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돈, 빈자의 돈 - 복식부기회계, 자본주의, 세금 이야기
박홍근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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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계가 이렇게 대단한 학문인줄 몰랐다. 자본주의의 속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기업 자체의 실적이나 상황을 이야기해줄 뿐만 아니라 사회의 현상황이 어떠며, 지금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밝혀줄 수 있는 거울과 같은 것이다. 다시 봐야 할 대상이다.
  대학교 때의 교양과목인 회계학 원리를 좀 더 잘 공부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박홍근 저자의 ‘부자의 돈, 빈자의 돈’은 매우 인상적이다. 부제인 ‘복식부기회계, 자본주의, 그리고 세금 이야기’는 다소 거창해 보였다. 일개 장부로만 보였던 책의 한계를 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러나 책은 결코 허언을 하지 않았고 자본주의의 속내는 물론 그 너머에 있는 반민주적인 속성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1부인 가치와 청구권은 개인적으로 쉽게 접근 못한 복식부기회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이 부분에서 예상하지 못한 색다른 접근과 정의를 마주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가치=청구권』란 부분으로 ‘가치란 인간 노동의 결과물이며, 청구권은 이 노동결과물에 대한 타인의 사용가치에 대한 주관적 평가라고 정의한 부분은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도왔다. 그냥 갖고 있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그것을 통해 노동과 상품을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는 말로 이해되면서 사회의 가치가 창조되는 상황이 조금 이해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 책이 멈추지는 않는다. 자본가들과 경영자들의 인간적 혹은 물리적 속성을 ‘대변형 인간,’ 그리고 ‘차변형 인간’으로 표현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이야기한 것 역시 색달랐다. 한 조직에서도 같은 이해관계를 가질 수 없는 현대 구조의 맹점을 제대로 짚은 내용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이 책을 제한하는 것은 저자에게는 물론 독자에게도 아쉬울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치는 2부에서부터 시작이었다. 특히 2부부터 주주와 기업의 비민주성과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직업의 표현을 하는데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공인회계사’의 직업정 특성을 제대로 분석해 놓음으로써 누구를 위한 공인회계사인가를 적시하는 부분은 세간의 오해를 교정시켜준다. 또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와의 관계를 제대로 조명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자본주의의 폐해가 어떤 것이며, 그 폐해는 어떤 위기를 사회 공동체에 일으키는가를 보여준다. 어쩌면 이 책의 매력이 이 부분에 있을 것이다. 여기에 상속세와 증여세 등의 허점을 파헤치면서 이 사회의 가진 자들이 어떤 꼼수로 세상을 살아가는지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이 속에서 역시나 문제인 정치가들의 행태 역시 이 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쓰라린 아픔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이익은 무한히 추구하면서도 책임은 제한된 주주자본주의는 현대의 민주주의와 기본적으로 양립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이런 불륜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한 것이 세금이며, 이 부분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세금에 대한 피해의식을 과대포장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한 자본가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세금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일반 서민들은 세금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세금은 분명 공공을 위해 투자될 성격이 강하다. 비록 정치권력이 영향력을 행사할 여력이 더욱 크겠지만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해야 한다면 나쁜 상황도 아닐 것이다.
  이 책은 회계를 자자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조금은 힘들다. 하지만 그 힘든 것 속에서 분명 알아야 하는 것은 회계를 많이 알아야 하는 명제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결코 속고 살아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너무 쉽게, 그리고 편하다는 이유로 대충 넘어갈 경우 사회의 기득권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더욱 확장하면서 타인들의 희생을 일반화시킨다. 그래서 회계, 특히 복식부기획계를 많이들 공부해야 할 것이다. 이것 만큼 자본주의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수단도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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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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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두 얼굴’이란 책의 첫 장을 넘길 때, 묘한 감정을 느꼈다. 과거보다 이혼도 대세이고, 자살도 훨씬 증가한 지금, 행복이나 안정의 최후의 보루 같던 가족이 사실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라 할 수 있는 가족 내의 긴장감은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 책은 이런 감추고만 싶었지만 이제 각종 사건으로 인해 드러나고만 가족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려는 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이런 판단은 사실이었다.
  싱글이 넘치고 있는 지금, 가족은 과연 어떤 의미로 개인에게 다가오는가 하는 문제는 모든 이들에게 심각하게 느끼는 사안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난 결론은 과연 가족을 굳이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가족 내에 있는 가족 구성원 역시 행복하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은 행복할 것이란 생각은 이 책을 보면 그냥 신화일 뿐이라고 느껴졌다. 사실 가족 내의 구성원이 행복할 리가 없다. 부처의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관계는 결국 번민과 고통을 낳기 마련이다. 인간이 특정 공간에서 엄청나게 많이 살게 된 도시는 어쩌면 이 책이 걱정하는 모든 고민의 시작인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과거의 한적한 시골로 돌아갈 수 없는 도시인들의 입장에서 아름다운 전원생활은 환상과 낭만, 그리고 비현실적인 공간이 됐다. 그런데 행복한 가정도 사실 비현실적 공간이 되긴 마찬가지다.
  과연 과거의 가족이 오늘의 가족에 비해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오늘만큼의 관계 단절을 느낄 만큼 서로 만나는 시간이 줄거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 못할 만큼 공유하는 입장이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최소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부부끼리는 물론 가족 전체의 생활이 제 각각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화의 단절보다 공유감의 붕괴가 더 큰 문제다. 아무래도 직장인과 주부, 그리고 학생이 보고 듣는 세상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학교를 다녔던 부모의 경험은 현재의 것과 비교해 너무 다르다.
  이런 관계 속에서 오늘날 가족의 행복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가족 밖의 문제로 골치가 아픈 상황에서 가족 내의 문제까지 짊어져야 할 한 인간의 모습은 그리 우아하지 못하다. 높은 수준의 자아분화를 통해 좋은 가족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은 좋지만 결국 가족 내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을 극단으로 몰고 갈 때, 인간이 쉴 공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가족이 되어야 하는지 자문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아프다. 직장만큼은 아니지만 노력을 해야 가족의 평화가 있다면, 거꾸로 차라리 가족을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고 만다. 국가나 정부가 미래의 국민연금을 매울 사람들이 필요해서 아기 낳으라고 이야기하겠지만 한 개인의 입장에선 결국 가족은 자칫 책임의 문제가 되고 만다. 인생이 고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어떤 욕구를 위해 맺는 관계에 대한 대가는 그리 녹녹하지 않은 편이다.
  가족 내에 빚어지는 수많은 관계들은 가족이기에 그냥 지나치도록 요구 받는 것들이다. 하지만 놔두면 결국 상처가 될 것들이다. 미숙한 관계 처리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의 나약함이나 어리석음이 원인일 것이다. 사회생활에선 상대의 반응이 곧 자신의 생존과 연결되기에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하지만 가족에겐 어쩌면 그런 일들이 다반사라 그냥 지나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또한 살면서 나중에 대충 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인간은 너무 힘든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의 조언은 중요한 것 같다. 책 말미에 저자 역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완벽하게 지켜낼 수 없는 것만 같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그럴 것이다. 과연 완벽을 인간이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싱글로 남게 되더라도 계속 가족은 있기 마련이다. 직장생활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러고 싶지 않다면 자살을 할 것이고,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살이 아닌 그래도 세상에서 삶을 살아야 하는 본능에 따른다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의 최소한 몇 가지 정도는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그나마 고행 속에 얻을 수 있는 행복이리라. 이것이 아니라도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지혜만큼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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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철학법 - 프로이트에서 뒤르켐까지 최고의 인문학자들, 여행의 동행이 되다
김효경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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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했고 흥미로웠다.
  현실과 상상, 아니 환상을 통해 저자 김효경은 묘한 여행 에세이를 만들었다. 사회학 전공자인 저자에게 현실의 애환을 잠시 잇도록 해준 여행은 풍부한 상상과 환상의 세계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환상의 세계는 결코 그녀 자신은 물론 이 여행 에세이를 읽는 모든 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곳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바로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이야기다. 그 속에 듬뿍 담긴 성찰적 메시지는 무척 인상적이다.
  정직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행은 결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시원한 과정은 결코 아니다. 많은 여행 에세이들이 어쩌다가 그렇게 썼을 것이라는 저자의 추론에 동의한다. 차영진 작가가 쓴 ‘유럽을 여행하는 정석 따윈 없다’에서 작가가 고백하듯 여행은 힘들다. 매우 현실적인 시공간을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인기를 끄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것이 넘치다 보니 결국 많은 이들을 속이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여행자의 철학법’에선 여행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치 오늘을 살고 있는 이들의 고통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고통을 이겨보고자 하는 바람이 과거의 인물들을 상상이라도 동원해서 여행의 길동무로 데려왔는지.
  과거의 철학자들이 이 책에서 부활했다. 저자의 탁월한 지적 능력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사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과 만남을 소망한다. 불가능하기에 그 소망은 절실해 보인다. 그런 절실함을 이 책은 시원스레 날려 버린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수고를 통해 그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
  육체적 고행으로 가득한 이탈리아 여행 (이 책에서 이탈리아를 벗어나서 여행한 적은 없으니까) 에서 프로이트, 오컴, 베이컨, 피치노, 데카르트, 뒤르켐, 마르크스, 랑케, 카, 그리고 네로라는 동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이 책에 가득하다. 특히 그들의 사상을 예리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사상의 핵심을 결코 놓치지 않은 저자의 소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지적 능력만이 아닌, 그녀의 삶 속을 통해 나름대로 정리했던 사상의 핵심들이 매 단락마다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어떤 사안에 대해 그들이라면 했을 법한 속내의 이야기를 정말 간단하면서도 공감을 이끌 만큼 정확하게 소개하고 있다. 만약 그들이 정말 있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했을 법한 이야기로 넘친다.
  비록 상상으로 만든 것들이겠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지금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의 고민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는 상쾌함을 느꼈다. 그냥 대충 알았거나 딱딱한 교과서 같은 것을 통해 알다 보니 지루해 보이던 인물들의 철학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다가왔다. 왜 그랬을까 라는 고민의 해결에서부터 그랬었구나 하는 공감을 느낀 것이다. 딱딱한 인문서의 한계를 제대로 지적한 여행 에세이, 정말 안 어울릴 것만 같은 묘한 통쾌함이 느껴졌다.
  철학서들의 현실화만을 이 책이 담은 것은 아니다. 이 속에서 역시나 오늘을 살고 있는 한 인간의 소소한 일상도 들어 있다. 아줌마인지 아니면 솔로인지, 아니면 돌싱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녀가 걷거나 봤던 것, 그리고 그런 것들을 담은 사진들을 통해 그녀가 뭣을 봤고, 뭣을 갈구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여행에 대한 솔직함과 자신이 봤던 곳에 대한 솔직함으로 여행에 대한 환상을 사라졌겠지만 그래도 내가 볼 수 없던 곳에서, 그리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것에 새로운 시선을 던짐으로써 여행 에세이 속의 평범할 수도 있던 것들이 새 생명을 얻은 것 같다. 어쩌면 여행은 그런 것들을 얻는 지난한 작업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게 재미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그런 여행 에세이 하나 쓰고 싶다. 당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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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고전 -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힘
다케나카 헤이조 지음, 김소운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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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 인상적인 서문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John Maynard Keynes경제학이 ... 계속 유용한 학문으로 존재하려면 시론을 담은 소논문이다라는 문장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크나큰 문집이 필요하지 않고 창조적이면서도 간략한, 그러면서도 시의 적절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케인즈의 이 이야기는 지금도 꼭 기억해야 할 지침이다. 아마도 저자 다케나카 헤이조전 일본 경제재정상은 일본의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반드시 케인즈의 인식을 따라야 할 필요성을 절감해서 이런 문구를 서문에 담은 것 같다. 그런데 이 문구는 우리 모두에게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이며, 이 책이 왜 경제학 고전들을 간략하게나마 분석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지금 모두가 어렵다. 인간이 행복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산다고 봤을 때, 지금 이런 행복을 만끽하고 사는 사람들은 사실 전세계적으로 1%라고 지칭되는 얼마 안 된다. 소위 불황이란 말이 적절하게 오늘의 시대를 표현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도저히 풀어낼 해결책이 없다면 뭔가 창조적인 것이 필요한데, 그것은 도리어 과거의 지혜를 담은 고전이 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해결책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은 매우 깔끔하다. 고전들이 얼마나 두꺼운 분량으로 제작됐는지 모르지만 이 책은 경제학자들의 지혜가 담긴 그 내용들을 더욱 간추려서 그 핵심을 짚어내면서 많은 이들에게 경제학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가 선별한 내용들은 사실 오늘의 정치나 경제학자들은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사실 그들이 갖고 있는 논리구조나 세계관들을 대충 넘어가서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대중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해주는 좋은 정보서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 책은 어느 이론가가 자신의 경제이론을 피기 위해 제작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논지를 확실하게 갖고 있으며, 어떤 지향점이 있다.

이 세상 모든 경제학자들은 자칭 케인지언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이 책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실 일견 맞기도 하지만 또한 틀리기도 하다. 특히 저자 다케나카 헤이조 전 일본 경제재정상은 말이다. 어쩌면 정부가 경제에 어느 정도 개입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강하든 약하든 재정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케인지언이라고 말할 것이다. 여기에 통화주의자들이나 신자유주의 정책을 어느 정도 함께 추구한다면 약하냐 강하냐의 차이로서의 케인지언이라고 답할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저자는 자신이 케인지언이라고 이야기한 듯 하다. 하지만 저자는 불황 타개책에 대한 케인즈의 능력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결국 프리드만이나 하이에크, 그리고 부캐넌과 같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신봉하는, 혹은 그 조상들의 편에 서있다.

어쩌면 일본이니까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국가재정의 상당부분을 토건족이라 불리는 사회집단들이 독식하고 이것이 바로 일본재정의 핵심이 되고 만 시점이라서 일본은 과도한 재정정책이 자행되는 나라인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경제불황도 닥쳤으니 과도한 정부의 재정투자, 특히 토목사업에 대한 비판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견해를 받아들여서 국가재정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를 주장하며, 본인 역시 자신이 장관이었을 때 추진했다. 어쩌면 정부의 실패를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있는 논지다. 문제는 그런 논지, 혹은 방법이 오늘의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프리드만이 옳았다고 어떤 신문칼럽이 주장한 적이 있었지만 신자유주의 방법은 많은 이들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실패도 문제지만 시장의 실패 역시 가혹하긴 마찬가지다. 동시대인이 아니라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정부의 실패보다 시장의 실패는 기껏 불경기나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데 그칠 정도로 약하다는 하이에크의 주장에 대해선 정말 어이가 없을 뿐이다. 1,2차 세계 대전을 초래한 것이 과연 정부의 실패였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의 논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릇된 사실을 끌어당겼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틀렸던가.

작금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진단하는가는 곧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어쩌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과거의 어떤 위기와 매우 비슷하던가 똑같을 수 있다. 그래서 고전은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논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전을 이용한다면 그것은 고전을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고전을 빙자한 자신의 논리 강조이며, 종종 논리 비약일 수 있다. 특히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이 대단한 큰 영예인 것은 알지만 과연 그 상이 모든 것이 옳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놓은 롱텀캐피탈도 사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이 만든 회사 아닌가? 그런데 망했다면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하는 기관(아마도 스웨덴 은행)이 완벽한 것도 아니 완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노벨경제학 수상은 지금까지 수고했다는 감사의 표시 정도로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어느 순간 노벨 경제학상이 투기꾼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준 이들에게 시상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책은 일본의 경제상황에 대한 타개책을 위해 마련된 것이리라. 그런데 한국은 일본을 매우 닮았다. 한국의 발전전략이 일본의 발전전략에 기인해서 만들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경제위기는 일본을 닮았고 그래서 일본을 한국으로 바꿔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주목의 대상은 된다. 즉 일본의 위기 처방책을 한국은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획일화된 수용은 위험할 것이고, 적절한 참고는 할 수 있겠다. 어떻든 한국도 위기를 극복해야 하니까 말이다. 타산지석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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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 - 시티 팜에서 퀴어 비즈니스까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지음 / 알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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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이 밝았다. 모두가 어렵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뉴스에서 쏟아지는 정보는 물론 드라마,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은 역시나 위기 일색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황 때와 같은 엄청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은 없어 보인다. 경제불황이 구매력 하락을 이끌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2012년의 경제 위기에 잔뜩 겁먹고 있는 이때, 한국무역진흥에 힘쓰는 KORTA가 발간한 ‘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라는 책은 경제활동을 하고, 그리고 앞으로도 할 경제인들에게 힘을 준다. 기회는 언제나 있다는 대원칙을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KOTRA가 보여주는 세상은 역시나 어둡다. 아무래도 사회적 분석을 해야만 앞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상품이나 사업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와 세계를 열심히 분석한다. 현재 2008년의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해 바뀐 세상은 짠 소비가 대세고 공포분위기 역시 만연돼있다. 그런 세상에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도록 하기에는 세상살이가 만만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KOTRA가 발간한 이 책은 그래도 뭔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형태가 바뀌었다면 판매 상품은 물론 판매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과거에 생각하지 못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전략이 매우 재미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남성과 여성 이외의 성이라 할 ‘제 3의 성’인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한 판매전략이다. 한국에서야 아직 소수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겐 점점 거대해지는 시장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무역의 첨병인 KOTRA가 이를 놓칠 리가 없다. 핑크머니와 블루머니를 끌어오기 위해 분투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사회적 맥락을 통해 설명하는 부분은 무척 인상 깊었다. 여기에 경제 위기로 인해 가난한 계층으로 떨어지더라도 당당한 소비를 하고 싶은 이들을 유혹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고 있고 소비력이 떨어졌다고 여겨졌던 중년 남성에 대한 접근 역시 인식의 개선이야말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만들기 위한 필요임을 제대로 보여준다.
  아마도 양극화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시장도 양극화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래서인지 자린 고비 소비자들도 늘겠지만 과시 소비 역시 마찬가지로 느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이것을 ‘양극화’란 Chapter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부분은 판매전략부서가 아니더라도 일반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부분이다. 양극화된 소비 성향 속에서의 사회적 긴장을 읽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의 목표는 사회학이 다루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가난해도 멋지게 살고 싶은 이들이 점차 많아지는 지금, 각각의 시장 패턴에 따라 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그런 방식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이 책은 꼼꼼히 설명한다. 특히 정의나 올바름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만 같은 상품에서도 착한 거래를 통해 세계적 공동체의 나눔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공정무역이나 선한 소비자, 착한 기업이란 어휘들이 생기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도 서로 어려워진 요즘, 이런 공동체 문화야말로 모두를 구원하는 인식이 표현된 것들이리라.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세계적 사례와 문화는 한국이 나아갈 미래의 장소다. 한류라는 상품이 계속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다만 우리 것을 강요하는 것보다 타인들과의 소통과 함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현명한, 그리고 착한 방식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한국을 위한 지속적인 소비시장이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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