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할둔 - 역사의 탄생과 제3세계의 과거
이브 라코스트 지음, 노서경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랍권은 물론 마그레브란 지역은 이 책을 읽기 전엔 무척 낯선 지역이었다.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도 이들 지역에 대한 이질적인 인상은 아직도 건재하지만 그래도 호감도는 무척 높아졌다. 아마도 ‘이븐 할둔, 역사의 탄생과 제3세계의 과거’라는 책이 준 첫 번째 선물일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얻은 것만이 이 책의 선물은 아니다. 무엇보다 마그레브를 포함한 아랍의 뛰어난 역사학자의 철학과 그의 시대를 앞서간 현대성을 보게 된 것은 물론 과거에 갖고 있던 부정적 인식이 상당부분 감소됐던 것이 가장 크다.
  이 책 이전에 읽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란 책에서 묘사된 북아프라카 국가들의 행태와 불미스런 내용들은 이 지역에 대한 호감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시대적 차이는 있겠지만 어차피 짧은 역사적 사실 앞에 개인적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만큼, 해적이나 인신매매와 같은 어휘들로 치장된 부정적 어휘들은 마그레브 지역에 대한 인상을 그다지 좋게 만들어 주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했던 시오노 나나미의 어쩌면 편향된 시각에 따른 저술방식이 그 원인이었겠지만 개인적 입장에선 시작부터 이븐 할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음을 부정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유럽의 노예무역을 위주로 쓴 책을 읽었다면 과연 유럽에 대한 감정이 호의적일까 하는 자문을 한다면 확실히 객관화된 자세를 갖기 위해선 관련된 책은 물론, 양쪽의 견해를 대변하는 Text 역시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대성의 한계이거나 특수성이겠지만 신에 대한 경배를 주장하는 신비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합리적 사고로 연속된 사건들의 원인과 결과를 찾고 그것을 기술하려는 어느 역사학자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인상 깊었다. 책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많은 고찰을 하고 있는 부분으로서, 어쩌면 시대적 한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의지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시대로는 해결하기 힘든 난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려는 정직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에 대해 가장 의미 있고 보면서 큰 인식을 얻은 것은 도시에 대한 그의 인상과 판단이었다. Local적인 특성은 물론 시대적 특수성이야 존재하지만 도시의 근본적 허약함을 통찰한 그의 인식은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대목이었다. 과연 그의 해석이 현재에도 통할 것이냐는 문제는 많은 담론을 요구하겠지만, 부피를 엄청나게 키우면서, 거의 50%가 되는 현인류가 살고 있는 도시는 현재 사치와 향락의 주요 거점이 됐으며, 인간사회의 건강성을 계속 훼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한 환경파괴의 지역뿐만 아니라, 건전한 발전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은 아무래도 현대성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저자인 ‘이브 라코스트’는 자신이 태어나고 또한 자신의 국적이 있는 북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이븐 할둔의 책을 통해 이 지역의 성장의 둔화의 원인과 또한 식민지의 원인, 그리고 저개발의 원인을 밝히려고 하고 있다. 특히 그는 다른 지역들로부터 잘못되고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지역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븐 할둔이 제시하고 분석한, 지역의 통합과 권력의 동력인 ‘아사비아’에 대한 분석과 함께, 아사비아를 통해 당시의 지역구분인 ‘움란 바다위’와 ‘움란 하다리’의 건강성과 그 관계를 통찰하는 대목은 무척 인상 깊었다. 이런 분석은 마그레브란 지역의 낙후성이 외적인 요인보다 내부적인 요인에 있음을 확인하고, 동시에 일반화로 확대했을 경우 사회적 건강성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현재의 지역적 저개발로 인해 그 지역에서 나온 문화가 수준 낮을 수도 있다는 편견은 언제나 이븐 할둔 같은 뛰어난 학자들로 인해 쉽게 꺾이곤 한다. 아마 내 경험에도 정확하게 적용됐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 결코 의미 없거나 불필요한 것이 아닌, 도리어 큰 즐거움이 된다. 새로운 것을 알 기회를 얻음은 물론, 새로운 인식과 지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적 성장이란 이런 단계를 요구하고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븐 할둔의 작품인 [역사 서설]을 직접 만나고 싶다. 그래서 개인적인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 보다 새로운 인식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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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온 와이어 - Man On Wir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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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처럼 위험한 모험심과 그 이후의 황량함.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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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 - Rick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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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목말라하면서도 솔직함을 잃어버린 Cool한 도시민들, 그들은 분명 불행한 사람들이다. 이 영화는 그처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의 불운과 외로움을 사실대로 그려내면서도 동시에 그런 불행을 극복하기 위한 도시인들의 노력을 담고 있다. 그런 노력 속에서 정직함이 갖고 있는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도시인들이 부족한 부분이면서 이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라는 가족관계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본임을 이 영화는 기이한 사건을 갖고 이야기한다.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가족이란 너무 어려운 관계 맺기가 되고 있다.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가족이 형성됐으면서도, 그 가족에 있는 구성원들은 그러나, 슬픈 우울함이 존재한다. 즉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졌지만, 언제 올지 모를 이별을 예상하며 사는 불안하기만 한 가족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가족 속에서도 겪게 되는 외로움을 들여다보면서 사랑에 대해 차라리 정직하지 않고 이별에 대해 Cool하게 대처하는 허위의식을 고발한다. 사랑하면서도 언젠가 이별이 찾아올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나쁜 습성은 곧 이별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며, 그러기에 언제나 가족이면서도 안 보이는 내면의 담을 쌓고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비극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속에 있는 비극과 소외라는 불편한 의식이 내면화된 처량한 모습을 이 영화는 고발하고 새로운 마음가짐과 관계를 만들기를 종용하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가족은 싱글맘과 그녀의 딸로 구성된 프랑스의 어느 가족으로부터 이 영화는 시작한다. 7살짜리 딸 '리자(멜루지네 메이앙스)'와 싱글맘 ‘케이티(알렉산드라 라미)’로 구성된 단출한 가족은 이미 사회적 Loser의 전형적인 모습이리라. 그러나 행복해야 할 가족의 구성원들은 안타깝게도 혹시 모를 이별과 소외로 두려움에 떨고만 있었다. 과거의 버림받은 마음은 결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함께 있으면서도 헤어짐을 미리 생각하면서 그에 대한 대처만을 고민하는 기막힌 형국으로만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아빠 '파코(세르지 로페즈)’의 등장은 이런 위기감을 더욱 고양시켰다. 언젠가 새아빠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함은 딸 리자는 물론 그와의 사랑을 즐겼던 싱글맘 케이티조차 갖고 있었다. 함께 살아도 같은 가족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이런 기막힌 구조는 어쩌면 도시생활에선 이제 당연한 생활태도인 것만 같다. 이런 생활은 도시인들에겐 익숙하고 이별에 대한 충격을 내적으로 가다듬기 위해 Cool한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날개, 많은 이들에겐 천사의 이미지로, 그래서 축복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리키’라는 프랑스 영화에선 이런 고정관념을 깨듯 언젠가 떠날 이별을 상징하는 듯하다. 영화는 적나라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날개 달린 아기가 태어나는 환타지적인 요소로 영화의 반전의 준비를 한다. 오해로 비롯된 사건을 통해 쉽게 깨지고 마는 가족의 허약한 관계를 보여주면서 Cool한 대처법 뒤에 숨겨진 어리석은 도시인의 상황대처를 고발한다. 날개가 점차 성장하면서 날고자 하는 의지가 계속 강해지고 있는 아기는 분명 이중적이다. 영화에서 아기 리키는 가족의 사랑을 회복시키는 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동시에 날고 싶은 그의 욕구는 이별을 동시에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는 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순간,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만다. 이런 이별에 방황하는 엄마 케이티의 모습은 Cool한 도시인의 대처법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기를 찾아 고민하고 방황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사랑은 결코 Cool한 자세로 세상에 대처하는 식으론 결코 얻을 수 없음을 이 영화는 날아가고자 하는 아기 리키 앞에서 사랑과 정직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케이티의 이야기를 통해 분명히 밝혀진다. 솔직함의 힘을 믿지 못하는 도시인들에게 그녀의 이야기는 가슴이 아픈 정직함이며, 사랑하는 관계의 생성과 복원에서 정직의 힘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도시인들에게 자존심은 어쩌면 도시를 사는 행복을 위한 지혜로서 군림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을 떠나는 사랑에 대해 자존심을 앞세운 Cool한 대처만을 보여주려 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 뒤에 있는 불행과 소외를 생각해본다면 결코 현명한 대처법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자존심을 위해 이별을 정당화하는 도시인의 어리석은 허위의식은 언제나 사태를 악화시켰을 뿐, 그 어떤 때에도 좋은 결말을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 사회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이별과 그에 대한 거짓되고, 말뿐인 Cool한 자세는 이별하는 사람도, 이별을 당하는 사람에게도 불행을 안겨줄 뿐이다. 그렇다고 이런 대처하는 자세가 프랑스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이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한국사회 역시 예외는 아닌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영화 ‘리키’가 갖고 있는 주제의식은 무척 강하게 다가온다. 거짓된 행동보다 솔직한 마음의 표현이야말로 이 세상의 행복의 원천이자, 아름다운 가족의 탄생을 이루는 기본적인 토대다. 우린 너무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었고 그래서 언제나 불행한 것만 같다. 정직함, 이제 사전에만 있는 용어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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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연습>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올라가는 연습 -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터닝포인트
강금만 지음 / 비즈니스맵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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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최근 갑작스레 부각되고 있는 처세술과 관련된 책으로 보였다. 제목도 그랬고, 책 겉면에 드러난 문구 역시 그렇게 느끼게 했다. 아니 이 책은 확실히 처세술과 관련된 내용이다. 보다 높은 곳으로의 신분상승에 대한 방법론을 쓴 책이며, 이 책의 대다수는 소위 CEO와 관련된 내용이다. 아마도 사회적 성공, 특히 직장에서의 최고지위에 갈 수 있는 방법, 혹은 그 자리에 있는 인물들과 관련된 에세이다.
  사회에 성공하길 기대하는 자라면, 이 책은 좋은 안내서이다.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이제 사회에 진출할 것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CEO는 어떤 사람들이며, 무엇을 고민하고, 또한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지침서이다.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생의 대박을 꿈꾸거나 사회의 엘리트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 성공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현재 CEO가 쓴 책이다. 다행이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쓴 무척 솔직한 책이다. 자신의 회사의 성공담만으로 가득한 일종의 PR용 자서전이 아니다. CEO의 목적의식이 뚜렷하게 표현된다. 특히 ‘회사가 성장하지 않으면 정체이고, 기억 경영에 있어서 정체는 곧 도태를 의미한다’라는 문구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회사는 모든 것을 이것에 집중해야 하며, 이 이상도 이 이하도 존재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회사생존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회사 CEO의 진정한 목적이다.
  이를 위해 많은 CEO들은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기 보다 객관적 잣대로 회사직원을 판단하게 되며,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직원에 대한 신상필벌을 가린다. 어쩌면 CEO는 좋은 친구가 되길 포기한 회사의 인간이다. 당연히 CEO는 매일 근심에 차있고 미래를 걱정하기에 일이 끝나면 다음 단계로 고심하게 된다. 그래서 CEO는 회사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통상 강하고 엄격하며, 회사생활에 모든 것을 매진할 것을 요구한다. 어떤 면에선 회사생활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것일 수도 있다. 즉 CEO의 요구조건에 맞는 회사원이 되기 위해 오늘도 몸부림치는 직장인들이라면 꼭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 중 ‘속도감 있게 일을 처리해라,’ ‘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일한 만큼 받겠다는 전향적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시한 것 이상으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 ‘매사를 내 일처럼 생각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라는 내용들은 직장인들이라면 마음 속에 담아야 할 내용들이다. 특히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말이다. 여기까지가 CEO와 일반 직장인들에 대한 처세술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실용적 목표 이외의 또 다른 진실이 숨어있다. 현직의 CEO로서 책은 내용이 진행되면서 점차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 그러면서 일에 열중하는 우리들의 남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회사라는 기관의 비인격적 측면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며, 사회의 냉혹한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사회의 냉혹한 속성 앞에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쩌면 가련한 인간이 이 속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회사의 모든 것을 실적과 그 실적을 표현한 숫자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고백에서 볼 때,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최근의 경향이 ‘상시적 구조조정’이란 표현에서,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누군가를 내쫓아야 하는 비애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저자는 이런 상황의 필연성을 인정한다. 거꾸로 이런 내용들은 직장인들의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아침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CEO와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직원에 대한 평가 역시 무섭긴 마찬가지다. CEO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다음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야말로 회사운영의 핵심인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직장문화가 성립되는 것이며, 그 직장문화는 결코 즐거운 놀이문화가 될 수 없다. 직장인에게 가족을 우선하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사실 철없는 치기의 이야기일 뿐이다. 우린 이런 사회에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CEO의 고뇌를 읽을 수 있으며 동시에 직장인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 CEO의 입장에서만 볼 때, 절대고독이라고까지 표현한 지은이의 소감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어느 일반인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자괴감이 이 책 모든 것에 담겨 있다. 그래도 저자는 생존을 위해 그렇게 사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생존이 우선이 사회에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직장에서 무능한 10%는 해고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회사를 생존시키기 위해 일하는 CEO라는 직업이 갖는 속성이니까.
  이 책은 처세술이기보다는 어쩌면 CEO의 입장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쓴 책처럼 보인다. 그들의 인간적 고민의 원인과, 또한 상시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이유를 밝힌 책이기도 하다. 아마도 ‘CEO로 산다는 것은’에서 컨설턴트의 생활과 비교하는 부분은 CEO의 생활방식에 대한 나름의 고충과 그 이해를 구하는 부분인 것 같다. 무척 인상 깊은 내용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CEO의 고민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부분에선 상대가 이해해줄 수는 없다는 체념도 느껴졌다. 어차피 상대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며 조종하는 입장에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회사에서의 임금과 미래의 승진일 뿐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책을 읽는 직장인이라면 명심해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고독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결국 직원들에게 인간적 배려보다는 회사의 목적이 우선이고 이를 잘 직시해야만 직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CEO가 생각하는 것은 철저한 적자생존이기에 그에 부합하느냐 못하느냐가 직원의 미래를 결정할 것임을 확인시킨다. 그래서 이 책은 철저히 자본주의 철학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론을 보여주는 책이다. 생존과 성공을 위해 반드시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매우 무서운 내용을 이 책은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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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3주

이나영, 영화계에선 나름대로의 입지를 확보한 여자배우다. 그녀에게 100만의 관객이 넘는 영화는 분명 없다. 그러나 인기에 연연할 것 같지 않은 그녀의 이미지, 그리고 남자를 유혹하는 듯한 분위기보단 어딘지 모를 내 누나 혹은 여동생 같은 그녀의 외모는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여배우의 모습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매력적인 외모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그녀는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하게 영화에 등장하지 않을 듯한 그런 여배우로 보인다. 그녀는 여자이기보다 어딘지 모를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여배우다. 
영화에서의 이나영의 사랑법은 좀 유별나고 무척 코믹하다. 잘 안풀리는 것이 정상일 정도로 영화에서의 그녀의 사랑은 좀 괴이하고 이상하기만 하다. 싫다는데 그래도 사랑한다는 일방적인 관계는 좀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그녀의 출연작들에 많이 보인다. 물론, [비몽]이란 2008년도 작품에선 한 쪽이 잠을 자야 깨어나는, 서로 만날 수 없는 연인관계를 맺기도 한다. 다른 여배우라면 어울리지 않을 듯한 괴이한 사랑의 주인공을 담당하기도 한 이나영은 역시나 코믹물에서도 짝사랑을 주로 했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이나영의 작품들 중 개인적인 판단으로 그녀의 아주 특별한 영화들만 선별했다. 즉 코믹하면서도 중성적인 모습을 담은 영화들이다. 어느덧 10년이 넘게 활동한 그녀는 다른 여배우들보다 매우 특이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그녀가 출연했을 때, 그녀는 확실히 다른 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개성들 중 유별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코믹과 중성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이나영이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다. 이런 식의 표현은 그녀의 연기력을 평가절하할 수도 있고, 또한 자칫 그녀의 캐릭터의 다양성을 도외시한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본 영화들 중 그녀의 코믹과 중성미는 다른 여배우들이 지금까지 잘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이다. 이런 점에서 이나영이란 배우는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갖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특색은 유사한 이미지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색을 계속 견지한다는 것으로 역시나 봐야 한다. 그런 점을 입증하기 위해 선별한, 다음의 세 편의 영화는 그녀의 확고부동하면서도 강렬한 가치를 보여줄 것이다. 바로 [영어완전정복], [아는 여자(2004)], 그리고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2009)]가 그것이다.
 

영어완전정복(2003) 

 

영어를 배워야 하는 오늘날 한국의 불행한 자화상 속에서 벌어지는 한 편의 코미디 같은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여기에서 이나영은, ‘후아유’에서 보여줬던 세련되면서도, Cool하고 어딘지 모를 불운의 캐릭터라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며, 소위 망가진 모습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배우기 힘든 영어를 자신의 위치가 어디이든 배워야 하는 줄거리 설정은 한국의 우울한 현실을 보는 듯 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지금까지 그 현대성이 느껴지는데, 영어에 미친 한국사회를 조롱한 것만 같다.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는 동사무소 9급 공무원이 영어 배우러 학원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좀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리라. 다만 영어가 소통의 단절의 기제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영어와 사랑이야기가 좀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두 사람이 만나기 위해 마련된 장치 정도로만 쓰인 것 같다. 영어 배우는 학원이란 곳에서 볼품없는 인물들이 사랑을 시작한다. 여기에서 이나영은 어수룩하면서, 여성성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9급 공무원 ‘나영주’로 출연, 그녀의 막무가내이면서 괴상한 사랑방정식을 이 영화에서 선보인다. 그녀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장혁’은 백화점에서 구두를 파는 판매원, ‘박문수’로 나오면서, 생활고로 해외입양해야만 했던 자신의 친동생과의 소통을 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역을 맡는다. 이 두 주인공들은 사회의 마이너러티를 대변하며, 그런 평범 이하의 사람들 간의 자존심과 오해, 그리고 소통의 단절 등의 힘겨운 관계를 극복하며 사랑으로의 행복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아는 여자 (2004) 

  

장진 식의 전형적인 코믹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주는 사랑영화다. 진지한 것과는 좀 거리가 멀지만 이 영화는 그렇다고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랑영화하면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이 영화에선 없다. 소위 꽃미남도, 그리고 남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는 그런 여자가 아닌, 어딘지 어수룩한 남녀 둘의 어이없는 사랑이야기이며, 주목 받기 힘든 자들의 색다른 희망을 갖게 만든 영화다. 주인공인 둘은 사랑의 실패자들이거나 실패하기 쉬운 유형의 인물들이다. 거의 매번 사랑에 차이고 마는 사랑에 거의 실패자인 2군 프로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과, 그와의 어릴 때의 기억으로 그를 짝사랑하고 마는 좀 비상식적인 옆집 여자 한이연(이나영)과의 마이너러티들간의 이 사랑이야기를 장진 감독은 무겁지 않고 즐겁게 풀어나간다. 타성에 젖은 한국영화계에 이 영화는 전형적으로 수려한 자들간의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가 아닌 평범 이하의, 좀 망가진 인물들의 사랑과 삶의 이야기를 결합시킴으로써 사랑은 결국 상대에 대한 오래된 믿음과 상대를 알아가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재미있고 기막히게 풀어간다. 이 영화에서 이나영은 여성성을 강조하기 보다 어딘지 모를 맹한 구석은 물론 중성적인 이미지로 출연함으로써 한국의 사랑이야기에서 색다른 여성이미지를 창조해낸다. 이 사랑영화에서 한국영화에선 무척 의미 있는, 새롭고 기묘한 캐릭터를 선보인 덕분에, 결국 ‘25회 청룡영화상(2004)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이나영은 얻게 된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2010) 

 

한국에서 과연 그녀만큼 트렌스젠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만큼 이나영이란 여배우의 특이한 색깔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그녀의 코믹한 이미지와 함께 한 중성적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실 트렌스젠더 자체가 이중적이고 중성적이기에 그녀의 이 작품은 그녀의 코믹한 중성적인 매력을 가장 잘 극대화시킨 작품일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영화는 기존의 사랑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과 해법으로 무거운 사회적 담론을 담고 있다. 이 점에서 이나영에게 이 영화는 그녀의 영화 중 가장 크게 사회적인 이슈를 담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 남자이면서도 그 남성성을 포기했던 현재의 어느 여자가 과거의 남자였던 때의 사랑으로 세상에 나온 자신의 아들을 만나게 된다는 설정은 정말 기막히게 재치가 있었다. 한 이름에 두 가지 성을 오고 간 트렌스젠더 ‘손지현’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도 살기 힘든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줄 의미 있는 캐릭터이다. 그 혹은 그녀는 사회나 가정에선 숨기고 싶은 마이너러티이며, 알고 싶지 않은 그런 사회인일 뿐이다. 문제는 성을 바꿨기에 그 혹은 그녀는 사랑을 시작하기에 언제나 주저하게 되며, 자신의 아들에게조차, 남성에서 여자로 바꿨기에 아빠라는 지위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자신의 성을 자신의 선택에 따라 바꿀 자유는 분명 얻었지만 그에 따른 역할 변화를 겪어야 했으며, 동시에 자신이 가장 사랑해야 하는 자식에게조차 자신의 변화를 설명하기 힘든 상황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 점에서 자유를 얻은 대가가 그리 작지 않음을 확인하고 사회의 상식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런 어렵고 피곤한 캐릭터를 이나영은 가장 효과적으로 형상화한다. 아마도 그녀의 지금까지 최고를 선택하라면 이 영화가 그에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판단까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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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1-2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영 씨. 독특한 배우인 것은 확실한데, 너무 소비되는 것 같아 아쉬운 배우예요. 가장 크게 소비된 영화는 <비몽>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괴기스런 모습만 쏙쏙 뽑아서 영화를 찍었는지.. ㅠㅠ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에서도 전혀 다른 쪽으로 담론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소비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novio 2010-02-19 17:35   좋아요 0 | URL
전에 이나영 배우에게 영화 캐스팅에 대한 질문을 기자가 했는데 이나영 님 하는 말, 지금은 남자가 대세라서 여배우들에겐 그리 많은 기회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 글 쓰고 나서 그 이야기를 듣고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경제난이기도 하겠지만 배우에게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이야기는 자신의 재능을 활활 태우기가 점점 어렵다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래도 이나영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