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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그리워졌다 - 인생이 허기질 때 나를 지켜주는 음식
김용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자려고 누웠을 때,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떠올랐다. 꾸덕한 느낌의 깨죽. 한 숟갈 크게 퍼서 올리면 남은 죽으로 툭,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그 깨죽이 떠올랐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그 맛이 다음 숟가락을 재촉하는 느낌이 바로 이 책과 닮아 있었다.
<밥이 그리워졌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음식들의 이유 있는 향연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글이 실려 있다보니 음식에 집중을 하다가도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어떻게 이 음식에 이런 이야기가 떠올랐을까, 어떻게 이 음식에 그 작품이 연관되었을까란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작가의 음식에 대한 이유 있는 향연에 푹 빠져들게 된다. 생각해보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우리 생활에서 "먹는 것"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는 먹는 행위를 하지만, 누군가는 먹이는 행위를 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그런 까닭에 음식에는 많은 이야기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전체 구성을 5부로 나누어 가장 따뜻하고, 사랑이 떠난 후, 외로움이 찾아왔을 때, 영혼의 허기가 느껴질 때, 그럼에도 생은 계속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 다섯 가지 주제 안에서 우리가 한 번쯤은 접해본 음식들이 등장해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음식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절로 나도 이 음식에 대한 추억이 있었지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어떻게 조리하는 지에 대한 감칠맛 나는 설명은 마치 내 눈 앞에서 바로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기도 한다. 배가 고플 때 이 책을 본다면 어김없이 이중에 몇 가지 음식은 당장 사러 나갈지도, 당장 만들어 먹을지도 모르겠는 일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샆 깊었던 부분은, 작가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고 있는 음식들이 몇 가지 있었다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넘긴 한 장의 페이지가 몰고오는 폭풍같은 마음의 동화가 생긴다. 작가와는 다른 음식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겠지만 그 음식을 어떻게, 언제, 어디서, 누구와가 함께 떠오르는 것은 이 책이 가진 매력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 책을 통해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자 시작했다면, 지금은 음식을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안 먹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소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싶거나 작가의 음식 이야기를 통해 찾아보고 싶은 추억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