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지혜와 잠언
다봄 지음 / 다봄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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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격언과 우화 너무 기대됩니다.^^ 저에게도 작은등불이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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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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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맑게 갠 하늘처럼 맑은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서백의 운명 속으로 뛰어들었다.

p.293

형부 시랑을 지냈던 아버지 황민의 딸이었던 열일곱 황재하는 아버지를 도와 사건을 해결할 정도로 명색해 열둘에 이미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 그런 황재하가 자신의 가족을 독살했다는 살해범으로 누명을 쓰게 된다. 결국 수배범으로 쫓기게 된 황재하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남장을 한 채 장안으로 숨어들고, 몸을 숨기려고 올라탄 마차에서 냉담하고 무심한 황족 기왕 이서백을 만나게 된다. 이서백은 전국 수배 중인 황재하를 보고도 네 일에 관여하는 것도 너의 행방을 관아에 고발하는 것도 흥미가 없으니 이후에 어찌하든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하며 사라진다. 이서백에게 황재하는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했지만 황재하에게는 이서백이야말로 본인이 지금 기댈 유일한 사람으로 느끼고 환관옷으로 갈아입고서 이서백을 찾아간다.

"정말 저를 믿으세요? 진짜 저를 도와주시는 건가요?"

……

"그래, 나는 너를 믿고, 너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너의 인생은 내게 맡겨야 할 것이다." 황재하는 고개를 들어 이서백을 바라보았다. 석양빛을 받은 그 옆모습은 수려한 강산을 보는 듯했다. 만년설로도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함이 느껴졌다.

"오늘부터 내 옆에 있기만 하면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 없다."

p.88~89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이서백에게 증명해야 했던 황재하는 현재 세 달 연속 살인 사건이 일어난 '사방안 사건'을 해결해 이서백의 신임을 얻어야만 했다. 이미 형부와 대리사의 유능한 인재들이 해결하지 못한 이 사건을 황재하는 책력 한 권으로 해결한다.

"벌써 다 알아냈다고?"

"네, 제게 책력(册曆)만 한 권 주시면 됩니다."

p.60

크~ 이 멋짐이 폭발하는 황재하!!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방안의 사건을 잘 해결함으로써 황재하는 소환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양숭고'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고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이서백과 손을 잡고서 어려운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항상 사건을 하나하나 추리해 나갈 때마다 자신이 하고 있는 비녀를 뽑아 정리를 해나가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황재하, '비녀의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잠중록> 그 자체인듯하나 이 습관으로 인해 신분이 드러날까 봐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이 습관이 이서백에게는 다른 포인트로 다가오는 듯하니 설렘 폭발이구나. ㅎㅎㅎ

현재가 어떻든지 간에, 이전에 자신이 행하거나 겪은 모든 일은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남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절대로 속일 수 없지요.

p.160

천재 탐정 소녀 황재하와 무서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완벽한 도도한 황족 이서백이 티격태격하며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의 실마리를 찾는 모습에서는 설레는 로맨스를, 황재하의 '가족을 죽인 범인'과 '사방안 사건 범인', 그리고 이서백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추리할 때는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추리해나가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잠중록>이다. 혹여나 그것이 단서가 될 거 같아서 어떤 것 하나도 쉬이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고, 시간이 거듭되면서 둘의 신뢰와 믿음이 쌓여가는 모습에서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시체 해부를 좋아하는 주자진의 4차원적인 모습에서는 큭큭거리며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도 가득하니 <잠중록>에 안 빠져들면 더 이상한 게 아닐까?!

잔인한 수법과 사악한 속셈이 가득한 이곳에서 마음 한켠 부드러움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늘 따뜻하고 순수한 웃음을 황재하에게 지어주던 우선, 마지막 양숭고로 위장하고 있는 황재하를 눈치챈듯한 모습을 보인 황재하의 정혼자 왕온,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의 진짜 정체를 밝혀 자신의 목숨을 지게 된 황후, 황채하의 뼈대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여인으로 느끼는 듯한 주자진 등 <잠중록>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다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앞으로 어떤 사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그 사건들과 이 인물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이야기가 나아갈지 궁금하면서 앞으로 또 만날 인물들이 기다려진다.

리딩투데이 함시도 도서로 만난 미스터리 사극 로맨스 <잠중록>, 찬사로 가득한 후기를 보고 1권이 도착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로맨스에 더해진 추리와 사극이라는 요소가 제대로 내 취향을 저격해 <잠중록>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자, 이제 2권 읽읍시다!! 고고!!

모든 게 단서 같기도 했고, 모든 게 절대 열리지 않을 자물쇠 같기도 해 도무지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p.216

하나의 사건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와 같다. 땅 위로 보이는 부분은 사소한 것에 불과하고, 땅속으로 거대한 뿌리가 얽히고설켜 땅을 파보기 전까지는 거기 파묻혀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다.

p.313

"계속 기다리셨습니까?"

이서백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지나는 길이었을 뿐이다."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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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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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한 하급 여신, 키르케

그 안에 숨죽인 마녀가 깨어난다!

매들린 밀러 <키르케>

책을 읽기 전 책 뒤표지에 적힌 ‘비천한 하급 여신, 키르케. 그 안에 숨죽인 마녀가 깨어난다!’라는 문구에서 그저 악랄한 마녀를 상상했었다. 내가 알고 있었던 ‘마녀’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만난 키르케는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고 어느 대가 하나 없이 인간을 도와주는 여신이었으며 자신의 아이를 목숨 걸고 지키는 한 아이의 엄마였다. 전작 <아킬레우스의 노래>가 재미있었다면 <키르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며 마음을 울렸다.

눈이 노란 게 오줌색이야. 목소리는 올빼미처럼 끽끽거리고. 저렇게 못생겼는데 매가 아니라 염소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p.17

키르케는 티탄 신족인 태양신 헬리오스를 아버지로 두었으나 아버지의 기본적인 능력조차 가지지 못했고 여신 중에서 가장 말단 님프 페르세를 어머니로 두었으나 님프의 유일한 힘인 타고난 미모 또한 없었다. 자신을 희롱하는 동생들을 피해 아버지의 발치에서 황금빛으로 물드는 세상을 보며 아버지의 능력을 감탄하며 숨죽여 지내던 키르케, 인간 남자 글라우코스를 사랑하게 되고 그를 신으로 만드는데 성공하나 신이 된 글라우코스가 사랑한 님프는 스킬라였다. 그녀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나길 원했던 키르케는 줄기를 꺾어 하얀 즙을 스킬라가 목욕할 물에 한 방울, 한 방울 떨어트린다. 그렇게 괴물이 되어버린 스킬라. 이 둘을 통해 그리고 남동생 아이에테스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었지만 오히려 이 능력으로 '마녀'라고 불리며 무인도 아이아이에 섬으로 유배를 당한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야, 키르케. 나는 아버지에게 마법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얘기하고, 아버지는 내 말을 믿는 척하고, 제우스는 아버지의 말을 믿는 척하고, 그렇게 세상은 균형을 유지하지. 실토한 누나가 잘못했어.

p.101

같은 능력을 가진 남동생 아이에테스는 자신의 나라를 다스리며 아버지의 신임도 얻으면서 거짓말로 그들을 속이는데도 멀쩡하고, 사실대로 말한 키르케는 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벌을 받은 이유가 뭘까? 왜?

그저 여신은 미모에 집착하고 후계자 양성에 힘을 쓰며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상대방에게 질투하며 복수하기 바빴다.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매들린 밀러 작가의 손에서 키르케가 기존 여신과는 어떻게 다르게 성장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아무도 용기가 없나? 어느 누구도 감히 나를 상대하지 못하겠단 것인가?

p.117

혼자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공포로 다가왔던 섬 생활은 키르케에게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성장시킬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여러 약초와 꽃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며 자신의 능력을 하나 둘 꽃피우기 시작하고 자신이 착시를 일으키는 데에 소질이 있고 특히 변신이 가장 재능 있는 분야라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제우스의 아들이자 그가 선택한 전령 헤르메스가 찾아오고 그를 통해 세상 이야기를 들으며 본인이 지내는 이곳이 아이아이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와는 연인이 되었지만 오직 헤르메스는 자신의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관계를 이어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로부터 배가 이 섬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이아이에섬을 찾아오기 시작한 손님들, 어쩌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마녀의 이야기가 탄생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겠습니까?" 그는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세상은 추악한 곳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고요."

p.262

첫 손님은 자신의 여동생 파시파에가 보낸 다이달로스였다.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를 갖고 임신을 한 상태로 괴물을 낳게 되었고 그 괴물을 키르케가 주문으로 허기를 잠재운다. 그리고 두 번째 손님은 죄를 짓고 자신의 죄를 씻으러 찾아온 아이손과 아이에테스의 여식 메데이아였고 세 번째 손님은 말을 안 듣는 딸을 키르케를 모시라는 벌을 내려보낸 님프들이었으며 네 번째 손님은 진정한 첫 손님 인간이었다.

연약한 인간을 보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그들은 호의와 넉넉한 씀씀이를 고마워할 줄 아는 존재라며 그들이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음식을 대접한다. 정말 인간을 아무 대가 없이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키르케에게 돌아온 건 그녀가 이 섬에 혼자라는 걸 안 그들의 폭력과 겁탈이었다. 그런 그들을 키르케는 주문을 외워 돼지로 만든다. 돼지면 양호한 거 아닌가?! 난 그들이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 찢어 죽였어야 마땅한 그들이었다. 어떻게 손님이 찾아왔다며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즐거워한 그녀를 그렇게 짓밟을 수가 있는가? 정말 마녀가 키르케일까? 그들이 아니라?? 그 뒤에 오디세우스와 함께 등장했던 부하들조차도 그러니... 상처 입은 키르케의 마음은 누가 진정으로 돌봐주는거야??ㅠㅠ

키르케를 읽다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에피소드와 함께 많은 신들을 만나볼 수 있어 읽는 재미가 더했다.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는 이유로 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 전령의 신 헤르메스, 미로를 만든 다아달로스, 아이손과 메데이아 그리고 키르케의 연인으로 나온 오디세우스까지. 그런데 기존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던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난 키르케의 등장을 기억하지 못한다. 분명 위에서 언급한 신들의 에피소드는 기억이 나는데 키르케는 기억이 안나니, 그만큼 누구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가냐에 따라 이렇게 이야기가 달라지나 보다.

매들린 밀러의 손에서 탄생한 <키르케>는 기존 신화 속 내가 만나왔던 신들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줬던 여신이었다. 어쩌면 나 또한 '마녀'라는 단어에 얽매여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쯤이면 키르케가 진정한 마녀가 되어서 자신을 희롱했던 가족들과 인간들에게 복수를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 장면이 나오길 기다렸으니 말이다.

예언이라는 굴레에 무릎 끊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워 아테네로부터 자신의 아들을 지킨 키르케. 자신이 만든 괴물 스킬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자 죄책감을 가진 키르케. 끝내는 맞서 싸워 스킬라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많은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던 키르케가 아버지 헬리오스를 불러 당당하게 유배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에서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힘으로 멋지게 성장한 키르케의 모습을 보며 모든 이들이 키르케처럼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그리던 삶을 살아가며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당신이 원한다면 내가 할게요.

그래서 당신이 행복해진다면

내가 같이 갈게요.

p.496

내 안에서 어떤 존재가 기다리고 있을까?

p.497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

서양 문학 최초로 등장했던 마녀 <키르케>

그녀는 인간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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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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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음과 동시에 빠져들어 술술 읽히는 매력적인 이야기 <아킬레우스의 노래>, 그저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느낀 감정을 글로 다 표현을 못 한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직까지도 이 책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매들린 밀러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으며 바로 이어 읽을 예정인 작가의 또 다른 책 <키르케>에 대한 기대감에 설렐 정도였다.



"나의 아버지는 왕이었고 왕의 자손이었다."

p.9

파트로클로스는 왕자로 태어났으나 작고 가냘팠으며 빠르지도 않았고 튼튼하지 않아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린 아들이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귀족의 아들을 죽이는 실수로 인해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쫓겨나게 되고 그가 도착한 유배지 프티아에서 펠레우스 왕의 아들이자 여신 테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나라에서처럼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은 채 생활해 나가던 파트로클로스가 수업을 빼먹어 벌을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되자 아킬레우스가 나서 알려주면서 둘의 우정이 시작되었고 우정이 어느덧 애정으로 변하게 된다.

인간을 혐오하고 그녀의 아들이 아버지를 능가할 거라는 예언으로 인해 인간과 결혼을 해야만 했던 여신 테티스는 자신의 아들 아킬레우스가 신이 되길 원했고 그녀의 주선으로 헤라클레스와 아이손을 가르쳤던 케이론 밑에서의 배움을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든 볼 수 있다던 어머니의 눈이 이곳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킬레우스는 이 사실을 파트로클로스에게 전하고 서로의 애정을 확인함과 동시에 밤 역사도 시작되었다. 어머 어머

어머니는 우리가 여기 있으면 안 보인대.

p.118

어릴 적 파트로클로스가 아버지를 따라 헬레네에게 청혼을 하러 가는 에피소드를 볼 때만 해도 이 일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할 거라고, 전쟁의 계기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못했다. 추후 헬레네가 스파르타의 왕궁에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구혼하는 장소에서 했던 맹세 - 헬레네를 빼앗아가려는 남자가 있을 경우 그녀의 남편의 편에 서겠다는 맹세-를 한 모든 영웅이자 왕들이 참전하게 된다.

전쟁에 참여하길 원치 않았던 어머니 테티스에 의해 여장까지 하며 스키로스의 폐하의 수양딸로 지내던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참여 안 하면 그의 안에 신성이 쓰이지 않은 채 시들어 버려 무명인 채로 죽거나 전쟁에 참여해 명예를 얻어 영광스럽게 단명하는 삶을 살게 된다는 예언을 듣게 되고, 명예를 선택한다. 이때부터 이들의 비극이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서 부풀어 오른 확신에 목이 메었다. 절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다. 그가 날 내치지 않는 한 영원히 이렇게 있을 테다.

p.122



"무서워?" 나는 물었다. 우리 뒤편 숲속에서 나이팅게일이 첫 울음을 울었다.

"아니." 그는 대답했다. "나는 이걸 위해서 태어났잖아."

p.257

아킬레우스를 따라 전쟁에 나섰지만 파트로클로스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고 죽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케이론에게 배운 의술로 다친 병사들을 치료했으며 포로로 끌려온 여성 포로들이 병영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아킬레우스에게 그들을 최대한 많이 데려와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약자의 편에서 손을 내밀고 보살폈던 파트로클로스의 모습에서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 약했던 파트로클로스가 어느덧 성인이 되고 아킬레우스와 함께하며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더없이 멋졌으며 그가 나에겐 주인공이었다.

아킬레우스가 눈을 든다. 핏발이 서 있고 아무 감정이 없다.

"이 친구가 당신들 모두 죽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요."

p.392

아킬레우스가 명예를 얻어 자신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그 예언에 묶여 예전의 정직하고 강인했던 본인의 모습을 점차 잃어만 가는 거 같아 안타까웠다. 꼭 신이 넌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농간을 부리듯이...

파트로클로스를 잃고서 그 시신조차 묻지도 못한 채 자신의 곁에 두고 슬퍼하며 무너져가던 아킬레우스, 그 죽음이 네가 지키고자 했던 명예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소리쳐주고 싶었지만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찾아 헤매는 아킬레우스의 처절한 모습에서는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죽어서도 함께 하고 팠던 그의 유언이 그의 아들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안타까웠고 마지막까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모든 걸 지켜보며 이야기를 하던 파트로클로스의 부분에서는 묘하게 마음을 울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너의 짝으로는 한없이 부족한 아이라며 못마땅해하던 어머니 테티스에게 자신의 추억 속 아킬레우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파트로클로스의 모습부터, 그 어머니가 마지막 아킬레우스의 유언을 들어주던 모습 또한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 아이를 신으로 만들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말한다. 상심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떨린다.

하지만 그를 만드셨잖습니까.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사그라져가는 마지막 햇살에 눈을 반짝이며 앉아만 있다.

"내가 써두었다." 그녀가 말한다. 처음에 나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가 비석 위에 새긴 이름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킬레우스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파트로클로스가 있다.

"가거라." 그녀가 말한다. "그 아이가 널 기다리고 있다."

p.427

수많은 리뷰에서 책을 읽는 순간 책에서 손을 넣을 수 없다는 말은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공감을 하게 된다. 정말 모든 책들이 이러하다면 수많은 책을 좀 더 즐기면서 읽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매들린 밀러 작가의 또 다른 작품 키르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 매들린 밀러라는 작가를 이제라도 알게 되어 한없이 기쁘다. 어떤 이야기로 나를 또 초대할지 기대된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가망이 없는

묵직한 어스름을 뚫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그들의 손과 손이 만나자 빛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태양 밖으로 금 항아리 백 개가 퍼붓듯 쏟아진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p.428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왜 제목이 <아킬레우스의 노래>였는지 알 거 같았다. 영웅이라고 불리던 아킬레우스도 인간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

그는 나를 지켜본다. 뭔가를 기다리는 눈치다. 나는 미세하게 그의 쪽으로 몸을 움직인다. 꼭 폭포에서 뛰어내리는 듯한 기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뭘 할 생각인지 알지 못한다. 내가 몸을 기울이자 우리의 입술이 어색하게 맞닿는다.

p.80

"더 이상 가르칠 게 없구나. 너는 헤라클레스의 모든 기술과 그 이상을 알고 있다. 너는 네 세대, 그 이전의 모든 세대를 통틀어서 가장 위대한 전사다.

p.109

내가 그를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 걸까? 나는 살짝 스치는 감촉만으로도, 체취만으로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눈이 멀어도 그가 숨을 쉬는 소리와 땅을 밟는 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 죽더라도 땅끝에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p.175

나는 침을 삼켰다. 프티아에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자음은 딱딱하게, 모음은 입을 크게 벌리고 발음했다. 처음에는 듣기 싫었는데 아킬레우스의 말소리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얼마나 물들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p.184

"내게 명성은 목숨과도 같아." 그가 말한다. 숨소리가 거칠다. "내가 가진 건 그게 전부야. 나는 앞으로 오래 살지도 못하잖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이 내가 바랄 수 있는 전부라고." 그는 침을 꿀꺽 삼킨다. "너도 알잖아. 그런데도 아가멤논이 그걸 짓밟도록 내버려 둘 거야? 나한테서 그걸 앗아가도록 도울 거야?"

p.342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내가 연고를 발라서 낮게 해준 상처의 흉터로 가슴이 뒤덮인 사람들이다. 내 손으로 살갗에 박힌 쇠와 청동을 제거하고 피를 닦아준 사람들이다. 나에게 치료를 받는 동안 농담을 하거나 감사 인사를 건네거나 얼굴을 찡그렸던 사람들이다. 이제 그들이 흘린 피와 부러진 뼈로 다시 곤죽이 됐다. 그로 인해. 나로 인해.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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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변신
피에레트 플뢰티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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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시선에서 본 동화라니! 이건 안볼수가 없습니다!! 너무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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