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 전8권 - 깊이에의 강요 + 로시니 + 비둘기 + 사랑 + 승부 + 좀머 씨 이야기 + 콘트라바스 + 향수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외 지음, 장자크 상페 그림, 김인순 외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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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킨트 신드롬을 일으킨 대표작을 리뉴얼한 시리즈라뇨!! 정말 소장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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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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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당신께 간청했습니까, 창조주여.

진흙을 빚어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당신께 애원했습니까,

저를 어둠에서 끌어내 달라고?

《실낙원》

작가 메리 셀리가 열여덟 살에 쓴 <프랑켄슈타인>이 200주년을 맞이해 풀컬러 일러스트로 출간되었다. 공포 소설을 보지 못하는 내가 고급스러운 벨벳 코팅과 개성 가득한 일러스트에 반해 용기 내어 신청하고 읽게 된 책이다. 받아보는 순간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이 책은 꼭 소장해야 한다고 동네방네 소문 내기까지 했으니, 정말 이건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내가 알던 그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이 아니었다?!

강렬한 문구와 함께 흔히 책의 시작과 동시에 볼 수 있는 책의 차례가 생략된 채 이 이야기의 탄생을 설명하는 서문이 나를 맞이한다. 그리고 북극 탐험을 나선 월튼이 탐험을 하며 보고 느낀 것을 마거릿누님에게 쓴 편지로 이어지니 이 책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독학을 한 탓에 항해를 하며 같이 기뻐하고 자신을 위로해 줄 친구가 없다며 아쉬움을 누님에게 토로하던 월튼은 어느 날 거의 죽어가는 이방인을 구조하게 된다. 이 이방인을 살뜰히 돌보며 그와 우정을 쌓길 원하는 월튼을 보며 자신의 과거와 닮았다고 느낀 이방인은 자신처럼 지식과 지혜를 쫓다 자신을 무는 독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준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드러나는 진실, 그중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사실은!! 이 이방인의 이름이 바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었다는 것이다.

아니 내 기억 속의 프랑켄슈타인은 머리에 나사를 꽂은 초록빛 괴물인데, 그 캐릭터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고?! 이 이방인의 친구 앙리 클레르발이 그를 보며 부르던 이 대사! "아니 이런, 프랑켄슈타인!"을 읽는 순간 정말 '오마이갓!'이 절로 나왔다. 무려 이 사실을 79페이지에서 알 수 있었으니, 정말 그 충격으로 인해 뒷이야기가 눈에 안 들어올 정도였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창조물의 탄생

트레싱지에 인쇄된 프랑켄슈타인의 작업 노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제네바 출신으로, 공화국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너그러운 부모님 밑에서 다정한 친구들과 공부하는 걸 좋아했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독일의 연금술사, 신비주의 철학자)의 책을 발견하게 되고 무모한 망상을 신이 나서 읽으며 현자의 돌과 불로장생의 묘약을 찾는 연구에 매진한다.

인간의 몸에서 질병을 내쫓고

살인과 사고가 아니고서는

그 무엇도 인간을 파괴할 수 없게 만든다면

얼마나 영광스러운 업적이겠습니까!

p.36




열일곱 살이 된 프랑켄슈타인은 잉골슈타트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그곳에서 발트만 교수를 통해 자연 철학에 빠지게 된다. 한 가지 학문에 매진한 결과 생명과 생명의 근원을 밝혀내는 데 성공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생명이 없는 것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동물과 시체를 이어 붙인 몸에 생명을 불어넣어 창조물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새로운 종은 나를 창조주이자 근원으로 창조할 테고,

행복하고 탁월한 많은 생명체들이 나로 인해 생겨나겠지.

나만큼 완벽하게 자손의 감사를 받을 자격을 갖춘 아버지는

세상에 없을 거야.'

p.55

2년 가까이 생명 없는 육체에 숨을 불어넣겠다는 생각 하나로 연구해왔던 그였지만 일이 성공하고 보니 꿈꾸었던 아름다움은 온데간데없고, 숨 막히는 공포와 혐오만 가슴에 가득했으며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의 모습을 견디지 못했던 프랑켄슈타인은 그를 홀로 연구실에 남겨둔 채 도망친다. 그로 인해 탄생과 동시에 버림받아야만 했던 그 괴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들어져 태어나야만 했던 그 악마,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름조차 받지 못한다. 그저 '괴물', '악마'로 불리는 그 창조물의 슬픈 여정과 프랑켄슈타인의 비극이 이렇게 시작된다.




홀로 남은 이 괴물은 아무것도 모르고 뭐가 뭔지 구분도 할 수 없었으며 사방에서 엄습하는 고통에 주저 않아 울기도 했다. 그러다 추위에, 배고픔에 마을로 우연히 가게 되고 자신의 외모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헛간에 몸을 숨긴 괴물은 그 헛간의 가족들을 보게 되고, 그들을 관찰하며 삶을 배우고 감정을 배우고 언어를 배우게 된다. 마치 부모를 보고 모든 것을 배우는 아기처럼...

자신의 외모로 인해 홀로 살아가야 했던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자신과 같은 부류의 배우자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만 해주면 다시는 프랑켄슈타인의 가족을 헤치지 않을 거라고 제발 자신과 살아갈 배우자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한다.

"썩 꺼져라, 이 비열한 버러지 같은 놈! 아니, 멈춰라. 너를 짓밟아 가루로 만들어 버릴 테니! 아, 너의 그 비참한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네놈이 극악무도하게 살해한 희생자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p.127

“이렇게 나올 줄 알았지” 악마는 말했습니다. “인간들은 전부 추한 것을 싫어하니까. 그러니 살아 있는 그 어떤 것보다 볼품없는 내가 얼마나 혐오스럽겠나!”

p.127

과연 누가 악마인 걸까?!

"당신의 아담이어야 하는 내가 타락한 천사가 되었고, 아무 잘못도 없는 나를 당신은 기쁨에서 내몰았다. 온 세상에 축복이 가득하건만 오로지 나만 돌이킬 수 없어 쫓겨났다. 나는 자비롭고 선량했건만,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어."

p.128~129

내가 머물고 있는 그 집 사람들의 완벽한 외모는 감탄스러웠다. 그들의 우아함, 아름다움, 섬세한 이목구비까지. 그런데 맑은 웅덩이에 비친 내 모습은 어찌나 끔찍하던지! 처음에는 거울 같은 물에 비친 내 모습이 정말로 나라는 걸 믿을 수 없어서 흠칫 뒤로 물러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괴물이라는 걸 확인했을 때는 쓰디쓴 절망과 굴욕으로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p.149

상상 속에서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이 나를 받아들이는 상황을 천 번쯤 그려봤다. 그들도 혐오스러워할 테지만, 상냥한 태도와 친절한 말로 그들의 마음을 사면 나중에는 나를 사랑해 줄 거라고 상상했다.

p.150

"저주받을 창조자! 당신조차 역겨워서 고개를 돌릴 만큼 흉측한 괴물을 왜 만들었는가? 신은 인간을 가엽게 여겨 자신의 모습을 본떠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었는데, 내 모습은 추잡하고, 동시에 인간과 너무 닮아서 더 소름이 끼치니. 사탄에게도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동료가 있거늘, 나는 혼자 미움을 받는구나."

p.171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불쌍한 괴물의 최후가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음산하면서도 섬뜩한 일러스트가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엔 월튼의 편지로, 그리고 이방인 프랑켄슈타인의 과거 본인 이야기로, 이어 프랑켄슈타인을 찾아온 괴물 본인의 이야기, 마지막엔 현재로 이어지며 마무리된다.

과학만능주의로 탄생했던 괴물을 피해 다니며 두려워하고 아파했으며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잃게 된 프랑켄슈타인의 괴로움은 나에게 가해자의 변명으로 들렸다. 프랑켄슈타인의 무책임한 태도가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 괴물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프랑켄슈타인이 함께했다면... 태어남과 동시에 버림받은 존재, 괴물의 고독과 울분이 더 크게 와닿았아 안타까움이 더 컸다. <프랑켄슈타인> 읽다 보면 과연 누가 진짜 괴물인지 묻고 싶어진다. 정말 책 시작과 동시에 적혀 있던 문구로 프랑켄슈타인에게 따져 묻고 싶다.




제가 당신께 간청했습니까, 창조주여.

진흙을 빚어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당신께 애원했습니까,

저를 어둠에서 끌어내 달라고?

《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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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3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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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살림 밑천 기특한 맏딸

p.16

신판소리로 만들어질 정도로 사랑받은 청소년 문학 <깡깡이>가 성인 독자를 위한 특별판으로 출간되었다. 책 표지에서 느껴지는 흘러간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람들과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 어른이 된 맏딸 정은이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는 엄마를 돌보며 자신의 어릴 적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항상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부모님의 말에 기특한 딸이 되려고 노력했던 정은이었지만 오히려 그 말이 정은이에게 옥쇄가 되어버린 듯하다.

배를 타다 보니 집에 머무는 시간보다 나가 있던 시간이 많았던 아버지가 배사고로 실업자가 되고 추후엔 딴 살림을 차린다. 결국 다섯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엄마는 깡깡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맏딸 정은이가 살림을 하며 네 명의 동생들을 돌보게 되면서 중학교 진학은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아버지를 대신한 엄마의 노동을 지켜보며 아이답게 자라지 못한 나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응어리졌고 나는 남자라는 인간 전체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기억으로부터 벗어난 지금 엄마는 아버지한테서 자유로워졌을까?

p.64

엄마는 딸이라서 부모한테 관심 받지 못한 걸 서운해하면서도 정작 자신도 딸한테 그런 관심을 기울일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중학교 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동식이 육성회비는 밀리는 법 없이 꼬박꼬박 제 날짜에 쥐여 보냈고 공부하는 데 필요한 거라면 어떻게라도 갖춰줬다.

p.150

본인도 맏딸이라는 말에 묶여 희생해왔기에 너만은 그러지 말라고 말했던 엄마, 정작 맏딸인 정은이는 중학교 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아들 동식이는 어떻게 해서든 다 해주던 엄마, 치매에 걸려 정신을 놓았을 때조차 아들 동식이만 끊임없이 찾는다. '그래 그 시절엔 아들을 더 위했지' 싶다가도 맏딸 정은이가 무슨 죄인가 싶다. 깡깡이 망치 하나로 큰 아들을 공부시켜 가까스로 회계사를 만들어 놓음 뭐하나 엄마에게 목숨 같았던 그 아들 결혼하자마자 처가 식구들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가버리는데.. 엄마의 지나친 사랑과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었을 거라고 정은이는 말하지만, 정은이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서인지 난 엄마를 뒤로하고 떠난 동우가 밉다.

"깡깡깡깡깡깡깡……." 조선소에서 깡깡이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늘 듣는 귀에 익은 그 소리. 울고 싶을 때는 울음소리처럼 들리고 기쁠 때는 노랫소리처럼 들리던 깡깡이 소리. 지금은 희망에 가득 찬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지르는 함성처럼 들렸다.

p.176

납작한 끌처럼 생긴 망치로 쇠를 두드려 배에 붙어 있는 녹을 떨어낸 다음 쇠 솔로 다시 한번 더 문질러 남은 녹까지 깨끗하게 털어내는 일, 깡깡이 아지매들의 삶의 고달픔을 망치에 실어, 떨어져 나가는 녹에 담아 털어내고자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에서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게 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였기에 이겨 낼 수 있었던 그 시절, 난 그저 골목 여기저기 누비며 뛰어놀기 바빴던 철없는 어린아이였다. 어른이 된 후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집과 동네를 찾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대로인 골목을 보니 반가우면서도 아이였을 때 그렇게 넓어 보이던 골목이 커서 보니 그렇게 좁아 보일 수가 없었다. 예전에 자주 갔던 책방은 없어졌고 살던 집도 다른 형태로 바뀌어 있는 모습에서는 왠지 모르게 세월로 인해 변한 그 모습들에서 나의 어릴 적 추억이 사라진듯한 기분이 들어 쓸쓸했다. <깡깡이>를 통해 다시 그때 그 시절의 공간과 사람들을 추억해본다.

맏딸이라는 책임감에서 벗어나자 엄마도 동생들도 비로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이니까 무조건 이해하고 사랑해야 된다는 생각은 사람의 운신 폭을 얼마나 좁게 만드는지, 내가 자유로우니 동생과 엄마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은 엄마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p.167

맏딸 정은이는 첫째, 나의 바로 위 친언니를 떠올리게 했다. 지금에야 같은 눈 높이로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게 되었지만 뒤돌아보면 언니도 첫째라서 알게 모르게 무거운 짐을 가지고 힘들지 않았을까? 가끔은 그 무게가 지금도 보이는듯해 미안할 때가 있다. 맏딸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정은이처럼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모든 첫째들~ 응원합니다!


+ 특별한서재 출판사 지원도서로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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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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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p.492

책 표지와 제목이 자기 계발서나 교육학처럼 보여 선뜻 신청을 못하고 있다 '2018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올해의 책 선정!'이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첫 페이지부터 소설 같은 이야기에 의아해하며 저자 소개 부분을 찾아보게 되었고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의 출생연도(1986년생)에 놀라고, 저자의 실제 이야기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랬다. <배움의 발견>은 독실한 모르몬교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가 정부를 믿지 못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공교육을 받지 못한 채 16년을 살다 케임브리지대 역사학 박사가 되기까지의 실제 이야기를, 아버지의 눈으로만 봐왔던 세상의 문을 열고 홀로 배움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날마다 다퉜다. 폐철 처리장이 지저분하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우리가 <야만인들처럼 산이나 헤매고 다니는> 대신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말했다. <아랫동네에 있는 그 학교에 애들을 보내는 건 악마에게 아이들을 통째로 넘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하고 아버지는 말했다.

p.23




타라의 아버지는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겠다며 자급자족을 고집했고, 비밀 결사단체 일루미나티나 사회주의자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물자를 모으고 저장고를 짓는데 돈을 사용한다. 7명의 아이들 중 4명은 출생신고서가 없고, 아이들을 학교 대신 폐철 처리장에 보냈으며 화상을 입거나 머리를 부딪쳐 뇌가 손상되어도 주님의 뜻이라며 아이들은 병원에 가지 못한다.

나는 청바지에 피를 닦으면서 소리쳤다. 「이쪽으로 던지지 마세요! 나 여기 있어요! 」 아버지는 깜짝 놀라 올려다봤다. 내가 거기 있었던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피를 흘리는 것을 본 아버지는 내게 걸어와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우리 딸내미, 걱정 마라. 주님과 주님의 천사들이 바로 여기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너를 다치게 두지 않으실 거야.」

p.100

항생제가 몸에 독이 되고, 불임과 기형아의 원인이 된다고 반복하던 엄마의 말도 생각이 났다. 주님의 영은 깨끗하지 못한 몸에 깃들 수가 없으며, 주님을 버리고 인간의 힘에 의존하는 몸은 깨끗할 수가 없다고 했었다.

p.337

루크가 화상을 입었을 때 본인에게 다가올 일(차 폭발로 인한 전신 화상)을 엄마에게 미리 주님이 예습을 시켰다고 말하는 아버지, 차크라를 바로잡아서 뇌졸증을 멈출 수 있고, 에너지만 사용해 심장마비도 중단시킬 수 있으며, 근육 테스트로 본인이 유방암에 걸린 걸 알게 되어 고쳤다고 말하는 엄마, 이렇게 동종요법을 맹신하는 부모로 인해 고통은 항상 친구 같았던 타라는 추후 진통제를 복용하게 되었을 때는 죄책감마저 느끼게 된다.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누가 역사적 인물이고 누가 허구의 인물인지 구분이 안됐다. 두 사람 모두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p.242



공부를 해 대학에 가겠다며 집을 나간 타일러 오빠의 권유로 타라도 입학시험을 준비해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교육만 받고서 그 세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 못 했던 타라는 대학에 오고 나서부터 혼란을 느낀다. 결국 타라는 함께 살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 친구와 사귀는 법, 커피를 마시는 방법 등 모든 것을 하나씩 다시 배워야만 했다.

무릎 위로 상당히 올라갈 정도로 짧았다. 잠깐이나마 그 옷이 창녀처럼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는 파리에서 아버지가 사준 옷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서 선물로 받은 옷이 창녀 같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그 여자가 창녀가 아니라는 확실한 신호였다. 나는 이 모순이 혼란스러웠다.

p.377




나는 영원히,

항상 어린아이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를 잃게 될 것이다.

p.214

대학생활을 잘 해나간다 싶다가도 방학 때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타라의 모습에 내 속은 수없이 터졌다.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 타라의 모습을 기대했다가도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했다. 대학 강의로 아버지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숀 오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라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숀 오빠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일지 청부업자를 시켜 죽일지 고민이라는 말까지 타라에게 하고 그 말을 부모에게 전하지만 누구 하나 믿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타라를 주위 이웃 및 다른 가족들에게 말해 가족으로부터 제명당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모르몬교로 새로 태어나게 하려고 하버드로 찾아온 부모를 보며 자신이 새로 태어난다면 얼마나 사랑을 받을 것인지, 자신의 기억을 부모님의 기억으로 대체하기만 하면 자신도 다시 가족을 가질 수 있을 거라며 부모님께 굴복하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지금 굴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쟁에 한번 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내 정신의 소유권을 잃는다는 의미였다. 이것이 내게 요구되는 대가였다. 이제 이해가 됐다. 아버지가 내게서 쫓고자 하는 것은 악마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p.471

끝까지 타라는 가족을 놓지 못한다. 오히려 가족으로부터 내쳐진다. 마지막까지 엄마에게는 볼 수 없겠냐고 계속 연락한다는 타라... 아니 부모가 잘못했다고 보자고 해야지 왜 타라가 계속 애원하냐고...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보는게 아니면 안된다고 거절하고... 하아.. 정말 책을 읽는 동안 고구마 백만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특히 아버지와 숀 오빠가 나오는 부분은 절로 욕이 나왔다.

그런데 타라는 왜 계속 집으로 갔을까? 인정받고 싶었던걸까? 학교에 가게 되면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죄책감을 가졌던 타라, 자신에게 주어진 가족보다 자신이 선택한 가족이 더 좋았다는 타라였지만 케임브리지에서 행복할수록 그 행복감은 벅스피크를 배신했다는 느낌을 가졌던 타라였으니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인정받고 사랑을 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 계속 집으로 가게 만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이는 부모의 돌봄과 교육 아래 커간다. 커가면서 필요한 생활 방법과 태도 및 가치관을 부모로부터 배우고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압박하며 자신의 아래에 두고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 생기는 암담한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한 그 부모의 사상이 그 아래에서 커가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어딘가 타라와 같은 아이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

ps. 그런데 아버지는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네. 아버지의 부모를 보았을 땐 안 그렇던데...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된 건지 궁금하다.




인상 깊은 글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세상, 바로 자신이 누군가의 소유인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 번도 야생에서 지내 본 적이 없는 그는 <다른 세상>에서 자신을 부르는 그 미치게 만드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이 누구의 소유도 아닌 세상, 누구도 태우지 않을 수 있는 산 위의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p.164

찰스는 나를 사랑하지만 지금 상황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자기는 나를 구할 수 없다고.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고도 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가 없었다.

p.301

내 삶은 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서술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p.312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나는 일기장을 꺼냈다. <아무 의심도 없이 그 모든 것을 내가 믿었다는 것이 놀랍다>라고 썼다. <세상 전체가 틀렸고, 아버지만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p.389

우리 가족은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산을 떠난 셋과 거기에 머무른 넷. 박사 학위를 가진 셋과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넷. 그들 사이에 틈이 생겼고, 그 틈은 계속 커져 가고 있었다.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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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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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떠한 따뜻한 글들이 저의 마음을 채워갈지 너무 기대됩니다^^ 왠지 한글자한글자 음미하면서 필사를 해봐도 좋을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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