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사무실에 들어오셨습니다 - 밀레니얼이 어려운 X세대를 위한 코칭 수업
김현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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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어려운

X세대를 위한 코칭 수업

젊은 인력이 기업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탈한다는 소식이 들려올때면 '왜?'라는 의문이 생긴다.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젊은 인력이 머물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든만큼 중요한 젊은 인력, 그들은 왜 오래 머물지 않는것일까? 작가가 현장에서 세대차이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하기위해 노력했던 정보가 담긴 <90년생이 사무실에 오셨습니다>를 읽다보면 무엇이 그들을 이탈하게 만들었는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지금의 40대를 일컫는 X세대와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을 가리키는 밀레니얼, 즉 Y세대. Y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X세대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점에서 Y세대와 다른지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적응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작가가 동기부여 전문가인 만큼 이 책에는 'X세대를 위한 Y세대 이해법'과 '동기를 유발하는 법'을 중심으로 담겨있다.




90년생이 사무실에 들어오셨습니다 / 김현정 / 자음과모음

밀레니얼은 조직에서 갈등이 생기면 오래 견디지 않는다. 이들은 '집단 대 개인'의 갈등에서 스스럼없이 개인을 선택한다. 칼퇴근이 당연하며, 혼밥이 익숙하고, 집을 사주는-이제 조직생활은 집을 사주지 못한다- 부모나 복지제도가 있으니 굳이 힘들게 버틸 이유가 없다. 직장 생활에 어려움이 있으면 싸우지 않고 '그냥' 나가버린다. '공동체의 성장'보다 '개인의 성공'이 먼저이기때문에 회사에서 자신의 성취와 보상이 기대와 다를 때면 길게 고민하지 않고 사표를 낸다.

p.9

외식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신랑 가게의 직원들이 짧은 시기에 수없이 바뀌는걸 바로 옆에서 지켜봐왔던 나로써는 공감 백만개를 외치며 읽었던 부분이다. 조금만 힘들어도 버티려고 하기보다는 그만두기를 선택하는 직원들로 인해 사람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던 신랑이 생각났다. 정말 왜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나가는건지 궁금했다. 그 이유를 <90년생이 사무실에 들어오셨습니다>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두 세대의 출생시기와 사회적 특징, 대형 사고를 보다보면 그들뿐만아니라 X세대도 알수있게 되어 공존하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X세대는 개발도상국에서, Y세대는 선진국에서 태어났다. X세대의 부모는 전쟁 통이나 전쟁 직후에 태어난 세대로 전쟁과 가난을 직접 껶었던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한 전문가는 Y세대가 그 이전 세대와 다른 이유가 부모의 양육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X세대는 학교에 다니며 많은 활동을 했다. 학교 청소도 학생들이 다했고 복도, 화장실, 껌을 떼는 청소까지 했다. 그런데 Y세대는 자기들이 머무르는 교실 공간만 청소했다. 나머지 공간은 '나이 든' 분들이하고 어쩌다 노동력이 더 필요하면 부모가 와서 그 노동을 한다. X세대가 살아가던 시대의 큰 대형사고로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가 있고 Y세대는 월드컵,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있다. X세대와 Y세대가 경험한 대한민국은 이렇게 다르다. X세대는 가난하게 태어나 점점 부자가 되는 것을 경험한 자수성가를 한 세대이고, Y세대는 중산층 가정에 태어났지만 부침이 심하게 자라고 성인이 되어서는 아버지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된것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교육부 초대 장관인 이해찬 장관의 수많은 교육 개혁을 통해 수학능력시험을 바탕으로 대학을 가던 제도가 한 가지만 잘해도 진학할 수 있도록 개편되면서 각종 특기생 전형이 등장한다. 학생 평가에 교내에서 실시하는 각종 시험과 교내 대회만 인정되고, 교사들은 '선생'이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평가자가 되었다. 체벌이 사라진 학교에는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상벌제도를 만들어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진로에 영향이 가는 생활기록부로 인해 학생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복종과 분노를 반복하는 기간을 보내게 된다.

어릴때부터 끊임없이 평가받고 비교받아 오며 선생님과 부모에게 길들여진 그들은 힘든 상황이 닥치면 학습된 무기력에 의해 그 상황을 회피하고 급기야 어렵게 입사한 회사도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시기부터 사회적 특징을 비교해가며 읽다보니 그들이 왜 그렇게 쉽게 퇴사를 하게 되었는지, 90년생이 일터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을 해 나가야할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연령으로 구분해놓은 것을 보고 Y세대이구나 하고 읽다가 X세대의 특징도 내가 가지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X세대와 Y세대의 각각의 상황을 통해 나를 알게 되고 상대방도 알게되니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도 이해가 갔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면 좋을지도 눈에 보이는듯하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항상 어릴 때부터 보살핌을 받아왔던 Y세대인 만큼 끊임없이 소통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작은 일이라도 자주 칭찬하고 격려를 해야겠다. 항상 경쟁과 비교속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도 서로 포옹하며 응원해주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계경제의 빅뱅을 이끌었던 X 세대가

이제는 또 다른 차원의 견인차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 책을 뜨거운 청춘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X세대에게 바친다.

p.166





* 자음과모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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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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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앨리스의 이야기에 어떤 미스터리가 더해졌을지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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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2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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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청소년문학으로 출간되었던 <구미호 식당>이 성인 독자를 위해 내용이 보강되어 여름 특별판으로 나왔다.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이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끊임없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민해보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렇다 할 답을 내리지 못했다. 아무래도 <구미호 식당>에 나온 두 인물처럼 죽음이 나에게 '당장' 올 거라고 생각을 못 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아저씨와 도영이는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중간계에서 서호를 만나게 된다. 아직 식지 않은 자신들의 피 한 모금을 주면 49일이라는 시간을 더 주겠다고 서호가 제안을 하고 꼭 돌아가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며 아저씨가 수락을 하면서 세상에 미련 없는 도영이도 끌어들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연 아저씨가 꼭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이 누구일지, 15살 어린 나이에 죽은 도영이는 왜 세상에 미련이 없는 건지 궁금증을 일으켰다.



서호는 천 년 동안 천 명의 뜨거운 피를 마시면 절대 죽지 않는 불사조가 된다고 해 이와 같은 제안을 하는 여우였다. 그런데 서호가 줄 수 있는 건 49일이라는 시간일 뿐 죽은 사람을 살리지는 못한다. 이 말은 즉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얼굴로 집이 아닌 곳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꼭 자신의 얼굴이 아니어도 원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장담하던 서호, 과연 그럴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하는 이별이 진정한 이별이 될 수 있을까?!

본래의 얼굴로 머물게는 못하지만 원하는 장소가 있으면 그곳에서 머물게는 해준다는 서호의 말에 이승에서 셰프로 일을 했던 아저씨는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이 보이는 곳에 식당을 하나 차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식당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을 이승에 오고 나서야 보게 된 아저씨와 도영, 아니 나가지 않고 어떻게 원하는 사람을 만나 이별을 한단 말인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을 계속 일으킨다.




그제야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 나는 정말 죽은 걸까? 서늘함은 곧 공포로 바뀌었다. 어서 밤이 지났으면 좋겠다. 밤은 작은 두려움도 큰 공포로 만드는 거대한 힘을 갖고 있다. 나는 박자를 맞춰 덜컹거리는 유리창 소리를 들으며 잠들려고 애썼다.

p.24

식당 밖을 나가면 엄청난 고통이 따라온다고 하는 주의사항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정말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고 밖으로 나가던 아저씨, 정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길래 그렇게 끔찍한 고통도 참아가며 만나고 싶어 하는 걸까? 사랑하던 사람?! 너무 식상하려나?!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갈수록 나의 기대감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아저씨가 만나려고 했던 사람의 정체가 등장하면서 그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뀐다. 정말 아저씨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어린 나이에 죽은 도영이, 가족이라고는 할머니, 형뿐이었는데 그 두 명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학대받는 모습은 정말 마음이 아팠다. 친구의 스쿠터를 몰래 타다 고통사고로 죽게 되는 도영이는 죽을 때조차 자신의 몸을 감싸기 보다 스쿠터가 덜 망가질 수 있도록 스쿠터를 감싸앉은 채 죽는다. 살아생전에 그렇게 구박하더니 죽고 나서 '사실은 사랑했었다.'하면 끝나는 걸까? 정말 그것만으로 용서가 되는 걸까? 본인이 보고 싶은 각도에서만 그 상황을 보고 기억한다 해도 내가 도영이의 입장이었다면 쉽게 용서는 되지 않았을 거 같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 건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한 줄 알았어.

그런데 새털처럼 가볍게 휙휙 날아가는구나.

p.54





내일 해야지, 모레 해야지, 미루기만 했었다. 이제 그 시간으로 되될아갈 수 없다니. 죽었다는 사실보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아쉬웠다.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p.57

갈등이 해소되는 방식에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잘 살고 간다. 정말 후회 없는 삶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회를 할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마음가짐은 그때일 뿐 어느 순간 그냥저냥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가만 돌아보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문득 둥이들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져 물어보았다.

"만약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일주일만 남았다고 하면 뭐 하면서 보내고 싶어?"

"엄마는?! 엄마는 뭐 할 거예요? 우리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보내겠죠? 그런데 우리는 안 죽어요!"

그래, 산 날보다 살날이 더 많이 남은 너희들에게 '죽음'이 과연 현실적으로 와닿겠니.ㅋㅋㅋㅋ 나에게도 아직 '죽음'이 와닿지 않는데....^^; 죽음을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감사하며 후회 없이 살아가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멀리서 행복을 찾기보다 내 주위에 있는 행복에 손을 내밀어 보자! 그나마 덜 후회가 될수있게...^^




살아가며 행복과 불행,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오로지 자신들의 몫이야. 제대로 살면 행복하지. 제대로 산다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 삶이지.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마음을 열고 살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어. 마음을 열면 나에게는 물론 모두에게 너그러워지고 여러 각도에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거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원히 살 거라고 멍청한 생각들을 하지. 그러느라 죽을 때 꼭 후회해, 후회해도 소용없는 순간에 말이야. 아아 멍청한 것들. 어때, 너희들은 멍청한 부류에 속하지 않았나?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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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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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꼭 한번은 읽어야할 고전!! 어떤 내용이 절 기다리고 있을지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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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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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내 마음속 신전을 찾는 일

국민 신화 책으로 불리오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합본판>은 다섯 권 시리즈 출간 20주년을 기념하고 이윤기 작가의 타계 10주기를 기르기 위해 시리즈 다섯 권이 한 권으로 묶여 나온 특별 합본판으로 1200쪽의 벽돌책이다. 처음에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꿍도서로 올라왔을 때 책의 분량에 놀라 신청하지 않으려 했다가 재미있다는 압도적인 댓글로 인해 신청을 하게 되었고, 리꿍 새임님과 함께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으며 3주에 걸쳐 완독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단 1도 읽지 않은 신화 신생아인 나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세계에 푹 빠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나에게 정말 재미있다고 주위에, 그리고 둥이들에게도 읽어보지 않겠냐고 권하기 바쁘게 만들었다.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 1장부터 흡입력이 상당해 다음날 출근만 안 했다면 그 자리에서 다 읽고 자고 싶을 만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정말 그 신청이 신의 한 수가 되는 순간이다.

미궁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도 그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신화는 미궁과 같다. …… 필자의 해석은 필자의 실타래이지 독자를 위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아니다. 모쪼록 독자가 나름대로 지니고 있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로써 미궁 진입과 미궁 탈출을 시도해보기 바란다. …… 테세우스의 아리아드네가 아닌 '나'의 아리아드네를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독자는 지금 신화라는 이름의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라. 일단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기 바란다. 필자가 뒤에서 짐받이를 잡고 따라가겠다.

p.15~17




처음 읽을 때는 제대로 읽어보겠다고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신들이 끝없이 등장한다. 결국 정리를 포기하고 즐겨 읽는 거에 의의를 두며 읽었다.

외짝 신 사나이를 뜻하는 모노산달로스에 관한 신화 이야기가 신델렐라, 콩쥐팥쥐, 달마대사에까지 확장되어 이야기되는 부분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나왔고 신화나 전설에 신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우리가 어딘가에 취업하려고 나의 지나온 역사를 한 장의 종이에다가 쓰는 이력서가 신발(履) 끌고 온 역사(歷) 기록(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정말 신발이 우리에게, 그리스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했던 걸까?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이 신화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이윤기 작가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보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나는 그동안 무엇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라는 의문과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왜 이제야 이 책을 만난 건지... 아니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인 건가?!^^

낯선 신들의 이름의 등장부터 내가 잘 알고 있는 올륌포스의 신들까지 한 명 한 명에 관한 이야기가 5권을 통해서 눈앞에 그려지듯 펼쳐진다.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신은 여장했던 신들과 사랑의 여신 비너스와 헤라클레스이다. 사랑의 여신으로만 기억되었던 비너스, 아프로디테의 수많은 별명 중 하나가 '아프로디테 포르네'로 '음란한 아프로디테'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니 왠지 모르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의 무지에서 오는 배신감이니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다.

여장겸험을 한 신으로는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아킬레우스가 있다. 그중 압권은 헤라클레스인듯하다. 그 몸에 여장을 하고 경호병이 다가오면 교성을 지르며 돌기둥 뒤로 숨는 것이 무료할 때마다 하는 짓이었다는 헤라클레스라니 정말 상상할 수가 없다. 이렇게 2권에서 나에게 웃음을 주었던 나에게 영웅으로 기억되었던 헤라클레스는 4권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가족들과 술을 마시던 중 헤라로부터 급파된 '뤼사(발광')로 인해 자신의 손으로 자식과 아내를 죽이게 된 헤라클레스는 죄를 씻기 위해 아르고스의 지배자를 찾아가 1신년 반(12연) 동안 종살이를 해야만 했다. 술을 마시고 뤼사로 인해 살인을 저질러 죄를 씻는 중에도 술을 계속 마시며 본인의 의사가 아녔다지만 또 다른 죄를 반복해서 짓는다. 죄를 씻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했던 헤라클레스의 반복된 그 모습에서 음주운전한 사람이 생각났다.

우리 민담과는 달리 그리스 신화는 '잘 먹고 잘 살았다'로 끝나는 법이 거의 없다고 한다. 뒤를 절대로 돌아보지 말라고 하면 뒤를 돌아봐 비극으로 끝나듯 '절대로'라는 말이 등장하면 설마...라는 예상이 항상 맞게 비극으로 끝이 났다. 그래서인지 끝이 좋은 이야기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올 때면 그 기쁨이 절로 배가 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스의 신전을 드나들면서 나는 내 마음속에도 신전을 하나 들어 앉힌다. 이 신전은 나의 마음에 들여앉힌 것인 만큼 독자들은 여기에 들어와 절하지 않아도 좋다. 독자들 마음에 이런 신전을 하나 들여앉힌다면 더욱 좋은 일일 터이다. 이 신전은 사람을 섬긴다. 사람에 대한 경건함을 섬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섬긴다. 신화를 꼼꼼히 읽는 일은 내 마음속에 자리한 그 신전을 찾는 일이다. 나는 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경건을 다하는 일, 마음을 여는 일이 바로 신들의 마음을 여는 일,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p.502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퓌그말리온을 떠올리며 그 만남이 유쾌한 만남이 될 수 있게 만들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렇게 해서 만난 사람이 나를 불쾌하게 만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쾌한 상상은 내 삶을 늘 유쾌하게 한다. 나는 아프로디테를 믿는 것이 아니라 퓌그말리온의 꿈과 진실을 믿는다.

p.515

행복을 느낀다면 그냥 느끼면서 살면 되는 것입니다. 미래를 알고 싶어서 안달을 내시는 마음자리에는 행복이 깃들 수가 없습니다.

p.991

우리가 넘어야 하는 산은 험악할 수 있고, 우리가 건너야 하는 강은 몰살이 거칠 수도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하는 바다도 늘 잔잔하지는 않다. 하지만 명심하자. 잔잔한 바다는 결코 튼튼한 뱃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 신화적인 영웅들의 어깨에 무등을 타면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다. 내가 영웅 신화를 쓰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p.1033

이윤기에게 신화는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인간에 대해 알아가고, 곧 나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도구였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윤기가 알게 된 것을 우리도 알 수 있게끔 도와주는 통로였다. 왜?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니까. 세상의 수많은 상징을 잉태한 신화를 알면 세상이 보이고,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인간을 알면 인간이 보이고, 그 속에 있는 내가 보인다. 보이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애정이 생긴다.

p.1194




벽돌책도 그리스 로미 산화 이야기도 처음이었지만 길다고는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중간중간 이윤기 작가님의 여행 에피소드와 신화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다는 설화(민담) 이야기,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 신화의 흔적이 남아있는 단어들의 의미, 이야기 속에서 생겨난 별자리 등 다양하게 풀어놓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긴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읽으면서 하나하나 정리했으면서도 총정리를 할 때 너무 많이 길어지는 듯해 많은 것을 담지 못해 그저 아쉽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셔서 이 여운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죄송하게도 이야기가 끝나고 맺음말에서 이윤기 작가님의 타계 소식을 접했다. 이 책에서 접한 이미지를 유럽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 자신이 <예수와 사마리아 연인> 앞에서 숨이 멎는 듯한 경험을 했듯이 독자들도 그렇게 뜨거운 해후를 경험해보기를 원했던 이윤기 작가님, 그리스 로마 신화에 첫 발을 이윤기 작가님의 책으로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 소망을 저 또한 이루어 보고 싶게 만드신 이윤기 작가님, 다른 책으로도 끊임없이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ㅜㅜ



영원한 이별은 내게 더 이상 '아빠'라고 부를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바쁜 일상을 소소히 전자우편에 담아 보내도 '쉬엄쉬엄 하려므나' 짤막한 답장조차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회> 6권은 없다는 뜻이다.

p.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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