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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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는 주로 진부하다. 이런 저런 위기를 거쳐 결국은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와 같은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물론 주로 그렇다. 주로 그런 '사랑' 이야기 덕분에 <사랑의 온도>라는 책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 책 표지부터 따뜻함이 물씬 풍기는 색으로 되어 있어, 아무래도 진부한 사랑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앞섰다. 그리고 못내 몇 장을 읽어내렸을 때, 알아차렸다. 진부한 사랑이야기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의 온도>를 읽는 내내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바로 신경숙의 '깊은슬픔'이었다. 진부하지 않은 사랑이야기가 어디 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진부하지 않은 사랑이야기가 이 책들에 담겨 있다. <사랑의 온도>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온전한 자신을 내던지는 여자와 그리고 그 사랑을 받는 남자, 그리고 그런 여자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 그리고 또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휘몰아치는 감정, 그 속의 기쁨과 사랑 등은 직접 읽으면서 느껴야만 진정함을 알 수 있다.

 

<사랑의 온도>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아마도 각색되어서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책으로 출간된 것보다는 조금 더 밝고 행복한 기운이 담긴 내용이지 않을까란 예상과 함께 말이다. 어떻게 되는지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책을 먼저 읽은 이상 내 취향쪽은 적당한 음울함과 행복함이 공존하는 책이다. '사랑'이야기가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만 끝나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순간적인 대리만족 또는 행복을 느끼게는 해주겠지만,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보면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그래서 마음에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랑의 온도>. 사랑에 지쳐있다면, 앞으로의 사랑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 그 어떤 '사랑'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꽤 괜찮은 책이고 드라마가 아니고 책으로만 나왔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드라마가 이와 같은 내용으로 연출된다면 역대급 결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찌되었든 몇 년만에 마음에 꼭 드는 다시 읽고 싶은 리스트에 올라갈 책을 만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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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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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 대부분은 '멋진' 제목에 혹한 '직장인'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는 동안 주위의 시선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물론 책에 대한 관심이었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이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을 들고 있었다면 지대한 관심 표명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는 정말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정말 당장에 한 달에 한 번 지정된 날에 수입이 들어오지 않아도 괜찮은 것인가? 라는 의문과 나름의 안도감을 느끼며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책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버티고 견디고 있는 직장인들의 빛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당장에 주기적인 수입을 포기하고 하루 벌어 사는 삶을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아닌, 완벽하게 180도 다른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 역시 나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말하려고 한 것 같다. 여러 책에서 꼭 하루하루를 이를 악물고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한다. 힘을 뺴라고 하기도 하고, 적당히 내려놓고 살아가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잠시나마 힘을 빼고 적당히 내려놓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은 탄자니아와 홍콩의 사례를 들어 하루 벌어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아마도 지금 우리의 상황에 접목시키려 한다면 조금은 어렵지 않을까하면서도, 내심 이런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점점 정규직 자리를 얻기 힘들어지고 임시직이나 일정한 계약 기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계약직. 평생 한 곳에서 버는 삶이 아니라 탄자니아의 부부처럼 그때 그때의 상황과 인간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탄자니아에서의 삶이 가능해지려면 아마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힘을 빼야 할 것이며, 그 보상으로 삶의 본질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홍콩의 청킹맨션은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들어가서 길을 헤매지나 않을까 싶어 고작 1층에 들어가 본 것이 전부이지만 내부의 모습은 TV에서도 방영한 적이 있어 대략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의 모습에서도 공문서가 통용되지 않고 정확하게 '하루 벌어 사는 모습'이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다시 홍콩에 갈 기회가 있다면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가 떠오르면서 내가 가진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고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당장에야 하루 벌어 사는 삶이 불가능하겠지만 어쩌면 이러한 삶이 진정한 행복의 길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탄자니아와 홍콩의 사례를 통해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모습에서 깨달음이 있다는 것만으로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는 내려놓고 싶지 않은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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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 문학상 제정 작가 10인 작품선 대한민국 스토리DNA 15
김동인 외 지음 / 새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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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진기행>이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무진기행'만 실려 있는 것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진기행>은 김동인, 이상, 김유정 등 익숙한 제목, 반가운 내용을 실어 다시 한 번 이 작품들을 읽었던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 한국 문학 작품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교육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된다. 전문을 배우지는 않고 작품의 일부를 배우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내용의 파악이 어렵지는 않다.

 

내가 이 작품들을 만난 건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흥미로운 스토리에만 끌렸다.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다. 다시 <무진기행>이라는 제목 하에 만나게 된 빛나는 한국 문학 작품은 이제서야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읽게 된 이 작품들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새롭게 읽혀진다는 것은 좋은 글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무진기행>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 한 권을 읽는다면 한국 문학 작품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작품 모두를 읽을 수 있다.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문학 작품을 한 권으로 접할 수 있다는 장점과 그리 길지 않은 길이의 작품들이 실려 있어 문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여러 작품을 한 데 모아 접근성이 좋고, 누구에게나 익숙한 작품들이기에 더욱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또한 <무진기행>에 수록된 문학 작품들은 한 번 읽고 돌아서는 작품들이 아니다.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해석을 하게 만든다.

 

수록되어 있는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인상깊고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읽은 '광염소나타'는 다른 작품과 달리 두어 번 더 읽었다. 같은 문장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고. 이런 구성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주인공과 그 주인공이 살아가는 배경, 소재 하나하나가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글이 완성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내용에 대한 줄거리보다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또 다른 방법, 그리고 불운한 천재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키워드로 표현해 보고 싶다.

 

<무진기행>에 수록된 작품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어떻게 이런 작품들을 쓸 수 있었나하는 것이었다. 잔잔하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지고, 혼란 속에서도 고요함이 느껴지는 작품들. 무엇보다 읽는 내내 작품 배경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잘 알고 있지만 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대상이 읽을 수 있는 <무진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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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의 심장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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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이런 소설을 쓴 사람이 한국 작가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던 <줄리의 심장>은 새로운 장르의 개척과도 같았다.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구성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지점으로 모여드는 완벽한 글. 그래서인지 <줄리의 심장>에 실려 있는 여러 개의 단편 소설 하나하나가 모두 새로웠고, 완벽했다.

 

가끔 단편 소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단편 소설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이었다. 작은 소재들이 모여서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그중에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비슷한 내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럴 때마다 조금은 아쉬웠고 그 안에서나마 각 글의 개성을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줄리의 심장>은 단 한 편도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나하나의 단편이 모두 새로웠고 완벽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풍기는 음울하고 난해한 상황들은 모두 계획되어 있었고, 이 계획을 세운 작가가 위대해 보였다.

 

총 7가지의 단편 소설 중에 어느 하나 빠짐없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첫 작품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그 어떤 배경 지식 없이 읽기 시작한 처음이라서인 것 같다. 뭐지? 뭐지? 왜 이런 내용이지?를 반복하다가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다음 작품부터는 그런 의문을 품지 않고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전이라면 반전이고, 어찌보면 이미 계획되어 있는 결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음울한 작품 세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줄리의 심장>은 음울한 작품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완벽하게 짜여져있는, 감동은 아니지만 어떤 깨들음은 있는, <줄리의 심장>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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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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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느끼는 감정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나 역시 공감해"라는 말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면서 누군가의 감정에, 또는 어떤 상황에 공감하는 일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감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공감이라는 감정이 정말 '공감'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공감'인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그런 상황과 말에 대한 공감 능력이 있어서 공감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그런 생각과 느낌에 나 역시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사용했을 뿐이다. 이 알 수 없는 '공감'은 대체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그리고 지금의 '공감'은 제대로 된 공감이 맞는 것일까?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책, <공감의 시대>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최재천 선생님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책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책 제목에 대한 이끌림이었는데, 일단 그것과 더불어 번역자가 최재천 선생님이라는 점은 완벽한 구성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공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새롭게 정의되었다. 공감한다는 것, 공감 능력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이 책은 인간이 아닌 포유류가 기준이 되어 공감의 상황을 다룬다. 그들의 공감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 그리고 인간이  공감한다는 것과 완벽하게 다른 공감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자칫하면 여러 가지 실험 상황과 생물학이라는 분야가 어렵게 접목되어 읽기 쉽지 않은 책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학 분야, 특히 생물학, 진화 분야에 대해 낯선 느낌을 받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차분하게 앉아서 한 장 한 장 곱씹으며 읽다보면 어느 새 한 챕터씩 끝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은 대부분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간중간 실험에 대한 보조적인 설명으로 작은 삽화가 들어가 있다. 그 삽화를 통해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는 내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다음 내용에 대한 시작도 매끄러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물학, 진화 등에 대한 분야의 벽이 허물어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사실 수학만큼이나 매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과학인데, 그중에서도 생물학과 진화는 어렵게 설명되면 습득하기조차 어려운 분야이다. 하지만 이 책은 더 많은 지식과 정보에 대한 갈망을 갖게 해 주었고,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생물학이 기반이 된 '공감' 능력을 충분히 배울 수 있었다.



'공감' 능력이 무엇이다. 그러니 앞으로 이렇게 공감하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공감 능력이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도 있고, 무엇보다 인간보다 나은 점 또한 있다는 것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기 힘든 사람, 또는 점점 공감이 어려워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처음부터 시작하는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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