 갈망하며,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잖아요. 그래서 아~ 이 그림책은 작가의 의도가 어디에 있던, 나에게 이런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우리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이리저리 재보지 않고 그저 마음 따라 행동하죠. 어른들이 볼 때는 ‘왜 저러는지 몰라’ 싶을지라도, 아이들에게 있어서 그 순간은 논리를 생각하는 시간이 아닌 행복을 찾는 시간이잖아요. 이런 마음으로 하하하를 바라보니, 하하하의 꼬리를 찾는 이야기는 결국 동심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느껴지네요.

하지만, 아무도 하하하에게 꼬리를 주지 않는답니다. 아니 줄 수 없죠. 왜냐하면 그 꼬리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것이거든요. 설령 하하하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자신만의 꼬리니까요. 게다가 떼어 줄 수 있다 할지언정, 하하하에게 맞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니, 어쩌면 이 그림책은 자신만의 뭔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아닐까요?

이야기의 마지막에 하하하는 도마뱀의 끊어진 꼬리를 침을 발라 붙인답니다. 그리곤 마냥 행복해하죠. 이제 자신에게 필요 없는 끊어진 꼬리를 하하하에게 양보하는 도마뱀도 멋지지만, 그 꼬리를 침으로 붙이는 모습도 참 재미나네요. 어린 시절, 아카시아 가시나 장미 가시를 떼어내 콧잔등에 붙이고 좋아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어찌 되었든 하하하가 다시 행복할 수 있어 다행이네요. 우리도 날마다 자신만의 꼬리를 찾아 붙여 봐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거리에 핀 꽃

거리에 핀 꽃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74
존아노 로슨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8월

『거리에 핀 꽃』은 글이 단 한 글자도 없는 그림책입니다. 글이 없음에도 그 메시지는 명확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네요. 처음 시작은 한 꼬마 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장면에서 색깔이 있는 것은 오직 꼬마 아이뿐입니다. 빨간색이 돋보이죠. 그러니 거리는 칙칙하고, 우울하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 거리에서 아이는 거리의 꽃들을 하나하나 모으게 됩니다. 전신주 아래 핀 민들레를 처음 꺾게 됩니다. 그림책 속의 꽃들은 언제나 예쁜 색으로 그려져 있답니다. 그리고 아이가 꽃의 향기를 맡는 순간 거리는 조금씩 색을 찾기도 합니다.

꽃을 하나씩 모은 아이는 이 꽃들을 다른 이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거리에 떨어져 죽어있는 새에게 꽃을 바치기도 하고, 공원 벤치에 누워 잠든 신사에게도 꽃을 꽂아주네요. 반갑게 악수하는 개의 목걸이에도, 엄마에게도, 동생들에게도 말이죠.

이렇게 한 아이의 꽃을 모으고, 전해주는 과정을 통해, 거리는 점차 아름다운 색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이 책은 한 작은 아이의 위로와 사랑, 그리고 관심이 세상을 아름답게 칠하게 됨을 보여주고 있네요. 비록 회색빛의 암울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한 사람의 관심, 한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위로, 한 사람의 작은 사랑의 손길로 세상은 변하게 되네요. 작은 아이의 사랑과 관심이 꽃향기가 되어 주변으로 퍼져나가게 되는 거죠. 참 아름다운 그림책이네요.

오늘 우리에게도 이 아이처럼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향기를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 나아가 내 안의 향기가 다른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무리 암울하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을지라도, 나 한 사람의 작은 손짓, 작은 향기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길 소망해 보게 됩니다.

줄의 끝에서

줄의 끝에서 - 제2회 나미콩쿠르 대상 수상작
마르셀로 피멘틀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5년 9월

이 책, 『줄의 끝에서』는 글이 단 한 자도 없는 순수한 그림책이랍니다. 숲속 마을에서 일어난 동물들의 이야기인데요. 작가의 글을 보니, 그 장소적 배경은 브라질 숲인데, 브라질의 요정 가운데는 ‘쿠루피라’라는 요정이 있다고 하네요. 이 요정은 동물들에게 근사한 무늬와 색깔을 입혀 준다고 하네요. 문득, 『팅커벨』 애니메이션에서 요정들이 곤충들에게 예쁜 무늬를 칠해주며, 봄을 준비하는 모습이 떠오르는 그런 내용이랍니다.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이게 과연 무슨 뜻일까? 의아해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책 표지 안쪽을 보면, 책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적혀 있답니다. 그러니, 책 표지 날개를 열어 그 안쪽을 꼭!!! 들여다봐야 한답니다.

숲 속 마을 친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답니다. 표지부터 시작하여 동물들은 길게 한 쪽 방향으로 줄을 서 있네요. 책장을 넘기며 자연스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따라가 보게 된답니다. 이렇게 줄을 선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질서나 기다림 등을 이야기 할 수 있겠네요.

아무튼 이렇게 줄을 서 기다리던 줄의 끝에는 어떤 한 사람이 예쁜 나무 아래 앉아 있답니다. 이 사람이 바로 ‘쿠루피라’ 요정인가 봐요. 이 요정은 열심히 동물들에게 색을 칠한답니다. 거북이가 자신의 등을 요정에게 내미네요. 그리곤 요정을 통해, 예쁜 모양을 갖게 된답니다. 이처럼 예쁜 요정이 오늘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들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색칠해 주고 있는 건 아닐까요? 기다림과 앞으로 나아감이 결국엔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색칠해 준다는 것을 아이들과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고요.

이제 이렇게 예쁘게 색칠을 한 동물들은 여전히 한 줄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네요. 그리고 그 줄의 끝에는 거울이 있답니다. 동물들은 모두 그 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행복해 하죠. 설명은 이 부분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부분이라고 설명하네요.

맞아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겠죠. 우리의 예쁜 아이들도 인생이라는 줄을 서서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에게 맞는 색깔의 예쁜 인생의 옷을 입을 수 있겠죠. 그 순간을 기대하며 기다려봅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답니다. 갑자기 비가 와서 예쁜 무늬가 모두 지워져 버리네요. 이는 인생에서 맞게 되는 시련을 상징하네요. 우리 역시 이런 시련들을 반드시 겪게 마련이죠. 우리의 예쁜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요. 물론 부모의 바람은 그런 시련이 아이들의 인생에 없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더 큰 소망은 그런 시련 앞에 우리 아이들이 힘차게 견뎌내며, 결국엔 이겨내는 거랍니다. 비록 예쁜 삶의 무늬들이 지워진다 할지라도 다시 줄의 끝에 설 수 있는 그런 용기와 도전이 필요하죠. 그런 부모님의 바람, 소망, 기도를 아이들에게 그림으로 들려주면 참 좋을 그런 책이네요.

글이 없기에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그림책이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걸어가는 인생의 줄 끝에서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더 기쁜 삶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