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첫 투자 수업
다일린 레들링.앨리슨 톰 지음, 강동혁 옮김, 김세연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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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첫 투자 수업

다일린 레들링 | 주니어김영사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해 펀드를 가입했었다. 아이 앞으로 생기는 돈을 넣어볼까 하고 시작된 펀드였지만 급하면 찾아 쓰는 나만의 비상 용돈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가 크기 시작하면서 용돈은 어떻게 주는 게 좋을지 그리고 아이 경제 교육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만 해오길 어언 몇 년이 흘러 어느덧 아이들이 중1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그저 6학년 때부터 어린이 경제신문을 구독해 읽어보는 것과 나름의 용돈 기입장을 작성하게 했다는 거?! 나 또한 받은 적 없는 경제 개념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란 여관 힘든 게 아니다.

친언니 주위 사람들이 이번 어린이날 아이들 앞으로 주식을 선물했다며 조카도 자신의 주식계좌 여부를 물었다고 할 정도로 붐이 일고 있는 투자,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해줄 수 있을까?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알고서 투자를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만나게 된 「어린이 첫 투자 수업」, 정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예시를 들어가며 쉽게 알려준다. 나 또한 흐릿하게만 알고 있던 개념에 대해 제대로 잡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더없이 좋았다.



「어린이 첫 투자 수업」은 현명한 저금과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총 7교시로 단계별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담아놓았다. 돈이란 무엇인지 돈의 역사부터 시작해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과 은행 이자, 단리와 복리, 채권과 주식 등 다양한 금융을 만나 어떻게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투자 수업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생각해 보고 미래에 할 수 있는 일과 앞으로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왜 조금 더 어릴 때부터 투자를 해야 하는지, 어른들보다 더 귀한 도구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며 조금 더 빠르게 저금을 시작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려줘서 좋았다.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된다고 할까?^^



아이들에게는 부채가 뭔지 단리와 복리는 무엇인지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걸 대비해 아이의 나이와 선생님의 나이를 비교하며 그래프로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예시로 알려줘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간중간 나오는 역사 메모와 놀라운 투자자를 통해서는 조금 더 깊은 지식을 가지게 되고, 각 교시마다 있는 투자활동지를 통해서는 실전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린이 투자 공책을 통해 책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활용해볼 수도 있다. 이 활동을 통해 이자율을 조사해보기도 하고 자신이 투자할 회사에 대해 공부해보기도 하고, 주가 관찰 일지도 써보면서 조금은 투자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복리는 세계의 여덟 번째 불가사의이다.

복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돈을 벌 것이고

복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돈을 낼 것이다

p.38

책을 읽다 말고 나에게 와 채권에 대해 아냐고 묻는 녀석들, 채권을 알고 있다고 대답하자 그럼 채권을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 채권은 없고 주식은 가지고 있다는 나의 대답에 그러면 너무 위험하다고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녀석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ㅎㅎ

무의식중에 ‘너네가 무슨 투자를 해?!’라고 생각해왔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투자할 회사를 찾아 평가하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아이로 컸으면 하는 바람을 또 가지고 있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렸을 때부터 투자를 시작하면

이런 꿈들은 물론,

그보다 많은 것을 이루며 살 수 있어.

p.119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편안하고 즐거운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돈에 끌려다니며 자신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꿈꿔왔던 삶을 잊은 채 살아가지 않고 돈을 다스릴 줄 아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잊고 있었던 복리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과 내가 투자하고 있는 상품을 되돌아보며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재정비를 해볼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보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투자 수업이 될 거 같다.

ps. 이 책을 읽고 매번 해야지 해야지 했던 주식을 아이들 이름 앞으로 아이들이 선택한 회사를 1주씩 매수를 했다. 이제부터 제2의 투자 수업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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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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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Ι 김남주 옮김 Ι 민음사

너희 중 아무도 미국에 갈 수 없고,

너희 중 아무도 영화배우가 될 수 없다.

또 일전에 누군가가 슈퍼마켓에서

일하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p.146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앞날이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그 앞날에 대해 세상과 단절된 채 무의식적으로 계속 교육을 받게 된다면 자신의 생명을 잃게 되는 기증도 당연한 삶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까?!

너무 당연해서 의문조차 가지지 않고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그들의 일상도 우리와 다를 게 하나 없다. 단지 기증과 간병사, 그리고 클론과 근원자 등과 같은 평범하지 않은 단어가 그들의 생활 속에 숨 쉬듯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을 뿐...

기증을 시작할 때가 되면 정말이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말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생각하는 그 기증이 맞나 싶었을 정도로 너무 담담해서 그래서 더 먹먹하고 가슴 아팠던 이야기였다.




「나를 보내지 마」는 총 3부로 진행된다. 1부에선 현재 간병사로 살아가고 있는 캐시가 유년기를 보냈던 헤일셤의 생활을 회상하는 이야기가, 2부에선 헤일셤을 떠나 잠시 머무르는 코티지에서의 생활이, 3부에선 간병사나 기증자로서의 삶이 그려진다. 외부와는 차단된 기숙학교에서 그림도 그리고 수업도 받으며 어느 10대와 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캐시, 루스, 토미 그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성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편의 성장 소설을 보는 듯하다.

수업을 통해 은연중 아이들에게 기증에 대해 심으면서 아이들의 앞날에 대한 기본 사항을 아이들 머릿속에 교묘한 방법으로 집어넣는다. 들었으되 듣지 못한 상태가 된 그들은 오직 장기 이식을 위한 존재로 키워지며, 중년이 되기 전 장기기증을 하기 위해 태어난 그들이었기에 자신이 원하는 일도 다른 나라로 가는 것도 할 수 없는 이미 정해진 삶을 살아간다.

기증을 할 때가 오면 마치 기증 로봇이 된 것처럼 자신이 죽기 전까지 계속 기증을 한다. 첫 번째 기증이 끝나고 건강해지면 두 번째 기증을, 그리고 또 건강해지면 세 번째 기증을... 기증이 기술적으로 끝이 나더라도 의식은 남아 그들이 스위치를 끌 때까지 기증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그려지는 그들.




마치 왔다가 가 버리는 유행과도 같군요.

우리에겐 단 한 번밖에 없는 삶인데 말이에요.

p.454

조금이나마 자신의 수명을 늘려보고자 찾아온 캐시와 토미에게 오히려 이전 클론들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서 살 수 있게 해준 자신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던 에밀리 선생님, 진심이신가요?? 온전히 자신들의 이기심으로 만든 존재이면서 그 존재를 꺼려 하고 숨기고 그들을 오직 인간 이하의 열등한 존재라 생각하며 외면하는 모습을 보일때면 인간의 민낯을 보는 듯했다.

'인간 복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화려한 미사여구 하나 없이 그저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그려진다. 그 일상을 통해 그들 또한 감정과 이성 그리고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생명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거 같았다. 그리고 가즈오 이시구로 저자 특유의 담백한 문체가 독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만들며 노래 제목 'Never let me go'에서 가져온 이 책 제목이 '제발 나를 보내지 말아달라'는 처절한 외침으로 들려왔다.

불치병이라고 생각했던 병들이 기증으로 인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과연 이 방법을 알기 전 과거로 다시 돌아가려고 할까? 과연 나는? 당신의 선택은? 미래에 정말 이런 일이, 아니 지금도 어디선가 이런 일이 일어나고만 있는거 같아 무섭다.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지, 과연 끝이 존재하긴 하는 건지 「나를 보내지 마」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인간복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가즈오 이시구로 리커버, 나를 보내지 마



인상 깊은 글귀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리커버 Ι 민음사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 어떻게 그가 크리시의 느낌을 알 수 있었겠느냐고? 그녀가 원한 게 어떤 거였을지 말이야. 수술대 위에서 삶에 매달렸던 사람은 그가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가 그 느낌을 알 수 있겠어?

p.386

"결국 그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잖아, 안 그래?"

p.388

여깁니다, 보세요! 이 작품 좀 보시라고요! 이런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인간 이하의 열등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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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딜레마 - 국가는 정당한가
홍일립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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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딜레마

홍일립 Ι 다산북스 Ι 사무사책방시리즈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p.79~80

어릴 적, 특히 학생 시절 조회시간에 수없이 듣고 외쳤던 '국기에 대한 맹세'이다. 「국가의 딜레마」를 읽기 전에는 이 문구가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조차 해본적 없다. 오히려 어른이 된 지금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게 되는 경우도 손꼽을 정도이니 이 문구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로 바뀌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박정희 정권의 전성기 때는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종교의식 같은 것으로 오후 다섯 시만 되면 어디서든 어김없이 울려 펴졌다고 한다. 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국가에 충성을 다하라고 강요하는가? 도대체 국가가 무엇이길래?

국가론에 대해 정말 쉽고 깊이 있게 다룬 「국가의 딜레마」, 읽는 족족 왜 이해가 되냐며 신기해하면서 다 읽었다. 정치사회 도서 분야와는 친숙하지 않아 거의 그쪽으로는 읽은 책이 전무할 정도인 나조차도 재미있게 이해가 되니, 신기한 나머지 이 저자 완전 능력자라며 저자의 이름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최초의 국가'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p.45

「국가의 딜레마」 2장의 첫 문장을 보는 순간 '정말 '최초의 국가'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느 나라인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겨 바로 옆에 있던 아이들에게 물었다. "선사시대 알죠?! 그때부터 네 땅 내 땅 하면서 싸우고 하다가 나라가 만들어진 거 아니겠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 네 땅 내 땅이라니 땅따먹기도 아니고 표현이 귀엽다며 웃어넘겼는데... 아니, 이게 답이랑 근접하다고?!

어떤 사람이 "이 땅은 내 것이다."라며 공동의 땅을 자기 땅이라고 우기자 순진한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단다. 그로 인해 특권을 가지게 된 그 사람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권위를 누렸고 그 특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세력을 만들어 나간다. 더 많은 땅을 가지기 위해 시작된 전쟁과 범죄 그리고 살인, 영토 확장을 추구하며 인적·물적 자원의 약탈을 일삼던 수많은 국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소수의 무리에 의해 장악되어온 역사적 사실을 루소의 '최초의 사기꾼'을 등장시키며 재미나게 풀어놓아 더 쉽게 이해가 되었다.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은

국가에 묶여 있는 사람이다.

p.155

책을 읽다 보면 루소가 제시한 최초 국가, 헤겔의 국가 찬미, 국가보다는 개인이 우선한다는 믿음에 기초한 시민 불복종을 주장한 소로, 이 세상의 크고 작은 모든 국가가 약탈과 정복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스푸너의 강도 국가론 등 다양한 국가론에 대해 만날 수 있다. 각자가 주장하던 국가론을 보며 지금 현재의 국가는 그 당시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변화해 왔을지 떠올리며 읽는데 어떻게 그 당시와 바뀐 게 많이 없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국가는 항상 소수가 다수를 억압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조직화된 폭력을 동원해서 개인의 자유를 통제한다. 그리고 국가는 필요할 때마다 국민의 희생을 요구한다. 개인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국가가 어느새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국민이 된 거 같다.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만한 사람을 찾아 뽑아 놓은 사람들은 자신과 정파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쁘고, 국가적 정책 과제를 심의하는 데서 이성적 숙의와 진지한 토론은 뒷전이다. 공공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대표자'의 자리에 직업적인 정치꾼 무리가 들어서 '국민을 위한 헌신'이나 '책임의 윤리'를 실천하는 데 앞장서기보다는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 자신이 시민의 대리인이지 주인이 아니라는 걸 잊고서 살아가는 거 같다.




선거일이 왔을 때 간혹 뽑을 사람이 없다고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런데 그럴 때 다 나쁜 놈이지만 그중 덜 나쁜 놈으로라도 뽑아야 하지 않겠냐는 대답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란 국민의 이사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자들이 국민의 대표임을 자임하고 행정, 입법, 사법 권한을 행사하는 나라를 말한다고 한다.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 권력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면 권력의 남용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물론 정치적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책임의 윤리를 실천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손에 넣게 되면 가장 위대한 자유 투사라 해도 압제자로 변한다는 바쿠닌리의 말이 더 와닿는 건 왜일까?



한 국가 아래 모여 사는 국민이란

나이고 너이고 우리이다.

p.284

국가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실재한다고 국가의 형체를 통째로 담은 하나의 명문화된 문서 '헌법'으로 증명한다. 법위의 법, 법중에 가장 기본 법인 헌법! 국가 운영의 기본이고 국민과 국가와의 기본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헌법!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8차례를 걸친 헌법 개정이지만 권력자와 정치집단, 그리고 일부 법률 전문가에 애해 주도된 엘리트 개헌이다. 2020년 기준으로 보면 1968년에서 2002년 사이에 태어난 국민은 현행 헌법에 동의한 적 없다. 이 헌법 아래 살아가고 우리. 국가가 무엇이고 시민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헌법에 대한 공부 할 필요가 있으며 국민의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에 대해서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생각하며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사는 공동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최소한 알고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의 딜레마, 인상 깊은 글귀

국가를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인간의 시도가 결국 국가를 지상의 지옥으로 만든다(독일 낭만주의 시인 횔덜린의 경고)

p.124

희생은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통치자들은 야만적인 권력욕을 뒤로 숨긴 채 조국이고 민족이라고 외쳐댄다. '국민 모두가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거나 '국가를 위한 희생이야말로 최대의 영광이다'라는 미치광이식 선동으로 평범한 개인의 일상을 참혹한 전장의 불구덩이로 내몬다.

p.135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닌"이상 '각자의 방식대로 숨 쉬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갈 권리'가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p.187

따라서 그들에게 정치란 '허구의 세계'와 같다. 그들의 정치권 권리라고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선거철에 그저 투표하는 일밖에는 없다. 정치는 그 판에 뛰어든 소수자의 몫이 되었고, 정치라는 일은 그들에게 평생의 직업으로 굳어져 버렸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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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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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로 알고 읽기 시작했으나 ‘맺음말을 대신하는 머리말’을 읽는 순간 현실에서 일어난 사실로 다가와 책 정보를 다시 찾아 확인하게 만든 「심판의 날의 거장」, ‘소설’이라는 영역을 확인하고 다시 읽었음에도 편자 후기를 접하는 순간 또 한 번의 혼란이 찾아왔다.

소설인지 실제 현실에서 일어난 일인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이 이야기는 레오 페루츠 저자가 독일어권 환상 문학의 거장이라고 왜 불리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요슈 남작이 쓴 수기의 형식을 빌려 진행되는 이 소설은 이중의 액자 구조로 진행된다. 오직 요슈 남작의 눈으로 보는 이 이야기엔 환상과 현실, 사실과 허구가 어지럽게 뒤섞였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길 반복하며 읽는 나로 하여금 주인공조차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유명 궁정 배우 오이겐 비쇼프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사람들에게 들으면 기분이 오싹해 오늘 밤늦도록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이상한 일이 있다며 기묘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자신이 최근 알게 된 해군 장군의 남동생이 아무런 동기도 없고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채 자살을 했고, 남동생의 자살 동기를 찾기 위해 남동생처럼 하루 일과를 모두 따라 하던 장군 또한 창문 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그런데 이 기묘한 이야기를 하고 자리를 비운 오이겐 비쇼프도 권총으로 자살을 한 상태로 발견된다. 모두 함께 있던 공간에서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었길래 그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이러한 죽음은 생각지도 못했던 나였기에 그의 죽음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그의 아내 디나와 처남 펠릭스는 예전 디나와 연인 관계였던 요슈 남작을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으로 지목하고, 그 자리에 함께 한 엔지니어 졸그루프는 남작이 무죄라 주장을 한다. 앞서 있었던 의문의 연쇄 자살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짐작한 엔지니어와 고르스키 박사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고, 현실을 외면하며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려던 요슈 남작 또한 나름의 추리를 해나가며 오이겐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려고 한다.

그들이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지는 과정 속에서도 의문의 자살 사건은 계속되는데... 그들은 자살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을까?




자살 사건이라 생각했던 이 사건들이 자발적이 아닌 강요받은 자살 사건으로 모두 동일인이 관여되어 있을 거라 의심을 하는 그들과 함께 행적을 따라가다 보니 나 또한 범인을 추리하기 바빠졌다.

오이겐 비쇼프가 죽은 날 의문의 여자에게 걸려온 전화, 그리고 그 여자가 말한 ‘최후의 심판’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왜 요슈 남작은 엔지니어와 협공하지 않고 각개 플레이를 하는지 궁금증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그런데 요슈 남작의 눈으로 보는 이 사건들이 그의 불안한 정신 상태로 인해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정말 그로 인해 제일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요슈 남작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정말 요슈 남작 저에게 왜 그러시나요?!




우리가 타인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우리 각자는 나름의 최후의 심판을 안에 지니고 있습니다.

p.234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책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었던 이야기, 예술의 삶을 살아갔을 그들의 일생들이 생각나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떠오르게 하는 이 소설.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길지 않은 이 이야기에서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 판타지 등 다양한 요소를 만나볼 수 있었으니 ‘에이 설마... 설마...’하다가도 ‘헉! 진짜?! 대박!’이 절로 나왔다. 그 누구 하나 믿을 수 없고 의심하게 만들면서 혼란에 혼란을 준다. 그러다 결국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만드는 「심판의 날의 거장」, 연쇄 자살 사건의 비밀을 통해 전해지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곱씹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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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황후 1
알파타르트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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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재혼 승인을 요구합니다.

p.9

사이다 발언과 함께 시작되는 재혼 황후, 처음엔 책 제목부터가 복잡해 보여 끌리지 않았던 웹소설이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온전히 같은 저자의 책 「하렘의 남자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 책 또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으로 신청해 읽게 된 책이다. 역시나 알파타르트 저자님, 실망시키지 않으시고! 결국 웹툰까지 달리게 만드셨으니 이제 책도 5권까지 달릴일만 남은듯하다. 그런데 1권이 500페이지, 실화냐?! 이게 5권이면....(후덜덜!)

재혼 황후의 주인공 나비에, 소비에슈 왕자와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왔던 사이로 자연스럽게 정략결혼을 하고 서대제국의 황후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을 다녀온 소비에슈가 도망 노예 출신인 라스트를 데려와 정부로 두더니 급기야 임신한 그녀를 황후로 만들어 자신의 아이를 후계자로 만들겠다고 나비에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그것도 아주 당당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디서!! 악, 내 뒷목!!)




어릴 때부터 황후로서 훈련되어 키워졌던 나비에는 철저하게 황후처럼 행동하고 황후처럼 생각하고 황후처럼 말하는 정형화된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래서 한 남자를 남편으로 같이 두었으니 이제 가족이지 않냐며 언니라고 불러도 되는지 물어오는 라스타에게 화를 내면 옹졸해 보일까 봐 화도 내지 못한다. 그리고 황후는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혼자 자신만의 비밀 장소에서 몰래 울며 마음을 달랜다.

그런 나비에에게 허물없이 다가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금색 깃털에 보라색 눈동자를 하고 있는 새 ‘퀸’이다. 나비에가 ‘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 새는 사실 새로 변신할 수 있는 종족 서왕국 제 1 왕위 계승자 하인리로 추후 그녀에게 푹 빠져 직진 스킬을 선보이는 연하 남 되시겠다.




「하렘의 남자들」에서도 작가 고유의 유머러스함이 있어 웃음을 주시더니, 「재혼 황후」에서도 그 특유의 웃음 요소를 만나볼 수 있다.

산책을 같이 하고 싶다는 라스타를 차갑게 딱 잘라서 싫다고 대답한 하인리를 보며 성격이 더러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나비에, 그리고 그런 나비에를 보고 뜬금없이 자신이 잘생기지 않냐고 엉뚱한 질문을 날리는 하인리이다.

"저, 안 잘생겼습니까?"

무슨 소리야? 당황해서 살짝 인상을 찡그리자, 하인리 왕자가 미심쩍다는 투로 말했다.

"이상합니다. 보통 이쯤 되면 다들 제게 관심을 보이시던데. 퀸께서는 왜 이렇게 차가우시지? 오늘 저, 얼굴 부었습니까? 예쁘게 입고 왔는데."

내가 뭘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p.123

▶ 응, 아니야! 제대로 들었어 ㅋㅋㅋㅋ 하인리가 지금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잖아. 아니 얼마나 맘이 급했으면 자기가 잘생기지 않았냐고 왜 관심을 안 가지냐고 묻냐고 ㅋㅋㅋ 직진 연하남 아주 옳은 자세로구나!

그런데 새가 하인리인지 모르는 나비에는 퀸을 안아서 이마에 뽀뽀도 해주고 비가 오는 날에는 한 침대에서 잠도 같이 자자 그러고 퀸의 궁둥이도 두드려준다. 그럴 때마다 굳는 하인리, 굳는 하인리를 보며 새도 성별을 따지나 의아해하는 나비에이다. ㅋㅋㅋㅋㅋ




책보다 웹툰으로 먼저 다 본 나로서는 내용을 알고 읽었음에도 재미가 있었다. 웹툰은 보는 재미가 있어 눈이 즐거우면서 중요한 포인트로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소설은 감정이 더 풍부하게 묘사가 되어 즐기는 포인트가 틀리게 다가온다.

라스타가 나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얼굴로 소비에슈와 함께 고구마를 날려줄 땐 울화통이 터지다가도 나비에와 하인리 또는 퀸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엄마 미소 지으며 읽게 된다. 저자가 고구마와 사이다 사이를 잘 조율해 놓았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하인리가 자신의 체면과 상대의 체면까지 생각하며 행동하는 귀족과 달리 놀라울 정도로 맺고 끊는 게 단호한 남자여서 너무 좋았다. 라스타가 접근해와도 ‘응. 너 아니야!’를 시전해주며 칼같이 잘라내는 모습이 정말!(숨멎) 고구마 속에서 사이다인 존재! 2권에서도 하인리의 활략이 기대된다.




"난 정부 제도를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남왕국에는 그런 이상한 제도가 없거든요. 말이 좋아 정부지, 그냥 바람피우는 거 아닙니까? 법으로 정부라고 땅땅 허락해두니까, 저렇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는 겁니다."

p.154

▶ 옳소. 정부를 데려온 건 소비에슈이고 그런 그를 따라와 정부가 된 것도 라스타인데 왜 나비에가 가해자인처럼 몰아가며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난 라스타보다 대화가 되지 않던 소비에슈가 더 답답하게 다가왔다. 조용하게 우는 듯 마는 듯 울던 황궁 귀족들만 보아왔던 그가 어린아이처럼 우는 라스타를 보며 귀여움을 느끼면서도 하인리 왕자가, 블루 보헤안이 나비에에게 관심을 보이면 자신처럼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며 입바른 말을 잘하는 남자는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미친 소리까지 한다. 정말 답 없는 소비에슈이다.




소비에슈가 라스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나비에가 선물 받은 사랑의 묘약의 약 효능을 증명한다며 약을 마신 카르멘 대공, 그리고 그때 누군가 그들을 찾아오며 끝이 난 재혼 황후 1권, 2권에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풀려나갈지 궁금해진다.

ps. 설마 카르멘 대공, 찾아온 그 사람을 처음 보고 반하는 거 아니지?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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