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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 폴로어 25만 명의 신종 대여 서비스!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지음, 김수현 옮김 / 미메시스 / 2021년 8월
평점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따라할 수 있으면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결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곧 직업이자 돈 벌이 수단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어떻게 돈을 벌지란 생각을 할 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돈을 번다.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일자리를 찾는 것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신청이 들어온다. 이 책은 이 신청에 대한 내용, 그리고 직접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느낀 기분과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대신 티켓을 끊기 위해 줄을 서달라고는 할 수 없다. 아직도 경우의 수가 좀 많은 기준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기준이 있다. 신청자가 카페 문을 열고 1시간 동안 손님이 없으니 손님으로 와서 맛있는 차를 마셔달라는 것, 이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준에 부합한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날은 이상하리만치 카페 오픈 시간에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의미가 희미해 질 정도로 말이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많다. 공부를 하는 동안 앞에서 지켜봐 달라는 것, 집중을 하기 위해 자신의 앞에 있어달라는 것, 헤어진 사람에게 물건을 돌려줘야 하는 데 그 시간에 함께 있어달라는 것, 이혼하기로 한 날 혼자 밥을 먹기 뭐해서 함께 먹어달라는 것 등 정말 다양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이게 뭘까란 생각이 들었는데, 중간에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루의 일과가 등장한다. 그것도 실사로 등장하는데, 그제서야 이 책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서비스로 무엇이든 다 해주는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서비스는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필요할 때 그 누군가가 내가 아는 사람이든, 알지 못하는 사람이든 상관 없이 곁에만 있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상황들이 때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했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한 번 쯤 이용해 보고 싶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 이 서비스는 누구나에게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