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스텔라 특서 청소년문학 15
유니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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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태어났을까?

무슨 특별한 사명이라도 있는 걸까?

p.28

아빠의 외도로 외할머니 집에 엄마, 오빠와 함께 살게 된 수민이는 맘 터놓고 지내는 이 하나 없는 열네 살 소녀이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왔던 수민이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그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깨닫게 되고, 본인이 왜 태어났는지 무슨 특별한 사명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지 수준의 한 아저씨가 하숙할 곳을 찾다 수민이네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아저씨 닝구씨를 통해 수민이가 어떻게 위로받고 성장해나가게 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성장소설 <내 이름은 스텔라>이다.



너는 참 특별한 아이야!

p.27

특별하다는 말은 중독성이 있었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엄마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만으로도 '특별한'이란 말에는 '특별히 좋은', '특별히 중요한',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이란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27

열한 살 어느 날, 수민이는 책을 읽다가 '별'을 뜻하는 '스텔라'라는 이름과 마주하게 된다. 그 이름이 꼭 '내가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여전히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거 같았던 수민이는 '스텔라'라는 이름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이 운명을 엄마에게 달려가 말하지만 엄마는 "뭐 어쩌라고, 네 이름이 뭐! 네 이름은 수민이잖아!"라며 차가운 목소리로 짜증을 내며 등을 보이며 돌아앉는다. 너는 참 특별한 아이라고, 내 딸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냐고... 너 때문이라도 늙지 말아야겠다며 수민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부둥켜안고 뽀뽀를 하던 엄마는 어디로 간 것일까?



자신에게는 마음을 읽어내는 더듬이가 있다고 생각하며 상상력을 펼치고 자신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던 수민이는 식구들의 냉대에 그리고 제대로 된 소통 없는 친구들 사이에서 점점 지쳐가다 특별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다짐한다.

드디어 나는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찾았다. 그건 행인 1, 혹은 행인 2 같은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역할이었다. 내 얼굴에 잘 맞는 가면을 구한 것 같았다. 학생 1, 혹은 학생 2. 혹은 학생 14.

p.53

사실 나는 혼자 않는 게 정말 좋다. 그때만큼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다른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버스에서 혼자 않는다는 것은 버림받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찌질이를 의미한다.

p.77

정밀 진심이야.

게다가 넌 받아야 할 칭찬이

많이 밀려 있는 것 같아서…….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잖아.

그건 사과도 마찬가지지.

p.88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려고 애쓰는 수민이에게 닝구씨가 나타나며 전환점을 맞는다. 할머니의 집안일도 도와주고, 엄마가 속상해할까 봐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 언니에게 몰래 문도 열어주고 머릿속에는 재미있는 생각들이 가득하다며 수민이와 함께 지내는 사람들은 참 행복할 거라고 칭찬을 해주는 닝구씨, 그러면서 수민이에게 오른쪽 뇌에 별이 박혀 있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해준다. 행복을 느끼는 것도 마음의 일이고 우리를 병들게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게 하는 것도 마음의 일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건 특별한 재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재능 덕분에 그들에겐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사명이 주어졌다고 수민이를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용기를 준다.

사람들은 칭찬과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꾸 잊어버리나 봐. 돈을 꾸고 갚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마음에 진 빚은 왜 하찮게 생각하는 걸까? 사실은 그게 더 중요한데…… 그치?

p.89

수민이는 자신에게 아빠가 떠난 자리를 채워주고 자신의 유일한 편이었으며 자신을 아무도 몰라줄 때에 자신을 알아봐 준 유일한 친구였던 닝구씨를 만나고 난 후 '특별한'이라는 말에 '특별히 중요한'이란 뜻과 함께 '특별히 고마운'이란 뜻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게 된다. 꼭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는 방황 속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너 또한 빛나는 별 같은 존재'라고 수민이가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거 같다.

가정과 학교에서 외면받고 상처받으며 마음이 병든 친구들에게 네 주위에 내가 있다고 힘을 내라고 건네는 따뜻한 이 한마디와 작은 관심이 그 사람에게 빛을 밝힐 수 있는 용기가 될 수도 있다. 수민이와 닝구씨의 관계를 보며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었다. 닝구씨처럼 나 또한 그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별이 있고 우리 모두 소명을 가지고 있다. 그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희들에게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물론 또래 친구도 좋지만 그것보다 어른 친구들. 나만 해도 어른 친구가 많았어. 고모부, 이모들, 동네 어른들, 마을 형들, 실제로 그분들한테 부모나 형제들보다 더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어. 근데 요즘은 가족이 해체되어 사회적인 멘토는 차고 넘쳐도, 진짜 속마음 털어놓을 어른 친구는 없어. 그러니 또래 친구들한테 왕따만 당하면 세상이 끝나는 거야. 나는 제발 어른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이모나 고모여도 상관없고, 사촌 누나나 형들, 혹은 선생님이어도 상관없어. 그것은 반려동물하고는 전혀 달라. 그런 어른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 달라고 하면서, 세상을 배우고, 아쉬움을 달래고, 그렇게 숨 쉬는 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내 이름은 스텔라> 추천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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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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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인간 따윈 그만두고

로봇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로봇은 남자 여자 구별 없이 그냥 로봇일 뿐이니까

p.22

<적어도 두 번>은 김멜라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각양각색의 짙은 매력을 품고 있는 일곱 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첫 편부터 인터섹스라는 생소한 주제로 나를 이끌던 이 책을 다 읽었을 땐 인간의 바닥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읽던 소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이었던 <적어도 두 번>은 정말 나에게 생소한 경험을 하게 만들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조차도 기분이 묘한 만큼 강렬한 책이다.



<적어도 두 번>의 차례를 보며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유추해보다가 해설이 있는 걸 보고 '아... 이 책 어렵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난해하거나 어려운 책들엔 꼭 해설이 함께 있는 거 같은 느낌적 느낌?!... 미리 겁먹고 읽기 시작한다.




<적어도 두 번>의 첫 번째 이야기 [호르몬을 춰줘요]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IS(인터섹스)로 태어난 구도림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매해 태어나는 아기 1,000명 중 2명은 인터섹스고 우리나라 47만 명의 아기 중에 적어도 799명이 주인공과 같은 인터섹스라고 한다. 사춘기가 되면서 튀어나온 버섯으로 인해 자신의 성을 결정해야 했던 도림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대답해 줄 사람을 찾아 이태원으로 간다. 과연 내가 구도림처럼 인터섹스로 태어났다면 어떤 성을 선택했을까?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선택하기 힘든 문제이다.

난 물어볼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p.32


[적어도 두 번]은 레즈비언 여성인 '나'가 시각장애인 이테에게 성적 접촉을 하고 유파고에게 그 사건의 과정을 설명하는 구조로 쓰여진 글이다. 정말 '나'가 말하듯 이테가 직접 행한 자위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읽는 나의 입장에서는 범죄자의 변명처럼 들려왔다. 추한 행위를 이 말 저말 끌어다 그럴듯하게 포장해나가는 듯했던 설명들 정말 '나'가 말한 상황들이 사실일까?



'나'는 묻는다. 유파고는 여자의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고... 만약 딸이 있다면 유파고가 딸을 목욕시킬 때 딸의 몸을 얼마나 알고 있냐고... 딸의 클리토리스를 알고 있냐고... 그리고 읽는 사람이 불편할까 봐 자위는 지위로 클리토리스는 클리토리'우'스로 바꾸어 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겐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더 불편했고 읽을수록 작가가 뭘 이야기하고자 한 거지?!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들었던 두 번째 이야기였다.

[물질계]는 아홉 살부터 집안을 말아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커온 '나'는 그 저주를 피해 물리법칙 세계로 발을 들이지만 논문조차 끝내지 못한 조교로 살아간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산다는 말이 맞는 듯한 여성학자로서의 '나'의 삶은 어느 날 '레즈비언 사주팔자'라고 쓰인 전단지를 보게 되고 그로 인해 레사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레사는 사주팔자 명리학은 자기에게 적용하는 성찰이고 수양이지, 남에게 악담을 퍼붓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면, 그게 모여 사주팔자가 된다고.

p.125


[모여 있는 녹색 점]은 친구인 미아가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후 불면증에 시달리는 해연을 남편 강투의 시점에서 풀어놓은 이야기이다. 사귀는 남자친구의 이름을 붙인 물고기를 키우고, 기복이 심한 미아는 해연과 맞는 거 하나 없는 거 같은데 절친인 거 보면 신기하다고 생각해왔던 강투였다. 그런데 그 사고 이후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해연을 보며 둘 사이의 감정이 무엇이었을지 되돌아본다.




[에콜]은 조직을 원하고 조직 문화를 신뢰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해 해마다 시험을 치루지만 매번 탈락하는 수험생 '나'가 주인공이다. '나'가 사는 집의 옆집 여자의 전화 통화의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그 여자의 사생활과 직업을 알게 된다. 매번 "있어요?"라고 묻는 초조한 옆집 여자의 목소리에 "있어요. 여기 사람 있어요."라고 대답하고 싶어진다는 '나'처럼 나도 모르게 함께 대답해지고 싶어진다.

[스프링클러]는 스프링클러 감열체를 수리하던 세방은 본인이 점검했던 곳에서 연달아 화재가 일어나자 일을 그만두게 된다. 만약 본인의 퇴직금이 바닥나지 않았다면 형 세준에게 엄마의 사망보험금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엄마의 사망보험금의 수령 기간이 끝나가자 형을 찾아 후쿠시마로 가게 되었던 세방은 지진 속에서 돌아가신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 한다.

[홍이]는 '홍이'라는 이름을 물러 받은 동물들이 하나씩 차례대로 잡아먹히게 된 사건을 풀어 놓았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중경은 보신탕을 먹는 선배들 속에서 구역질을 참아가며 백숙을 먹는다. 사촌 '홍이'는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 사체를 전시해놓는 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고통받는 개 짖는 소리에 고통받으면서 삼촌은 술에 의존해 지낸다. 가족의 부양을 위해서라면 폭력을 수행하면서도 감내해야 한다는 삼촌의 당위가 아들 홍이에게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난 예쁜 애들만 골라 죽였어. 몸에 흉터가 있거나 못생긴 애들은 그냥 풀어줬어. 예쁜 애들을 죽여야 사람들이 더 끔찍해하니까.

p.239




<죽어도 두 번>은 김멜라 작가가 본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한번 설명해보려고 한 시도들이라고 한다. 각자의 색이 강하게 담겨 있던 일곱 단 편의 이야기 어느 것 하나 나에겐 쉬운 게 없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설 부분도 읽어가며 '아.. 여기선 이 부분을 설명하고자 했구나'하며 책에 한 발자국 다가가 본다. 그런데도 아직 낯설고 생소한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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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새기는 글자, 직지 - 제1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문학의 즐거움 59
조경희 지음 / 개암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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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마음으로 새기는 글자, 직지>는 '고려 우왕 3년(1377) 청주에 있는 흥덕사에서 석찬과 달잠이 만들고 묘덕이 시주하다'라는 '직지' 마지막 장에 있는 한 문장을 씨앗 삼아 아이들이 문학 작품으로나마 '직지'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진 책이다.



이 세상이 저 하늘처럼 높고 낮음도,

위아래도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유

p.9

문둥병으로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뒤이어 누이마저 문둥병에 걸려 만복이는 누이와 함께 마을에서 쫓겨난다. 마을을 벗어나 산속을 걷다 쓰러진 누이를 만복이가 들쳐 업고 저만치 보이는 마을로 가보지만 이 집 저 집 다 송장 치를 일 없다며 받아주는 곳 한 곳 없다. 그러다 들려온 종소리. 그 종소리를 쫓아가다 절 한 채를 발견하게 되고 그곳으로 들어간다. 누이를 업고 뛰느라 지쳤던 만복이는 탈진해 쓰러져 누이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게 된다. 갈 곳이 없었던 만복이는 백운 스님이 지어준 '달잠'이라는 법명으로 동자승이 된다.

저 냇물에 마음을 흘려 보내어라.

마음을 떠나보내어라.

인생의 모든 고난과 역정, 이별의 아픔도…….

한때 스치는 바람과 같으니라.

p.35

그냥 두어라. 눈에 보이는 것이 바로 부처이니라.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똑바로 보고 똑바로 듣고 똑바로 느끼도록 해라.

p.54

사람이 가지고 싶은 것을 어찌 다 가질 수 있겠느냐? <중략> 이별의 정도 정이니라. 함께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헤어지고 나면 그리워지는 법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이별의 정이 더 깊을 수도 있느리라.

p.91

쇠로……, 글자를 만든다면!

누야가 가지고 싶어 하던 불경을

천 권이고 만 권이고, 끝없이

찍어 낼 수 있을 거야.

p.98

그러던 어느 날, 만복이는 부처님의 온몸을 들기름을 묻힌 헝겊으로 닦다 부처님의 손가락이 헝겊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걸 보고 머릿속이 환해지며 쇠로 글자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마음을 알게 된 묘덕 스님이 만복이에게 글자를 알려주게 되고 점차 쇠 글자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는 만복이를 세상에 나가 구경을 하며 얻고자 하는 것을 깨달아 오라고 한다.



저잣거리에서 만복이의 전대를 훔치다 만복이와 인연이 된 장쇠는 할아버지가 하는 대장간으로 만복이를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쇠 글자를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 만복이... 과연 절로 돌아간 만복이는 묘덕 스님과 석찬 스님과 함께 금속 활자본 '직지'를 완성할 수 있을까?






'직지'는 현재 존재하는 금속 활자로 인쇄한 책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백운 화상이 석가모니를 비롯한 지위가 높은 승려들의 가르침이 담긴 말씀을 간추려 상권, 하권으로 엮은 책이다. 하지만 상권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하권만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9월 4일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직지'를 우리나라에서도 볼 날이 올까?!



책을 읽으면서 만복이가 금속 활자를 만드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보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이 마음을 아셨는지 책 뒤편에 사진으로 자세히 금속 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나와있어 좋았다. 4학년 때 본인들의 이름을 금속 활자로 만들어보는 수업에 참여를 해본 적이 있었던 둥이들,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게 읽기도 했던 책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서 일까?! 다시 만들어 보고 싶다고 ㅎㅎㅎ 나도 나만의 도장을 금속 활자로 만들어 보고 싶다. 이렇게 '직지'가 우리 마음속에서 복원되어 후손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길...^^



세상 어디에도 없는

쇠 글자입니다.

천년만년…….

썩지도 닳지도 않고, 물에 젖지도

불에 타지도 않을 변함없는 글자입니다.

영원한 글자입니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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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새는 밤에 난다 반올림 48
신세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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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새는 밤에 난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코끼리새?! 코끼리새가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검색을 해봤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살았던 키가 3미터, 몸무게가 600킬로그램으로 지구에서 가장 큰 새이고 무거운 새로 날지 못하는 새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코끼리새의 알은 타조의 알보다 훨씬 컸으며 천적이 없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 못해 결국은 사람과의 생존경쟁에서 밀려 멸종했단다. 이렇게 독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과학탐구영역을 청소년의 외모, 이성, 성적 등의 일상적인 고민과 문제에 자연스럽게 녹인 청소년 창작 도서로, 정말 주옥같은 여섯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세은 작가의 단편집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이다. 처음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 제목이 이제는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안녕, 케플러',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로 지내다 연인이 된 남자친구 도영이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과생 문학소년 도영이는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 동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않아 한참을 케플러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다 윤아에게 케플러의 법칙에 근거하여 별도 좋고 케플러도 좋지만 그들보다 윤아 네가 더 좋다고 사랑고백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해왔던 단짝 친구이자 지금은 남자친구였던 도영이의 죽음을 윤아가 극복해나가며 일상을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케플러에 빗대어 설명하고 위로받는 이야기 '안녕, 케플러' 나도 함께 위로받고 성장한 기분이다.

우주망원경 케플러,

임무를 다하고 잠들다.

p.30

이도영, 내 남자친구. 언제나 열일곱으로 남아 있을 아이.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를 이곳에 매어 놓지도 않을 거야. 네가 꿈꾸던 별들 속에서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p.31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의 두 번째 이야기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는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물 선생님의 잡담에서 시작된 '코끼리새'의 이야기가 커다란 몸집과 자그마한 눈을 가진 주은이에게 별명으로 붙여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끼리새'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주은이는 입맛이 점점 없어지고 먹는 양도 줄어만 간다. 그러다 인터넷 검색창에 '코끼리새'를 검색해보게 되고 하나의 짧은 글을 보게 된다.

하지만 코끼리새는 노력했을지 모른다. 어느새 커진 몸을 띄우기 위해.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티내지 않았지만. 누구도 보지 않는 어두운 밤이 되면 날기 위해 애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땅에서 아주 조금 떠올랐을지 모른다.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날을 꿈꾸었을지 모른다. 나중에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 자기를 쫓는 인간을 피해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했을지 모른다. 그 속도가 더뎌 결국 인간에게 멸종당했지만.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 나도 그렇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만 자유로워진다. 하지만 이제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도 자유로워지고 싶다. 내가 나를 지킬 것이다.

p.39~40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은 신경 쓰지 않고 정말 별생각 없이, 그들에게는 큰 악의 없는 농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은이는 '코끼리새'라는 별명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었지만 '코끼리새'의 존재 덕분에 위로받고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외모에 한참 예민할 나이인 청소년들에게 신세은 작가만의 방법으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이야기이면서도, 내 기억 속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아무리 외모로 평가하지 말자고 수없이 외쳐도 아직까지 외모에 대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슈화되어 나온다. 외모에 대한 언급은 곧 남에게 본인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게 만든다. 외적인 요소보다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굳은 날개를

다시 움직여볼 생각이다.

날 수 있을 때까지

p.49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의 세 번째 이야기 '어깨걸이극락조와 함께 춤을!'은 십 대들의 고민 '이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대방의 마음은 배려하지 않고 나의 마음에만 취해 공개 고백을 하게 된 민우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혼자의 힘으로 구애의 춤을 추고 암컷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혼자 그 슬픔을 감당해 내는 '어깨걸이극락조'에 빗대어 풀어놓았다. 고백이란 상대를 살피고 배려하면서 다른 겉치레 없이 그저 자신만의 힘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우는 자신을 돌아보며 상대에게 사과를 한다. 잘못된걸 알았다고 해서 그 누구나 사과를 할 수 있는건 아니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한 민우의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너라면 알 거야.

알 수 있을 거야.

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것이 숨어 있는지.

사람은 절대 단정 지을 수 없는

신비의 세계라는걸…….

p.82

수학천재 동생을 둔 평범한 십대가 겪는 열등감과 외로움에 대한 네 번째 이야기 "0.99와 1 사이"에서는 수학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게 인상 깊다. 잠깐의 방황인듯 한 여행길에 어린 아이를 돌보게 되며 작은 생명의 따스함에 위로를 받으며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던 나! 동생하고 너는 서로 다르니깐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응원해주고 싶다.

그러다 문득 내가 동생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그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 동생 역시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99와 1이 가까워지려면 0.99가 1로 향하는 수밖에 없다. 수학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0.99가 무한대로 이어진다면 결국 1과 만난다는 것을 누군가 증명했다. 그 증명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은 것이다.

p.99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붉은 해는 이제 완전히 바다 위로 떠올랐다. 눈이 부시도록 밝고 따뜻한 빛이 세상을 비추었다. 푸른 바다는 넘실대며 그 빛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그 바다를 보며 나는 조용히 혼자말을 했다. "응. 그래도 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p.101

그리고 다섯 번째 이야기 '힘과 중력, 한밤의 드라이브'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십대의 마음을 힘과 중력에 관한 뉴턴의 법칙으로 풀어놓았다. 마지막 '고만고만한 사랑과 진로의 상관관계에 대하여'는 십 대들의 성적, 입시, 대학 서열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된다. 청소년, 어쩌면 아주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성인이라고 하기에도 어정쩡한 나이이면서도 외부환경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닐까? 부모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우정, 성적에 좌지우지되는 대학, 그리고 이성에 관한 관심과 설렘 등 자신들만의 고민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청소년들의 일상에서의 고민을 과학탐구영역에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잘 녹아 놓았다. 그리고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책을 다 읽고 둥이들에게 어떤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으니 나와 같은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코끼리새가 날기 위해 밤에 연습했을 모습이 계속 떠오르면서 해가 떠 있는 동안에도 자유로워지고 싶다던 글귀가 내 마음을 두드렸다. '내가 나를 지킬 것이다'라는 글처럼 자신만의 우주를 찾아 자신을 지킬 힘을 키워나가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따뜻함과 위로를 건네주었던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가 책 뒤표지에 있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청소년 과학탐구영역'이라는 글자로 인해 청소년들이 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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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 이시형 박사가 권하는 자연명상
이시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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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산이 너무 흔해서

산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은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이시형 박사가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연 속에서 '잠시 멈춤'을 권하는 자연명상치유 처방전 에세이이다. 쉼 없이 일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누구의 간섭도 압력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생각을 천천히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직 목표만을 향해 '빨리'를 외치며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의 시간을 무시한 채 지구를 못살게 굴고 있다. 우리에게도 자연에게도 '쉼'이 필요하다.



지구상엔 징그러운 놈도 있고, 범처럼 무서운 맹수도 있고, 파리처럼 귀찮은 놈도 있습니다.

……

이것들이 싫다고 '넌 안되겠어'하고 사람 마음대로 생각해도 괜찮은 건가요? 해충, 이충이란 말을 쓰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이 모두가 인간 중심에서 비롯된 논리입니다. 이 지구상엔 인간이라는 종만이 살고 있진 않은데……. 위험하고 오만방자한 인간 중심의 생각이 빚은 불행입니다.

p.64

코로나로 인해 많은 제약들이 생겨 예전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특히 잠깐의 외출에 보이는 꽃들과 파란 하늘을 볼 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인간인 나도 이러한데 이 지구상에 사는 다른 종들은 오죽하겠는가? 코로나로 인해 베네치아 운하가 중단되자 물고기, 백조, 돌고래 등이 출몰했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브라질의 한 해변에서는 멸종 위기의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알을 낳기 위해 돌아왔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인간 활동이 뜸해지면서 야생동물들이 다시 나타나고 위성 사진에서는 세계 곳곳의 대기오염도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오직 인간만이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하면서 자연에게 돌려주는 것이 없다.


그대는 알고 있는가?

그대와 나, 우리 모두가 같은 지구상에서

같은 숨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에 의해 우리는 서로가 하나인 것을

p.64

짐승들이 없는 곳에서 인간은 무엇이겠습니까?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에게도 일어납니다. 당신의 잠자리를 계속 오염시키면 당신은 쓰레기 더미 속에 숨이 막힐 것입니다. 역시 시애틀 추장이 남긴 경고의 한 구절입니다.

p.86




자연과 함께 사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사전엔 잡초란 이름의 풀은 없습니다. 우리가 하찮고 귀찮다고 뽑아내버리는 잡초에게도 아름다운 이름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p.130



자연의 질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갑니다. 겨울은 겨울스럽게, 여름은 여름스럽게. 유독 이 말이 계속 맴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더운 여름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에서 겨울처럼, 추운 겨울에는 보일러와 히터 등을 이용해 여름처럼 보내고 있다. 계절마다 계절의 특성에 따라 계절스럽게 살아야 건강은 물론 삶의 멋을 느낄 수 있다고 이시형 박사는 말한다. 여름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안에서 지내다 보면 땀샘이 할 일이 없어지고 퇴화해버린다. 땀샘이 제 기능을 못하니 나중에 열을 식힐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과학 발전으로 인해 편이, 쾌적, 효율이 늘어났지만 그로 인한 역기능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문제를 가져왔다고 한다. 한 블록조차 걷지 않고 계단은 텅 빈 채 에스컬레이터엔 긴 줄이 늘어선다. 이러한 과학문명의 폐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자 생각한 이시형 박사는 안테나가 없어 휴대 전화가 터지지 않고 TV, 비디오, 라디오 일체의 문명이 만드는 정신적인 소음까지 차단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산골에 은거지를 두고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 어디인가요? 아이들과 가보고 싶습니다. 오직 자연만 있는 그곳으로 가고 싶어요.)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는 순간 절로 차분하고 평화로워진다. 그저 누구와 경쟁하듯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닌 그냥 보고 듣고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이 주는 치유를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기 시작한다. 평소 무심코 지나쳐버린 소중한 것들을 새삼 느끼며 자연이 주는 기운을 받아 도심에서 지친 우리의 심신을 치유한다.

더없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던 때에 만나 더 반가웠던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읽으면서도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예전에는 그저 여기저기 체험하고 배우러 다니기 바빴다면 요즘은 탁 트인 자연 속에서 그저 멍~하니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자연이 주는 힐링을 찾고 있었나 보다. 이시형 박사가 권하는 자연명상, 천천히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면서 자연과 교감하며 산속을 걸어보자.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는 동안

마음은 차분하고 평화로워집니다.

산행은 명상이며,

산은 위대한 자연치유자입니다.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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