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이렇게 멋진 날들 - 베네시아의 자연 속에서 보낸 사계절 이야기 라이프스타일 아이콘 Lifestyle Icon 2
베네시아 스탠리 스미스 지음, 카지야마 타다시 사진,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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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삶이 있을까?
 
  참 착한 삶을 사는 것 같다. 먼 영국에서 온 어느 영국 여인의 일본 생활은 별다른 것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냥 동양의 신비에 반했다 정도? 그러나 그건 잘못됐다. 그녀는 자신의 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 오하라에서…

  책 행간에 읽힌 한 영국여인의 과거의 삶은 좀 지쳐 보였다.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 그녀의 성숙하는 시간은 어쩌면 방황이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혼에 따른 어머니의 새 남편을 그녀는 씨로 표현했다. 아마도 영국 방식의 인간관계겠지만 또한 그녀가 대한 세상에 대한 인간관계였으리라.

  고달프다면 고달팠을 그런 생활에 자신의 이혼 경력 역시 덧붙여졌다. 그런 과정은 도시 속의 삶이 더해져 그냥 그렇게 산 도시인이었을 것 같다. 그런 인생에 변화, 참 반갑고 착하다. 그녀는 자연으로 갔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간의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런 생활을 들여다보게 해준 그녀, 베네시아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허브로 상징되는 다양한 자연의 삶 속에서 그녀는 치료되고 있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어딘지 모를 병을 치유하는 느낌이다.

  사람은 도시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인류가 진화 중이라면 분명 도시의 삶에 적응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을 거란 생각은 든다. 그러나 그 과정, 참 녹녹하지 않고,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그래서일까? 베네시아의 자연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한없이 부럽다.

  겨울을 위해 집안에 장작을 때는 난로가 있단다. 난방이란 인위적 기구가 아닌, 몇 백 년간 인류의 삶을 지탱해줬던 그 고전적 삶의 향취가 책 곳곳에 넘친다. 봄과 여름의 생기 있는 시간에 그녀의 우아한 삶은 과장된 것이 있다 하더라도 자연의 흥겨움과 기쁨이 넘친다. 가을엔 어딘지 모를 성숙함이 돋보인다. 겨울이 오기 전의 성숙의 시간을 보내는 이 아름다운 시간에 그녀는 참 예쁘게 산다. 착하기도 하고.

  책 곳곳에 담긴 독자들을 위한 깨알 같은 배려 역시 좋다. 다양한 차와 여러 자연적인 소재들의 소개는 이 책의 진미일지 모르겠다. 그녀와 같아지고 싶다면 그런 것이 무척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자연적인 소재를 통해 자연에 상처를 주지 않는 자세 역시 배워야 할 것이다. 사실 인간만 아픈 것이 아니다. 자연도 아프니까.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기회를 스스로 박탈했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여유를 갖게 된다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이제부터 허브 향에 취해 지금의 내 생활을 자연의 삶처럼 바꿔야 하지 않을까?

  허브 차, 참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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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굴리는 뇌 - 소비자를 유혹하는 신경경제학
폴 W. 글림처 지음, 권춘오.이은주 옮김, 한경동 감수 / 일상이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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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통틀어 처음 대하는 분야나 관련 책은 항상 당황스럽다. 어렵기도 하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졌고, 내용의 전개 역시 그렇다. 호기심이 있어서 보기는 하겠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인지 처음 대해 보는 ‘신경경제학’이란 책은 시작부터 낯설고 어려웠다.
  고전경제학이 거의 피폐한 수준이 됐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케인지언 경제학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 역시 신뢰를 받기 힘들다. 정권연장을 위해 목을 맨 정당정치나 개인들의 탐욕이 빚어낸 포풀리즘적인 발상은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인 상황에서 점점 더 개인의 합리적 판단이 의문시되고 종종 경멸되기도 한다. 문제는 왜 개인은 완벽한 합리성을 가질 수 없을까?
  아마도 신경경제학인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분야인 것 같다. 책 속의 원숭이나 박테리아 등을 포함한 다양한 개체군 실험들은 인간과 동물(하긴 인간도 동물의 범주에 포함되니까)의 유사성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또한 실험이나 연구의 대상들은 직접 간접으로 뇌로 향하고 있다. 뇌의 뉴런들이 바로 그 대상들이다. 이제 인간의 주요 신체 중 하나인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경제학은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풍부한 자료들과 많은 실험들은 저자의 주장을 열심히 지원하고 있다. 그간 경제학이 풀 수 없었던 그 많은 ‘왜?’들에 대해 수줍게, 그러면서도 감히 이 책은 답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분석은 참 예리하다. 뇌를 분석하면서 만나게 되는 인간은 확실히 100% 합리적이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능력을 지닌, 즉 제한적인 합리성을 지닌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그래서 최고의 판단보단 최적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인간을 둘러싼 배경 그 차제가 요지부동의 세상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이다. 이런 가혹한 세상 속에서 인간은 결국 불확실한 확률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가련한 개체다. 이건 인간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인간이기에, 인간의 한계치가 분명해 보였다.
  원숭이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의 개체들 사이에서의 가치가 단순한 수준의 생존과 자손 번식으로 기술돼 있지만 솔직할 것은 솔직해야 한다. 모든 이들이 득도할 것도 아닌 이상, 인간의 합리적 가치는 확실히 동물적인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진화한 것도 사실이다. 괜히 인간을 이상화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확률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최적화해야만 하는 인간은 제한적이지만 확실히 합리적이다. 다만 그리 믿을 만한 합리성이 아니란 것이 문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그 뒤에 가려진 인간의 아슬아슬한 합리성이 빚어낸 엄청난 비극은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얻게 된 나름의 생존전략이 이제 현실에 맞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왔음을 알리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이 책의 연구진들이 미래에 완벽한 이론적 틀을 갖고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줄지는 모르겠지만(사실 불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은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원시시대 인간이 유인원처럼 살면서 생존을 위해 조심조심 사는 그런 수준 말이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신경경제학이 통섭을 수단으로 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합치려는 의도는 결국 현명한 판단을 그나마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뭘 하든지 힘들지만 좀 더 신중하게 차분하게 결장하자는 것이리라. 그래야 최적의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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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 - 생각하지 말고 느끼기, 알려하지 말고 깨닫기
이외수 지음, 하창수 엮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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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이었다. 이런 사람은. 아니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 같다.
  기인? 그런 생각이 든다. 소설가 하창수의 질문에 대한 이외수 선생의 화답으로 구성된 이 묘한 구성을 담은 책 ‘마음에서 마음으로’는 이전에 만난 적도 없고 그의 작품을 본 적도 없는 나에겐 생소한 경험을 제공했다. 생소하기보다 신비로운 세상으로의 한걸음으로 날 인도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외수란 묘한 철학자이자 소설가는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이외수란 이름으로 상징되는 감성마을로 찾아온 소설가 하창수의 질문은 하나하나 무겁고 또한 시의적절한 것으로 넘쳤다. 이 시대를 살면서 고민하는 모든 이들을 대변했다고 할까? 그의 질문은 예술, 인생, 세상, 그리고 우주라는 거대한 묶음들을 갖고 전개됐다. 모두 쉽게 답변할 수 없는 그런 주제들이면서, 과연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거친 질문들이었다. 일종의 시대적 질문이랄까? 아무튼 용서가 없는 예리한 질문들이었다.
  그런데 명쾌하다. 거의 모든 질문에 이렇게 분명하고 확신에 찬 채 답변할 수 있다는 점은 부럽기조차 하다. 이 시대의 진정한 멘토로 회자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개인적으로도 의문이 들었던 문제들에 대해 이외수 선생은 거침이 없었다. 아니 막히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예술 부분에서의 시작부터 강렬한 답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감성의 궁극은 사랑에 있고, 사랑은 반대말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인상 깊은 이야기였다. 냉철한 이성으로 인해 파괴되는 현대사회의 비극을 이야기하면서 예술이 ‘서로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보여주는 일’이란 그의 정의는 공동체적 가치를 담은 예술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외침으로써 개인적 취향으로만 자리매김하는 지금의 예술에서의 개인적 취향을 제대로 디스했다. 또한 ‘작가는 만물의 본성에 입각해 글을 쓰는 사람’이란 표현 역시 독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과연 현대인들, 아니 나는 그런 본성을 인식하며 살았을까? 또한 ‘내가 겪는 고통이 누군가의 행복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란 표현 속에 담긴 시대적 아픔을 갖고 예술을 해야 하는 작가 정신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예술이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감상하게 만들어야지 해석하게 만들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표현 속에서 예술은 어떻든 혼자만 즐기는, 난해한 상품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이외수의 인생은 처음 듣게 되는 비극의 이야기였다. 고통의 극단에서 그는 제대로 된 도덕을 배웠고, 사람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역설일지 모르지만 이외수의 고통이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된 셈이다. 그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우주의 본성이 아름다움이고 사랑이란 정의는 무척 아름다운 정의였다. 인간중심이 되어 이런 인식을 못한 현대인들에 대한 ‘헛똑똑’이란 비난은 그래서 안타깝다. 이성 중심이 과연 우리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을까?
  세상이란 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일으켰다. 이 부분에서 이외수는 세상과의 소통하는 모습의 그이며, 또한 멘토로서 세상 사람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내밀과 집약, 함축과 절제를 공부할 수 잇는 절호의 공간’이라고 평가하는 트위터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감성마을이란 강원도 화천이란 적막한 공간에서도 세상과 얼마나 훌륭히 소통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그 공간에서 자연에 대한 그의 관점은 특별했으며, 많은 관심을 일으켰다. ‘자연은 쉼 없이 순환하고, 순환은 조화를 이끌어낸다. 자연은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문제를 수정하고 보완해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라는 부분은 자연이 왜 이외수의 마음의 중심인지를 알게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자연을 다시 한 번 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다.
  세상이란 부분에서 안락사, 자살, 우울증 등과 같은 한국의 위기를 나타내는 징후들에 대해 그는 놀라운 인식을 보여준다. 이런 부정적 문제에 대해 그는 삶을 다른 차원의 의미로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특히 개인적 차원이 아닌 ‘인간 전체, 지구, 우주적 차원’으로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관계는 자신의 것만이 아니다. 자신이 생면을 내던짐으로써 연쇄적으로 자신과 관계되어 있는 사람의 삶에 좋지 않은 변화나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는 답은 혼자만의 문제로만 생각했던 많은 문제들이 사실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정의 내려야만 하며, 그를 통해 보다 큰 인식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야 함을 이야기하면서 ‘각박한 현실을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방법들을 찾았으면 좋겠다’라는 제안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만든다.
  이런 제안들 속에서 그가 보는 세상은 사회과학자들도 수긍하게 하는 힘을 지닌 것들이다. ‘편차가 너무 커졌다는 사실이다. 좋은 쪽은 더 좋아졌지만, 나쁜 쪽은 더 나빠졌다’라는 현실에 대한 진단은 매우 정확하다. 정치인에 대해 ‘권위만 누릴 뿐, 모든 사람을 평화롭게 이끌어야 한다는 본분을 망각한 사람들 때문에 결국 정치가가 욕을 먹는 것이다’라는 진단은 그 어떤 청진기보다 좋은 것이다. 또한 공동체적 가치관을 담을 것을 소망으로 그리고 개인적 탐욕을 지닌 것을 욕망으로 구분한 대목은 욕망에 치우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뭔지를 보여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익은 정치, 발효된 정치’는 무척 인상 깊은 표현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념에 대해 ‘어떤 이념도 그 사회나 국가나 세계를 위험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그의 명쾌한 표현은 지금까지 앓고 있던 체증이 한 번에 풀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많은 것을 알아서 멘토가 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아서 멘토가 된 것임을 알게 해준다.
  공감, 참 오랜 만에 듣는 단어다. 이성 만을 최고로 여긴 이 시대에 그의 소설들은 동의보다 공감을 얻으려는 것이었으며, 그런 그의 노력은 그의 작품이 단순히 대중성을 넘어 시대적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매력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독자에게 자신의 문제를 다시 고민하게 하는 것으로 ‘마음으로 다가가면 대상과 내가 쉽게 합일되고, 만물을 볼 대 즉각적으로 일체감이 형성된다’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는 그냥 판매 1위를 기록하는 작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유한한 잣대로 무한한 것을 탐구하는’ 인간의 이성의 어리석음을 비판하면서 우주의 본성에 다가가라는 그의 권유는 역시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를 통해 생명 복제, 종교, 군대, 학교 등의 인간문제에 대해 나름의 지혜로운 판단을 한다. 이외수는 그래서 멘토다.
  이외수의 신비적 감상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황당하다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의 그런 독특한 면이 그를 만든 하나이며, 또한 지혜를 얻은 주요 방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이외수가 지금 존재하며, 지금도 세상과 소통하며, 앞으로도 지혜를 제시할 것이며, 또한 그의 매력이 계속 될 것이라 점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생각하지 말고 느끼기, 알려하지 말고 깨닫기’라는 책은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이외수 특유의 세상 읽기를 통해 지금까지 갖고 있던 질문 하나하나를 마치 게임을 하듯이 해결한다. 또한 그런 문제를 나열하는 과정 속에서의 내용은 풍부함은 물론 그 표현력과 설득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함을 드러낸다. 그가 표현한 문장과 어휘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고 정확한 것들이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세상으로 끌어들이는 이외수의 표현력은 독자를 기쁘게 하며, 행복하게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기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런 혜택은 아마도 질문자 하창수의 능력에 기인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유익하다면 너무 계산적인 표현일 것 같다. 아마도 감성적으로 접근한다면 기쁘다는 표현이 제대로 된 것이리라. 그의 소설을 읽지 않은 본인의 타성과 게으름이 무척 야속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내가 아닌 좀 더 멋진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내 본성을 찾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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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품격 - 북경대 인문 수업에서 배우는 인생 수양법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2
장샤오헝.한쿤 지음, 김락준 옮김 / 글담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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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고 있었다. 어쩌면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지 모른다. 격한 세상 속에서 품격을 논하기엔 너무 힘든 지금이라서 그런 것 같다. 좀 더 고상하게 살고 싶기 보단 돼지처럼 돈도 많고 능력도 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었나 보다. 은연 중에 말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소박한 삶의 가치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인생의 품격’은 어쩌면 매우 old한 삶의 방식을 담고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진부한 내용들로 가득하고, 이제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 삶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지금의 모든 사람들에겐 멀고먼 내용인 것처럼 보이며, 생활에 대한 격조보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에만 가치를 두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겐 어쩌면 불필요한 것으로만 보이는 그런 책이다.
  하지만 책 한 줄 한 줄을 읽고 있으면,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나 하는 자책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지금의 내가 잊고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며, 앞으로의 다음 시간들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시간을 곰곰이 생각하게 하며, 다음의 것들을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시작은 ‘나 자신에 대한 예의’로 시작한다. 무척 이채로운 시작이었다. 그리 이 책이 단순한 처세술과 왜 다른지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성찰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안식을 찾는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성공의 삶을 위해 인간관계를 수단으로 여긴 처세술과는 격을 달리하는 시작이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의 비극이 무엇인지, 그리고 삶이란 자신을 사랑해야 삶을 알아가는 자아 찾기 과정이란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에 대한 것보다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기에만 급급했던 나 자신이 누드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삶에서 나 자신을 위한 고찰이 과연 있었던가 하는 자성을 일으키고 말았다.
  타인에 대한 예의, 말하기 힘든 이야기다. 이미 자본주의의 성화 속에서 인간관계 역시 경쟁으로만 생각하도록 강요 받은 시간이 많아서인지 이제 다른 식으로 생각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마치 무표정한 얼굴로 세상을 사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경쟁이란 말을 쉽게 내뱉는 내가 되고 만 지도 꽤 된 이 시간에 타인에 대한 예의는 사치스런 표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이 책 부분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설사 경쟁의 관계더라도 보다 긍정적인 그 무엇을 위해 웃을 수 있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할 수 있었는데, 너무 가혹한 삶의 방식에 길들어져 버린 내가 되고 만 느낌이었다. 난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삶에 대한 예의 부분에선 좀 더 가혹한 읽음이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타인에 대한 요구는 맹목적이었고, 또한 언제나 멋대로 갖게 된 기대치가 있었나 보다. 그래서 타인의 가치를 인간의 완벽성이란 측면에서만 따졌고 그래서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 최소한 불만 속에서 얼굴을 찡그렸을 것이다. 불만, 그게 인간에 대한 내 자신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었는데 완벽을 강요했다면 그건 독단이며 폭력이다. 그런 곳에서 매력적인 인간관계가 꽃을 필 수 없으며, 양심 어린 인간미를 간직하기도 힘들다. 특히 ‘양심은 마음의 보충병’이란 말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마음 관리법’이 필요하며, 굳이 될 필요는 없을지라도 매력적인 ‘리더의 품격’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공동체적 가치관으로 향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공동체에 대한 가치관을 우습게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경쟁을 통해 효율을 강조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생존을 위한 자본을 축적시키는 데 열을 올리다 보니 개인적인 가치관에 오염된 현재의 나에게 공동체는 그리 가까운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개인의 가치관 우선이 나에게 행복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줄 수 있는지 자성할 일이다. 오늘날 혼자만의 것들을 차지하기 위해 내달리고 있지만 점점 더 불행해지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슬프기 그지 없다. 5등급을 받는 수험생이나 1등급을 다 받은 수험생이나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질곡을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 시점에서 공동체를 통해 행복 찾기는 현재의 고통을 덜어주는 효과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어느덧 많이 변했다. 중국 공산당에서 존경 받는 인물들의 가치관을 대하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철없는 이데올로기 집착과 그로 인해 타인의 철학을 배척했던 한국의 수구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벗어날 때 수많은 지혜로운 가치관을 만나게 된다는 것은 주관적인 사고의 피해가 얼마나 큰 지를 알게 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의 전통적인 내용들을 현대화시키는 것은 과거의 고루함을 현재에 강요하는 것만 같기도 하다. 하지만 생활 전반을 강권에 의해 강요하던 과거와는 달리 보다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읽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Healing을 위한 고전읽기가 굳이 특정사상에 있을 리가 없으며, 그런 방법을 굳이 그곳에서만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 방식은 다양하며, 모든 방법은 개방되어 있다. 수 천년 전의 지혜가 오늘의 우리를 치료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가슴에 담고 이 세상을 사는 것도 지혜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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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굴위신 - 고전 인문학 수프 시리즈 3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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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란 책은 신선하지 않다. 아마도 오래 전에 저술된 책이라서 그런 것 같다. 혹은 많은 이들이 읽어서일지 모르고, 조선시대의 성리학에 대한 폐단을 담은 한국사 책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고 있는 유학, 혹은 성리학에 대한 인식이 팽배한 오늘날, 아무리 논어에 대한 가치가 강조되어도 어딘지 모를 장벽이 생긴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만큼 논어와 공자의 이야기는 너무 먼 것만 같아 보인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논어’라는 책을 접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그 때 읽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특히 ‘이굴위신’이란 책을 통해 느낀 문제의식이다. 어떤 의무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완독은 했지만 그냥 나에게 억지로 읽었던 재미없던 책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공자라는 이름에 매달린 어린 소년의 치기와 같단 생각이 든다. 많은 책들이 그렇지만 논어는 어른에게 적당한 책인 것 같다. 저자의 마음처럼.
  세상의 격렬함을 어느 정도 경험한, 그리고 그에 익숙한 노련한 장년은 아마도 지금 전에도 논어를 읽은 것 같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의 논어와 공자, 그리고 많은 이들의 내용을 좀 더 성숙하게 이해하고 처리한다. 세월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는 성숙의 깊음을 간직한 채, 논어라는 텍스트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자신의 문제와 연결시킨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성찰과 관계된 이야기는 논어가 어떤 책이고, 공자는 어떤 이였으며, 공자와 함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무엇이었던가를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 세월을 많이 산 이의 강점이 오롯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그 때의 공자를 이해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성년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며, 그리고 그들을 신화화시키지 않으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서술한다.
  아마도 이 책의 매력은 이곳에 있는 것 같다. 어른을 위해 서술된 이 책에서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자신도 한 인간이란 입장에서 고민한다. 이 책에서 공자는 위대한 면모를 지녔지만 실패했고 고달파 했으며, 그래도 꿈을 지닌 채 새로운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려는 인간이다. 평범하고 우리 주변에도 있겠지만 그래도 공자는 분명 뭔가 다른 향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매력을 갖게 된 것은 그 주변의 뛰어난 제작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의 덕분이기도 하다. 과거의 매력이 현대성을 지니게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고달파 보이는 한자의 나열이 싫지만 그래도 그것의 현대성을 찾아내고 그것 뒤에 있는 어떤 현실들을 밝혀내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현대적 고민들을 끄집어 내는 장면들은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이 책은 과거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년이 되어서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이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낸 자서전이라 할까? 저자에게도 이런 시간이 온 것이고, 그럴 때도 된 것 같다.
  고집도 있고, 어떤 점에선 현대에선 아집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들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인생관은 이 책을 읽은 나에겐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 말뿐인 것이 아니라 말 너머에 있는 그 무엇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아마도 저자가 노렸던 것도 그런 것이리라. 다행히 공격적이지 않고 겸손한 문체 덕분에 그런 시간을 갖는 기회가 무척 편안했고 소중했다. 제목인 ‘이굴위신’, 즉 굽혀야만 펼 수 있다라는 말은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 담긴 성찰과 반성은 무척 큰 고충이다. 다행히 이 책 덕분에 좀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간인 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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